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7화 〉폭주하는 능력 (27/110)



〈 27화 〉폭주하는 능력

꿈을 꾸고 나서 또 나의 몸이 변했다.
왠지 얼굴도 훈훈해지고 몸도 근육질로 변했다.

‘히어로 영화가 떠오르네.’

이런 극적인 변화는 주로 히어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였다.
 그런 이야기가 있지 않던가?
거미에 물린 청년이 슈퍼 파워를 지닌 친절한 이웃이 되거나, 허약한 군인이 특수한 혈청을 접종받고 슈퍼 군인이 된다는 이야기.
그런 말도 안 되는 변화가 나에게도 일어난 것이다.

“병원 가서 검사라도 받아야 하는  아니니?”

상처가 치료된 것은 물론이고 외형까지 변했다.
그러자 부모님은 슬슬 걱정되시는 모양이었다.
나도 이건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적으로 벌어진 일일까?
아니면 신지혜가 나에게 준 그 알약 때문일까?

“그래도 어디가 아프고 그런 건 아니니까요.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나는 부모님을 달랬다.
말은이렇게 했지만 찜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고, 찾아온 행운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지금은 건강한 몸과 보기 좋은외모를 얻었지만, 언제 상상도  수 없을 정도의 부작용에 시달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

“별일 없겠죠?”

불안한 마음에 신지혜에게 연락했다.
그녀는 나의 말을 듣고 크게 놀라는 듯했다.
역시 문제가 있는 걸까?

“혹시 뭔가 부작용이 생긴 건가요?”

“아니요. 원래의 약효가  과하게 나타난 것뿐입니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하기야 만성적인 장애를 가진 다리를 순식간에 치료하는 약이다.
어느 정도 극적인 변화를 끌어낸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게다가 그녀의 반응을 보니 놀라기는 했지만, 당황해서 허둥대는 기색은 없었다.
당장 뭔가 큰일이 벌어지는 건 아니겠지.

“뭔가 다른 변화는 없었나요?”

“네? 무슨...”

“마음속으로 생각한 대로 상대가 움직이거나,갑자기 주변 사람들이 잘해준다거나.”

짚이는 구석이 없는 건 아니었다.
최근까지 이성에게 상당히 인기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인기도 이제는 식어서 옛일이 되었다.
지금은 그저 평범한 편돌이로 돌아온 상태였다.

“음. 글쎄요. 딱히...”

“그렇군요.”

그녀는 뭔가 석연치 않은 태도를 보였다.
뭔가 나에게 말하지 않는 것이 있는 걸까?

“향기 씨, 아직도 편의점에 나가고 있나요?”

“네.”

“한동안 쉬는  어때요? 제가 조만간 상태를 보러 가겠습니다. 그때까지 아르바이트는 쉬면  될까요?”

허둥대는 기색은 없었다.
나의 건강이나 약의 효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묘하게 나의 행동이나 생활을 통제하려고 하고 있었다.
분명 뭔가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죄송해요. 그래도 갑자기 쉬거나 그만둘 수는 없어서요.”

빠듯하게 돌아가는 것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였다.
여유나 예비 인력을 두고 돌리는 것이 아니다.
내가 빠지면 당장 다른 근무자와 사장님이 피해를 보게 된다.
하지만 꼭 그런 이유만으로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의 몸을 생각하면 좀 쉬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옳았다.
그런데도 나는 그녀의 제안을 거절한 것이다.
왜?
괘씸하니까.
사실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면서 나의 행동을 통제하려고만 하고 있었다.
그런 일에 순순히 따를 수 있겠는가?
어차피 크게 허둥대는 기색이 없는 걸 보니 큰일은 아닐 것이다.
뭔가 효과가 과하게 나타나서 조금 놀란 거겠지.
나는 짐짓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알겠어요.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해주세요.”

전화를 끊고 거울을 들여다봤다.
전체적인 이목구비는 남아있지만, 훈훈하게 변화된 내 얼굴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다.
비쩍 마르고 얼굴에 잡티가 가득했던 나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이런 극적인 변화가 누구에게는 충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의 모습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던 나에게는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공짜로 성형수술을 받은 셈이니 말이다.

‘얼레?’

전화를 마치고 출근길에 올랐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애오오옹~]

나에게 흥미를 잃고 사납게 굴던 길고양이들이 다시 친근하게 구는 것이 아닌가?

[골골골골-]

녀석들은 입을 벌리고 멍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따랐다.
기분이 좋은지 연신 ‘골골’거리는 소리도 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전보다 많은 숫자의 고양이들이 나타나서 나를 에워쌌다.
그리고는 몸통을 비비거나 배를 드러내며 애교를 부려댔다.
순식간에 나는 고양이에게 둘러싸인 상태가 되었다.

‘뭐야? 모른 척할 때는 언제고.’

고양이도 사람의 외모를 보는 걸까?
훈훈한 외모를 손에 넣자마자 그들의 태도가 변했다.
나는 그들의 영악한 행동에 손사래를 치면서 편의점으로 향했다.

“누구...?”

고양이의 무리를 이끌고 어떤 남자가 나타나자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그 남자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근무복으로 갈아입으니 다들 놀라는 모양이었다.
그렇다.
 남자가 바로 나였다.
그렇게 전 근무자와 권아영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나는 그들에게 익숙한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했다.
물론 신지혜가 건네준 알약을 먹었다는 말은 쏙 빼고 말이다.
이건 말할  없지.

“대박! 정말 자고 났더니 이렇게 되었다고?”
“정말 놀라워요.”

두 사람은 나의 극적인 변화에 놀라워했다.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전 근무자는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려도 되냐고 물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부탁을 거절했다.

“미안해요. 이게 어떤 병일 수도 있잖아요? 상황을 좀 지켜보고 싶어요.”

