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오.왜요? 세.섹시. 한 사진을 찍어야. 되.잖아요.”
“누가 뭐래? 왜 혼자 말까지 더듬냐?”
“누.누가? 내가? 언제요?”
“참나. 이 아줌마가 갑자기 왜 이런데.”
“됐거든요! 누가 이상하다는 거야. 참나.”
‘누가 이상하데.“
“그만 말하고 누워요. 겨우 열 내려는데 담배나 피우고. 빨리 누워요!”
“아.알았다고 이 사람아. 밀지 좀 마!”
신이의 간호덕분에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회사에 출근하게 된다.
아침까지 든든하게 챙겨먹고 출근을 하게 된 난 아직도 익숙지 않은 차장이라는 자리에 그것도 전혀 다른 업무의 시간을 보내며 배우기에 급급해하고 있는 것이 요즘 회사 내에서의 일과 중 하나였다. 말이 차장이지 사실상 대리직급과 비슷한 업무만 보던 내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고 그건 눈치를 보는 이전의 생활과 직급의 차이만 바뀌었을 뿐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진차장님.”
“.네?”
나보다 입사가 1년 늦은 김대리가 점심을 먹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날 불러 세운다.
며칠전만해도 사실상 나보다 회사 내에서 입지가 더 넓고 높은 친구로 이번 인사이동에서 과장을 노린다는 소문까지 들리던 김대리였다. 어떻게 보면 내 밑의 부장이나 과장보다도 더 날 아니꼽게 볼 놈일지 모른다.
사실상 부장이나 과장정도 급이면 내 진급이 이상하다는 것과 곧 제자리로 떨어질 거란 것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을 테고 그로 인해 날 대하는 정도에도 선이란 게 있었지만. 이 김대리는 그렇지 않았다.
시기와 질투, 그리고 내 꼬투리를 찾아 잡으려는 뻔히 보이는 관찰의 시선과 함께 내 진급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려는 듯 한 의도적인 친한 척이 누구보다 날 껄끄럽게 만든다.
“말 편히 하십쇼. 진차장님.”
“.”
“혹시 지금 식사하러 가시는 거면, 저도 껴도 될까요? 다른 약속이 없다면요.”
“약속은 없는데. 그냥 간단히 먹을 거라서.”
“같이 하시죠. 차장님한테도 말씀드릴 게 있고.”
“저한테요?”
“.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피하고 싶은 상대인 김대리와 회사 앞 순댓국밥집 안에서 마주보고 앉게 된다.
뭐. 요즘은 요즘 점심은 항상 혼자 먹었으니.
“요건이 뭐죠?”
“네? 아. 다른 게 아니고요. 차장님께서 갑자기 부임을 하셨으니 궁금하신 게 많으실 거 같아서 몇 가지 팁을 드리려고요.”
“팁이요?”
“네! 사실 저희 총괄부가 회사의 중추라고도 할 수 있잖아요. 오가는 정보다 엄청 많고요.”
“정보가 많다고요?”
“단연 가장 큰 이슈는 차장님이지만.”
“제가 이슈거리입니까?”
“그게 아니고. 회사 내에서 초고속 승진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거기다가 소문이란 게 퍼질수록 살이 붙는 거고.”
“말씀해보세요.”
“.네?”
“어떤 소문인지 한 번 들어봅시다.”
“그.그게.”
내 자신도 놀랄 만큼 냉정하고 무덤덤한 반응으로 김대리를 지금 상대하고 있다. 자격지심? 사실 이 김대리란 친구가 나보다 빠른 승진과 업무처리 능력을 보여줬을 때 사실 자격지심이란 걸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시기와 질투란 건 내게 어울릴법한 행동이었고 지금 상황에서 이렇게 냉정한 태도를 보이는 내 행동자체가 아이러니 하게 느껴지기 한다.
아마도. 강한상에게 단련이 된 내 정신이 유명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해 승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런 남자조차 피라미처럼 느껴지는 건 아닐까 생각하며 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봅시다. 일개 평직원이었던 사람이 차장이란 임원의 자리까지 올라왔으니 아니꼬운 사람들이 많을 테고. 당연히 좋은 소문보다는 음해나 유언비어가 많겠죠. 그 정도는 누구나 다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고. 그럼 김대리가 내 시간을 뺏으면서까지 나와 만나서 전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해 보시죠.”
“그.그러니까.”
“어떻게 차장이 됐냐고요?”
“.”
“아니면? 이유보다 과정이 더 궁금하십니까?”
“그.게.”
“한 가지 충고를 해 드리죠. 설사 하나씩 올라가는 계단보다 빨리 날아가는 방법이 있다고 해도 의심부터 하십쇼. 날개가 없는 인간이란 동물이 두 개, 혹은 세 개의 계단을 뛰어넘을 순 있지만 한 층을 한 번에 건너뛸 순 없는 겁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자기 주제에 맞게 살라는 겁니다. 주제가 뭔지 아십니까? 분수라는 겁니다. 사물을 식별하는 지혜를 분수라고 하고,, 자기 신분에 맞는 한도를 분수라고 합니다. 자신의 신분도 잊은 채 상황조차 식별하지 않고 지혜롭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자지 주제도 모르고 설친다고들 하죠.”
“.”
“나쁜 뜻은 아니었습니다. 제 입장에 대해서 돌려 말을 하는 거니까요.”
“.”
말을 하면서도 내가 왜 이 얘기를 이 사람에게 하고 있는지조차 잘 모른 채 말을 하게 된다. 푸념? 아니며 자기성토? 확실한 건 이 친구가 날 만나려고 했던 이유가 너무나 눈에 보였기에 오히려 귀엽게 보여졌다는 것이었고 그 이후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나와 김대리는 오로지 식사만을 하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 업무에 복귀를 하게 된다.
식사 후 오후의 업무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업무 파악을 위한 공부였다. 이런 걸 내가 왜? 라는 의문점에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차장실이라는 개인 업무실에서 업무 열람표라는 걸 뒤적거리며 오후 내내 시간을 보내고 앉아 있다.
김대리에게 충고라는 걸 했던 내가 더 우습게 느껴져 혼자 킥킥거리며 웃으면서 말이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퇴근 시간이 다가왔을 때. 반가운 목소리가 내 핸드폰너머에서 들려왔다.
“이제 끝났어. 곧바로 들어갈게.”
[회사 앞이에요.]
“뭐? 회사?”
[네.]
“집에 있지. 회사까지 찾아오고 그래?”
[싫어요?]
“싫긴. 그냥 사람들이 오해할까봐 그래서 그렇지.”
[.]
“여보세요?”
[오해요?]
“응?”
나도 모르게 오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사실상 이혼한 사이인 우리가 다시 만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방금 차장이 된 남자에게, 그것도 비현실적인 초고속 승진을 한 내게 좋은 소문이 날 리 없다는 무의식중의 본심을 나도 모르게 지나가듯 얘기했고 금세 후회하며 변명을 하게 된다.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요즘 회사 분위기도 좀 그렇고. 내 험담을 하는 사람도 꽤 있거든. 당신도 알잖아. 내가 어처구니없게 과장도 아니고 차장이 된 거.”
[그럼. 집으로 돌아갈게요.]
“.”
[끊을게요.]
“아.아니야. 지금 나갈게. 어디? 회사 앞?”
[카페리네요.]
“응. 금방 갈게.”
서둘러 책상을 정리하곤 양복 상의를 챙겨 입는다.
보는 눈이 많은 만큼 혹시나 신이를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골치가 아픈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잡아보는데.
“차장님! 어!”
문이 거의 닫힐 때쯤 김대리의 목소리가 복도 끝쯤에서 들려 왔지만, 난 무시하고 닫히는 엘리베이터의 문을 바라만 본다. 어차피 못 들었다고 하면 끝일 테니까.
회사 문을 나와 행단보도 건너편에 있는 카페리네를 쳐다보는데.
새빨간 코트가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여성이 내 시야에 먼저 비춰졌다. 볼륨 있는 긴 머리에 검은색 스타킹과 검은색의 무광 하이힐을 신고 계산대 앞에 서 있는 여성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내 시선에도 너무나 선명하고 또렷하게 보여졌다.
행단보도를 막 건너 카페리네를 향해 걸어가며 그 빨간색 코트의 정체를 더 확실히 확인하려 발걸음을 빨리 움직이는데. 역시나 신이였다.
생각보다 긴 코트였지만 역시나 검은색 스타킹에 매끄럽게 둘러싸인 허벅지의 중간쯤을 겨우 가리고 있는 길이였고 사파리 형식의 호박 단추 코트에도 허리를 끈으로 조여매고 있었기에 가는 라인과 가슴의 볼륨의 차이가 훤히 드러나 있었기에 신이라는 걸 멀리서도 충분히 알아 볼 수 있었다.
행단보도를 거의 다 지났을 때 신이도 날 발견했는지 카운터에서 받은 종이컵에 서둘러 시럽을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거의 카페리네에 도착했을 때 신이가 카페 문을 열고 웃으며 손을 흔든다.
“태.”
“진차장님!”
엉뚱하게도 뒤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게 된 나였고 손을 흔들며 계단을 내려오던 신이도 발걸음을 멈췄다.
점심시간에 같이 식사를 한 김대리였다.
“귀가 좀 어두우세요? 그렇게 불렀는.데.”
“아직도 용건이 남.”
“어.”
김대리의 시선이 내가 아닌 내 등 뒤에 꽂힌 채 움직이질 않는다.
저 표정을 난 몇 번이나 봤었다. 식당에서도 봤었고 놀이공원에서도 봤었다. 최근에 다녀온 헬스클럽과 수영장에서도 많이 봤던 표정이었다.
“누.구십니까?”
“.네?”
“사.모님?”
“.”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결국 내가 걸어오던 발걸음을 이어 다가온 신이를 김대리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번갈아 내 얼굴과 함께 쳐다보며 믿기지 않는 듯 말까지 더듬으며 신이에게 인사를 한다.
“이.혼 하셨다고.”
“태규씨를 잠깐. 만나러 왔어요.”
“아. 하긴 이혼했다고 원수가 될 이유는 없죠.”
“네?”
“네?. 아니 제 말은.”
김대리가 신이의 날씬하게 빠진 각선미에 정신을 못 차리고 횡설수설하는 동안 난 신이가 들고 온 커피를 건네받아 목을 축인다. 커피 잔을 입에 대고 목을 젖히면서도 불안감에 신이의 복장을 스캔한다.
역시나.
어제의 대화를 몸소 실천한 듯 신이는 분명 스타킹과 빨간색 코트만을 입고 온 게 분명했다.
“중요한 용건이 아니시면. 와이프하고 선약이 있어서요. 저흰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네?.아.”
“그럼. 들어가자.”
“부.부장님이 헛소문을 퍼트.리고 다니.십니다.”
“.네?”
“예? 헛.소문이라뇨? 태규씨 소문을 부장님이란 분이 내고 다닌다고요?”
“네!. 중요한. 얘기라서.”
“왜요?”
“.네?”
“부장님이 왜 태규씨 소문을 퍼트리냐고요.”
“그.거야.”
거짓말이다.
아니 부장이란 남자가 나에 대해 뒷다마를 까고 다녔을 진 모르지만, 지금 신이의 얼굴과 몸, 그리고 다리를 오가는 김대리의 시선이 거짓말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허풍이나 부풀린 얘기라는 걸 반증해주고 있었다.
“나란님 사석에서는 뒷다마도 까는데 그게 뭐 대수라고. 그런 걸 고자질하고 다니는 당신이 더 문제 아닙니까?.”
“네? 죄.죄송합니다. 그냥. 왕따를 시키자는 말에 그건 아닌 거 같아서. 죄송합니다.”
그제야 김대리의 시선이 내 얼굴을 향했지만 이내 신이의 목소리에 다시 시선을 돌린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태규씨가 왕따를 당해요?”
“아니. 당한다는 게 아니고요. 그냥 없는 사람 치자고.”
“.”
“알겠으니까. 김대리 그만 돌아가지.”
김대리가 돌아간 후에도 잠시 동안 신이는 왕따라는 단어가 마음속에 계속 걸리는지 걱정스럽게 날 쳐다본다.
“이러고 온 거야? 지하철까지 타고?”
“택시타고 왔어요. 그것보다 회사에서 왕따 당해요?”
“왕따는 무슨. 사람들이 아니꼽게 봐서 그런 거야. 갑자기 차장이라고 나타난 대리급 인물한테 누가 좋은 시선을 주겠냐? 그냥 헛소리들이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
“.”
“걱정 말라니까. 그보다. 안에는?”
