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62화
샛별이·지혜와 아무 문제없이 동시에 사귀게 된 지왕은 이후 그 둘과 즐겁게 지내며 학교 생활과 연애를 병행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새 4월 중순이 지나 첫 중간시험을 보게 되었고, 오늘 시험이 모두 끝나면 동기애들과 첫 MT를 가기로 예정돼 있었다.
지왕과 샛별이는 시험이 오전에 다 끝났다. 그래서 선발대 애들과 MT 장소로 출발하기로 약속돼 있는 오후 3시가 될 때까지 휴식도 취하고 시험 공부하느라 못 잤던 잠도 잘 겸 지왕의 원룸으로 향했다.
“시험 잘 봤어?”
“뭐 그럭저럭.”
“와아, 잘 봤나보네?”
“넌? 웃는 거 보니까 너야말로 잘 봤나본데?”
“뭐 나도 그럭저럭.”
“훗.”
“헤헷.”
그러는 사이 둘은 원룸에 도착했다. 지왕은 신발을 벗자마자 침대에 대자로 벌러덩 드러누웠다.
“후우~, 피곤하다...”
눈꺼풀이 금방 무거워졌다. 샛별이도 지왕의 옆에 껌딱지처럼 딱 붙어서 누웠다.
“나도 졸려...”
지왕은 피식 웃으며 옆으로 돌아누워 샛별이를 꼭 안아주었다. 샛별이는 행복해하며 지왕의 품에 얼굴을 파묻은 채 부비부비 비볐다.
“흐응~, 따뜻해...”
그리고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이 스르륵 감기며 금방 잠에 빠져들어 버렸다.
“쿠울...”
“Zzzz...”
얼마나 잤을까? 현관의 도어락 버튼이 눌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리고 지혜가 들어왔다. 그 소리에 샛별이가 먼저 눈을 비비며 깨어났다.
“으음...”
지혜는 피식 웃으며 샛별이를 놀렸다.
“웬 일이래? 오늘은 옷 입고 있네?”
샛별이는 창피한 마음에 얼굴이 빨개져서 입을 삐죽거렸다.
“칫, 놀리지 마요.”
그간 원룸에서 지왕과 섹스를 하거나 알몸으로 있다가 지혜에게 들킨 적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일부러 지혜를 따돌리고 몰래 그런 게 아니라 지혜가 낮에 알바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지만.
대신 그럴 때면 샛별이는 지왕을 지혜에게 양보(?)해서 둘의 섹스를 도와(?)주었다. 둘이 섹스를 할 때 지왕이 지혜의 보지에 쑤시던 자지를 잠깐 빼면 입으로 빨아서 애액을 발라먹어 깨끗하게 만들어주거나, 아니면 지왕이 지혜의 보지를 쑤셔줄 때 지혜의 젖꼭지와 입술을 빨고 클리토리스를 애무해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 지왕은 샛별이가 섭섭해하지 않게 사정을 할 때 정액을 반만 지혜의 자궁에 싸주고 나머지 반은 질외 사정으로 샛별이와 지혜의 얼굴과 가슴에다 골고루 싸줬었다. 그러고 나면 지혜와 샛별이는 서로의 얼굴과 가슴에 묻은 정액을 발라먹어주다 마지막엔 지왕의 자지에 묻은 정액도 같이 쪽쪽 빨아 청소해주었었다.
뒤늦게 잠에서 깨어난 지왕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뭐야? 벌써 알바 끝났어?”
아직 알바가 끝날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지혜는 방긋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어. 사장님한테 말해서 일찍 끝내달라고 했어.”
“왜? 뭔 일 있어?”
지혜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MT 가야지?”
지왕은 얼떨떨했다.
“너 휴학했잖아?”
“내 MT 말고 니들 MT.”
“뭐어?! 야 니가 거길 왜 가?”
“뭐 어때? 어차피 가서 술 먹고 노는 건데. 나처럼 예쁜 애가 가면 분위기도 살고 좋잖아?”
“그래도...”
지왕은 그러면서 샛별이를 쳐다봤다. 샛별이도 조금 난처한 마음이 들어 아무 말도 못했다.
“...”
그러자 지혜가 능청을 떨며 말했다.
“괜찮아. 니 사촌 누나인척 하고 가면 되니까.”
“그런 문제가 아니라...”
“알아, 알아. 일단 가서 애들이 싫다고 하면 돌아갈게. 그러면 됐지?”
“뭐 그렇다면야...”
“3시에 애들 만나기로 했다며? 지금 2시 반 다 돼가.”
그 말에 샛별이는 화들짝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앗!”
그리고 세수하고 나갈 준비를 하기 위해 허겁지겁 욕실로 갔다. 하지만 지왕은 머리에 새집 지은 것만 빗으로 빗고 나가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냥 드러누워 늑장을 부렸다.
“으~, 졸려...”
그러자 지혜는 이때다 싶어 얼른 지왕의 팔을 팔베개 삼아 옆에 누워 꼭 껴안았다.
“그럼 그 동안 넌 내 꺼~. 헤헷.”
지왕은 피식 웃으며 지혜를 쳐다봤다.
“훗.”
잠시 후 샛별이가 세수를 끝내고 욕실에서 나와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헝클어진 머리와 옷매무새도 고쳤다.
“너도 머리 좀 빗고 해.”
지왕은 귀찮아하며 일어나 앉았다.
“알았어... 하암~... 쩝.”
그러자 지혜가 빗을 가지고 와서 지왕의 머리를 빗겨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넌 못 생겼으니까 단정하기라도 해야 한다구.”
