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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잇의 리액션에 빵 터졌던 것도 잠시.
이현우는 작전을 개시했다.
[[C8]떡방아치기 님께서 코인 1,000개를 선물!]
-재밌는 사람이네. 님아. 일단 나 고매좀. 자주 놀러올 테니까.
“으아아아앗! 떡방아 닝게에엔! 천개애앳! 크, 크흠. 감사해요. 고매는 드릴게요. 앞으로 빵의 요정 빵잇을 위해 열심히 활동해주세요!”
빵잇의 컨셉은 빵의 요정.
컨셉 상 설정은 어둠의 요정에게 힘을 빼앗겨 요정계에서 도망쳐 인간계로 온 빵잇.
그녀가 힘을 되찾기 위해서는 인간들의 관심(특히 후원)이 필요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설정이 이것이고, 그 외에도 이런저런 설정들이 덕지덕지 있지만 굳이 알 필요는 없었다.
-님. 이렇게 찔끔찔끔 천 개씩 받는 거보다, 화끈하게 돈 더 벌어볼 생각 없어요?
이현우가 매니저 채팅을 보내고 기다렸다.
버튜버로 전향한 빵잇은 다른 여캠보다 채팅치는 것이 훨씬 쉬웠다.
그녀의 동작이 시청자들에겐 보이지 않으니까.
“그럼 여러분. 오늘 컨텐츠 시작하기 전에 잠깐 카페 탐방이나 해볼까요? 오늘은 특별히 후열로 조지는 게 아니라 예열로 조져버리기!”
꼬레아TV의 옆동네, 코그모TV에선 누구나 운영한다는 스트리머 팬카페.
버튜버는 꼬레아TV보다 코그모TV의 시장이 더 넓었다.
그렇기에 최수현도 버튜버로 전향하며 그들의 방송 전략을 따라 했다.
그녀의 팬들이 그녀에 대한 것들을 마구마구 올려버리는 팬카페에 올라오는 게시물들은 몰래 채팅을 치기에 딱 좋은 컨텐츠였다.
“자, 오늘은 어떤 것들이 올라와있나. 오…. 역시 이분, 오늘도 있었구나.”
-돈이요?
-이상한 제안이면 미리 거절할게요.
빵잇이 방송을 진행하며 채팅도 쳤다.
이현우가 그녀의 채팅에 답했다.
-딱히 이상한 제안인 건 아닙니다.
-한 번 만나서 술이나 한 잔하면 원하는 만큼 드릴게요.
-버튜버 하기 전에 방송하시던 모습 찾아봤는데 너무 제 스타일이셔서 ㅎㅎ.
“어…. 으음. 네. 잘 봤습니다.”
간헐적으로 멘트를 치던 빵잇이 잠시 얼을 탔다.
그러다 상투적인 말을 남기고 다음 게시글로 화면을 넘겼다.
이후 또 채팅이 날아왔다.
-죄송합니다.
-식데는 안 해서요.
-저를 한 명의 닝겐이 아니라 빵의 요정 빵잇으로 대해주세요.
빵잇이 철벽을 쳤다.
이현우의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걸렸다.
그래도 벌써 합격점을 줄 순 없지.
-1번에 천이요.
-한 번만 만나주면 천만 원 드릴게요.
-의심되면 선입할 수도 있습니다.
“굉장히 인상적…. 헉…!”
천만 원 이라는 워딩 때문일까?
빵잇의 말이 또 한번 끊겼다.
그녀와 제대로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이 물음표를 올렸고.
빵잇은 넉살 좋은 웃음을 흘리며 상황을 수습했다.
“미안, 미안해요. 마시던 넥타르를 책상에 쏟는 바람에…. 잠깐 쏟은 거 좀 치우고 올게요.”
-떡방아 님. 단호하게 말씀드릴게요. 식데는 절대 안 합니다. 시청자를 현실에서 만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이현우의 입꼬리가 점점 더 올라갔다.
‘수현이 녀석. 언제 이렇게 단호박처럼 의사표현을 할 수 있게 된 거지?’
버튜버 전향하게 내버려 두길 참 잘한 것 같다.
소심해서 제 할 말도 제대로 못 했는데.
이현우는 웃으며 마지막 채팅을 쳤다.
