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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34 일본에 꽂은 빨대 1 (34/68)

00034  일본에 꽂은 빨대 1  =========================================================================

                        

34. 

암흑신전은 펜리르 던전에서 동쪽으로 30km 떨어진 고급 난이도 지역에 있는 던전으로 이곳을 벗어나면 도시와 도시를 갈라놓은 완충지대, 저주받은 대지에 들어서게 된다.

저주받은 대지를 넓은 바다로 비유하면 원주민이 있는 도시와 72군주의 영역은 바다에 떠 있는 섬과 같았다.

지구에 있는 섬과 마찬가지로 거리가 매우 멀어 가까운 곳은 300km, 먼 곳은 1,000km도 넘게 떨어져 있었다.

바다와 같이 넓은 저주받은 대지에는 영웅급과 신화급 보스 몬스터가 곳곳에 숨어 있었고, 고급 난이도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보다 더욱 강력한 몬스터가 바퀴벌레처럼 우글댔다.

      

“소희야! 저것 봐. 만화에서 보던 것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훨씬 커.”

“그러게. 나는 오크하면 키 작은 난쟁이 몬스터로 생각했는데, 키도 사람만 하고 근육도 장난 아니다. 옷이 터질 것 같아.”

“오빠! 여기 와봤어요?”

“살짝 구경만 했어.”

“그러면 싸워보진 않았겠네요?”

“직접 싸워보진 않았지만, 대충 전력이 어떻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어.”

“숫자가 많아 보이는데 괜찮을까요?”

“스탯도 많이 올렸고, 펜리르도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고급 난이도 지역과 저주받은 대지에 들어서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게 호드(Horde) 종족이었다.  

호드는 유목민을 뜻하는 말로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인간형 몬스터를 말했다. 

오크 외에도 타우렌, 트롤, 라이칸스로프, 오우거, 다크엘프 등 수많은 호드 종족이 저주받은 대지를 떠돌았다. 

이들은 많게는 수천 마리에서 적게는 수십 마리씩 몰려다녔다. 그렇다고 호드 종족이 저주받은 대지를 유랑하듯 돌아다니진 않았다. 

풀을 따라다니는 몽고 유목민처럼 일정 지역을 주기적으로 돌았고, 일부는 검은 달 오크종족처럼 신전 또는 던전을 만들어 그곳을 근거지로 활동했다.  

암흑신전은 신을 모시는 신전이 아니라 검은 달 오크종족의 족장 오르도를 받드는 신전이었다.

살아있는 오크를 신으로 받드는 게 우리가 보기엔 이상한 행동이었지만, 살아있는 여신 쿠마리(Kumari)를 섬기는 네팔과 불교 겔룩파의 환생하는 라마 달라이 라마(Dalai Lama)을 신으로 받드는 티베트를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할 행동도 아니었다.

암흑신전을 들어가기 위해선 신전 주변에 사는 검은 달 오크 종족을 죽이고 힘으로 밀고 들어가야 했다.

소희처럼 은신 스킬이 있다면 몰래 숨어들어 갈 수도 있지만, 은신 시간이 10초밖에 안 돼 신전 주변 1km를 둘러싼 오크를 따돌리는 건 무리였다.

쿠앙~

몰려드는 검은 달 오크 전사의 무리에 헬파이어가 떨어지자 굉음과 함께 작은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다.

곧바로 뜨거운 후폭풍이 몰아쳤고, 강력한 충격파가 폭발 반경 밖에 있던 오크들을 종잇장처럼 구겨 멀리 날려 보냈다.

바람이 잦아들자 헬파이어가 떨어진 자리에 작은 분화구가 생겼다. 움푹 파인 구덩이 주위엔 죽은 오크가 드롭한 아이템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부서진 뼈다귀도 찾을 수 없었다.

쿠아아아아~

펜리르가 화염방사기처럼 화염 브레스를 좌우로 뿜어내자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던 오크들이 검은 재가 되어 하늘로 날아갔다.

“오빠! 우리 할 일 없어요. 앞으로 사냥은 펜리르 혼자 보내는 게 낫겠어요.”

“맞아요. 우리는 떨어진 아이템을 줍는 일꾼에 지나지 않아요.”

“하하하하~”

1,000년을 투자한 펜리르는 아직 소환수 스티그마 전용 강화석을 구하지 못해 72군주를 상대할 실력은 못됐지만, 영웅급 보스 몬스터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영웅급 보스 몬스터를 잡으려면 펜리르가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높은 체력 스탯이 필요했다.

