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0006 괴물 늑대 펜리르(Fenrir) (6/68)

00006  괴물 늑대 펜리르(Fenrir)   =========================================================================

                        

6.

“크아앙~”

‘쌍놈의 새끼!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은빛 늑대를 200마리 넘게 잡자 반짝이는 은빛 털을 휘날리며 보스 펜리르가 나타났다. 

보스 몬스터답게 강대한 마력이 깃든 포효를 내지른 펜리르가 왜 왔느냐는 식상한 물음도 없이 거칠게 달려들었다.

티잉! 티잉!

석궁을 연달아 발사하며 뒤가 아닌 옆으로 뛰었다. 민첩이 121이나 됐지만, 뒷걸음질로 펜리르의 속도를 감당할 수 없어 사선으로 뛰며 공격했다.

“깨갱 깨갱~”

날아온 화살이 다리와 어깨에 박힐 때마다 펜리르가 비명을 질러댔다. 던전의 보스 펜리르는 오딘을 잡아먹은 괴물 펜리르와 같은 놈이 분명했지만, 능력은 1,000분의 1도 안 되는 어린 새끼였다.

현재 전투력은 대략 50년을 투자한 모습으로 스티그마를 얻어도 제 몫을 다하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그래도 신적인 등급의 소환수를 초보존인 마을 주변 던전에서 얻는 건 엄청난 특혜이자 밸런스 파괴였다. 

펜리르급 소환수를 구하려면 72마신을 잡거나, 마신도 껄끄러워하는 영웅급 또는 신화급 몬스터를 잡아야 했다.

이를 고려하면 펜리르를 초보존에 배치한 건 실수가 아니라 루시퍼의 장난 같았다. 

인간과 72군주가 피 터지게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은 루시퍼의 짓궂은 장난이 아니라면 주신 오딘을 잡아먹은 펜리르를 초보 중에서도 왕초보 던전에서 구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지만, 그 누구나가 우주의 창조주에 대항했던 타락 천사 루시퍼라는 걸 생각하면 고의라고밖에는 볼 수 없었다. 

다리에 화살 20발을 맞자 펜리르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석궁을 재빨리 마법 배낭에 넣고 글라디우스를 꺼내 들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마법 배낭도 바닥에 던지고 잰걸음으로 펜리르에게 다가갔다. 

고슴도치처럼 화살이 다리에 가득 박혀있었지만, 아직도 힘이 남았는지 앞발로 머리를 후려쳤다.

슬라이딩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며 칼을 곧추세워 배를 길게 베고 빠져나갔다. 끔찍한 고통에 놈이 펄쩍펄쩍 뛰자 뒤로 다가가 뒷다리를 내려쳤다.

“깨갱 깨갱~”

찢어진 배에서 내장이 흘러내렸고, 뒷다리는 힘줄이 절반 가까이 잘려 땅을 디딜 수도 없자 배를 깔고 바닥에 누웠다.

모로 누운 펜리르의 뒤로 다가가 목에 글라디우스가 보이지 않을 만큼 깊게 찔러 넣었다. 

“크륵!”

거친 숨을 토해내던 펜리르가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조용히 숨을 거뒀다. 소환할 펜리르와는 별개였지만, 양심에 찔려 부릅뜬 눈을 감겨줬다.     

펜리르의 빛나는 백금 목걸이 : 운+10 힘+40 민첩+50

펜리르의 빛나는 백금 반지 : 운+10 힘+40 민첩+50

스티그마 괴물 늑대 펜리르(1/1,000)

하급 포션 1개

‘헉! 고유 아이템을 세 개나 줘? 초보 던전에서 너무 많이 주는 거 아니야?’

펜리르 던전은 코이케 히로시가 최초로 발견한 던전으로 일본인 이외에는 출입이 통제됐다. 

던전은 필드보다 시간은 물론 아이템 드롭율도 1.5배 높아 특정 국가, 특정 단체가 독점하는 일이 많았다.

이렇게 주인이 있는 던전은 허락 없이 들어가면 100% 목숨을 잃었다. 심한 경우 국가 간의 분쟁, 단체 간의 분쟁으로 번져 사냥터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처음 사람들이 판게아에 도착했을 땐 국가와 인종을 떠나 위험한 곳에 떨어진 동병상련(同病相憐)으로 반목하지 않고 서로 협조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국가와 단체로 뭉쳐 서로 견제했고, 심할 때는 전쟁도 불사했다. 

특히 일본과 한국이 함께 있는 이스트 성은 가장 반목이 심한 도시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차원의 틈은 특정 국가에만 국한돼 나타난 게 아니었다. 세계 최강 미국부터 빈국이 밀집한 아프리카에도 고르게 나타났다.

이는 필연적으로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고, 적응 기간이 끝난 1년 후부터 분쟁이 가열됐다.     

  

‘에이! 시간만 낭비했네.’

