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화 〉임상시험 아르바이트 (4/110)



〈 4화 〉임상시험 아르바이트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근무시간이 조정되는 동안 사장님은 나에게 약간의 말미를 주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그 시간을 이용해서 휴식을 취하거나 여행 같은 여가활동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주어진 시간을 이용해서 다른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까지 하는 나를 보면서 수전노나  중독이라고 놀릴지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목표가 있었다.
얼른 경영자가 되겠다는 꿈!
가만히 멈춰있을 수는 없는일이다.

‘그리고 마침 조건도 좋고.’

임금이 높은 것을 제외하더라도 조건이 좋은 편이었다.
격렬한 운동성 검사도 없었고, 채혈도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게다가 몸이 불편하거나 과거에 사고경력이 있는 사람도 가리지 않고 있었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았다.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사이트에 적혀있는 주소로 향하니 연구복과 의사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나를 맞이했다.
나는 그들을 따라서 건물로 들어섰다.

‘화이어 제약’

뭔가 남성용 발기부전 치료제를  만들 것 같은 이름의 회사였다.
이름에서부터 강렬한 이미지가 느껴지는 회사였다.
보통 제약회사 이름은  더 차분하고 유순한 느낌의 이름을 쓰지 않나?
불을 상징하는 단어를 쓰다니.

“신분을 확인한 후에 간단한 신체검사를 시행하겠습니다. 부적격 판정을 받으신 분은 소정의 교통비를 받으시고 귀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이 모이자 시험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었다.
사고 이후에 제법 병원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트라우마라도 생긴 것일까?
묘하게 가슴이 떨리고 긴장이 되었다.

“호명하면 앞의 연구원을 따라서 이동해주세요.”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차례로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나도 별문제 없이 검사를 통과했다.

“그러면 이제 방 배정을 하겠습니다. 지금부터 시험이 시작된 것으로 생각하시고 저희의 통제를 철저히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몇 명씩 방에 배치되었다.
방에 들어서자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여기서 3일만 버티면 돈을 준다니 좋네요.”

“그래도 약을 시험하는 거니까 걱정은  됩니다. 몸에 이상이 생기지는 않을지.”

사람들의 말에 이런 분야에 다소 지식이 있어 보이는 사람이 나서며 말했다.

“거의 마지막 테스트 단계에서만 임상을 허가하니까요. 게다가 부작용이 발생하면 전적으로 회사 쪽에서 책임을 지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오히려 정식 발매가 된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회사에서는 보통 이걸 부정합니다. 그럴 때가 더 골치 아프죠. 아무리 우리가 동의서를 쓴다고 해도 시험한 사실은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소송으로 가도 우리가 유리합니다.”

나도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과거에 읽었던 신문 기사를 떠올렸다.
 자동차 회사에서 이런 논의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정식 발매된 자동차에 문제가 생겨서 처리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그 회사는 어떻게 했을까?
놀랍게도 사실을 부정하거나 정확한 증거를 가지고 와서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에게만 보상을 해주었다.
전량 리콜이나 무상 A/S는 없었다.
고객의 생명과 직결되는 일임에도 그들은 그렇게 했다.
그 이유가 뭐냐고?
그게 훨씬 경제적이니까.
자본주의의 논리는 실로 잔혹하다.
나는 그 당시에  소식을 접하고 적어도 저런 경영자는 되지 말자는 생각을 했었다.
돈을 버는 것은 자신을 증명하고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타인을 착취하면서 돈을 버는 것은 성미에 맞지 않았다.
뭐, 경영자를 꿈꾸는 시점에서 어느 정도 착취를 하겠다는 결심을 한 거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는 잔인한 자본가는 되지 않기로 마음먹은 터였다.
어쨌든 그의 말을 들으니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 잘 지내봅시다.”

방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 통성명을 하며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감옥살이가 아닌 감옥살이가 시작되었다.

“식사 시간입니다.”

식사는 모든 사람에게 같은 메뉴가 제공되었다.
아마도 최대한 시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은 없애려고 하는 모양이다.

“투약 시간입니다.”

정해진 시간마다 투약이 이루어졌다.

“채혈 시간입니다.”

6시간마다 채혈도 했다.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다른 임상시험 아르바이트는 3시간 간격을 채혈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시험은 채혈 간격에 여유가 있었다.
따라서 육체적인 피로나 심리적인 압박도 훨씬 적은 편이었다.
게다가 잠도 충분히 잘 수 있었다.
그렇다고 어려운 점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뜻하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지루함.’

엄격히 통제된 환경은 생각보다 답답했다.
마음대로 운동을 하거나 돌아다닐 수도 없었고, 자위를 해서도 안 되었다.
연구원들의 말에 따르면 시험에 영향을 줄  있는 어떤 신체적인 변화도 허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오락수단도 잡지와 책이 전부였다.
그나마 각자의 자리에 배치된 책의 종류가 다르다면 서로 교환해서 읽을 수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불가능했다.
모두의 자리에 똑같은 책이 배치되어 있었으니까.
심리적인 요인도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모두 같은 책을 봐야 한다나?
답답한 일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심지어 TV 채널도 오직 하나뿐이었다.
천주교 방송.
거기에 스마트폰도 사전에 수거하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심심해!’

온통 사방이 하얀 공간에 변변한 오락거리도 없는 공간에서 멍하니 시간만 보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모 만화에서 봤던 정신과 시간의 방이 떠올랐다.
그 방은 바깥과 시간의 흐름이 달라서 안에서 1년이 바깥에서 1일과 같았다.
그러고 보니 실로 비슷하다.
정말 미친 듯이 시간이 가지 않으니까.
못해도 6시간은 지났을 거라고 여기며 시계를 들여다보면 그저 30분이 지나있을 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힘내자!’

