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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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지란 여자가 왜 내 집에, 그것도 내가 없던 시간에 허락도 없이 들어와 날 기다리고 있는 지가 문제의 핵심이었다.

“비밀 번호는 당장 바꿔야겠네요.”

“바꾸셔도 그 사람이라면.”

“.그런데 왜 오셨습니까?”

“저요? 글쎄요.”

“글쎄라니. 오신 목적도 모른다는 말씀입니까?”

“목적은 확실한데. 이런 경험은 저도 처음이라 서요.”

“.강한상이가 보낸 겁니까?”

“.”

“제가 알기론. 미지씨한테 제가 듣게 된 내용으로는 강한상이란 놈을 죽여 버리고 싶다는,, 그런 감정 아니었습니까?”

“지금도 죽여 버리고 싶어요. 하지만.”

“하지만?”

“태규씨는 모를 거예요. 원수 같은 남잔데 계속 끌리는,,, 뻔히 관계의 결말이 보이는데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그런 관계요.”

“그럼 저랑 말을 한 다음에 다시 강한상을 만났다는 말입니까?”

“.네.”

“그런 일을 당하고도 또 만났다고요? 강한상이란 남자가 어떤 남자인 줄 알면서요?”

“태규씨도 저한테 거짓말을 했잖아요.”

“.네?”

“한상씨를 기업스파이처럼 말했잖아요.”

“그건. 하지만 미지씨를 위한, 그러니까 경고차원에서 드린 말이었습니다. 강한상이란 남자가 미지씨한테 왜 접근을 했는 질 알게 된다면 이런 행동은.”

“알고 있어요.”

“.?”

“태규씨한테 접근하기 위해서 절 이용했다는 것도, 그리고 옆에 앉아 계신 한신이란 저 여자 분이 강한상씨의 연인이라는 것도요.”

“제 아내였습니다!”

“네. 그것도 알고 있어요.”

“그런 걸 알면서 여기에 찾아 왔다고요? 무슨 이유로 찾아 왔는지 모르겠지만. 제정신이 아니군요.”

“글쎄요. 와이프를 두고 게임을 하는 사람한테 들을 얘긴 아닌 거 같은데요.”

“.”

“저도 처음엔 이런 미친놈이 다 있나 했는데. 태규씨 얘길 듣고 한 번 더 한상씨한테 몸을 맡기고 나니까 이해할 수 있겠던데요. 마약. 마약보다 더 강한 쾌락이 무엇인지.”

“마약이라고요?”

“네. 병만 안 걸리고 임신 걱정만 없다면. 어차피 내숭 떨 나이도 훨씬 지났는데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죠. 돈도 벌고 좋은데.”

“돈을 받는다고요? 강한상이가 돈을 준다고 했습니까?”

“일종의 위자료라고 해두죠. 단 조건부 위자료.”

며칠 만에 너무나 달라진 박미지의 모습에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바로 며칠 전 내 앞에 서서 두려움에 떨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비스듬히 무릎 꿇고 앉은 자세 그대로 박미지는 막힘없이 자신의 얘길 내게 똑바로 전하고 있었다.

아니. 이게 박미지란 여자의 본모습이었다.

회사 내에서 서른 살이란 젊은 나이에도 마녀노땅이라는 별명으로 깐깐한 모습을 보여주는 평소의 모습 그대로 일지도 모른다. 다만 이 모습이 사적인 이 자리에서 보여줄 모습이 아니란 것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앞에도 말했지만 박미지란 여자는 내게 호감을 갖고 있었고 그래서 회식자리에서도 남몰래 날 챙겨주며 호감을 옅지만 분명 드러냈던 여자임에는 확실했으니까 말이다.

단순히 내가 박미지에게 했던 거짓말 때문이라고 하기엔 그 거짓말의 크기가 너무 미미했기에 지금 더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뿐이었다.

“태규씨를 좋아하시나요?”

잠시 시작된 침묵을 깬 건 신이였다.

커피를 내오고 내게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은 신이는 박미지의 얘길 묵묵히 듣고 있었기에 잠시 신이의 존재를 잊었던 나였고 나지막한 목소리와는 다른 냉소적인 말투에 그제야 고개를 돌려 신이의 존재를 다시 확인한다.

신이의 표정은 무덤덤했지만 눈빛엔 분명 경계라는 단어서 깃들어 있었다.

그 모습이 더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이 상황자체를 나와 달리 이해하고 있다는 행동을 보여주며 예상했던 일이라는 표정을 보여주는 신이었는데 눈빛의 날카로움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아했었죠.”

“.지금은요?”

내게 냉소적인 얼굴로 대하던 박미지도 신이의 도발과도 같은 질문을 기다렷다 는 듯 응수를 했다. 이 어색한 상황도 상황이었지만 두 여자의 기 싸움과도 같은 분위기에 끼어들 틈을 놓치게 된다.

“그게 상관있나요? 어차피 신이씨는 한상씨 여잔데?”

“상관없어요. 하지만 이런 상황은 제게 어떤 통보도 없었기에 하는 말이에요.”

“통보라고요? 한상씨가 통보를 해야 하나요? 신이씨한테?”

두 여자의 눈에서 불꽃이 튀는 듯 한 착각도 잠시, 난 박미지란 여자가 며칠 만에 이렇게 변할 수 있었는지가 궁금하게 된다. 스스로 저주했고 경멸했던 강한상이란 남자를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하면 이렇게 변할 수 있는지가 말이다. 돈의 위력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이질적으로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 변화의 중심에 내가 있었다는 걸 신이가 깨닫게 해준다.

“결정권자는 저라는 걸 한상씨가 얘기 해줬나요?”

“네. 하지만. 뭐 여기까지만 말하죠. 괜한 말해봐야 신이씨가 나중에 한상씨한테 고자질이라도 하면 저만 곤란해지잖아요. 안 그래요?”

“.”

“어차피 즐기기 위한 게임 아니에요?”

“제 생각보다도 더 많이 좋아하셨나 봐요. 태규씨를.”

“.”

“배신감 때문이라면 이럴 필요 없어요. 이 사람 지금 누구보다도 가장 고통 받고 있으니까요.”

“고통을 받고 있다고요? 이런 추잡한 게임을 하면서!?”

“.”

“이런 말 해봐야 입만 아프잖아요. 그냥 즐길 거 즐기자고요.”

“즐긴다고요?”

“즐긴다니. 오늘 온 게 즐기기 위한 방문이라는 말입니까?”

“그럼 뭐가 있겠어요? 설마 지금 와서 태큐씨랑 감성 팔이라도 할까요? 한상씨가 얘기하던데요. 태규씨가 담이 작다고, 간이 작다고 했나? 하여튼 태규씨가 제대로 즐길지도 모른다고 하던데. 전 와이프 앞에서 그게 커지지도 않았다면서요?”

“.”

박미지가 말을 하며 가소롭다는 듯 내 사타구니를 쳐다본다.

창피함에 얼굴이 붉어졌지만 최대한 내색하려 하지 않는다. 그 날의 내 추태라고 부르기도 뭐한 그 창피했던 일을 이 여자가 알고 있다는 것도 놀랍고 충격적이었지만, 그런 얘기까지 하는 강한상이란 놈의 비열함에 다시 한 번 치를 떨게 된다.

“그럼. 여긴 오신 이유가 저랑 섹스라도 하려고 왔다고요?”

먼저 매너 없는 돌직구를 날린 건 박미지였기에 나도 예의를 지킬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네.”

“됐습니다. 신이 앞에서 그럴 생각 없습니다.”

“왜요? 또 안 커질 거 같아요? 아니면 신이씨 앞이라서 체면이라도 차리시려고요?”

“미지씨. 신이 말대로 미지씨한테 제가 상처를 줬다면. 고개 숙여 사죄라도 드릴게요. 미지씨의 이런 모습. 보기 괴롭습니다.”

“괴로워요? 호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기가 차다는 듯 크게 웃기 시작한 박미지의 행동에 또다시 놀라게 된다. 

“걱정되는 게 아니고 괴롭다고요? 저 때문에요? 정말 가식적이시네요.”

“.”

“그만 얘기해요. 더 얘기해봐야 밑바닥만 더 볼 뿐일 거 같네요.”

내가 또 무슨 말실수를 한 건지 감도 못 잡겠다.

박미지란 여자에 대해 그래도 좀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 무참히 부서지게 되었고 그런 그녀의 행동에 어떤 말과 모습으로 대해야 할지도 갈팡질팡하게 된다.

“잘 됐네요.”

“무.뭐?”

“뭐가 잘 됐다는 거죠? 신이씨?”

“그렇지 않아도 이 사람한테 가르쳐줄게 많았는데. 미지씨가 좀 도와주세요.”

“.네? 지금 도와달라고 했어요? 저한테?”

“네! 게임이라고 본인 입으로 방금 얘기했잖아요. 아니에요?”

“.”

“그럼 즐겨야죠. 게임인데”

“그래요. 즐겨야죠. 뭘 어떻게 즐길까요? 그렇지 않아도 막상 와서 어떻게 즐겨야 되는 지 난감했는데.”

“한상씨가 가르쳐주지 않았나요?”

“.”

“가죠.”

“어.어딜요?”

전혀 예상 밖의 행동이었다.

어버버하고 있는 나와 달리 단호한 표정의 신이는 그 단호함이 오히려 온화한 표정처럼 보일정도로 담담하게 보여질 정도였다. 강한상이란 절대 권력자 앞에선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신이의 표정에 단 한마디도 못한 채 바라만 보게 되는데. 

그런 당당함에 기가 죽은 박미지일까? 박미지도 신이의 이런 행동은 나처럼 예상 밖인 듯 보였다.

일어나는 신이를 고개를 들어 멍하니 쳐다보는 박미지의 모습에서도 당황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지만 신이에겐 그런 표정조차 대수롭지 않아 보인다. 

“아무리 그래도 여긴 분위기가 안 살잖아요. 가요.”

“어딜 가?”

“당신도 따라와요. 차 키 줘요.”

신이는 박미지와 날 이끌고 차에 오른다.

운전을 할지 모르던 신이가 운전석에 거리낌 없이 앉더니 이내 시동을 건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난 스스로 뱉은 말을 책임이라도 지려는 놈처럼 조수석 문을 여는데.

“당신은 뒤에 타세요.”

“뭐?”

“미지씨. 앞에 타세요.”

적막감까지 흐르는 차 안과는 달리 스쳐지나가는 차들과 가로등 불빛들이 차 안을 연신 비춰대며 밝히길 반복하던 그때 신이가 박미지한테 먼저 말을 걸었다.

“한상씨가 당신을 보낸 이유를 모르겠어요?”

“단순한 거 아닌가요? 태규씨한테 적극적인 여자에 대해서 알려주라는. 위축 된 상태로 제대로 게임을 즐기겠냐고 하던데요.”

“단순히 섹스로 풀어줘라?”

