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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스토커요?”
최수현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오랜만에 이현우와 만나게 되어 잔뜩 들뜬 마음으로 왔는데.
갑자기 스토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차우식. 기억하지? 저번에 공방 대전에도 참여했었는데.”
“우식 씨요? 당연히 알죠. 오래된 팬인데요…. 그때 식당에서 오빠랑 다투기도 했었잖아요.”
“어, 그 차우식이 스토커야.”
“지, 진짜요…?”
“응. 지금도 이 근처에 있을걸? 너 나오는 것도 보고 있었을 테니까. 아, 두리번거리지는 말고.”
“네….”
최수현의 등줄기에 소름이 우수수 돋았다.
그녀는 무서움을 느끼는지 표정이 급속도로 안 좋아졌다.
이현우가 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펼쳤다.
“손 줘봐.”
“손이요? 여기….”
최수현은 갑작스러운 요구에도 얌전히 손을 그의 손 위에 올렸다.
이현우가 보드라운 손을 꽉 잡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 이미 조치는 해놨거든. 사실 그 놈이 스토커 짓 하는 걸 알게 된 건 꽤 됐는데. 감옥 보낼 수 있을 때까지 너한테는 말하지 않았던 거야. 그러니까 괜한 걱정은 할 필요 없어.”
“아, 오빠…. 고, 고맙습니다.”
“뭘. 이 정도는 당연히 해줘야지. 그건 그렇고. 네가 해줘야 할게 있어.”
“제, 제가요…?”
“응. 곧 법이 개정된다고는 하는데, 아직까진 스토킹 처벌법이 친고죄라서. 네가 직접 고소를 진행해야 하거든?”
“아, 네….”
“이미 고소 대리인…. 그러니까 변호사는 다 준비해뒀는데, 이건 네가 직접 의사 표현을 해야 하는 거라서. 할 거지?”
“오빠는 제가 고소하길 바라는 거죠?”
“그래. 네 주변에 더러운 벌레가 있는 건 보기 싫으니까. 이사하기 전에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러면 할게요. 어떻게 하면 돼요?”
이현우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최수현에게 넘겨준다.
“여,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최수현 씨 되시죠? 반갑습니다. 이현우 씨에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법무법인 태청 소속 파트너 변호사 김정무입니다. 최수현 씨가 피해를 받고 계신 이번 스토킹 사건에 고소 대리 및 조사 대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아, 네, 네…. 제가 뭘 하면 되나요?”
“특별하게 신경 쓰실 것은 많이 없습니다. 다만, 서류적인 부분에서….”
최수현은 이현우가 섭외한 변호사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것저것 듣게 되었다.
통화가 끝나고, 최수현은 안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스토커가 있다는 걸 방금 알게 되었는데.
이현우는 모든 걸 철저하게 준비해두었다.
이현우가 하는 일이니 믿을 수 있다.
앞으로는 차우식의 얼굴을 볼 일은 절대 없을 것 같다.
“후우….”
“잘했어. 걱정하지 마. 오늘 안에 모든 일이 다 끝날 거니까.”
“아, 네. 걱정 안 해요. 오빠가 있으니까요.”
“하핫. 그래. 그러면 이제 건설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수현아. 버튜버 시험 방송한 거 봤어.”
최수현은 버튜버로 전향을 꿈꾸고 있었다.
그래서 며칠 전엔 직접 구매하고 꾸민 아바타로 시험 방송도 진행했다.
이현우의 욕망 때문에 진행한 부캐 방송 말고, 그녀의 본캐 방송으로 진행했었다.
“아, 네! 알아요. 오빠가 그때 후원도 해주셨잖아요.”
“어, 그랬지. 그런데 그때는 말 안 했는데. 왜 그렇게 투자를 안 했어? 내가 보기엔 아바타도 그렇고, 배경이나 페이셜도 어색한 것 같던데. 혹시 많이 힘든 상황이야? 나한테 말하지 않은 빚이 있다거나?”
