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랩 매지션즈-85화 (85/114)

〈 85화 〉 불청객 ­ 3

* * *

어느새 내 머리맡까지 다가온 현실의 벨마.

지긋이 바라봤더니, 벨마도 나를 쳐다봤는데... 몹시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게 눈에 선하다.

작지만 항상 자신감이 넘치던 눈동자였지만, 지금은 맹렬히 흔들리고 있으니까.

그녀는 계속 망설이다가, 눈을 질끈 감고, 더 가까이 다가와 내게 입을 맞추려고...

"아... 으으... 싫어! 아니, 스승이 싫은 건 아니야! 스승은 좋아하지만... 누구보다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벨이 왜 네 명령을 따라야 하는 건데!!!"

"그래? 그럼 대신 벨이 하지 뭐."

벨마가 멈칫하는 틈을 타, '벨마'는 허리를 숙여 내게 입을 맞췄다.

그저 입술과 입술이 맞닿을 뿐인 입맞춤. 기분이야 좋지만, 너무나 가벼워서 처음엔 그다지 감흥이 없는 것 같았지만...

기승위를 하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온 몸이 그녀와 밀착했고, 이내 부드러운 살결의 감촉과 가볍지만 여성스러운 향기의 달콤함...

그리고 하아­ 하며 지근거리에서 들려온 애틋한 한숨 소리에 심장이 터질 것처럼 두근대기 시작했다.

"흑...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거야... 정말 너... 미래의 내가 맞아?"

"으흑... 흐응? 아직도 믿질 못하고 있었어? 하우... 그럼 이건 어때? 몇 번 만나지도 않은 크리스를 네가 좋아할 이유 따윈 없었잖아. 그런데 지금은 왜 이렇게까지나 호감을 가지게 된 건지 궁금하지 않아?"

"그... 그건..."

"그건 네가... 내가 시공간을 초월한 존재가 되어버려서야. 시간 여행 마법을 테스트하던 도중 스승과 처음 만난 날로 돌아간 적이 있었거든? 그런데 미래에서의 내가 스승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과거의 나에게 영향을 주게 되어버리더라구."

별것 아니라는 듯 시큰둥하게 말하는 미래 벨마와 달리, 현실의 벨마는 경악했다.

"그러니까 원래는 로레인... 알자스로부터 스승의 정체를... 여자같이 생긴 남자라는 걸 미리 알았고, 그래서 나는... 우린 스승을 만나기 전부터 혐오하고 있었지. 그런데 당시 시점으로 시간 여행을 다녀왔더니, 어느샌가 처음부터 좋아한 걸로 바뀌어 버렸어."

"그런게 허용될 리가 없어! 로레인이 알면 가만 둘리가..."

"그녀가 신경쓸 일이 아니야. 안타깝지만 이 세상은 그렇게 논리적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으니까... 아무튼! 난 이제 스승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하니까, 한 숨 자고 있으렴?

"자... 잠깐...!?"

현실의 벨마는 저항하려 했지만, 미래의 벨마가 그녀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대자 스르르 잠에 들어버렸다.

"후우... 스승, 기다렸지? 아까 전까지만 해도 엄청 아파서 힘들었는데, 이야기하면서 쉬었더니 조금 나아진 것 같아. 그러니 슬슬 움직일게~♡"

"으힛!? 학... 흐으... 우하..."

순간 쾌감을 버티지 못하고 신음소리가 터져나와버렸다.

무지막지하게 따뜻한 그녀의 안쪽만으로도 자지가 녹아버릴 것만 같은데...

위아래로 왕복하기 시작하니 달콤하면서도 짜릿한 자극이 끝나질 않아 여유가 전혀 없어졌다.

게다가 그녀의 체형이 작아서 그런지, 아니면 처녀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안이 너무 좁아서 압박감이 어마어마하다.

원체 입구도, 내부도 좁은 것 같은데... 조여올 때마다 마치 쥐어짜는 것만 같은 시큰하면서도 강렬한 자극이 찾아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즐거운 것은 페니스로 오롯이 느껴지는 자극 그 자체였다.

그녀가 움직일 때 마다 마치 주름 하나하나가 내 것을 긁고 지나가는 듯이 느껴졌고, 매 순간마다 다른 느낌으로 이곳저곳을 사정없이 자극해 왔으니까.

