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
화순이 원망 어린 눈길로 이현우를 째려보았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뱃속의 진동이 줄어드는 일은 없었다.
지금 당장 펌프에서 내려와야 할까?
아니, 그렇게 했다간 저 집요한 변태는 더 화려하게 일을 벌일 거다.
“씨이…. 진짜 두고 봐….”
불만을 내뱉은 화순은 펌프에 집중했다.
음악에 맞춰질 속의 로터가 지랄을 떨어댄다.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보고 있었다.
‘두고 봐 진짜!’
화순은 이를 악물며 발판을 밟았다.
어떻게 쌓아 온 커리어인데.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다.
쾌감이 밀려오지만 최대한 무표정을 유지한다.
신음이 새어 나올 것 같지만 입을 절대 벌리지 않는다.
다리가 덜덜 떨리지만 그래도 움직인다.
하지만 얼굴이 붉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흐으…. 후우….”
앙 다문 입술의 틈을 비집고 신음이 흘러나왔다.
대체 이건 언제 끝나는 거야.
최대한 잔잔한 음악으로 고른 탓인지 음악 길이가 너무 길다.
빨리 이 쾌락을 끝내고 싶었다.
“잘하네.”
“몸매 죽인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이상을 눈치채지 못했다.
야한 소리에 이목이 쏠렸지만, 그 이후로 별 다른 것이 없으니 빠르게 잊은 것 같다.
평소와 같은 선망뿐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화순이 그토록 바라던 시간이 찾아왔다.
C-.
로터 때문에 집중이 흐트러져서 점수가 이것밖에 뜨지 못했다.
옛날이었다면 이 쉬운 곡에 이 정도 점수밖에 못 받아서 분해했겠으나.
지금은 끝나서 다행이라는 안도감만 가득했다.
“하아….”
다리에 힘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화순은 펌프 기계의 손잡이를 붙잡고 버텼다.
여기서 쓰러지면 너무 이목을 끌 테니까.
다행히 이현우도 생각이란 것이 있는지, 음악이 끝나자마자 진동을 해제했다.
“잘하던데?”
“오빠….”
이현우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화순이 서슬퍼런 눈길로 이현우를 쏘아본다.
이현우가 얄미운 웃음을 흘렸다.
“재미있었지?”
“재미는 무슨! 내가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알아? 들키면 어쩌려고…!”
“그 부분이 재밌는 거지. 들킬까 안 들킬까 하는 스릴. 아니었으면 방 안에서 딜도로 쑤시지, 왜 밖에까지 나와서 이런 일을 하겠어.”
“몰라! 어쨌든 데이트는 끝이야.”
“어? 내가 원하는 거 해준다면서? 나 아직 다 안 즐겼는데?”
“해줬잖아! 더 진행할 거면 추가 요금 받을 거야. 그리고…. 나 지금 완전 홍수야. 팬티 다 젖었어. 그러니까, 호텔로 돌아가자. 오빠.”
화순이 색기 가득한 눈길로 이현우를 쳐다보았다.
좀 더 화순을 데리고 다니려고 생각했는데….
저런 눈을 하면 거절할 수가 없잖아.
자지가 발딱 서니까 말이다.
“좋아. 얼른 돌아가자.”
오락실을 시작으로 백화점, 식당, 공원 등등 여러 곳을 돌아다닐 계획이었다.
하지만 화순의 색기에 이현우는 넘어가 버렸다.
“아! 이거야! 오빠앗! 내가 오빠 자지 얼마나 기대했는데! 하아! 존나 커! 존나 좋아아앗!”
십 몇 분 뒤.
두 사람은 호텔로 복귀했다.
급하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화순은 위법과 합법 사이를 넘나들며 최대 속도로 페달을 밟았다.
갈 때의 시간보다 올 때의 시간이 2배는 적게 들었다.
그리고 방으로 올라와 옷을 벗지도 않고 이현우를 덮쳤다.
침대에 눕혀진 이현우 위에 올라탄 그녀는 팬티만 젖히고 세워진 자지를 스스로 집어넣었다.
“보짓물이 진짜 많이 나왔네? 내 옷 다 젖어서 못쓰겠다.”
“흐으읏! 미아아안! 내가 하나 사줄게! 지금은 못 참아! 오빠도! 오빠도 밑에서 움직여줘. 허리 튕겨줘! 하앙! 하아아앗!”