“그럼요?”

“제가 옆에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 목적만으로 당신을 보냈다고 생각하세요?”

“그.그럼요? 다른 게 뭐가 있나요?”

“아니에요.”

“신이씨는. 한상씨 편 아닌가요? 법적으로만 남남이지 사실상 사실혼 관계 아니었나요? 한상씨는 그렇게 얘기 하던데.”

강한상이 박미지에게 대충 어떤 뉘앙스로 얘길 했는 질 짐작할 수 있는 대화였다. 

강한상은 내게 상과도 같은 선물을 주려고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해 위로성 선물이라고 해야겠다. 그날 신이 앞에서 내가 보인 추태로 강한상의 욕구를 다 채울 수 없었다면 강한상은 당연히 더한 행위를 서슴없이 할 인물이었다. 

그렇다면 박미지를 내게 보낸 이유가 완전하진 않지만 설명이 됐다.

남자 둘이서 여자 하나와 노는 입장에서 반드시 비교가 될 것이고 그건 물건의 크기든 체력의 차이든 간에 어쩔 수 없이 약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이른다는 창구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여자 둘의 서비스를 받는 할렘의 행복을 꿈꾸는 남자의 욕구라는 말도 함께 생각이 났다. 그렇다면 강한상은 내게 한 번의 수모를 준 후 그 수모를 잊을 만큼의 쾌락을 선사하려는 의도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기에 신이가 있는 수요일에 일부러 박미지를 보냈을 거란 짐작을 해 본다.

그런 예측을 하며 난 신이의 얘길 기다린다.

대답은 정해져있었지만. 작은 기대를 갖고 박미지의 질문에 운전만 하고 있는 신이를 얼굴을 룸미러로 찾아본다. 

“맞아요. 지금 제 남편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남자는 한상씨밖에 없어요.”

우리가 도착한 곳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외각의 모텔이었다. 

화려한 조명에 걸맞은 외관과 그 외관에 어울리는 세련된 카운터가 위치한 모텔 안으로 들어간 우리 셋은 그곳에서도 신이의 발걸음을 쫓아가게 되었다. 아무렇지 않게 셋이라 말하는 신이의 대범하고 무덤덤한 표정에 오히려 카운터에 있는 남직원이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작은 장지갑에서 카드와 오만 원짜리 한 장을 동시에 꺼내 지불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상층의 모텔비는 카드로 계산을 했고 오만원은 그 직원의 팁임을 금세 알게 된다.

신이의 당당한 행동과 운 좋은 팁에 직원은 아무 말도 없이 카드키를 신이에게 넘겼고, 날 부러운 놈이라는 시기어린 눈빛으로 쳐다보기까지 했다.

분위기를 잡기 위해 온 모텔치고는 너무 큰 사치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난 학생일 뿐이었다.

신이 말대로 신이가 가르쳐주는 모든 것을 겸허하고 열심히 배워야 하는 학생.

엘리베이터는 금세 9층으로 우릴 안내했다. 

“씻었나요?”

“.네?.아.아직.”

110만원이 넘는 모텔비를 일시불로 지불하던 신이를 나도 모르게 혼내며 말릴 뻔 했던 내 행동은 모텔방의 구조에 까맣게 잊게 된다. 모텔이라고 하기엔 그 웅장함부터 달랐다. 거의 50평에 가까운 넓이와 갖춰진 부대시설들은 출장 중 가봤던 모텔이나 호텔과는 차원이 달랐었다. 

노래방 기기와 칵테일 바, 성인 5명 정도가 들어가 누워도 넓게 느껴질 버블풀이라 쓰여 있는 커다란 욕조는 내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커다란 침대의 모퉁이에 있는 은회색의 동그란 기둥엔 강한상의 집에서 봤던 족쇄용 고리들이 걸려있었고 전면 유리로 된 벽 한 쪽의 바깥엔 바비큐파티까지 할 수 있는 테이블과 그릴이 놓여 있었다.

10명이 마주보고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나무색 긴 소파의 가죽 또한 최고급으로 보였다.

그 소파에 먼저 신이가 앉는다.

“둘이서 먼저 씻어요.”

“네?”

“안 씻었다면서요. 태규씨랑 같이 들어가서 씻으라고요.”

“신이야. 이게.”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제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그리고 미지씨.”

“.네.”

“한상씨가 말 했을 테죠?”

“말을 하다뇨?”

“제 말은 꼭 들으라는 말 못 들으셨나요?”

“.”

“한상씨라면 그 얘기는 꼭 했을 거예요. 아니라면 태규씨랑 같이 안 씻으셔도 되요.”

대답대신 박미지는 몸을 돌려 욕실을 찾았다.

너무나 쉽게 눈에 띈 욕실은 이 초특급 파티 룸의 한 쪽 벽면을 반을 다 차지하고 있는 전면 유리 뒤에 있었다. 안이 훤히 보이는 유리벽너머엔 샤워꼭지와 네 개의 다리가 달린 욕조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유리벽 위에 커튼 같은 것이 보이긴 했지만 박미지는 그 커튼은 쳐다보지도 않고 욕실로 걸어갔고, 입구 바로 앞에서 입고 있던 블라우스와 스커트로 보였던 원피스의 등 지퍼를 능숙하게 내리곤 단번에 벗었다. 뇌쇄적인 검은색의 브래지어와 한 세트인 팬티, 그리고 허리를 감고 있는 얇은 끈으로 된 가터벨트에 연결 된 살색 스타킹까지 다 벗은 박미지는 먼저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곤 손으로 물줄기의 온도를 재듯 잠시 동안 행동을 멈추고 있다.

“나보고 정말 저길 들어가라고?” 

“네. 저한테 가르쳐달라고 했던 건 태규씨잖아요.”

“.들어가서. 내가 충동을 못 이기고 저기서 시작이라도 하면?”

“그럼 더 좋고요.”

“.알았어.”

신이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나도 옷을 벗기 시작했다.

강한상이란 놈에 비하면 초라할지 모를 내 물건이었지만 평균이상이라 자부했던 물건을 덜렁거리며 그 욕실로 당당하게 걸어갔고 욕실의 유리문 손잡이를 잡아 힘을 주는데. 나도 모르게 신이를 향해 고개를 돌리게 된다.

신이는 팔짱을 낀 채 다리를 꼬고 앉아 샤워를 시작한 박미지를 한 번 쳐다보곤 날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묘한 위압감이 날 위축 들게 만들었지만. 오늘도 초라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각오를 다짐하며 단번에 욕실 문을 열고 들어가지만. 역시나 이 어색함은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다고 느끼게 된다.

박미지의 몸매도 꽤 괜찮은 편에 속했고 얼굴도 나름 상급이라 평할 수 있는 정도였지만, 신이란 여자에 비하면 평범하게 보여졌다. 

‘그래. 차라리 이런 평범함이 나한테 더 어울릴지 모르는데.’

“뭐해요? 안 씻어요?”

잠시 딴 생각을 하고 멀뚱히 서 있는 내게 박미지가 퉁명스럽게 얘길 한다.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미지의 몸매와 외모는 막상 벗겨 놓고 보니 꽤 괜찮다는 느낌을 준다. 아주 약간 통통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몸매는 신이가 과할 정도로 육감적인 몸매였기에 비교가 될 뿐 오히려 평범함 속에 육덕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꽤 괜찮은 몸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박미지의 몸매를 감상하듯 쳐다보게 된다. 그런 내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미지가 등을 돌리고 씻기 시작한다. 아무리 자신이 돈에 회유됐다고 스스로 말을 해도 낯설지 않은 내 앞에서의 알몸은 부끄러운 듯 몸을 가리고 씻는다.

이런 어색함이 싫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어색한 알몸의 대화가 내겐 더 익숙하다는 생각을 하며 멀뚱히 서 있자 박미지가 자리를 비켜준다. 호화모텔에 어울리는 고급 바디 샴푸로 몸에 대충 거품을 낸 다음 머리까지 단번에 감기 시작했다.

“그렇게 씻으면. 씻겨요?”

“응? 뭐가요?”

“.아니에요.”

5분도 안 걸린 내 샤워는 또 한 차례 어색한 시간을 지속시켰다. 

여기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아랫배부터 몰려오긴 하는데. 막상 뭘 어떻게 해야 할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쁜 남자처럼 뒤에서 와락 껴안고 그대로 추행부터 할까? 아니면 다정하게 다가가서 키스를 날려? 그것도 아니면 거만하게 걸어가서 내 자지를 빨라고 시켜?’

“당신 와이프. 무서운 여자네요.”

“.네? 신이요?”

“지금 당신하고 섹스를 하라는 거잖아요. 그것도 눈앞에서.”

“그러려고 온 거잖아요. 강한상이 보낸 이유가 그거 아닙니까?”

“그렇긴 한데 제가 기대한 모습은 이런 게 아니었어요.”“기대를 하다뇨? 그럼 어떤 모습을 기대하셨습니까?”

“.나가죠.”

박미지가 먼저 욕실에서 나간다. 내 대답은 회피한 채 박미지는 커다란 수건을 몸에 두르고 먼저 자리를 피하듯 나갔고 난 마지막으로 몸을 묵에 적신 후 잠시 동안 머리를 더 식히기 위해 다시 샤워기 아래에서 찬물로 머리를 적신 후에야 대충 수건으로 몸을 닦은 후 미지를 뒤쫓아 욕실에서 나갔다. 

내가 거실로 나갔을 때 이미 박미지는 커다란 침대에 완전한 알몸으로 누워있었고 그 옆에서 신이가 옷을 벗고 있었다. 신이도 미지씨와 마찬가지로 완전한 알몸이 되었고 난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며 멀뚱히 서 있게 된다. 아마도 욕실에서 나온 박미지에게 신이가 어떤 명령을 한 듯 보였다. 

“이리 와요.”

“.응?.응.”

신이의 명령대로 괜히 수건으로 내 사타구니를 가리고 어리버리하게 침대 쪽으로 걸어간다. 이 위압감은 흡사 강한상에게 느꼈던 그 감정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애써 떨쳐버리며 침대 바로 앞까지 걸어갔고 지그시 두 눈을 감고 누워있는 박미지의 몸과 팔짱을 끼고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있는 신이를 번갈아 쳐다보게 된다.

두 여자를 놓고 아무리 비교를 해봐도 역시나 신이의 몸이 더 아름다웠고 얼굴도 훨씬 더 예뻤지만. 지금 순간은 그런 아름다움과 행동에서 오는 위압감은 오히려 내 물건에 주눅을 주고 있었다. 

“해봐요.”

“응.응? 무.뭘?”

“미지씨를 얼마나 더 무안하게 만들 거예요? 아무리 여자 둘과의 썸이라고 해도 처음엔 발기가 잘 안 될 거예요. 천천히 미지씨의 몸을 음미하면서 당신도 즐겨 봐요. 절대로 뭘 해주려고 하지 말고. 맛있는 음식을 기다리듯 음미하며 즐기면서.”

