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랩 매지션즈-3화 (3/114)

〈 3화 〉 만남 ­ 2

* * *

도서관에서만난아이,나나에게부탁해'오빠같은언니'가사는집에찾아왔다.

나름잘살고있는지적당한크기의이층집에,잔디가쫙깔린큰마당도딸려있다.

그리고그마당에사람이나와있었다.

키는170정도일까,나보다도큰건확실해보이지만잘모르겠다.

어떻게생겼는지도잘모르겠다.그저반짝반짝빛나고있다.

왜냐면

풀플레이트아머를입은채

검술훈련에매진하고있기때문이다.

"어라?오늘은언니가훈련하는날이었나?"

"혹시...저사람이니?"

"응!"

내질문에해맑게대답하는나나.

"크리스,요즘마법사들사이에서의트렌드는검술인가?"

"그럴리가있겠냐?"

반사적으로태클을걸었지만,황당하긴이쪽도마찬가지다.

당연히낭자애마법사일거로생각했는데...

혹시마검사인가싶었지만,그렇다면마법에방해가되는풀플레이트아머를입을이유가없다.

설마'오빠같은언니'라는건비유적인표현이었나?허탕친건가?

마침우리의존재를눈치챘는지이쪽을바라본다.그러자나나는그에게달려가품에안겼다.

"아닌거같지?크리스,도서관으로돌아가서마저찾아볼까?"

도서관에꿀이라도발라뒀나,테사는온종일도서관타령이다.

일단도서관에서떼놓고천천히설득해야할것같다.

"배고파.우선점심부터먹자."

"흐음...그럴까?고기들어가는거면찬성."

테사는설득했고이제적당히둘러대고빠져나와야겠다고생각하고있었는데,때마침그가헬멧을벗었다.

그리고

10년동안매지션즈에갇혀있으면서꿈꿔왔던

이상형이눈앞에나타났다!

금발의,살짝웨이브가들어간머리카락,

그리고분홍빛이도는하얀피부가땀에젖어색기를더하고있다.

살짝한숨을내쉬는붉은입술은말할것도없다.

취향을떠나서누구라도아름답다고인정할것같은미인이다.

물론매지션즈에서도예쁜낭자애들이즐비했고,당장테사도그중에서손에꼽을정도의대단한외모를지녔다.

하지만그들과는결정적인차이가느껴진다.

이여인이가진하나하나의아름다움이모여여성스러움을한껏자아내고있다.

풀플레이트아머를입고있어서얼굴만보이는데도,숨길수없는묘령의매력이뿜어져나오고있다.

아니,얼핏보면어울리지않는것같은갑옷이,오히려우아한기품을더하고있다.

그저겉보기에귀엽고예쁘장하게생기기만한낭자애들하고는차원이다르다!

아아…이런미녀들과함께하고싶어서매지션즈를빠져나오려던거였지.

내가정말탈출했다는게,여성이50%나존재하는세상에도달했다는게새삼실감이나기시작했다.

"나나,이분들은?"

여인은나나를불렀지만,시선은이쪽을향해있다.

에메랄드색으로빛나는두눈이나를바라보고있다.

칼을들고,움직이지도않고,눈도깜빡이지않은채로.

기쁨도잠시,조금두려워졌다.

시선을피하면안될것같은...아니,시선을피할것을허락하지않는듯한무거운분위기가감돈다.

약간소름이돋았다.

"응!도서관에서만난오빠...언니들?오빠와언니?......잘모르겠는데언니랑비슷하니까..."

여인이우리를데려온아이,나나의머리를쓰다듬는다.

"헤헤..."

나나는설명을잊었는지,아니면포기한건지모르겠지만,헤실헤실웃으며안겨있다.

다정하게쓰다듬으면서도여인의시선은여전히나를향해있다.계속노려보고있다.

설마나쁜사람으로오해하고있는건가?

테사녀석,도서관에선그렇게활발하더니이럴땐왜나서질않는거야?

...

......

시간이속절없이흐른다.

...

더는이분위기를참지못하겠다!

"저,저기...그러니까..."

"반가워요.라이디라고불러주세요."

가벼운미소를보내는여인,

라이디.

시간이멈췄다.

"테사."

"아…그...그...크...크...크크리스..."

"후훗,크리스.예쁜이름이네요."

칭찬받았어테사따위는건너뛰고정확히내이름이예쁜이름이라고칭찬받았어이거거나한테호감있는거같은데착각은아니겠지내가예쁘다고한거맞지사실크리스라는이름나쁘지않은거아닐까아니오히려좋은걸지도본명따위중요하지않은거같아그냥크리스로서라이디와행복하게살아갈까이고생을한것도오늘의만남을위한거였던거같아멀쩡한집도있는거같고기사가되어바깥일을한다면내가가사를맡으면되니까아이는최소한라이디를닮은딸이둘은있었으면좋겠는데......

"라이디,혹시마법사야?"

"마법사?아마마녀를뜻하시는것같은데,전기사를지망하고있습니다만..."

"그래?그럼나나랑잘지내."

