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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가 시원하게 내지른 발언에 주작 논란은 금방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이현우의 이미지가 실추되었다.
돈 잘 쓰는 좋은 형으로 인식되던 그에게 안티가 생겼다.
그들은 앞으로 이현우에 관한 게시글이나 소식에 악플을 달고, 악의적인 말을 쏟아낼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현우는 그런 이들을 좆도 신경 쓰지 않았다.
패배한 개들의 짖음은 들어줄 필요가 없다.
아, 꼬우면 코인 쏘고 말하던가. ㄹㅇㅋㅋ.
회장픽 이벤트 매치는 성황리에 끝이 났다.
처참한 실력인 김하나가 게임을 질 때마다, 재경기가 진행되었고.
시청자들은 주작주작 거리면서도 재미있게 방송을 시청했다.
이건 해설로 초대한 3대장의 힘이 컸다.
그들이 이현우의 개입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풀어내 준 덕분이었다.
재경기할 때마다 일꾼 1, 2개씩을 더 빼게 만든 김하나가 결국 우승했고.
약속한 대로 그녀에게 이벤트 매치의 화제성을 안겨줄 수 있었다.
물론, 이현우에게 안티가 생긴 것처럼 좋은 쪽의 화제만 몰린 건 아니었다.
악질이나 안티도 그녀에게 생긴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이 정도는 그녀가 감내할 부분이니, 이현우는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일부 불편한 이들을 제외하면 모두가 즐거운 이벤트였다.
3 대장들은 이현우와 인맥이 생겨서 좋고.
김하나는 그토록 바라던 영향력이 생겨서 좋고.
시청자들은 즐거워서 좋고.
다른 여캠들은 30만개씩 챙겨서 좋았다.
* * *
“여기.”
강남의 한 카페.
도도한 자태로 앉아있던 이예린이 누군가를 발견하고 손을 살짝 들었다.
그 모습에 상대방이 흠칫 몸을 떨었다.
초식 동물 같은 행동이었다.
“놀라긴. 여기 와서 앉아. 커피는 이미 시켜놨어. 아메리카노 먹을 줄 알지?”
“네….”
이예린에게 연락받고 약속 장소에 나온 최수현.
그녀가 떨리는 표정을 가리려 노력하며 이예린 앞으로 다가섰다.
이 자리에 나오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어젯밤 갑자기 걸려 온 이예린의 전화.
그리고 긴밀히 만나서 할 이야기가 있다는 그녀의 말.
이현우에게 알려야 하는지 고민도 엄청나게 했다.
하지만 웬만하면 이현우에게 알리지 말아줬으면 한다는 말에 연락하지는 않았다.
이예린에게 친근감이 있거나 호감이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지금도 살짝 무서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그래도 이예린이 그녀를 위해 스토커를 처리해줬다는 걸 알고 난 뒤, 예전보다는 무서운 이미지가 줄었다.
그래서 이 자리에 나올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꼭 쥐고 있는 스마트폰에는 이현우의 전화번호가 떠 있었다.
버튼만 누르면 이현우에게 바로 전화를 걸 수 있게 조치해 둔 것이다.
“왜, 왜 부르신 거예요…?”
“성격도 급하긴.”
이예린이 눈웃음을 지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집착하는 그녀였다.
그 말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데 능하다는 말이기도 했다.
이예린에겐 최수현의 감정 상태가 훤히 보였다.
그녀는 귀엽게 보일 정도로 무척이나 떨고 있다.
마치 늑대 앞에 버려진 토끼처럼 말이다.
‘귀엽네. 잡아먹고 싶은 정도로.’
심약하고 유약한 여자다.
지금 당장 이현우의 앞에서 치워버릴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이예린은 그런 생각을 했지만, 행동으로 옮길 마음은 없었다.
그렇게 하면 이현우가 싫어할 테니까.
그녀는 정말로 이현우의 행복을 위해 사는 노예로 재탄생했다.
아직 그에 대한 집착과 독점욕은 버리지 못했지만 말이다.
“본론을 원하는 것 같으니까, 바로 얘기할게. 앞으로 합숙…. 이라고 해야 하나? 현우 집에서 다른 여캠들하고 같이 살게 되는데. 너도 거기 들어오지?”
