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막돼먹은 권아영
“아, 알바가기 싫다.”
나도 모르게 짜증 섞인 말이 튀어나왔다.
거실 소파에 몸을 늘어뜨리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왜, 일이 힘들어?”
“아니, 그건 아니고.”
“그러면 몸이 안 좋아?”
“그것도 아니고.”
형이 내 목소리를 들은 모양이다.
그는 물을 마시기 위해서 나왔다가 내가 내뱉는 푸념을 듣고 다가왔다.
그리고 나에게 이것저것 캐물었다.
“그러면 사람 문제?”
“...”
정답.
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형은 내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원래 사람 상대하는 게 가장 힘든 거야. 잘 맞춰봐. 아직 친해지지 않아서 그런 걸 거야. 서로 일하는 스타일 잘 맞춰서 적응하라고. 네가 이제 막 일하기 시작해서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걸 거야.”
정론이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았다.
특히 나에게 적대적으로 대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권아영.
그녀는 주로 나의 다음 타임을 담당하는 아르바이트생이었다.
그녀는 어떤 이유에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나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었다.
게다가 1시간 이상이나 늦게 출근하는 건 예사였다.
당연히 내 퇴근 시간은 늘 늦어지기 마련이었다.
‘슬슬 사장님에게 말씀을 드려야 하나?’
스트레스 때문에 상처가 저린다.
나는 아픈 다리를 어루만지며 생각했다.
가게에 CCTV도 있으니 사실을 증명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왠지 그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다른 사람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한다니!
나는 큰 사업을 꿈꾸고 있는 사람이다.
앞으로 사람을 대할 일도 많을것이다.
그런데 벌써 인간관계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나중에 어떻게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이 상황을 연습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상대를 설득해서 내 편으로 돌아서게 만드는 연습.
사업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덕목이다.
물론 내가 스스로 생각해낸 것은 아니다.
나도 책에서 읽은 것이다.
성공한 사업가들의 자서전에서 말이다.
‘그래, 힘내자!’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아르바이트를 나왔다.
내가 맡은 시간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비교적 손님이 뜸하고 할 일도 적은 시간대였다.
아마 사장님이 나를 생각해서 이 시간대를 추천한 것이리라.
그저 앉아서 가끔 찾아오는 손님들만 응대하면 되는 일이었다.
다른 시간대처럼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거나 들어오는 상품을 받을 필요도 없었다.
이따금 진열대가 비면 가서 물건을 채워 넣으면 되었다.
‘그래도 최대한 뭔가 배워보자.’
하지만 손쉬운 일이라고 넋을 놓고 시간만 보낸 것은 아니었다.
남는 시간에 책을 읽으며 사업에 필요한 지식을 쌓기도 했고, 사장님이나 전 근무자를 붙잡고 이것저것 물으며 편의점 운영에 대한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얼마나 로열티를 떼어가는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는지, 물건은 어떻게 공급받는 것인지 등등.
‘또 늦네.’
그렇게 나름대로 분주하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교대 시간이 다가왔다.
누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던가?
퇴근 시간이 가장 즐겁다고.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시간을 기점으로새로운 짜증이 늘어나니까.
그렇다.
오늘도 그녀는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그녀를 기다리면서 나는 억울함과 치미는 짜증을 다스려야 했다.
[딸랑]
교대 시간을 1시간 이상 넘긴 상황이었다.
드디어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 안녕하세요.”
그녀는 뚱한 표정으로 성의 없는 인사를 해왔다.
그러나 미안한 기색은 일절 없었다.
이제 내 인내심도 한계다. 한마디 해야겠다.
“또 늦었네요?”
“...”
“1분이나 2분도 아니고 자꾸 이러면 곤란해요.”
“바쁜 일로 좀 늦을 수도 있지. 무슨 그런 일로 따지고 들어요?!”
누구나 사정은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을세상이 용인해 줄 거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건 일종의 어리광이고 착각이다.
일단 사회적으로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한다.
나만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10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를 나는 30분을 걸어야 한다.
불편한 다리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집을 나선다.
이렇게 신경을 쓴 덕분에 나는 교대 시간에늦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 여자의 태도는 뭐란 말인가?
미안한 기색은 고사하고 도리어 역정을 내고 있었다.
“다음에도 이러면 그냥 가버릴 겁니다. 그래서 생기는 문제는 아영 씨가 책임지세요.”
“흥, 그러든가 말든가.”
편의점을 내버려두고 퇴근하겠다고 엄포를 놓아도 겁먹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다.
싸가지가 바가지인 것도 재주다.
어떻게 살면 저런 성격이 되는 걸까?
“일단 인수인계하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냐면...”
인수인계를 하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그러나 곧 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손을 들어 나를 제지한 것이다.
그리고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일일이 말할 것 없어요. 지금 그쪽하고 말 섞기 싫으니까. 그냥 톡으로 보내세요. 어차피 별일 없었을 거 아니에요?”
순간 울화가 치밀었다.
나도 모르게 어금니에 힘이 들어갔다.
더 따지고 들고 싶었지만, 말이 통할 것 같지는 않았다.
손님이 올지도 모른다.
여기서 다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래, 차라리 사장님에게 말을 하자.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는 화가 치미는 것을 애써 참으며 그녀를 훑어봤다.
그녀의 이름은 권아영.
163cm 정도의 키를 가진 평범한 외모의 여자였다.
듣기로 나이는 20살.
나보다 1살 아래다.
평범한 외모에 머리는 어깨 정도 오는 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체형은 다소 통통해 보였다.