“즐.겨?”

얘길 하며 신이가 천천히 걸어가 커다란 리모컨을 손에 든다. 몇 개의 버튼을 조작하더니 조명의 밝기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나에 대한 배려인지 곧 모텔 안은 칠흑과도 같은 어둠이 찾아왔고 바로 앞조차 볼 수 없을 정도로 암흑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잠시 동안의 암흑안의 정적 속에서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확실히 이 암흑은 내게 도움이 되는 듯 느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 순간에 느껴지는 두근거림과 긴장된 호흡의 작은 물결들이 날 그 미세하게 들리는 숨소리에 정신을 집중하도록 만들었고 어차피 받을 교육이란 것의 의도를 이젠 알 수 있었기에 더듬거리며 침대의 끝을 만져본다.

곧 종아리의 딱딱한 뼈가 내 손에 느껴졌고 좀 더 위로 올려 부드러운 허벅지에 손을 얹어 본다.

“.하아”

깊은 심호흡이 적막을 깨고 내 귀에 들어왔다.

완벽한 빛의 차단은 눈이 어둠에 차차 적응이 되고서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이 공간은 확실히 내 위압감을 흥분 감으로 돌려 몸을 움직이게 만들었고 그건 비단 내게만 적용되고 있는 현상이 아닌 듯 느껴졌다. 천천히 올라가는 내 손에 감촉에 미지가 움찔거리며 반응을 시작했다.

허벅지에서 바로 보지로 향하던 내 손의 방향을 틀어 가슴으로 옮긴다. 강한상이란 놈에게 배운 대로 결코 서두르면 안 된다는 걸 머릿속에 떠올리며 천천히 옆구리를 지나 가슴을 향해 손을 옮겼고 부드러운 미지의 가슴이 내 손에 들어왔다.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오히려 그런 손으로만 느껴지는 감촉은 색다른 자극을 주며 그림처럼 머릿속에 그려졌고 형태의 잔상을 상상하듯 보여주며 날 평소처럼 흥분시키기 시작했다. 가슴으로 옮긴 손을 부드럽게 주무르기 시작하자 중앙의 꼭지가 조금씩 부풀어 올라 딱딱해져갔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꼭지의 형태를 장난치듯 굴리며 쥐었다 폈다를 번갈아 했고 이내 다른 꼭지에 얼굴을 옮겨 살짝 물어본다.

“아.”

오른 손을 올려 미지의 허벅지 안쪽을 가볍게 쥐어본다. 천천히 손을 올려 미지의 허벅지 깊숙한 곳에 손을 옮기려 했을 때. 가늘고 긴 다른 손이 내 손을 덮는다.

신이였다.

내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개 미지의 허벅지를 조금씩 벌리더니 이내 자신의 얼굴을 미지의 사타구니 속으로 밀어 넣었다. 

“흑.으음.음”

보이진 않았지만 신이가 뭘 하고 있는 지는 미지의 신음소리와 내 손에 느껴지는 반동으로 충분히 짐작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곧 내 손을 덮고 있던 신이의 손이 움직여 자신의 머리위로 내 손을 옮겼고 손에 느껴지는 움직임에 확신하게 된다. 

신이가 미지의 보지를 빨고 있었다.

부드럽게 위아래로 움직이는 신이의 머리를 고스란히 손에 느끼던 난 다시 미지의 가슴을 부드럽게 빨기 시작했다. 신이의 입에서 나는 소리를 바로 옆에서 생생하게 들으며 천천히 꼭지를 유린했고, 이내 목덜미를 지나 미지의 입술을 찾아 얼굴을 움직인다.

방금 씻어 상큼한 샴푸냄새를 맡으며 촉촉하게 젖은 미지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갰을 때. 가벼운 첫 입맞춤은 점점 미지의 뜨거운 숨결로 인해 거칠게 변해갔다. 손에 느껴지는 신이의 움직임이 더 깊숙이 허벅지 사이로 파고들수록 끙끙대며 내 입술을 탐하던 미지의 입술에서 혀가 나와 내 입속에 파고들었고 난 그런 끈적끈적한 분위기에 공조하듯 미지의 혀에 내 혀를 뒤엉키며 아래에서 나는 질겅거리는 소리와는 다른 소리로 하모니를 이루기 시작했다.

점점 더 고조되는 암흑 속에서 이미 내 자지가 크게 발기해 당장이라도 아무 구멍에라도 넣어달라고 성화를 부리기 시작하는데. 불쑥 한 손이 내 자지를 움켜쥐었다.

“윽.”

“으음.음하아”

내 자지를 잡고 있는 여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틈도 없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 손에 더 정열적으로 미지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신이의 머리위에 올려놨던 손을 옮겨 미지의 가슴을 주무르며 뒤엉키는 혀에서 느껴지는 짜릿함을 맛보던 난. 신이의 얘길 머릿속에 떠올린다.

‘맛있는 음식을 음미하듯 즐기면서.’

“하아 아. 태규씨. 자지. 빨고 싶어요. 아”

그제야 내 자지를 잡고 앞뒤로 부드럽게 움직이던 손이 풀렸다.

난 더듬거리길 멈추고 미지의 가슴을 엉덩이를 짓누르며 어렵게 자리를 잡는다.

암흑에 익숙해진 시야에도 빛 하나 없이 칠흑 같은 실내의 어둠은 형태조차 구분 못 할 정도의 시각에 족쇄를 채워줬기에 난 미지의 몸을 더듬으며 자지를 얼굴에 들이민다.

아래에서 전해지는 신이의 보빨소리에 미지의 몸이 연신 들썩거리길 반복하는 몸짓을 고스란히 엉덩이에 느끼며 이미 크게 발기한 자지를 천천히 들이밀자 미지가 손을 올려 내 자지를 잡고는 천천히 입속에 머금었다. 바로 방금 전 나와 진한 키스를 나누던 미지의 입속은 침으로 가득했고, 내 자지를 미끈거리는 끈적끈적함으로 단 번에 끝까지 먹어버린다.

귀두에 전해지는 목적의 감촉에 순간 경직이 된 나였지만,, 능숙한 미지의 펠라치오를 받기 시작하자 그런 걱정은 금세 잊힌 채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게 된다.

귀두에 느껴지는 혀끝의 감촉과 간간히 부딪히는 이빨의 고통조차 내 머릿속엔 쾌감이라는 감촉으로 벌써부터 사정의 기미를 느끼게 되는데.

그런 내 몸에 더 한 경직을 전해준건 바로 신이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미지의 입속에 더 자지를 밀어 넣으려는 본능적인 내 행동을 저지하며 내 엉덩이를 벌리는 손길은 분명 신이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었고, 깜짝 놀라 엉덩이를 빼려던 내 행동을 기다렸다는 듯 벌린 엉덩이 사이로 혀를 밀어 넣는 신이었다.

찌릿한 뭔가의 전율이 내 등골을 타고 머릿속을 강타한다.

그런 전율이 고스란히 자지에 전달되어졌고 그건 미지도 분명 느끼고 있었다. 더 적극적으로 얼굴을 앞뒤로 움직이며 자지를 빨기 시작했기에 느껴지는 쾌감이 배가 된다. 

한 여자가 앞에서 자지를 휘감듯 빨아주고 다른 한 여자가 내 엉덩이를 벌린 채 항문에 혀를 밀어 넣는 행동에서 오는 쾌감은. 느껴보지 못한 남자라면 가히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것이었다. 아무리 샤워를 했다고 해도 더러운 입구인 항문을 집요하게 빨기 시작한 신이에 혀의 움직임에 그 더럽다는 걱정도 잊은 채 무의식적으로 미지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게 된다.

허리를 흔들고 싶다는 충동보다 앞뒤에서 동시에 느껴지는 쾌감을 더 극대화시키고 싶다는 몸의 본능을 따라 미지의 머리를 잡고 너무 과하진 않고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허리에 느껴지는 전기의 자극과도 같은 쾌감이 연달아 발생하자 기다리고 있던 사정의 기운이 몸이 아닌 자지를 통해 이성과는 상관없이 준비를 시작하는데.

“으윽!.아.아파.”

갑자기 신이의 한 손이 내 허벅지 사이로 예고 없이 들어와 자지의 끝부분을 있는 힘껏 잡아 왔다. 절묘하게 요도의 연결 부위를 엄지로 꽉 쥔 신이의 행동은 사정을 억지로 막는 최고의 효과와도 같았다. 그러나 그건 내게 엄청난 고통을 동반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부들거리는 내 허벅지에 사정의 기운을 느껴 내 정액들을 받아먹으려는 미지의 더 빠른 움직임과 상관없이 신이의 손은 더 꽉 내 자지를 조여 왔고, 움찔거림까지 보여주며 난 사정을 저지당한 채 분출 없는 사정을 하게 된다.

앞서 말한 두 여자로 인한 앞뒤로부터의 엄청난 자극만큼이나 큰 엄청난 고통이 내 아랫배까지 아려오게 만들었고 그건 몇 번의 내 움찔거림을 계속 이어갈 정도의 길고 긴 시간동안의 고통을 선사했다. 

“으으으”

“참아요.”

신이의 작은 목소리가 내 엉덩이 사이에서 들려온다.

겨우 사정을 끝낸 듯 한 고통이 사라지고 나서야 신이의 손이 서서히 풀렸고 다시 미지의 움직임이 시작됐을 때 아까와는 다른 소리가 미지의 하반신에서 들려왔다.

반동으로 신이가 잠시 침태에서 떨어졌다는 걸 느낀 것도 잠시 다시 시작된 미지의 신음소리는 방금 전과는 다른 형태로 내 자지에 파장으로 전해준다. 방금 전의 움직임은 잊은 채 내 자지를 물고만 있는 미지가 뜨거운 신음을 뱉어내기에 급급해하고 있었다. 암흑 속에서 보이지 않는 괴로움을 절실히 느끼며 도대체 아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가 궁금했던 난 고개를 돌려 그 형태라도 보기 위해 움직이는데. 침대 위에 아주 작은 보조 등에 붉은 불빛이 은은하게 우릴 비췄다.

이런 내 행동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신이가 엎어놨던 리모컨의 야광버튼을 눌러 자신의 행동을 확인시켜 준다.

미지의 들린 엉덩이 위로 적나라하게 보여지는 질퍽하게 젖은 보지엔 작은 립스틱이 꽂혀있었고 나처럼 신이에게 항문을 공략당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물러나자 신이가 미지의 엉덩이 사이에 허벅지를 밀어 넣어 아예 ㄷ자로 몸을 말아 허공을 향해 벌린 보지와 항문을 대놓고 농락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내 손을 이끌어 다시 미지의 입에 내 자지를 밀어 넣으라고 행동으로 말을 한다.

나와 신이가 마주보는 형태로 그렇게 미지를 미쳐버리게 만들어 가는데.