“네….”
“그래서 부른 거야.”
“네?”
이예린의 말을 최수현이 알아듣지 못하고 되물었다.
그 모습에 이예린이 보라는 듯 한숨을 쉬었다.
“이래서야…. 너 본격적으로 다 모이기 전에 나랑 만나게 된 걸 행운으로 생각해. 자, 생각이란걸 해보자. 현우가 지금 후원하는 여캠이 몇 명?”
“이, 일곱이요.”
“그렇지. 그중에서 현우 집에 들어오는 사람은 몇 명일 것 같아? 일곱명 전부 다는 아니더라도, 최소 다섯명은 들어오겠지? 거기에 무슨 헬스 트레이너도 들어온다고 하던데. 그러면 여섯명. 현우 성격에 다른 여자를 더 늘릴 수도 있으니까…. 맥시멈 열 명이라고 가정을 해보자.”
“여, 열 명이요?”
“가정이야. 가정. 그런데 꼭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는 가정. 만약 열 명이 함께 현우와 같이 생활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아…. 많이 북적북적할 것 같네요….”
“그뿐만이 아니지. 열 명이 현우 한 명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거야. 현우의 애정과 관심, 사랑을 얻기 위해서. 단순 계산으로도 10명이면 한 달에 세 번밖에 기회가 없어.”
“….”
이예린의 말에 최수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현우와 한 지붕 아래서 생활하는 것에 들뜨기만 했지, 이런 것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않은 탓이다.
“그런데 이건 산술적 계산일 뿐이지. 사람 마음이라는 게 어디 덧셈과 뺄셈처럼 딱딱 나눠서 떨어지니? 중요한 건 현우의 마음을 사로잡는 거야.”
“마음이요…?”
“그래. 그러니까 나한테 협력해. 네가 나를 도와주면 내 바로 아래 서열로 대접해줄게. 다른 년들이 깝칠 때도 도와주고. 둘이서 현우의 마음을 완벽하게 사로잡은 뒤에 현우의 사랑을 듬뿍 받자는 거지.”
이예린의 제안에 최수현의 두 눈이 반짝였다.
최수현은 여자들의 사회가 얼마나 잔인한지 알고 있었다.
끝없는 탐색과 견제가 포함된 심리전.
거기서 탈락하게 되면 최하위 서열이 된다.
학창 시절, 소심한 성격을 가진 그녀는 하위 서열이 될 뻔했지만.
다행히 얼굴이 예뻤던 덕분에 최하위 서열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치력과 친화력이 부족했던 탓에 남자에게 꼬리치는 년으로 찍혀서 한동안 왕따를 당한 적은 있었다.
이현우가 후원하는 여캠들이 다 모여 살게 되면 그런 여자 사회가 펼쳐지게 된다.
기 싸움, 정치 싸움, 뒷 담화가 일상인 삶.
거기에서 제일 강할 것 같은 이는 누구인가?
누가 봐도 미친년이 달링이 제일 강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조, 좋아요. 제, 제가 뭘 하면 되나요? 언니.”
최수현이 이예린의 제안을 승낙했다.
이예린에 대한 호칭이 언니로 변했다.
“후후훗. 좋아. 이제 우리 연합한 거다? 일단은 정보 수집부터 해야지. 혹시 현우가 후원하는 여캠들 중에 연락하는 사람 있어?”
* * *
“소림아…. 여긴 너무 비싸지 않을까…?”
이현우의 저택이 있는 동네.
정소림과 장재열이 집 구경을 왔다.
한눈에 보아도 수십억씩 하는 비싼 집들 뿐이었다.
한심한 소리를 하는 장재열.
정소림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저기, 소장님. 잠시만요. 잠시 둘이서 얘기 좀 해도 될까요?”
“아, 예. 그러시죠. 그런 시간이 필요하죠. 잠시 담배 좀 피우고 오겠습니다.”
부동산 소장이 나갔다.
그리고 정소림이 장재열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손이 거침없이 장재열의 고간을 붙잡았다.
딱딱한 정조대의 감촉이 느껴진다.
“윽….”
“오빠, 한심한 소리 할 거야? 회장님이 분명히 회장님 집 근처에 집을 구하라고 했잖아. 돈이 부족하면 빌려주겠다고도 했고. 아니면…. 회장님 집에 들어가서 살고 싶어? 진짜 그걸 바래?”
