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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을까?
외도, 바람, 치팅.
전민지가 극혐하는 일들이었다.
전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된 이유도 전 남친의 바람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현우와 이렇게 관계가 진행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전민지는 절대 그럴 일은 없다고 대답했어야 했다.
이현우를 만나기 전의 전민지라면 말이다.
“….”
하지만 쉽사리 그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제는 알아버렸다.
섹스의 쾌락이 얼마나 대단한지.
자지 하나에 얼마나 푹 빠져들 수 있는지.
이현우의 자지가 다른 남자의 자지보다 얼마나 더 훌륭한지 말이다.
뛰어난 체대생이자, 운동선수였던 전남친도 나름 섹스를 잘하긴 했다.
체력적으로는 이현우보다 훨씬 더 우월했으니까.
하지만 이현우처럼 섹스를 잘하고, 쾌락을 줄 수 있나?
그건 아니었다.
이현우가 주는 쾌락은 너무나 특별했다.
“자, 잘 모르겠어요….”
결국 전민지가 선택한 대답은 보류였다.
아직 남자친구가 생기기도 전 아닌가.
그렇다면 대답을 좀 미뤄도 되지 않을까?
“흐흠, 그래?”
“네…. 그런데 갑자기 이런 건 왜 여쭤보시는 거예요?”
“아. 유나가 임신했거든. 그래서 곧 결혼할 것 같아.”
“네? 결혼이요? 정말요?”
“응. 그래서 다 물어보고 다니는 중이야.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또 어떻게 하고 싶은지.”
“아…. 그럼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해요? 이 집을 나가서도 사장님과의 관계는 계속 유지하고 싶다고 말해요?”
“아니. 이 집을 안 나갈 거라던데? 내가 결혼해도 평생 옆에서 붙어살겠대.”
“헐…. 지, 진짜요?”
이현우의 말에 전민지가 놀랐다.
정말 그런 선택을 한다니?
다른 여자들과 이현우의 관계가 보통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그녀 또한 하렘의 일원이었으니.
평범한 생각으로는 한 남자를 다른 여자와 공유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여자친구가 임신했고, 결혼까지 하게 될 거라는데 남아있겠다는 선택을 할 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그럼 정말이지.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랑 이야기 나눠봐. 마사지는 이제 됐고. 유산소 해야겠다.”
“아…. 벗을까요?”
“응? 아니. 됐어. 오늘은 런닝머신 좀 뛰어야겠다. 매번 섹스로 유산소를 대신 했더니 체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해서 말이야.”
“….”
설마 다른 여자들과 다른 대답을 내놓아서 섹스를 안 해주는 걸까?
전민지는 가벼운 불안을 느끼며 이현우의 바로 옆에서 같이 뛰었다.
운동을 마치고, 이현우는 가볍게 샤워를 한 뒤 전민지를 데리고 식당으로 올라왔다.
문혜지가 원하는 대로 꾸며진 뷔페식 식당.
여러 가지 반찬 중에서 원하는 음식을 골라 담으면 된다.
“현우야! 언제 왔어? 왔으면 이야기 좀 해주지!”
모자와 앞치마를 착용하고 있는 문혜지가 이현우를 반겼다.
그리고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던 최수현도 일어나 이현우에게 고개를 숙였다.
문혜지와 달리 최수현은 이현우가 온 것을 알고 있었던 모양인지 그다지 놀라지 않는다.
“오셨어요, 오빠. 오늘은 조기구이가 맛있어요. 제가 뼈 발라 드릴게요.”
“다른 사람들은? 원래 지금쯤 다들 일어날 시간 아닌가?”
“예린 언니랑 하나 언니는 오빠 방에서 자고 있고. 하늘 언니는 어젯밤에 병원에 갔어요. 자고 온다고 했으니 오늘 안에는 올 것 같아요.”
이미 침실에 갔다 왔구나.
이예린과 김하나는 아직 단잠에 빠져있는 모양이다.
하긴, 어제도 격렬하게 하긴 했지.
접시에 밥과 반찬을 모두 담은 이현우가 식탁에 앉았다.
“혜지야. 너도 좀 앉아 봐. 할 이야기하고 있어.”
“응? 무슨 이야기?”
점심용 반찬을 만들고 있던 문혜지가 가스 불을 껐다.