“여자는 분위기가 먼저에요. 그리고 그 다음이 느낌이고요.”

“으.응.”

“그리고. 남자에 비해서 더 늦게 느끼고,, 대신 더 오래 느끼는 게 여자고요.”

“.”

“삽입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남자들하고 다르게. 애무와 펠라치오만으로도 여자는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다는 거. 그리고 단순한 삽입만의 섹스는 지루함까지 느낄 수 있다는 걸 명심해요.”

“그.그래.”

“그럼. 미지씨한테 사랑을 주세요.”

“.뭐? 사랑?”

“네. 쾌감이 느껴지는 사랑이요. 방금 전의 고통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너무 빠르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느리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면서.”

“윽. 무.뭐.”

미지의 고통서린 작은 비명소리를 뒤로하고 잠시 후 떨어진 신이가 내 손을 잡고 미지위에 몸을 기대게 한다.

다리를 벌리려던 미지의 행동을 신이가 막아서고는 그대로 여자처럼 올라타는 자세로 날 미지위에 올려놨고 난 얼떨결에 미지의 모아진 허벅지 사이로 자지를 밀어 넣는 모양으로 올라타게 된다.

신이가 이미 충분히 적셔놓은 미지의 허벅지 안쪽은 자세의 불편함에도 어렵지 않게 보지의 입구를 찾아 삽입을 할 수 있게 해줬다. 

“아.”

귀두의 끝이 보지의 언지에 닿았고 곧 그 속으로 천천히 힘을 줘 자지를 밀어 넣자 미지가 격한 심호흡을 한 후 탄성을 지른다. 자세로 인해 단번에 깊은 삽입은 불가능했지만. 조여 오는 허벅지의 힘만큼이나 좁고 좁은 보지의 조임을 자지에 고스란히 느끼며 천천히 엉덩이에 힘을 준다.

흠뻑 젖어 느껴지는 미끈거림과 허벅지의 꽉 다문 조임을 보지에 고스란히 느껴지는 앙상블과도 같은 쾌감을 동시에 느끼며 난 천천히 엉덩이를 앞뒤로 움직인다. 별 움직임이 없었는데도 이미 내 등은 땀으로 번져가기 시작했고 그건 미지도 마찬가지였다. 연신 허벅지를 벌리려던 행위가 내 허벅지로 인해 저지당한 미지의 몸짓은 괴로움과 고통, 그리고 쾌감을 연발하는 신음소리는 깜짝 놀라게 한 진동이 전해지고 난 후 더 격해졌다.

내 자지에 전해지는 진동기의 진동이 미지의 항문에서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는 걸 느낀 것도 잠시. 그 강도가 심해질수록 느껴지는 진동의 쾌감을 나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방금 전 신이가 미지의 몸에서 떨어져나갈 때 질렀던 미지에 고통 섞인 신음소리의 원인을 몸으로, 자지에 전해지는 진동으로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허벅지를 다문 채 삽입을 하는 행위도 내게 색다른 쾌감을 선사했는데. 고스란히 얇은 벽 너머의 항문 속에서 자지로 전해지는 진동은 엄청난 자극을 선사하며 계속해서 내게 움직이라 명령하기 시작한다. 내 움직임이 빨라질수록 미지의 신음소리가 커졌고, 다리를 벌리는 행위의 빈번함도 더 자주 이어졌다.

강제적인 한 번의 분출 없는 사정은 그런 내게 금세 사정할 것 같던 기운을 주저하게 만들며 계속해서 엉덩이에 힘들 주게 만들었고 연신 미지의 커져가는 신음소리를 바로 앞에서 들을 수 있도록 해주는데,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신이가 침대를 짚고 있던 내 한손을 미지의 가슴위로 옮겨 짓이기게 만들더니 연신 큰 신음을 뱉어내는 미지의 입을 자신의 입으로 틀어막아버렸다.

여자가 여자의 입술을 강제로 뺏는 모습이 이렇게 자극적이고 뇌쇄적이며 음란할 수 있다는 걸 난 오늘 처음 알게 된다. 바로 누운 채 덜렁이는 미지의 가슴과 엎드린 형태로 아래로 향한 신이의 가슴이 신이의 고의적인 접촉으로 인해 뭉개지는 형태도 그런 둘의 키스를 더 음란하게 내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 자세가 미지에게만 한정적인 게 아니란 걸. 더 빠르게 움직이고 싶다는 몸의 명령에도 엉덩이에 힘을 꽉 줘야만 더 깊숙이 들어가는 체위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이 자세는 내게도 한정적이며 제한적인 속도로 한 번 한 번의 삽입에 열중하게 만드는데.

“푸하. 아아 아아. 더.더 빨리. 아”

“쉿. 남자한테 처음부터 애원하지 말아요. 오늘이 태규씨와의 첫 만남이잖아요. 아직 멀었어요.”

신이가 미지의 귀를 잘근거리며 속삭이듯 작게 말을 한다. 

들리는 신이의 목소리에 난 깨닫게 된다. 이 교육이란 것이 나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

그리고 이어진 신이의 행위는 계속해서 미지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아예 69자세로 신이의 얼굴을 자신의 엉덩이로 짓이기며 올라타선 그대로 내게 키스를 퍼붓는다.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의 압박을 미지에게 선사하며 신이는 내게 음란한 혀의 교차함을 선사하며 나와 미지의 겹쳐진 사타구니 사이에 손을 밀어 넣고는 미지의 음핵을 찾아 조금씩 손가락을 움직인다.

“으읍.으부.으허흡.흡흡흡흡”

신이의 행동은 나와 미지에게 동시에 쾌감을 선사했다.

그런 신이의 행동에 또 다시 찾아오는 사정의 기운이 찾아왔고 이번엔 기다렸다는 신이가 미지에게 얘길 한다.

“약. 먹고 왔죠? 한상씨가 그냥 보냈을 리가 없을 텐데.”

“으읍.으으응.”

“자세를 바꿔요. 미지씨 허벅지를 벌리고 더 깊이 넣어줘요.”

나도 기다렸다는 듯 자세를 고쳐 미지의 허벅지를 있는 힘껏 벌리곤 뿌리 끝까지 자지를 세게 밀어 넣는다.

“으아.아흑아아”

신이의 엉덩이 골을 타고 미지의 괴성과도 같은 신음소리가 모텔 방안을 채워간다. 내 허리의 움직임이 더 빨라질수록 미지의 몸이 더 크게 흔들렸고 출렁이는 가슴은 더 크게 출렁거린다. 신이만 없었다면 미지의 몸은 이미 침대의 모서리까지 이동했을 것이다.

“으윽!.윽!”

“악!”

단발마의 신음소리가 교차할 때 신이의 빠르게 움직이던 손도 부드럽게 행위를 바꿨다. 몇 번의 깊고 짙은 박음질을 이어가는 내 행위에 맞춰 신이의 곧게 핀 손가락이 미지의 음핵을 자극하듯 부드럽게 문지르기 시작했고 그 움직임에 미지는 큰 경련을 일으키며 몸을 움찔거리길 반복했다.

미지의 자궁 속에 자지를 밀어 넣으려는 듯 더 깊게 찔러 넣던 난 결국 찾아오기 시작한 현자타임이란 것에 몸을 빼내어 뒤로 물러나 앉는데. 신이가 정액과 미지의 보짓물이 범벅이 되어 더러워진 내 자지를 입에 머금고 씻어주기 시작한다.

알몸이 되어 뒤엉킨 두 여자의 나신을 바로 앞에 두고 자지를 빨리고 있는 내 몸은 엄청난 쾌감에 중독된 놈처럼 서서히 작아지기 시작한 자지를 다시 발기시키기 시작했다. 두 여자의 나신도 그랬지만. 내 더럽게 젖은 자지를 아무렇지 않게 정성껏 빨고 있는 신이의 모습이 날 더 흥분시키는지 모르겠다.

예전의 내 아내였다면 단조로운 섹스 후에 찾아온 현자타임이란 것에 이런 행위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고 더군다나 샤워를 하고나서도 아기를 만들기 위한 단순한 행위였던 섹스에서의 펠라치오는 더군다나 말이 안 되는 것이었기에 이런 변해버린 신이의 모습에 묘한 흥분과 쾌감을 자지와 머리에 동시에 느끼며 죽어버리던 자지를 다시 키우게 된다.

난 이젠 신이를 즐겁게 해줘야 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을 떠올리며 아직도 내 자지를 빨고 있는 신이의 어깨를 잡고 세워 눕히려 하는데, 신이가 거부한다.

“아직 이에요.”

“.뭐?”

“미지씨한테 더 큰 선물을 줘야죠.”

“선물이라니?”

신이의 선물이라는 말에 겨우 숨을 고르기 시작한 미지가 눈을 떠 우리를 바라본다. 한차례의 오르가즘으로 진이 빠진 미지의 모습인데 신이의 계속 된 선물이라는 말에 만사가 귀찮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런 모습이 역력한 미지의 보지를 신이가 다시 괴롭히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미지의 보비를 더듬는 신이의 손길. 흘러나오기 시작한 내 정액들을 쓸어 담듯 신이가 손을 움직이자 미지가 들었던 고개를 다시 침대에 파묻는다. 신이가 손가락을 세워 천천히 미지의 보지 속에 밀어 넣자 애액들과 함께 남은 정액들이 울컥하며 쏟아져 침대를 적신다.

“하아.”

길고 가는 신이의 손가락 두 개가 연신 들락거리는 미지의 보지를 보고 있자니 다시 충동이란 게 스멀거리며 내 몸속에서 밖으로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미지의 바로 옆에 누운 신이는 계속 손가락을 움직이며 미지의 몸을 핥기 시작한다.

은은한 붉은 불빛 아래에서 땀방울이 맺힌 두 여자의 꿈틀거리는 뒤엉킴은 너무나 뇌쇄적인 장면처럼 내 뇌리에 각인까지 주며 기억 속에 강하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잘근거리며 미지의 젖꼭지를 핥고 무는 신이의 행위와 신이의 손가락을 받아들이며 연신 뜨거운 신음과 움찔거림을 보여주는 미지의 몸짓은 각인시키고도 남을 야한 장면이었고 나도 모르게 내 자지를 잡고 흔들게 만들었다.

다시 시작 된 두 여자의 끈끈한 키스를 바로 앞에 보며 난 천천히 걸어가 신이의 가랑이를 벌린다.

신이는 분명 미지에게 선물을 주라고 했지만. 난 본능대로 미지의 바로 옆에 누워 엉킨 신이의 엉덩이를 잡았고 크게 벌린 후 신이가 거부할 틈도 주지 않고 자지를 신이의 보지 속에 비틀 듯 집어넣었다.

“하아.아”

“아악.”

미지를 비스듬한 자세로 덮치고 있던 신이를 가위 치기하듯 삽입을 한 내 행동에 신이가 깊은 탄성과 함께 미지의 가슴을 꽉 움켜잡았다. 그리고 신에게서 배웠던 스킬을 미지에게 써먹는다.

