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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
정말 미워.
난 이렇게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데.
내 마음도 몰라주고, 체벌이라니.
아픈 거 싫어.
사랑받고 싶어.
예쁘다는 말 듣고 싶어.
같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
그러니까 한 대만 맞겠다고 말할까?
현우는 날 사랑하니까….
귀엽게 봐주지 않을까?
아니, 하지만….
“예린아. 뭐해? 네 주인님이 말하시는데. 대답 안 해?”
“아으….”
저년이 문제다.
항상 나를 때리고 괴롭히는 씨발년.
언젠가는 죽여버릴 거야.
응, 응, 현우와 행복한 시간을 왕창 즐기고 난 뒤에.
“다, 다섯 대…?”
한 대는 너무 적은 것 같고, 열 대는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중간 지점으로 타협했다.
하지만 현우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
“다섯 대? 너무 적은데? 잘못해서 맞는 건데 말이야. 그럼 열 배 올려서 오십 대로 하자.”
“윽…. 네, 네에…. 주인님….”
시발! 시발시발시발.
50대라니.
처음부터 1대를 불렀으면 10대가 되었을까?
아니, 그건 아니겠지.
밉다.
싫다.
체벌을 하려는 현우가 너무너무너무 미웠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현우가 너무너무너무너무 좋다.
휘익, 짜악!
“꺄아악! 한 대! 죄송합니다! 주인님. 감사합니다!”
시발!
매일매일 시달림을 당해 입에 붙어버린 말이 절로 나왔다.
엉덩이가 아파 죽겠는데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포랑의 말대로 예절과 참을성이라는 게 몸에 새겨졌다.
예전의 나였다면, 한 대 맞는 순간 펄쩍 뛰고 이리저리 굴렀을 텐데.
아니면 때린 놈에게 복수하기 위해 달려들거나.
지금은 굴욕적인 자세를 유지한 채, 사죄와 감사의 인사를 기계적으로 내뱉었다.
반복 학습의 효과였다.
이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더 큰 고통과 체벌이 온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에.
더 이상, 몸이 반항하지 않았다.
“그럼, 다음 타, 간다!”
휘이이익!
고무 주걱이 휘둘러졌다.
짜악!
강렬한 타격음 이후, 엉덩이에 불이 나는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
“아흐읏! 두 대! 죄송합니다. 주인님! 감사합니다!”
싫어.
이따위 짓.
정말 싫다.
아픈 거 정말 싫어어어어!
하지만 때리는 사람이 현우였다.
현우가 날 때리면 싫어지나?
설마, 그럴 리가.
아픈 게 싫은 거지, 현우는 여전히 좋다.
정말 좋아해 현우야.
내가 참아야 하는 거지?
응….
조금 더 참을게.
내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하으읏! 스, 스물한 대…. 하아…. 죄송합니다앗…! 주인님. 감사합니다! 읏….”
이상하다.
몸이 뜨거워.
아니, 엉덩이가 아파서 뜨거운 거 말고.
그보다 훨씬 더 안쪽.
보지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마치 강렬한 애무를 당할 때 같은 느낌.
왜지?
왜…?
엉덩이를 맞고 있는데 왜 흥분되는 거야?
말도 안 돼.
진짜 말도….
“아…!”
깨달았다.
현우라서 그런 거구나.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도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이 있었어.
현우에게 벌을 받으면서 아랫도리가 축축해졌었어.
그때는 애무와 섹스를 동시에 해서 그런 거라 여겼지만….
그게 아니었구나.
난 현우가 하는 모든 행위를 받아들이는 거구나.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포랑에게 당하는 체벌은 아프고 두렵기만 한데.
현우에게 당하는 체벌은 아프긴 하지만 짜릿함과 흥분도 같이 느껴졌다.
역시 현우다.
현우와 나 사이는 특별해.
아픈 걸 정말정말 싫어하는 난데.
이런 나한테도 흥분을 느끼게 할 수 있다니!
* * *
늦은 아침 시간의 헬스장.
이런저런 일로 바빴던 이현우가 일주일 만에 헬스장에 나왔다.