이현우가 최수현 방송의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그녀의 버튜버 방송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싼티.
돈을 들이지 않았다는 티가 확 느껴졌다.
빈티지 컨셉이 아니라, 그냥 버튜버 유행에 발 한 번 담가보려고 대충 만든 것 같다고나 할까.
그녀가 이미 성공한 BJ라면 그렇게 해도 상관없었을 것이다.
대충 하더라도 방송을 봐줄 충성팬이 많으니까.
그리고 꼭 버튜버를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방송을 이끌어나갈 수 있으니까.
하지만 최수현은 버튜버로 전향해서 방송 체급을 키우고, 시청자를 늘리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남들보다 떨어지는 퀄리티로 성공할 수 있을까?
딱 보기에도 썸네일을 클릭하고 싶지 않게 생겼는데?
절대 불가능하다.
“아뇨. 빚 없어요. 그런게 아니라…. 성공할지 아닐지 모르니까…. 투자는 최소한으로 하고 싶었어요. 생각보다 아바타가 비싸더라고요….”
버튜버가 사용하는 아바타의 가격은 천 원대의 가격부터 몇 천만원의 가격까지 천차만별이었다.
당연히 퀄리티도 가격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버튜버들은 최소 몇 백 만원 짜리의 아바타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아…. 수현아.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 성공을 갈망하면 할수록 최대한 많은 돈을 써야…. 아니다. 지금 통장에 얼마 있어?”
“네? 통장에요? 어…. 잠시만요….”
최수현이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녀가 폰뱅킹을 통해 통장 잔액을 확인한다.
“1억 5천 정도 있어요.”
“아바타에 아끼지 않을 만큼 있네.”
“하, 하지만…. 여기서 1억은 세금 내야해서 놔둬야 하고. 나머지는 생활비나 저축 생각하면 쓸 수 있는 돈은 그렇게 많지 않아서요….”
“1억은 놔둔다 쳐도 5천은 쓸 수 있잖아? 그리고 앞으로는 내 집에서 함께 생활할 건데 무슨 생활비 걱정이야.”
“아….”
“내 말 들어. 두 눈 딱 감고 5천만 원으로 아바타랑 배경이랑 VR트래커, 페이셜 등에 모두 투자해. 만약 망하면 그 돈 내가 다 메꿔줄 테니까.”
“저, 정말요?”
“내가 거짓말하는 거 봤어? 그렇다고 너무 막 하지는 말고. 무조건 성공한다고 생각하고 한번 열심히 해봐. 할 수 있지?”
“네! 가, 감사합니다! 오빠!”
최수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이현우의 입가엔 미소가 자리 잡고 있다.
“대신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야겠어.”
“네! 뭐든지 말만 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다 할게요.”
“응. 수현이 네가 할 수 있는 일이야. 사실은….”
이현우는 이예린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그녀 덕분에 차우식을 꾀어낼 수 있었고, 현행범으로 만들어 감옥에 갈 계획을 실행할 수 있었다고.
“아…. 그러면 제가 달링에게…. 아니, 예린 언니에게 감사 인사를 하면 되는 걸까요?”
“응. 비슷해.”
“비슷하다고요?”
“응. 말로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게 조금 다르긴 하지만.”
“몸으로요?”
최수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현우가 말을 이었다.
“사실 이번 일 해결해주면 예린이한테 상을 주기로 했거든. 하루 종일 같이 침대에 있어 주는 상. 보지가 망가질 때까지 박아준다는 거지.”
“아….”
이현우의 적나라한 표현에 최수현이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현우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런데 거기서 네가 보조를 해줬으면 해.”
“네, 네? 제가 뭐, 뭘 해요?”
“보조. 쉽게 말해 쓰리썸을 하자고. 난 이번 기회에 두 사람이 친해졌으면 하거든. 앞으로 한 지붕 아래서 같이 살게 될 건데. 누구 하나라도 불편한 감정이 있으면 힘들잖아?”