“.예?”
“설마. 안에 아무것도 안 입은 거야?”
“안.에 아무것도 안 입고 나오려다가.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속옷은 입었어요.”
“.큭”
“왜 웃어요?”
“아니. 발가벗고 코트만 입고 나오려다가 다시 들어가서 속옷을 챙겨 입는 모습이 상상이 돼서.”
“.치.”
“그래서? 어디서 사진을 찍으려고?”
“글쎄요. 거기까진 생각을 못 했는데.”
“야노란 게. 사람들 시선을 피해서 찍는 거 맞지?”
“아.마. 그럴걸요.”
“음.우선 카페로 들어가자.”
“.네.”
신이와 들어간 카페는 사람들의 수만큼 북적거리며 조금은 시끄러웠다. 우린 신이가 방금 앉았던 곳인 가장 구석진 자리로 이동했고 벽을 등지고 신을 바라보며 안쪽에 내가 앉는다. 사람들에게 신이를 보이지 않으려는 본능적인 행동처럼 조금 더 빨리 걸어가 안쪽자리를 차지한 나였다.
자리에 앉은 신이의 복장은 섹시한 자태를 더 뽐내고 있었다.
높은 하이힐과 검은색 스타킹으로 더 잘록해 보이는 발목과 매끈한 종아리 그리고 다소곳이 모은 허벅지도 셀로라이트 하나 없는 흠잡을 데 없는 각선미를 그리고 있었고 가려진 코트안에서도 그 크기가 남다른 가슴과 보이진 않지만 25인치정도로 보이는 잘록한 허리까지.
커다란 가슴에 이질적인 허리라인이라 여길 수 있는 모델과도 같은 신이의 몸매를 다시 한 번 감상하게 된다.
1년이란 시간동안 너무나 변한 신이의 몸매에 나도 처음엔 내 눈을 의심했으니. 미모도 한 몸에 시선을 받는데 한 몫을 하고 있었다. 원래 수수한 이미지에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듯던 신이였지만 수술로 인해 손예진과 한지민을 섞어놓은 듯한 얼굴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남자의 시선들이 충분히 머물 만 했다.
문득.
날 빤히 쳐다보는 신이의 모습에 확인을 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된다.
M이 뭔지도 잘 몰랐던 시절 한상에게 들었던 신이의 취향과 변한 육체. 정확히는 그 변한 육체를 내가 어디까지 감당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다는 충동과 함께. 정말 신이의 이성과 생각들을 강한상이 없는 상태에서 확실히 확인을 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며 신이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왜.요? 뭐 묻었어요?”
“.”
“부끄럽게 왜 그렇게 쳐다봐요.”
어느새 신이는 내 아내였던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대도 느껴지는 이 불안감은. 아마도 이 게임이란 것에서 이기고 난 후를 걱정하게 될 수 있는 지금에서야 느낄 수 있는 불안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아이인 해빈이를 데리고 올 수 있다면, 아니. 데리고 온 후 과연 신이와 예전처럼 살 수 있을까?
신이란 여자를 내 아이의 엄마로서 아무 의심과 불만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그만. 봐요.”
“응? 알았어.”
신이의 얼굴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신이야.”
“.예?”
“지금은 내가 주인이지?”
“.?”
엉뚱한 내 질문에 신이가 이해를 못 했다는 표정을 짓는다.
“게임이란 거. 지금 하고 있는 거잖아.”
“.네.”
약간은 들뜬? 그런 신이가 내 말에 이내 어두운 그림자를 얼굴에 드리우며 대답을 한다.
“그럼. 내가 주인이잖아. 수목금.은.”
“.네.”
“물론 신이 네가 마지막 거부권을 갖고 있지만. 내가 시키는 건 다 해야 되는 거지?”
“.”
“시키는 건. 다 할 수 있니?”
“.네.”
망설임을 뒤로하고 신이가 대답을 한다.
“사실. 신이 네 행동을 완전히 이해한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게 지금 나야. 몸이 변했다고 수없이 말을 하는데. 왜 변했는지도 잘 모르겠고.”
우선은 신이에게 계획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거짓말을 한다.
“사실. 한상이한테 들었던 허무맹랑한 얘기가 사실일리도 없겠지만. 여자란 게 몸의 쾌락 때문에 이렇게 변할 수 있는지도 믿기지 않는 게 사실이잖아. 아무리 그 쾌감이 마약하고 똑같다고 해도 말이야. 다른 여자면 몰라도 신이 너니까 더 그렇고.”
“.”
“그래서 내가 주인이라면. 정말 사실을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 했었어. 강한상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신이 너 말고. 정말로 쾌락이란 이유 때문에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는 건지.”
“아빠요.”
“.응? 장인 어르신?”
내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신이가 뜻밖의 인물을 입에 올리며 내 말을 끊는다. 아마도 처음으로 내게 변명이란 걸 하려는 듯 보였다.
“많이 힘들어했던 건 사실이에요. 제가 이혼이란 걸해서 힘들어 하시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도 교육부.에서 맡았던 일이 문제가 많으셨대요. 무슨 조직하고 연관이 되셔서 일도 제대로 못 하셨고요.”
“그런데?”
“사실. 가족이란 게 붕괴가 되기 직전까지 갔었는데. 그걸 구해 준 게 한상씨에요.”
“한상이가 왜?”
“.한상씨와 처음 만났을 때. 아버지가 회식자리에 앓아누운 어머니 대신에 절 데리고 갔던 모임이란 자리에서.”
“장모님이 앓아누웠는데 모임이란 걸 나갔다고?”
“.네. 어쩔 수 없었어요. 도움을 받기 위한 부부동반 모임이라서.”
“그럼 거기서 한상이를 처음 만난건가?”
“네. 처음엔 제 얼굴을 너무 뚫어져라 쳐다봐서. 솔직히 누군가의 아들이 저처럼 대신 나온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 모임이란 곳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오른 남자란 걸 알았을 때. 아빠가 너무 힘들어 하는 모습에 나라도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빠가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든 분들한테 같이 인사를 했었고. 어쩌면 아빠의 일을 다 해결할 수 있을 거란 사람들의 말에 나이도 어린 한상씨에게 어렵게 부탁까지 했었고요. 당신이. 더럽다고 욕한다고 해도. 사실 그땐 내 몸을 받칠 생각으로. 영화처럼 로비라는 걸 할 생각을 했었어요.”
“로비? 그걸 한상이가 원하던가?”
“아니요. 걱정과는 달리 누나처럼 따르더라고요.”
“누나?”
“누나라고 하기보단. 엄마라고 해야 할까? 좋은 옷에. 맛있는 음식. 효도를 못한 자식처럼 좋은 것만 주면서 꼭 응석을 부리는 아들 같은 느낌? 그런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엄마.라고. 그럼 한상이랑. 처음으로 몸을 섞었을 땐? 아무리 세상이 개차반처럼 돌아간다고 해도. 엄마.를 범할 자식이 없잖아.아니. 널 엄마처럼 대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말이야.”
“자.연스럽게 친해진 한상씨랑. 저도 목적을 두고 만나기가 힘들어서 한상씨한테 사실대로 얘길 했어요. 난 이혼녀고. 아직도.”
말을 하던 신이가 머뭇거리며 입술을 깨문다.
“아직도?”
“.잊질 못.한다고요.”
“.”
“그때. 술을 많이 먹고. 그 동영상처럼 절 강간하려고 했었는데.”
“그 동영상? 그땐 첫 만남이라고.”
“네. 꼭 처음 만난 남자처럼 클럽이란 델 데리고 가서는 가족처럼 대하던 행동은 온데간데없이 막 대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첫 관계를. 다른 남자랑 같이 하려고 했던 거 같고요.”
“.”
“그때부터. 이중인격자처럼 절 대하기 시작했을 거예요. 사람들 앞에선. 누나처럼 소개를 하고. 단 둘이 있을 땐.”
“그럼. 몸이 변했다는 건? 그것도 거짓.말이었나?”
“.아.니요.”
“뭐? 아니라니?”
“몸이. 변한 건 사.실이에요. 어쩌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그런 몸뚱이가 된 게. 그래서 당신한테는 미안하지만. 죄스럽지만 이런 게임도 싫다고. 비록 다시 만나게 된 그 순간부터 거짓말로 일색 하긴 했지만. 당신을 이용하기 싫었어요. 아마 전 당신에게 돌아간다고 해도. 지금의 그 쾌감을 못 잊을 게 분명해요.”
신이가 날 시험한다.
아니. 너무 뻔히 보이는 내 표정에 신이도 솔직히 털어놓고는 오리려 내게 질문을 한다.
“그런대도 이 게임에서. 이기고 싶어요? 이런 더러운 여자를. 당신이 어떤 기분으로 지금 게임을 하고 있는 질 전 상상도 못 해요. 아니. 상상만 해도 싫어요. 그런데. 아무리 우리 해.”
“그만!”
“!?”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게 된다.
지금 순간. 신이의 입에서 분명 해빈이란 이름이 나오려고 했고 난 황급히 신이의 말을 끊는다.
어떻게?
신이가 해빈이의 얘길 왜 지금 이 타이밍에 하는 것일까? 고백을 하기 위해 전부를 털어놓으려고? 아니면. 아! 어제의 통화 내용을 들었던 게 분명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제 부은 눈두덩이가. 그래서 자발적으로 야사란 걸 찍으려고?
그러나 어떤 이유라고 해도 신이의 핸드폰이 순간 뇌리에 떠오른 나였다.
신이의 핸드폰엔 신이 자신도 모르는 도청장치가 달려 있었다. 아까 회사에서 내게 전화를 걸어온 것도 신이였고 그 번호도 신이의 핸드폰 번호였다. 그렇디른건 지금 순간 신이의 핸드폰이 신이의 몸 어딘가에 있다는 것이다.
내가 너무 안일했다.
신이와 대화에 너무 열중했고 신이의 고백에 나도 모르게 경계를 풀게 돼 버렸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일까? 이런 실수를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한 나였다. 황급히 신이의 말을 끊고. 조금은 짜증 섞인 말투로 신이의 고백을 묵살하듯 얘길 한다.
“그럼. 내 예상대로 몸 로비를 하려고 했던 게 맞네. 대단하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냐? 아빠가 힘들다고 몸을 받친다고? 현대판 심청이냐?”
“태.규씨.”
“어차피 게임이란 건 변함이 없으니까. 그래 하자. 확인하자고.”
“확.인이라뇨?”
“내 앞에서도. 내가 주인일 때도 그렇게 음란할 수 있는지. 아니 내 명령에 정말 흥분을 감출 수 없는 지 확인을 하자고.”
“.”
“나가자.”
“어.어디를요?”
“나가서 생각하자.”
이런 유사한 경험은 예전에도 있었다.
술집에서 신이를 만났었고 불특정다수의 다른 놈들의 시선을 느낀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때와 지금은 다르다. 정확히 말해 긴가민가했던 그때의 내 자신감과 불확실했던 추리만으로 대했던 신이에 대한 생각조차 지금과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머뭇거리던 신이가 날 따라 나오는 동안 내 머릿속도 복잡하긴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확인을 한다면.
“먼저 걸어가 봐.”
“걸어.요?”
“응. 뒤에서 사진 좀 찍어보게.”
신이가 날 앞서 또각거리는 하이힐의 소리를 내며 도로가를 걸어가기 시작했을 때 35m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핸드폰을 꺼내들고 뒤를 따르게 된 나였다. 뒷모습에서도 잘 빠진 다리가 빨간 코트 아래에 더 섹스럽게 보이는 옅은 검은색의 스타킹의 흔들리는 모습을 감상하며 몇 장의 사진을 핸드폰에 담아본다.
몰카범이 느끼는 스릴감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한 감정이었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몰래 찍는 카메라 질은 그 나름대로의 스릴을 내게 안겨줬다.
그렇게 넓은 도로를 거리를 두고 지나던 우리는 너무 어색한 듯 연신 뒤를 돌아 날 확인하는 신이의 행동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어색함이란 생각보다 더 무거운 것이었다.
그건 신이에게만 한정된 건 아닌 듯 느껴졌다. 나도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쌩초보였기에 마냥 신이의 뒷모습만 찍는 행동을 했었고 당연히 이후의 계획조차 없었다. 어쩌면 이게 현실적인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 아니. 평범한 남자의 모습일 것이다. 아무리 지금 순간 연기를 해야 하다고 해도 말이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난. 시야에 들어온 마사지샵이라는 간판을 보게 된다.
“저기로. 들어가자.”
“네?”
“마사지샵. 들어가자고.”
“.왜.왜요?”