“오, 오랜만에 나오셨네요. 운동 파이팅 하세요.”
오늘도 카운터에는 전민지가 서 있다.
그녀와 이현우의 시선이 마주쳤다.
전민지는 이현우를 보고 눈에 띄게 당황했다.
그 사건 이후.
전민지는 의식적으로 이현우를 아무렇지 않게 대했다.
하지만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도 그럴게….
지금도 가끔 이현우와 보낸 밤이 생각났으니까.
남친보다 훨씬 커다란 자지와 절륜함.
그렇게까지 오르가즘을 느껴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이현우를 대할 때는 기합을 빡주고 최대한 연기를 했어야 하는데.
며칠 동안 헬스장에 나오지 않다가, 예고도 없이 등장하는 바람에 기합을 넣고 대하지 못했다.
“음? 민지 씨. 어디 아파요?”
“네? 아, 아뇨. 크흠. 흠…. 아픈 곳 없어요. 회원님도 몸 건강 챙기세요.”
“그런데 왜 눈을 피해요?”
흐음….
이리저리 눈을 돌리며 대화하는 전민지.
그녀를 보고 이현우가 생각했다.
이거 완전히 푹 익었네.
많은 여자를 거느리고 있는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찌르면 넘어온다.
100 퍼센트.
“제가요? 아닙니다.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 그랬나 봐요. 이제 운동하러 가세요. 저기 선배님 오시네요.”
잠깐 사이 기합을 넣은 전민지가 이현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 모습에 이현우가 입꼬리를 올렸다.
여기서 좀 더 밀어붙이고 싶지만.
아쉽게도 악마가 다가오는 중이라 그건 불가능했다.
“나 운동 끝나면 잠시 봐요. 마무리 운동하기 전에 저기 계단 쪽으로 올라갈 테니까. 따라오세요. 알겠죠?”
“네? 그게 무슨….”
“여어! 회원님. 드디어 나오셨군요. 바쁘신 일은 잘 마무리되었습니까?”
전민지가 이현우의 제안을 거절하려 했다.
하지만 다가온 헬스 트레이너 때문에 더 이상 대화를 이어 나가지 못했다.
“으윽…! 왜, 왜…. 평소보다….”
“하핫! 일주일이나 운동 쉬셨잖아요. 그동안 근손실이 얼마나 왔겠습니까. 그러니까 평소보다 빡세게 해야죠. 자, 다시 갑시다. 하나!”
악마놈이 평소보다 혹독하게 이현우를 굴린다.
하지만 이현우는 버텨냈다.
그동안 운동을 허투루 하지 않았다는 반증이었다.
헬스를 시작하고 한 달.
이제 이현우의 몸은 제법 봐줄 만한 정도가 되었다.
매일매일 섹스로 엄청난 열량을 소모했고.
악마 같은 트레이너의 체계적인 근성장 프로젝트를 진행하니, 몸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운동선수나 보디빌더 같은 체형이 되었다는 건 아니다.
그저 딱 보았을 때, 일반인치고는 몸이 괜찮네? 하는 정도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일주일이나 운동 빠지신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수행 능력은 일주일 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네요. 다행이에요. 그리고 체지방도 훨씬 더 줄었고.”
“….”
“하하핫, 그럼 쉐이크 꼭 챙겨 드시고. 마무리 운동도 꼭 하세요.”
악마의 시련이 끝났다.
이현우는 손끝 하나 움직일 힘도 없어, 악마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힘이 있어도 대답하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 좋은 소리가 아니라 욕설이었을 테니까.
악마가 떠나고.
이현우는 그 자리에 계속 누워 체력을 회복했다.
‘내일 근육통 오겠네.’
오랜만에 운동해서 그런지, 간만에 근육통이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기서 힘들다고 계속 쉬면 근육통이 더 심해지기만 할 뿐.
마무리 운동을 하러 가야지.
이현우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현우가 다니는 헬스장은 2층짜리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는 곳이었다.
헬스장으로 운영되기 위해 지어진 건물.
1층에는 여러 운동기구와 편의시설들이 있고.