화순이 섹스 중독자처럼 엉덩이를 움직였다.
큰손들에게 몸을 파는 그녀였기에 일주일에 최소 3, 4번은 섹스한다.
하지만 그 섹스에 만족은 없었다.
일이니까 당연하다.
하지만 이현우와의 섹스는 달랐다.
그와 섹스하면 싫어도 쾌락이 물 밀듯 들어와서 몸을 점령한다.
커다란 자지가 보지를 쑤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르가즘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이현우를 오매불망 기다릴 수밖에.
“아! 온다! 오빠아아아앗!”
그녀의 보지가 자지를 강하게 조였다.
그것 뿐만 아니라 꿀렁꿀렁하고 움직이며 오도방정을 떨어대었다.
오르가즘이 몸을 덮치며 화순이 커다란 신음과 함께 이현우의 몸 위로 엎어졌다.
“흐읏, 미쳐! 아아아아아아! 오빠아아! 하으으으읏…. 하아…. 하아….”
커다란 쾌락에 화순이 만족했다.
그녀의 얼굴엔 행복이 가득하다.
“후우, 오빠…. 아직 안 쌌네? 이번엔 오빠가 움직일래?”
“그러지. 제대로 누워봐.”
이번엔 정상위.
이현우의 공격 차례.
침대 위에서 다시 한번 화순의 비명 같은 신음이 터졌다.
“으아아…. 이젠 더 못해…. 진짜 짐승이야….”
침대 위에서 혹사 당한 화순이 손을 번쩍 올렸다.
항복이라는 뜻이었다.
“이제 겨우 세 번인데? 내 정액을 다 뽑아낼 것처럼 얘기하더니?”
“안돼. 무리, 무리. 나 한 명 가지고는 무리야. 오빠네 여캠하고 힘을 합치면 모를까….”
이현우가 주는 쾌락은 미쳤다고 말할 정도로 기분이 좋다.
하지만 기분 좋은 것에도 정도가 있지.
이현우가 세 번 쌀 동안, 화순은 일곱번이나 오르가즘을 느껴야 했다.
기절하지 않은 게 용할 정도로 체력을 너무 많이 썼다.
여기서 더 하면 분명 실신한다.
“쓰리썸하고 싶다고?”
“엑?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어. 다른 여자가 한 명 더 없으면 오빠 감당을 못한다고 했지. 흐음…. 오빠.”
“왜?”
“나 그냥 다른 큰손들하고는 빠이빠이하고 오빠 전속할까? 오빠는 돈도 많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쏴주는 것만큼 쏴줄 수 있잖아. 많이는 안 바랄게. 한 달에 200만개. 딱 그 정도면 되는데.”
화순이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로서는 이현우의 전속 창녀가 되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다.
여러 명을 상대하지 않아도 되고.
이현우와의 섹스는 노동이 아닌 여가 행위나 오락이었으니까.
하지만 이현우에겐 반대다.
화순을 독점하게 되면 큰손 형님들과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
게다가 코인만 쓰면 언제든지 따먹을 수 있는데 굳이?
이현우는 솔직하게 말했다.
“안돼. 형님들하고 나하고 관계가 있는데. 어떻게 그래. 내가 너 독점하겠다고 하면 형님들이 가만히 안 있을걸?”
“치…. 그건 그렇지만….”
화순도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큰손 중엔 사람 좋은 이도 있지만, 나쁜 이도 있기 마련이었다.
돈 많은 이들이 시기 질투에 빠지면 상대 쪽은 큰 곤란에 빠지게 된다.
이현우같이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귀찮아질 것이 틀림없었다.
“아앙. 아쉽다…. 오빠 전속되고 싶었는데.”
“그건 참아. 운동했더니 배고프네. 나가서 먹을까? 아니면 시켜 먹을래?”
“시켜 먹자아, 나 다리 떨려서 걷기 힘들어.”
화순과 단란한 시간을 보낸 뒤, 이현우는 호텔을 나섰다.
이제는 호텔에서 지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집 리모델링이 끝났다는 연락이 방금 막 들어왔으니까.
“사장님. 오셨습니까.”
“아하하. 사장님 아니라니까요.”
