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2 대도(大盜) 마문곡 =========================================================================
22.
“조직을 탈퇴하겠다고 했다고?”
“죄송합니다. 형님!”
“어리석은 놈! 우리 세상이 열렸는데 겨우 계집 하나 때문에 왕처럼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치다니. 쯔쯔쯔쯔~”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지 갈잎을 먹고는 살 수 없다고 설득했지만, 자기는 이번에 만난 여자와 새로운 삶을 살겠답니다.”
“형님! 충호는 없애버리는 게 낫겠습니다. 놈이 대형 길드에 우리 조직을 밀고하면 목숨이 위험합니다.”
“충호가 우리 모임을 떠난다고 해도 배신할 놈은 아니야. 나는 동생들을 믿어.”
“형님 마음이 하해와 같이 넓어 동생들을 무조건 믿는다는 거 압니다. 하지만 조직을 배신 놈입니다. 그냥 둬선 안 됩니다.”
“상택이 말이 맞습니다. 조직을 배반한 사람은 반드시 처단해야 합니다. 나쁜 선례를 남기면 조직이 와해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년, 충격에 정신이 없어 잠시 충호에게 몸을 의탁한 겁니다. 정신을 차리면 충호를 떠날 겁니다. 모델 일을 하던 년이 충호에게 계속 남아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조직에 관한 얘기가 밖으로 새나가게 될 겁니다. 두 연놈 모두 죽여야 합니다.”
“그래도 그간의 정이 있는데 그럴 순 없다.”
“형님! 지금은 인정을 베풀 때가 아닙니다. 결단을 내리십시오.”
“맞습니다. 놈 하나 때문에 우리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
“하아~ 알았다. 충호를 데려와라.”
“여자는 어떻게 할까요? 아직 충호랑 살림을 차리진 않은 것 같던데, 형님이 접수하시는 게 어떨는지...”
“충호가 좋아하던 여자인데, 손댈 수는 없지. 충호와 함께 묻자.”
“형님! 이곳은 지구가 아닙니다. 힘을 가진 사람이 원하는 것을 모두 차지하는 판게아입니다. 형님이 차지해도 욕할 사람이 없습니다.”
“맞습니다. 형님이 가지십시오.”
“흐음... 너희들이 정 그렇다면 그렇게 하마.”
‘개새끼! 충호라는 놈을 살려줄 생각도 없으면서 좋은 사람인 척 행동하고, 계집도 차지할 생각이었으면서 관심 없는 척 행동하고... 인면수심이네.’
마문곡은 충호라는 동생과 여자를 생각하는 척 말했지만, 동생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고, 자신의 그릇을 크게 보이기 위해 그런 것이지 말할 때 눈알을 사정없이 돌려 마음과 말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줬다.
타임슬립 전 마문곡이 과거에 무슨 일을 했는지 몰랐다. 단순히 훔치는 것에 특화된 스티그마를 얻어 대도가 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소매치기, 아리랑치기, 퍽치기 전문 절도 조직인 우봉파의 보스로 이날도 동생들과 함께 전철에서 빽따기(가방 열기)를 하다가 판게아로 넘어오게 됐다.
‘판게아에서 평판이 나쁘지 않았던 건 범죄사실을 완벽히 숨겼기 때문이었어. 퍽치기를 하던 놈이면 사람 목숨은 우습게 여길 테고, 하는 짓도 음흉해 드러나지 않은 범죄가 산처럼 클 거야. 저런 놈과 함께할 순 없어.’
‘그리고 옆에 뒀다간 유정이와 소희를 차지하겠다고 내 멱을 따려 할 거야. 깔끔하게 죽여 미래의 우환을 없애는 게 좋겠어.’
판게아를 지배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지만, 폭력배와 양아치를 거느리고 그 짓을 할 순 없었다.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적어도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왕국 건설이란 목적이 모든 것에 우선하면 방법을 가리지 않게 돼 점점 무리수를 두게 되고 결국 나와 내 주변 모두가 불행하게 된다.
나만의 왕국을 꿈꾸는 건 행복해지기 위해서였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불행해지기를 바라서가 아니었다.
동문 밖 언덕 아래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마문석과 우봉파 식구들이 이충호와 전직 모델 민이영을 죽이러 이스트 성으로 돌아가려 했다.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려 사람이 없는 곳을 골라 손쓰기가 아주 수월했다. 마음을 굳히자 펜리르가 뛰어나가 화염 브레스를 토해냈다.
