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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번 편에는 NTL(네토리, 타인의 연인을 빼앗는 것)이 서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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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림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남자친구가 이 관계를 인정하게 만드는 일들을 할 수 있을까?
이현우의 말로는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그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은 힘들었다.
이현우는 연락이 잘 안되고.
성욕은 쌓여만 간다.
그렇게 4일이 지났다.
“요즘 그 회장은 방송 잘 안 들어오나 봐?”
수저를 내려놓은 남자친구가 뜬금없이 이현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현우에게 굉장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왜지?
“어…? 으, 응. 요즘 바쁘시대. 뭔가 일이 있는 것 같아.”
“그렇구나. 그래서….”
남자친구의 시선이 스마트폰으로 향했다가 재빨리 돌아왔다.
그제야 정소림은 남자친구가 질문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요 며칠, 왜 야한 까톡을 안 하는지 떠본 거였구나.
‘이대로 망설일 때가 아니겠어….’
지금 그녀는 인생을 걸고 한판 도박 중이었다.
바람피운 상대를 남자친구가 인정하게 만들기 위해,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실천 중이었다.
그 와중에 고민한다고 4일을 날려 먹었다.
그랬으면 안 되는 건데.
가야금도 하루를 쉬면 3일을 연습해야 한다.
남자친구의 마음을 길들이는 것 또한 어찌 보면 학습.
그러니 같은 방정식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수위를 더 높이라고 했지?’
정소림이 결심했다.
이현우와 연락은 되지 않지만, 그에게 명령받은 것처럼 꾸미기로.
대화는 주고받지 못하겠지만, 사진이나 영상만 올려도 충분하지 않을까?
“오빠. 밥 다 먹고 마트 좀 다녀와 줄 수 있어? 클렌징폼 다 떨어졌는데, 깜빡하고 안 사서. 나 뭐 쓰는지 알지?”
“알겠어. 또 사 올 건 없어?.”
“응. 오빠, 맥주 마시고 싶으면 그런 거 사와도 되고. 고마워. 오빠.”
정소림은 자연스럽게 남자친구를 집에서 내보낼 계획을 세웠다.
남자친구를 내보낸 다음, 방금까지 먹던 식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거다.
방금까지 그와 저녁을 먹던 식탁.
그를 심부름 보내고 여자친구는 회장에게 나체 사진이나 보낸다.
이 정도 수위면 괜찮겠지?
“그럼 다녀온다.”
“아, 오빠! 카드 가져가야지!”
“됐어. 나도 돈 있어.”
정소림이 지갑을 꺼내 카드를 건네주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남자친구는 고개를 흔들며 거절한다.
끼이익, 하고 문이 닫혔다.
마트까지는 5분도 안 걸렸다.
남자의 쇼핑 시간은 대체로 짧은 편이니, 길어봐야 남은 시간은 15분.
그러니 빠르게 옷을 벗고, 컨셉을 잡은 후 사진을 찍어야 했다.
“하아….”
정소림이 뜨거운 숨을 흘렸다.
성욕이 많이 쌓이긴 쌓였다.
집에서 옷을 벗는다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되는 걸 보면 말이다.
아니, 단순히 옷을 벗는 건 아니지.
지금 그녀는 보여주기 위한 나체 사진을 찍기 위해 옷을 벗는 거였다.
식탁이 잘 나오게 구도를 잡은 뒤.
살짝 다리를 벌려 보지가 보일 수 있게 하고.
한 손으로는 젖가슴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찰칵.
사진이 찍혔다.
동시에 현관문도 열렸다.
“아, 나 핸드폰 놔두고….”
갑작스레 집으로 돌아온 남자친구.
식탁에서 변태 사진을 찍고 있는 여자친구.
그는 그녀가 다른 남자에게 사진을 보낸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녀는 그가 스마트폰을 훔쳐본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수면 아래의 이야기.
그에게도, 그녀에게도.
지금, 이 상황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 안 된다.
“오, 오빠. 이, 이, 이건…!”
들켰다.
이미 그가 스마트폰을 훔쳐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광경을 들키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그녀의 가슴에 커다란 운석이 떨어지는 것처럼 충격이 찾아왔다.