“강한상이 앞에서는 거부 했잖아? 네 말대로 날 못 잊었다면서. 그럼 보여줘봐.”
“태규씨.”
“왜? 싫어? 나도 적응이란 걸 해야 되잖아. 이미 못 볼 거까지 다 본 상태인데. 어차피 놀 거 진하게 놀아야지. 안 그래?”
“왜.그래요? 태규씨?”
“내 말은 듣기 싫다는 건가?”
“.알았어요. 들어가요.”
좁은 계단을 올라 도착한 마사지샵은 하필 은밀하게 운영 중인 안마방이었다.
몇 명의 남자들이 좁은 복도를 걸어가다가 신이의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짓기도, 음흉한 미소를 짓기도 했는데. 신이도 당황한건 마찬가지였다.
당황한 기색을 난 숨기며 의아한 듯 우릴 쳐다보는 점원을 향해 걸어가 말을 건다.
“남자 마사지사는 없나요?”
“.네? 남자.”
“응. 남자 마사지사. 특별한 서비스도 해주는 남자마사지사 말이야.”
“.있.죠. 왜 없겠습니까. 그런데 비용이 좀.”
“불러주시죠.”
“.네. 저기 끝.방으로 들어가서 기다리세요.”
휘트니스 클럽과는 완전히 다른.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좁고 더러운 마사지 룸으로 들어간 우리는 멀뚱히 서 있다가 곧 뚱뚱한 한 남자와 마주하게 된다.
수많은 고민을 하고 있던 난 그 남자의 모습에 한숨을 쉬게 된다. 안타까워서가 아니라. 하필 저런 인간이.
우리 대화 내용을 분명 다 듣고 있을 강한상의 존재에 대한 압박은 내 생각보다도 훨씬 더 크게 내 머릿속을 조여 왔다. 만약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걸 다 알게 된다면. 이 계획이란 것조차 전부 무용지물로서 정말 비참한 결말만이 남아 있었거란 걸 뻔히 알고 있었기에 신이에게 더 매몰차고 모질게 대하기 시작한다.
“그럼. 사모님만 해드리면 되나요?”
“.네. 대신. 코트만 벗고 해도 됩니까?”
“옷은 다 벗으셔야.”
“속옷만 입고 왔습니다. 신이야 벗어.”
“.네? 지.금요?”
“그럼? 언제 벗으려고?. 아. 사진 좀 찍어도 되겠습니까? 물론 선생님 얼굴은 안 찍겠습니다.”
“하.하. 좋습니다.”
이미 이 마사지사의 시선엔 신이밖에 보이질 않는 듯 보였다.
원망스러운 시선이란 걸 느낄 정도의 신이의 눈동자를 쳐다보면서도 내가 좀 더 강하게 나가는 모습을 보이자, 신이가 체념한 듯. 천천히 코트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희망?
신이가 다른 희망을 갖게 된 것만 같다.
머뭇거림을 멈추고 코트의 단추를 하나씩 천천히 풀고 있는 신이의 모습을 보며 이 게임이란 것에 신이의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결말은 무엇일가를 한 번 생각해 본다.
만약. 만약 현민이와의 통화 내용을 들어오지 않는 날 궁금해 하며 열어본 창문으로 다 듣고 있었다면. 그래서 내가 해빈이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고 내 자식임도 알고 있었기에 이 게임이란 걸 참석하게 되었고, 내게 전혀 도움도 되지 않는 무리한 베팅이란 걸 알면서도 게임을 이어가려고 했다는 걸 신이가 알고 있고 이기려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이유까지도 그것이라면 신이는 어떻게 생각을 할까?
만약에 내가 신이만큼 섹스란 걸 그저 유희를 위한 도구로 받아들일 정도로 타락? 을 한다면, 그래서 자신의 변한 몸까지도 받아들이며 즐길 수 있는 남자가 되어 우리의 아이를 아무 거리감 없이 키울 수 있다면,, 그것이 신이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결론이 아닐까?
어쩌면 신이는 날 떠나라 말을 하면서도 정작 날 놓아줄 자신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신이가 단추를 다 풀고 여민 앞섬까지도 천천히 벗기 시작했다.
빨간색 코트를 열고 몸을 드러내는 신이의 행동에 마사지사로 들어온 남자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와인색의 단조롭지만 높이가 높지 않아 꼭지만을 겨우 가린 브래지어와 하반신을 가리고 있는 검은색 팬티스타킹은 팬티조차 입지 않아 가지런히 짓눌린 보지 털 들이 스타킹 아래로 투영되고 있는 신이의 모습은 분명 날 놀래어주려던 요량으로 고민에 고민을 한 최상의 복장일거란 생각에 나도 커진 눈을 좀처럼 진정시킬 수 없었다.
“마.마사지를 받으실.실까요?”
“.”
신이가 날 애처롭게 쳐다본다.
마지막 망설임이 남은 듯 잠시 동안 날 쳐다보던 신이는 내 흔들리지 않는 시선에 결국 좁고 조금은 바랜 레자로 된 침대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데.
남자가 소매를 걷고는 신이가 엎드린 침대의 옆으로 걸어가며 말을 한다.
“오.옷을 입은 채로 할까요?”
옷이라고는 겨우 브래지어와 검은색 팬티스타킹이 전부였는데. 이게 옷이라고 해야 할지도 잘 몰랐기에 난 아무 말도 못하게 된다.
“사장님 같은 부부들도 많이 오세요.”
“.네?. 그게 무슨.?”
“여자분 들이 만족을 못하시는 경우들이 생각보다 많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여자분 들만 마사지를 받으시면서. 흥분을 하시는 경우도 많죠.”
“저기 잠시만.”
“네?”
신이의 옷과 가방이 걸려 있는 옷걸이에서 좀 더 떨어진 구석으로 마사지사를 불러 조용히 말을 한다.
“마사지보다. 사진을 찍기 위해 연출을 좀 부탁드립니다.”
“네? 연출이라뇨?”
“그러니까”
대략적인 설명을 12분여를 들여 마사지사에게 설득하듯 얘기를 하자 내 걱정과는 달리 흔쾌히 허락을 해줬고 시작도 전에 상의를 벗어버렸다. 신이와 다시 시작한 시간동안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는 몸이었다. 가장 뚱뚱하다 생각했던 김의원이라는 남자보다도 더 커다란 몸뚱이었고 마이클이라는 근육질의 남자와는 전혀 다른 비곗덩어리의 몸이었다. 거기다가. 원숭이같이,, 아니 고릴라 같이 온 몸에 털들이 수북이 정글을 이르고 있었고 가슴부터 배까지 퍼져 있었다.
그 털들은 등을 돌린 남자의 널찍한 등도 수북이 덥고 있었다.
“아!. 그럼.”
“?”
“자리를 옮기시는 게 나을 거 같은데요.”
“자리를 옮기 다뇨?”
“여긴 일반 마사지 룸이고. 음밀한 테마 룸이 따로 있습니다.”
“테마 룸이요?”
“여기가 달리 유명하겠습니까!? 사장님도 소문 듣고 오신 거죠?”
“.그냥 간판이 보이길래.”
“그럼 땡 잡으신 겁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오늘 테마 룸은 비어있을 테니까, 카운터에 말해서 금방 준비하겠습니다.”
“.네.”
남자가 다시 옷을 챙겨 입고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복도로 나갔다.
“태규씨. 갑자기 왜. 이래요?”
“응?. 뭐가?”
“야한. 사진을 찍자고 했잖아요. 왜 갑자기 마사지샵을 찾은 거예요?”
“그냥 보여서 들어오기도 했지만. 휘트니스 클럽이란 곳에서 당신이 거부한 기억이 분명 강한상한테는 데미지가 적지 않은 거 같은데.”
이 정도는 강한상도 짐작하고 있을 거란 생각에 난 오히려 더 자극하듯 이야기를 덧붙이기 시작했다. 아까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면. 그 외에도 게임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더한 자극으로 강한상에게 질투를 유발시킬 필요가 있을 거란 생각에 말을 이어간다.
그러나 내 시선은. 신이에게 말을 하면서도 신이의 뒤편에 위치한 코트와 작은 핸드백을 노려보고 있었다.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중요했지만. 이 게임 속 게임을 우선 이겨야 내게 이득 아니겠어?”
“.”
“나중 일을 생각하기엔 바로 이번 주에 찾아올 모임이란 것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하단 말이지. 거기다가 이 게임부터 이겨야 나중을 생각하지 않겠어?”
“.그 이유 때문에. 절 이곳으로 데리고 왔다고요?”
“그럼? 다른 이유가 있겠어?”
“그럼. 저 남자하고. 단순히 사진.만 찍는 게 아니고요?”
“그건 사정을 봐서.”
“.그렇군요. 게임 속 게임을. 위해서란. 말이죠.”
“.왜? 뭐 다른 생각이라도 하고 있었나?”
“아니에요.”
신이의 목소리가 방금 전 회사 앞에서 만났을 때보다 현격하게 한 풀 꺾이기 시작했다.
내게 뭔가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지만. 난 우선 그런 신이에게 느껴지는 안타까움을 무시하기 위해 애를 쓴다.
신이의 말대로 난 즐겨야 한다. 즐길 수 없더라도 즐기는 척을 하는 남자로 강한상의 머릿속에 계속해서 인식되어져야 한다.
“우리 즐기자고. 어차피 게임일 뿐이잖아?”
“그 다음은요? 게임이란 게 끝이 난 후.”
“준비 다 됐습니다. 가시.죠. 혹시 마음이 변하신.”
“아닙니다. 가시죠. 가지.”
“.네.”
남자가 안내한 방은 방금 전과는 좀 더 다른 분위기의 룸이었다.
다르다고 하기엔 조금 전의 방과 비슷한 면이 더 많은 룸 안의 풍경이었지만 조금 더 고급스럽고 아주 조금 큰 룸의 크기와 그리고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매트리스형 침대가 놓인 룸이었다.
희한한 형태의 매트리스형 침대는 뭔가 좀 복잡해 보이는 구조물임을 말해주듯 나뉜 매트의 면들과 그 아래를 받치고 있는 다리의 개수가 좀 복잡하게 많은 것으로 일반적인 안마용 침대가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럼 코트만 벗고 똑바로 누우시죠.”
“똑.바로요?”
“네.”
신이가 침대의 형태에 잠시 망설임을 보여주더니 곧 두 눈을 질끈 감고는 작은 심호흡을 내 쉰 후 어깨에 걸치기만 한 코트를 벗어 내게 건네곤 그 침대에 똑바로 눕는다.
“아니. 그쪽이 머리고요. 이쪽은 다리에요.”
“네?.예.”
“그리고 브래지어는 젖으니까 벗으시는 게.”
“.”
방향을 바꿔 남자의 지시대로 눕는 신이의 모습을 난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모드로 촬영을 시작했다.
조용히 브래지어의 후크를 푼 신이가 내게 건네려다 아무렇게나 바닥에 내려놓고는 이내 천천히 침대에 똑바로 눕는다.
살짝 들썩이는 가슴의 움직임에 두 눈을 지그시 감기 시작한 신이의 모습이 지금의 긴장감을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는 듯 했고 가지런히 허리 옆에 놓았지만 꽉 쥔 주먹과 굳게 다문 허벅지 사이로 불안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긴장 푸시고요. 사장님이 부탁하신대로 다른 건 다 생략하고 성감마사지부터 시작하겠습니다.”
“.”
천천히 걸어간 남자가 신이의 엄지발가락사이를 손으로 살짝 누르길 반복하더니 이내 손길을 옮겨 무릎을 지나쳐 허벅지와 골반의 경계선을 지그시 사선을 그리며 압박을 한다. 신이의 스타킹이 음형을 그리며 아주 얇은 얽힌 실들의 빛을 밝히기 시작했을 때, 마사지가 다른 한 손을 옮겨 옆에 있는 작은 이동식 테이블에서 로션 같은 걸 꺼내 작은 그릇에 거의 전부를 쏟아 부었고 거기에 미리 준비된 미지근한 물을 섞기 시작했다.
보기에도 점성이 강한 그 액체들을 잠시 더 섞던 남자가 그릇째 들고는 천천히 신이의 몸 위에 붇는다. 신이의 봉긋한 가슴 사이부터 시작해 배, 그리고 배꼽에 더 많이 붓고는 그대로 사타구니의 중심까지 쏟아 부으며 천천히 움직였고 오른쪽 허벅지에 액체의 응어리를 그리며 발끝까지 붓고는 다른 한 쪽 다리도 똑같이 적시기 시작했다.