3일을 기다려 보스 펜리르를 다시 사냥했다. 72군주는 죽으면 영원히 사라지지만, 몬스터는 시간이 지나면 부활해 자기 자리를 지켰다.

펜리르도 3일 만에 부활했고, 아주 짧고 굵게 3분만 살다가 죽었다. 몸길이가 2m밖에 안 됐지만, 모습이 똑같은 소환수 펜리르가 놈을 교란하는 사이 재빨리 다가가 글라디우스로 옆구리에 기다란 자상을 내고 뒤로 물러났다.

놀란 놈이 거칠게 발톱을 휘둘렀다. 그러나 난 이미 10m나 물러난 후였고, 1m 넘게 찢어진 옆구리에선 피가 강물처럼 쏟아졌다. 

과다출혈로 놈이 비틀거리자 다친 반대편으로 다가가 뒷다리 힘줄을 잘랐다. 한쪽 다리마저 디딜 수 없자 바닥에 쓰러져 버둥댔다.

쓰러진 몸을 밟고 올라가 목에 두 자루 글라디우스를 깊이 찔러 숨통을 단번에 끊으며 두 번째 펜리르를 잡았다.

펜리르의 백금 목걸이 : 힘+5 

펜리르의 토시 : 운+5

하급 포션 1개

잔뜩 기대했던 펜리르는 스텟이 최고 5까지 붙는 매직 아이템 2개와 하급 포션 한 병을 주고 사려졌다.

값비싼 포션을 준 건 눈물 나게 고마웠지만, 레어 아이템도 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그래도 3일 동안 펜리르의 도움으로 은빛 늑대 1,500마리를 잡아 시간도 벌었고, 녹슨 철검 10자루, 나무 방패 3개, 구리반지 3개, 힘 2가 붙은 은빛 늑대의 비수도 하나 얻어 제법 짭짤한 이익을 거뒀다. 

이름 : 박만수 

칭호 : 펜리르 던전의 지배자(스탯+1)  

시간 : 006:009:21:30:33

운   :  73.0+26

힘   : 121.0+81  

체력 :  73.0+1  

민첩 : 121.0+103

지력 :   1.0+1  

스티그마 괴물 늑대 펜리르(1/1,000) : 크기 2m

스티그마 무식한 돌격(1/1,000) : 차징, 거리 1m 

펜리르의 빛나는 백금 목걸이 : 운+10 힘+40 민첩+50

펜리르의 빛나는 백금 반지 : 운+10 힘+40 민첩+50

고블린 족장 포키의 구리반지 : 민첩+2    

펜리르의 토시 : 운+5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남쪽 사막에 있는 피라미드 던전은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모양은 같지만, 크기는 20 이상 컸다.

내부 구조도 진짜 피라미드처럼 왕의 묘실, 왕비의 묘실, 지하석실로 간단하게 꾸며지지 않았고, 아주 복잡한 미로로 지상 5층, 지하 2층으로 꾸며졌다.

다행히 피라미드 던전은 우리나라가 차지해 오랫동안 미로를 들락거려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와~ 이렇게 깨끗했어? 완전히 별천지네.’

피라미드 내부는 어둡고 먼지가 쌓였지만, 쓰레기도 없고 악취도 풍기지 않아 예전처럼 코를 막지 않아도 됐다.

타임슬립전 피라미드는 쓰레기장, 공동화장실이라고 불렸다. 얌체족들이 아무 곳에서나 볼일을 보고 치우지 않아 코를 막지 않고는 다닐 수도 없었고, 쓰레기를 마구 버려 거대한 쓰레기장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던전 중 상당수가 피라미드처럼 미로 형태로 밀폐된 곳이었다. 그러나 공기가 잘 순환돼 악취가 풍기진 않았다.

피라미드만 특이하게 냄새가 빠지지 않는 완벽한 밀폐형 구조로 산소가 유입되는 몇몇 장소를 빼면 숨쉬기도 곤란했다.   

‘우리나라 사람들 아무 곳에나 쓰레기 버리고, 여기저기 영역 표시하는 건 알아줘야 해. 중국 사람만 욕할 게 아니야. 우리나라 사람도 중국 사람만큼 심해. 개새끼도 아니고 아무 곳에서나 바지를 까고 지랄이야. 재수 없어.’

피라미드 던전은 보스 파라오와 왕비, 썩은 붕대 미라, 외팔이 미라 근위병, 저주받은 미라 주술사, 미치광이 미라 경비견 그리고 지하실에 있는 두 번째 보스 투탕카멘이 있었다.

‘있는 거라도 먼저 투자할까? 찔끔찔끔 해봐야 소용없는데... 최소 50년은 투자해야 바뀌는 게 보이는데. 그래! 찔끔찔끔 올려봐야 표시도 안 나. 빡세게 사냥해서 100년 한 번에 올리자.

