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코인 무한 능력으로 BJ 따먹기-225화 (225/250)

225

“지금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저만 들은 걸까요?”

이현우가 평상시의 목소리 톤으로 이야기했다.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였는데, 이현우를 뒷담화가 갑자기 끊겼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백화점 VIP 전담팀 송대리가 커다란 목소리로 사과했다.

이현우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진다.

“그쪽이 왜 사과하나요? 그쪽이 뒷담화하라고 시켰어요?”

“아닛, 그건 아니지만….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송대리라고 했죠?”

“예….”

“이번 일이 송대리 잘못이면, 어떻게 책임질 거예요? 나 기분이 정말 너무 나쁜데. 상해버린 내 기분을 다시 좋게 해주려고 뭘 해줄지 참 기대가 되네요.”

“예? 채, 책임이요…?”

책임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거움은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송대리의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진다.

“뭐야.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자기 잘못이라 시인한 거였어요?”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뇨. 죄송할 필요 없어요. 아까 말했던 대로 내 기분이 상한 것에 대한 책임만 지면 되니까요. 그런데 송대리는 그 책임을 질 수 없는 것처럼 보이네요.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을 불러오세요.”

“…. 알겠습니다.”

그녀가 심각한 얼굴이 되어 고개를 숙인 채, 뒤로 물러났다.

송대리가 뒤를 돌려는 순간, 이현우의 입이 한 번 더 열렸다.

“그리고 저 안에 두 사람 좀 불러줘요. 어디 얼마나 잘났길래 고객 뒷담화를 까는지 얼굴이나 좀 보고 싶네요.”

“알겠습니다.”

송대리가 이번에야말로 진짜 물러서고, 대기실로 들어갔다.

그녀가 들어가고, 두 명의 여자가 대기실에서 나왔다.

어려 보이는 얼굴.

이유나나 최수현의 또래 정도로 보였다.

알바 중인 건가?

어쨌든 이현우가 관심을 둘 정도로 예쁜 얼굴과 몸매는 아니었다.

“죄송…. 죄송합니다…. 고객님….”

둘 중 조금 더 예쁜 여자애가 울먹거렸다.

눈물은 여자의 무기.

이현우의 눈에 들 정도는 아니어도, 적당하게 예쁘장한 얼굴을 가진 여자.

지금까지 잘못해도 이런 식으로 무마해왔겠지.

눈물을 보이는데 더 크게 화를 낼 사람은 많이 없으니까.

하지만 이현우는 달랐다.

“혹시 울려는 거면 당장 그만둬요. 난 우는 거 보는 게 제일 질색이거든. 지금 화가 날 사람은 우리고, 위로받아야 할 사람은 우리인데. 왜 우리가 잘못한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려는 거예요? 명심해요. 눈물이 한 방울이라도 떨어지는 순간, 인생이 이렇게 피곤할 수 있구나 싶게 만들어 줄 테니까요.”

“아니, 그게…. 제 뜻은 그게 아니라….”

아주 조금 더 예쁜 여자애의 목소리가 더 억울해졌다.

눈물이 곧장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눈시울이 붉어진다.

“울지 말라고 했어요. 내가 못 할 거 같아요? 지금 그쪽 두 사람이 한 짓.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는 거 알죠? 승소를 하든 패소를 하든. 내가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인생 참 피곤하겠죠? 난 변호사 선임하면 끝이지만. 그쪽 둘은 몇 년이고 법원에 들락거리면서 20대 초반을 지내게 되겠죠. 그러고 싶어요? 아니라면 울지 마요.”

“고, 고소요? 안 돼요! 제발 그것만큼은 하지 말아주세요!”

조금 덜 예쁜 여자애가 하얗게 질린 얼굴이 되어 이현우 앞에 무릎 꿇었다.

그 모습에 이현우가 인상을 썼다.

“무릎은 왜 꿇어요? 누가 무릎 꿇고 사죄라하고 했습니까? 내 말이 우스워요? 왜 나를 나쁜 사람처럼 만드냐고요. 이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면 내가 갑질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어요? 일어나요.”