그녀가 식탁에 앉고, 세 여자의 시선이 이현우에게 몰렸다.
“나 결혼할 것 같아. 유나가 임신했어.”
“….”
“뭐어어어?”
이미 이야기를 나눴던 전민지는 얌전히 밥을 먹었고.
이 사실을 처음 듣는 최수현과 문혜지는 상당히 놀라워했다.
두 사람의 반응이 성격에 따라 갈렸다.
최수현은 두 눈을 크게 뜨며 숨을 들이마셨고.
문혜지는 입을 크게 벌리며 소리를 질렀다.
이현우는 두 사람의 놀람이 끝나길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물어보려고. 앞으로 어쩌고 싶은지. 미래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참고로 예린이랑 하나는 내가 결혼하거나, 아이가 생겨도 내 옆에 있고 싶다고 했어. 수현아. 넌 어쩌고 싶어?”
이현우가 최수현을 바라보았다.
문혜지에게는 일부러 시선을 던지지 않았다.
그저 월급을 받기로 하고 여기 머물게 된 문혜지나 전민지와 여캠들은 사정이 달랐으니까.
하지만 문혜지는 눈치가 없었다.
“야! 왜 나한테는 안 물어봐?”
“…. 넌 입장이…. 하아…. 아니다. 물어볼게. 넌 어떻게 하고 싶어? 내가 결혼하고 가정을 꾸려도 계속 이렇게 일하고 싶어?”
“당연하지! 월 천 주는 직장을 어디 구하기 쉬운 줄 알아? 게다가 밥만 다 만들어 놓으면 터치하는 사람도 없지. 어려운 요리는 밀키트로 대체해도 되지. 얼마나 좋은데. 난 진짜 할 수 있으면 여기서 평생 일할 거야.”
잘 생각한 대답일까?
이현우가 보기엔 절대 아니었다.
그가 다시 말을 잇는다.
“조금 더 생각해봐.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니까. 내 옆에 계속 있겠다는 소리는…. 앞으로 평생 결혼도 안 하고, 다른 남자는 만나지 않고 오로지 나만 보고 살겠다는 거야. 혜지야. 넌 그렇게 살 거야?”
“어…? 왜, 왜 그래야 하는데…?”
“난 독점욕이 강하니까. 내 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 싶지 않거든.”
“하지만 너도 결혼하면서….”
“그러니까, 너한테는 안 물었잖아. 넌 언젠가 결혼도 하고 가정도 꾸리고 아이도 낳고 싶지?”
“응…. 그러고 싶어….”
“그래서야. 적당히 여기서 밥 좀 만들다가. 좋은 사람 만들면 떠날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묻지 않은 거야. 이해했지?”
“아, 응….”
문혜지가 눈치는 없어도 아예 멍청한 건 아니었다.
이현우가 자세하게 풀어서 설명해주자, 그녀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이현우의 시선이 다시 최수현에게로 향했다.
최수현은 그 시선을 받으면서도 신중하게 고민했다.
원래도 장난기가 많이 있는 성격은 아니지만, 지금은 더욱 장난칠 때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저는, 오빠 옆에 있을게요.”
최수현이 말했다.
충동적인 결정은 아니었다.
유달리 매사에 걱정이 많은 그녀는 이와 관련된 일도 망상해본 적이 있었다.
갑자기 이현우가 결혼이라도 한다면?
혹은 갑자기 이현우가 만든 하렘이 해체된다면?
그런 상상에서 비롯된 걱정.
그 끝에서 최수현은 항상 마지막까지 이현우의 옆에 남길 바랐다.
그러니 심사숙고한 결정이었다.
잠시 뜸을 들인 것은, 지금 내린 결정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과정에 불과했다.
최수현이 매번 이현우를 만날 때마다 했던 생각은 진심이었다.
다른 여자의 체취, 다른 여자의 흔적이 잔뜩 남아있어도 그의 옆에만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던 생각 말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이현우에게 그녀가 일 순위는 아니겠지만.
이현우의 성정을 생각한다면 완전히 방치되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대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인생에서 남자를 포기하는 대신 어마어마한 물질적 풍요를 얻게 된다.
게다가 어마어마한 쾌락도 함께 따라온다.
