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27화
지왕은 샛별이를 버스정류장까지 바래다주고 원룸으로 돌아가며 샛별이와 계속 톡으로 대화를 하던 중 문득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뭐 지금까진 별로 돈을 쓸 일이 없어서 집에서 주는 용돈으로 살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돈을 벌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그게 뭐 꼭 부모님한테 의존적이거나 게을러서 그런 건 아니었다. 과외를 하든 다른 알바를 하든 일단 돈을 벌려면 사람들과 접촉을 해야 하는데 지왕은 오랜 ‘모쏠아다 + 왕따’ 생활로 대인 관계에서의 자신감이 바닥을 기었었기 때문에 그게 너무 힘이 들었다. 그래서 기피하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폰팔이와 갤낚시 폰 덕분에 자지도 자궁을 뚫을 만큼 커졌고 그 덕분에 연예인 부럽지 않은 샛별이도 사귀게 된데다, 또 샛별이의 친화력 덕분에 서먹하던 학교 애들과도 친해지게 되었으니 이제 사람을 만나는 데에 두려울 것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사람을 만나는 게 흥미로워졌다. 물론 예쁜 여자들 한정이지만. 후후.
‘뭘 할까? 과외?’
뭐 지왕이 다니는 대학이 명문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서울에선 중중상위권은 되었기 때문에 과외 알바가 아주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다.
‘뭐 정 안되면 싸게 하면 되지. 요새 경기도 안 좋은데 과외를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망설이는 사람이 있을 거 아냐? 그걸 노리자. 그럼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지왕은 샛별이한테 부모님에게서 자꾸만 전화가 온다는 핑계로 톡을 종료하고 얼른 인터넷을 검색해 과외 중개 사이트에 자신의 프로필을 등록하고 과외를 구한다는 글도 검색을 해봤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편의점이 보였다. 어제 알바녀와 여사장을 조교했던 그 편의점이. 지왕은 씩 웃으며 폰을 주머니에 넣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엔 손님이 없었다. 오직 어제 조교를 했던 알바녀만이 무료하게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다. 지왕은 우연히 들른 척 안으로 들어갔다.
“음...”
그러자 알바녀가 단박에 지왕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어제 처음 만났을 때와는 완전 딴판인 태도. 분명 파워자지로 자궁오르가즘을 맛본 탓이겠지. 지왕은 피식 웃으며 알바녀에게 비아냥거렸다.
“이제 인사 잘하네?”
알바녀는 방긋 웃었다.
“응.”
그러더니 갑자기 카운터에서 후다닥 나와 편의점 출입문을 잠갔다. 지왕은 어리둥절했다.
“왜?”
알바녀는 지왕의 손을 잡고 지난 번 조교를 당했던 창고 쪽으로 이끌며 수줍게 웃었다.
“헤헤.”
지왕은 그제야 알바녀의 속셈을 눈치 채고 어이없어 했다.
“나 참, 내 자지가 그렇게 좋냐?”
알바녀는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너~무 좋아. 하루종일 그 생각만 했어.”
그러더니 지왕의 옆에 꼭 붙어 귀에다 대고 수줍게 속삭였다.
“나 지금 엄청 젖었어. 히힛.”
“뭐?”
지왕은 솔직히 침이 꼴깍 넘어갔다. 자지도 팬티 속에서 점점 묵직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돌연 정색을 하며 알바녀의 손을 뿌리쳤다.
“됐어. 이거 놔.”
알바녀는 얼떨떨했다.
“왜... 나 마음에 안 들어?”
솔직히 객관적으로 봤을 때 알바녀는 샛별이와 막상막하일 정도로 엄청난 미인이었다. 특히 몸매나 스타일이 육감적이어서 색기로만 따지면 알바녀가 샛별이를 월등히 능가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왕이 샛별이한테 특별한 애틋함을 가지고 있지 않았었다면 둘 중에 한명만 고르라고 했을 때 어느 한 쪽을 선뜻 선택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지왕은 알바녀를 아래위로 유심히 훑어보는 척을 하며 말했다.