신이의 보지를 자지로 농락하는 동시에 미지의 보지 속에서 멈춘 신이의 손을 위로 덮고는 중지만을 함께 밀어 넣으며 손바닥에 강한 압박을 주자 신이와 미지가 동시에 신음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허리를 천천히 흔들며 손가락에 힘을 주자 그 둘의 신음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고 묘한 성취감과 쾌감을 동시에 만끽하게 된다.

“태규씨! 무슨 생각해요!?”

“.네?.아.아닙니다.”

“제 말 들었어요? 한상씨가 만족해했다고.”

“정확히 뭐라고 하던가요?”

“어제의 얘길 있는 그대로 다 했어요.”

“만족해하더라고요? 다른 얘긴 없었고요?”

“음. 아! 전화통화를 했는데. 이번 주 모임은 예정대로 진행 될 거라고 웃으면서 얘기했어요. 물론 저보고도 이번 주에 시간 빼라고 말했고요.”

“모임이요?”

돌아오는 토요일을 말하는 게 분명했다.

저번 주 만남은 말 그대로 내게 보여주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면 이번 주는 뭔가 더 자극적이고 변태적인 준비를 하는 게 확실할 것이란 내 예상이 어느 정도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미지가 내 편으로 돌아선 순간부터 내겐 희망이란 단어가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디까지나 신이에 의해 발생 된 상황이긴 했지만. 내 생각이 맞는다면 신이도 이런 결과를 뻔히 예측하고 날 도와주려 한 행동이었기에 박미지 본인에겐 미안하지만 박미지란 여자를 더 활용해야 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다.

어제의 기억은 회사 휴게실이란 장소를 잊게 만들 정도의 색다른 경험이었고 바로 앞에 앉아 조신하게 앉아 있는 박미지란 여자의 옷을 투시할 정도의 생생함을 여운처럼 남기고 있었다.

창구의 말대로 할렘과도 같은 여자 둘과의 쓰리섬은 남자에겐 오히려 악이 될 수도 있는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어제였다. 신이의 교육이 없었다면 말이다. 조신하게 앉아 있는 박미지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어제의 그 뇌쇄적이고 음란스러웠던 신음소리가 거짓처럼 느껴졌지만, 거의 잠도 못 자고 출근한 내 몸의 천근같은 무게가 현실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었기에 나도 모르게 박미지를 구두 끝부터 목덜미까지 훑어보게 만들었다.

“지금 그 시선 성희롱이에요.”

“.네? 아. 죄송합니다.”

“크. 어제 그렇게 뒹군 상대한테 사과는 왜 해요? 농담이에요.”

“하하하하하.하. 미지씨는 괜찮아요?”

“괜찮긴요. 아직도 허리가 후덜덜하는구만. 태규씨야 말로 괜찮아요? 어제.”

말을 하던 미지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목소리를 작게 낸다.

“4번이나 사정했잖아요.”

“사실. 지금 허리도 뻐근하고 저도 다리가 후들거려요. 머리도 어지럽고.”

“그러게 누가 연속으로 4발이나 뽑으래요!”

“그러니까요. 설마 4발이나 뽑을 수 있는 줄 제가 알았겠습니까.”

“하긴. 신이씨한테 걸리니까 느끼고 또 느끼고. 지쳐서 쓰러졌는데도 또 느끼게 되더라고요. 신이씨.무서워요.”

“그래서 돌아섰습니까? 너무 많이 느껴서?”

“네? 호호호호호호호.”

“솔직히.모텔에서 일어났을 때 절 도와준겠다는 미지씨의 말을 못 믿었습니다. 갑자기. 절 도와준다는 것도 그렇고. 요즘 뒤통수를 하두 맞아서 말이죠.”

“태규씨는 많이 피곤했을 테니 못 들었겠네요.”

“못 듣다뇨?”

“태규씨가 잠들고 신이씨가 같이 씻자고 해서 욕실로 들어갔었어요. 몸에 정.액들하고 땀이 막 범벅이 돼서 도저히 못 자겠더라고요. 그때 신이씨가 제가 말하던데요.”

“뭐라고요?”

“태규씨를 도와드리라고요. 태규씨만큼 불쌍한 사람 없다고요. 물론 한상씨한테는 자기도 잘 얘기 해줄 거라고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를 다 말하라고, 지금 얘기만 빼고요.”

“절 도와주라고요?”

“네. 태규씨는 불나방이래요. 뻔히 몸이 타죽을 걸 알면서도 불빛에 달려드는 불나방이요. 조금만 이기적이고 현실적이었으면 이렇게 바보처럼 안 살 사람이라고,, 그런데 돌진만 할 줄 알지 샛길이란 걸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던데요.”

“그래서. 신이 말 때문에 절 도와주기로 했단 말입니까?”

“네! 신이씨 표정을 봤다면. 도저히 그 부탁을 거절 못 했을걸요.”

“신이가.”

“하지만 신이씨는 당신한테 돌아올 수 없다는 말도 했어요. 승패를 떠나서 자긴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다고.”

“.죄송합니다.”

“.네?”

“만약. 제가 게임에서 지더라도 미지씨한테.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게 아무도 없어서 미리 사과를 드리는 겁니다.”

“알아요. 어차피 전 들러리 일뿐인데. 전 철저히 돈만 밝히려고요.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새로운 경험에 중독도 되보고, 색다른 쾌감도 즐기려고요. 하지만 신이씨 부탁대로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태규씨를 도와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저한테 감사할 거 없어요. 전 제 이익만 챙기면 되니까요. 어차피 즐기다가 돈만 벌면 전 끝이에요. 한상씨에게 거짓 없는 보고도 그대로 했고 계약대로 끝내주는 밤도 보냈고요. 물론 이런 정보들을 태규씨한테 하란 말은 없었지만, 하지 말라는 말도 없었으니까. 계약을 어긴 건 아니잖아요.”

“.네.”

“그리고 뭐. 태규씨를 보고 있으면 엄두가 안 나던데요. 왜 멍청하게 뻔 한 게임에 끼어들어서, 그것도 모자라 자기 돈까지 베팅을 하는 무모한 행동까지 하는 질. 솔직히 이해를 못 하겠네요.”

“하하하하. 그렇죠. 저도 제 자신이 이해가 안가요. 저 스스로도 절 멍청하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이게 단순히 쾌락을 쫓는 게임이 아닌 거라 서요.”

“.네? 그건 무슨 말이에요?”

“아닙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

“하하하하. 혼잣말이에요.”

“뭐. 저랑 상관없으니까. 그런데. 앞으로 정말 괜찮겠어요?”

“괜찮아야죠. 신이도 절 도와주는데.”

“신이씨가 그러던데요. 어제는 태규씨한테 행복?. 나름 행복한 경험을 하게 해 줬다면, 앞으로의 교육은 고통스러운 적응의 반복일지 모른다고. 그 말을 잘 이해할 순 없었지만 신이씨 표정도 별로 좋지는 않던데.”

“적응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각오해야죠.”

퇴근을 하자마자 난 청계천을 경유해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미지와의 대화에서 얻은 것들을 확인하기 위해 움직여야 할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생각을 하며 운전을 했고 현민이 놈이 다녀갔던 흥신소에서의 시간을 최대한 단축 한 후 집으로 향하게 된다.

현관문을 열고 구두를 벗으려던 난 신이의 모습을 보고 행동을 멈추게 된다.

신이는 짧은 벨벳 검은 미니스커트에 차이나 칼라가 포인트인 민소매 블라우스를 입고 의자에 앉아 날 기다리고 있었다. 연한 커피색 스타킹을 신고 다리를 꼬고 앉은 신이의 모습은 세련되어 보이기보단 야한 OL처럼 내 눈에 비춰졌다.

“좀 늦었네요.”

“응?. 응. 그런데. 어디가려고? 오늘 목요일인데.”

“이번 주. 한상씨와 만나는 토요일은 저번 주와는 완전히 다를 거예요. 가르쳐드릴 시간이 별로 없다는 거. 이미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나가요. 오늘은 어제와는 다른 경험을 가르쳐드릴게요.”

“꼭. 오늘 해야 되나?”

“.네?”

“어제 너무 무리를 했더니. 오늘은 그냥 편하게 쉬고 싶은데.”

“.”

“알아. 당신도 힘들 텐데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는 거. 근데.”

“알았어요. 그럼 옷 갈아입을게요.”

“옷은 왜?”

“쉬고 싶다면서요. 나가서 먹으려고 저녁도 안 했어요. 옷 갈아입고 저녁 준비 할게요.”

“나가서 먹자.”

“.네?”

“예쁘게 차려 입었는데. 그냥 집에서 먹긴 아깝잖아. 우리 외식하자.”

“힘들다면서요.”

“그 쪽으로 힘든 게 아니잖아. 그건 그거고. 밥 먹을 기운은 있다 뭐.”

“괜히 고집부리지 말고 집에서 먹어요. 제가 금방 참치김치찌개 끓일게요.”

“아냐. 나가서 먹고 싶은 게 있어.”

“태규씨 제가 말.”

“말했었지! 추억 팔이는 해봐야 소용없다고! 귀에 아주 박혔으니까 걱정 마라! 내가 닭이냐!? 그렇게 강조하는데 그걸 까먹게!. 나가자.”

신이를 차에 태우고 다시 운전을 한다.

신이의 말대로 추억 팔이는 소용이 없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나였지만, 그 모습을 애써 떠올리던 내 어리석음에 도취되어 버린 시간의 아까움을 절실히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추억 팔이와 추억 만들기는 엄연히 다르다는 걸 강조하게 된다. 

아무리 섹녀와도 같은 모습으로 남자의 몸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여자가 되어버렸다고 해도 신이는 신이었다. 자신이 아무리 부정을 하려 해도 사소한 버릇과 몸에 밴 행동들은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신이란 여자의 모습 그대로였고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신이의 모습 그대로였다.

“밥을 먹으러 어디까지 가요?”

“씁! 조용! 원래 배가 고파야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는 거 모르나?”

“아무리 이런 행동으로 호감을 사려고 해도. 차라리.”

“응 알아. 그런데 너도 말했잖아. 즐기라고. 어차피 승산 없는 게임이 될지도 모르는 게임을 그냥 즐기라며.”

“.”

“어제같이? 솔직히 어제는 진짜 끝내주긴 하더라. 와 네가 잘한다 잘한다 하고 생각은 했는데. 어제는 진짜. 우”

“.”

“그것도 좋은데. 내 몸에 너무 무리더라고. 참. 항상 젊다고 생각했는데. 운동도 일 년 동안 나름 열심히 했는데도 이제 예전 같지가 않더라고. 그래서 오늘은 몸보신 좀 하려고. 아! 그런데 말이야. 어제 어떻게 한 거야?””

“뭐가요?”

