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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어느 식당.
이현우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개인실이 있는 식당으로 남매를 안내했다.
그리고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지훈의 말은 남들이 들어서는 안 될 이야기였으니까.
“형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이유나가 잠깐 화장실 간 사이.
이지훈이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얘기해.”
“누나한테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사실, 미국에서 총격전을 겪었어요. 부모님을 죽인 데스 스콜피온. 그 녀석들이 저를 노리고 습격을 한 것 같아요.”
“총격전?”
이현우가 놀랐다.
걱정되어 경호원을 붙여주긴 했지만, 진짜로 습격했을 줄이야.
“네. 형님이 붙여준 경호원 덕에 습격은 쉽게 물리쳤어요. 다친 곳도 하나 없고요. 그런데…. 차가 좀 많이 망가졌어요. 아마 형님한테 수리비가 청구될 것 같아요.”
“하…. 다친 곳 없다니 다행이다. 수리비야 뭐…. 내가 내면 되니까. 그나저나 큰일이네. 그렇게까지 습격할 정도면…. 한국까지 찾아오는 거 아니야?”
“아니요. 그럴 걱정은 없대요. 경호원에게 들었는데, 데스 스콜피온이 무슨 세계적인 범죄 조직도 아니라서. 킬러 같은 사람을 보낼 여력도 없고. 한국이 의외로 그런 범죄자에게 입국 절차가 까다롭다고 하더라고요.”
“그건 다행이네.”
“그런데 형님. 저는 복수하고 싶어요.”
“복수?”
이지훈의 말에 이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만했다.
아무런 원한 관계가 없는데, 부모님이 살해당했으니까.
그도 이지훈과 같은 입장이었으면 복수를 생각했을 거다.
“네…. 그래서 말인데. 혹시 저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내가? 어떻게?”
이지훈은 자신의 계획을 차분히 설명했다.
1 단계, 이현우에게 돈을 빌린다.
2 단계, 사업으로 성공한다.
3 단계, 재력을 바탕으로 권력과 친해진다.
4 단계, 재력과 권력으로 데스 스콜피온 일당에게 복수한다.
정말 쉽고 간단한 계획이다.
유튜브 영상이라면 제목은 ‘복수를 케이크처럼 쉽게 떠먹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세부적인 계획 자체가 아예 없었다.
이걸 두고 혈기 왕성하다고 해야 할지.
17세 답다고 해야 할지.
‘사업이라…. 무조건 성공할 거로 생각하는 건가?’
이현우가 보기엔 그랬다.
지금 이지훈은 어떤 사업을 할지, 무슨 아이템을 정할지, 아무것도 생각해두지 않은 상태였다.
그저 사업을 하면 돈이 벌린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이현우도 사업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지훈은 그보다 더욱 모른다.
미성년자, 고등학생 1학년이니 할 수 있는 생각이겠지.
하지만 그걸 탓할 생각은 없었다.
“일단 천천히 생각 좀 해 보자. 너도 지금 당장 총 들고 걔네한테 쳐들어가서 복수하겠다는 생각은 아닌 거 맞지?”
“네. 힘을 기를 거예요. 그리고 놈들에 대해 철저히 알아낸 후, 복수할 겁니다.”
“좋아. 그러면 이렇게 하는 건 어때?”
“어떻게요?”
“사업계획서를 써서 들고 와. 네 사업이 성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투자를 해줄 테니까.”
이지훈의 얼굴이 밝아진다.
솔직히 말해 거절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누나의 남자친구이긴 하지만, 사업 자금을 빌려주는 것은 또 다른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투자를 약속받았다.
사업계획서를 써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긴 했지만.
그거야 투자받으려면 이런저런 준비를 하는 건 당연했다.
“감사합니다! 형님!”
“뭘. 제대로 된 계획서를 들고 오면 좋겠네.”
그때, 문이 드르륵 열렸다.
이유나가 들어왔다.
“뭐가 감사해?”
“그냥 이것저것. 형님에겐 받기만 했으니까.”
“으음…. 그렇네. 오빠, 감사해요.”
드물게 남매의 의견이 일치했다.
“당연한 일…. 이라고 하기엔 너무 겸손이지? 내가 유나 남자친구니까. 해줄 수 있는 만큼 해주고 싶었어. 그러니까 앞으로 나한테 잘해야 한다?”
이현우가 밝은 목소리로 살짝 장난을 쳤다.
부모님의 사망 소식 이후, 급격히 무거워졌던 남매의 분위기.
하지만 이현우의 헌신 덕분인지 이제는 무거운 분위기가 거의 다 사라졌다.
슬프긴 하지만 이겨낼 수 있는 수준이랄까.
“치이, 그런 말을 안 했으면 더 멋져 보였을 텐데.”
“어허. 누나. 우리 형님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우리 형님은 존재 자체로도 엄청 멋있는 사람이거든?”
“그렇지 그렇지. 역시 지훈이가 뭘 좀 아네. 유나는 감사해야 한다니까? 나 같은 남자친구 만나기가 쉬운 줄 아나.”
“맞습니다. 형님. 형님을 만난 것이 누나 인생 최대 행복이자 업적입니다!”
이현우와 이지훈.
두 사람이 랠리를 주고받으며 놀았다.
그 모습에 이유나가 어이없다는 듯 이지훈을 쳐다보았다.
“야! 오빠는 내 남친이거든? 왜 네가 그러는 건데?”
“누나 남친이기도 하지만, 내 형님이기도 하니까. 남자의 의리? 우정? 그런 거라고. 그쵸 형님?”
“헐…. 오빠!”
이유나와 이지훈이 동시에 이현우를 쳐다보았다.
마치, ‘얘야? 나야? 둘 중 한 명만 선택해!’라고 하는 듯한 시선.