“죄송합니다. 한 번만 봐주세요. 정말 잘못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안 그럴게요.”

“죄송합니다. 고객님. 정말 죄송합니다.”

일어나라고 했는데 말이지….

조금 덜 예쁜 애가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아 싹싹 빌자.

조금 더 예쁜 애도 그 옆에 무릎을 꿇고 잘못을 사죄했다.

울지 말라고도 말했는데, 두 사람의 얼굴엔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꼴 보기 싫은 얼굴이었다.

그때, 프라이빗 라운지의 문이 열리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보았던 실장이 들어왔다.

그녀는 무릎 꿇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을 힐끗 보더니, 못 본 척 무시하고 이현우에게 조심스레 다가왔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현우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가슴에 달린 명찰.

김소희가 아니라 박소희였구나.

“실장님. 일단 이 두 사람 좀 일으켜 봐요. 날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니까? 꼭 내가 갑질하는 것처럼 상황을 만들잖아요.”

“예. 조치하겠습니다. 두 사람 일어나요.”

“예? 하, 하지만….”

“고객님! 제발요. 저 한 번만 봐주세요. 저 이제 3학년이라 너무 중요한 시기예요. 취업 준비도 해야 하고, 학점 관리도 해야….”

“일어나래도! 아무리 알바생이어도 그렇지. 자기 보신과 고객 만족 중에서 뭘 우선시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결국 박소희 실장이 소리를 질렀다.

고객 앞에서는 프로패셔널한 면모만 보이는 그녀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었다.

사회인의 책임과 역량이 전혀 없는 어린 알바생 둘에겐 이성보다는 감정이 더 잘 먹히니까.

그녀의 분노는 제대로 먹혀들었다.

다른 것을 보지 못하고, 이현우에게만 매달리던 알바생들이 쭈뼛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다.

“아, 저 두 사람. 절대 자르지 마세요. 제 말 무슨 뜻인지 이해하죠?”

“…. 예. 고객님.”

“그리고 거기 두 사람도 직장에 취업하기 전까지는 무조건 여기서 아르바이트 계속해요. 이건 내가 두 사람에게 주는 벌이에요. 만약 내 귀에 마음대로 알바를 그만뒀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면. 정말로 고소가 들어갈 테니까. 기대하고 있어요.”

VIP 고객에게 큰 실수를 한 아르바이트생.

보통이라면 바로 잘리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이현우가 자르지 말라고 압박해둔다면?

저 두 사람은 더 이상 VIP 라운지에서 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고객 응대에 실수한 사람을 다른 매장이나 리셉션에 보낼 수도 없을 테고.

자연스레 두 사람은 서비스직이 아닌 육체노동 쪽으로 빠지게 되겠지.

그런 이현우의 생각을 이해했다는 듯 박소희 실장이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이 사라지고, VIP 라운지 안에는 네 사람만 남게 되었다.

이현우, 전민지, 박소희 그리고 송대리.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말뿐인 사과는 필요 없어요. 내가 필요한 건 이미 망쳐버린 내 기분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그 책임이에요.”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다하겠습니다.”

VIP 전담팀 실장의 권한은 그리 크지 않았다.

마음대로 할인을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VIP 등급을 높여줄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건 아니었다.

가만히 앉아있는 이현우 앞으로 양주 등의 술과 음료 그리고 다과가 차려졌다.

오랜 기간 재직했던 인맥을 바탕으로 백화점 내 레스토랑과 창고 등에서 빌려온 것이다.

그리고 현직 모델 셋이 프라이빗 라운지 안으로 들어왔다.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들어온 모델들이 프라이빗 룸을 런웨이로 만들었다.

여러 브랜드의 옷들을 조합한 패션으로 이현우와 전민지 앞에서 포즈를 잡는다.

다이아몬드 등급으로는 누리기 힘든 서비스였다.

아니, 다이아몬드보다 한 단계 위인 블랙 등급도 이런 서비스를 누리지 못했다.