굳이 동물로 비교한다면 거북이가 떠오르는 외모였다.
“...뭘 봐요?”
“아닙니다.”
황당한 마음에 그녀를 응시하던 나는 얼른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발걸음을 집으로 향하려고 하는 찰나였다.
그 순간 내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친! 절름발이 새끼가 말도 많네.”
“!!!”
나는 놀라서 다시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는 어느새 편의점 조끼를 걸치고 자신의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잘못 들은 것일까?
분명 아니다.
그녀는 나를 조롱한 것이다.
모욕과 혐오를 담아서!
‘저건 답이 없다. 그냥 사장님에게 말하자.’
생각 같아서는 당장 달려들어서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그녀가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깨닫거나 뉘우칠까?
오히려 폭행이나 성추행으로 고소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이미 그녀를 설득하거나 호감을 사겠다는 의지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지금 드는 감정은 딱 하나뿐이었다.
‘저 사람과 같이 있기 싫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
나는 끓어오르는 감정을 추스르며 집으로 돌아왔다.
모욕감과 분한 마음에 가슴이 연신 쿵쾅거렸다.
“사장님, 제가 이런 일을 겪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 나는 바로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그리고 내가 겪은 모든 일을 말했다.
그러나 사장도 상당히 당황하는 눈치였다.
“다른 아르바이트생과도 마찰이 좀 있었지요. 하지만 이 정도까지 할 줄은...”
사장은 내가 겪은 일에 진심으로 마음 아파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녀를 내보낼 수도 없어요. 최근에 사람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생각 같아서는 일을 때려치우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저런 말까지 꺼내니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꺼내기도 어려웠다.
“그러면 근무시간 좀 조정해주실 수 있나요? 아영 씨와 맞교대로는 일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며칠 쉬면서 기다려요. 내가 근무 시간을 조정해 줄게요.”
그렇게 사장님은 나를 달래며 휴가 아닌 휴가를 주셨다.
아마 근무시간을 조정하기 위해서 며칠은 사장님과 가족들이 고생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도 내 사정이 있다.
사람 이하의대접을 받으면서 일을 할 수는 없다.
안 맞는 것이 아니다.
도저히 맞출 수 없는 상대다.
그렇게 사장님과의 통화를 마치고 나는 겉옷을 벗었다.
‘갑자기 급 땡긴다.’
옷을 갈아입던 나는 조용히 손을 음부로 가져갔다.
그리고 나의 물건을 쥐고 천천히 흔들기 시작했다.
오늘의 딸깜은 건방진 아영이다.
그녀가나를 욕보였으니 나는 상상 속에서라도 그녀를 욕보여야겠다.
‘아-흑!’
상상 속의 아영은 나에게 자신의 전부를 그대로 드러내보이고 있었다.
약간의 군살이 붙은 배와 칠칠치 못하게 군침을 흘리고 있는 아랫입술까지.
나는 잔뜩 성이 난 나의 물건을 그녀의 성기에 꽂아 넣는 상상을 하며 손을 더 빨리 움직였다.
‘아~! 좋아!’
‘네가 욕하던 절름발이 좆이 어떠냐?’
‘조...좋아, 좋아! 거기! 보지!’
상상 속의 아영은 쾌락에 몸부림치며 나에게 철저히 복종했다.
나는 더욱더 강하게 그녀의 보지를 휘젓는 망상을 하며 손을 움직였다.
‘이렇게 해주는 게 좋냐? 좋아?’
‘거칠게 해줘! 거칠게!’
상상 속의 그녀는 나에게 머리채를 잡혀서 뒤치기를 당하면서도 연신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현실에서는 보여준 적이 없는 그런 미소였다.
우악스럽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채는 상상을 하면서 손과 허리를 움직였다.
어느덧 사정감이 몰려왔다.
‘내 정액이나 처먹어라!’
나는 그녀의 얼굴에 정액을 뿌리는 망상을 끝으로 사정했다.
자위를 하고 나니 더럽던 기분이 조금은 나아진 느낌이었다.
내가 남자라서그런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사람이라 이런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정복욕이 강한 탓일까?
어쨌든 새로운 성벽에 눈을 떴다.
나는 아마도 기가 센 여자를 굴복시키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다.
‘오~. 이건 뭐지?’
뒤처리를 끝내고 실내복으로 갈아입었다.
뒤이어 나는 컴퓨터를 켜서 이것저것 살펴보기 시작했다.
간만에 자유시간을 얻었지만, 헛되이 쓰기는 싫었다.
잘 찾아보면 단기 아르바이트라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뒤적이던 나에게 어떤 것이 눈에 들어왔다.
<신약 실험. 진통제. 일급 30만 이상. 신체 건강한 20대. 2박 3일 진행.>
임상시험 아르바이트였다.
그것도 새로운 진통제에 관한 실험이었다.
솔직히 만성적인 쓰라림과 통증을 겪고 있는 나에게는 솔깃한 이야기였다.
‘일당도 많고, 좋은 약을 먼저 써볼 기회잖아? 놀면 뭐 하겠어? 한 푼이라도 벌어야지.’
나는 자격요건과 안전에 대한 사항을 살펴봤다.
딱히 위험해 보이지도 않았고, 결격사유도 보이지 않았다.
충분히 해볼 만한 일로 보였다.
나는 천천히 지원서를 작성하며 생각했다.
‘휴가가 별거냐? 병원에 들어가서 약 먹고 푹 자면 그게 휴가지! 돈도 벌고, 새로운 약도 써보고!’
권아영 때문에 불쾌해진 기분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그 자리에는 새로운 흥분과 기대가 대신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