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랩 매지션즈-84화 (84/114)

〈 84화 〉 불청객 ­ 2

* * *

"라... 라이디!?"

"쉬잇!"

벨마는 재빨리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

"스승, 라이디에게 들키고 싶진 않지? 그러니까 적당히 둘러대서 돌려보내."

"읍... 으읍!"

그녀의 말마따나, 라이디에게 들키는 게 지금 일어날 수 있는 것중 최악의 상황일 건 자명하다.

그래서 일단 고개를 끄덕였고, 벨마는 얌전히 손을 치웠다.

"크리스, 들어가도 될까요?"

"안돼, 들어오지 마!"

"그런... 어째서인가요?"

"그... 그게... 그러니까... 맞아, 이 시간에 둘이서 있으면 섹스하게 될 게 뻔하잖아? 솔직히 그러려고 온 거 맞지? 반칙은 안돼. 내일까지만 참아줘."

"..."

정곡을 찔렸는지 정적이 흐르다가, 잠시 후 한층 작아진 라이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겠어요. 크리스. 내일까지 참을게요. 그리고... 첫 경험의 상대로 꼭 저를 골라줬으면 해요. 이렇게 저답지 않은 모습을 보일 정도로... 간절하게 바랄 정도로 크리스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알았어. 너무 걱정하지 마."

"마지막으로 절대, 절대 테사의 유혹에 넘어가면 안 돼요. 알겠죠? 그럼 이만. 잘 자요, 크리스."

"...그래, 테사가 찾아오더라도 돌려보낼게. 라이디도 잘 자!"

...

라이디는 날 완전히 신뢰해 주고 있는데... 저렇게나 좋아해 주고 있는데...

멀어지는 발소리만큼이나 죄책감이 깊어져만 갔고, 그래서 적극적으로 벨마의 설득하려 했다.

"너도 이제 대략 눈치챘겠지만, 내일 내 첫 경험의 대상을 정하기로 해서 다들 예민해져 있는 상황이라..."

"아직도 안 했었다고? 흐응... 내가 아는 거랑 조금 다른데? 그리고 아까도 얘기했듯이 스승이 잘못했는걸? 자꾸 벨을 어린애 취급하잖아!"

"하지만 그건 노카운트..."

"물론 그건 미래의 스승이지만... 그야 과거의 스승을 공략하는 게 편할 것 같으니까. 내 특히 그 하찮은 폭유 엘프년이 자꾸 방해하니까..."

폭유 엘프!?

그... 그건...

이 벨마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빌어먹을 엘프가...!?

...

후우...

엄청난 정보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기에 가까스로 정신을 다잡았다.

"너... 그러니까 미래에서 온 벨마랑 하기 싫은 건 아냐. 하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아. 그러니 이틀 뒤에 다시 오거나 하면 안 될까?"

"으음... 스승의 처음을 딱히 원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제와서 관두기는 싫은걸? 스승도 그렇지 않아?"

"그야 그렇지만..."

아직도 앞부분이 벨마의 입구에 닿아 있는데... 조금만 허리를 들면 바로 들어갈 거리인데...

방금 전에 부탁하고 돌아간, 사랑하는 라이디를 생각하며 가까스로 버티고 있을 뿐!

"좋아, 두 가지 제안이 있어. 하나는 일단 지금은 하고, 나중에 라이디와 테사를 과거로 보내는 거야. 그러면 지금 하는 건 스승의 첫 경험이 아니게 되는 거잖아?"

"그건 조금 이상한 것 같은데..."

"그럼 우리가 미래로 가서 섹스하고 돌아올까? 데헷~♡"

"그것도 좀..."

눈 앞의 벨마가 시간 여행이 가능하니 논리적으론 말이 되는 소리인 것 같지만

과거로 보낸다느니 미래로 간다느니... 너무 상식 밖의 일인 것 같아 전혀 실감이 나질 않는다.

"빨리 정하지 않으면 관둘거야! 괜찮겠어? 이대론 평생 벨하고 섹스할 기회가 날아버릴지도 모른다구?"

"하지만..."

"흐응... 두 방법 모두 내켜하지 않는 것 같으니, 마지막 기회를 줄게. 오늘의 일을 스승과 벨이 계~속 기억하지 못하게 해줄게. 그리고 벨은 미래로 돌아가서 스승에게 걸린 기억 상실을 푸는 거지. 스승과의 야한 추억을 쌓을 수 없다는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어차피 벨이 성인이 될 때까진 손댈 사람도 아니니까... 어때? 이 정도로 타협할래?"

