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8  일본에 꽂은 빨대 2  =========================================================================

38.

영웅 길드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우리가 도와준 것을 알면 당장은 고마워해도, 시간이 지나면 경계하고 적대시할 게 분명했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면 보따리 내놓으라는 전형적인 모습으로 타임슬립 전에도 무수히 겪은 일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체될수록 영웅 길드의 피해가 커져 빨리 돕지 않으면 길드가 와해될 수도 있었다.

던전에 있는 무사시 길드원을 모조리 잡으면 균형을 맞출 수 있어 손해날 게 없지만, 일본의 전력이 우리보다 월등히 앞서 영웅 길드의 전력을 남겨야 했다.

그리고 또 다른 적 중국을 생각하면 최대한 전력을 보존해야 했다. 우리와 일본의 전력이 급격히 줄어들면 중국이 야욕을 드러낼 수 있었다.

‘일본을 너무 몰아붙이면 안 돼. 마음 같아선 이 기회에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자근자근 밟아버리고 싶지만, 중국을 생각하면 야마토와 시나노는 적당히 손보고 끝내는 게 좋겠어.’

‘그럴 게 아니라 중국을 손볼까? 중국 십대 천왕과 십대 신장, 십대 마왕을 잡아 전력을 줄여놓으면 예전처럼 지랄하지 못할 거야.’

‘너무 설쳐도 안 돼! 우리가 누군지 몰라도 셋이 몰려다니고, 소환수를 타고 다니는 게 알려진 만큼 신분이 밝혀지는 건 시간문제야. 당분간은 쥐 죽은 듯이 있는 게 상책이야.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했어.’

‘누구도 건들 수 없는 힘을 갖추기 전까진 자중하고 자중해야 해.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야.’      

게릴라 전술로 무사시 길드를 괴롭혔다. 5명 이상 모여 있으면 헬파이어로 처리했고, 2~3명 모여 있으면 유정의 저격 스킬과 소희의 은신 스킬을 사용해 조용히 죽였다. 

“오빠! 놈들이 입구로 물러나고 있어요. 오노 준이치가 죽은 걸 알았나 봐요.”

“몇 명이나 돼?”

“150명쯤 돼요. 어쩌실 거예요?”

“모두 잡아야지. 빨리 가자!”

“네!”

정찰 나갔던 소희가 급히 돌아와 무사시 길드원들이 펜리르를 던전을 빠져나가려 한다고 알려줬다.

펜리르의 등에 올라타 전속력으로 입구를 향해 내달렸다. 영웅 길드는 유인 작전에 실패해 절반 가까이 죽고 살아남은 길원들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려 무사시 길드를 쫓을 여력이 없었다.

우리가 게릴라 전술로 100명이 넘게 죽였지만, 초반에 큰 피해를 당한 영웅 길드는 무사시 길드를 끝장내지 못하고 놓치고 말았다. 

바람처럼 달리는 펜리르의 빠른 주력 덕분에 놈들이 던전을 빠져나가기 직전 따라잡았다.

쿠앙~ 

헬파이어가 입구에 떨어지자 한꺼번에 50명이 목숨을 잃고 50명이 후폭풍에 휘말려 날아갔다. 

무사시 길드원들이 낙엽처럼 쓰러지자 오노 준이치에게 뺏은 +5 블러드 나이트 호칸의 빛나는 짧은 칼과 +5 붉은 십자군 대장 록시의 빛나는 짧은 칼을 양손에 그러쥐고 번개같이 뛰어가 양떼 속에 뛰어든 성난 사자처럼 베고 찔러 후려치며 얼이 빠진 놈들을 도륙했다.

정신없이 베고 찌르자 온몸에 붉은 피와 살점이 가득 묻었다. 그러나 피에 취해 얼굴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도 모른 채 계속 칼춤을 췄다.

전장에서 칼을 휘두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광기에 빠져 칼춤을 출 때가 있었다. 

적의 심장을 찌르고, 배를 가르고, 팔다리를 자르고, 목을 칠 때면 짜릿한 흥분에 손을 멈출 수가 없었다.

피를 마시고 심장을 씹는 광인까진 아니었지만, 붉은 피에 매료돼 살짝 정신을 놓은 건 사실이었다.  