"야,뭐하는거야?이거안놔?"

내손을뿌리치려는테사를어떻게든붙잡고있다.

쓸데없이격렬하게저항한다.눈치없는놈,남자임을포기했다고내기회까지차버릴셈이ㄴ?

어떻게해야하지?오늘의만남을놓치지마!

제발생각을해내크리스!!!

"여러분,혹시점심드셨어요?"

"아아아아뇨!!!!!!!"

­­­

다행히라이디의권유로,함께점심을먹고있다.

메뉴는붉은빛이감도는고기와야채가잔뜩들어간스튜,그리고단단한식감을지녔지만곁들여먹기에더없이훌륭한빵이었다.

조리과정을보고음식을먹으면더맛있게느껴진다던데,조리사가이쁠때도더욱맛있게느껴지는걸까?

맛이없기어려운조합이지만,저렇게아름다운라이디의손으로직접만든거로생각하니더맛있는것같다!

하지만좋은모습을보여주기위해,좋아하는티를내지않으려고최대한노력하고있다.

조금만방심하면풀어져서,아까처럼멍청한모습을비칠게뻔하니까.

여성을대하는데익숙해지기전에는조심하는수밖에없다.

반면나나는배가고팠는지스튜에정신이팔렸다.

내앞에앉아서얼굴이닿진않을까걱정될정도로가까이대고열심히숟가락질하고있어서자꾸만시선이간다.

머리색이나외모가닮지않은걸보면친가족은아닌것같은데…

"스튜가입에맞으시나요?"

"앗,그...그러니까..."

"나쁘지않네."

어떻게칭찬해야좋은인상을남길까고민하고있었는데,테사가선수를쳤다.

맛없는것도아니고더좋게말해주면어디덧나나?괜히야속하다.

그나저나예쁘지,요리잘하지,좋은집도있고기사지망생이니전도유망한엘리트인데,나같은게비빌처지가되는걸까?

제대로된마법을쓸수있는것도아니고,좋은가문이거나돈이많은것도아니고

남자답기는커녕여자같이생긴외모때문에변태라고오해받기딱좋은데...

툭­

"아..."

의기소침해서잡생각을하다가숟가락을떨어트려버렸다.

게다가하필카펫에떨어졌다.

하아...라이디에게잘보여야겠다는생각만가득하지잘풀리는게하나도없어!

"죄송해요..."

"괜찮아요.새로가져다드릴게요."

주방에서숟가락을가져와,등뒤에서식탁에놓아주는라이디.

"그,으으...고..고맙습니다..."

라이디가가까이다가오니,싱그럽고여성스러운냄새가나서당황스럽다.

향기롭다고표현하긴곤란하다.

땀의냄새와뒤섞여,여성스러우면서도오묘한매력을지닌냄새.이건야한냄새라고표현할수밖에없다.

하지만은은하게살짝풍겨왔을뿐인체취.

부족해,코를저풍만한가슴에박고한껏들이마시고싶어.

정신이아득하다­

...

아차,

라이디가멀어져가니정신이번쩍든다.

안그래도자꾸실수만하는데,숙맥처럼풀려있는모습까지보여줄수는없다.

아쉽지만스튜의맛과향으로덮어서어떻게든생각을떨쳐내야...

"크리스,무슨일로절찾으신건가요?마법이라는말이나왔던것같은데."

"커흡...그..."

"괜찮아요?"

"괜찮아요.그게,그러니까...배가고파서급히먹다보니..."

"어휴,밥도제대로못먹냐."

누군이러고싶겠냐고!

라이디에게잘보이고싶은데,눈치없이핀잔을주는테사가야속하다.

"그게,사실은제가마법ㅅ...윽!"

테사가옆구리를찔러왔다.

"그러니까마법...아아아아아아!!!"

테사가발을꾸욱밟고있다.

마법사얘기먼저꺼낸건너잖아.대체나보고어떻게돌려말하라는거야?

"......에빠진거...같은..."

"에?"

"그러니까...마법에...라이디를...보고..."

"후훗,그게아니라테사가제게혹시마법사냐고물어봤었잖아요?"

망했다.마법사얘기를묻어버리진못할망정뜬금없는소리가돼버렸다.

테사가'이멍청이가!'라고말하는것마냥발을계속밟고있지만,아픔이느껴지질않는다.

그보다라이디와의대화를망쳐버려서내마음이더아프다.

멋진모습은고사하고,다짜고짜찾아와서점심얻어먹고이상한얘기하는사람으로찍힌게분명하다.

이젠끝났어...

"하지만,저도크리스를보고마법에빠진것같아요.어떡하죠?"

아아­

"언니,나나다먹었어."

"맛있게먹었니?"

"응!언니가해주는스튜는언제나최고야!"

안사람이나나를껴안고쓰다듬는다.

우리사이에서태어날아이에게도저렇게다정하겠지?

"맞아,나나가오빠같은언니라고하던데,그건무슨의미야?"

"아...테사,그건설명하기가복잡한..."

쾅쾅쾅쾅!

갑자기요란하게문을두들기는소리가들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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