검은색 스타킹이 완전히 젖을 정도로 액체들이 흥건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검은색의 윤기 나게 변해버린 스타킹은 끈적임을 보여주며 신이의 맨다리처럼 완전히 달라붙는 듯 착각을 일으켰다. 번들거리는 스타킹이 그 액체들로 젖어 들어갈수록 신이가 턱을 살짝 오물거리며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기 시작했고 아주 미세하게 들썩거리던 봉긋 솟은 가슴이 순간 멈췄다가 크게 들썩이길 반복해 보여준다.
액체들로 범벅이된 신이의 나신은 이내 남자의 손길로 인해 완전히 젖어 들어갔고 연한 분홍빛 형광등에 반짝임까지 보여주며 나로 하여금 작은 탄성을 짓게 만들었다.
“하아”
남자의 손길은 부드럽고 능숙했다.
신이의 발등부터 쓰다듬듯 지그시 누르기 시작한 남자의 손길이 점점 위로 올라갈수록 신이의 입술사이로 나지막이 탁한 탄성이 간간히 내 귀도 적시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신이의 몸을 위아래로 훑는 자신의 손길에 미간을 찡그리기 시작한 신이의 모습을 확인한 남자가 천천히 기계 아래에 있는 버튼을 눌렀고 작지만 날카로운 기계음을 들려주며 침대의 하반신 쪽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신이도 깜짝 놀라 찡그렸던 눈을 뜨고 어깨와 고개를 들고 자신의 움직이는 하반신을 내려다본다.
액체로 다 젖은 매트가 천천히 위로 솟아 신이의 무릎을 굽히도록 형태가 바뀌더니 곧 허벅지를 벌리도록 가운데 부위가 갈라지기 시작했고 신이가 당황하며 오므리던 다리를 아래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매트의 움직임에 맞춰 어쩔 수 없이 벌리게 된다.
젤로 안쪽까지 젖은 스타킹은 허벅지의 위쪽과 마찬가지로 신이의 보지를 파고들어 적나라하게 갈라진 도끼자국을 보여주고 있었다. 검은색의 옅은 스타킹이 완전히 젖어 오히려 탁한 음형을 그리는 모습으로 변해버렸지만. 신이의 보지와 젖어 뭉개진 털들의 윤각은 더 또렷하게 나와 마사지사에게 보여지고 있었다.
“후미. 이런 보지에 딱 한 번이라도 쑤셔봤으면 소원이 없겠네.”
“헉.”
가랑이를 완전히 벌리고 두 남자에게 너무나 음란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도 보고 있는 듯 한 착각에 신이가 다시 두 눈을 질끈 감고는 매트의 머리받이에 고개를 살짝 돌려 기댄다. 번들거리는 몸의 윤기에 감탄사를 연발하는 남자가 조금 더 다가가 신이의 허벅지 안쪽을 어루만지기 시작하는데.
난 미끄러지듯 흔들리는 남자의 손길에 자국을 그리며 무광과 유광을 보여주는 신이의 스타킹을 핸드폰 카메라로 담기 시작했다.
조명 빨이란 게 무엇인지를 느끼며 신이의 더 섹스럽게 빛을 발하고 있는 몸을 담고 있을 때. 갑자기 신이의 발목을 잡고 들어 올린 남자의 행동에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천천히 떨구게 된다.
발가락 사이까지 다 젖은 스타킹을 갑자기 얼굴에 가져다 댄 남자의 행동에 깜짝 놀란 신이가 말릴 틈도 없이 엄지발가락 부위의 액체로 흠뻑 젖은 스타킹을 빨기 시작했다.
“흑!.”
턱까지 흘러내리는 액체들에도 남자는 상관없다는 듯 다른 한손으로 신이의 보지를 덮고 있는 스타킹의 중심을 중지와 검지로 위아래로 훑듯 문지르며 쩝쩝 소리까지 내며 발가락을 빨아댔고 신이가 끙끙거리며 배를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던 난 그 모습을 얼이 빠진 놈처럼 지켜보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핸드폰을 들어 그 모습을 플래시를 터트리며 핸드폰에 담다가 이내 동영상 모드로 바꿔 촬영을 하게 된다.
핸드폰을 통해 보여지는 신이와 남자의 모습은 바로 앞에서 보는 듯한 착각과 함께 내게 엄청난 흥분을 주기에 충분했다.
엄지발가락만을 빨아대던 남자가 작정이라도 한 듯 신이의 검지와 중지발가락까지 입에 물고는 빨기 시작했고 연신 손을 움직이며 자극을 하자 신이가 미끈거려 잘 잡히지도 않는 매트리스를 놓치길 반복하며 움켜쥔다.
남자의 수북한 털들에 더욱 대비되는 신이의 하얀 살결과 젖은 검은색 스타킹의 윤기 나는 황홀한 각선미가 카메라에 담겨질수록. 묵직해져오는 내 자지를 느끼게 된다.
내 반응을 눈치라도 챈 것일까?
남자가 빨아대던 발가락에서 입을 때곤. 그 입술을 발목으로 그리고 무릎 뒤를 지나쳐 허벅지 안쪽으로 이동을 한다.
이 변신의 이유를. 난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산부인과에서나 사용하는 형태인 이 매트는 여자를 편안하게 눕힌 채 여러 가지 체위를 가능토록 하게 만들어진 러브체어란 것과 흡사한 용도였던 것이다.
남자의 혀가 스타킹의 중심에 닿자 신이가 흠칫 놀란 듯 어깨를 움츠리길 잠시. 옅은 탄성을 입에서 자아내기 시작했다. 미끈거리는 저 액체를 저렇게 많이 먹어도 되나. 라는 걱정도 잠시 신이의 신음소리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하자 마사지사는 더 노골적으로 두 손을 올려 신이의 조여 오는 허벅지를 크게 벌리곤 얼굴을 파묻어 버린다.
“흑!.”
화면에 비춰지는 신이의 모습은 점점 뇌쇄적이고 음란함을 그리기 시작했고 미끈거리는 매트를 찌그러트리며 움켜쥐던 손을 올려 남자의 머리카락을 대신 움켜쥔다.
‘쓰으.쯔익찍’
남자의 어깨가 들썩거릴 때 사실 핥고 있는 신이의 보지를 스타킹 위로 애무를 하는 줄 알았던 난 곧 그 소리가 미끈거림에 잘 찢어지지 않는 스타킹을 손가락에 힘을 줘 찢는 소리란 걸 깨닫게 된다.
“하악.아흐.으흑.흑.그.그만. 아악”
신이가 손으로 움켜쥔 남자의 머리를 갑자기 잡아당기며 자신의 사타구니 속에 들어온 남자의 손에 의해 자유를 얻은 허벅지를 있는 힘껏 조이기 시작하자 남자가 행동을 순간 멈추게 된다.
신이가 흥분을 못 이기고. 남자를 방금 전의 행동과는 반대로 머리를 밀어내는 듯 보였는데.
신이의 벌어진 허벅지 사이로 찢어진 스타킹과 너무나 대비되는 하얀 살결들이 번들거리며 노출되어 있었다.
“으윽. 목이야. 아따. 허벅지가 엄청 나네요. 와. 이거 하면서. 조이기라도 하면.꿀꺽”
남자가 자신의 부풀어 오른 사타구니에 손을 얹고는 주물럭거리며 입맛을 다신다. 신이의 음란한 모습에 취한 남자처럼 마사지사는 자신의 커진 자지를 주체 못하고 연신 흔들어대기 시작했고 난 그 모습도 카메라에 담는다.
그 순간 잠깐의 고민을 하던 난 기억 속에 항구라는 이름을 떠올리며 어차피. ‘한 번이 어렵지.’ 라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게 된다.
예전이라면. 이런 장면에 분노하며 치를 떨었을 텐데. 어느새 내 정신세계도 물이 든 듯 신이의 모습과. 그리고 마사지사의 행동들에 천천히 발기란 걸 시작했고 이다음의 행동에 고민이란 걸 하게 된다.
“하아. 해.해줘요. 박아.줘요. 아”
그러나 신이의 애원 섞인 목소리는 날 여지없이 당혹스럽게, 그리고 분노하게 만들었고, 또 한 엄청난 흥분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이 아닌 가슴속 깊은 구석에서 강제로 끄집어내기 시작한다. 십여 분정도의 애무에 신이가 몸을 비틀며 신음소리와 함께 뱉어낸 말들에 나보다 먼저 남자가 동요를 한다.
“어.어떻게 할까요?”
“.”
“사모님이 저렇게. 원하시는데.”
내 허락을 부탁하는 마사지사란 남자의 눈은 신이의 젖은 몸을 이미 범하고 있었고 손은 자신의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자지를 옷 위로 잡고 흔들고 있었다. 프로라는 직업정신인지 모를 남자의 자부심이 마지막까지 사진만 찍게 애무만 부탁드린다는 내 요구에 대한 의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그것도 허울 좋은 명분일 뿐. 내 허락이 떨어지기 전에 발걸음은 점점 신이가 누워있는 매트로 다가가고 있었다.
한걸음씩 걸어가며 마사지사가 바지를 천천히 내린다.
이미 액체들로 젖은 바지를 허벅지 아래로 내리자 튕겨져 나오듯 굵은 자지가 벌떡이며 모습을 드러냈고. 몸뚱이처럼 자지 바로 위까지도 수북이 숲을 이루고 있는 털들이 존재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핸드폰에 담는데. 흔들리는 동공만큼이나 내 손도 이 순간 떨리고 있는지 화면이 같이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상황조차 난 인지하지 못한 채 굵은 자지를 앞뒤로 흔들며 신이가 누워있는 매트의 허벅지 부위를 더 크게 벌리고 자신의 엉덩이를 천천히 들이미는 모습에 온 정신이 팔려 있었다.
“와. 사모님이. 진짜 끝내주네요. 이런 얼굴에. 이런 몸매에. 평생 동안 이 일을 하면서 이런 에스 급은 처음입니다. 영광이네요. 히히. 그.럼.”
“하아.여보.”
“.네?”
남자가 신이의 벌어진 허벅지 사이로 자지를 막 집어넣으려 했을 때.
신이가 거부하듯 마사지사를 발로 밀어내며 날 부른다.
“태.규씨. 해줘요.”
“.네?. 사.장님도 허락하셨어요. 제가 먼.”
“태규씨. 빨리. 해줘요.”
“.허”
“태규씨.하아”
자신의 보지를 손으로 가리곤 신이가 스스로 자위를 하며 문지르고 있다.
미끈거리는 잘 정리된 보지를 남자의 자지가 다가오자 손으로 가리더니. 남자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러나자 스스로 좌우로 문지르며 날 부르기 시작했고. 천천히. 문지르던 손가락 중 하나를 세워 자신의 보지 속에 밀어 넣으며 탁한 탄성을 지른다.
“아. 태규씨. 빨리. 빨리 해줘. 하아 하 아앙.아”
질퍽거리는 소리와 액체들로 질겅거리는 소리가 섞여 룸 안의 고요함을 깨며 신음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신이는 날 애타게 부른다. 온 몸이 미끈거리는 액체들로 범벅이 된 신이가 트렌스매트리스란 요상한 물건 위에서 흥분을 더한 자극으로 스스로 바꿔가며 하나의 손가락을 밀어 넣고는 이내 한 개를 더 해 자신의 보지를 적나라하게 쑤시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다른 한 손으로는 가슴을 주무르는 형태로 날 자극하기 시작했고 유혹하기 시작했다.
번들거리는 입술을 몇 번이나 혀로 더 적시며 좀처럼 다가가지 않고 핸드폰 촬영만을 하는 날 부르며 신이가 연신 손가락을 자신의 보지 속에 쑤셔 넣으며 듣기에도 민망한 말까지. 뱉어내기 시작했다.
“아아. 여보. 자지로. 자리로 쑤셔줘요. 제발. 하윽.흑흑. 여보. 빨리. 이 보지에. 학”
“와. 씨불년이. 아. 죄송합니다. 너무 꼴려서. 뭐하세요. 저렇게 박아달라는데. 소원성취 하나 생각했는데. 역시 임자 있는 물건은 어렵나보네요. 큭큭.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십쇼.”
남자가 나가자. 신이는 더 노골적으로 날 유혹하기 시작했다.
미끈거리는 매트 위에 어렵게 허벅지를 들어 올리며 보지를 더 자세히 보여주기 시작했고 번들거리는 손가락을 연신 움직이며 허리까지 들썩거린다. 눈을 감은 채 신음소리를 더 크게 내지르며 빨리 와달라고 내게 애원을 한다.
