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화 〉73화
리나가 얌전해지자 창수는 씩 웃으며 리나의 가슴을 확 풀어헤쳐 젖을 주물럭대며 젖꼭지를 빨려고 하였다.
“훗, 그럼 그렇지. 걸레년.”
그런데 그때 지왕이 버럭 고함을 쳤다.
“뭐하는 짓이야!”
창수와 리나는 깜짝 놀라 소리가 난 곳을 쳐다봤다.
“앗!”
“지왕아!”
지왕은 분기탱천해 달려와 창수를 냅다 발로 걷어차 버렸다.
“이 자식이!”
콱!
창수는 그대로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나뒹굴었다.
“억!”
리나는 허겁지겁 옷을 여미며 일어났다.
“지왕아, 그게...”
그러나 지왕은 리나의 말을 가로막았다.
“알았어! 얘기는 이따가 해!”
그러더니 다시 창수 위에 올라타 마구 두들겨 팼다.
“이 더러운 자식! 니가 인간이야? 어?”
퍽! 퍽!
창수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정신을 못 차리고 얻어맞았다.
“우왁! 왜 이래? 억!”
“몰라서 물어? 이 변태 자식아!”
퍽! 퍽!
“우왁! 그만해! 으악! 억!”
지왕은 마치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말 그대로 꼭지가 돌아버린 상태였다. 지왕 스스로도 머릿속에 아무 생각이 안 나고 있었다. 그저 미친 듯이 창수를 줘패고 싶었고 또 그러고 있을 뿐이었다.
뒤늦게 비명 소리를 들은 애들이 허겁지겁 언덕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지왕이 눈이 돌아 창수를 두들겨 패고 있는 걸 보고 황급히 뜯어 말렸다.
“왜 이래? 야!”
“그만 둬!”
그러나 지왕은 씩씩대며 애들을 막 뿌리쳤다.
“이거 놔! 이 자식 죽여 버려야 해!”
“왜 이러는데?”
“이 자식이! 이 자식이!”
그러나 지왕은 너무 흥분해서 말이 이어지질 않았다. 애들은 리나가 옷이 헝클어진 채 눈물이 그렁그렁한 걸 보고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
“설마 창수가?”
그 말에 리나는 결국 울음을 빵 터트렸다.
“지왕아, 미안해... 흑...”
그 말에 지왕은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그리고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얼굴로 리나를 쳐다봤다.
‘내가 왜...’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리나에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조금 가지고 놀다가 버릴 생각까지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리나가 창수에 손이 이끌려 밖으로 나가자 자기도 모르게 신경이 쓰여서 따라나왔고 급기야 창수가 리나를 덮치는 걸 보자 빡 돌아서 미친듯이 창수를 두들겨 팼다. 지왕은 그런 자신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된 것이었다. 지왕의 눈동자가 어지럽게 떨렸다.
‘그...’
그때 뒤늦게 달려온 지혜와 샛별이가 발을 동동 구르며 지왕을 걱정스레 살폈다.
“다친 데 없어?”
“괜찮아?”
지왕은 대번에 얼빠진 것처럼 되가지고는 머뭇머뭇 대답했다.
“어... 괜찮아...”
하지만 머릿속은 온통 지금 자신이 리나가 창수한테 당할 뻔한 것 때문에 빡 돈 일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어째서...’
리나는 옷도 다 못 여민 채로 지왕에게 달려와 막 울면서 용서를 빌었다.
“지왕아, 잘못했어. 뿌리치려고 했는데. 그게... 미안해. 흑...”
지왕은 그런 리나를 멍하니 쳐다봤다.
“...”
샛별과 지혜, 그리고 다른 애들은 리나가 왜 지왕에게 울면서 용서를 비는지 이해가 안가 얼떨떨했다.
‘왜...’
‘설마 리나가 지왕이를 좋아하나? 언제부터? 분명 엄청 싫어했었는데...’
지왕은 리나와 샛별이의 부축 아닌 부축을 받고 숙소로 돌아갔다. 리나는 다른 여자애들을 부축을 받아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남자애들은 얼굴이 퉁퉁 부운 창수를 거의 결박하듯이 붙잡고 끌고 내려왔다.
“쓰레기 같은 새끼! 따라 와!”
“으으...”
지왕은 숙소에 도착할 때 즈음이 돼서야 겨우 생각이 조금 정리됐다.