현재의 체력으론 영웅급 몬스터를 상대로 1분도 뛰어다닐 수 없는 수준으로 적어도 2,000은 넘어야 마음 놓고 상대할 수 있었다.

‘펜리르를 제대로 키우려면 소환수 전용 강화석을 구해야 해. 그러나,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우니... 영웅과 신화급 보스 몬스터에서 나온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본 적이 없으니 믿을 수가 없네.’

‘72군주에서 나오나? 두 놈이나 잡았지만, 거기서도 본 적이 없으니...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야? 땅이라도 파야 하나?’

무기와 방어구, 액세서리 아이템은 강화석을 사용해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스티그마는 강화가 안 됐다. 

단, 소환수 스티그마는 전용 강화석을 사용해 강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구했다는 말만 들었지 실제 본적이 없었다.

레전드 아이템을 구하는 것보다 백배는 더 구하기 힘든 아이템으로 장비는 최대 10강까지 강화할 수 있지만, 소환수는 단 한 번밖에 강화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무기, 방어구, 액세서리는 강화하면 성능이 30% 향상하지만, 소환수는 1,000년까지 다시 투자하는 방식으로 추가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강화한 소환수의 성능이 강화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뛰어나 소환수 전용 강화석을 찾는 사람은 부지기로 많았고, 강화석은 눈 씻고 찾아도 구경할 수 없었다. 

달려드는 검은 달 오크 전사들을 모두 해치우고 검은 대리석으로 지은 석조 건물로 들어갔다. 

석조 건물은 다섯 채가 일렬로 늘어선 형태로 각 건물의 부보스를 처리하면 보스 오르도가 있는 암흑신전에 도달하게 된다. 

굶주린 오크 전사 샤크먼, 미치광이 오크 사제 도크, 교만한 오크 용사 크나롬, 멍청한 친위대장 바인을 처리하면, 보스 검은 달 오크 족장 오르도과 대면하는 형태로 건물마다 오크 사제와 전사, 궁수, 도끼병 등이 잔뜩 대기하고 있었다.

피용!

“크아악~”

“아싸! 나도 한 마리 잡았다. 어때 내 실력. 끝내주지?”

“겨우 오크 도끼병 한 마리 잡고 잘난 척하기는. 눈 부릅뜨고 잘 봐. 저기 있는 사제 잡을 테니까.”

“너 그러다 다친다.”

“너에겐 없는 기술이 내겐 있지.”

“겨우 10초 은신?”

“10초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마.”

말을 마친 소희가 오크 사제를 향해 전력으로 달려가다 코앞에서 병정개미를 소환하고 은신 스킬로 모습을 감췄다. 

여왕개미 베르베르를 잡고 얻은 병정개미 군대 스티그마는 투자한 시간에 따라 더 많은 병정개미를 소환하는 스티그마로 시간을 전혀 투자하지 않아 1마리밖에 소환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 마리면 오크 사제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병정개미가 오크 사제를 상대하는 사이 어둠을 베는 그림자로 몸을 숨긴 소희가 재빨리 뒤로 돌아갔다. 

유정이의 말대로 겨우 10초에 불과했지만, 오크 사제가 병정개미에 시선을 빼앗은 사이 목을 베기엔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었다.

서걱~

“어때? 이래도 겨우 10초야?”

“오빠! 저도 은신 스티그마 구해주세요.”

“부럽지? 열라 부럽지? 부러우면 지는 건데.”

“꺼져~”

“킥킥킥킥~”

유정과 소희 둘 다 400년을 스탯에 투자하자 몸놀림이 어제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달라졌다. 

병정개미의 단단한 껍질도 뚫지 못하던 유정의 화살이 오크 전사의 방패를 뚫고 심장을 박살 냈고, 은밀하게 접근한 소희는 종이를 베듯 오크 사제와 궁수의 목을 잘랐다.

“아이고 잘한다. 내 예쁜이들! 흐흐흐흐~”

칭찬은 소도 춤추게 한다고 큰 소리로 응원하자 더욱 힘이 나는지 더욱 열심히 오크를 도륙했다.   

        

첫 번째 방 부보스 굶주린 오크 전사 샤크먼은 커다란 금속방패와 대도를 든 모습으로 일반 오크 전사보다 머리 2개는 더 컸다.