“흐음, 솔직히 마음에 안 들진 않아.”
“근데 왜?”
“오늘 여친 생겼거든.”
알바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그럼 이제 나랑 안할 거야?”
지왕은 피식 웃으며 뜸을 들였다.
“글쎄~?”
알바녀는 입이 쑥 나와선 지왕의 손을 잡고 막 보챘다.
“그러지 말고 한번만 해주라~. 응? 니가 원하는 거 다 해줄게. 자지를 빨라면 빨고 똥꼬를 빨라면 빨 테니까 자궁 오르가즘 한 번 더 느끼게 해줘~. 응? 야아~.”
지왕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거 자궁으로 정액 맛 보더니 완전 걸레 다 됐네?”
그러나 알바녀는 그 말이 전혀 기분 나쁘지가 않았다. 걸레 취급을 받더라도 지왕에게 또 먹힐 수만 있다면 육변기라도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럼 해줄 거야? 응?”
“음, 글쎄... 역시 안 되겠어.”
알바녀는 확 삐져서 지왕의 손을 탁 놓았다.
“칫! 재수 없어.”
“대신 하는 거 봐서 맘에 들면 다음번엔 해줄게. 전화기 줘 봐.”
알바녀는 비싸게 구는 지왕에게 삐져서 입을 쑥 내밀며 주머니에서 제 폰을 꺼내 줬다.
“흥. 자!”
지왕은 그걸로 자신의 폰에 전화를 건 다음 바로 끊어서 다시 알바녀에게 돌려줬다.
“이름.”
알바녀는 여전히 툴툴 대며 말했다.
“서지혜. 넌?”
“자지왕.”
지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진짜?”
지왕은 예전 같으면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졌겠지만 지금은 왠지 그 이름이 당당하기만 했다. 자기한테 딱 어울리는 이름이었으니까.
“어.”
지혜는 까르르 웃음이 터졌다.
“풋! 깔깔! 그게 뭐야? 자지하고 완전 딱 어울리잖아? 큭큭! 너 너무 웃겨! 킥킥! 그치만 그래서 진짜 반할 것 같애. 후후.”
“뭐 반하는 건 자유니까 맘대로 해. 그럼 나 간다.”
“어? 벌써 가게?”
“왜? 더 할 말 있어?”
“칫, 차갑게 굴기는. 대체 얼마나 예쁜 애를 사겼길래. 나보다 예뻐?”
지혜는 그러면서 자신만만하게 지왕을 쳐다봤다. 얼굴과 몸매로는 어지간한 연예인한테도 꿀리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왕은 피식 웃으며 느낌 그대로 얘기했다.
“음, 솔직히 말해서 너랑 거의 막상막하야.”
지혜는 깜짝 놀랐다.
“진짜? 눈에 콩깍지 씌어서 그렇게 보이는 거 아니고?”
지왕은 1초의 고민 없이 바로 딱 대답했다.
“전~혀. 걘 우리 학교 최고의 퀸카거든.”
지혜는 불쑥 심각해졌다.
“흐음, 사진 봐봐. 진짠가 보게.”
지왕은 웃으며 아까 샛별이랑 같이 찍었던 사진들 중 제일 잘 나온 것을 보여줬다. 지혜는 그 사진을 자못 진지하게 쳐다봤다.
“음...”
인정하기 싫었지만 자기가 봐도 샛별이는 퀸카가 되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미모였다. 물론 내가 더 예쁘긴 하지만. 흥!
지혜는 떨떠름해하며 폰을 지왕에게 돌려줬다.
“뭐 이쁘긴 하네.”
“훗. 그럼 열심히 노력해 봐. 잘하면 첩으론 삼아줄게. 후후.”
지혜는 바로 반색했다.
“진짜지?”
지왕은 어이가 없었다.
“나 참, 첩이 돼도 될 정도로 내가 그렇게 좋냐?”
지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첩 돼서 그 여자애한테서 널 뺏어버릴 거야. 장희빈처럼.”
“얼씨구? 꿈도 야무지다. 뭐 쉽진 않겠지만 노력해 봐. 기회는 열려있으니까.”