"햣... 하으... 히익..!? 스승... 좋아?"

"응..."

"나도 조금... 아흣... 기분... 좋아지고 있을지도?"

아픔이 가셨는지 벨마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밑도 끝도 없는 쾌감에 금방 사정감이 올라올 것만...

"흐어윽... 으으...? ...벨마?"

같았는데, 벨마가 멈춰섰다.

"스승... 스승은 내가 싫어?"

"응? 갑자기 왜?"

"스승이랑 어떻게든 이어지고 싶었는데... 직접 말할 용기가 나질 않아서 비겁하게 과거로 돌아와선 힘으로 찍어 누르기나 하고... 이런 나... 괜찮은 걸까...? 이런 나... 경멸하고 있어?"

다시금 몸을 기대어 온 벨마를, 양 손으로 가볍게 끌어안으며

"아니, 싫어하지 않아."

무의식적으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 입에서 답이 튀어나왔다.

"...정말?"

"가끔은 한 사람의 여성으로 보일 때도 있었지만, 너무나도 소중한 여동생인데... 자칫하다간 지금까지의 관계가 무너질 까봐 항상 두려웠어."

마치 남의 생각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은 말.

현실의 벨마에 대입해 보자면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였기에 잠시 위화감이 들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점차 내 얘기로 느껴지기 시작했고, 눈 앞의 그녀를 바라보는 감정이 서서히 복잡해져 갔다.

귀여운 여동생 같이, 묘령의 아름다운 여성같이 보여서...

아니, 보이는 것을 넘어, 십 년을 알고 지냈던 막역한 사이였던 것처럼 느껴지고 있었고

...

그리고, 어느샌가 위화감 따위는 날아가 버렸다.

"...미안, 이상한 소릴 해서... 과거의 내가 나한테 영향을 준 걸까? 아무튼 걱정하지 마. 벨은 스승의 여동생으로도, 아내로도 남아줄 테니까."

벨마는 나 가슴팍을 짚고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달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새하얀 나신, 찰랑거리는 보랏빛 머리칼, 살짝 눈물이 맺힌 영롱한 눈동자...

아까부터 줄곧 보고 있던 것들이었지만... 새삼스레 더욱 예쁘고 사랑스러워 보이기 시작한 것만 같다.

"그러니까... 지금은 벨으로 기분 좋아지는 것만 생각해줘!"

"잠... 큭!? 으헉... 벨마! 너무 빨라!!"

"흐앗.. 빠른 쪽이.. 덜 아프고.. 아니... 좋아..! 너무 좋아!!!"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은 강렬한 자극을 억지로 버텨가며, 벨마가 대화하는 동안 가라앉히며 간신히 참고 있었지만...

사정없이 몰아치는 그녀의 허리놀림은 더 이상의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으윽!? 벨마! 나 더는... 이제 빼야... 하는데...!!"

"괜찮아! 괜찮으니까 그대로... 그대로 안에 잔뜩 싸줘!!!"

"안돼!!! 가버... 려... 으극... 끄으... 흐으으...!!"

"히야앙~! 으흣... 안에서 스승의 자지가 꿈틀대고 있어... 스승의 아기씨들이... 벨의 아기방을 잔뜩 노크하고 있어..."

아아...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페니스를 통한 오르가즘. 사정의 짜릿한 쾌감.

자위를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손바닥 따위가 아닌 진짜 여성의 성기에 들어와 있다는 걸 아는지 페니스는 전력을 다해 정액을 쥐어짜내고 있었고... 그만큼 지고의 오르가즘이 계속되어만 갔다.

전혀 피임도 하지 않았는데... 위험한데...

오히려 위험한 상황이라서 그녀의 안에...

벨마의 안에 그대로, 정액을 마음껏 토해내버리는 게 너무나도 좋았다.

"하아... 스승... 아직 부족하지? 나도 한참 부족해... 그래서 더 하고 싶지만... 돌아가서 마저 하면 되니까..."

그녀의 머리가 내 귓가로 다가와

"오늘의 일은 잠시 잊어버리고 있어줘. 미래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작게 속삭였고, 이어 내게 다시 한번 키스를 했다.

눈을 감지 않았음에도, 시야가...

아니, 머릿속마저 점점 새카만 색으로 채워져 가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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