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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 매지션즈-20화 (20/114)

〈 20화 〉 서큐버스 필리아 ­ 3

* * *

"하아... 필리아는 그리워요... 남성의 찐한 정액... 하악..."

조용히 한탄하는 그녀, 필리아는 은신처를 들키지 않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녀의 정체는 이세계에서 도망쳐온 서큐버스. 정액을 주식으로 삼는 종족이다.

그들은 남성에게 야한 꿈을 꾸게 해서 정액을 효율적으로 채취하는 특수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를 활용해 꿈속에서의 극상의 쾌락을 제공하는 대신, 반대급부로 정기를 받아 가는 식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꼭 정액을 먹어야 하는 건 아니었다. 평범하게 음식을 먹는 걸로도 살아갈 수는 있었다.

다만, 정액을 먹지 않는 날이 길어질수록 정신적으로 힘들어진다.

본능이라는 건 컨트롤할 수 없는 요소니까.

성욕을 해소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는 있지만, 욕구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는 건 자연스럽지 않은가.

서큐버스에게는 '그보다는 많이 심각한 욕구불만을 느끼는 정도'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필리아는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때론 정액을 먹고 싶다는 욕구가 폭발해서, 주변을 배회하며 남자들을 지긋이 바라보곤 했다.

하지만, 필리아는 손을 대지 않았다.

마계의 전쟁을 피해 이곳에서 숨어 지내고 있었고, 능력을 사용하는 순간 그들이 그녀의 존재를 파악할 위험이 있었다.

그렇다고 몸으로 유혹하기엔 자신에 대한 소문이 퍼질까 두려웠다.

무자비한 살육이 펼쳐지는 생지옥에 끌려가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녀는 가까스로 욕망을 자제할 수 있었다.

여느 날처럼 그림의 떡을 감상이나 하자 싶어 산책에 나선 필리아.

조금 멀리까지 내려왔다가, 우연히 크리스와 마주치고 말았다.

겉으로 보기엔 어딜 봐도 예쁜 여자아이같이 생겼다.

그러나 서큐버스의 본능은 그가 남자아이라고, 그리고 잔뜩 쌓여있다고 맹렬히 신호를 보냈다.

'하악... 아으으... 너무 맛있게 생겼잖아?'

어디서도 보지 못한 값지고 희귀한 진미. 하지만 맛볼 순 없었다.

눈앞에 잔뜩 펼쳐져 있는데,

게다가 공짜로 먹을 수 있는데,

먹으면 반드시 죽는다.

마치 사형수에게 주어지는 최후의 만찬이나 다름없었다.

당연히 필리아는 참으려고 노력했다. 욕망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허무하게 죽고 싶진 않았으니까.

그러나,

그녀를 보고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을 지은 채,

오줌을 찔끔 흘리는 귀여운 페니스를 눈앞에서 목격한 그 순간,

서큐버스로서의 본능이 이성을 아득히 앞질러 버렸다.

'미안해, 필리아... 미안해요, 예쁘장한 소년!!'

날개를 활짝 펼친 필리아는, 순식간에 날아가 그 아이의 복부를 머리로 들이받았다.

그리곤 기절해 버린 남자아이를 들고 은신처로 날아갔다.

­­­

정신을 차려보니 누군가와 기승위를 하고 있다.

사실 성행위를 하고 있다는 건 진작에 느끼고 있었지만, 이제야 제정신을 차린 거였다.

선명하진 않지만, 기분 좋은 쾌감이 온몸에서 느껴진다.

몇 번이고 그저 몸이 바라는 대로 이 쾌감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러나, 이대로 그녀에게 따먹히는 건 싫다.

멈추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입이 벌어지질 않는다.

다행히 몸은 움직일 수 있었기에 손으로 그녀를 밀쳐내려고 했다.

"왜 그러세요? 필리아가 마음에 들지 않으신가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도 팔의 힘을 빼진 않았다.

하늘색 단발의, 흐릿하게 보이지만 예쁘게 생긴 게 분명한 얼굴.

라이디보단 작지만, 적당히 크고 예쁜 가슴으로부터 허벅지까지 이어지는 육감적인 연보라색의 몸.

처음 보는 이종족이지만 이런 쌔끈한 외모라면 맘에 들지 않을 리가 없다.

"필리아의 피부색이 문제인가요?"

말을 마치자마자, 신기하게도 그녀의 피부가 하얗게 변해 간다.

피부색의 위화감이 사라지니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긴 했다.

하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싫어하는 이유는 단 하나.

내 처음을 가져가고 있는 그녀는 라이디가 아니니까.

"흐응... 정 싫으시다면야, 특별히 당신이 원하는 상대로 바꿔줄게요. 한번 떠올려 보세요."

무슨 꿍꿍이인가 싶어서 거부하려 했지만, 머리는 자연스럽게 라이디를 떠올린다.

그러자 내 위에 올라타 있던 여인이 라이디로 변했다.

"반응을 보아하니, 아직 그녀의 알몸을 본 적은 없나 봐요?"

더 커진 가슴, 더 두꺼운 허벅지...

상상만 해 오던, 라이디의 나신­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막상 눈 앞에 펼쳐지니 괜스레 부끄러워져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로써 확실해졌다.

이건 꿈이다.

그래야만 그녀의 피부색이 변하는 것도, 라이디로 바뀐 것도 말이 된다.

결정적으로, 그녀에겐 페니스가 달려 있지 않았다.

"이건 꿈이라는 거, 눈치챈 거죠?"

라이디가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보는 표정.