“아…. 아아…. 바, 바디 체크인가, 뭔가. 그거 하는 거지? 요즘 여자들은 사진으로 찍어서 몸매 관리 한다면서. 너도 그렇게 하기로 한 거야?”
떨리는 목소리.
그녀의 남자친구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이 상황을 회피하려 했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아무것도 못 본 척.
지금 상황이 무척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라는 듯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다시 바깥으로 나갔다.
“….”
그가 나가고.
정소림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체 사진 찍는 걸 들켜서 충격이 컸는데.
지금은 다른 이유로 다리에서 힘이 빠졌다.
“못 본 척했어….”
분명 이상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억지로 상황을 외면했다.
그 또한 앞뒤 상황을 알고 있기에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시선을 회피했다.
“진짜…. 그렇구나.”
이현우의 말대로였다.
처음에는 분노.
그다음은 회피.
마지막에는 수용하게 된다고.
이현우의 미친 계획에 따르면서도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진짜 그 계획이 성공해버렸다.
인생을 걸고 한 도박에서 승리한 것이다.
‘현우 씨가 뻔뻔하게 나가라고 했지.’
회피의 다음은 수용의 단계.
정소림이 가장 바라는 목표였다.
그녀는 뻔뻔하고, 대담하게 나가기로 했다.
“다, 다녀왔어.”
“응. 오빠. 고마워.”
예상보다 조금 늦게 그녀의 남자친구가 집에 돌아왔다.
그 사이 정소림은 옷을 다 챙겨입은 채였다.
“이제 게임 할 거지?”
“어…. 하지 말까?”
“아냐. 오빠 좋아하는 거 해. 나도 그게 좋아.”
“어.”
그녀가 사준 콘솔 게임기.
남자친구의 보물 1호가 된 녀석이었다.
그는 TV 앞에 앉아 게임 패드를 들었다.
정소림은 그런 그의 옆에 앉았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종종 그가 게임을 하면 정소림이 옆에 앉아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떠들었으니까.
“오빠. 나 노브라야.”
“어? 뭐라고?”
“아까 바디 체크 사진 찍고 속옷 안 입었어. 지금 이대로 사진 찍으면 섹시할까?”
“사, 사진…. 글쎄….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남자친구의 얼굴이 침울해지는 것이 보였다.
마음이 아프다.
동정과 연민이 든다.
하지만 동시에 기쁨도 들었다.
조금만 더 하면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평화가 찾아오게 될 테니까.
‘오빠. 미안해. 하지만 이건 우리 둘의 미래를 위해서야. 정말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찰칵.
그의 옆에 앉은 정소림이 이리저리 스마트폰을 움직이며 사진을 찍었다.
그것이 신경 쓰이는 지, 그는 평소처럼 게임에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정소림을 슬쩍슬쩍 훔쳐보았다.
“소림아….”
“왜?”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의 반응에 정소림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미소를 만들었다.
자연스러워 보이면 좋겠는데.
“싱겁긴.”
그리고 사진을 계속 찍는다.
더 대담하게.
더 뻔뻔하게.
그녀가 파자마 단추를 몇 개 풀었다.
커다란 가슴이 만들어낸 골이 보였다.
찰칵.
그것마저도 사진에 담았다.
남자친구의 시선이 뜨겁게 느껴진다.
“그, 그 사진….”
“응.”
“….”
“왜? 오빠? 사진이 뭐?”
“아니…. 아니야….”
남자친구의 손이 벌벌 떨렸다.
눈동자도 쉴 새 없이 흔들린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 같은 모습.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았다.
회피에서 수용까지 단 한 걸음.
“오빠. 만약에 말이야. 진짜 만약에. 내가 바람피우면 어떨 것 같아?”
“…!”
그가 충격을 받았는지 숨을 들이마신 채로 내뱉지 못했다.
고개도 뻣뻣하게 굳어 그녀를 쳐다보지 못했다.
그 상태로 얼마나 기다렸을까.
그가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아니…. 아니야. 너 바람 안 피워. 네가 그럴 리가 없잖아….”
“응…. 그러니까. 만약에 말이야. 그러진 않지만 만약에 내가 그러면….”
“아니…. 아니라고! 너 바람 안 피운다고!”
드디어 그가 정소림을 쳐다보았다.