“세 번째 사정하고 나서. 밥 먹기 전에 좀 더럽지만. 그때 갑자기 거기다가 손가락을 집어넣었잖아. 그러니까 갑자기 그게.”

“전립선 마사지에요.”

“그런 것도 배웠어?”

“.네.”

“그거 당하니까. 장난아니던데.”

“.”

“그럼. 혹시 당신도 뒤로 하는 거 좋아해?”

“.네?”

“뒤로. 그러니까 항문섹스. 영화에서 보면 막 쑤셔주면 좋아 죽잖아.”

“.”

“당신도 그래?”

“대답해야 되요?”

“응! 이쪽에 관한 얘기는 모든지 물어보라며.”

“전. 별로 안 좋아해요.”

“해 봤어?”

“.한 번. 해보려다가 말았어요.”

“왜? 그거 한 번 맛들이면 죽겠던데. 한상이가 그쪽 취향은 아닌가?”

“.”

“아!. 한상이 놈 물건이. ”

“.”

“음. 그럼 항문섹스는 아직 경험이 적은건가? 아니면. 아다야?”

“아다.”

“하하하하. 나도 그런 말은 쓸 줄 알거든! 너무 무시하네.”

“자랑이시네요.”

“고럼! 다 왔다.”

차를 몰고 도착한 곳은 구리 쪽에 위치한 막국수 집이었다. 메밀 막국수. 비싸고 고급스러운 음식이 지천에 널리고 널려 있는데도 신이는 이 메밀막국수라면 환장하고 입맛을 다시던 여자였다. 다른 곳은 이 맛을 못 낸다며 이사 간 이 막국수 집을 한동안 그리워하던 신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신이의 얼굴을 확인한다.

신이의 얼굴에 순간이었지만 막국수집의 간판을 발견하곤 놀란 기쁨의 미소가 번져있었다.

“여기 찾느라고 전화를 몇 군데를 했는지. 나중엔 구청에까지 전화해서 업소 이전한 곳 주소까지 받아냈다니까. 왜!? 나한테 감동 먹었냐?”

“태규씨.”

“아 안다고 알아! 이건 추억팔이가 아니고 배 찌우기니까! 잔말 말고 들어가자. 나도 여기 맛이 얼마나 그립던지 벌써부터 침이 고이네. 뭐해 빨리 들어와.”

“이모! 여기 막국수 2개랑 한방보쌈 중짜요. 막걸리도 하나요.”

“술 마시게요?”

“대리 부르면 되지 어차피 다 날릴 돈인데 뭔 걱정이냐.”

“.”

변한 가게안의 모습은 훨씬 세련되어졌고 깨끗하게 보였다. 예전의 허름한 가게와는 다른 세련미에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아내와 자주 왔던 풍경은 찾아볼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환기시키게 된다. 사실 아내와 이혼하고 남는 게 시간이었던 난 이 맛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에 두 달 동안이나 퇴근 후 발품을 팔았었다. 그리고 다시 찾게 된 이 가게에서의 막국수 한 젓가락의 풍미는. 아무리 외관이 바뀌고 위치가 변했어도 그 맛은 변함이 없다는 데 눈물까지 맺혔던 기억을 갖고 있었다.

신이도 그런 기억을 하는 걸까?

찬찬히 가게 안을 둘러본다. 꼭 예전의 소박한 국수집 안을 찾으려는 듯 늦게 와 한적한 가게 안을 둘러보던 신이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내 시선을 느끼고서야 헛기침을 하며 물 한 모금을 마셨다.

“생각해보면 진짜 아무것도 아닌데.”

“.네? 뭐가요?”

“섹스란 거 말이야. 마약과도 같다거나. 섹스중독자란 꼬리표가 붙는다거나.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내 이웃이고 대한민국의 국민이란 말이잖아. 평소엔 아무렇지 않게 나와 똑같이 일을 하고. 어쩌면 쾌락을 얻기 위해 더 열심히 돈을 벌려고 남들보다 더 힘들게 일을 할지도 모르잖아. 그런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일탈일지도 모르는데. 왜 이해를 한다고 해도 몸이 반응을 안 할까?”

“.”

“사실. 어제의 일이 진짜 대박으로 좋았다는 건 인정하겠는데. 그게 참. 여자 둘이 좋았으면 봉사차원에서도 남자 둘도 괜찮아야 하는데. 하루 종일 나하고 다른 남자가 널 번갈아가면서 겁탈하는 상상까지도 했는데. 아직은 그게 썩 기분 좋은 상상은 아니더라고,,.”

“그건 아직도 제게 미련이 남아서 그래요.”

“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오 막국수 나왔다! 와. 이 향기! 역시. 빨리 먹자.”

도도한 척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은 신이였지만 이미 메밀막국수의 향기와 과거의 잊지 못했던 식감에 취해 먹기도 전에 신이가 소리 없이 몰래 침을 삼킨다. 그런 신이 앞에서 난 평소처럼 막국수를 크게 한 젓가락을 집어 우악스럽게 입에 우겨넣고는 후루룩 소리를 내며 면 발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먹기 시작하는데.

역시나 직접 메밀로 뽑아낸 국수는 면발의 탄력과 끊어짐 자체가 일반 시중의 막국수와는 차원이 달랐고 먹으면 먹을수록 그 식감에 취해 자연스럽게 두 눈을 감게 만들 정도였다.

“호루룩.”

참지 못하고 신이가 젓가락으로 국수를 몇 가닥 집어 입에 넣는다.

파티복과도 같은 복장으로 신이는 막국수를 몇 가닥 먹고는 이내 나처럼 정신없이 국수를 입에 넣기 시작했다. 두 눈을 감고는 그 쫀득함과 녹는 듯한 끊어짐을 맛보며 신이도 감탄사를 소리죽여 연발했다.

그리고 나온 한방보쌈도 예전 그 맛 그대로였다.

한약 냄새가 약하게 밴 상태로 부드러운 목 넘김마저 주는 돼지고기와 무채의 절묘한 조화는 다른 집과는 차원이 다른 맛을 내게 선물했었다. 그리고 그런 맛의 음미는 나만의 충족이 아님을 신이의 얼굴표정으로도 알 수 있었다.

“크크크크크.”

“.왜.요?”

“아니. 달라졌네 변했네. 계속 강조하는데. 먹으면서 너무 맛있으면 미간에 잔뜩 힘을 주고 계속 먹는 버릇은 여전해 말이야.”

“누.누가. 참나.”

“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내가 이런 말 하면 항상 부정하는 모습도 그렇고.”

“태규씨. 제가.”

“안다니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와. 그나저나 이 맛은 진짜 변함이 없네. 안 그래?”

“.그러네요. 없어진 줄 알았는데.”

“내말이. 이 맛을 찾으려고 몇 군데를 돌아다녔는데. 결국엔 이사했다는 걸 알아내고서야 막국수를 다시 먹게 됐다니까. 다른 집건 이 맛이 왜 안 나는지 모르겠어. 와 근데 진짜 맛있네.”

“.”

어느새 빈 그릇만 남기고 싹 다 비우게 된다. 그건 신이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많이 먹어 배를 문지르며 나무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앉는데. 신이도 배가 부른 듯 타이트해진 스커트의 아랫배를 문지르며 나처럼 등을 기댄다. 그러고 보니 신이가 뭘 먹는 것도, 그리고 먹더라도 이렇게 많이 먹는 건 정말 오랜만에 보게 된다. 오랜만이 아니라. 1년 전부터. 아이의 문제가 발생하고 설상가상으로 이 막국수집이 사라지고 난 이후론 처음 보는 모습인 듯 느껴졌다.

“그럼. 이제 초대남이란 걸 부를 거야?”

“네?. 네.”

“그럼. 그 초대남을 불러서? 어제처럼 내게 면역력을 키우게 하려고?”

“당신이 부탁했잖아요. 가르쳐 달라면서요.”

“그럼 말이야. 그 초대남은 내가 부르면 안 될까?”

“태규씨가요?”

“응! 어차피 내가 배우는 학생이잖아. 그럼 선생 위주가 아니라 학생 위주가 돼야 더 빠르게 진도를 뺄 수 있는 거 아닌가?”

“진도.라고요?”

“응! 말했잖아. 어차피 받아드리기로 한 거. 즐기자고! 무리하는 건 맞는데. 뭐 내일 맞나 오늘 맞나,, 경험상 매는 빨리 맞는 게 장땡이더라고.”

“부를. 사람이 있어요? 당신 아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그런 사람은 제가 싫어요.”

“그러니까. 음 나가서 고르자.”

“.네? 고르다뇨?”

“차도 있겠다. 미인도 있겠다. 뭐가 문제야!”

“.지금요?”

“응! 어차피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식욕이 채워지니까 성욕이 또 올라오네. 가자.”

“이.렇게 계획 없이 그냥 막?”

“한상이 놈이 만날 계획가지고 철저하게 할 거 아니야. 똑같이 하면 승산 없는 게임이라고 한 게 누군데. 아니야?”

“.당신 정말 괜찮아요?”

“왜? 겁나?”

“.”

“한상이가 주도하거나 관련 된 건 서슴없이 해왔지만. 혹시 당신 자발적인 뭔가는 아무것도 못하는 거 아니야?”

“누가 그래요? 제가요?”

“그럼 가자. 둘이서 천천히 차로 돌아다니면서 당신이랑 나랑 오케이 하는 사람으로 고르자고.”

참 어색한 시간을 흘려보낸다.

정작 막걸리엔 손 하나 안대고 나온 걸 후회하게 된다. 운전을 하기 위해 안 마신 막걸리를 신이에게라도 마시게 할 걸. 하여튼 맛있는 막국수로 배를 채우고 신이와 난 드라이브를 하며 시내를 돌기 시작한다. 드라이브라기엔 너무 삭막한 건물들과 화려한 네온사인이 가득한 도로였지만. 나와 신이는 천천히 움직이는 자동차 안에서 밖을 내다보며 풍경과 시원한 공기를 만끽하는 드라이브가 아닌 사람 구경을 하고 있었다.

내 주장과 의견에 오기를 부리듯 조수석에 앉아 나와 같이 진지한 모습으로 남자들을 평가하기 시작한 신이의 모습을 간간히 훔쳐보는 재미도 쏠쏠하게 느끼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느리게 차를 이동한다고 해도 한계가 금방 드러나게 된다. 마지막 차도에서 거의 510km로 운전을 하기위해 신경을 쓰느라 인도를 걷고 있는 남자들을 제대로 관찰할 수 없었고, 내 예상대로 소극적인 행동으로 남자를 관찰하는 신이의 모습에 좀처럼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난 미지와의 대화를 나누며 또 한 가지의 가설을 속으로 세워봤었다.

네토리,, 네토라레,, 네토라세. 

이 단어들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네토란 단어의 뜻을 몇 번이고 곱씹어 본 결과 강한상이 나와 하는 게임이란 게 이것들과 분명 관련이 있을 거라는 예측을 해보며 그럼 그 대상인 신이의 취향을 머릿속에 그려보길 반복했었다.

