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2화 〉132화 (132/270)



〈 132화 〉132화

지왕은 자신의 가족만 아는 비밀 계곡에서 샛별이와 섹스를 하며 오붓한 시간을 보냈었다. 그러다 돌아갈 시간가 되자 샛별이는 계곡 물로 몸을 씻고 햇볕에 물기를 말린 뒤 옷을 입었다. 아까 빨았던 팬티도 차의 보닛 위에 올려놓고 햇볕에 말린 덕분에 아주 따뜻하고 뽀송뽀송했다.

‘따뜻해~.’

지왕도 옷을 입고 샛별이와 함께 차에 탔다. 샛별이는 차 안에서 거울을 보며 화장도 새로 하고 머리도 매만졌다. 지왕이 정액을 자궁에 두 번이나 싸줘서 기분이 좋아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라랄라~.”

지왕은 픽 웃으며 물었다.


“그렇게 좋아?”


샛별이는 거울을 보며 방긋 웃었다.

“응, 좋아.”

“후후.”


그때 지왕의 폰으로 전화가 왔다. 지혜로부터 온 것이었다. 지왕은 괜히 뜨끔해 머뭇거렸다. 자신이 샛별이와 함께 내려온 걸 지혜는 모르기 때문이었다. 샛별이 또한 지왕이 머뭇거리는 걸 보고 의아해하며 폰 화면을 보다 지혜의 이름이 뜬 걸 보고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언니?”

지왕은 고민하다 결국 전화를 받았다. 지혜는 다짜고짜 물었다.

“집이야?”


지왕은 당황했지만 재빨리 둘러댔다.


“어. 왜?”


“나랑 샛별이가 고른 선물 부모님께서 좋아하셨어?”

“어...”

지혜는 지왕이 말끝을 흐리자 걱정이 돼 다시 물었다.


“그런데 말투가  그래? 별로였구나?”


지왕은 얼른 둘러댔다.

“아냐. 좋아하셨어.”

“그래? 아, 예쁜 여친이 산 거라 말씀드렸어?”

“어...”

지혜는 뭔가 이상했다.


‘흐음, 수상한데?’

지왕이 보통 때라면 이럴 때 “예쁘긴 누가?”라는 식으로 핀잔을 줬을 텐데 오히려 순순히, 그것도 말끝을 흐리며 인정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샛별이가 지왕과 같이 내려갔을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을 못했기 때문에 더 캐묻지 못하고 그냥 넘어갔다.


“뭐 그냥 궁금해서 전화해봤어. 내일 올라오지?”

“어.”

“몇 시 차야?”


“한 3시쯤?”


“그럼 저녁 먹기 전에 도착하겠네?”

“그렇겠지.”


“그럼 같이 저녁 먹자.”

“뭐, 봐서.”

“아, 언니가 찾는다. 이만 끊을게.”

“어.”


전화가 끊어지자 옆에서 숨죽여 통화를 엿듣던 샛별이는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우...”

지왕도 덩달아 긴장이 풀려 픽 웃었다.


“긴장했냐?”

“어...”

“지혜가 너 여기  걸 알면 뭐라고 그러려나?”


“말하지 마~."

"하는 거 봐서.”


“칫.”

샛별이는 그러더니 지왕의 뺨에 귀엽게 쪽 키스를 하며 다소곳이 말했다.

“말하지 말아주세요~.”


지왕은 피식 웃었다.


“훗.”

“헤헤.”

“그럼 갈까?”

“응.”


그렇게 지왕은 차를 몰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다녀왔습니다.”


지왕의 엄마는 환하게 웃으며 둘을 맞았다.

“그래,  놀았어?”


샛별이는 괜히 얼굴이 빨개졌다.

“네...”

“배고프지? 저녁 곧 준비 되니까 조금만 기다려.”


샛별이는 깜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가봐야 해요.”


지왕의 엄마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몇 시 찬데?”

“6시요.”