신기하기도 하지만, 약간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저 꿈일 뿐이니까, 망설이지 말고 받아들이세요. 필리아가 기분 좋아지게 해 드릴게요."

정말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공허한 외침은 그녀에게 닿지 않는다.

지금 어떤 상황에 부닥친 건지, 어떻게 내 꿈을 조종하고 있는지, 왜 섹스를 하고 있는 건지 저의가 궁금하다.

하지만 이 상황을 빠져나갈 방도가 없다. 그러니 내게 상해를 입히려는 게 아니라면, 순순히 들어주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게다가 첫 경험을 라이디와 하고 싶은 거지, 꿈이라면 굳이 거부할 이유는 없다.

섹스, 해보고 싶긴 했으니까.

흐흐... 꿈에서라도 할 수 있는 게 어디야?

"이제 할 맘이 생겼어요? 성교는 처음인 것 같은데, 필리아가 친절하게 알려드릴게요. 자, 손으로 허리를 잡아요."

저항을 포기하고 시키는 대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의 유도대로, 얌전히 허리에 손을 가져갔다.

얇은 허리는 손에 착 감기고, 아래쪽으로 내려가지 않게 골반이 단단히 지탱해 준다.

마치 원래 이렇게 잡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편안한 느낌.

"천천히 움직여 줄 테니까, 제가 아래로 내려가면 허리를 들어 올려 주세요."

몸을 살짝 들었다가, 감질나게 내려오기 시작하는 라이디.

'어흑!'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한 육벽이 귀두부터 기둥 끝까지 천천히 긁어 내려가는 게 오롯이 느껴진다.

여성의 질 속을 헤쳐나가는 그 느낌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짜릿했다.

손으로 하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다.

페니스 전체를 감싸오고 있어서, 쾌감으로부터 도망칠 구석이 없다.

비록 꿈이지만 정말 생생하게 느껴진다!

뿌리까지 집어삼킨 라이디는, 다음 피스톤질을 준비하기 위해 몸을 들어 올린다.

조금 더... 강렬하게 느끼고 싶어...

꽉 조이는 구멍에서 빠져나온 듯한 해방감을 느끼면서도, 못내 아쉬워하는 페니스의 탄식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녀의 요구대로 천천히 허리를 들어 올렸다.

'으하...?'

오돌토돌한 질벽의 돌기 하나하나가, 페니스를 빠르게 훑고 지나가는 게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게 꿈이라고? 말도 안 돼!

물론, 처음 하는 거라 이런 느낌이 맞는지는 증명할 방도가 없지만... 아마도 맞을 것 같단 말야!

"아앙, 잘... 하고 있어요... 좋아, 좋아요... 너무 좋아요!"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울려 퍼지는 라이디의 신음소리.

눈앞의 대상이 라이디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 더 흥분되는 것만 같았다.

본래의 라이디도 좋지만, 이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라이디의 모습이라서 좋다고 할까?

"자, 익숙해진 것 같으니 조금 더 빨리 움직여 볼게요."

'자... 잠깐!'

라이디가 속도를 올리자, 순식간에 사정감이 올라왔다.

어찌 보면 이게 당연했다. 정신을 차리기 전부터 계속하고 있었으니까,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하... 흐윽... 안돼! 라이디! 나... 더 이상은...!'

찌릿하고 쾌감이 머리부터 전신을 타고 내려가, 온몸이 부르르 떨린다.

일반적인 사정감과는 차원이 다르다.

귀두에서부터 올라오는 게 아닌, 뇌로부터 사정하라고 명령이 내려가는 것만 같다!

"쌀 것 같은 거죠? 그대로 싸주세요. 당신이 사랑하는 여자아이의 소중한 곳에 마음껏 싸질러버리세요!"

'라이디, 라이디! 으윽!!!'

아아...

머릿속이 새하얘져 가는 듯한,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 몰려온다.

분명 평소와 같이 사정하고 있을 뿐이지만, 사정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극치감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간다.

마치 뇌를 보드라운 손으로 주물럭거리는 듯한, 황홀하면서도 짜릿한 쾌감.

'하... 아으... 하윽... 에으으...'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았던 오르가즘은 점점 옅어져 간다.

뒤이어 마치 늪에 빠지는 것만 같은, 무력하고 공허한 느낌이 나를 감싸오기 시작했다.

'라이디...'

그리고, 다시 정신을 잃었다.

­­­

"하아... 이 눅진한 맛, 강렬한 향기..."

손에 잔뜩 받아낸 크리스의 정액을 혓바닥으로 핥으며 천천히 맛보는 필리아.

"이 아이는 정말 마음에 들어요! 필리아도 섹스라는 거 한번 해볼까 싶을 정도로..."

서큐버스에게 있어 남자란 그저 도시락일 뿐이다.

밥을 먹기 위해 꿈에서 착정을 할 뿐, 굳이 섹스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필리아도 여느 서큐버스들과 마찬가지로 '도시락'과 섹스를 하는 취미는 없었다.

하지만 이 아이는 뭔가 달랐다. 귀엽고 여성스러운 외모 때문인지, 아니면 소년 같은 풋풋함 때문인지는 몰라도, 분명 그녀를 끌리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그가 다른 여자로 가버린다는 게 왠지 시샘이 들어,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모습으로 바꿔칠 정도로.

그래서, 처음으로, 직접 맛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에잇!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필리아는 그냥 저질러 버려야겠어요!”

서큐버스의 능력으로 음몽을 꾸게 했기에 곧 악마들에게 발견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차피 끌려가 전장의 이슬이 될 운명이니, 될 대로 되라는 마음도 있었다.

결국, 결심한 그녀는 능력을 거두고 크리스를 깨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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