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1화 〉141화
지왕은 리나와 학교 도서관에 가던 도중 그 앞에서 다단계에 찌들어 있는 여자애를 만났었다. 그 여자애는 지왕을 다단계에 끌어들이려 했지만 지왕은 당연히 무시하고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갤낚시 모텔 여직원인 대쥬리로부터 ‘그 여자애를 데리고 학교 서문 밖에 있는 차’에 데리러 오라는 메시지가 와서 갔다니, 그 차는 다름 아닌 야동에서 많이 봤던, 안에선 밖이 다 보이지만 밖에선 안을 볼 수 없는 ‘매직 미러’ 트럭이었다.
외벽이 매직미러로 된 트럭의 짐칸 안은 가운데에 2명 정도가 나란히 앉을 수 있는 크기의 밝은 아이보리 색 쿠션이 하나 놓여져 있었고 그 외엔 마치 새로 지은 원룸처럼 깔끔했다.
쥬리는 방긋 웃으며 다단계녀와 지왕, 리나에게 차례로 말했다.
“아가씨는 이쪽에 앉으시고요, 지왕 님과 리나 씨는 이쪽 반대편에서 구경을 하시면 돼요.”
리나는 깜짝 놀라며 쥬리를 쳐다봤다.
“어떻게 제 이름을...”
지난 번 엠티 때 샛별이한테 대들다가 지왕에게 머리채를 잡혀 갤낚시 모텔로 끌려간 뒤 조교를 당했었기 때문에 쥬리가 리나를 기억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리나는 그때 조교 뒤 기억 삭제 주사를 맞았었기 때문에 쥬리를 기억하지 못했다.
쥬리는 생긋 웃으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지왕 님께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아...”
그런데 리나는 그 말이 왠지 기분이 좋았다. 지왕이 자기를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했다는 건 자길 인정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었다.
‘히힛.’
쥬리는 리나가 좋아하자 속으로 피식 웃었다.
‘후후.’
소파에 앉은 다단계녀는 잔뜩 주눅 든 표정으로 눈치를 살피다 쥬리에게 물었다.
“저... 알바는 어떤 거...”
지왕이 여기에 데려올 때 ‘시간당 100만원을 벌 수 있는 알바를 소개시켜주겠다’고 꼬셔서 온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단계녀는 다단계 때문에 엄청난 빚을 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 푼이 아쉬운 실정이었다. 그래서 키스방 같은 데서 알바라도 해야 하나 잔뜩 고민까지 하고 있을 정도였다. 쥬리가 지왕에게 고액 알바를 핑계로 꼬셔오라고 한 것도 다 그 같은 사정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쥬리는 손에 들고 있던 돈봉투에서 노란 지폐 뭉치를 꺼내 보여주며 말했다.
“뭐 별 건 아니에요. 그냥 설문 조사에 응해주시면 그때마다 돈을 드릴 거예요.”
다단계녀는 쥬리가 들고 있는 5만원 짜리 지폐 묶음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완전 시선을 빼앗겨버렸다. 너무 설레서 심장이 다 벌렁 거릴 정도였다.
‘정말로 저걸 다?’
한눈에 봐도 백장 정도는 되어 보였다. 쥬리는 웃으며 말했다.
“이건 5만원 짜리 백장이에요. 만약 설문에 잘 응해주시면 이것보다 더 드릴 수도 있어요.”
다단계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것보다 더요?”
“네. 그럼 참여하시겠어요?”
“네! 할게요!”
다단계녀는 하겠다는 의지가 완전 하늘을 찔렀다. 다단계 때문에 고민에 잔뜩 찌들어 있던 얼굴도 대번에 환하게 피어났고 눈에도 생기가 가득해졌다.
지왕도 액수의 스케일이 적잖이 놀란 상황이었다. 리나는 말할 것도 없었다.
‘거 참 스케일 한번 크네.’
‘도대체 무슨 설문이길래...’
쥬리는 처음엔 간단한 질문부터 시작했다.
“이름이 뭐죠?”
다단계녀는 바로 대답했다.
“신지은이요.”
쥬리는 질문에 대답한 대가로 지은에게 5만원을 줬다. 지은은 돈을 받으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엣?!”