화아아악~
“으아악~”
“앗! 뜨거워! 사람 살...”
펜리르가 뿜어낸 화염에 비명을 지른 아문석과 우봉파 식구들이 순식간에 재가 되어 부서졌다.
‘이충호는 알까? 내가 생명의 은인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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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끝내주지?”
“어! 근데 나 무서워서 오줌 쌀 뻔했어.”
“그래도 재미있지?”
“응!”
“한 번 더 달릴까?”
“좋아!”
“오빠! 달려~”
“꺄아악~~~”
펜리르가 총알처럼 튀어나가자 소희가 비명을 지르며 등에 가슴을 꽉 붙이며 달라붙었다.
소희는 유정이 만큼 가슴이 크진 않지만, 한국 여성 평균은 넘어 몽실몽실한 가슴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펜리르를 타본 적이 없는 소희를 배려(?)해 나와 유정 사이에 태웠다. 내가 그러자고 한 게 아니라 유정이가 그래야 한다고 우겨 가운데 태우게 됐다.
더군다나 유정은 소희를 보호한다는 핑계로 최대한 몸을 밀착해 소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 등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일부러 이러는 건가? 왜? 설마 소희를 내게 주려고? 흐흐흐흐~’
유정의 배려(?)로 소희의 뭉클한 가슴을 원 없이 느끼고, 음부에서 올라온 뜨거운 욕망까지 온몸에 각인하자 성난 고추가 옷을 뚫고 나오려 했다.
가뜩이나 유정의 싱그러운 육체를 맛본 상태에서 소희를 만나 이틀 연속 독수공방에 발기한 고추를 붙잡고 밤새 끙끙 앓아 미칠 지경인데, 아침부터 이러고 있자 이성이 욕망을 두들겨 팰 기세였다.
‘그런데 이러면 내가 얼마나 힘들지 생각하고 하는 건가? 혹시 나를 죽이려? 서.서.설마...’
마문곡과 우봉파 식구들을 죽이고 다음 날 아침 서문을 나와 스켈레톤 장군 바누니언의 던전으로 향했다.
온 김에 2~3일 더 쉰 후 북쪽 병정개미 던전부터 시작해 서쪽으로 넘어가려 했었다.
그러나 중국에서 호랑 무늬 사마귀 던전을 찾았다는 소문이 돌며 스켈레톤 장군 바누니언의 던전마저 뺏길 수 없어 이른 아침 이스트 성을 출발해 1시간 만에 던전에 도착했다.
‘다음 날 원하는 만큼 놀아줘? 거짓말쟁이! 이럴 거면 며칠 있다가 하든지. 맛만 보여주면 어쩌자는 거야. 밤새 고추가 사그라지지 않아 죽는 줄 알았네. 젠장!’
다음 날 저녁도 유정과 소희가 한 침대에서 자며, 나는 거실 소파에서 새우잠을 자야 했다.
소희에게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며 하루만 더 봐달라고 응석을 부려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이야 절대 안 된다고 하고 유정이의 예쁜 몸을 마음껏 탐하고 싶었지만, 옆에서 소희가 배시시 웃으며 쳐다보고 있어 안 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일단 이거 쓰고 있어. 던전에서 쓸만한 거 나오면 또 줄게.”
“감사합니다.”
가방을 비워야 더 많은 아이템을 담을 수 있어 매직까지는 상점에 모두 팔아 줄 수 있는 아이템이 레어 두 개밖에 없었다.
미래의 사신에겐 한없이 초라한 아이템이었지만, 지금은 초보 중에 왕초보로 레어 아이템의 엄청난(?) 옵션에 눈을 떼지 못했다.
이름 : 권소희
칭호 : 없음
시간 : 000:098:13:22:10
운 : 1.0+0
힘 : 1.0+10
체력 : 1.0+20
민첩 : 1.0+30
지력 : 1.0+0
파라오의 튼튼한 가죽 장갑 : 체력+20 민첩+10
천 년 묵은 가시나무의 신속한 가죽 신발 : 힘+10 민첩+20
“오늘은 유정이 곁에 바짝 붙어 사냥하는 모습만 지켜봐. 훈련은 내일부터 시작할 거야.”
“네!”