‘그새 정이 든 건가? 아님 그냥 내가 따 먹은 애를 남이 따 먹는 게 싫었던 거?’
아무래도 후자 쪽이 더 가까운 것 같았다. 아니 후자 쪽인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런데 방금 전 리나가 당한 쪽은 자기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울먹이며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었을 때 지왕은 마음이 살짝 흔들렸었다.
‘설마 정이 든 거?!’
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그래! 그냥 내가 따 먹은 애 다른 놈이 따 먹는 게 싫었던 것뿐이야! 어찌 됐든 내 여자, 아니 내 노리개니까. 아무렴, 그렇고 말고. 흥!’
사실이야 어떻든 간에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당황스러웠던 마음이 좀 진정이 되었다. 지왕이 좀 흥분을 가라앉힌 듯 하자 샛별이가 그제야 조심스레 물었다.
“괜찮아? 물 좀 마실래?”
“아냐, 됐어. 미안, 신경 쓰게 해서.”
“아니야. 잘했어. 멋있었어.”
지왕은 얼떨떨했다.
“어?”
“리나를 싫어했을 텐데 그렇게 나서서 도와주다니. 정말 남자다웠어.”
그러자 주변에 있던 여자애들도 같이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그래. 다시 봤어. 잘했어.”
“그래, 잘했어. 정말 멋있었어.”
지왕은 멋쩍어서 얼굴이 빨개졌다.
“그게...”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남자애들도 지왕의 어깨를 툭 치며 한마디씩 했다.
“자식, 싸움은 잼병인 줄 알았는데 좀 하네? 뭐 상대가 창수이긴 하지만 말이야. 후후.”
물론 비아냥이 아니라 칭찬이었다. 그렇게 지왕은 애들과 친해지는 수준을 넘어 단번에 호감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리나 또한 애들 속에 다시 조금은 섞여 들어갈 수가 있었다.
잠시 후 지왕과 애들은 창수를 어떻게 처리할 지를 놓고 의논을 했다.
처음엔 당연히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지왕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샛별이는 혹여 그랬다가 나중에 지왕이 창수에게 보복 같은 거라도 당할까 싶어 걱정이 됐다. 하지만 선뜻 다른 의견을 내지는 못했다. 그때 지혜가 말했다.
“고소는 신중해야 돼. 잘못하다 지왕이가 폭행죄로 맞고소당할 수가 있어.”
그러자 과대가 말했다.
“그렇지만 그건 리나를 구하기 위해서 그런 거잖아요?”
그러나 지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법에선 리나를 구할 때까지만 쓴 폭력을 정당방위로 인정해. 그 이후에 열 받아서 엎어놓고 두들겨 팬 건 정당방위가 안 된다구.”
그 말에 창수를 신고하자고 하던 애들은 죄다 덜컥 말문이 막혀버렸다. 지혜는 계속 말했다.
“내가 알기론 요즘에 법이 바뀌어서 성폭행이 친고죄가 아냐. 그렇다는 건 한번 신고를 하면 아무리 리나 본인이라 하더라도 취소할 수가 없어. 그런데 창수가 복수심에 지왕이를 폭행으로 맞고소를 해 봐. 옛날 같았으면 리나가 창수한테 너한테 건 강간죄 고소를 취하할 테니 지왕이를 폭행죄로 고소한 것도 같이 취소해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게 불가능해. 꼼짝없이 당해야 한다고. 그건 아니잖아? 안 그래? 리나도 원하는 결과가 아닐 테고.”
애들은 계속 뭐라 말을 못했다. 지왕도 마찬가지였다.
‘씨팔, 법이 왜 그 따위야?’
“그럼 어떻게 해요? 그냥 이대로 놔둬요?”
“그건 안 되지. 일단 창수한테서 죄를 인정하는 반성문이랑 음성 녹음을 받아두고 학교를 자퇴하겠다는 약속을 받자. 그럼 간땡이가 붓지 않는 이상 그만두지 않겠어?”
“흐음... 리나 니 생각은 어때?”
리나는 당연히 지왕을 보호하는 쪽의 의견에 찬성이었다.
“난 괜찮아. 지왕이한테 피해만 안 가면 돼.”
그러곤 또 지왕에게 사과를 했다.
“미안, 나 때문에 이런 일이 휘말리게 해서.”
지왕은 한숨이 푹 나왔다.
“하아...”