나에게 일어난 변화가 어떤 일을 불러올지  수가 없다는 것을 들어서 그를 설득했다.
만약 병이나 어떤 부작용으로 발생한 일이라면 사진으로 남겨서 좋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되면 그는 신비한 일을 발견한 사람이 아니게 된다.
오히려 타인의 고통을 신비체험으로 포장해서 인터넷에 퍼뜨린 냉혈한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나도 인터넷의 박제가 되어 약물 부작용이나 성형부작용 사례로 두고두고 씹고 뜯기는 사람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 이유로 설득하니 그도 수긍하면 물러났다.
사실 신지혜의 반응을 보면 그렇게 될 확률은 적었다.
하지만 얼마나 그럴듯한 핑계인가?
그렇게 나는 원치 않는 사진 촬영과 SNS에 업로드가 되는 운명을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차피 원거리에서 찍을 사람은 다 찍는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나의 ‘팬’ 중에서 나를 찍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특허와 신지혜의 안전을 생각하면 최대한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지.’

인기와 비교하면 인터넷에서 별로 다뤄지지 않았던 것은 행운이었다.
덕분에 ‘에이스 원’이 나에게 가지던 의심을 비교적 쉽게 떨쳐낼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내가 나서서 SNS에 나의 정보를 흘린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건...’

분명 인기가 시들해졌을 터였다.
그런데 다시 편의점이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전보다 더 심하게 말이다.
나는 당황한 눈빛으로 권아영을 바라봤다.

“후-욱. 역시 주인님은 멋져. 후-욱.”

그런데 그녀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근무 내내 나를 바라보며 온몸에서 땀을 쏟고 있었다.
게다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뭔가를 계속 중얼거렸다.

“어디 살아요?”
“이름이?”
“애인이 있어요?”
“섹스 좋아해요?”
“뭐야? 미친 창녀가! 꺼져!”
“뭐? 돌았냐? 꺼지라고. 애는 내가 찍었다!”
“끝나고 같이 모텔가요. 네?”

손님들의 상태도 정상이 아니었다.
직설적으로 추파를 던지며 나를 유혹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었다.
편의점에 밀어닥친 사람들이 모두 그랬다.
이런 괴기스러운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심해졌다.

“권아영, 나 오늘 조퇴다. 마무리 잘하고 들어가. 나중에 연락할게.”

“싫어! 딴 년에게 가려는 거지?”

그녀는 나를 붙잡고 늘어졌다.
그녀의 눈빛은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흥분에 들뜬 그녀의 눈빛은 광기가 가득했다.
그녀가 원래 조금 음험한 성격이기는 해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손 놔라? 그 남자는 내 꺼야.”
“안 꺼져?”
“비켜 썅년아!”

권아영이 달라붙는 것과 거의 동시에 다른 여자들도 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마치 영화에서 나오는 좀비처럼 말이다.
나는 그녀들의 손길을 피해서 집으로 달렸다.

‘겨우 따돌렸나?’

이를 악물고 달린 끝에 겨우 그녀들을 떨쳐낼 수 있었다.
나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하지만 그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멍-! 멍-!]
[왈왈!]
[야오오옹!]
[애~오오옹~!]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 수 없는 길고양이들과 들개들이 나를 쫓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입을 벌리고 멍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뛰어왔다.

‘이런 씨팔! 이게 다 뭐야!’

나는 숨 돌릴 틈도 없이 뛰고 또 뛰었다.
하지만 동물의 다리를 당해낼 수는 없었다.
지칠 대로 지친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

‘이렇게 죽는구나!’

극도의 공포를 느끼며 최후를 대비했다.
하지만 날아든 것은 날카로운 이빨이 아니었다.
그들의 격렬한 애무였다.
강아지와 고양이들은 연신 나의 몸에 달라붙어서 핥아대거나 몸을 비벼댔다.
고간을 밀어붙이며 허리를 들썩이는 녀석들도 있었다.

‘이놈들이 나에게 발정하고 있다고?’

여자들이 나에게 들러붙듯이  녀석들도 나에게 열광하고 있었다.
전에도 뭔가 이상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해졌다.
인기가 있는 것을 넘어서 미쳐 날뛰고 있었다.

‘혹시?’

그러고 보니 내가 인기가 많아진 건 임상시험 아르바이트를 다녀오고 나서부터다.
혹시  일이  약과 관련이 있는 걸까?

“이게 다 무슨 난리니?”

나는 어머니께 부탁해서 호신용 스프레이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온갖 자극적인 성분이 들어있어서 곰도 쫓을  있는 물건이다.
나는 그것을 나에게 달라붙는 귀요미들에게 뿌렸다.

[캑-! 캑-!]
[깨개개갱~!]
[니야아아오옹!]

녀석들은 비명을 지르면 흩어졌다.
미안!
하지만 몸에 해로운 성분은 없으니 안심하렴.
내가  퇴치제는 물로 씻을 필요도 없는 고급품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자극성은 자연히 없어진다.
그렇게 그들을 물리치고 어머니의 부축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뭔가 숨기는 것이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나는 얼른 신지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공포와 분노로 손이  떨렸다.
나는 이것이 약의 효과가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며 신호음을 기다렸다.

“향기 씨?”

연결음과 함께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다짜고짜 그녀에게 따졌다.

“지혜 씨, 저에게 숨기는 게 있죠?”

“네?”

“오늘 제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아십니까?”

“...”

“여자나 동물들이 나에게 발정해서 달려들었다고요. 마치 좀비처럼!”

“!!!”

그녀는 나의 외침에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그저 말없이 한숨을  뿐이었다.
역시!

“그 약 때문에 이런 건가요?”

나의 질문에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렇게 되었으니 사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진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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