화내듯 고함을 치면서.
하지만 표정은 상처받기 두려워하는 아이와 같았다.
그렇기에 정소림은 오히려 차분할 수 있었다.
“맞아. 오빠. 나 바람 안 펴. 그런데 만약에, 내가 바람피우면 나랑 헤어질 꺼야?”
“….”
정적이 흘렀다.
그가 침을 넘기는 소리와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정소림의 귀에 생생하게 들렸다.
“소, 소림아. 왜, 왜 그래…. 우리 이런 대화 하지 말자…. 응?”
“아니, 대답해줘. 오빠. 그런 상황이면 나랑 헤어질 거야?”
그가 매달리듯 정소림의 어깨를 붙잡았다.
하지만 정소림은 한발 더 나아가며 그를 몰아붙였다.
“나랑 헤어지고 싶어서 그래…?”
그의 손이 떨렸다.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
그제야 정소림은 팔을 뻗어 그를 안아주었다.
그의 머리가 정소림의 커다란 가슴에 파묻혔다.
“바보 오빠야. 내가 헤어지긴 왜 헤어져. 내가 오빠한테 묻는 거잖아. 나랑 헤어질 거냐고…. 난 오빠 사랑해.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제일 많이 사랑하고 있어….”
“소림아…. 크흑…!”
가슴에서 뜨거운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숨죽인 울음소리.
그가 몸을 들썩였다.
“미안해, 오빠. 그리고 정말 많이 사랑해….”
“큭…. 으흑….”
정소림은 가슴에 파묻힌 그의 머리를 하염없이 쓰다듬었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격한 감정의 격류에 휩쓸렸던 두 사람에게 이성이 되돌아왔다.
“후우….”
크게 숨을 내뱉은 그가 정소림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소림에게 확답을 들은 것만으로도 그는 자그마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바람피운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것, 스마트폰을 훔쳐봤다는 것 등을 말했다.
그리고 그 영상들을 보며 흥분했었다는 것까지.
“미안….”
시리도록 슬프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 남자친구.
정소림은 그 앞에서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그가 감정을 털어놓으니, 얼마나 아팠을지 공감이 갔다.
그런데 그 아픔을 준 것이 바로 그녀였다.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
인제와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되돌리기엔 너무 먼 길을 와버렸다.
그렇기에 정소림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오빠 정말 미안…. 내가 더러운 년이고 나쁜 년인 거 맞아. 그러니까…. 확실하게 대답해줬으면 해. 내가 바람피웠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바람피울 거니까, 나랑 헤어질 거야?”
“아니…. 아니야. 내가 어떻게 너랑 헤어져…. 그리고 앞으로 바람피우는 것도 괜찮아. 나 사실 네 사진하고 영상보면서 흥분하기도 했었다니까. 이런 성벽이 있는지 나도 몰랐어.”
그가 슬픈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정소림이 바람을 피웠지만, 헤어지지 못해서 지금까지 고통받고 있었다.
그런데 인제 와서 헤어진다니.
말도 안 된다.
“그래도 하나만 물어볼게. 네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나뿐인 거지? 그 회장 새끼랑은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거 맞지?”
그의 질문엔 절박함이 가득했다.
정소림은 살짝 흘러내린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했잖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빠뿐이라고…. 현우 씨…. 아니, 회장님은 큰돈의 대가로 내 몸을 원할 뿐이야…. 미안해, 오빠. 내가 이런 식으로 밖에 돈을 벌지 못해서.”
“아냐! 내가 더 미안하지. 애초에 내가 능력이…. 없으니까….”
됐다.
수용의 단계에 왔다.
정소림의 마음에 기쁨이 퍼졌다.
이제는 행복해질 일만 남았다.
그녀의 남자친구도 마음고생이 끝이다.
배신당했다고 여기니 마음이 아픈 거지.
인정하고 나면 당연한 일이 되니까.
“오빠. 이제 이런 이야기 그만하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것으로 됐어. 오빠가 나랑 헤어지지 않을 거라면…. 난 오빠를 평생 사랑할 거야. 우리 간만에 할까? 나 오늘 안에 싸도 되는 날이야.”
사실은 피임약을 먹고 있어서 그런 거지만….
정소림은 그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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