-돈이 부족해서 그래요?
-천은 너무 적나? 그러면 5천은 어때요?
-아니, 제 말을 뭘로 들으신 거예요. 천이든 5천이든. 1억이든 10억이든 식데는 절대로 안 한다니까요.
-돈으로 제 마음을 돌리실 거면 화끈하게 100억쯤 주시든가요. 아니라면 더 이상 이상한 제안은 하지 말아주세요.
“아하하핫!”
최수현의 단호한 거절에 이현우는 결국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앨리스♣ 님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 벌써 다음 시간이 됐네.”
달링, 정소림, 빵잇의 거절.
이후로 여우찡까지 테스트했다.
물욕이 심한 녀석이라 걱정했는데, 여우찡은 넘어올 것처럼 굴더니 결국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테스트로 평가하자면 아슬아슬하게 턱걸이 합격이라고 할까?
위험했다, 김하나.
하지만 욕구를 참아내고 충성과 의리를 지킨 건 칭찬한다.
그리고 다음은 앨리스, 강소라의 차례였다.
[하십고다 님께서 코인 1개를 선물!]
-ㅎㅇㅎㅇ.
[하십고다 님께서 코인 7개를 선물!]
-벌써 백두산 ㅋㅋㅋㅋ?
일단 처음엔 가볍게.
강소라는 BJ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니 다른 여캠들을 시험할 때보다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처음엔 조금씩 쏘면서 눈치를 본다.
그리고 방에 어느정도 녹아든 순간, 후원 액수를 높이며 시험을 진행하자.
‘제법 잘 쏘네?’
강소라가 하십고다를 처음 인식하고 한 생각이었다.
1, 2개 혹은 9, 10개 씩.
처음 보는 아이디인데도 제법 짤짤이를 잘 친다.
예전 같았으면 쳐다도 보지 않았을 작은 손이었다.
하루 3,40 만개는 기본에 많이 벌면 하루 100만개도 넘게 벌었을 때엔 열 몇개짜리 후원은 가소로웠으니까.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고 하던가.
후원받기가 정말 힘들다는 걸 큰손이 다 떠난 뒤에야 알게 된 강소라였다.
지금이야 이현우 덕에 안정감을 찾았지만, 이현우가 불러주기 전까지는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하십고다 님께서 코인 282개를 선물!]
-시발 진짜 욕 나오게 이쁘네.
예쁜 건 알아가지고.
강소라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눈웃음도 치며 후원에 리액션했다.
“하십고다 오빠. 이쁜이개 감사용.”
츄츄.
강소라가 입술을 살짝 내밀며 귀여운 소리를 냈다.
동시에 손가락 하트를 만들며 앞으로 내밀었다.
28,200 원짜리 리액션.
온전한 치킨 하나를 시켜 먹을 수 있는 돈이지만 손가락질 두 번에 끝이 났다.
창렬 OF 창렬이나 다름없었다.
대부분의 여캠 리액션이 그랬다.
비싼 돈을 주고 이걸 왜 봐야 하는지 모르겠는 창렬함.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여캠 방에 몰리고, 여캠에게 후원했다.
1개의 후원도 하지 못하는 건빵들, 큰 후원은 하지도 못하는 작은손들에게서 우월감을 느끼고.
후원에 답해주는 여캠에게 특별 대우받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 말이다.
강소라는 하십고다 또한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후원이 훨씬 더 크다.
[하십고다 님께서 코인 1,000개를 선물!]
-리액션 적혀있는 게 다인가요?
오, 천개.
작은 손이라고 생각했는데 중간 손이었나?
강소라의 웃음이 더 짙어졌다.
이현우에게 충분한 후원을 받고 있긴 했다.
하지만 주간 랭킹 1등을 하던 시절보다는 아무래도 후원이 딸리는 건 사실이었다.
그러니 벌 수 있을 때 바짝 땅겨야지.
특히나 오늘은 이현우가 시골 본가에 가는 바람에 방송도 접속하지 못한다고 했다.
“글쎄? 하십고다 오빠가 노력해주면 새로운 게 더 생길 수도 있을 것 같고.”
[하십고다 님께서 코인 1,000개를 선물!]
-ㅋㅋㅋ 노력이라면 이런 노력 말하는 건가?