"그런..."

"뭣하면 그때 가서 과거로 돌아가던가 하면 되잖아? 더 이상 방해꾼도 없어. 그저 죄책감따윈 미래의 스승에게 맡겨버리면 되는 거야! 그럼, 결정했으니까... 슬슬... 넣을게...?"

"잠ㄲ... 읏!?"

벨마가 허벅지에 힘을 주자 페니스 끝부분의 압박감이 점점 커져만 갔고

어느 순간, 벨마의 처녀막이 버틸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

"들어가... 으힉!? 아... 으... 아파..."

마치 쁘직­ 하고 소리가 나는 것처럼 착각할 정도의 묘한 느낌이 들었고, 그와 함께 페니스는 빠르게 좁은 구멍을 헤집어 들어가

어느새 거짓말처럼 나는... 내 페니스는 순식간에 벨마의 안에 들어가 있었다.

"드디어... 끄으... 스승과 하나가 되었어...!"

"흑... 흐윽... 흑흑..."

"아읏... 스승... 우는 거야? 미안... 억지로 해버려서... 그치만... 하앗!? 조금만 참아 줘... 벨에겐 이 방법뿐이었으니까... 미안해..."

아니... 슬퍼서가 아니다.

너무나 깊은 감동이 밀려와 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이었다.

올라타 있는 그녀의 기분 좋은 무게감,

페니스를 따뜻하게 감싸며 조여오는 부드러운 질의 감촉.

매지션즈에 감금당한 뒤부터 이 날을 위해 그 고생을 했다는 생각에... 지고한 고통이 드디어 끝났다는 사실에 감정이 북받쳤다.

"다 잊어버리면 되니까... 흑... 벨은 너무 아파... 아프지만... 적어도 스승은 기분 좋게 해 줄테니까...!"

살짝 허리를 치켜든 벨마와, 여전히 그녀와 하나로 이어져 있는 내 페니스를 타고 약간의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벨마는 잔뜩 찡그리면서도, 조금씩 허리를 들었다 내리며 왕복운동을 시작했다.

"흣... 으윽... 하으..."

"스승, 흑... 벨의 안... 아윽... 기분 좋아?"

"으... 응... 흐아아...!"

자위를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엄청 기분좋아!

눈 앞에 펼쳐진 여성의 아름다운 몸이,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애절한 눈빛이...

주도권을 빼앗겨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제어할 수 없는 쾌감이...

무엇보다도 함께 한다는 것이 부끄러우면서도 흥분되는...

그 모든 것들을 모아야 비로소 성립하는...

이것이... 섹스...!

지금까지의 걱정이, 불안이, 기대감이

전부 쾌감으로 덮여버리고 말았다.

"읍! 읍읍!!!"

"하긋... 과거의 벨... 똑똑히 보고 있지? 흐으... 이걸로 드디어 우린 스승과 이어질 수 있어."

"으읍!!!"

"알았어, 흣... 입은 풀어줄 테니까... 으읏... 너무 시끄럽게 굴진 마."

'벨마'가 벨마를 향해 손을 펼치자, 벨마의 입을 감싸고 있던 보랏빛의 힘이 스르르 물러갔다.

"흡!? 켁... 큭... 흑... 제발 멈춰주세요... 뭐든지 할테니까... 벨의 모습으로 이상한 짓은... 스승을 괴롭히는 건... 흑흑..."

"흐응... 뭐든지 하겠다고? 그럼 스승이랑 키스해 봐."

"...에?"

"좋아하는 사람이잖아? 그러니 상관없잖아?"

"진짜 멈춰줄 건가요? 스승에게 뽀뽀하면?"

"뽀뽀가 아니라 키스."

"스승... 키스를 하면 멈추겠다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어...?"

'벨마'가 벨마와 대화하느라 허리의 움직임을 멈췄기에 살짝 쾌감이 가셨고, 나는 간신히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현실의 벨마를 보니 왠지 가슴 한 켠이 아려오기 시작했다.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 장점인 벨마였는데...

지금은 작게... 한없이 작게만 보이고 있었다.

"벨이 잘못한 거니까... 미래의 벨이 잘못하고 있는 거니까... 흑... 스승의 뜻대로 할래..."

"나는 괜찮으니까... 벨마가 원하는 대로 해."

"그... 그럼..."

'벨마'는 벨마의 구속을 풀어주었고, 벨마는 잔뜩 움츠린 채 내 머릿맡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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