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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무한 능력으로 BJ 따먹기-217화 (217/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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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말은 끝나지 않고 이어졌다.

“그리고 방송을 자세히 안 보신 것 같은데. 이건 도박이라기보다는 기부에 가깝습니다. 세상에 어느 도박이 꽝도 없고, 꼴등조차 투자한 돈보다 배로 불려준다고 합니까?”

“네…?”

예상대로.

가로수는 이유나의 방송을 보지도 않고 전화를 건 것 같았다.

하긴, 대표의 위치에 있으니 개인 방송을 볼 시간은 없겠지.

그저 아래에서 보고받고, 이현우에게 전화한 것이 전부일 것이다.

“아직 방송 안 보셨죠?”

“아, 그게…. 예. 사실은 그렇습니다. 뽑기 방송을 한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만….”

가로수가 진땀을 흘리며 말했다.

이현우의 예상대로 그는 부하 직원의 보고를 받고 이현우에게 전화를 건 것뿐이었다.

그에게 양해를 구하기 위해서 말이다.

사실 꼬레아TV에선 뽑기 방송이나 도박 방송도 어느 정도 유도리 있게 봐주는 편이었다.

그게 수익에 도움이 되니까.

하지만 실시간 시청자 랭킹 1위를 하는 방송이 대놓고 뽑기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게다가 모든 BJ를 모집해서 한다?

그러면 바로 방통위에게 징계를 먹을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그래서 이현우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인데….

그의 말대로 꽝이 없고, 뽑기를 한 사람이 보다 큰 현금을 가져간다면 도박이라고 볼 수 없었다.

‘이 자식을 진짜….’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가로수는 급히 보고할 사항이 있다며 대표실을 찾은 직원을 노려보았다.

보고를 할 거면 잘 알아보고 해야지.

뭐가 급하다고 앞뒤 상황도 재지 않고 달려온 것인지.

부하 직원에게 화풀이하는 건 나중에 해도 괜찮다.

일단 중요한 것은 이현우의 기분을 맞춰주는 거였다.

이현우는 꼬레아TV의 매출을 2배나 증가시켜준 큰손 중의 큰손이었다.

그의 기분을 상하게하고 신뢰를 잃어버리는 일은 대가가 컸다.

“죄송합니다.”

말을 이리저리 돌리길 좋아하는 가로수가 곧바로 사과부터 했다.

그의 철칙이다.

좋은 이야기는 미사여구를 잔뜩 붙이지만, 안 좋은 이야기는 직선적으로 말하는 것.

“제가 보고만 받고 마음이 너무 앞섰던 것 같습니다. 이현우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행성 도박이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네요.”

“예. 이제라도 알아주시니 됐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대신이라고는 말하기 뭐하지만…. 꼬레아TV의 서비스 정책에 불만이 있으신 건 없으십니까? 예를 들면 열혈팬 전용 채팅 이모티콘 같은 것을 만들어달라거나 하는 것요. 제가 원래 외부 의견은 잘 받지 않는 편인데…. 이현우 씨의 의견이라면 심사숙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흐음….”

이현우가 고민하는 소리를 내었다.

실수에 대한 보상인가?

서비스 정책에 대한 의견을 수용하겠다니.

한 번 실수에 대한 보상치고는 과했다.

하지만 굳이 받지 않을 필요도 없지.

“그렇다면 위장 닉 아이템 같은 건 어떨까요?”

“위장 닉이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제가 꽤 유명해지다 보니 알아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생겨서요. 그렇다고 닉을 바꾸면 24시간 제한에 걸려서 제 닉을 뺏길 수도 있는 문제 아닙니까? 부캐를 만들자니, 만드는 것도 번거롭고 충전을 또 하는 것도 번거로우니…. 제 닉과 아이디를 위장할 수 있는 아이템 같은 게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요?”

“아…. 예. 좋은 아이디어네요. 이현우 씨뿐만 아니라 BJ들도 활용해서 재밌는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상품 같습니다. 회의를 거칠 것도 없네요. 바로 도입하도록 하겠습니다.”

가로수는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지, 거침없이 이현우의 제안을 수락했다.

‘재밌어지겠어.’

가로수와의 통화를 끝낸 이현우가 미소 지었다.