최고 등급이자, 전국에서 999명밖에 뽑지 않는 로열 등급이 되어야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모두 박소희의 인맥과 VIP 전담팀 예산으로 진행하는 일이었다.

이번 일로 갚아야 할 것이 늘어나겠지만.

그것만으로 VIP 고객의 감정을 회복시킬 수 있다면 남는 장사였다.

“제, 제가 이런 걸 누려도 되는 걸까요…?”

모델들이 여러 번 옷을 바꿔입으며 이현우와 전민지 앞에 걸어온다.

그리고 포즈를 한 번 잡고, 다시 뒤돌아 걸어가 옷을 바꿔입는다.

전민지는 두 사람만을 위한 런웨이가 무척이나 불편한 모습이었다.

“말했잖아. 지금 이 순간은 내 옆에 있기에 당당한 여자가 되라고. 아니면 이렇게 생각해. 저 사람들은 너한테 잘 보이고 싶은 게 아니라, 나한테 잘 보이고 싶은 거야. 그러니까 넌 옆에서 구경만 하다가 제일 좋아 보이는 옷을 선택만 하면 돼. 어차피 다음에는 이런 일 없을 테니까. 오늘만의 특별한 추억이라고 생각해.”

“아…. 네….”

그제야 전민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만 있는 특별한 추억.

그렇다면 이렇게 얼어있을 게 아니라 조금 더 즐겨도 되지 않을까?

전민지가 적극적으로 스타일리스트와 대화를 나누며, 런웨이를 감상했다.

그리고 그녀의 스타일과 제일 잘 맞는 옷을 찾아냈다.

‘800만 원이라니….’

백화점에서 쓴 돈의 총합이 아니었다.

무려 치마 하나에 800만 원.

천연 가죽도 아니고, 보석이 박힌 것도 아닌데.

무려 가격이 800만 원이었다.

그나마 가격이 싼 편인 블라우스가 92만 원.

월 천을 받게 된 지금도 사지 못할 가격이었다.

‘이런 게 부자의 삶이구나.’

오늘 하루 다사다난했다.

갑자기 뒷담화를 듣게 되질 않나.

그러다 런웨이가 시작되질 않나.

정말 오늘 하루는 잊지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마냥 변태라고 생각했던 이현우에 대한 경외도 생겼다.

화를 낼 땐 그렇게 무서워지기도 하는구나.

그녀의 주변 남자들과 달리 욕설과 폭력 같은 건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차분한 말투와 이성적인 태도로 백화점 직원들을 들었다 놨다 하며 가지고 놀았다.

그녀가 이현우를 응대하는 백화점 직원이었다면 그저 무섭기만 했을 테지만.

지금은 뒷담을 당한 전민지를 지켜주기 위해 그가 분노한 상황.

그러니 약간의 무서움과 존경심이 함께 들게 되었다.

“저, 씻고 올게요.”

“그래. 샤워하고 나올 때, 오늘 사 온 거 전부 입고 나와.”

“네.”

전민지가 욕실에 들어갔다.

재빠르게 샤워를 마친 그녀는 물기를 모두 닦은 후, 새로 산 속옷을 입어보았다.

브라와 팬티까진 쉬웠다.

그런데 가터벨트를 착용하는데 조금 헷갈렸다.

이런 속옷을 착용해 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그래도 구조 자체는 어렵지 않았기에 금세 위아래를 구분해내고, 스타킹에 끈을 연결했다.

백화점 긴급 수선으로 그녀의 몸에 딱 맞게 수선된 H라인 스커트를 입고, 블라우스를 입었다.

마지막으로 알 없는 안경까지.

“오, 제법….”

거울에 비친 전민지의 모습은 제법 스마트한 느낌이 났다.

이현우가 원하는 스타일이 딱 이런 거겠지?

그녀가 센스껏 머리를 틀어 올려 정갈하게 묶었다.

비서룩을 완성한 그녀가 욕실 바깥으로 나온다.

이현우는 이미 알몸으로 침대 위에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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