이예린이라면 최수현과 같이 살든 말든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이현우의 기쁨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도록 조교 되었으니까.
오히려 기뻐할 수도 있다.
이현우가 사용할 구멍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최수현은 달랐다.
방송할 때를 제외하면 소심의 극을 달리는 게 그녀였다.
그러니 아직도 이예린의 이름만 들어도 흠칫거리며 몸을 떨지.
“힘들 것 같아?”
“…. 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응. 괜찮아. 시간 많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두, 세 시간? 경찰한테 그 녀석 넘기고 마무리까지 하면 그 정도는 걸릴 테니까.”
“아, 네….”
2, 3시간은 전혀 많은 시간이 아니었다.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고개를 살짝 숙인 최수현이 치열한 고민에 빠졌다.
쓰리썸?
이렇게 갑자기?
물론 이현우에게 여자가 많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걸 알고 만나는 거였고, 그녀를 만나주기만 한다면 만족하려 했다.
그런데 이런 요구를 너무 아무렇지 않게 하다니.
아니….
곧 한집에서 살면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서 그런 걸까?
커다란 집에 여자만 다섯? 혹은 여섯.
남자는 이현우 혼자.
게다가 모인 여자들은 전부 다 이현우와 육체관계를 가진 여자들.
그렇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이현우가 한 집에 모은 여자들을 마음껏 따먹으리라는 사실을.
‘이걸 먼저 생각했어야 하는데.’
이현우에게 입주 권유를 받았을 때, 다른 여자들의 존재를 깊게 생각했어야 했다.
그저 비싼 집에서 이현우와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뜨기만 했다.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라면….’
이제 와 입주를 하지 않는다는 길은 없다.
집주인에게도 방을 빼겠다는 말을 해뒀으니까.
인생 첫 쓰리썸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하게 될 줄도 몰랐고.
하지만 최수현은 각오를 굳혔다.
‘오빠랑 하는 거니까….’
“할게요.”
최수현이 굳은 각오를 다지고 말했다.
이현우는 이렇게 될 것을 알았다는 것처럼 당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각했어.”
몇 시간 뒤.
이현우와 최수현은 호텔 방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
“여기 오는 것도 이제 마지막일 것 같네.”
“네? 아, 네. 이, 이사하니까요….”
“왜 그렇게 긴장하고 있어?”
“아하하….”
최수현의 머릿속엔 쓰리썸만 가득했다.
그것도 상대 중 하나가 이예린이다.
그녀를 만나면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머리채도 붙잡았던 여자.
긴장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예린이가 무서워서 그래?”
“…. 조, 조금…?”
“그럴 수 있지. 걔가 보통은 아니니까. 하지만 걱정 안 해도 돼. 내가 잘 지내라고 말해뒀으니까.”
“네….”
이현우의 말에 전혀 안심되지 않는다.
말한다고 들을 사람이었으면 이런저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그리고 본인한테 사과도 받지 않았나.
그러니까 괜찮을 거다.
“진짜라니까? 와서 보면 알 거야. 오자마자 어떻게 행동하는지 봐.”
“후우, 알겠어요.”
그래.
이현우도 옆에 있는데 별일이 일어나진 않을 거다.
그리고 차우식의 범행을 밝히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고도 하니.
이번 기회에 친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최수현은 그리 생각하며 마음을 단단히 먹으려 했다.
똑똑.
“히끅!”
하지만 노크 소리가 들리자마자 몸이 절로 반응했다.
의연하게 대처하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지를 않았다.
“왔나 보다.”
이현우가 침대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다가갔다.
문이 열리고, 이예린이 안으로 들어온다.
“주인…. 아! 현우야….”
“주인님이라고 해. 앞으로 같이 살 여자들은 괜찮으니까. 얘네들 앞에서도 숨기고 살 순 없지 않겠어?”
“네. 주인님. 맡겨주신 일 완벽하게 처리하고 왔습니다. 모두 주인님이 신경 써주신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
저게 뭐야?
최수현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 무시무시한 이예린이 이현우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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