“응? 왜 그렇게 일찍 가? 저녁 먹고 가. 갈비  하는 중이야.”


“그치만...”


그러자 지왕의 엄마가 샛별이의 손을 꼭 잡으며 자못 간절히 말했다.

“먹고 가. 응?”

샛별이는 난처해하며 지왕을 힐끔 쳐다봤다. 지왕은 샛별이의 편을 들며 엄마에게 말했다.


“너무 늦으면 위험해서  돼. 역 주변엔 노숙자 같은 이상한 사람들도 많단 말이야.”

그러자 지왕의 엄마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니가 같이 가.”


지왕은 어처구니없었다.

“뭐? 그치만 내일 어버이날...”

지왕의 엄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어버이날은 샛별이 데리고 온 걸로 됐어. 그러니  저녁 먹이고 이따 같이 가. 그게 엄마한텐 제일 좋은 선물이야. 알았지?”

지왕은 결국 더 뭐라 하질 못했다.


“나 참...”


샛별이도 말문이 막혀 버렸다.


“...”


지왕의 엄마는 샛별이의 마음이 바뀔세라 얼른 손을 잡고 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럼 지왕이랑 놀고 있어. 알았지?”


샛별이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네...”

지왕의 엄마는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방문을 닫고 나갔다. 지왕은 못내 곤란해하며 샛별이에게 말했다.

“미안.”

“아냐...”


“대신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


샛별이는 이내 얼굴이 밝아졌다.

“응.”

다시 생각해보니  늦게 간다한들 어차피 어버이날은 내일이기 때문에 하루 좀 피곤하면 되는 거고, 오히려 덕분에 지왕과 같이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하고 지왕과 상의해서 열차앱으로 티켓을 변경했다.

그리고 푸짐한 저녁을 먹고 지왕의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지왕과 지왕의 엄마와 함께 역으로 향했다. 역에 도착하자 지왕의 엄마는 못내 아쉬워하며 샛별이의 손을 꼭 붙잡았다.

“자주 놀러오고. 응?”

샛별이는 송구스러워하며 대답했다.


“네,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우리가 더 고맙지. 지왕이랑 헤어지면 안 된다? 꼭 결혼까지 해야 돼? 알았지?”


샛별이는 얼굴이 빨개졌다.

“네...”

지왕은 창피해하며 엄마한테 핀잔을 줬다.


“에이 쓸데없는 소리는. 샛별아, 가자.”

“응... 안녕히 계세요.”

“그래! 잘 가! 지왕이 너 집에 잘 데려다 주고!”


“알았어! 들어 가. 으이구, 호들갑은.”

샛별이는 수줍게 웃으며 지왕에게 핀잔을 줬다.

“그래도 감사하잖아. 예뻐해 주시니까.”


“훗.”


그리고 둘은 열차에 탄 지 1시간 반 만에 서울에 도착했다.

“피곤하지? 택시 타고 가자.”

“아냐. 버스 타고 가.”

“됐어. 그냥 택시 타고 가. 엄마가 돈 줬잖아.”


“그치만...”

“자꾸 그러면 혼자 보낸다?”

“알았어...”


“훗, 가자.”


“응.”


둘은 그렇게 택시를 타고 샛별이의 집으로 향했다. 샛별이는 택시가  앞에 도착하자 얼른 지왕에게 말했다.


“난 내릴 테니까  이거 타고 바로 가.”


그러나 지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됐어. 아저씨, 저희 여기서 내릴 게요.”

“야아.”

“됐으니까 얼른 내려.”

“히잉...”

지왕은 그렇게 택시비를 지불하고 샛별이와 함께 내렸다. 그러곤 샛별이의 집 대문 앞에서 여전히 툴툴대며 입이 나와 있는 샛별이를 꼭 안아주었다.


“훗.”

샛별이는 얼굴이 빨개져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러지 마. 사람들이 보면 어쩌려구...”

지왕은 픽 웃으며 속삭였다.