[하십고다 님께서 코인 1,000개를 선물!]
-나 뽑기하고 싶음. 왜 식데는 없어요?
연달아 터진 2천개.
강소라의 눈웃음이 짙어졌다.
식데….
이현우가 싫어할 법한 행위.
자기는 여자를 열 명 넘게 따먹고 다니면서도.
정작 여자는 그렇게 하지 못하게 막았다.
직접적으로 그리 말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가 항상 하는 말이 자신은 독점욕이 강하다는 말이었다.
즉, 다른 남자를 만나면 후원을 끊을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오늘은 이현우가 방송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리고 진짜 식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코인을 빨 목적으로 룰렛에 0.01퍼센트짜리 코인을 넣기만 하는 거라면 상관없지 않을까?
0.01퍼센트면 만번을 뽑아야 하는데, 오늘 방송 내로는 절대 불가능이었다.
“알겠어. 하십고다 오빠가 원하면 오늘만 특별히 식데권 넣을게. 대신 확률은 0.01 퍼다?”
강소라가 그리 말하며 마우스와 키보드를 조작했다.
그 모습을 보는 이현우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하…. 이걸 허락한다고?”
감점이다.
그것도 꽤 큰 감점.
여기서 한 번 더 감점을 당하면 탈락.
강소라는 어떻게 대처할까?
달링, 정소림, 빵잇처럼 우수한 합격은 글렀다.
여우찡처럼 턱걸이 합격이라도 할 수 있을까?
이현우는 계속 테스트를 진행했다.
[하십고다 님께서 코인 99,999개를 선물!]
[하십고다 님께서 코인 99,999개를 선물!]
[하십고다 님께서 코인 99,999개를 선물!]
[하십고다 님께서 코인 99,999개를 선물!]
….
10만개짜리 후원이 10번!
이현우가 한 번에 100만개의 코인을 후원했다.
엄청난 후원 액수에 강소라가 입을 떡 벌렸다.
“…!”
-0.01퍼면 만개니까. 한 번에 다 샀음. 이제 식데 ㄱ?
-ㅅㅂ?
-와 ㄷㄷㄷㄷㄷㄷㄷ
-미친 오빠 나 랄부떨려 ㄷㄷㄷㄷ
-100만개 일시불 ㄷㄷㄷㄷ
-와 시발 또 다른 큰손? 미친… 레전드네
-100만개면 1억 수수료 떼도 6천만원이네 ㄷㄷㄷ
“아니, 아니. 이거 진짜…. 아…. 식데요…. 잠시만요. 잠시만요. 제가 너무 놀라서요. 잠깐만 진정 좀 할게요.”
그리 말한 강소라가 화면을 대기 화면으로 바꾸고 소리도 꺼버렸다.
그리고 이현우를 매니저로 올리고, 매챗을 걸었다.
-하십고다 오빠.
-미안한데, 말 좀 맞춰줄 수 있을까?
-무슨 말?
-일단 식데는 거절한다고 말은 할게.
-물론 거절하는 건 아니고, 뒤로는 만나지만 앞에선 거절한다는 걸로.
“하하….”
이현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기분 좋아서 웃음이 나는 게 아니다.
썩소였다.
결국, 강소라는 이런 선택을 하는구나.
하긴, 일곱명 전부 이현우에 대한 의리와 충성을 지킨다면 그게 바로 소설이고 영화지.
그따위 감정 보다는 자신의 이익이 더 중요한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한때의 욕구에 사로잡혀 장기적 이득을 보지 못하는 아둔한 년.
자신의 치부를 가리려고 뒷공작까지 서슴지 않는다.
“역시 테스트하길 잘했네.”
이현우가 위장템으로 테스트를 진행한 이유가 이런 거였다.
강소라 같은 년을 잡으려고 말이다.
-ㅇㅋ. 이미지 지키고 싶단 말이지? 좋아. 그래도 상관없어. 대신 빼지 말고 오늘 바로 보자. 그러면 네 조건 다 맞춰줄게.
-오늘…?
-음…. 알겠어. 오빠. 나 방송 끝나고 연락할게. 연락처 남겨줘.
오늘을 위해 새로 개통한 세컨폰.
이현우가 세컨폰의 전화번호를 입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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