이현우는 능숙하게 그들의 질문에서 빠져나왔다.
“자…. 장난은 여기까지 하고. 장례식 말인데. 일단 지훈이가 미국 가 있는 동안 수배는 해놨거든? 그런데 언제 오실지 몰라서 예약은 못 하고 있어. 나도 장례식을 진행하는 게 처음이라 업체에 맡기긴 했는데….”
이현우의 이야기가 시작되자 남매가 투닥거림을 멈추고 집중했다.
부모님의 장례.
해야지.
이제 장례식 이야기를 들어도 눈물이 쏟아지지 않았다.
그렇게 또 3일.
이현우는 이유나의 옆을 지켰다.
한국에 아는 이가 없기에 장례식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 못했다.
기껏해야 이유나와 이지훈의 친구들 몇 명이 조문을 온 것이 끝.
게다가 다들 고등학생이기에 밤을 새우지도 못하고, 다음날 또 찾아오지도 못했다.
3일간 거의 셋이서 장례식을 지내야 했다.
이유나는 3일의 장례식 동안 모든 슬픔을 쏟아낼 것처럼 울었다.
좀처럼 눈물을 흘리지 않던 이지훈도 코가 새빨개질 때까지 울었다.
이현우는 울다 쓰러지고, 울다 쓰러지는 이유나를 돌봤다.
그렇게 남매의 부모님 사망 소식을 듣고 나서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이현우는 꼬레아TV에 거의 접속하지 못했다.
이유나가 자는 동안에나 깔짝였을 뿐.
그런데 벌려두었던 일들이 열매를 맺었다.
이현우가 까톡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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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림][1]
-현우 씨. 남자친구가 현우 씨와 제가 하는 영상을 봤다고 고백했어요.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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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7]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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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늘][2]
-아, 제 말은 오빠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요…. 그냥 제가 질리셨는지 그게 궁금해서요.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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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8]
-그럼 3대를 저주할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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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현][1]
-오빠, 언제까지 바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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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라][11]
-이거 보시면 연락 좀 부탁드려요.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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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앙][5]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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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지방세와 관세를 제외한 모든 세금을 징수하는 기관.
여기 소속된 이들은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더 내게 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다.
그리고 국세청 산하 탈세 TF 팀.
매년 결성되는 임시 조직으로 탈세를 잡아내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매번 구성원이 바뀌기에 TF팀이지만, 성과 하나만큼은 보장되는 곳이다.
그런데도 지옥 같은 업무량 때문에 누구나 기피하는 곳이기도 했다.
“팀장님! 이거 한 건 잡은 것 같은데요?”
거기에 소속된 팀원 하나가 팀장을 불렀다.
“띄워 봐.”
이번엔 뭐가 걸렸을까?
이 망할 나라에는 세금을 안 내는 도둑놈들이 너무 많다.
그것 때문에 업무가 이리도 늘어나는 것 아닌가.
모두가 세금을 잘 내는 세상이었다면 야근 지옥 따위는 없었을 텐데.
아, 그러면 직장에서 잘리게 되나?
오랜 야근으로 정신이 피폐해진 팀장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부하 직원이 띄운 화면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이현우의 계좌 정보가 띄워져 있었다.
기본적인 입출금 통장.
그런데 금액이 조금 특이하다.
“흐음.”
“이상하죠? 4주 전쯤부터 갑자기 큰돈이 들어왔습니다. 그전에는 월급 통장으로 썼던 것 같은데요. 그런데 이 사람, 회사도 퇴직하고. 사업자도 내지 않았더라고요. 아무것도 없는, 그냥 백수예요.”
“그렇네. 그런데 4주라…. 애매하네.”
돈의 흐름이 이상한 건 사실이었다.
이전까진 평범한 월급쟁이였는데, 4주 전부터 갑자기 몇백만 원 단위의 돈이 들어오고 나갔다.
소비하는 곳은 백화점이나 식당 등 출처가 확실한 사업장이 대부분이긴 한데.
돈이 들어오는 곳은 개인이다.
그리고 특정 요일에 집중적으로 돈이 들어왔다.
그러나 탈세 TF팀은 국세청 산하 조직이지, 검찰 산하 조직이 아니었다.
그들이 하는 일은 탈세에 관한 혐의를 붙잡는 것.
세법상으로 이 돈이 거래에 의해 발생한 돈이라면 부가세와 종소세를 내야 한다.
사업자를 내지 않았더라도, 반복적인 영리 행위는 사업 소득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는 내야 하는 달이 정해져 있었다.
그러니, 지금 탈세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거래가 아닌 증여라고 억지를 부린다고 해도 탈세를 주장하긴 힘들었다.
증여세는 증여가 발생한 날로부터 3개월의 신고 기한이 있었으니까.
“일단 지켜 봐. 아직 탈세한 것도 아니니까. 게다가 그리 큰 금액도 아니고. 사업자 등록 안 되어 있다고?”
“네. 소득 발생일로부터 확실하게 20 일 넘었어요.”
“그럼, 계속 놔둬. 가산세 받으면 우리야 좋지.”
팀장은 지켜본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녀가 국세청 직원이 아니라 검찰 직원이었다면 판단을 달리했을 것이다.
자금 흐름이 명백하게 이상했으니까.
주기적으로 큰돈을 보내는 사람들.
대부분 여성에 꼬레아TV 관계자.
무언가 있다.
설마, 마약인가?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팀장은 그런 생각은 깔끔하게 머릿속에서 삭제시켰다.
이런 사건 검찰에 넘겨봐야 그녀만 피곤해진다는 걸 오랜 사회생활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탈세만 신경 쓰면 된다.
남이 마약을 팔던, 딜도를 팔던 그녀에겐 하등 상관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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