그가 실수했다곤 하지만 이현우의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전화를 걸어준 것부터가 이현우를 너무 신경 써서 그런 것 아니었겠나.

그에게 허락도 구하지 않고 이유나의 방송을 정지시켰다면 정말 기분이 나빠졌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으니 된 거다.

그보다 위장 아이템.

이현우에게 위장 아이템의 효용 가치는 분명했다.

아이디와 닉을 위장하고 그가 후원하는 여캠들을 떠보는 것.

많은 돈을 주는 새로운 큰손이 왔을 때, 그의 여자들은 어떻게 반응할지.

벌써 궁금해졌다.

“하아…. 후우…. 벌써 준비한 컨텐츠가 모두 끝났네요. 여기까지 방송을 봐주신 모든 분 너무 감사합니다. 내일 방송에선 퀵뷰와 구독 선물이 없겠지만…. 그래도 찾아와줄 거죠? 그렇게 믿고 있을게요. 그러면 여러분. 내일 봐요! 안녕!”

두 시간 뒤.

컨텐츠를 끝마친 이유나가 방종 인사를 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방송을 더 했겠지만, 오늘은 큰 컨텐츠를 진행했던 날이니 조금 더 일찍 끝내는 게 맞았다.

퀵뷰와 구독을 더 이상 주지 않는다면 시청자가 훅훅 빠지고, 그걸 본 악질들이 난리를 쳐댈 테니까.

충성 팬들과 새롭게 팬이 된 이들만 이끌고 방송을 하려면 내일 켜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다.

“오빠!”

방송이 끝나자마자 이유나는 스마트폰을 들었다.

전화를 거는 대상은 당연히 이현우.

그녀가 전화를 걸자마자 이현우가 전화를 받았다.

“수고했어.”

“응, 저 진짜 수고했어요. 그러니까 칭찬 잔뜩 해줘요.”

“얼른 와. 칭찬해 줄 테니까.”

“앗…. 그런 칭찬을 말한게 아닌데….”

“싫어?”

“아뇨. 너무 좋아서요. 택시 타고 금방 갈게요. 조금만 기다려줘요.”

“기다리고 있을게. 빨리 와.”

뚝 하고 전화가 끊겼다.

이현우의 목소리를 더 듣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

외출 준비를 빠르게 끝내야 그의 얼굴을 더 빨리 볼 수 있을 테니까.

방송용 세팅을 하고 있으니 외출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틀린 생각이다.

방송하는 동안 쌓인 후원에 리액션을 하느라 땀을 굉장히 많이 흘렸으니까.

이현우에게 땀 냄새를 풍긴 채 가는 건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와…. 이거 너무 야한 거 아니야?’

샤워를 마친 이유나가 수건 한 장으로 몸을 가린 채로 방안에 들어왔다.

그리고 속옷 한 장을 들어 올리고 입을 쩍 벌렸다.

검은색 레이스 속옷은 촘촘한 망사라도 되는 것인지 손바닥 모양과 색이 전부 다 비쳤다.

그녀가 산 속옷이 아니라 이현우가 사준 속옷이었다.

지난번, 가구를 사러 갔을 때 이것저것 많이 샀었는데 그중에는 속옷도 있었다.

그때, ‘속옷은 너한테만 사주는 거야.’ 라 말에 기분이 좀 풀렸었지.

“누나! 형님 만나러 가는 거지? 왁! 시발?”

이걸 입을까? 말까?

이유나가 고민하고 있는데 방문이 확 열렸다.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동생 놈이다.

이지훈이 그녀가 들고 있는 속옷을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야! 노크하라고 몇 번을 말해! 몇 번을!”

이유나가 빠르게 속옷을 등 뒤로 숨기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발길질했다.

그 탓에 맨다리가 보이고, 몸을 싸고 있는 수건이 아슬아슬해졌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동생 놈에게 몸을 보이는 건 부끄럽지도 않고 창피하지도 않았으니까.

오히려 야한 속옷을 들킨 것이 더 부끄러웠다.

“아윽! 그만 좀 때려! 이거 가정 폭력이야!”

“그럼 신고해! 신고하라고! 나가!”

“아니, 잠깐만! 형님한테 가는 거면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안돼! 꺼져!”

칫.

단호한 누나의 대답에 이지훈이 혀를 찼다.

