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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화 〉72화 (72/270)



〈 72화 〉72화

지왕이 갤낚시 모텔에서 채리나를 참교육 시키고 돌아온 뒤, 리나가 화장실에서 애들이 다 보고 있는데도 변기에 앉아서 다리를 벌리고 자위를 하는 모습을 보인 일 때문에 엠티 분위기는 한참 동안 서먹했었다.

그렇지만 지혜 특유의 친화력 덕분에 분위기는 다시 살아났고 지왕과 애들은 술잔, 아니 종이컵을 기울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샛별이 또한 지혜의 친화력과 설레발 덕분에 자기를 내심 시기·질투하던 여자애들, 특히 기존에 리나를 추종하던 여자애들과도 사뭇 가까워질 수가 있었다.


그때 한 애가 샛별이에게 말했다.

“솔직히 너 지왕이랑 사귄다고 했을  좀 황당했었거든? 그런데 아까 화장실에서 리나가 그러고 있을 때 아무도 못 나서고 있는 지왕이가 딱 앞에 나서서 처리하는 모습 보니까 좀 달리 보이긴 하더라.”


샛별이는 방긋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그치? 나도 그런 모습에 반했었어.”

“뭐 그치만 난 얼굴이 중요해서 지왕이랑은 안 사귈 것 같아. 훗.”


하지만 그건 비아냥이 아니라 웃자고 장난스럽게 한 소리였기 때문에 샛별이랑 지혜 모두 화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애들하고 같이 까르르 웃었다. 하지만 지혜는 겉으론 웃으면서도 속으로 피식 콧방귀를 뀌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지 맛을 보면 안 반하고는 못 배길 걸? 흥.’

마치 지왕이 자길 품어준 걸 벼슬인 양 생각하는 듯한 태도였다.

한편 리나는 혼자 구석에서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멀뚱멀뚱하게 있었다.

“...”


아무도 리나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일부러 외면하고 있었다. 괜히 같은 부류로 취급돼서 좋을 게 없다고 생각들을 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여자애들의 경우엔 혹시라도 눈이 마주치면 리나가 아는  하며 다가올까 겁이 나서 완전 피해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리나는 애들이 그런 반응이 그닥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지왕이 자길 쳐다봐주지 않는 게 더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힐끔힐끔 지왕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러나 지왕은 일부러 리나를  본 척 했다. 뭐 막상 육변기로 변하고 나니 흥미가 떨어진 것도 있었고, 지금은 애들과 즐겁게 어울려 노는 것에만 집중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리나는 그냥 좀 적당히 가지고 놀다가 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샛별이는 리나가 불쌍해 보여 자꾸만 눈길이 갔지만 지왕이 리나에게 차갑게 굴고 있었기 때문에 왠지 자기가  대해주면 지왕이 싫어할  같아서 선뜻 가까이 가질 못했다.


‘...’


그런데 웬 녀석이 불쑥 리나에게 슬그머니 다가갔다.  녀석은 창수였다.

창수는 지왕 못지않은 못 생긴 녀석이었다. 다만 허우대는 멀쩡해서 예전의 소심했던 지왕보다는 친화력이 있었기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거나 하진 않고 그냥 두루두루 평범한 교우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창수는 이전에 리나를 대놓고 따라다니던 남자애들, 즉 호구들 중 한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호구들  그 누구도 리나에게 가까이 가는 애들이 없었다. 리나와 같은 취급을 당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창수가 갑자기 리나에게 다가간 것이었다.

모두들 그런 창수에게 대번에 눈길이 갔다. 하지만 누구 하나 대놓고 아는 척을 하는 녀석이 없었다. 그저 마치 약속이나  것처럼 신경 안 쓰는 척하며 힐끔힐끔 쳐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지왕과 샛별이, 그리고 지혜도 마찬가지였다.

‘뭐지?’


솔직히 창수는 인성이 그닥 좋다고 평가 받는 애는 아니었다. 그래서 혼자 있는 리나가 불쌍해 보여서 잘해주려고 다가가는 것은 절대 아닌  싶었다.


창수는 리나에게 종이컵을 건네주고 거기에 소주를 따라주며 말했다.


“괜찮아?”

리나는 얼떨떨해하며 잔을 받았다.


“응...”

“아까  너무 신경 쓰지 마. 애들도 좀 시간이 지나면 이해해줄 거야.”

“응... 고마워...”

“마셔.”

“어...”

리나는 창수가 따라준 소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렇지만 눈은 계속 지왕 쪽을 힐끔 거리고 있었다. 창수는 어리둥절했다.

“왜? 지왕이?”


정곡을 찔린 리나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푹 숙였다.

“아, 아니...”

“너 지왕이 싫어하지 않았어?  욕하고 그랬잖아?”

리나는 얼굴이 빨개져 버벅거렸다.

“아니 그게...”


솔직히 자기도 전에  그랬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아니 그랬다는 사실을 까맣게 있었다. 창수의 말에 뒤늦게 생각이 나긴 했지만 왠지 기억해내기가 싫었다. 불편했다.


“...”


그때 창수가 은근슬쩍 말했다.


“애들 시선 불편하면 나가서 마실래? 내가 같이 마셔줄게.”

“그치만...”

리나는 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지왕의 눈치를 살폈다. 안 그래도 지왕은 창수가 신경 쓰여서 계속 리나 쪽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러다 리나와 눈이 딱 마주쳐 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둘은 동시에 화들짝 놀라며 서로 시선을 피했다.

‘윽, 씨팔.’