어찌나 흥분을 했는지 손이 다 덜덜 떨렸다.
‘정말로 줬어!’
쥬리는 생긋 웃으면서 다음 질문을 했다.
“나이는요?”
지은은 완전 흥분해서 바로 대답했다.
“20살이요.”
쥬리는 이번에도 질문에 답한 대가로 5만원을 줬다. 지은은 완전 신이 났다.
‘와아...!’
쥬리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학교는 당연히 지왕 님과 같은 학교일 테니 물어볼 필요가 없을 테고...”
그러면서 힐끔 지은의 눈치를 살폈다. 지은은 돈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갔다는 생각에 좋다 만 표정이었다.
‘...’
쥬리는 씨익 웃었다.
‘후후.’
한편 지왕은 잔뜩 조바심이 난 표정이었다. 지금 눈앞의 광경이 야동 속 장면이었다면 초반 질문을 하는 내용은 건너뛰고 바로 옷을 벗기는 장면으로 빨리감기를 했을 텐데 현실이라 그러질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빨리 벗겨! 벗기라고!’
쥬리는 지왕의 조바심 난 표정을 보고 씽긋 웃었다.
‘후후.’
쥬리와 눈이 마주친 지왕은 멋쩍어서 얼굴이 빨개졌다.
“아... 험 험.”
쥬리는 또 지은에게 물었다.
“첫 키스는 언제 했죠?”
질문의 스타일이 갑자기 바뀌자 지은은 살짝 당황했다.
“그게... 아직...”
지왕은 저도 모르게 눈이 휘둥그레져서 물었다.
“그럼 숫처녀?”
지은은 얼굴이 빨개졌다.
“엣?”
그러자 쥬리가 씽긋 웃으며 지은을 재촉했다.
“답하지 않으면 설문은 여기서 끝나요.”
쥬리의 센스에 지왕은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응, 응. 얼른 대답해.”
지은은 결국 고개를 푹 숙인 채 머뭇머뭇 대답했다.
“네...”
쥬리는 방긋 웃으며 지은에게 또 5만원을 건네줬다. 지은은 쥬리가 주는 돈을 얼른 받아 아까 받았던 돈과 함께 품에 꼭 품었다.
방금 전까지 쉽게 돈을 번다는 생각에 잔뜩 흥분해 있던 모습은 어느 새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오히려 지금은 마치 고양이 앞의 쥐마냥, 아니 깡패에게 속아 얼떨결에 성매매업소에 발을 들인 순진한 여자애마냥 잔뜩 불안해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
쥬리는 생긋 웃으며 지은을 다독였다.
“그렇게 겁먹지 않으셔도 돼요. 긴장 푸세요.”
지은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하지만 긴장은 전혀 풀리지 않았다.
‘...’
보통의 여자애 같았다면 이쯤에서 뭔가 불길함을 느끼고 15만원을 번 것에 만족하며 허겁지겁 매직미러 호에서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은은 다단계 때문에 진 빛이 수천만 원 대였기 때문에, 게다가 그 중엔 사채도 섞여 있었기 때문에 돈이 정말 간절했다. 그래서 애써 불안감을 감추며 계속 앉아있었다.
‘...’
쥬리는 리나를 가리키며 지은에게 말했다.
“이 분이랑 키스하면 5만원을 드릴게요.”
지은과 리나는 동시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
“네?!”
지은은 놀란 눈으로 리나를 쳐다봤다. 리나는 지왕을 쳐다봤다.
“이건 뭐...”
지왕은 씩 웃으며 리나에게 말했다.
“시키는 대로 해.”
리나는 거듭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치만...”
지왕은 리나를 쏘아보며 으름장을 놨다.
“어허!”
리나는 움찔했다.
“...”
그러곤 할 수 없이 머뭇머뭇 지은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지은은 가슴이 철렁 했다.
“어째서...”
리나를 바라보는 지은의 눈빛이 어지럽게 흔들렸다. 하지만 리나는 지은 만큼은 떨지 않았다. 갑작스런 전개에 조금 당황을 했을 뿐 여자와의 키스 따윈 이미 지혜와 쓰리썸을 하면서 해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간 육변기로 조교도 잘되어 있었고.
