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1화 〉151화
지왕은 킥킥 웃으며 샛별이의 머리를 쓰담쓰담해줬다.
“잘했어. 이제 가서 밥 해.”
“응...”
샛별이는 그렇게 대답하고선 수줍어하며 얼른 싱크대 쪽으로 후다닥 갔다. 그리고 지혜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방금 전 자신이 한 대담한 짓에 대한 무안함을 잊으려 제육볶음을 만드는 데에 열중했다.
“...”
지왕은 발가락으로 지혜의 보지를 쿡쿡 찌르며 장난을 쳤다.
“너도 그만 싸고 밥해.”
지혜는 그때마다 움찔 움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보지를 벌름거렸다.
“하흣! 그만 해... 아흐응~...”
잠시 후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샛별이와 지혜가 만든 따끈따끈한 제육볶음과 밥이 완성되었다. 지왕은 둘과 상을 놓고 마주앉아 우선 제육볶음 맛부터 봤다.
“와~, 맛있겠다. 그럼... (우물우물)”
샛별이와 지혜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제발 맛있어라, 맛있어라...’
‘맛있다고 해줘!’
마침내 지왕이 제육볶음을 꿀꺽 삼켰다.
“후~...”
지혜는 거의 자기가 만든 것도 아니면서(조금 돕긴 했지만...) 조바심을 못 참고 물었다.
“어때? 맛있어?”
지왕은 보통 때라면 잠시 뜸을 들이며 애를 태웠겠지만 너무 맛있었던 나머지 바로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오! 맛있어! 엄마가 한 거랑 똑같애!”
샛별이와 지혜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히힛!”
“너희들도 먹어.”
“응.”
그런데 지혜는 밥을 몇 숟가락 먹다 물고 불쑥 지왕에게 물었다.
“이번 주말 어떡할 거야?”
지왕은 어리둥절했다.
“어? 뭐가?”
“뭐긴, 이번 주 토요일 날 우리 사귄지 100일 되는 날이잖아.”
지왕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하지만 토요일이 100일 기념일이란 걸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다만 ‘샛별이와의 100일’만을 생각해왔었기 때문에 당황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샛별이와 첫 섹스를 하고 사귀기로 한 날 지혜와도 섹스를 했었다. 샛별이와 섹스를 하기 전 새벽에 편의점에 들렀었다가 삥을 뜯기고 억울해할 때 폰팔이를 만나 갤낚시 폰을 얻었었고 그걸로 지혜를 흥분시켜 흥분발작을 치료해준다는 명목으로 달래가며 질싸를 해줬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첫 섹스였을 뿐이었고 그땐 지혜와의 관계가 이렇게까지 발전할 줄은 몰랐었다. 그래서 그 날은 지왕의 머릿속에 ‘샛별이와 첫 섹스를 하고 사귀기로 한 날’로만 기억되어 있었다.
한편 샛별이도 지혜의 말을 듣고 적잖이 놀란 상태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친과 100일을 맞는다는 설레임에 100일 기념일이 지혜와 겹친다는 사실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고, 그래서 다른 때라면 몰라도 100일 기념일만은 지왕이 자기와 단 둘이 보내려고 조치를 해줄 것이라 당연히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하지만 지혜는 샛별이·지왕과는 달리 자신의 100일 기념일이 샛별이와 겹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왕이 자신과의 100일 기념일을 잊고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넌지시 말을 꺼낸 것이었다.
지왕은 당황하는 샛별이와 은근히 발칙한 표정을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지혜를 보고 난감해하며 아무 말도 못하였다.
‘씨발, 깜박했다...’
샛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
지혜 또한 겉으론 능청스러운 척을 하고 있었지만 속으론 내심 자신의 처지가 서글프고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자신이 샛별이한테 밀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렇게라도 해서 샛별이에게 치이지 않으려고 발악하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
그리하여 결국 자기가 먼저 지왕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다. 물론 그 해결책도 미리 생각을 해뒀던 것이었다.
“나랑 샛별이가 끝내주는 이벤트 준비해놓을게. 그러니 너도 멋진 선물 준비해야 해. 알았지?”
그러면서 옆에 앉은 샛별이를 꼭 껴안으며 뺨을 부비부비 비볐다.
“샛별아, 우리 그날 지왕이 완전 뿅 가게 만들어버리자. 알았지? 헤헷.”
샛별이는 얼굴을 붉히며 난처해했다.
“언니...”
지혜 또한 그 분위기가 못내 멋쩍었지만 일부러 티를 안 내려고 샛별이의 젖가슴과 보지를 주물럭거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오늘부터 특훈이야. 히히.”
샛별이는 움찔 놀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흣, 언니 그만해요... 하앙~...”
지왕은 지혜가 무리를 하고 있는 모습이 훤히 다보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혜도 똑같이 100일 기념일을 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알았어.”
지왕의 말에 지혜는 방긋 웃으며 샛별이를 거듭 꼭 껴안았다.
“히힛.”