“유정이에게 얘기 들었지?”
“훈련 강도요?”
“그래. 평소에는 한없이 좋은 오빠지만, 훈련 시간만은 전혀 달라. 그때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야.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기합은 기본이고, 심할 경우 맞을 수도 있어. 할 수 있겠어?”
“네. 잘할 수 있어요. 유정이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받아주신 것만 해도 평생 갚지 못할 은혜를 입었어요. 그런데 꾀를 부린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행동이에요. 만약 제 훈련하는 모습이 마음이 들지 않으면 어떤 벌이든 달게 받을게요.”
“좋은 자세야. 그 마음은 변하지 마.”
“네에~”
소희는 유정이 친구라서 팀에 합류시켜줬다고 생각했다. 유정이 역시 자신을 생각해 유정을 돌봐준다고 생각했다.
둘 다 틀린 생각으로 소희가 미래의 사신이기 때문에 받아준 것이었다.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유정을 생각해 내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든 자기 몫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려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르치는 마음가짐이 달라 결과는 엄청난 차이를 날 수도 있었다.
한쪽은 무조건 사신으로 만들어 팀에 기둥으로 키워야 한다는 생각, 다른 한쪽은 열심히 가르치긴 하겠지만, 안 되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컸다.
이는 지도자가 선수를 지도하는 마음 자세와 같았다. 어떻게든 성공시키려는 마음과 해보고 안 되면 그만이라는 마음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낼 수밖에 없었다.
실패할 것을 염두에 두고 가르치는 지도자는 전력으로 선수를 지도하지 않았고, 그런 불성실한 지도자 밑에서 좋은 선수는 나올 수도 없었다.
한 분야에서 명성을 날리려면 죽도록 노력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운도 따라줘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좋은 지도자를 만나야 성공할 수 있었다. 천재적인 능력과 성실한 태도를 갖췄어도 제대로 이끌어줄 훌륭한 지도자가 없다면 성공확률은 100분의 1로 떨어진다.
‘그런데 내가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흐음... 볼기짝에 불이 나도록 때리면 뭔가 결과물이 있겠지. 아니면 말고. 흐흐흐흐~’
보스 불멸의 스켈레톤 장군 바누니언과 부보스 질투의 화신 스켈레톤 기사 부아투, 스켈레톤 창기병, 스켈레톤 마법사, 스켈레톤 검사, 스켈레톤 궁수가 출몰하는 해골 던전은 장군 바누니언과 기사 부아투가 동과 서로 나뉘어 대립하는 구조였다.
던전에 진입하면 스켈레톤 검사와 궁수 50마리가 서로 진영을 나눠 싸우고 있는 중간에 떨어진다.
놈들을 다 죽일 실력이 안 되면 은신 스킬을 사용해 몰래 잠입한 후 통로로 숨어야지 무턱대고 들어가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해골 던전의 특성을 모르고 뛰어든 중국인들이 다수 사망한 악명 높은 던전으로 천 년 묵은 가시나무 던전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았다.
그러나 펜리르에겐 어린아이 장난 수준으로 화염 브레스 한 방에 스켈레톤 검사와 궁수가 모두 재로 변했다.
1시간 후면 다시 리스폰돼 능력만 되면 시간을 벌기에 최적의 던전으로 한 달간 머물며 최대한 시간을 벌 계획이었다.
아이템을 챙긴 후 보스 불멸의 스켈레톤 장군 바누니언을 잡기 위해 서쪽 통로로 들어섰다.
“이건... 사람 발자국?”
“어! 정말이네. 오빠! 누가 들어왔나 봐요.”
“중국 애들이 열었을까요?”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빨리 가자. 보스를 빼앗기면 칭호도 얻지 못하고, 최악엔 유니크 아이템과 스티그마도 잃게 될 수 있어. 펜리르에 올라타.”
“네!”
발자국은 한 쌍으로 들어온 지 오래되지 않았는지 족적이 선명했다. 해골 던전은 판게아가 열리고 1년 후 개방된 던전이었다.
예정보다 6개월이나 빨리 열린 것으로 나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미래라 과거와 같지 않아 그런 것인지 미래가 계속 바뀌고 있었다.
미래가 바뀌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의 실력이 전보다 빠르게 향상하는 것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마음을 놓고 있다가는 나보다 앞서나가는 놈이 나타날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