문제는 더 심해지면 정말 피의 광기에 빠질 수도 있었다. 타임슬립 전 피의 광기에 빠져 피로 목을 축이는 놈들 수없이 봤다.

그들도 처음부터 살육에 미친 광인이 된 건 아니었다. 나처럼 피를 흠뻑 뒤집어쓰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미쳐갔다.

자신이 피를 갈구한다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피를 물처럼 마신 다음으로 피 맛을 제대로 본 살인마는 평범한 인간으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었다.  

“오빠! 다친 거 아니죠?  이 피 오빠 피 아니죠?”

“아니야.”

“피를 흠뻑 뒤집어써서 놀랐잖아요.”

“유정이는 어디 갔어?”

“도망친 놈들 잡는다고 펜리르와 데스나이트 끌고 갔어요. 어! 저기 돌아오네요.”

‘유정이가 사라진 것도 모르고 칼을 휘두르다니... 유정이와 소희를 만나 난생처음으로 인생의 참 재미를 느끼고 있는데, 아직도 예전 버릇을 고치지 못하다니.’

‘정신 차려 박만수! 55년간 지질하게 산 게 억울하지도 않아? 이제 겨우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됐는데, 뭐하자는 거야?’

‘겁먹지 마! 아무 일도 아니야. 무사시 놈들을 죽이며 살짝 흥분한 것뿐이야. 이건 고문보다 훨씬 인간적인 행동이야. 괜찮아!’

‘마음을 차분하게 하면 더는 이런 일이 없을 거야. 예전에도 잘 이겨냈잖아. 이번에도 잘할 수 있어. 나는 나를 믿어!’   

게릴라 전술에 죽은 123명을 포함해 펜리르 던전에 들어온 무사시 길드원 500명 중 279명이 우리 손에 죽었다.

유정과 소희가 각각 20명을 잡았고, 나와 펜리르가 239명을 잡았다. 그러자 4,302년이란 천문학적인 시간이 들어왔다.

박만수 : 4611:199:23:55:48

심유정 :  263:261:35:48:50  

권소희 :  285:114:20:23:45

타임슬립 전에도 가져보지 못한 엄청난 시간이 연속해서 들어오자 어안이 벙벙했다.

‘만년도 넘게 벌었지? 하아~ 왜 로또 맞은 사람이 망하는지 알겠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시간이 들어오니 어디에 써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네.’

‘돈도 써본 놈이 쓴다고 샐러리맨처럼 찔끔찔끔 벌어 쓰던 사람에게 돈벼락이 떨어지면 어떻게 되겠어?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술 먹고 계집질에 쓸 수밖에. 아니면 사업한다고 말아 먹겠지.’

루시퍼를 잡기 위해선 이번 전쟁에서 번 시간보다 최소 스무 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가야 할 길이 끝도 없이 멀었지만, 예상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시간을 줍다시피 얻자 덜컥 겁이 났다.

정확히 말하면 시간이 많아서가 아니라 내가 변할까 봐 그게 겁났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을 죽이고 시간을 빼앗아 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불가피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취한 선택이었지 살인과 약탈을 주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다.

그건 신입들의 시간을 빼앗는 양아치들과 다를 것이 없는 행동이었다. 판게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의 시간을 빼앗는 것이니 다르다고 우길 수도 있겠지만, 당하는 처지에선 다를 것이 없었다.

‘이러다 나도 복권 맞은 사람들처럼 폐인 되는 거 아니야? 절대 그럴 순 없지. 돈이든 시간이든 감당할 수 없게 많으면 화를 부른다고 했어. 빨리 스탯과 스티그마에 투자해 없애버려야지. 아으~ 무섭다.’ 

유정과 소희에게 각각 1,000년씩을 줘 죽음의 기사 바누니언과 어둠 속에 빛나는 칼을 1,000년을 찍게 하고, 나머지는 모두 스탯에 투자하게 했다.

유정과 소희에게 주고 남은 2,600년을 모두 스탯에 투자했다. 스티그마는 앞으로 72군주와 영웅·신화급 보스 몬스터를 잡으면 더 좋은 것을 구할 수도 있어 먼저 스탯을 올리는데 주력했다.