샛별이도 결국 당황했던 마음이 조금 누그러져서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
지왕은 다소 덤덤하게 둘에게 말했다.
“먹어.”
지혜는 방긋 웃으며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응.”
샛별이도 놓았던 수저를 들었다.
“응...”
그리고 같이 밥을 먹었다. 하지만 밥상의 분위기가 아까보단 조금, 아니 많이 조용해졌다. 셋 다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거의 말이 없었다.
“...”
“...”
“...”
이튿날 지왕은 갤낚시 모텔을 방문했다. 그곳 여직원인 쥬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카운터엔 쥬리가 있었다. 쥬리는 반갑게 인사를 했다.
“어서오세요. 오늘은 별일이 없는 데도 오셨네요?”
지왕은 픽 웃었다.
“다 알면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폰팔이와 쥬리는 지왕이 처한 상황이나 마음을 언제나 정확히 꿰뚫어보고 그때 그때 알아서 도움을 줬었다. 쥬리는 생긋 웃었다.
“후후.”
그러곤 모텔에 있는 까페로 지왕을 안내했다.
“그럼 앉아서 얘기할까요?”
“어.”
“홍차 괜찮으시죠?”
“응.”
쥬리는 까페 직원에게 말했다.
“여기 홍차 둘.”
“네.”
그리고 금방 미리 만들어놨던 것처럼 홍차가 나왔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아, 고마워요.”
쥬리는 차를 마시며 말했다.
“100일 선물 때문에 그러시죠?”
“어. 그리고 이벤트에 대해서도. 내가 이런 걸 해본 적이 있어야지.”
갤낚시 폰을 얻기 전까진 모쏠 아다였으니까.
“아무래도 선물은 커플링이 낫겠죠?”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근데 상대가 둘이잖아? 그래서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해서...”
그러나 쥬리는 아주 명쾌하게 정리를 해줬다.
“그렇다고 안 주면 더 큰일이 나겠죠.”
“하긴...”
“그럼 커플링은 제가 준비를 해드릴게요.”
“어? 그래도 돼?”
“물론이죠. 그리고 이벤트 룸도 특별히 마련해 놓을게요. 지왕 님은 몸만 오시면 돼요.”
뭐 선물을 대신 준비해준다는 것은 의외였지만 이벤트 룸은 당연히 제공해줄 거라 생각했었기 때문에 지왕은 덤덤히 받아 들였다.
“어, 고마워. 그런데 이벤트는 어떤 걸로 하지? 추천해줄만한 거 있어?”
“그 점은 걱정 마세요. 이벤트 룸에 오시면 바로 감이 잡히실 거예요. 그리고 그 날은 지혜 씨랑 샛별 씨가 이벤트를 마련하기로 했잖아요?”
지왕은 킥 웃음이 나왔다.
“하긴, 딴은 그렇네. 난 선물을 주고 장소를 제공하면 이벤트는 걔들이 하고. 후후.”
“아. 그리고 그 날 지왕 님께도 아주 특별한 선물을 드릴게요.”
“특별한 선물? 나한테?”
“네. 아주 깜짝 놀라실 거예요.”
“뭔데?”
“비~밀~이에요. 후후.”
“나 참.”
설마 얘도 참전하는 건가? 그리고 포썸? 후후.
‘아, 그러고 보니...’
쥬리가 지난 번에 직원은 원칙적으로 손님과 섹스를 할 수 없지만(물론 유사 성행위는 되지만) 특별한 조건을 충족하면 가능해 진다고 말했던 게 생각이 난 것이었다.
‘설마 그게 샛별이와의 100일? 흐음...’
그때 쥬리가 지왕의 속마음을 꿰뚫어본 것처럼 생긋 웃으며 말했다.
“지금 생각하고 계신 건 아니에요.”
지왕은 깜짝 놀랐다.
“어? 설마 지금 내 마음 읽은 거야?”
“네. 그러니 사장님 앞에서도 생각하시는 거 주의하세요. 사장님도 지왕 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니까 말예요.”
지왕은 괜히 주눅이 들었다.
“어... 응... 아, 근데 그런 능력은 어떻게 갖게 된 거야? 그것도 갤낚시 폰의 기능인 건가?”
쥬리는 생긋 웃으며 아까랑 똑같은 말을 했다.
“비~밀~이에요. 후후.”
“나 참. 뭔 비밀이 그렇게 많아?”
“언젠간 다 아시게 될 거예요.”
그런데 지왕은 왠지 그 날이 무조건 기다려지진 않았다. 뭐랄까, 왠지 너무 많이 알게 되면 다칠 것 같은 기분?
“그럼 이만 갈게. 잘 준비해 줘.”
“네.”
지왕는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모텔에서 나왔다.
잠시 후 쥬리가 모텔에서 나와 누군가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무언가를 제안했다. 그러자 그녀는 곧장 기뻐하며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날 이후 그녀는 매일 같이 갤낚시 모텔에 드나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토요일이 되었다. 지왕이 지혜, 샛별이와 사귀게 된지, 또 섹스를 하게 된지 100일째가 되는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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