그래도 어떻게 버텨냈다.
그리고 시험종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묘한 일이 벌어졌다.

“헉, 헉, 혹시 임상시험에 참가하시는 분인가요?”

“네. 그런데요.”

“지금  약을 드세요. 빨리요!”

화장실을 다녀오는 길에 어떤 여인과 만났다.
그녀는 반곱슬머리를 길게 기른 여성 연구원이었다.
가슴에는 ‘신지혜’라는 명찰을 달고 있었다.
얼굴은 굉장한 미인형으로 나이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화장이 짙지도 않은 데 이럴정도니 얼마나 관리를 잘한 것인가?
어쨌든 나는 속으로 조용히 감탄하며 그녀가 건네는 알약을 받아들었다.

“저기 다른 거 먹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아뇨. 괜찮습니다. 조향기 씨는 특수 대조군으로 뽑혔어요. 그래서 추가로 투약을 하는 거예요. 문제없으니까 염려 마세요.”

숨까지 헐떡이며 뛰어와서 말하는것이 영 수상했다.
하지만 내 이름까지 알고 있었다.
설마 이상한  하라고 하겠어?
게다가  구역은 회사 관계자 외에는 엄격히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었다.
아주 이상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특별 시험에 참가하시는 거니까 나중에 추가금도 드릴 겁니다. 그러니 어서 약을 드셔주세요.”

돈 이야기가 나오니 뭔가 마음이 동했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알약을 삼켰다.
그녀는 내가 알약을 삼키자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이렇게 외치고는 어디론가 또 뛰어가기 시작했다.

“통장에 추가로 돈이 입금될 겁니다. 그리고 나중에 따로 연락드릴게요. 그렇게 알고 계세요.”

그녀가 사라지자 나도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책을 읽으며 보냈다.
그렇게 우리들의 수행 아닌 수행이 끝났다.
드디어 3일째가 된 것이다.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오늘 저녁까지 통장으로 입금될 겁니다. 혹시나 부작용이나 이상한 느낌이 있으신 분은 우리 회사나 가까운 병원으로 내원해 주세요.”

우리를 안내했던 연구원은 시험의 끝을 알렸다.
다들 많이 지루했는지 환호를 지르며 환자복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는 각자의 스마트폰을 돌려받아서 전원을 켜기에 바빴다.
나도 얼른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별다른 소식은 없었다.
그저 사장님이 근무 조정을 어느 정도 마쳤다는 소식이 전부였다.
나도 나름 괴로운 시간을 보냈지만, 사장님도 보통이 아닌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웃으면서 보낸 셀카에는 핼쑥해진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분명히 시간을 조정하기 위해서 무리하게 근무를 뛰었겠지.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대로 계속 참고 근무를 했다면 분명   좋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갈등이나 문제의 씨앗은 키우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갑자기 엄청나게 졸리네?’

시험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갑자기 잠이 쏟아졌다.
분명 잠은 질릴 정도로  것 같은데 몸이 무거웠다.
나는 그대로 침대에 몸을 맡기고 심연으로 빠져들었다.

“으-훗!”

꿈속에서 나는 어떤 요염한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도발적인 표정으로 나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그녀를 살펴봤다.
분홍색의 숏컷 스타일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머리에는 뿔까지 있었다.
마치 악마처럼 말이다.
나는 흥분과 공포심이 뒤섞인 묘한 감정을 느꼈다.
동시에 몸이 움츠러드는 감각도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나의 이런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가왔다.
자세히 보니 그녀의 복장은  굉장했다.
가슴과 음부를 간신히 가릴 정도로 야한 레오타드를 걸친 것이다.
나의 물건에 피가 쏠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그녀도 나의 흥분을 알아챘는지 천천히  몸을 어루만지며 애무를 하기 시작했다.

[쭈-웁. 쭈-우-웁]

“그렇지. 그렇게~.”

그녀는 앵두같이 빨간 입술로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연신 입술을 겹치며 혀까지 내 입속으로 밀어 넣었다.

“아~. 기분 끝내준다.”

현실에서는 아직 맛본 적이 없는 여성의 키스였다.
꿈이란 것을 알면서도 묘하게 설레고 기분이 좋았다.
몸이 붕 떠오르는 듯한 고양감이 나를 감쌌다.
동시에 나의 성기는 더욱더 팽창하기 시작했다.

“여기  봐줄래요?”

한참 서로의 입속을 탐닉하며 혀를 놀리던 그녀는 갑자기 나를 슬며시 밀어냈다.
그리고는 자신의 레오타드 아랫부분을 찢고는 손으로 자신의 음부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다른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성적인 흥분을 돋우는 매혹적인 자태다.
그녀가 손을 움직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성기는 흥건히 젖었다.
엄청난 감도다.

“잠깐. 나 맛 좀 봅시다. 할-짝, 할-짝.”

“아-항! 그래요. 원하는 만큼! 원하는 만큼 맛봐요!”

나는 더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음부에  머리를 디밀었다.
그리고는 게걸스럽게 그녀의 성기를 핥았다.
그녀는 나의 혀가 닿는 것이 좋은지 몸을 뒤틀면서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겉만 맛보지 말고 안도 맛보는  어때요?”

한참 나에게 몸을 맡기고 있던 그녀는 갑자기 허리를 띄웠다.
그리고는 자신의 두 손으로 자신의 성기를 넓혔다.
그렇게 안쪽이 보일 정도로 힘을 주어 벌리는 것이었다.

“탐스럽네요.”

나도 모르게 칭찬의 말이 새어 나왔다.
그녀의 질 안에 있는 분홍색 돌기들이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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