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 검술 훈련? 2
* * *
훈련을 시작한 지 30분 정도 지났다.
바꿔 말하자면 벌써 다섯 번째 껴안고 있기라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엔 라이디가 나와 마주 보며 껴안고 있다.
확실히, 뒤에서 껴안을 때 보다 자극이 더 강렬하다. 특히 코를 가슴골에 박고 있으니까 몇 배는 괴롭다.
살짝 올려다보았더니, 마찬가지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라이디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분명히 엄청나게 참고 있는 거겠지...
하지만 남자답게, 먼저 약한 모습을 보이진 않을 거다.
"가르침을 받는 입장이지만, 라이디만 껴안을 권리를 가지니까 아쉽네."
"크리스가 저를 안을래요? 잘하고 있으니까, 포상을 받을 만 해요."
"그것도 좋긴 한데..."
"그럼, 다른 원하는 게 있어요?"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흐음..."
고민하는 라이디. 거의 넘어온 것 같다.
그래, 조금 더 자극적인걸...
나도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걸 라이디의 입으로 제안해줘!
"그럼, 복습할 겸 제 공격을 1분간 크리스가 막는 거로 내기할까요? 이긴 사람이 원하는 곳 어디든 10초 만지기. 어때요?"
"어디든?"
"네. 어디든."
"괜찮은 거야?"
"네. 괜찮아요."
"재밌겠네. 내가 심판 봐줌."
어디든 괜찮아??
그... 가슴...
"자, 그럼 시작할게요. 열심히 막아보세요!"
라이디가 다가와 검집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빠르지도, 그렇다고 변화무쌍하지도 않지만, 날카롭게 파고들어 온다.
사력을 다해 막았다. 정말 열심히 막았다.
그래도 라이디의 공격을 한 번 경험해 본 적도 있고, 난해한 방향으로 들어오진 않아서 막는 게 엄청 힘들진 않다.
"1분 끝. 크리스가 이김."
"하아, 하아... 벌써?"
정신없이 막아대다 보니, 어느새 1분이 지나 있었다.
야호! 실화야? 진짜 만질 수 있는 건가!?
"좋냐?"
테사가 발정 난 강아지 쳐다보듯 나를 바라보고 있지만, 그런 건 관심 없다.
그보다 저 거대한 가슴.
"자, 마음껏 만지세요."
라이디는 내 부담을 덜어 주려는지 눈을 감았다.
"정말 만져도 되는 거야?"
"물론이죠."
꿀꺽
"몸에 닿는 순간부터 10초 셀 거야. 알았지?"
"알고 있어."
무엇보다 어제부터 줄곧 날 괴롭혀 왔던 저 가슴!
그곳을 향해 조심스레 손을 뻗어 본다.
그리고 이내, 라이디의 윗가슴에 손가락 끝이 닿았다.
옷이 가로막고 있지만, 그럼에도 말캉한 감촉이 충분히 느껴진다.
손끝에서부터 찌릿한 느낌이 화 하며 퍼져간다.
이제 손을 내질러 꽉 움켜쥐기만 하면 된다. 이 풍만한 가슴을 마음껏 만질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만져도 될까? 라이디가 싫어하는 건 아닐까? 나를 변태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역시 처음엔 라이디에게 기회를 주고 상황을 봤어야 했던 게...
"10초 끝."
"벌써?"
"대체 뭘 한 거야? 바보 크리스."
"아악!"
너무 답답해서 머리를 감싸 안았다.
절호의 찬스를 놓치다니, 말도 안 돼!
이건 현실이 아닐 거야. 왜 저지르질 못한 거지? 젠장!
"다음 기회를 얻으면 되죠. 자, 그럼 바로 이어 해볼까요?"
그래, 아직 기회는 많아.
가슴을 처음으로 만져볼 기회가 생겨 당황했을 뿐.
다음번엔 꼭 주무르고 만다!
칼을 집어 들어, 칼자루를 강하게 쥐었다.
"시작해 라이디."
"후후, 좋은 기백이에요. 하지만,"
라이디가 검집을 바로잡는다. 자세를 낮추고, 팔을 오른쪽 머리 부근까지 들어 올렸다.
대충 들고 서 있던 아까와는 자세부터가 달라. 설마?
"이번엔 제 차례에요!"
라이디가 잽싸게 들어온다.
첫 합은 간신히 막았지만, 이내 손을 가격당해 칼을 떨어트렸다.
"아야... 너무해!”