  

“신선한 먹이가 제 발로 찾아오다니 이게 얼마 만인가? 루시퍼님! 감사합니다. 놈들의 살을 먹고 머리를 감사의 제물로 바치겠습니다.”

“지랄하고 있네! 펜리르! 태워버려!”

쿠왕~

“크아아악~”

오크 전사 샤크먼의 빛나는 강철 단검 : 힘+50 체력+25 민첩+25    

스티그마 미친 오크의 발악(1/1,000)

중급 포션 1개  

입방정을 떨던 굶주린 오크 전사 샤크먼은 펜리르의 헬파이어에 한 방에 깨끗이 증발해 사라지며 소희의 몫으로 유니크 단검 1개와 상점행 스티그마 1개, 중급 포션 1개를 선물로 줬다.

오크 사제 도크의 빛나는 해골 반지 : 운+10 민첩+40 지력+50

오크 사제 도크의 해골 엠블럼 : 카리스마 10  

중급 포션 1개

오크 용사 크나롬의 빛나는 가죽 벨트 : 운+10 힘+30 체력+60 

스티그마 교만한 자를 징치하는 법(1/1,000)

중급 포션 1개

친위대장 바인의 빛나는 체인벨트 : 운+10 체력+30 민첩+60 

친위대장 바인의 튼튼한 토시 : 힘+15 체력+15

중급 포션1개

입방정을 떨다 죽은 오크 전사 샤크먼처럼 도크와 크나롬, 바인도 신선한 고기 어쩌고저쩌고 씨불이다 펜리르의 화염 브레스와 헬파이어에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그래도 4마리 모두 유니크 아이템 한 개와 중급 포션 한 병을 기본으로 드롭했고, 사제 도크는 카리스마를 올려주는 엠블럼까지 주고 가는 성실함을 보였다.   

신장 3.5m의 거인 검은 달 오크 족장 오르도는 자신의 키만큼 기다란 칼을 무기로 사용했다.

월도와 비슷한 모양의 칼은 손잡이와 칼날이 반반으로 손잡이를 잡는 방법에 따라 칼의 길이가 달라지는 형태였다.

무기만 보면 강력한 힘으로 상대를 밀어붙일 것 같지만, 오르도는 쾌검을 구사하며 검기를 날려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장기였다.

‘펜리르! 주변 조무래기만 잡아. 놈은 내가 상대한다.’

‘.......’

대답 없는 펜리리를 뒤로 하고 오른손에 망고슈를 왼손에 가시 단검을 꽉 움켜쥐고 오르도를 향해 힘차게 뛰어갔다.

쾅쾅쾅쾅~

하얀 빛을 내며 날아오는 검기를 빠른 발을 사용해 가볍게 피하며 바짝 접근해 오른쪽 무릎을 찔렀다.

커다란 덩치에 맞지 않게 놈이 잰걸음으로 물러나며 망고슈를 피하자 크게 한발 다가서며 가시 단검으로 왼쪽 허벅지를 찔렀다.

“크윽~”

눈 깜짝할 사이에 허벅지가 깊게 찔리자 놀란 오르도가 칼을 짧게 잡고 빠르게 휘두르며 크게 소리쳤다.

“쾌검난무!”

‘미친 새끼! 무협영화를 찍나? 짱개스럽네!’   

오르도는 창피하게 스킬 이름을 크게 소리쳤지만, 실력은 창피하지 않아 눈부신 검광이 밝게 빛나며 몸을 보호했다. 

파고들 틈이 없자 뒤로 물러나며 죽음의 날개를 소환해 놈에게 날렸다. 망고슈에서 튀어나온 커다란 까마귀가 힘차게 까악까악~ 까악까악~ 울며 날아가 오르도의 몸을 보호하는 검광을 들이받고 터졌다.

쾅!

까마귀가 검광에 부딪히자 커다란 폭음과 함께 건물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죽음의 날개는 지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스티그마로 지력에 100년을 투자하자 데미지가 전보다 두 배 가까이 향상했다.    

그러나 미친 듯이 휘둘러대는 검막을 완벽히 뚫지 못해 오르도를 50m 뒤로 밀쳐내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제법 큰 충격을 받았는지 손등과 이마가 터져 피가 흘렀고, 머리카락도 폭탄을 맞은 것처럼 산발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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