2층에는 유산소 운동 공간과 락커룸, 샤워실 등이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이현우는 카운터로 슬쩍 눈을 돌렸다.
‘쳐다보고 있었네.’
이쪽을 보고 있던 전민지와 눈이 맞았다.
이현우는 가볍게 눈인사했다.
따라오라는 뜻.
그녀는 당연히 따라오겠지.
이현우는 아무 의심 없이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올랐다.
라커룸으로 향하는 복도.
사람이 붐비는 시간대엔 이곳도 사람이 자주 왕래한다.
하지만 아침 시간대에는 이 복도를 지나는 사람이 적다.
그렇긴 해도 언제든지 누가 올 수 있는 공간.
그렇기에 이현우는 라커룸을 지나쳤다.
그 너머에 있는 곳은 헬스장 사무실과 직원용 탈의실.
당연하게도 남녀가 나누어져 있다.
‘이 시간대의 여자 트레이너는 전민지 혼자.’
여자 탈의실에는 전민지 이외의 사람은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
마무리 운동을 하기에 딱 좋은 장소였다.
이현우는 망설임 없이 여자 탈의실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들어가기 전, 전민지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했다.
‘잘 따라오고 있네.’
이현우가 여자 탈의실 문을 여는 것을 본 전민지가 살짝 놀란 얼굴로 이현우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현우가 여자 탈의실 안으로 들어간다.
“현우 씨! 왜 여기에…?”
“여기가 남들이 들어서 좋을 것 없는 이야기를 하기엔 최적이니까요.”
“남들이 들어선 좋을 것 없는 이야기요…? 앗! 뭐, 뭐 하시는…!”
이현우가 전민지의 팔을 잡고 당겼다.
그녀가 이현우의 품속에 안겼다.
전민지는 준엘리트 체육인이다.
어릴 때부터 육상을 했고 체대 진학 후에는 헬스·피트니스, 재활 운동에 관심을 가져 트레이너로 진로를 잡았다.
그러한 그녀가 이현우의 팔힘을 견디지 못하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자, 잠깐만요. 우리 그때 일은 잊기로….”
“아니죠. 가끔 만나서 즐기는 사이가 되기로 했잖아요.”
“전 그 말에 대답한 기억이 없어요. 아앗, 엉덩이 만지지 마세요….”
“싫으시면 밀쳐내고 여기서 나가면 되잖아요? 민지 씨가 힘이 약한 것도 아니고. 저 정도는 그냥 밀어낼 수 있지 않아요?”
“그런….”
애플힙을 만지고 있는 이현우의 손이 점점 더 노골적이 되었다.
엉덩이를 꽉 쥐고, 흔들고, 골을 따라 중요한 부분까지 내려오기도 했다.
그의 손길을 느끼면서, 전민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중이었다.
‘밀어내야 하는데….’
이현우를 떼어내지 못하겠다.
왜 이럴까….
답은 이미 알고 있다.
그녀의 육체가 이현우를 원하고 있는 거다.
그날 이후, 남자친구와는 헤어지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시작은 남자친구가 먼저 했지만, 그녀도 바람피웠으니 누가 더 잘못했니 잘잘못을 따질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오랜 시간 사귀었으니 정리할 것이 많아 드라이하면서도 질척질척한 연락을 이어 나가는 중이었다.
이래저래 마음이 심란한 상태.
그러니까….
지금 잠시 다른 것은 잊어버리고 이현우에게 몸을 맡겨도 되지 않을까?
그가 주는 쾌락이라면.
질척한 이별 과정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 테니까.
“아…. 흣…. 여자친구한테 안 미안해요…?”
“글쎄요…. 여자친구가 모르면 미안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게다가 제 여자친구는 이해해주기로 했거든요.”
저번에도 같은 질문을 했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어떤 여자가 자기 남자가 다른 여자와 잠자리하는 걸 이해하겠나.
하지만 그런 거짓말을 들음으로써 마음은 조금 편해졌다.
“안 도망쳤다는 건. 제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거죠?”
“….”
전민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현우는 그 반응을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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