이 정도면 연애와 결혼을 포기해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만 한다면 같은 비밀을 공유하는 여자 찐친을 여러 명 얻을 수 있고.
혼자 독점하는 건 아니더라도, 이현우를 얻을 수 있었다.
“좋아. 그게 네 선택이라면. 받아들일게. 내 성격알지? 앞으로 절대 놓아주는 일 없을 거야.”
이현우도 최수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반문하는 일 없이 그녀의 결정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네. 오빠….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나야말로. 아, 그리고 나 오늘 외출했다가 좀 늦을 것 같은데. 새롬이한테는 너희가 좀 물어봐 줘. 지금 자리에 없어서 직접 물어봐 줄 수가 없네. 뭐…. 새롬이라면 선택은 뻔하겠지만.”
박하늘이야 매달 지출해야 하는 고정비가 있으니, 어떤 이유가 생기든 이현우의 옆에 붙어있으려 할 것이었다.
그렇게 여자들의 의견 수렴을 마친 이현우.
그는 이유나를 데리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 * *
“에엑? 진짜? 농담 아니고?”
황룡고 3학년 1반.
1교시가 끝난 쉬는 시간.
이유나가 한국에 와서 처음 사귄 친구들에게 결혼 사실을 밝혔다.
나이 차이가 1살 차이 나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친해진 단짝들이었다.
“진짜야. 아직 시기는 안 정했는데. 가능하면 빠르게 결혼식 올리자고 했어. 우리 오빠 생각으로는 해외에서 결혼식 하는 것도 좋겠다고 말하더라.”
“헐…. 결혼식을 해외에서 한다고? 짱이다. 역시 언니 남친은 부자라 그런지 생각하는 것도 다르네.”
“해외라니, 부럽다. 그런데 해외에서 하면 우리는 결혼식 못 가겠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초대하고 싶은 사람 있으면 아예 비행기 티켓하고 호텔까지 다 끊어주겠다고 하던데? 결혼식 오는 김에 해외여행이라도 하라고.”
“헐. 진짜로?”
“스케일 대박. 이게 부자의 클라쓰인가?”
“언니, 언니! 나 꼭 초대해 줄 거지?”
“언니! 나도! 나도!”
친구들이 이유나에게 매달렸다.
베베 꼬인 심성이 없는 이유나는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너희 초대하려고 결혼식 이야기 꺼낸 건데. 그런데 몇 명을 초대할지는 고민이야. 솔직히…. 내가 결혼에 보태는 건 하나도 없어서…. 우리 오빠가 돈적인 문제는 다 해결하게 될 건데. 너무 많이 초대하면 오빠한테 부담이 될 거고. 또 너무 적으면 결혼식이 초라해 보일 것 같아서.”
그리고 한국에 아는 사람이 몇 없고, 미국 친구들은 이제 연락을 잘 안 해서, 라고 이유나가 덧붙였다.
이유나와 세 단짝은 1교시 쉬는 시간이 끝날 때까지 결혼식에 관해 수다를 떨었고.
결혼에 대해 친구들에게 알린다는 목적을 달성한 이유나는 예정했던 대로 조퇴하기로 했다.
임신했다는 이야기에 선생님은 꽤 놀랐으나.
이유나가 성인이고, 남자친구와 결혼하기로 했다는 말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조퇴를 조용히 승인했다.
“오빠!”
학교 정문으로 나온 이유나.
그녀는 정문 바로 앞에 서 있는 검은색 스포츠카를 보고 반갑게 뛰었다.
“조심해야지. 너 이제 홀몸 아니라니까?”
그녀가 뛰는 모습을 보고 이현우가 허겁지겁 차 밖으로 뛰어나왔다.
“아직 배도 안 나왔는데. 자꾸 그러지 말라니까요. 나 아직 만으로는 10대예요. 다른 임산부랑 체력적으로 완전 달라요.”
“네. 네. 그러시겠죠. 예약은 다 해놨어. 강남에서 최고로 잘하는 산부인과라고 하더라. 그러면…. 여보. 차에 타요.”
이제는 결혼할 사이.
이현우가 호칭을 바꿔 불렀다.
그러자 이유나가 티 나게 몸을 배배 꼬며 부끄러워한다.
“네, 네? 아이, 진짜아…. 알았어요. 여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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