주체이며 승패의 요소인 신이의 감정이란 게 내 예상이 맞다면, 그리고 강한상에게 1년이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동안 조교와 조련을 당해 이런 모습으로 급격히 변한 게 맞는다면. 과연 신이가 능동적일까? 

미지와의 그 황홀했던 순간과 시간을 보내는 동안의 확실히 변한 여자를 대하는 신이의 모습은 오히려 내게 더 큰 의문을 갖게 만들었었다. 그녀가 보여준 여자를 희롱하고 농락하는 행동들은 신이 자신의 모습보다는 이상하리만큼 강한상이란 남자의 모습과 겹쳐보였다는 게 새로 세우게 된 내 가설의 핵심이었다. 

확실히 신이의 애로 했던 행동 하나하나는 내가 예상했던 범주를 훨씬 뛰어넘는 능숙함으로 미지를 몸서리치게 만들었었다. 같은 여자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의 과감하고 색스러운 행동으로 예전의 내 아내였던 모습은 하나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미지를 희롱했지만,, 그러나 그 모습에서 신이의 본 모습을 찾을 수 없다는 게 더 문제였다. 아무리 사람이 변했어도 버릇과 입장이란 건 변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 신이가 보여준 모습은 꼭 남자가 여자를 조련하기 위한 행동과 수단처럼 느껴질 정도로 능숙했기에 더욱 강한상의 모습을 겹쳐 떠올리게 되었다.

그렇다면.

조교와 교육을 당하는 입장이란 게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특히나 절대 권력의 주인과 노예 같은 행동으로 온 몸을 수갑과 족갑 같은 구속 체에 의해 강한상이 말했던 방치플래이란 것까지 했던 노예녀의 입장이라면. 사실상 내가 부탁한 가르침을 자신의 본 모습이 아닌 흉내 내기를 하는 게 아닐까? 

태초에 훌륭한 창조는 모방에서 온다는 말이 있듯 신이는 분명 강한상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날 그 흉내 내기를 했던 게 분명하리라는 가설을 세워본다. 그렇다면 신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지금까지 시키는 대로, 명령하는 대로 따르기만 했던 신이가 확실하다면.

그걸 확인하기 위해 무리수일지 모를 지금의 행동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행동에 자동차로의 이동은 분명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번화가의 입구에 도달한 난 차를 그냥 도로가 가장 끝 차로에 주차해버렸다.

“왜?”

“응? 차로 움직이니까 사람들을 제대로 볼 수 없잖아. 내려서 걷자. 여기 사람들 많네.”

“.”

“왜?”

“정말. 생판 모르는 남자를 고르게요?” 

“응. 그게 더 덜 할 거 같은데.”

“덜하다뇨?”

“글쎄. 그냥 그럴 거 같다는 기분이 들더라고. 우선 내리자.”

“태규씨.”

“응?”

“이런 모습. 태규씨 답지 않아요. 그냥 한상씨한테 제가 부탁할게요. 지금이라면 한상씨가 제 말을 들어줄지도 몰라요. 제가 부탁하면 그 베팅이란 것도.”

“지금 나 걱정 해주는 거야?”

“네?. 그냥. 너무 안타까워보여서 그래요. 저한테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고요. 우리 이혼한 사이라는 걸. 굳이 이런 무리한 행동까지 할 필요 없다는 거. 다른 사람보다 태규씨 본인이 제일 잘 알잖아요. 한상씨. 태규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무섭고 잔인한 사람이에요. 나이가 어리다고.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란 걸 말해드리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그게 걱정이란 거야.”

“.”

“나도 알아.”

“.알 다뇨?”

“당신 변한 모습을 누구보다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게 나야. 이 게임이란 게 얼마나 어처구니없는지,, 말도 안 된다는 거 나도 아는데. 어차피 하기로 한 게임이잖아? 그럼 끝까지 발악이라도 해봐야지.”

“발악이란 걸 왜 굳이 하냐고요. 태규씨가 뭐가 아쉽다고.”

“그 얘긴 그만하고.당신은 정말 괜찮아?”

“.저요?”

“응. 당신! 한신이 당신 말이야.”

“전 행복해요.”

“행복해?”

“.네.”

“그럼 됐네. 나가자.”

“.”

차 문을 열고 망설임 없이 밖으로 나간다.

이 게임이란 게 신이에게 말했듯 말도 안 되는 어처구니없는 룰과 현실에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걸 속으로 곱씹으면서 천천히 차를 돌아 조수석으로 이동한다. 만약 나와 신이가 보통의 이혼부부처럼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하는, 추억보다는 악몽만이 더 많은 부부였다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성조차 못 느꼈을 것이다. 아니. 성격차이로 이혼한 보통의 부부였다고 해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게임을 제시하며 접근한 강한상이란 놈과 걸레처럼 남자의 자지를 탐하는 신이란 여자를 경멸하며 혀를 찾을 텐데.

아직도 조수석에 앉아 있는 신이를 내려다보곤 차 문을 연다.

“가자.”

“정말.”

“왜? 무서워? 강한상처럼 모든 걸 철저히 계획하고 준비해서 진행하는 게 아니라서?”

“아니에요. 가요.”

신이가 긴 다리를 쭉 내밀어 차에서 내린다.

역시나 신이의 모습은 내리는 그 순간부터 남자들만이 아닌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듯 보였다. 차려입은 신이의 모습은 야외촬영이라도 나온 모델이나 탤런트처럼 보일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답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당신 이상형이 뭐였지? 권송우? 소간지? 아니면 현본?”

“그런 거 없어요.”

“엥? 옛날에는 소간지 나오는 드라마만 하면 아예 자리 잡고 앉아서 일어날 줄 몰랐잖아.”

“그거야 어릴 때죠.”

“허. 3년도 안 된 얘기구만. 저 남자는 어때?”

걸어가다 키가 훤칠하게 큰 남자를 향해 내가 고갯짓을 했고 신이가 그 남자를 향해 시선을 돌린다. 족히 185cm는 넘어 보이는 남자는 머리에 잔뜩 힘을 준 젊은 청년으로 오히려 신이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입을 동그랗게 말아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다.

“너무 어려요.”

“어려? 내가 보기엔 한상이보다 더 형 같구만.”

“,,,,”

“그럼 저 사람은. 중후한 매력이 괜찮네.”

“너무 말랐어요.”

“.그럼 저 친구는?”

“일행이 많잖아요. 괜히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싫어요.”

“.왜요?”

“무섭냐?”

“무.뭐가요?”

“솔직히 말해 봐. 무섭지?”

“참나. 당신 내 모습 못 봤어요? 바로 앞에서 봤으면서.”

말과 행동이 다른 여자.

정확히는 잠자리 모습과 평소의 모습, 그리고 이런 오기를 부리는 모습이 다 다른 여자가 신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과거의 회상에 잠겨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신이의 모습들은 통통 튀는 매력까지 드러내며 날 다른 쪽으로 설레게 했다. 물론 그 결과의 목적이 섹스란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지만 말이다.

“우선 좀 앉을까? 계속 돌아다녔더니 다리도 아프고 목도 마르네.”

“.그래요.”

신이를 데리고 일부러 눈에 띤 테라스가 있는 주점으로 향했다.

칵테일과 과일주류들이 즐비한 메뉴판을 잠시 둘러본 난 가볍게 코코넛이 들어간 칵테일 두 잔을 주문했다. 그리고 앞에 놓인 예쁜 등잔에 시선을 뺏긴 신이를 무시한 채 다시 사람들이 분비는 길 쪽으로 시선을 옮겨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한 명도 비슷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쳐다보는 재미가 의외로 괜찮았다. 여러 명이 웃고 떠들며 걸어가는 대학생들부터 술에 잔뜩 취해 일행으로부터 부축을 받고 걸어가는 회사원, 쌍쌍으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까지. 오랜만에 나온 밤거리는 활기찼고 분산스러웠다. 그건 목요일이라는 내 소심한 걱정을 덜어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거리의 풍경이었다.

“무리해서 찾지 마세요. 그냥 제가 아는 분으로 내일 같이 만나는.”

“잠깐만.”

난 신이의 말을 끊고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입구 쪽으로 달려갔다. 그런 내 모습을 놀랜 듯 쳐다보는 신이의 시선을 그대로 받으며 주점에서 나왔고 그대로 건너편 골목 앞에서 서 있는 한 남자에게 뛰어간다.

“저기요.”

“네? 저 말입니까?

“네. 혹시 혼자 오셨어요?”

“.아니요.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아. 일행 기다리고 계신가요?”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다른 게 아니고. 우선 제가 미친놈이 아니란 걸 미리 말씀드릴게요. 그러니까.”

“전 도 같은 거에 관심 없습니다.”

“네? 하하하하하하하. 그런 사람 아닙니다. 그냥 부탁드릴게 있어서 그런 거죠.”

“부탁. 말입니까?”

“네! 일행이라면 친구?”

“.”

“아까부터 보니까 혼자 있는 거 같은데. 방금 휴가 나왔나 봐요.”

수많은 사람들 중 유일하게 어둑한 얼룩무늬의 옷이 눈에 띄는 한 남자에게 난 생각을 그만 접고 달려왔고 뻔뻔하게 말을 걸었다. 그런 행동에 당연히 이 남자는 날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당장이라도 도망가거나 주먹을 날릴 타이밍을 잡고 있는 듯 보였다.

“여자 친구 기다려요?”

“.네?.네.”

“아. 그래요? 그럼 어쩔 수 없네. 시간 뺏어서 죄송합니다.”

“.왜?. 그러십니까?”

딱딱한 말투는 왼쪽 가슴에 붙어 있는 작대기 두 개의 계급장이 어울릴 정도로 내겐 친숙했다. 날 경계하던 그의 시선도 내가 정말 아쉽다는 말투로 그냥 물러나려는 행동을 하자 경계보다는 호기심이란 욕구를 채우려 등을 돌리려던 날 붙잡았다.

사실 반신반의였다.

만약 여자 친구가 있다면 그냥 포기하면 된다는 생각과 그렇지 않고 기다리는 일행들이 남자친구들이라면 한 번 건드려나 보자는. 그래서 넘어오면 오늘 진행하기로 했던 모든 것을 진행하고, 그것이 아니라면 역시나 아니구나,, 라는 생각으로 오늘은 접자라는.

“다른 게 아니고,, 우리 부부가 좀 곤란한 일로 요즘 힘들어서 그래요. 군인아저씨한테 도움 좀 받고 싶어서.”

“도움.말입니까?”

“네. 사실 남한테 말하기도 부끄럽고. 좀 그런 얘기라서. 그렇다고 우리 부부가 이상한 병이 있거나 미친 건 절대 아니고요.”

이미 내 의도된 쭈삣거림에 이 군인총각이 눈치를 깐 듯 보였다.