리나한테 화가 난 건 아니다. 그렇지만 리나가 불쑥 불쌍하게 느껴지는 게 화가 났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마구 걸레처럼 다뤄서 육변기를 만들어놨었는데... 측은함이 느껴지다니. 기분 뭣 같네. 꼭 내가 나쁜 짓을 한 것 같잖아?
결국 지왕은 리나의 사과를 받아줬다.
“괜찮아. 너 원하는 대로 해. 난 상관없으니까.”
그러자 샛별이가 덜컥 걱정이 앞서서 끼어들었다.
“그치만...”
지왕은 손을 들어 샛별이의 말을 가로막았다.
“됐어. 넌 잠자코 있어.”
“지왕아...”
리나는 다시 한번 애들한테 자기의 뜻을 말했다.
“난 정말 괜찮아. 지혜 언니 말대로 해. 창수는 본래 찌질한 애니까 도망갈 길만 터주면 알아서 없어져 줄 거야.”
당사자가 그러는데 다른 사람이 더 뭐라 할 계제가 아니었다. 결국 애들은 지혜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창수는 반성문과 각서를 받은 뒤 바로 쫓아내버렸다.
“꺼져, 새꺄.”
“더러운 자식. 입 함부로 놀리지 마라. 그랬다간 넌 바로 고소야. 알았어?”
그러나 지헤는 왠지 기분이 찜찜했다.
‘과연 쟤가 입을 다문다고 해도 소문이 나지 않을까? 그땐 리나가 가만 있으려나? 흐음...’
지혜는 당연히 리나가 지왕의 정액을 자궁 속에 받고 또 받아먹어서 매혹 성분을 체내에 흡수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또 그런 게 존재한다는 것 자체도 모르고 있었고. 그러니 그런 걱정을 하는 게 당연했다.
‘에잇,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창수를 집으로 쫓아낸 뒤, 당연히 처음엔 엠티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질 않았다. 하지만 지혜의 넉살과 친화력에 채 30분도 되지 않아 분위기는 다시 살아나 술판과 수다판이 벌어졌다.
지왕은 완전 인기인이 돼서 이대로 라면 차기 과대도 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리나 또한 애들과의 거리감이 상당히 줄어서 비록 샛별이가 챙겨준 덕분이긴 했지만 그럭저럭 잘 어울렸다.
그렇게 몇 시간을 부어라 마시라 하며 놀고 나니 서서히 하나 둘 나가떨어지게 시작했다. 1/4 정도는 꽐라가 되거나 술에 취해 잠이 들었고, 술을 별로 마시지 않은 애들도 이야기하다 지쳐서 말수가 점점 줄어들고 끼리끼리 모여 얘기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늘어져 있었다.
지왕과 지혜도 술이 거나하게 취해 거의 방전돼 있었고 술을 거의 마시지 않은 샛별이와 리나도 수다를 떨며 노는 데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결국 지왕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 안 되겠다. 좀 자야지.”
그러자 지혜도 기다렸다는 듯이 따라서 일어났다.
“나도...”
당연히 샛별이도 그걸 보고 같이 일어나 방으로 향했다. 그러나 리나는... 눈치를 보다 결국 따라서 일어나지 못했다. 지금까지 리나를 챙겨줬던 샛별이도 이번만은 같이 들어가서 자자는 말을 하지 못했다. 지혜와는 달리 리나는 지왕의 애인이 아니니까.
“...”
그렇게 지왕은 작은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덮고 잠깐 눈을 붙였다. 샛별이도 지왕의 품에 안겨 눈을 붙였고, 지혜도 지왕의 등 뒤에 꼭 붙어 눈을 붙였다.
잠시 후 지왕이 자고 있는 방의 문이 조용히 빼꼼 열렸다. 그리고 문틈으로 리나가 부러운 눈으로 샛별이와 지혜가 지왕과 같이 자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봤다.
‘좋겠다... 나도 옆에 가서 자면 샛별이랑 지왕이가 싫어할까? 지왕이한텐 못 안겨도 샛별이 옆에서라도 자봤으면...’
그러다 결국 샛별이의 옆으로 와서 조용히 누웠다. 그리고 가만히 웅크린 채 잠을 청했다. 샛별이는 살짝 잠이 깨서 그걸 다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리나가 지왕이한테 붙어 자는 게 아니라 자기의 등 뒤에 붙어서 잠을 청했기에 별다른 의심 없이 그냥 자기한테 의지를 하고 싶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내버려 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