이름 : 박만수 

칭호 : 여섯 던전의 지배자(스탯+6)  

시간 : 011:199:23:53:01

운   :  713.0+152

힘   :  901.0+812  

체력 : 1753.0+258  

민첩 :  901.0+662

지력 :  481.0+44

여성 호감도 30

카리스마 20 

스티그마 펜리르(1,000/1,000) : 10m, 화염 브레스, 헬파이어 사용

스티그마 시간을 달리는 모래(1,000/1,000) : 효율 50% 향상

스티그마 죽음의 날개(1/1,000) : 폭발형 까마귀 소환  

스티그마 샘솟는 나무의 기운(1/1,000) : 힘, 체력, 지력 0.01% 향상

스티그마 강철 심장(1/1,000) : 데미지 0.01% 감소

펜리르의 빛나는 백금 목걸이 : 운+10 힘+40 민첩+50

펜리르의 빛나는 백금 반지 : 운+10 힘+40 민첩+50

붉은 십자군 부대장 달팅의 빛나는 홍옥 반지 : 운+10 힘+30 민첩+60

+5 블러드 나이트 호칸의 빛나는 짧은 칼 : 운+37 힘+186 민첩+149  

+5 붉은 십자군 대장 록시의 빛나는 짧은 칼 : 운+37 힘+186 민첩+149  

+3 붉은 십자군 대장 록시의 빛나는 흉갑 : 힘+110 체력+66 지력+44

+3 번개 전사 비그림의 빛나는 가죽 장갑 : 힘+110 체력+66 민첩+44

+3 개 전사 비그림의 빛나는 전투 장화 : 운+22 힘+44 민첩+154

오크 용사 크나롬의 빛나는 가죽 벨트 : 운+10 힘+30 체력+60  

죽음의 기사 바누니언의 빛나는 뼈 토시 : 운+10 힘+30 체력+60  

여왕개미 베르베르의 치명적인 가죽 로브 : 여성 호감도 30(남성전용)

오크 사제 도크의 해골 엠블럼 : 카리스마 10 

붉은 십자군 대장 록시의 훈장 : 카리스마 10

---------------------------------------------------------------------------------- 

이름 : 심유정   

칭호 : 없음

시간 : 063:261:35:42:31  

운   : 121.0+70   

힘   : 253.0+180  

체력 : 493.0+210 

민첩 : 373.0+365

지력 : 121.0+105 

스티그마 신속한 저격(1,000/1,000) : 공속과 데미지 100% 향상(발사체만 적용)

스티그마 죽음의 기사 바누니언(1.000/1,000) : 암흑투기 사용

스티그마 승리의 함성(1/1,000) : 파티원 전체의 공격 & 이동속도 향상

스티그마 매의 눈(1/1,000) : 시력과 명중률 향상 0.01%

오크 족장 오르도의 빛나는 흑요석 목걸이 : 운+10 체력+30 민첩+60

천 년 묵은 가시나무의 빛나는 나무 반지 : 힘+20 체력+50 지력+30 

천둥 전사 요이땅의 빛나는 루비 반지 : 운+10 체력+60 지력+30 

호랑무늬 사마귀의 빛나는 각궁 : 운+10 힘+20 민첩+70

천 년 묵은 가시나무의 빛나는 가시(단검류) : 운+10 힘+35 민첩+55

죽음의 기사 바누니언의 빛나는 뼈 갑옷 : 힘+30 체력+50 민첩+20

질투의 화신 부아트의 빛나는 뼈 장갑 : 운+10 체력+20 민첩+70

호랑무늬 사마귀의 빛나는 가죽 신발 : 운+10 힘+50 민첩+40

파라오의 신기한 가죽 벨트 : 운+10 지력+20 

오크 족장 오르도의 빛나는 가죽 토시 : 힘+25 민첩+50 지력+25

---------------------------------------------------------------------------------