그런 신이의 치명적인 유혹은 내 이성이 인지하기도 전에 내 몸을 자신의 몸 앞에 다가가게 만들었고, 난 아무렇게나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바지의 지퍼만 내린 채 자지를 꺼내기 시작했다.
“하아헉! 아앙. 앙”
미끄러지듯 내 자지가 신이의 보지 속에 들어간다.
분명 강한상의 거대한 물건이 들락거렸을 신이의 보지인데도.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조임이 날 반기며 내 자지를 있는 대로 깨물기 시작했다. 깨문다는 표현이 맞을 진 모르겠지만. 신이의 보지는 고통을 줄 정도로 내 자지를 꽉꽉 물어댔기에 달리 표현할 단어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양복이 미끈거리는 액체들로 젖고 잇다는 것도 잊은 채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리듬에 신이의 신음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지게 된다.
“사진 좀 보여줘”
“미친놈.”
금요일 점심.
핸드폰을 차에 두고 오늘도 현민이와 점심식사 겸 밀회를 즐기고 있다.
어제의 일을 대충 설명을 하곤 현민이와 해빈이에 대한 얘기와 이 게임 속 게임의 평가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된다. 얘기하고 싶진 않았지만 유일하며 확실한 아군인 현민이와는 모든 걸 공유하고 있었기에 자세히는 아니지만 대략적인 얘기를 나누게 된다.
“그런데.”
“응?”
“신이씨가 왜 그랬을까?”
“.”
“우리 통화를 엿듣고 신이씨가 너한테 올인 하는 건 이해가 가는데. 갑자기 왜 그런 유혹을 했느냐.가 궁금하네.”
“날 시험한 건 아닐까?”
“시험을 하다니?”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꼭 시험을 당한다는 느낌이 들던데.”
“그럼. 이 게임이 끝난 후에도 신이씨가 자신과 계속 살 수 있는 질 시험한 거라고?”
“꼭 그런 건 아닌데. 잘 모르겠다.”
“생각을 할수록. 신이씨가 좀 이기적이네.”
“말 함부로 하지마라.”
“솔직히 이기적이잖아. 안 그래? 첫 만남이야 어떻게 됐든 간에. 아니! 어차피 이혼한 상태니까 다른 놈하고 만난 것도 다 이해한다고 치자고. 어떻게 놀던지 그것도 우리 알빠 아니라고 해도. 이제 와서 좀 너무 한 거 아니냐?”
“뭐가?”
“널 이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은 안드냐?”
“그래서?”
“뭐? 그래서라니!?”
“이용하는 게 어때서?”
“.”
“신이가 날 이용하는데 무슨 문제 있냐?”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냐? 넌. 전 재산까지 다 걸었는데!?”
“그게 무슨 문제냐고.”
“허.”
“그런 얘긴 됐고. 해빈이 소식은?”
“대충 소재파악은 됐다. 이번 주만 잘 견뎌라. 여권 나오는 시간 따져보면 다음 주에 들어갈 수 있을 거 같네.”
“그래.”
“그래도 신이씨한테는 비밀로 해. 혹시 모르니까.”
“응. 그래야지. 그렇지 않아도 신이가 우리 통화내용 듣고 많이 흔들리는 거 같더라.”
“그렇겠지. 애 때문에 이혼까지 했던 여잔데. 어떻게 보면 신이씨도 불쌍하네.”
“그리고. 내가 부탁한 건?”
“아! 여기. 그런데 갑자기 혜빈이 서류는 왜?”
“그냥. 좀 알아 볼 게 있어서.”
“시간 없다. 이번 주만 잘 견뎌라. 한상이 놈한테 연락은?”
“내일 보자더라.”
“그래. 그럼 수고하고.”
먼저 일어난 현민이의 등을 보던 난 시선을 내려 현민이가 건네준 서류를 훑어본다.
눈은 서류의 글씨들을 하나하나 쫓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따로 놀고 있었다.
신이가 마지막으로 내게 했던 말이 아직도 머릿속에 잔상처럼 남아 있었다.
마사지샵에서 사진을 찍으며 마지막 절정까지 같이 했을 때. 그리고 그 후의 거친 숨소리에 서로를 꽉 끌어안은 후에. 옷을 입으며 신이는 내게 중얼거리듯 얘기를 했었다.
[이제. 만족해요?]
“오셨어요. 후힘들다.”
한상의 집 문이 열리고 들어가려던 난 잠시 멈칫하게 된다.
문을 열어준 한상의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채 하늘색 가운만을 걸치고 있었다. 호리호리하다고 불릴 정도로 잔 근육이 가득한 강한상의 몸과 덜렁거리는 커다란 자지가 너무나 안 어울리다 는 생각을 하며 멈췄던 발걸음을 옮겨 거실로 들어간다.
강한상의 뒷덜미까지 다 젖은 상태라는 걸 확인한 난 곧 신이를 찾게 된다.
“신이는?”
“방에서 쉬고 있습니다.”
“쉰다고?”
“하하하 아시면서. 와인 한 잔 하실래요? 아니면 커피? 더치로 아침에 내리고 있는 게 마침 있는데. 향기 좋죠?”
“.커피로.”
“그럼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저번 주의 그 사건들이 꿈처럼 느껴질 정도로 유달리 기분이 좋아 보이는 강한상의 얼굴이 왠지 낯설어 보인데.
‘저 미소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는지 두고 보자.’
“사진 찍으셨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지금 막 평가를 부탁드릴 사람들한테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평가는 공정했으면 좋겠다.”
“무슨 말씀이시죠? 공정했으면 좋겠다뇨?”
“말 그대로야.”
“그럼 지금 제가 부르는 사람들은 공정하지 않다는 말인가요?”
“아니. 저번 모임의 사람들 정도라면 믿을만하고.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겠지.”
“그런데요?”
“기껏 모여 봐야 대여섯 명이다 일거잖아.”
“그래서요?”
“소라라는 사이트에 올려서 평가를 받는 게 더 정확하지 않을까?”
“사이트?”
“그래. 그 사이트에 동시에 올려서 30분 동안 달리는 추천이나 댓글을 더 많이 받는 사람이 이기는 걸로 하면. 공평하지 않겠냔 말이지.”
“.”
“불특정다수. 안면도 없는 사람들이 신이의 각기 다른 사진을 보며 흥분하는 반응으로 결과를 결정짓자는 거지.”
“그거 재미있겠네요.”
“재밌어? 자신이 있나보지?”
“크크크. 그럼 사람들을 부를 필요도 없겠다. 바로 올리죠.”
“.그러던지. 그런데 신이는 어디 있지?”
“신이는 왜요?”
“그래도. 같이 봐야 되지 않나?”
“지금 많이 피곤할 겁니다. 곧바로 곯아떨어져서 자고 있습니다. 우선 사진을 올려서 반응을 좀 보죠. 노트북이.”
“핸드폰으로도 충분히 올릴 수 있잖아.”
“아! 그런가요? 그런데 전 노트북으로 올리는 게 편해서요.”
“.그러던가.”
준비를 시작한 지 5분정도가 지나고 한상이와 난 서로 각자의 사진을 올릴 준비를 끝내게 된다.
강한상이 왜 노트북을 선호했는지. 그 이유는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고급카메라에서 뽑은 작은 메모리카드에 담긴 사진을 보다 쉽고 빠르게 올리기 위한 이유란 걸 바로 앞에서 보게 된다.
“준비 됐습니다. 그럼 올릴까요?”
“그래.”
유치한 카운트다운 없이 우리는 한 마디의 상의 없이 거의 동시에 나란히 사진을 올리게 된다.
우리가 택한 게시판은 온몸 승부라 명칭 된 그곳이었다.
나란히 게시된 나와 한상이의 사진들은 제목도 똑같은 것으로 정했다.
등록자는 다른데 제목은 똑같은.
[나를 범해주세요.]
정한 제목엔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 한상과 제목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 우연히 켜놓은 텔레비전에서 하고 있는 영화 ‘나를 찾아줘’라는 제목을 보고 은연중에 내가 중얼거린 혼잣말을 한상이가 마음에 들어 한 제목이었다.
우리가 올린 똑같은 제목에 계시자가 다른 좀 특이함 때문인지 다른 게시물보다 검색률이 월등히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관전자가 되어 나도 강한상이 올린 게시물을 클릭해 이제야 사진을 확인한다.
분명 용량을 맞춰 올렸는데도 엄청난 퀄리티의 고화질 사진이 강한상이 만든 ‘미스터 강’이란 아이디의 게시물에 올려져 있었다.
예식장을 통째로 빌린 듯한 사진의 배경 속에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한 여자. 웨딩드레스라고 하기엔 너무나 노출이 많은 순백색의 복장은 언뜻 보기에 웨딩드레스였을 뿐 사실 가슴과 역삼각형으로 잘 제모 된 털들이 고스란히 보이는 코르셋에 흰색 스타킹, 그리고 팔뚝까지 오는 흰색의 긴 망사 장갑의 란제리 일뿐이었지만. 배경과 머리에 쓴 풍성하고 긴 베일로 인해 웨딩드레스처럼 보여졌다.
그리고 그런 경건한 장소와 순백의 복장에도 음란함과 섹시함이 묻어나는 신이의 몸매와 모습에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게 된다. 프로 사진작가가 찍은 법한 구도와 신이의 포즈는 조연으로 등장한 가면 쓴 남자가 묻힐 정도로 섹시함을 그리고 있었다.
양 손에 수갑을 채운 채. 무릎을 꿇고 허벅지를 살짝 벌린 신이의 모습은 야한 사진이 아닌, 다른 말이 필요 없는 화보 그 자체였다.
젖꼭지를 훤히 드러낸 그 가운데에 모은 두 손에 채워진 반짝거리는 은색 수갑. 그리고 그 수갑의 연결고리 중앙에 또 하나의 가닥처럼 나눠진 체인을 잡고 신이의 등 뒤에 서 있는 모델과도 같은 남자의 모습은 말 그대로 화보였다.
신이의 얼굴을 살짝 가린 모자이크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진은 훌륭했고 너무나 섹시했다.
당연히 반응도 열광적이었다. 하나 둘씩 달리던 댓글이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50을 넘었고 추천도 이미 20을 넘어섰다.
그에 반해 내 사진은 한상의 게시물에 비해 반 토막도 안 되는 추천과 댓글이 전부였다.
내가보기에도 내 사진과 한상의 사진은 사진 자체의 퀄리티가 현격하게 차이가 났기에 이런 결과가 당연하다고 여겨지게 된다. 한상이의 사진에 비하면 내 사진은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마사지샵에서 찍었던 사진들 중 내 마음에 가장 든, 신이의 표정을 전부 보여줄 수 없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에 들었던 변형 매트위에서 날 유혹하며 보여줬던 자위하는 신이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한상의 사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게 분명했다.
“이런 사진을 어떻게 찍었.”
승부를 포기하듯 강한상에게 감탄의 질문을 하려던 난 노트북의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강한상의 모습에 말을 끊고 그에게 다가간다. 강한상이 입도 다물지 못한 채 쳐다보고 있는 사진은 내가 찍은 신이의 자위사진이었다.
신이의 모습을 화면 가득 담고 있는 가로형태의 사진. 신이의 표정을 평가하는 사람들에게 전부 보여주고 싶다는 충동을 겨우 억누르며 입술위로만 모자이크를 한 사진에 강한상이 혼을 뺏긴 남자처럼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 게시물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며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추천은 당연 강한상의 사진이 더 많았고 댓글들 또 한 극찬일색이었지만. 오히려 조회 수와 댓글의 수가 점차 내가 강한상의 게시물을 젖히고 치솟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해보였다. 댓글을 달고 있는 중복된 아이디들로 봤던 내 사진을 또 다시 게시물을 열어 반복적으로 보며 입에 담기도 부담스러운 음담패설과 욕설, 그리고 초대 요청이라는 여러 가지 글들로 도배가 되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강한상의 사진엔 극찬과 같은 칭찬을, 내 사진엔 음란하기 짝이 없는 칭찬과 요구들로 댓글이 계속해서 채워지기 시작했고 어느새 추천수도 강한상의 게시물과 비슷하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에 강한상의 얼굴이 점점 변해가기 시작했고 이내 노트북을 소리 내며 닫아버리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그러나 끝내 추천수로는 강한상을 이기지 못 한 내 게시물이었다.
결과가 애매해졌다. 추천은 강한상이, 댓글수와 조회 수는 내가 이긴 이 상황에서 누가 승자라고 말하기가 애매해지게 된다.
“이건. 무승부인가?”
“.”
“추천수하고 댓글 수에 한 가지를 덧붙였어야 되는데. 그래도 조회 수는 내가 이겼으니.”