지왕은 괜히 얼굴이 빨개졌다. 샛별이와 지혜, 그리고 다른 모든 애들도 내색은 안 했지만 리나와 창수 쪽을 계속 힐끔거리고 있었다.

그때 창수가 리나의 손을 덥석 붙잡으며 말했다.

“나가자.”

그러더니 리나의 의견은 묻지도 않은 채 막 끌고 나갔다. 리나는 얼떨결에 말도 못하고 주춤주춤 끌려나갔다.

“그...”

그러면서도 끝까지 지왕 쪽의 눈치를 살폈다. 지왕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뭐야? 육변기가 되더니 콧대까지 낮아진 거야?’


예전의 리나였다면 아무리 동기라도 남자가 허락 없이 자기 손을 잡는 걸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어딜 만지냐며 따귀라도 한대 때렸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대책 없이 남자한테 끌려나가는 일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그것도 창수 따위한테.

‘하긴 콧대가 살아있으면 육변기가 아니지.’

지왕은 절로 콧방귀가 나왔다. 그렇지만 곧 내색하지 않고 애들과 다시 술을 마시며 놀려고 했는데... 자꾸만 리나한테 신경이 쓰였다. 걱정이 되는 건 아니었는데 뭐랄까, 좀 찜찜했달까?


그래서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고 하고 일어나 슬그머니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그 모습을 샛별이와 지혜가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래서 서로 눈치를 살피며 따라나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다.


“...”


“...”

한편 애들 시선 신경쓰지 말고 술 마시자는 핑계로 리나를 데리고 나간 창수는 리나가 얼마 가지 않아 딱 멈춰서며 더 가지 않으려 하자 혹시나 리나의 마음이 변한건가 싶어 얼른 능청을 떨며 말했다.


“아, 알았어. 저기  쪽에서 마시자.”

리나는 그제야 머뭇머뭇 다시 창수의 손에 끌려갔다. 창수가 가자고 권한 곳은 숙소 뒤쪽 언덕에 있는 쾌 커다란 바위 뒤편이었다. 거기는 밑에서 누가 일부러 올라오지 않는 한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창수는 자신이 입고 있던 점퍼를 밑에 깔며 리나에게 말했다.

“여기 앉아. 여기서 보면 별이 잘 보여.”

리나는 창수가 권하는 대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다시 창수가 따라주는 소주를 조금씩 홀짝 홀짝 마셨다. 창수는 이런저런 시답지 않은 얘기를 하며 리나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니까 말이지... 그때 말이야...”


하지만 리나는 오로지 숙소에 있는 지왕의 생각뿐이었다.


“...”


창수는 리나와 소주를  모금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결국 조바심을 참지 못하고 본색을 드러내며 리나의 옆에 더 바짝 다가앉았다. 그리고 자신의 팔을 리나의 팔에 은근슬쩍 갖다댔다. 리나는 흠칫 놀라며 창수를 쳐다봤다.

“뭐...”


창수의 숨소린 이미 거칠어질 대로 거칠어져서 씩씩대고 있었다. 눈빛엔 짐승 같은 욕정이 가득했다. 그러다 결국 리나의 젖가슴을 콱 움켜잡으며 밀어 자빠트렸다. 리나는 화들짝 놀라며 버둥거렸다.

“왜, 왜 이래?”

그러나 창수는 이미 욕정에 눈이 멀어 왈칵 쏘아붙였다.

“왜 이러긴? 다 알면서. 발랑 까진 주제에.”

그러고선 리나의 옷을 풀어헤치고 바지를 벗기려 들었다. 리나는 바들바들 떨며 반항했다.

“이, 이러지 마! 소리 지를 거야!”


그러나 창수는 오히려 큰 소리를 쳤다.

“질러 봐. 애들이 뭐라 그러나. 아까 그 지랄을 해 놓고도 내가 널 덮쳤다고 믿기를 바라는 거냐? 흐흐.”


창수의  대로였다. 애들에게 들켰을 때 먼저 비명을 지르며 리나가 갑자기 돌변해 옷벗고 덤벼들었다고 둘러대면 과연 온전히 리나 편을 들어줄지 리나 자신도 확신이 서질 않았다.


결국 리나는 소리를 치지 못하고 버둥대며 창수의 손을 뿌리치려고만 했다.

“제발...”

“가만 있어!”

창수는 생각 같아선 리나의 뺨을 후려갈기고 옷을 찢어발기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만약 애들한테 들켰을 때 자신의 알리바이가 먹히지 않을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참았다. 리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흑 이럼 지왕이가...’

리나가 겁내는  창수의 자지가 아니었다. 이제 자지 자체는 두렵지가 않았다. 아까 화장실에서 애들  보는 앞에서 보지를 벌리고 자위를 했어도 창피함이나 수치심 따윈 하나도 느끼지 못한, 이미 육변기가 된 리나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른 남자한테 몸이 더렵혀지면 지왕에게 영원히 버림받게 될까 그게 두려워 소리를 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리나는 지왕의 예상과는 달리 육변기가 되었을지언정 아무 남자에게나 다리를 벌리는 그런 헤픈 여자가 된 건 아니었던 거였다.

결국 리나는  이상 저항을 하지 못하고 다른 애들에게 들키기 전에 빨리 끝내고 돌아가는 쪽을 택했다. 비록 창수에게 몸이 더럽혀져도 다른 애들에게 들키지만 않는다면 지왕도 모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왕아, 미안... 그치만 어쩔 수가 없어...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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