“아, 예. 딱히 부를 호칭이 없어서. 어쨌든 요구하신 대로 리모델링은 끝났습니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인테리어 사무소 소장이 이현우를 직접 안내했다.
그가 이런저런 설명을 한다.
“정문과 정원은 크게 건드린 것은 없습니다. 워낙 잘 지어져서요. 다만 녹이 슨 부분만 벗겨내고, 정원에 망가져 있던 조형과 파헤쳐져 있던 마당만 복구시킨 정도입니다. 이건 요구 사항에 없었지만, 저희 직원들이 워낙 센스가 넘쳐서요. 하하핫.”
계약할 때도 느꼈지만, 인테리어 사무소 소장은 투머치 토커의 기질이 있었다.
굳이 궁금하지 않은 것도 죄다 줄줄 쏟아낸다.
이현우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뒤를 따랐다.
“집 외부는 요청하신 대로 하자 있는 부분만 보수하는 쪽으로 진행했습니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건물이다 보니 외관이 많이 노후되었더군요. 특히 노출 콘크리트 외벽은 부분 보수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늘푸름 사무소의 실력으로 해결했습니다.”
“아, 예.”
그와 그의 직원들에 대한 자랑이 이어졌다.
분명 대충 대답하는 티를 팍팍 내는데, 이 아저씨는 수다를 멈출 줄 몰랐다.
“하핫. 이제 안으로 들어가시죠. 안에서는 또 놀라실 겁니다. 사장님의 요청을 완벽하게 수행했거든요.”
그리고 드디어.
이현우는 제일 궁금했던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오….”
그가 제일 처음 내뱉은 건 감탄이었다.
수다스러운 면모와는 별개로, 인테리어 사무소 소장의 실력은 진짜였다.
돈을 써가며 여러 곳의 인테리어 사무소를 돌아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화이트 앤 블랙이 적절하게 조합된 거실.
흰색과 검은색은 잘 못 쓰면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데, 늘푸름 사무소에서는 깔끔하면서도 고급져 보일 수 있도록 리모델링을 끝냈다.
“원래는 벽이 세워져 있어 폐쇄감을 주던 공간을 전부 터서 개방감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끝도 없이 이어지는 소장의 수다.
이현우는 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집 구경을 했다.
좋다. 아주 좋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내부가 아주 잘 빠졌다.
“아, 소장님. 다시 여쭤보는 건데. 나중에 집을 원래대로 돌릴 수도 있다고 하셨죠?”
집은 마음에 든다.
하지만 그는 이 집을 월세로 계약했다.
그 편이 세금에 도움이 된다고 했으니까.
당연히 집주인의 허락도 받았다.
하지만 나중에 계약을 끝낼 때, 집주인이 행패를 부리면 집을 원래 상태로 돌려줘야 한다고 들었다.
아니면 합의금을 배상하거나.
그래서 묻는 질문이다.
“예? 아, 예. 당연히 됩니다. 그래서 도면도 직접 재고, 사진도 다 찍어두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되돌릴 일이 있겠습니까?”
“모르죠. 저야 마음에 드는데, 집주인은 안 그럴 수도 있으니까요.”
“하하핫. 분명 집주인도 마음에 들 겁니다. 제 자랑은 아니지만, 제가 봐도 이 집은 정말 기깔나게 잘 빠졌어요. 안심해도 됩니다.”
“예. 그런 것 같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잔금은 예정한 날짜에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따로 드리는 금일봉입니다. 수고하신 직원분들이랑 회식하세요.”
“아이구, 이런 걸 다. 감사합니다. 역시 젊은 사장님이라 인심이 후하시네요.”
이현우가 품에서 200만원이 든 봉투를 꺼냈다.
오늘 둘러보고 리모델링이 마음에 들면 주려고 했던 봉투였다.
아주 마음에 들었으니, 200만원이 아깝지 않았다.
“그러면 먼저 가보겠습니다. 사장님.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보수 작업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전화주십시오. 항상 하시는 일 다 잘되시길 바랍니다.”
끝까지 말이 많은 인테리어 사무소 소장이 집을 떠났다.
홀로 남은 이현우는 마당에서 집을 바라보았다.
뭔가 가슴에서 울컥하는 느낌이 있었다.
이제야 진짜 성공했다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이현우가 스마트폰을 들었다.
이런 감각은 여자친구와 함께 나눠야지.
수신음이 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유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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