이름 : 권소희 

칭호 : 없음

시간 : 085:114:20:21:20    

운   : 121.0+80 

힘   : 253.0+215  

체력 : 373.0+155 

민첩 : 493.0+280

지력 : 121.0+50

스티그마 어둠을 베는 그림자(1,000/1,000) : 은신 300초, 데미지 50% 향상

스티그마 어둠 속에 빛나는 칼(1,000/1,000) : 은신 300초, 은신 시간 75% 향상

스티그마 장화 신은 고양이(1/1,000) : 소환자의 민첩 향상

바누니언의 신기한 뼈 목걸이 : 운+20 힘+10

붉은 십자군의 강력한 사파이어 반지 : 힘+20 체력+10

오크 사제 도크의 빛나는 해골 반지 : 운+10 민첩+40 지력+50

투탕카멘의 빛나는 망고슈 : 운+20 힘+40 민첩+40  

오크 전사 샤크먼의 빛나는 강철 단검 : 힘+50 체력+25 민첩+25 

여왕개미 베르베르의 빛나는 가죽 갑옷 : 힘+50 체력+25 민첩+25 

파라오의 빛나는 가죽 장갑 : 운+10 힘+30 민첩+60

파라오의 빛나는 가죽 신발 : 운+10 체력+50 민첩+30 

친위대장 바인의 빛나는 체인벨트 : 운+10 체력+30 민첩+60 

친위대장 바인의 튼튼한 토시 : 힘+15 체력+15

영웅 길드와 펜리르 던전에서 맞선 무사시 길드원 550명 대부분이 사망하고, 길마인 오노 준이치까지 죽었다는 소문이 퍼지자 이스트 성은 환호와 곡소리가 온종일 끊이질 않았다. 

일본은 500명이 넘게 죽은 것도 큰 문제였지만, 3대 길드 중 가장 큰 무사시 길드의 길마가 죽으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어 문을 닫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여 초상집을 방불케 했다.

그와는 반대로 대한민국은 영웅 길드가 반 토막이 났지만, 일본의 가장 큰 무사시 길드를 침몰시켜 전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자 잔칫집 분위기였다. 

“웃기는 놈들이네. 죽어가는 놈들 살려줬더니 자기들이 한 일처럼 떠벌이네. 양심도 없는 것들.”

“야! 그건 어디서나 다 그래.”

“다 그렇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전쟁하면 서로 더 많이 죽였다고 거짓말하는 거 몰라? 미국도 그렇고 프랑스도 그렇고 이라크와 리비아도 그랬어.”

“그거하고 틀리지. 영웅 길드는 몇 명 잡지도 못하고 자기들이 다 잡은 것처럼 떠벌리는 거고, 진짜 놈들을 처리한 우리는 잡았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무사시 길드는 침묵으로 일관하잖아. 어떻게 같아?”

“유정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영웅 길드가 하는 짓이 미국, 프랑스, 이라크, 리비아하고 같다고. 얘가 벌써 나이를 먹어나 말귀를 못 알아들어.”

“그런가?”

일본이 바짝 엎드려 몸을 사리고 있을 때 영웅 길드는 자신들의 공적을 돋보이게 하기 길마 오노 준이치룰 포함해 펜리르 던전 전투에 참여했던 무사시 길드원을 모두 자신들이 죽였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 증거로 길마 오노 준이치의 목을 장대에 높이 걸어 전시하는 등 이 기회를 빌려 줄어든 전력을 보충하고 사세를 확장하기 위해 발악 중이었다.

* 시간을 달리는 스티그마에 대한 오해를 풀어드립니다. 

시간을 달리는 스티그마는 사용하는 시간의 소모는 줄여주고, 몬스터를 잡고, 상점에 물건을 팔 때 시간을 늘려주는 스티그마입니다.

100년을 투자하면 3%, 200년 5%, 300년 7%, 400년 10%, 500년 15%, 600년 20%, 700년 25%, 800년 30%, 900년 40%, 1,000년 50%까지 효율이 늘어납니다.

가슴에 장착한 스티그마를 빼내면 스티그마는(1/1,000)으로 초기화되고, 투자한 시간의 절반은 손목으로 환원됩니다.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면 엄청난 손실입니다. 스티그마를 이용해 이득을 보려면 적어도 500년 이상은 투자해야 합니다. 

완전히 넘겨준다면 모를까 서로 왔다 갔다 돌려가면서 쓴다면 투자한 시간의 절반을 계속 날리게 됩니다.

이 때문에 주인공만 스티그마를 쓸 수밖에 없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