“응. 열심히 노력할게. 그러니까 너도 나 너무 구박하지 말고 예뻐해줘야 돼? 알았지?”
“글쎄다~. 그럼 난 간다~.”
“응.”
지혜는 그러더니 갑자기 지왕의 품에 딱 붙으며 뺨에 쪽 키스를 했다. 지왕은 얼떨떨했다.
“뭐...”
심지어 얼굴도 빨개졌다. 지혜는 그런 지왕이 그렇게 귀여워보일 수가 없었다.
“훗, 센 척 하더니 겨우 뺨 키스 한 번에 얼굴이 빨개지네. 그럼...”
그러더니 이번엔 입술을 쏙 내밀며 지왕의 입에다 귀엽게 쪽 키스를 했다.
chu~♡
지왕은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엇?!”
심장이 두근거렸다.
‘...’
그리고 눈도 휘둥그레져서 지혜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질 못했다. 지혜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잠깐만 기달려~.”
그러더니 카운터 밑에서 이런저런 편의점 먹을거리들을 비닐봉지에 급하게 담았다. 지왕은 어리둥절했다.
“뭔데? 나 안 사.”
“파는 거 아냐. 날짜 지난 폐기들 모아둔 거야. 가져가서 너 먹어.”
지왕은 괜히 멋쩍어서 손사래를 쳤다.
“에이, 됐어. 너나 먹어.”
“내 것도 좀 챙겨놨어. 밤샘하려면 배고프니까. 그러니까 이건 너 가져가서 먹어.”
지혜는 그러더니 꾸역꾸역 폐기들을 담은 비닐봉지를 지왕의 손에 쥐어주었다. 지왕은 얼떨결에 그걸 받아 들었다.
“뭐, 잘 먹을게. 고마워...”
“고마우면 담번엔 꼭 한 번 해줘야 해. 알았지?”
“나 참. 알았다, 알았어. 선심 쓰마.”
“헤헷. 아, 근데 집 이 근처야?”
“어, 저 쪽 뒤에 원룸에 살아. 넌?”
“나도 이 근처에서 자취해. ○○대?”
“어. 넌? 설마 같은 학교야?”
“아니, 그 옆에 있는 △△여대. 몇 학년?”
“1학년.”
“훗, 동생이네? 난 2학년. 나보고 누나라고 불러.”
“됐거든?”
“칫. 꼴에 차갑긴. 자지 빼면 내세울 것도 없는 주제에.”
“이래봬도 여친을 얼굴로 꼬신 몸이거든?”
“훗, 허세는.”
“몰라, 나 가.”
“알았어. 잘 가.”
“밤에 조심하고.”
“어? 지금 나 걱정해주는 거야?”
지왕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아, 아니거든!”
지혜는 생긋 웃으며 지왕을 놀렸다.
“근데 왜 말 더듬어?”
“그, 그건... 에잇, 몰라! 아까 고맙다고 한 거 취소! 섹스도 안 해줄 거야!”
그러나 지혜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뭐? 으이구, 아무튼 이래서 꽃뱀년한텐 잘해주면 안 된다니까? 나 가.”
“응. 그리고 앞으론 꽃뱀이니 뭐니 너무 심한 말 하지 마. 나 이제부터 착하게 살 거니까.”
“흥, 자지 맛 보더니 갱생이라도 한 거냐?”
“응, 착한 애 돼서 너한테 사랑 받으려구.”
“뭐어?! 으이구, 앙큼한 년.”
“뭐 그 정도 말은 괜찮아. 정이 들었단 증거니까.”
“맘대로 생각해라. 나 진짜 간다.”
“응, 잘 가~. 또 봐~.”
“흥, 됐네요.”
지왕은 그러고선 혼자 중얼거리며 편의점을 나갔다.
“발랄한 년, 보통이 아니네?”
그렇지만 입가엔 자꾸만 피식피식 웃음이 번졌다.
‘훗.’
지혜가 준 폐기들이 든 비닐봉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왕의 발걸음이 아까보다 훨씬 더 가벼워졌다.
‘훗, 첩인가?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