“내 와이프가 나 때문에 고생이 많거든요. 이게 참.뭐라고 말해야 되는 건지.”

“무슨. 말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기 보이죠.”

내가 등을 돌려 신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던 신이가 내 손짓에 얼떨결에 손인사로 대답을 하다 황급히 손을 내린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 주점 안으로 몸을 돌리지만. 이미 군인총각의 시선엔 신이의 잘빠진 허리와 다리, 그리고 풍만한 가슴이 정찰이라도 된 듯 뚫어져라 각인된 상태였다.

“제.가 뭘.?”

“이런 부탁도 드리기 쪽팔리지만,,, 아!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우린 이상한 부부 아니에요. 아. 이상한 부부는 맞는데 그러니까. 하하하하하하하. 이거 괜히 긴장되네.”

“.”

“그런데 친구들하고 여기서 만나기로 했어요?”

“네?. 그건 아니고. 저기 커피전문점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서 말입니다. 담배를 태우려고 여기 서 있었습니다.”

“그래요? 그럼 친구들 만나셔야겠네요. 아쉽네. 모처럼 와이프한테 좋은 남자 붙여주려고 했는데.”

“네? 잘 못 들었.아니. 뭐라고요?”

“친구들이 기다리시는 거 아닌 가 해서요. 괜히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는 건데. 이상한 부탁이나 드리는 거 같아서요.” 

“혹시. 꽃뱀이나. 장기.”

“네? 하하하하하하하하”

나도 모르게 크게 웃게 된다.

하긴 지금 상황자체가 정말 말이 안 된다는 걸 나 자신도 잘 알고 있었고 요즘 너무 많이 변해버린 내 자신이 평범한 사람의 눈에는 저렇게 보일수도 있다는 걸 깨닫고는 크게 웃게 된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이런 부탁들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 아닌가 말이다.

“하긴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걱정이라면 할 필요 없지만. 그래도 영 아닌 거 같으면 친구들 만나러 가세요.”

“.”

“그럼 전 와이프가 기다려서.”

천천히 신이가 있는 테라스 쪽으로 걸어가는데. 

역시나 무리수였던 듯 군인총각은 우리 쪽이 아닌 반대쪽 길로 발걸음을 돌려 걸어갔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런 의심스러운 제안엔 경계부터 하고 미친놈 년들이라 욕을 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 당연한 결과였을지 모른다는 허탈감까지 느끼며 피식하고 웃게 된다. 

내 웃음엔 여러 가지 뜻이 담겨 있었다. 내 변해버린 모습과 행동, 그리고 이 당연한 결과에 허탈감이란 감정까지 느끼게 된 내 자신에 대한 조롱과도 같은 웃음이었다.

주점의 문을 열고 신이가 있는 테라스로 걸어가는데. 엉뚱한 모습을 보게 된다.

꽃에는 항상 벌들이 꼬인다고 하더니, 신이에게 파리가 앉으려고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머리에 왁스칠을 덕지덕지 해 번들거리는 헤어스타일의 키가 꽤 큰 남자가 테이블 옆에 서서 신이를 내려다보며 말을 걸고 있었다.

남자의 시선은 분명 신이의 얼굴과 차이나 드레스의 벌어진 앞섬 부분을 몰래 훔쳐보며 두 손 모두 칵테일 잔을 들고 있었다. 반 쯤 빈 잔과 달리 왼손에 들고 있는 새 칵테일로 신이를 꼬시려는 게 분명해 보였다.

‘상황을 지켜봐? 아니면.’

좀 더 가까이 걸어가던 난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데, 시끄러운 사람들의 잡담 속에서 신이의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작업이란 걸 하려면 먼저 결혼반지부터 빼고 하세요.”

“네?.하하. 이건 그냥 벌레 방지용입니다. 저 결혼 안 했어요. 하하하하. 그럼 합석해도 괜찮.”

“벌레라. 누가 벌렌지 모르겠네.”

“네?”

“여보!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남자의 능긍 맞은 행동에도 신이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고 날 발견하자마자 ‘여보’라며 한 톤 높은 목소리로 불렀다. 남자의 놀란 시선이 날 쳐다봤고 다시 걸어가기 시작한 내 모습을 그제야 발견하곤 뒤로 물러나는데, 그 시선엔 부러움과 함께 못마땅한 느낌이 가득했다. 자신이 보기엔 자기보다 내가 한 참 모자란데 왜 이런 미인의 남편이 나인지 라는 질투서린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다시 내 자리에 앉게 된다.

“지금 헌팅 당한거야?”

“헌팅이라고 할 것도 없어요.”

신이는 자신이 변한 후 이런 경우가 많았다는 듯 무관심하게 내 질문에 대답을 한다.

“당신이야 말로 뭐 한 거예요?”

“응?.하하.하.”

“지금 저 군인아저씨를 부른 거예요?”

“응. 그런데 그냥 가네.”

“당연하죠!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제의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겠어요? 당신 너무 순진한 거 아니에요?”

“그런가? 그래도 돌려서 잘 말했는데. 그리고 당신 미모 보고 곧바로 넘어올 줄 알았는데.”

“.말이라도 못 하면.”

“그럼 방금 왔던 남자라도 한 번 꼬셔볼까? 저 남자라면 잘 넘어올 거 같은데.”

“저런 남자는 꼬실 필요도 없어요.”

“왜?”

“얘기 하면 당장 달려들겠죠. 하지만 저런 남자는 제가 싫어요.”

“싫다니? 왜? 내가 보기엔 얼굴도 깔끔하고 키도 크던데. 양복도 썩 잘 어울리고. 나보다 훨씬 낫지 않나?”

“유부남에다가 허세만 잔뜩 낀 남자에요.”

“그걸 방금 만난 당신이 어떻게 알아?”

“유부남한테선 총각과 다르게 느껴지는 몇 가지가 있어요. 물론 작업남이라고 결혼 한 걸 작정하고 숨기는 남자는 그 몇 가지를 찾기 힘들지만, 저런 남자는 가정 안에서 쩔쩔매면서도 밖에선 큰소리치는 스타일이에요.”

“그걸 안다고?”

“아직도 훔쳐보는 걸 보면 쿨 하지도 못하고, 어쩌면 찌질 하기까지 할 거 같네요.”

“무.뭐?”

신이의 말에 남자가 걸어간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확인하는데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로 우리를 째려보고 있었다. 그 눈초리엔 의심이란 단어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정말 부부가 맞는지 의심하는 눈초리 말이다.

“저렇게 술집에 혼자 와서 사람들만 관찰하는 사람이라면 거의 다 퇴근 후에 여자랑 어떻게 좀 해보려고 수작 부리려는 남자들이에요.” 

“그렇군.”

“저런 남자들이 제일 경멸스럽죠.”

“. 한 번 놀고 버리기엔 저런 남자도 괜찮지 않나?”

“.”

“응? 왜?”

“아이들의 아빠고 한 여자의 남편인데 거짓말까지 하면서 접근하는 남자라면 제가 거절할래요.”

“.까놓고 얘기해서,, 당신하고 같이 즐긴 남자들도 다 저렇지 않다는 보장이 없잖아.”

“아뇨. 최소한 거짓말은 하지 않았어요.”

“거짓말을 안 하다니?”

“물론 한상씨가 다 알아서 컨트롤을 하지만 아무리 변태스럽고 음란한 놀이를 즐기더라도 최소한의 예의와 매너는 지켰다는 말이에요. 자신이 누구라고 밝히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최소한 저렇게 자신에게까지 거짓말을 하진 않았다는 말이죠.”

“. 경험이 많아?”

“.네?”

“그 초대남이란 거. 구릅섹스 같은 거 말이야.”

“그게 중요해요?”

“아니. 중요한 건 아닌데. 궁금해서.”

“1년이라는 시간에 비하면 많아요.”

“근데. 정말 궁금한 게 있는데.”

“뭐가요?”

“얘기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음. 이게 참 물어보기도 뭐하네.”

“뭔데요? 왜 그렇게 뜸을 드려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말 하다 마는 건 줄 뻔히 알면서.”

“한상이. 한테 들었는데. 그 클럽 이후에.”

“클럽이라뇨?”

“한상이랑 처음으로 클럽을 들어갔던 날. 거기까진 그 놈한테 들었는데 그 이후가 궁금해서 말이야. 도대체 그 놈이 어떤 짓을 했기에 당신이 이렇게 변했는지 궁금해서. 물론 그 놈이라면 별의별 짓으로 당신을 유혹하고 넘어트렸겠지만. 아무리 그런 유혹을 했다고 해도 당신이 쉽게 넘어갈 사람이 아니잖아. 그리고. 그땐 당신도 섹스란 걸 혐오까지는 아니더라도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고 말이야.”

“.”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지금에 와서 그런 얘길 들어봐야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안 들어도 상관없어.”

“그걸 알고 싶어요? 제가. 어떻게 이렇게 변했는지가 궁금해요?”

“그렇긴 한데. 아니야. 한상이 놈한테 듣는 게 차라리 덜 괴롭겠다.” 

“후.”

신이는 숨을 가다듬고는 남은 칵테일을 전부 목에 털어 넣었다. 그런 모습에 오늘따라 신이의 목이 더 길어 보인다는 생각도 잠시 난 신이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모습을 바라보기만 한다. 

“당신은 몰랐을 거예요. 저랑 헤어지고 난 후에 벌어진 일이니까요.”

“모르다니 뭘?”

“아빠가 좀 많이 힘들었어요. 저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아빠가 교육청에서 정책관리팀에서 일하시는 건 알고 있죠?”

“.응. 그럼 한상이 놈이 당신하고 찍은 사진으로 장인어르신한테 보낸다고 협박이라도 한 거야?”

“아뇨.”

“그럼?”

“그 전부터 무슨 비자금 관련 사건에 아빠가 연관이 있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어요.”

“비자금?”

신이의 말을 듣던 난 현민이가 내게 말 했던 강한상에 대한 조사를 떠올리게 된다.

‘한방에게이트.’ 3년 전 강한상의 아버지란 의원이 죽어 어처구니없게 무마됐던 그 사건이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다. 3년 전 그 의원이 죽고 2년 전 강한상의 어머니란 분이 자살을 했다는 현민의 얘기가 갑자기 떠오르게 된다. 

분명 약간의 시간차가 있었지만 비자금이란 단어와 함께 머릿속에 떠오른 현민의 말을 듣고 찾아본 한방에게이트라 적혔던 헤드라이트 기사가 왠지 모를 연관성이 있게 느껴졌다.

“한상씨가 인맥을 이용해서 제 아빠를 많이 도와줬어요. 제가 몇 번이나 말했죠. 강한상이라는 남자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무섭고 강한 남자라고. 저희 집에 줄초상일 날 뻔한 그 사건도 한상씨는 단 며칠 만에 원래부터 세상에 없던 일처럼 만들어버렸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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