그는 피나는 노력으로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모두 이수했다.

이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에 가지 않았을까 싶은 노력이었다.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대로 사업 계획서를 작성했다.

그걸 이현우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요즘 그는 바쁜지 통 시간을 내지 못했다.

“그러면 형님한테 말해서 언제 시간이 나는지 물어봐줘. 요즘은 내 까톡도 잘 안 본단 말이야.”

“우리 오빠가 얼마나 바쁜데, 너까지 챙겨?”

“아 그러지 말고. 나 형님이랑 진짜 할 얘기 있단 말이야.”

이유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

둘이서 무언가를 주고 받고 있다는 건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도통 뭔지 알려주질 않았다.

이현우도 남자끼리의 약속이라며 입을 다물었다.

“너 하는 거 봐서.”

“칫. 됐어. 그리고 남자들은 그렇게 대놓고 야한 거 싫어하거든? 오히려 은은한게 좋을걸?”

“야!”

“메롱!”

이유나가 손에 집히는 물건을 그에게 집어 던지려 했다.

하지만 제 누나의 성질을 잘 알고 있는 이지훈은 혀를 낼름 내밀고는 서둘러 방을 빠져나갔다.

“….”

너무 야하긴 하지?

다시 혼자가 된 이유나가 고민을 시작했다.

그녀가 보기에도 엄청 야한 속옷이었다.

진짜 남자 취향이 아닌 건가?

아니, 그런 거면 이현우가 이런 속옷을 사주지 않았겠지.

그의 취향이라서 야한 속옷을 선물한 거 아닐까?

“앗, 시간이….”

고민하는 사이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고.

예약한 택시가 올 시간이 다 되었다.

이유나는 그냥 속옷을 입기로 했다.

오늘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현우 세트를 착용하고 싶었다.

“나 갔다 올 거니까, 집 어지르지 말고 있어. 특히 친구 데려오면 죽여버릴 거니까 그렇게 알아.”

“어? 오늘 안와?”

“올 거야!”

거짓말이다.

오늘은 이현우의 집에서 보내는 첫날이었다.

지난번에는 그저 구경도 하고 가구도 채울 겸 간 것뿐이고.

오늘이 제대로 놀러 가는 날.

그러니 그의 집에서 자고 올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했다.

하지만 집을 비운다고 말하는 순간 이지훈은 분명 집을 개판 쳐놓을 것이 분명했다.

“몇 시에 오는데?”

“몰라. 열두 시 전까지는 올 테니까, 저녁 먹고 있어. 혼자라고 배달만 시켜 먹지 말고. 반찬 꺼내서 밥해먹어.”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얼른 가.”

“어휴.”

왜 동생만 보면 한숨이 먼저 나오는 것인지.

저런 생물이 앞으로 잘 살아갈 수나 있을지 걱정이었다.

남매는 원래 이런가?

이유나는 그런 생각을 집에 남겨두고, 서둘러 계단을 내려와 택시를 탔다.

“감사합니다.”

이현우의 집 앞.

다시 보아도 대궐 같은 집이었다.

성벽처럼 높은 벽돌 벽 사이에 있는 철문.

이유나가 다가가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자 곧바로 삐익 하는 소리가 나며 대문이 열렸다.

계단을 몇 개 오르면 보이는 넓은 마당.

그리고 돌길 끝에는 3층 짜리 커다란 주택이 있다.

이유나가 또각또각하며 돌길을 걸었다.

하이힐을 잘 신지 않는 그녀지만, 이현우가 선물해 준 것이니 신고 왔다.

너무 오랜만에 신는 하이힐이라 발목이 꺾일까 걸음이 조심스러워졌다.

돌길의 절반쯤 걸었을까.

주택의 현관문이 활짝 열렸다.

이현우다.

“오빠!”

이유나가 밝은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달려갔다.

그러다 돌길의 틈 사이에 굽이 빠졌고 그녀가 몸을 휘청였다.

“유나야. 어이쿠, 조심해. 그러다 넘어져.”

큰 사고는 없었다.

마주 걸어오던 이현우가 그녀를 붙잡았으니까.

“헤헤헷. 이렇게 오빠가 잡아주면 되죠.”

이유나가 사랑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참을 수 없게 된 이현우는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뽀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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