장재열이 고통스럽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를 매도하는 정소림.
진짜로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쏘아보는 정소림.
그런데도 어째서 발기를 하는지….
발기하면 작은 고추가 정조대에 끼어서 고통을 받는데도, 그의 고추는 발기한다.
“아니, 아니야…. 내가 미안. 잘못했어.”
그가 잘못을 시인하고.
그제서야 정소림의 손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녀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응. 잘 말했어 오빠. 나도 미안해. 오빠도 우리 통장을 걱정해서 한 말인데. 내가 좀 심했지.”
“아니, 아니야. 내가 잘못 말한 건데…. 뭘….”
“그러면 이 집으로 할까? 둘이 살기에 좀 큰 것 같긴 하지만, 나중에 아이를 낳았을 때 생각하면 방에 여유가 더 있는 게 좋으니까.”
이현우의 집과 걸어서 3분 거리의 집.
이현우가 살고 있는 곳처럼 3층짜리 140평 저택은 아니었다.
40평 정도의 자그마한 주택이다.
이 동네는 40평짜리 주택이라도 엄청나게 비싸지만.
이현우에게 받는 돈이 많으니 괜찮았다.
게다가 월세로 들어올 생각이기도 하니까.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
“착하다. 착해. 오늘 밤엔 상으로 딸딸이 칠 수 있게 해줄게.”
장재열이 정소림의 제안을 승낙했다.
그러자 정소림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상을 내렸다.
지금 그가 제일 바라고 있는 상이다.
벌써 2주나 딸딸이를 치지 못했다.
장재열의 안색이 확 밝아졌다.
“지, 진짜?”
“응. 이번에 새로 찍은 신작도 있거든? 그거 보면서 딸딸이 치면 딱 좋겠다.”
“고마워. 소림아. 사랑해.”
“나도 사랑해. 오빠. 우리 계속 행복하자.”
장재열이 정소림을 껴안았다.
그의 입가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정소림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장재열을 마주 껴안았다.
이후, 부동산 소장을 불러 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 당장 계약을 하겠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이 집이 좋으니, 나중에 날짜를 잡아 계약을 하자는 소리였다.
“이대로 집에 돌아가기도 아쉬운데…. 데이트나 할까?”
“응? 데이트? 우리 지금 회장님네 가야 하는데?”
“어…? 거긴 왜…?”
“여기까지 왔는데 회장님 집을 안찾아 갈 순 없잖아.”
정소림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너무 당당한 모습에 장재열은 반론을 제시할 수도 없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소림은 그에게 팔짱을 낀채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그런데 여기서 살려면 차는 필수겠다. 역하고 거리가 멀어서.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오빠 차 한 대 뽑을까? 어떤 차가 좋아?”
“차…?”
이현우의 집에 가야 한다는 소리에 착잡해졌던 마음이 반전되었다.
차를 사주겠다는 정소림의 말.
장재열은 이 상황에서도 차를 살 수 있다는 말에 좋아하는 자신이 미웠다.
“싫어? 오빠가 싫으면 내 차를 살까?”
“아니, 아니…. 언제 싫다고 했어. 그리고 넌 면허도 없잖아….”
“그치? 내가 면허따고 운전하려면 오래 걸릴 테니까, 오빠 차를 사는 게 좋겠다. 오빠 그 드림카? 뭐였지? 오빠가 나중에 돈 많이 벌면 타고 싶다고 했던 차.”
“그거 비싼데….”
“얼만데? 아…. 몇 억 짜라면 못 살거 같긴 해. 으음…. 보증금 내주고 세금은 나중에 생각해도 된다고 했으니까…. 계산해보면 7천만 원 정도는 쓸 수 있을 것 같아. 차 사는 걸 조금만 더 뒤로 미루면 더 비싼 차도 살 수 있긴 한데….”
장재열의 마음이 두근거렸다.
서른이 넘도록 자차를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던 그였다.
그런데 첫 차를 7천만 원 급으로 살 수 있다니.
불행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 걸까?
그는 지금 이 순간에 강한 행복을 느꼈다.
그리고 정소림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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