“한 번 더 하시죠.”
“.뭐?”
“다음 주까지 다른 게임을 준비해서. 결판을 짓는 걸로 하자고요.”
“그래도 조회 수까지도 내가 높은.”
“그건 아니죠. 조회 수야 한 사람들이 몇 번이나 열람을 했으니까 이런 현상이 일어난 건데. 추천은 한 번 밖에 못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럼 이 무승부라는 승패도 형님이 고마워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
강한상의 말 대로였다.
조회 수나 댓글은 한 명이 몇 번이나 열람을 하고 적을 수 있는 것이었지만. 추천만은 한 계정에 한 번 밖에 허용되지 않는 이 시스템에서 사실상 승자는 강한상이나 다름없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당연히 제가 이긴 거지만. 이렇게 이기는 건 제가 용납을 못하겠네요.”
“그럼. 다시 사진을 찍어서 다시 한 번 승패를 정하자고?”
“아니요. 한 번 한 건 시시하잖아요. 다른 게임으로 하시죠.”
“. 알았다. 그리고 한 가지.”
“.네?”
“이 게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지금에서 확실히 묻고 싶은 게 하나 있다.”
“.뭡니까?”
“신이가 날 택한다면. 신이의 결정을 존중하고 아무 미련 없이 넌 독일로 떠난다는 약속은 꼭 지켜지는 거겠지?”
“.”
“설마. 처음부터 게임의 룰 같은 건 상관없다는 등. 신이의 결정조차 뭉개버리는 야비한 짓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니냐?”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비웃음? 조롱? 아니면 황당하다는 듯 나오게 된 웃음?
강한상의 큰 웃음소리가 내게 결코 기분 좋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건 확실했기에 강한상을 조금은 무섭게 노려보게 된다.
“큭큭. 죄.송합니다. 크크. 이길 자신이 있으신가 봐요?”
“그게 우스워?”
“아니요. 재밌어서요.”
“재밌어?”
“네. 재밌네요.”
“뭐가 재밌나? 아 게임이라서? 스릴이 있어서 재미있다고?”
“크크.형님!”
“.”
“한 가지 재미진 얘기를 하나 해드릴까요?”
“뭐?”
“이미 권력이란 걸 한 번 맛 본 후엔 다시 돌아가려고 해도 돌아갈 수 없다는 거 아세요? 그럼 사람들이 왜 권력을 탐할까요? 남을 지배하기 위해서? 아니면 자기 마음대로 하기 위해서? 그것도 아니면 그 모든 것을 이뤘을 때 느끼는 희열과 쾌락 때문에?”
“당연한 거 아닌가? 힘이란 걸 손에 쥐면. 놓기 싫어지는 게 인간이란 동물이잖아.”
“힘을 놓기 싫다.라. 그럼 형님한테 다시 질문을 드리죠. 왜 힘을 놓기 싫을까요? 이미 충분히 힘을 쥐고 있다면 조금의 양보는 미덕이 될 수도 있을 테고 존경까지 받을 수 있을 텐데요.”
“욕심이겠지. 사람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다고 하잖아.”
“과연 그럴까요?”
“.그럼 아니란 말인가?”
“아니라곤 할 수 없겠죠. 사람이 전부 똑같은 건 아니니까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게임에서 내가 이기면 약속대로 신이를 놔줄 거냐는 내 질문이 그렇게 어렵냐?”
“그럼 형님은요?”
“.뭐?”
“제가 이기면 신이를 제 뜻대로 아무렇게나 굴리고 돌리고! 모든 재산까지 제게 받친다는 약속을 지키실 겁니까?”
“.당연하지! 그게 룰이잖아!”
“그러신다면 저도 마찬가집니다. 룰은 지켜야죠. 그런데 말입니다.”
“.”
“형님이 이기신다고 신이와 다시 예전처럼 살 수 있겠습니까?”
“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꺼라.”
“궁금해서요. 이 게임이란 걸로 신이가 어떤 여자인 줄 알게 된 이 순간에도. 신이에 대한 감정이. 사랑이라고 말을 하는 그 감정이 변하지 않았는지가 궁금해서 말이죠.”
“너랑 똑같은 취급을 받는 거 같아서 기분이 나쁘네.”
“글쎄요. 이미 제 수준을 넘으신 거 같은데.”
“뭐?”
“하하하하하. 농담입니다.”
“그럼 나도 한 가지만 묻자.”
모험일지 모를 얘길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꺼내든다.
“듣기론 그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모든 것이 다 거짓이던데. 왜 그런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내게 게임이란 걸 제안 했지? 굳이 이럴 필요가 없잖아.”
“.”
“솔직히 말해서. 네가 어떤 놈인지는 보육원일과 내 진급 건으로 몸소 느끼고 있는데. 그런 힘이 있으면서 이렇게 하찮은 일을 하는 이유를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봐도 도저히 모르겠다. 그냥 철없는 놈의 객기라고 하기엔 너무 대단한 놈이고. 그렇다고 심심풀이 땅콩이라고 하기엔.”
“하찮은 일이라.”
“이제 겨우 스물 중반 아니냐? 그 때 나이면.”
“크크크. 제가 사는 세상에선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능력과. 돈이죠. 이제 그런 얘긴 그만하시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오늘 미리 게임을 정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그런데. 이제 더 이상 할 게 없지 않나? 내가 신이를 다시 만나고 나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고 생각하는데. 아닌가?”
“그럼 이런 게임은 어떻습니까?”
“무슨 게임?”
“형님도 지금의 신이를 다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씀하셨고. 나야 뭐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니 좀 더 강력한 자극이 필요한 시점이 지금 아니겠습니까? 아쉬운 게. 이 게임 속에서 신이가 형님 앞에서는 희한하게 절제된 모습만 보여주려고 안간힘을 쓰더군요.”
“절제된 모습이라고?”
“아직 못 보셨죠? 신이가 진정한 오르가즘을 느끼면 어떻게 변하는 질. 그걸 보셔야 형님도 미래를 제대로 생각할 수 있을 텐데요.”
“그래서?”
“형님과 저만 룰 안에 존재하는 틀을 조금만 깨서 놀아보는 건 어떻습니까?”
“룰을 깬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사실 틀을 깬다는 말은 맞지 않겠네요. 합의를 하자는 거죠.”
“합.의를 한다라? 무슨 합의?”
“신이의 본 모습이 보고 싶지 않으세요? 마지막 결정권자라는 자리에 앉아서 끝까지 가는 걸 계속 거부하고 막은 신이의 본 모습 말입니다. 어차피 형님이 이긴다고 해도 언제 터질 폭탄을 안고 사는 것보다는 알고 가시는 게 좋지 않겠냔 말이죠.”
“그만 말을 돌리고. 무슨 게임을 하자는 건데?”
“신이한테는 아직 한 번도 안 써 본 겁니다.”
강한상이 탁자위에 작은 유리병 앰풀을 올려놓는다.
보기에도 주사액이 든 작은 병으로 보이는 걸 난 잠시 노려보곤 한심하다는 듯 강한상을 쳐다보게 된다.
“그런 대물을 갖고 있으면서 여자한테 약이나 쓰려고?”
“하하하하하하 이제 시간이 거의 없잖아요. 신이가 저와 단 둘이 있을 때 모습을 보여드리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지 않겠습니까. 아! 그리고 이거. 형님이 생각하는 그런 물건 아닙니다.”
“그럼?”
“마약 같은 게 아니라 이번에 미국 FDA에도 정식 허락을 받을 제품이죠.”
“FDA라면? 식약청?”
“식약청은 한국이고요. 미국은 식품의약국이라 합니다. 그 곳에서도 안정성까지 검토된 일종의 여성전용 흥분제라고 할 수 있죠.”
“그럼 그게 여자비아그라란 말이냐?”
“빙고! 정확히 그겁니다. 그럼 비아그라의 효과도 알고 있으시겠네요. 강제로 흥분을 시키는 제품이 아닌, 도움을 주는 제품이죠. 정제품은 먹어도 야한 상상과 환경만 아니라면 그냥 아무 소용없는 물건과 같은 남자용 비아그라와 똑같은 제품이란 말입니다.”
“신이한테 그걸 먹인다? 몰래?”
“그렇죠!. 솔직히 까놓고 얘기해서 신이가 너무 점잖게 놀려고 하잖아요?”
“.”
“어떠세요? 하실래요?”
“그걸 먹여서? 무슨 게임을 하자는 건데?”
“아주 간단합니다. 이걸 먹고서도 형님 앞에서 망설이거나 거부하는 모습을 또 한 번 보여준다면. 형님의 승리로 보너스까지 얹어드리죠. 솔직히 저도 형님한테 다 뺏어가긴 미안한 마음도 없지 않아 있거든요.하하”
“이제 와서.”
“왜요?”
“그럼. 룰을 깨는 지금 나도 한 가지 제안을 해도 괜찮을까?”
“제안이라. 말씀하시죠.”
“나도 너처럼 룰을 깨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이 게임의 승패는 시간 안에 신이가 널 택할지 나로 할지가 결정이 되면 끝이 나는 거니까. 8주라는 시간을 다 채우기 전에 신이가 결정을 한다면. 그럼 그 시점에서 게임종료를 하는 것도 상관없지 않나? 물론 우리의 강요가 아닌 신이의 자발적인 선택을 있다면 말이야.”
“호.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그러다가 당장 내일이라도 신이가 절 택하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시나?”
“받아드려야지. 내가 먼저 한 제안이니까.”
“흠.”
잠시 동안 턱에 손을 대곤 생각에 잠긴 강한상의 시선이 아까 닫아버린 노트북에 꽂혀 움직이질 않는다. 이 게임을 누구보다 먼저 끝내고 싶은 건 강한상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나였다. 하면 할수록 자신에게 불리해지고 있는 이 형국과 내게 신이에 대한 모든 걸 굳이 증명까지 하려는 행동으로 봤을 때,, 그리고 해빈이의 존재에 대한 열쇠와 비밀을 양 손에 쥐고 있는 강한상이 거절할 이유가 없을 거라는 걸 잘 알기에 일종의 보험을 들어두려고 한다.
“좋습니다. 별 상관은 없겠지만, 신이가 도중에라도 선택을 한다면 그걸 따르기로 하죠. 그럼 이 약을 사용하는 건 서로 동의가 된 걸로 봐도 되겠죠?”
“그 전에 한 가지 더.”
“허. 너무 궁지에 몰아가시는 거 아닙니까? 비즈니스의 상식에서도 조건을 많이 걸수록 약점을 드러내는 것과 마찬가진데.”
“네가 신이에게 느끼고 있는 감정을 솔직히 알고 싶다.”
“.네?”
“장난감이라느니. 애장품이라느니. 아까도 말 했듯 네가 지금까지 한 거짓말들이 아니라 진실을 말이야. 그래야 공평한 거 아닌가? 내게 준 자동차에 위치추적기와 도청기까지 심어놓고 내 일거수일투족을 죄다 꿰차면서 정작 자신은 모든 걸 비밀로 해두려는 게 네가 말한 페어플레이와는 너무 거리가 멀지 않겠냔 말이다.?”
이젠 종점을 바로 앞에 두고 있었기에 옛 속담을 약간 틀어 지금 순간 살을 내주고 대못을 박으려 한다. 내 예상대로 강한상의 얼굴이 점차 굳어져 날 무섭게 노려보기 시작했고 난 전혀 꿇릴게 없다는 놈처럼 이미 다 식어버린 더치커피로 목을 축이며 그런 강한상의 시선을 똑바로 응수하기 시작했다.
“.”
“왜? 내가 추적기의 존재도 몰랐을 거 같아?”
“크크.”
“.?”
“언제 얘기하시나 했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뭐?”
“장난이었어요. 하하하하.”
“장.난?”
“네. 장난. 형님이 그 추적기의 존재를 알고서도 이 게임을 할까? 라는 장난에서 시작 된 건데. 이제야 얘길 하시니까 좀 황당해서 그런 겁니다. 하하”
“.”
“솔직히 형님이 분에 넘치는 외제차 유리를 박살낼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그리고 수리를 하러 가셨을 땐 아차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웬걸! 말씀을 안 하시네 하하하하하하.”
“그럼. 내가 알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에이 설마 지금까지 몰랐을까요! 그냥 알고 있는 걸 제가 알고 있다는 걸 모른 척을 한 거지. 덕분에 재미 좀 많이 봤죠. 키킥”
“.”
“어차피 게임이니까 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도청을 한 것도 저였고,,음. 그걸 이용하려고 한 것도 일종의 작전이니까. 덕분에 제대로 즐길 수 있었으니 상관없잖아요.”