소환수는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보물이지만, 키우기가 힘들어 자주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

펜리르는 십대 소환수 중 하나로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은빛 늑대 수준은 가볍게 뛰어넘어 썩은 붕대 미라, 외팔이 미라 근위병, 저주받은 미라 주술사, 미친 미라 경비견을 혼자서 사냥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환수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필드의 긴 꼬리 붉은 여우도 사냥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소환수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많았다. 주로 여성형 소환수를 키우는 놈들로 전투가 아닌 섹스용으로 키웠다.

과거 펜리르의 주인인 코이케 히로시가 대표적인 인물로 물의 정령 외에도 바람, 불, 땅 등 여성형 정령을 네 마리나 키우며 아까운 시간을 낭비했다.

소환수는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강해졌고,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원래의 모습으로 성장했다.

여성형 정령을 섹스 파트너로 키우려면 최소 300년은 투자해야 했다. 코이케 히로시는 스티그마 다섯 개 모두를 소환수에 할애한 섹스 중독자로 놈은 오입질로 인생을 망쳤다.      

든든한 펜리르가 있자 소소한 몬스터는 내가 나서지 않아도 됐다. 소환수가 잡은 몬스터는 시간이 모두 주인에게 들어와 잘 키운 소환수 한 마리 열 아들 부럽지 않았다.

“내가 파라오 잡을 동안 네가 여왕 맡아. 정면 대결하지 말고 살살 끌고만 다녀. 무슨 말인지 알지?”

“.......”

‘미친 거 아니야? 소환수에게 말을 걸고. 젠장!’

이집트 피라미드와 달리 판게아의 피라미드는 파라오와 여왕이 한 방에 있었다. 둘 다 번쩍이는 황금 왕관과 황금 지팡이를 든 모습으로 온몸에 금장식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저 황금만 가져다 팔 수 있다면 펜리르 1,000년 찍는 건 일도 아닌데. 아오~ 아까워.’

“위대한 파라오의 영면을 방해하는 자 죽음만이 있을 것이다.”

“짜증나는 멘트는 변한 게 없네. 알았으니까 그만 나불거리고 덤벼 이 자식아!”

“비천한 인간에게 죽음을 내려주마.‘  

쾅!

파라오의 손에서 황금빛 서기가 일자 강한 충격파가 날아왔다. 공격 패턴을 이미 알고 있어 놈이 손을 드는 순간 재빨리 얼굴을 향해 석궁을 날리고 옆으로 피했다.

티잉!

퍽!

꼴에 보스라고 움직임은 빨라 왼팔을 들어 화살을 막았다. 그러나 팔에 화살이 절반 가까이 꽂히며 피가 확 번졌다.

티잉! 티잉!

“이노옴~”

얼굴을 노리고 화살을 연달아 날리자 놈이 왼팔로 얼굴을 보호한 채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펜리르의 빛나는 반지와 목걸이로 민첩 수치가 크게 오르자 파라오의 공격이 눈에 쏙쏙 들어와 피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단, 석실이 넓지 않아 우측의 여왕을 피해 달아나며 공격할 공간이 부족했다. 피할 수 없다면 공격해야 했다. 억지로 피하려 하면 위험만 가중됐다. 

글라디우스를 빼 들고 파라오를 향해 마주 달려갔다. 또다시 파라오의 손에서 빛이 모이자 피하지 않고 날아오는 충격파를 왼쪽 칼로 후려치며 오른쪽 칼로 무릎을 노렸다.

쾅!

황금빛 충격파와 글라디우스가 부딪치자 팔이 쩌릿했다. 그러나 힘이 182나 돼 자세가 흐트러질 정도는 아니었다.

몸을 앞으로 숙이며 팔을 쭉 뻗어 파라오의 오른쪽 무릎을 베고 바닥을 굴러 옆으로 빠져나갔다.

쿠웅!      

한발 늦게 떨어진 지팡이가 대리석 바닥을 때리자 먼지가 피어오르며 돌가루가 튀었다. 

“크악~”

무릎이 절반 넘게 잘린 파라오가 비틀거리다 중심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지자 오른손에 들린 글라디우스를 가슴을 노리고 던졌다.

넘어지는 순간 공격할 것을 예상한 파라오가 바닥에 등을 붙이고 양손을 뻗어 충격파를 연달아 발사했다. 

쾅쾅쾅쾅~

파라오는 생긴 것과는 다르게 변칙 공격에 아주 능했다. 지금처럼 쓰러진 걸 잡았다고 착각해 방심하고 들어갔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나 역시 멋모르고 들어갔다가 죽을 뻔한 경험이 있어 다가가지 않고 칼을 던져 시선을 끈 다음 번개같이 머리로 돌아가 멀뚱멀뚱 올려다보는 놈의 미간을 내려쳤다.

“으아악~”

퍽!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