쥬리는 머뭇거리는 지은에게 겁을 줬다.
“여기서 포기하면 설문은 끝이에요.”
“그치만 이건 설문이...”
“체험형 설문이에요.”
“체험형 설문이요?”
“네. 쉽게 말하면 몸으로 대답을 듣고 반응을 평가하는 거예요. 그러니 하려면 하고 말려면 이만 그 돈 가지고 나가세요.”
“그치만...”
그러자 쥬리는 아주 냉담하게 말했다.
“그럼 설문은 이걸로...”
지은은 화들짝 놀라며 얼른 말했다.
“할게요! 할 테니까...”
쥬리는 씨익 웃었다.
“그럼 얼른 하세요.”
“네...”
지은은 그러고선 옆에 앉은 리나를 쳐다봤다. 당황하는 지은과는 달리 리나는 이미 아주 차분해져있었다. 그 때문에 지은은 더 당황스러웠다.
‘어째서... 저 남자랑 도대체 무슨 관계이길래... 아님 그냥 레즈비언?’
지은이 얼른 키스를 하지 않자 쥬리가 돌연 버럭 호통을 쳤다.
“지금 이게 장난인 줄 아세요?”
지은은 놀라 쥬리를 쳐다봤다.
“네?”
“우리가 비싼 돈 들여서 장난하는 줄 아시냐고요!”
“아니, 그게...”
“3초 드릴게요. 안하면 이걸로 설문을 끝이에요.”
“그...”
결국 지은은 눈을 꾹 감고 리나에게 입을 맞췄다.
‘읍.’
chu...
리나와 입술이 물컹 닿자 심장이 막 방망이질 쳤다.
‘첫 키스를 여자랑...!’
지왕은 흡족해하며 지은에게 말했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돈은 안 줄 거야. 리나야, 제대로 빨아 줘.”
그러자 리나는 지은을 와락 안으며 입술을 쪽쪽 빨기 시작했다.
“하흥~ (쯉 쪽 쪽)”
지은은 당황해 버둥거렸다.
“엣?! 자, 잠깐! 웁! (쮸릅 쪽 쪽)”
하지만 선뜻 리나를 밀쳐내지 못했다. 생애 첫 레즈 키스를 하는 것에 대한 당혹감 때문이기도 했고 그랬다간 더 이상 돈을 받지 못할 것이란 걱정 때문이기도 했다.
“으으... 우움. (쮸릅 쪽 쪽)”
머릿속이 점차 멍해졌다. 그리고 몸의 힘도 쭉 빠졌다. 그 바람에 입술이 힘없이 벌어지며 혀가 살짝 나왔다.
“흐응~...”
그러자 리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지은의 혀까지 쪽쪽 빨았다.
“하흥~ (쮸릅 쪽 쪽)”
지은은 완전 넋이 나가 흥분과 당혹감에 부들부들 떨었다.
“흐응~.. (쮸릅 쪽 쪽)”
리나는 지은의 혀와 입술을 한껏 빤 다음에 입술을 뗐다.
“흐응~...”
둘의 입술은 키스하면서 묻은 침으로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리나의 뺨은 흥분으로 살짝 상기돼 있었고 지은은 얼굴 전체가 완전 발갛게 상기돼 있었다. 눈도 살짝 풀려 있었다.
‘하흐응~... 하고 말았어... 여자랑 키스를...’
쥬리는 지은의 손에 5만원을 쥐어주었다.
“잘 했어요.”
하지만 지은은 정신이 너무 멍해 있었던 나머지 자기의 손에 돈이 쥐어지는 줄도 잘 몰랐다. 그저 반사적으로 지폐가 손에 닿자 꼭 쥐었을 뿐이었다.
“하흐응~...”
쥬리는 이번엔... 돈 뭉치를 지왕에게 줬다.
“이제부턴 지왕 님이 해보세요.”
지왕은 반색했다.
“오~! 땡큐.”
그러고선 지은을 쳐다보며 씩 웃었다.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후후.”
하지만 지은은 여전히 첫 레즈 키스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숨을 꼴깍 거리고 있었다.
‘하흐응~... 이게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