“상관.”
“너무 섭섭해 하지 마십쇼. 대신 저도 솔직해지죠.”
“.”
“신이 말대로. 전 태어나서 지금까지 제가 가질 수 없던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배가 갖고 싶다고 말을 하면 진짜 보트를 사주셨고, 차를 갖고 싶다고 말을 하면 고등학생인 제 손에 삐까번쩍한 스포츠카의 키가 들어왔죠. 여자가 마음에 들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유혹을 했고, 애인이나 남편이 있어 갈등을 하다가도 결국 제 아래에서 쩌는 신음소리를 남발하며 절 끌어안으며 교태까지 부렸으니까요.”
“그런데 왜?”
“신이가 말 한 대로입니다. 그런 저한테도 딱 하나. 어머니란 존재는 없었으니까요.”
“어머니? 최근에 돌아가신 어머님을 말하는 건가?”
“크크크. 돈과 권력이 있는 집안에서는 엄마가 두 명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거. 일부일처제인 한국인대도 참 아이러니하죠? 남자의 몸에 환장하는 여자가 엄마라는 사람이라면. 형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물론 갖고 싶다는 건 다 사주시는. 겉으로 보기엔 가장 이상적인 어머니 상인 엄마였지만 말이에요. 정작 날 낳고는 보지가 헐렁거릴까봐 괜히 자연분만을 했다는 말로 상처를 주면서 운동을 했고 또 다시 날 원망했던 여자가 엄마였다면. 크크큭큭. 끝까지 저한텐 눈길 한 번 제대로 준 적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란 작자가 집에 찾아올 때면 제가 있는 집안에서도 음란하기 짝이 없는 속옷들로 몸을 가리고 그 남편이라는 작자를 받아드리려고 교태부터 먼저 부리는 걸 바로 앞에서 없는 자식취급을 받으면서 볼 수밖에 없다면요?”
“.”
“운명이란 거. 믿습니까? 신이를 한방애 모임에서 처음 봤을 때. 놀란 것도 사실입니다. 세상에는 닮은 사람이 세 명이나 있다고 하더니. 고상한 척 도도한 미모에 좋은 환경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란 년이 아버지란 작자의 곤란한 상황에 사람들에게 같이 고개를 숙이는 모습까지.”
“그래서. 신이한테 복수라도 하려고 이런 게임이란 걸 하는 거란 말이냐?”
“크크크 복수요? 설마요! 신이란 여자는 만날수록 어머님과는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되는데 굳이 복수란 단어가 필요하겠습니까?”
“그럼?”
“신이가 제게 안긴 첫날. 쾌감에 몸서리치면서 부른 이름이 형님만 아니었으면.아니. 제게 안기면서 형님을 계속을 그리워하지만 않았어도. 저도 이런 번거로운 일을 벌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게임을 한다고?”
“제 여자가 흥분을 하면서 죄스러운 모습을 보이는데. 형님 같으면 기분이 좋겠습니까? 그것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까지 들여서 엎어트린 여자 입에서 전 남편 이름이 나왔는데? 솔직히 다른 년들처럼 한 번 맛보고 쫓아내려고 했었습니다. 어차피 년들이란 동물이 가방하나 안겨주고 이 좆으로 긁어주면 미친 듯 달려드는 게 태반이고 현실인데. 신이란 년은 끝까지 마음 한구석만은 문을 닫아놓고 열어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재밌더군요.”
나와의 대화를 하면서 강한상은 추억을 더듬고 있었다,.
그 모습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억들을 추억으로 남겨둔 남자의 표정과도 같다는 느낌에 나까지 조심스러워졌다.
“어리광 아닌가?”
“.어리광이라고?”
“엄마한테서 사랑을 못 받았으니 신이한테라도 완전한 사랑을 쟁취하고 싶다는 어리광 말이야. 내가 보기엔 그렇게 느껴지는데?”
“크크. 하긴 그렇게 보일수도 있겠네요.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두고 보시죠. 이게 어리광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
“.”
“신이는 큰방에 있으니 보고 가고 싶으시면 들어갔다 가십쇼. 전 내일을 위해 체력을 좀 비축해야겠습니다. 그럼.”
자리에서 일어난 강한상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고 날 홀로 거실에 남겨두고 문을 열고 들어가 버렸다. 강한상이라는 남자와 그리고 그의 어머니란 여자에 대해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된 나였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환경에서도 정작 기본적인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강한상이 신이를 만나 하려고 했던 것은 무엇일까? 다시 찾아온 기회라고 생각을 했다면. 아마도 강한상은 신이를 위해 못 할 것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신이의 자신의 가슴을 후벼 파는 송곳과도 같은 부탁에 내 정자와 신이의 난자로 아이를 만드는 일에도 도움을 줬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혹시 이 게임이란 걸로 신이를 내게 돌려보내려는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닐까?’
거실에 홀로 앉아 있던 난 작게 중얼거리며 강한상이 들어간 방문을 쳐다본다.
정말 사랑하기에 놔주는 것이다. 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을 강한상이 지금 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한 번 지금까지의 기억들을 떠올려본다. 도청과 추적기라는 걸로 내 위치와 행동들까지 모두 파악하려고 했던 강한상의 비겁함에 난 그 비겁함을 역이용하자는 계획으로 지금까지 연극이란 것도 했었다.
내게 점점 다가오며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신이에게 몇 번이나 이 모든 계획 밝혀주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면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작전을 짜듯 숨겼었고, 작은 실수라도 했을 땐 그 실수를 덮고 강한상이 의심하지 않도록 일부러 도청장치 앞에서 도 모질게 신이를 대하기도 했었는데.
이 모든 사실을 강한상은 알면서도 모른 척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아귀를 꽉 다물게 된다. 그렇다면 해빈이의 존재까지도.
불연 듯 떠오른 불안감에 찬찬히, 그리고 하나하나씩 기억들을 되새겨본다. 해빈이의 존재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다는 걸, 이 계획의 클라이맥스와도 같은 작전을 그 장치들 앞에서 단 한 번이라도 얘기한 적이 있는 질 말이다. 마사지샵을 가기 전 작은 실수가 있었지만. 그건 잘 막았었고 그 외에는 단 한 번도 신이 앞에서, 그리고 차나 집 안에서 해빈이의 이름조차 꺼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건 다른 장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혼자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던 난 이럴수록 불안감만 커진다는 걸 스스로도 느끼며 우선 움직이자는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강한상이 가리킨 방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 완전한 알몸으로 조용히 잠들어 있는 신이의 얼굴을 한 번 확인하곤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나온다. 그리고 나도 내일을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 거실에서 현관 문 쪽으로 걸어가는데.
“가십니까?”
“.그래.”
현관문에 거의 도착했을 때 방으로 들어갔던 강한상이 문을 열고 오며 내게 말을 건다.
“그럼 내일 게임 속 게임을 하시는 거죠?”
“그래 하자. 네 말대로 신이가 어떻게 변했는지. 한 번 보자고.”
“하하하. 그럼 가져가셔야죠.”
“뭘?”
“저 약이요. 음 그리고 약까지 쓰는데 형님과 저만 놀긴 아깝지 않겠습니까?”
“아깝다니?”
“최소 한 명은 더 불러야 할 텐데. 아니지. 한 명가지곤 모자라려나? 신이가 한 번 제대로 흥분하면 여섯 발은 기본으로 뽑아줘야 만족스러워 하는데.”
강한상의 어처구니없는 말에 멈췄던 발걸음을 옮겨 현관 문고리에 손을 대는데 또 날 불러 세운다.
“형님.”
“.?”
“저거 가지고 가셔야죠.”
“.”
“그럼 내일은 최상의 장소를 섭외해 놓겠습니다. 연락드리면 그리로 오세요.”
강한상이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앰플 병을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난 찰나와도 같은 망설임을 뒤로하고 다시 돌아가 그 유리병을 집어 든다. 내려다보던 유리병을 주머니에 우겨넣고는 피식 웃는 강한상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온다.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한 상태로 핸드폰에 찍힌 힐튼 호텔이란 곳으로 운전을 한다.
내 집에서 30분 갈 거리를 일요일이란 특성 때문인지 내비게이션에 적힌 시간은 도착까지 1시간 20분이라 적혀 있었다.
‘한상이 놈이 오늘은 작정을 한 게 분명 해. 힐튼호텔에 스위트룸이라니. 얼마나 대단 한 걸 보여주려고. 아니. 어떤 놈을 부를까. 설마 마이클? 어제의 게임에서 내 사진이 너무 예상외로 선전을 했나? 상관없어. 어차피 일주일만 참자. 무슨 일을 당하든. 지금까지 했던 모든 것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데. 뭘 초조해 하냐. 진태규. 정신 차리자. 지금까지 정말 잘 했어. 이렇게만 하자. 현민이가 다음 주에 중국에 들어가면. 가만. 지금 거의 산달이 다가왔다고 했는데. 브로커가 제대로 빼돌릴 수 있을까? 현민이가 잘만 해주면. 그래. 잘만 되면 현민이한테 이 차하고 강한상이가 준다는 보너스까지 다 밀어주자. 이런 건 나하고 안 어울렸어. 이것들을 다 정리하면 현민이 놈이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이라도 만들어 줄 수 있겠지. 신이는. 어차피 인생은 한 번 뿐인데. 같이 즐기자. 나도 즐겼잖아?! 처음이 어렵다고 하더니. 해보니까 별거 아니더만. 아니지! 훨씬 좋았잖아. 누구 말대로 섹스도 운동처럼 즐길 수 있는 운동과 같은 거야. 즐기려고 하는 섹스에 파트너가 바뀐다거나 동시에 두 남자가 함께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는 거잖아. 신이 성격에도 즐기는 것과 지키는 건 확실할 테니까. 걱정 없네. 신이라면 확실하게 즐길 건 즐기고 아이들 앞에선 가장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을 그릴 수 있을 게 분명하니까. 오히려 내가 더 잘 받아줘야 하겠네. 이렇게 초조해 할 필요도 없고. 그런데 왜 이렇게 초조하지? 신이와 쓰리섬이란 것도 같이 한 게 나였고, 진심으로 아무 생각 못하고 즐기기도 했는데. 강한상. 그래 강한상이 새끼 때문이야. 어제 내 사진을 보고 멈칫한 놈의 눈 때문에 괜히 불안해 진 걸 거야. 이럴 필요 없다 태규야! 네가 정신을 차려야,, 마지막까지 정신을 차리고 신이를 제자리에 돌려놓으면 되는 거야. 그런데 한상이 놈은. 정말 마더콤플렉스인가 뭔가 일까? 하긴. 그렇지 않았다면 신이의 멀쩡한 얼굴과 가슴까지 뜯어 고치면서 예전의 모습을 지우려고 할 이유가 없지. 아무리 그래도 엄마하고 다른 여자를 겹쳐서 생각할 수 있나? 거기다가 엄마하고 닮았다는 이유로 희롱하고 농락을 한다는 게. 아! 한방애. 한방애의 원 멤버가 한상이 놈의 아버지란 사람이었다면. 강한상의 유전자가 원래 아버지란 국회의원에게 물려받은 거라면. 그 국회의원 물건도. 그럼 이미 강한상의 엄마란 여자도 이 한방애란 조직에서 접대부나 성노리개 같은 것이었다면. 그래서 강한상이 섹스란 것에 더 집착을 한다면. 그러고 보니 자기 눈앞에서 아버지란 사람한테 몸까지 받치는 걸 직접 봤다는 뉘앙스까지 풍길 정도면. 그 국회의원이란 남자가 한방애란 조직에서도 중축을 맡고 있었다는데. 혼자서 즐길 놈일까? 어릴 때부터 그런 걸 봤다면. 정신 차려! 지금 누굴 동정하고 앉아 있는 거야. 나부터 살고보자. 그래! 지금 내 모든 걸 걸고 이 말도 안 되는 게임이란 걸 하는 건데. 신이가 설마 다른 얘길 한 건 아니겠지?. 아니야. 그럴 리는 없어. 그럴 여자가 아니지. 내 행동을 눈치 챘으니까 그렇게 행동했을 거고. 내게 기대를 하고 있다면 더군다나 입단속을 더 할 게 분명한데. 그럼. 현민이만 잘 해준다면 이 게임도 끝이네. 아니면. 내가 직접 갈까? 아니지. 내가 간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으니. 감시나 마찬가지인 이 장치들도 있는데 오히려 역효과만 날 테고. 강한상이 놈이 먼저 아이를 빼돌린다면. 신이 말대로 이 게임이란 것에 승패는 아이를 택한 신이가 강한상을 택할 수밖에 없는 그려진 그림대로 갈 테니,. 다시는. 이혼 할 때의 신이가 했던 ’그만하자.‘라는 말은 듣지 말아야지. 그래.’