지왕은 옛날 같았으면 발끈하거나 기가 죽어 아무 말도 못했겠지만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는 지금은 그런 농담 따위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흥, 그러시던가.”
지왕의 머리를 다 빗기고 옷매무새도 고쳐준 지혜는 흡족해하며 지왕의 뺨에 쪽 키스를 했다.
“준비 완료~. 가자.”
“알았어. 샛별아, 다 끝났어?”
“어, 이제 나가도 돼.”
“그럼 가자. 15분 남았다.”
“응.”
그렇게 지왕과 샛별이, 지혜는 나란히 팔짱을 끼고 약속 장소인 학교로 향했다. 약속 장소엔 선발대로 갈 애들이 먼저 다 와서 지왕과 샛별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과대가 손짓을 하며 불렀다.
“야, 빨리 와.”
비록 1분밖에 늦지 않았지만 샛별이는 미안한 마음에 먼저 후다닥 애들에게 뛰어갔다.
“미안, 늦었지?”
“아냐. 우리도 방금 다 모였어.”
지왕도 뒤늦게 지혜와 팔짱을 끼고 오며 인사를 했다.
“다 왔어?”
“어.”
“그럼 가자.”
“근데 옆에 있는 분은...”
“아...”
그러자 지혜가 방긋 웃으며 애들에게 인사를 했다.
“지왕이 사촌 누나 서지혜라고 해요. 옆에 있는 △△여대 2학년이에요.”
애들은 얼떨떨해하며 인사를 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 근데...”
“지왕이랑 샛별이 MT 가는 데에 따라가려구요. 그래도 돼죠? 물론 회비는 따로 낼게요.”
“네?”
애들은 얼떨떨해하며 지왕과 샛별이를 쳐다봤다. 지왕과 샛별이는 난처해하며 버벅거렸다.
“그게 자꾸 따라온다고 그래서... 아, 그치만 니들이 반대하면 포기한다 그랬으니까 부담 갖지 말고 말해.”
그러자 지혜가 대뜸 과대한테 딱 붙어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렸다.
“허락해 주세요~. 네?”
과대는 움찔 놀랐다. 팔에 지혜의 젖가슴이 뭉컹 닿았기 때문이었다. 지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일부러 가슴을 과대의 팔에 꾹 대고 부비작거리고 있었다. 과대는 얼굴이 빨개져서 버버거렸다.
“그게,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
그러면서 난처한 얼굴로 주변의 다른 애들을 쳐다봤다. 그러자 지혜 또한 같이 애들을 둘러보면서 특히 남자애들한테 생긋 웃으며 하트 윙크를 날렸다.
“괜찮죠? 네?”
남자애들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지혜의 애교와 미모에 넘어가기도 해서 얼떨결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네, 뭐...”
분위기가 그렇게 되니 여자애들 또한 괜히 질투한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선뜻 반대를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
지혜는 속으로 씽긋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훗, 그럼 그렇지. 내 미소에 안 넘어갈 남자는 없다구. 후후.’
그러곤 막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그럼 허락 해주시는 거죠?”
그 말에 과대와 애들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뭐... 그러세요...”
“와아! 고맙습니다!”
지혜는 그러더니 과대부터 시작해서 남녀 가라지 않고 한명씩 다 꼭 포옹을 하며 기쁨을 나눴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우리 친하게 지내요~.”
애들은 남녀 할 것 없이 모두 멋쩍음과 수줍음에 얼굴이 빨개져서 버벅거렸다.
“아, 네...”
“네... 친하게 지내요...”
그렇게 모두와 한 번씩 포옹을 마친 지혜는 애들의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그럼 어서 가요. 늦었어요.”
“네...”
그렇게 애들은 마치 지혜한테 홀린 듯이 MT 장소로 향했다. 마치 지혜가 과대고 다른 애들이 지혜의 뒤를 따라가는 것 같았다. 심지어 몇몇은 벌써 지혜의 넉살에 넘어가 마치 오래만난 친구처럼 즐겁게 수다를 떨며 가고 있었다.
지왕은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와아, 진짜 여우네.’
그러면서 한 달 전에 샛별이가 얼떨결에 지혜한테 넘어가 결국엔 셋이 같이 쓰리썸을 하고 지혜를 자신의 공동 여친으로 받아들인 일이 떠올랐다.
‘정신 바짝 차려야지. 잘못하다간 내 머리 꼭대기에 올라설라.’
그렇지만 진짜 진지하게 그리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생각할수록 재밌고 신기해서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샛별이 또한 지왕과 팔짱을 끼고 뒤따라가면서 지혜의 친화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와아, 대단해...’
MT 장소에 도착했을 땐 지혜는 애들한테 완전히 동화돼 있었다. 심지어 지혜의 미모와 친화력에 질투와 경계심을 갖고 있던 여자애들까지 거의 대부분 지혜와 언니 동생하며 즐겁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완전 특급 분위기 메이커였다.
단 남자애들과는 달리 여자애들 중 몇몇은 끝까지 지혜를 탐탁지 않은 눈초리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애들은 지왕과 샛별이도 탐탐지 않은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애들의 중심에는 과에서 샛별이 다음 가는 퀸카로 평가받는 ‘채리나’가 있었다.
지왕도 대부분의 애들이 이제 자기를 무시하지 않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리나는 여전히 자길 탐탁지 않게 보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딱히 드러내놓고 시비를 건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의식만 하고 못 본 척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왠지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