“앙탈부리는 거야?”

샛별이는 뺨을 붉히며 입을 삐죽거렸다.

“칫.”

지왕은 삐죽거리는 샛별이의 입에다가 쪽 키스를 해주었다. 샛별이는 지왕의 품 속에서 움찔 하며 파르르 경련했다.

“하앙~...”

“그럼 쉬어.”

“응. 너도  가.”

“그래.”


샛별이는 그렇게 작별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들어갔다. 지왕은 샛별이가 들어가고 나자 부쩍 더 피곤이 몰려왔다.

“후우...”


택시를 타고 돌아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시간이 늦어서 버스도 그닥 붐비지 않을 것 같아 걸어서 정류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버스엔 자리가 넉넉했다.

“휴우... 피곤하다...”

그리고 집 근처 정류장에 내린 지왕은 자취집으로 걸어가다 문득 과일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응? 과일 가게가 있었나?    같은데... 새로 생겼나?’

가게는 주인과 점원 정도로 보이는 30대 전후의 두 여자가 슬슬 문을 닫으려는 듯 가게를 정리하고 있었다.

‘배나 하나 사갈까?’


저녁에 갈비찜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지 속이 좀 니글니글한 것 같기도 하고 또 시원한  먹고 싶은 마음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가게로 갔는데 두 여자 중 한명이 아는 얼굴이었다.


그녀는 바로 지혜가 알바를 하는 편의점의 여사장, 진수진이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줄곧 똥꼬만 따였던 비운(?)의 여자... 수진도 지왕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지왕은 습관처럼 반말로 대답을 하려다 수진 옆의 여자와 눈이 마주치고는 얼른 존댓말로 바꿨다.

“아... 네... 여긴 어쩐 일로...?”


설마 그새 편의점이 망한 건 아닐 테고...

수진은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동생이 오늘 과일 가게를 열어서요. 도와주러 왔어요.”

“아... 네...”

그때 수진의 동생이 수진에게 물었다.

“누구...?”

“아, 우리 편의점 단골이셔.”

“아... 안녕하세요?”

지왕은 얼떨결에 같이 인사를 했다.


“네, 안녕하세요?”


수진의 여동생은 수진만큼이나 미모가 출중했다. 32살인 수진도 그 나이 대에서는 어디 가서 빠지는 않는 외모였는데, 여동생은 수진과 닮았으면서도 젊기까지 해서인지 더 예뻐 보였다.

‘미시인가?’


약간 유부녀 냄새가 나긴 했지만 확실치는 않았다. 수진의 여동생이 지왕에게 물었다.


“뭐 사시게요?”


“아, 배나 하나 사 가려구요. 하나도 살 수 있죠?”


그러자 수진이 제 여동생이 대답도 하기 전에 먼저 대답했다.

“그냥 서비스로 드릴게요. 대신 자주 와주셔야 해요?”

지왕은 수진의 여동생의 눈치가 보여 얼른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드릴게요.”


그러나 수진은 이미 비닐 봉지에 배는 물론 옆에 있는 사과까지 하나 덤으로 담고 있는 중이었다. 지왕은 얼른 지갑에서 5천 원짜리 지폐 하나를 꺼내 수진의 여동생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수진의 여동생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그냥 가져가세요.”

“그치만...”

“개업 선물이라 생각하세요.”

결국 지왕은 마지못해 수진이 건네주는 비닐봉지를 받아들었다.

“그럼... 감사합니다...”

그런데 수진이 비닐봉지를 건네주면서 불쑥 지왕에게 몰래 속삭였다.

“제 동생 예쁘죠?”


지왕은 얼떨떨해하며 수진을 쳐다봤다.

“에?”

그러자 수진이 다시 한 번 지왕에게 은근슬쩍 속삭였다.

“동생하고 하게 해 드릴 테니까 저 이번엔 똥꼬 말고 거기에다 넣어주시면  돼요?”

지왕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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