혼자만의 독백으로 거리감조차 뒤죽박죽이 되어 운전을 하던 난 어느새 호텔로 들어가는 삼거리를 표시하고 있는 내비게이션을 볼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히 차가 생각보다 잘 빠졌다. 중심으로 들어가는 반대편 차선이 꽉 막혔던 것에 비하면 거의 30분이나 단축을 한 것과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약속시간인 8시를 겨우 3분 남겨 두고 있었기에 액셀러레이터에 얹은 발을 초조하게 더듬거리기 시작한다.
[지지]
“어. 이거 왜 이래.”
갑자기 먹통이 된 내비게이션의 화면에 당황하며 화면의 여기저기를 터치하기 시작하는데. 위성표시의 그림에 X자가 나타나더니 아예 작동을 멈추게 된다. 거의 다 도착했으니 별 상관은 없었지만. 초장부터 산통을 깨는 듯 느껴지는 불안감에 괜히 화를 내게 되는데.
[태규지.지.씨는 어디.지직. 있어요?]
지직거리며 내비게이션에서 들려온 여자의 목소린 분명 신이였다.
갑자기 내비게이션 화면을 가득 메운 방의 풍경에 얼이 빠진 놈처럼 신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화면을 쳐다보게 되는데. 화면을 가득 메운 곳은 분명 내 집이었다.
지직거림이 사라지고 화면의 물결들이 사라지자 또렷이 보이는 방의 풍경은 분명 내가 평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고 다시 신이와 합궁을 했던 안방이 분명했다.
[어딜 들렸다 온다고 하던데. 누굴 만나러 가셨는 진 모르겠다.]
[.]
[곧 오시겠지. 그럼 우리부터 시작할까?]
[네? 그래도.]
[상관없잖아? 형님이 꼭 계셔야만 시작해야 되나?]
[.알겠어요.]
[자네도 준비하지. 여긴 좀 그렇고 침대가 어디 있냐?]
[여기서 해요.]
[뭐? 이 좁은 곳에서?]
[.네.]
[왜?]
[네?]
[침대도 있는데 굳이 여기서 할 필요가 있냐고. 왜? 아직도 미련이란 게 남았어? 아니면.]
[아.아니에요. 들어.가요.]
강한상의 말에 거실에서 먼저 신이가 안방으로 들어온다.
흰색 시스룩 블라우스에 스커트를 입고 있는 신이의 모습이 화면 안에 등장했고 곧이어 강한상과 낯선 한 남자가 들어온다. 생전 처음 보는 남자의 외모는 연예인 뺨을 후려갈길 정도의 키와 얼굴이었기에 분명 강한상이 섭외한 호스트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아.안되겠어요. 그냥 집으로 돌아가요. 태규씨보고 집으로 오라고.]
[싫은데.]
[,,,,]
[이곳이 오히려 더 큰 자극을 주는 거 같지 않냐?]
[그.럼 태규씨한테 전화라도.]
[왜 이러냐? 너 요즘 너무 반항만 하는 거 알아? 그럼 나도 마음이 변하잖아.]
[.]
[태규 형님도 온다고 했는데, 뭐가 걱정이야? 어차피 한두 번도 아닌데 장소가 중요하나? 아니면 정말 이곳이 소중한 장소라고 생각해서 그런 건가?]
[.]
신이가 강한상의 비아냥거림에 똑바로 쳐다보다 천천히 고개를 숙인다.
그리곤 잠시 침대를 지그시 바라보듯 고개를 돌렸다가 이내 블라우스의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한다.
[제가 해드려도 될까요?]
[아 맞네. 그럼 형님 오시기 전까지 난 구경이나 좀 할까?]
[사모님. 편하게 누나라고 불러도 되죠?]
[.]
[사장님 제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거죠?]
[그러라고 비싼 돈을 주고 부른 건데. 부디 마음대로 하라고.]
강한상의 허락이 떨어지자 신이의 어깨에 손을 얹은 남자가 신이를 천천히 무릎을 꿇린다.
반쯤 벌어진 블라우스의 틈사이로 브래지어에 모아진 가슴골을 보이며 신이가 남자의 바로 앞에서 무릎을 꿇었고 한 손으로 허리띠를 풀기 시작했다.
[히히 매일 서비스만 해주다보니까. 정말 제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거죠?]
[.마음대로.]
[들었죠. 그럼 먼저 빨아주세요. 그럼 제 모든 능력을 총 동원해서 뿅 가게 만들어드리죠. 제가 강남 적토마라고 불리는 이유를 보여드릴게요. 히히히]
적토마라는 별명이 왜 붙었는지를 보여주는 붉은빛이 도는 커다란 자지를 서슴없이 꺼내 무릎을 꿇고 있는 신이의 얼굴에 들이미는 남자였다. 강한상의 물건만큼이나 거대하고 긴 남자의 자지는 의외로 노포경이었다. 아니. 그 크기를 더 자세히 보여주려는 듯 자지를 몇 번 흔들어대며 껍질을 뒤로 쑥 잡아당기는 행동에 자연스럽게 숨어 있던 귀두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 모습에 신이가 고개를 돌린다.
남자의 자지라면 수없이 봤을 신이었는데. 장소 때문인지 바로 앞에서 덜렁거리는 자지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모습 좋아요. 히히 이래야 제대로 따 먹을 맛이 나지. 좀 거북스러우시면 제가 먼저. 웃차]
[헉.]
신이의 겨드랑이에 양 팔을 낀 남자가 그대로 침대로 엎드리듯 눕히곤 치마를 허리까지 끌어올렸다. 실크로 된 남색 팬티의 엉덩이 부위를 다 드러내게 된 신이의 모습이 화면 속에 담기길 잠깐. 남자가 허리를 숙여 그런 신이의 팬티까지 끌어내리곤 곧바로 얼굴을 파묻어 버렸다.
[윽!]
[빵빵!]
신이의 고통 섞인 신음소리가 내비게이션에서 들려왔고,, 내 차 바로 뒤에서 굉음의 경적소리가 그런 신이의 신음소리를 묻어 버렸다.
좌회전 신호가 막 끝나려 했을 때.
유턴도 안 되는 삼거리 도로에서 난 불법 유턴을 하게 된다.
[장소가 이래서 그런가? 보지 물이 안나오네. 물이 많은 여잔데. 보자. 형님 집에 무슨 술이 있나. 그래도 냉장고에 맥주는 있네. 자! 마셔. 아! 그 자세로는 먹기힘들겠네. 그럼. ]
강한상이 맥주를 입에 담고는 엎드려 있는 신이에게 키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난. 집에 술을 놔둔적이 없었다.
여성용 비아그라.
일명 ‘애디’라는 제품의 정보대로라면 올해 8월에 겨우 FDA에서 승인을 받은, 사실상 한 번 복용으로 여자에겐 별 효능이 없다는 게 통상적인 뉴스들의 내용이었다. 강한상의 말대로라면 신이에겐 이번 약이 처음일 것이고 그렇다면 뉴스대로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실 난 안심을 했었다.
내가 강한상의 집에서 들고 나온 이 앰풀에 들어있는 분홍빛 액체가 애디가 녹아든 제품이라면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별반 다를 게 없을 테니 신이가 미쳐 흥분하는 모습은 아쉽지만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고, 끝까지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흥분을 하더라도 평소의 모습은 지킬 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내비게이션이었던 모니터의 화면에 비춰진 신이의 모습은 점점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강한상과의 키스가 끝이 난 후 10여분? 15분 정도?
근육질의 남자가 옷을 다 벗고는 본격적으로 신이를 내 침대에 눕히고 보지를 빨기 시작했을 때. 신이가 너무 빨리 흥분이 깃든 신음소리를 뱉어내고 있었다.
여전히 풀린 단추 사이로 브래지어까지 입고 있는 신이는 말려 올라간 스커트 아래의 하반신만을 다 노출한 채 연신 허벅지를 조이며 남자의 머리를 옭아매고 있었고 평소와 다르게 남자의 머리를 천천히 자신의 사타구니 사이로 잡아당기고 있었다.
[하아.학학하아]
신이의 거친 숨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자 너무 빠른 반응에 남자도 놀란 듯 몸을 일으켜선 가슴까지 들썩거리며 몸을 꼬으고 있는 신이를 내려 보게 된다. 그러나 그의 놀란 표정은 금세 신이의 모습에 음흉한 미소로 바뀌게 된다.
[와 진짜 민감하시네. 이건 뭐. 노력할 필요도 없이.]
[하.하아.모.몸이. 몸이 이상해.]
[제 테크닉이 좀 죽이죠. 보빨 한 번에 사모님들이 오줌까지 지린다니까요.]
[하.아. 더.더. 더 해줘.]
[에이. 오늘은 서비스를 받으러 왔다니까. 엇차]
남자의 허벅지를 쥐고 있는 신이의 모습에도 남자는 몸을 일으켜 이미 벌떡이고 있는 붉은빛 자지를 신이의 얼굴로 향해 가져다 대는데.
신이가 상체를 일으켜 다가오는 자지를 잡고는 단번에 입에 담는다.
아무리 내가 없다고는 해도 신이가 지금 누워있는 곳은 우리 둘만이 함께 했던 공간이었는데. 신이는 이미 이 장소 따위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 다가온 남자의 자지를 잡고는 입을 크게 벌려 빨아대기 시작한다.
[후릅.후.쩝쩝후릅]
[으으. 자지 뽑히겠네. 으윽.]
한 손으로 남자의 허벅지를 잡고 다른 손으론 남자의 자지 밑동을 쥐고 머리를 빠르게 움직이는 신이의 모습. 그건 펜션에서 강한상의 위에서 올라타 허리를 흔들던 모습과는 차원이 다른 섹기를 뿜어대며 머리를 움직이는 펠라치오 였다.
급기야 남자가 뒤로 무릎을 꿇고 앉는 꼴이 되어 버렸고 신이는 그런 남자의 허벅지 가슴을 비비며 자지를 핥고 빠르게 빨며 엎드리는 자세로 바뀌게 된다.
자지에 굶주린 여자처럼, 아니 남자의 자지를 뽑아 먹으려는 여자처럼 볼이 쏙 들어갈 정도의 압박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머리를 빠르게 움직인다. 그러면서도 엎드린 자세로 솟아오른 엉덩이를 연신 흔들어 대고 있었고, 그 모습에 남자가 손을 뻗어 신이의 엉덩이 골 사이를 뱀처럼 타고 넘어가 신이의 항문을 근질이다 이내 보지 속을 휘젓기 시작하는데.
분명 거칠고 투박한 손놀림이었지만 그래서 더 프로처럼 보였다.
부드럽게 애무를 하는 손놀림은 지금의 신이에겐 필요 없어 보였고 그건 그 모습대로 남자의 거친 손 움직임에 곧바로 반응을 하기 시작한 신이였다.
[아흑.하앙. 쩝쩝.쩝후르룩.학학.쩝]
자지를 빨며 신음소리를 동시에 토해내는 신이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액셀러레이터를 더 꽉 밟게 된다.
[으으. 누가 프로인지 모르겠네. 진짜. 이런 말 처음 하는데. 애무고 뭐고 곧바로 박고 싶네.으윽. 아! 도저히 못 참겠다.]
[흑!.아아헉!헉헉.하으윽흑윽]
신이를 침대에 바로 눕히고는 그대로 허벅지를 벌리고 그 사이에 자지를 밀어 넣는데.
신이가 엉덩이를 들어준다.
[아아악.하악.학학ㅎ.학학.]
자지가 보지에 들어가자 신이가 벌린 허벅지를 더 크게 벌리며 까치발로 엉덩이를 더 들어댔고 남자가 탄력을 받아 더 빠르게 허리를 움직인다. 신이의 몸에 땀방울이 맺히는 듯 방금 전과는 달리 점점 빛에 윤기를 그려내는데. 카메라의 고화질에도 빠르게 움직이는 신이의 몸에 흩날리는 땀방울까지는 못 잡아내는 듯 보였다.
[저기.]
정신없이 허리를 흔드는 남자와 신음소리를 토해내는 신이의 목소리 외에도 귀를 의심하게 하는 낯선 남자의 또 다른 목소리가 내비게이션에서 튀어나왔다.
[헉!. 주.쥑.이네. ]
[오셨습니까? 아까 통화했던 강한상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