"실전에 가까울수록 실력도 빨리 느는 법이에요. 그리고..."
"흐윽!"
라이디의 손이 내 치마를 들치고, 속바지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곤 내 소중한 부분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라... 라이디, 거긴..."
"하려는 게 있다면 망설이지 마세요. 목숨을 건 승부에서 망설임은 곧 죽음이에요."
"알았어, 알았으니까... 하읏!"
라이디를 저지하려 했지만, 완강한 라이디는 이번엔 손을 더 깊은 곳으로 가져갔다.
고환을 가볍게 쥐었다 폈다 하는데, 그녀의 손가락 하나하나의 보드라운 감촉이 이곳저곳에서 느껴진다.
게다가 라이디의 손바닥에 민감한 끝부분이 계속 닿고 있다.
은은하면서도 짜릿한 자극이 기둥을 타고 온몸에 퍼져서, 자꾸만 움찔거리게 된다.
남이 만지는 게 이렇게 느낌이 다른 거였어!? 미쳐버릴 것만 같아!
"보다시피 저는 절대 기회를 놓치지 않아요."
역겁과도 같은 시간이 흐른 후, 드디어 라이디의 손이 물러간다.
정신적인 충격에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만 같다...
"오호, 라이디 대담해."
"감상을 말해줄까요?"
"궁금하긴 하네. 어땠어?"
"얘기하지 말고 빨리 손 씻어!"
"그럴 순 없어요. 자, 어디든 만져서 복수해도 좋으니까, 진심으로 덤벼보세요!"
투지가 불타오른다!
이젠 나도 모르겠다. 결코 만질 거야!!!
...
하아...
결국 제대로 만지지 못했다.
라이디가 적당히 봐줄 때마다 최선을 다해 기회를 따냈다.
하지만 허벅지 안쪽이든, 쇄골이든 거기서 선을 넘어가질 못했다.
라이디에게 젠틀한 남자로 남고 싶다거나, 처음은 그래도 낭만적인 분위기에서 하고 싶다거나...
이러저러한 걱정과 망상의 벽을 넘기에 10초는 너무 짧았다.
처음엔 그냥 저지르라고 나를 응원해 주던 테사도, 결국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라이디 응원으로 돌아설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나도 안다. 상남자의 기백이, 패기가 너무나도 부족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여자 경험 없는 쫄보인걸 어떻게 하겠어. 라이디가 좋게 봐줬길 기대할 수밖에...
결국 여기저기 만짐당하고,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일찍 잠들기로 했다.
"라이디, 정말 괜찮겠어?"
"이것도 훈련의 일환이니까요."
나와 테사가 앞뒤로 한 시간씩, 그리고 라이디가 중간의 여섯 시간 동안 불침번을 서기로 했다.
당연히 급한 일도 없으니 라이디도 충분히 자고 가자고 말렸다.
하지만 라이디는 하루 정돈 끄떡없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 얼른 마을에 도착해 푹 쉬고 싶으니 어서 체력을 회복하라고 했다.
틀린 말은 없었기에 테사와 라이디는 침낭에 들어갔고, 나는 모닥불 앞에 앉아 첫 불침번을 준비하고 있다.
"마술상점 가면 경보 키트 있는데, 그거나 사야겠어."
"그거 꽤 비싸지 않아?"
"걱정 마. 돈이라면 아까 마을에서 많이 구했으니까."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 테사.
대체 몇 놈이나 털었는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피곤하니까 저는 이제 잘게요."
"벌써? 조금만 더 놀자."
"후훗, 다음 임무를 위해 빠르게 잠드는 것도 기사의 미덕이에요. 잘 자요 테사. 그리고 우리 귀여운 크리스도 한 시간만 수고해 줘요."
그 말을 남기곤, 라이디는 곧잘 누워 바로 잠들어 버렸다.
"참, 저렇게 칼같이 자는 것도 재능이야. 그치? 너도 슬슬 자라."
"그러게... 맞아, 그러고 보니 매지션즈에서 그거 기억나냐?"
결국, 테사는 내 불침번이 끝날 때까지 이야기를 이어 갔다.
정리하자면 매지션즈에서는 지루했는데, 우연히 날 만나서 재밌어졌다고, 나온 거 후회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라이디가 날 만질 때의 감촉을 잊기 전에, 혼자만의 행복한 시간을 가지고 싶었는데...
하도 즐겁게 얘기하는지라 끊을 수가 없었다.
아쉽지만 내일을 기약하며, 라이디와 교대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