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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3화 〉153화 (153/270)



〈 153화 〉153화

지왕은 지혜, 샛별이와 사귄지 100일이 되는 날을 기념하기 위해 둘을 갤낚시 모텔로 데려왔다. 폰팔이와 모텔 여직원 쥬리는 어느 새 모텔 구조와 디자인을 해외 휴향지의 1급 관광호텔처럼 싹 바꿔놓고 모텔의 모든 직원들과 함께 나와 지왕 일행을 맞이했다. 그런데 지왕은 쥬리의 옆에 메이드 복장을 하고  있는 여자애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넌...?!”


그 아이는 바로 리나였다. 지난  엠티  샛별이와 싸웠다가 지왕에게 조교를 당하고 순종적인 육변기가 됐었던  채리나.

며칠 전 쥬리가 모텔을 찾은 지왕과 100일 기념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를 한 뒤 곧바로 모텔을 나가서 만났던 여자애가 바로 리나였던 것이었다. 그때 쥬리는 리나에게 토요일에 갤낚시 모텔에서 지왕이 지혜·샛별과 함께 100일 기념일 이벤트를 할 것이라는 걸 말해주면서 그  모텔에서 1일 알바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었다.

리나는 처음엔 뛸 듯이 기뻐했지만 곧 혹여 지왕이 허락도 없이 그리 했다고 화를 낼까봐 걱정했다. 이에 쥬리는 자기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절대 그럴 일 없을 거라고 안심시켰다. 그리하여 결국 리나는 쥬리의 말대로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매일 갤낚시 모텔로 와서 쥬리한테 이런 저런 훈련을 받았다. 물론 기억 삭제 주사와 편집 주사를 맞아서 자기가 온 곳이 평범한 모텔이 아니란 걸 모르고 있었다.


샛별이와 지혜도 뒤늦게 리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리나야?”

“뭐야? 여기서 일했던 거야?”


리나는 쥬리의 눈치를 힐끔 보며 머뭇머뭇 고개를 끄덕였다.


“응...”

지왕은 어이없어하며 쥬리를 쳐다봤다. 쥬리는 씽긋 능청스럽게 웃었다.

‘...’

지왕은 헛웃음이 나왔다.


‘무슨 꿍꿍이야?’


하지만 쥬리나 폰팔이가 자기한테 해가 될 일을 하지는 않을 거란 생각에 일단 모른 척 넘어갔다. 대신 애꿎은 리나한테만 찌릿 야리는 눈빛을 날렸다.


리나는 껌뻑 기가 죽어 고개를 푹 숙였다.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괜히 한다고 했나? 화났나 봐...’

쥬리는 앞으로 나와 지왕에게 물었다.

“식사부터 하실 거죠?”

지왕은 일단은 사전에 협의한 대로 대답했다.

“어.”

“이리로 오세요.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응.”

지왕은 그러고서 쥬리의 뒤를 따라갔다. 샛별이와 지혜도 지왕과 리나, 그리고 쥬리와 폰팔이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 같은 것에 주눅이 든 채로 묵묵히 지왕의 뒤를 따라갔다.

“...”


“...”

그러면서 메이드 직원들에 섞여 자신들의 뒤를 따라오는 리나를 힐끔힐끔 돌아봤다. 리나는 자신을 바라보는 둘의 눈빛이 부담스러웠지만 쥬리에게 훈련 받은 대로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셋의 뒤를 따라갔다.

“...”

폰팔이와 쥬리가 지왕 일행을 데려간 곳은 거대한 규모의 연회장이었다. 수백 명을 모아놓고 결혼식이나 공연을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넓은 곳이었다. 게다가 홀은 무슨 베르사이유 시대의 궁전 연회장처럼 실내가 아름답고 기품 있게 꾸며져 있었다. 그곳에도 홀의 운영을 책임지는 호텔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지왕 일행에게 인사를 했다.

“어서오세요.”


지혜와 샛별이는 예상치 못한 스케일과 분위기에 압도된 나머지 좋아하기보단 오히려 기가 죽어 말도  꺼내고 있었다.

‘와아...’


‘대단해! 이런 델 예약한 거야?’

그러다 동시에 깜짝 놀라 지왕에게 꼭 붙어 속삭였다.

“여기 비싼 데 아냐?”


“미쳤어? 이런 델 왜 예약했어?”


지왕은 피식 웃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꾸했다.

“걱정 마.  공짜니까.”


둘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하지만 지왕의 말이 곧이곧대로 믿어지지 않았다. 자신들을 안심시키려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거짓말. 우리 안심시키려고 거짓말 하는 거지? 그치?”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쥬리가 돌아서서 대신 대답을 해주었다.


“지왕 님 말씀이 맞아요. 이벤트에 당첨되셨기 때문에 오늘 하루 모든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될 것입니다.”

둘은 또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에?!”

“그럼 진짜?”

그러고는 더는 뭐라 하지 못하고 입이 떡 벌어진 채 쥬리를 따라갔다.


‘와아!’


‘대단해!’


쥬리는 연희장 한 가운데에 유일하게 있는 둥근 테이블로 지왕 일행을 안내했다.


“앉으세요.”


그러자 리나를 비롯한 메이드 3명이 얼른 나와서 의자를 뒤로 빼줬다. 당연히 리나는 지왕이 앉을 의자를 빼줬다.


지혜와 샛별이는 못내 어색해하며 의자에 앉았다.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지왕은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앉았다.

“...”

그러다 리나가 의자를 앞으로 도로 미느라 얼굴이 가까워졌을 때 조용히 속삭였다.

“쥬리가 시킨 거지?”

리나는 멈칫했다.

“어?”

그러나 다른 메이드들이 제자리로 돌아갔기 때문에 얼른 허둥대며 그들을 따라 원래의 대열로 돌아갔다.


“...”


폰팔이는 테이블 앞으로 나와 웃는 얼굴로 옆의 쥬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앞으로 모든 서비스는 여기 부지배인이 도와드릴 것입니다. 아무래도  있어봐야 분위기만 깰 테니까요.”

샛별이는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아, 아니에요.”


폰팔이는 씽긋 웃었다.

“역시 듣던 대로 착하신 분이시군요.”

샛별이는 얼굴이 빨개졌다.


“아니 그게...”


“후후, 모쪼록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돌아가시길 빕니다. 전 돌아가실 때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폰팔이는 그러곤 가볍게 목례를 한 뒤 홀을 나갔다. 이어서 쥬리가 테이블 앞에 나와 말했다.

“음식은 지왕 님께서 미리 주문하신 대로 프린세스-프린스 코스로 나올 것입니다. 숙녀분들 특별히 못 드시거나 알레르기가 있는 음식은 없으시죠?”

“네...”

“네...”


“그럼 우선 와인과 공연을 즐기십시오. 본 메뉴는 잠시 후  드리겠습니다.”


쥬리는 그러면서 손가락을 공중에다 딱 튕겼다. 그러자 베르사이유 시대의 음악가와 댄서의 복장을  십 수 명이 나와 연회 음악을 연주하며 사교 댄스를 추었다. 특히 춤을 추는 여자들  절반은 남장을 하고 상대 여자의 파트너를 하고 있어서 분위기가 아주 묘했다.


샛별이와 지혜는 진짜로 공주가 돼서 연회에 초대받은  같은 기분에 뺨까지 빨개져서 입이 떡 벌어졌다.

“와아...!”


“예쁘다...!”


지왕은 웃으며 물었다.


“맘에 들어?”


샛별이와 지혜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정말 최고야! 어떻게 당첨된 거야?”


“내가 좀 신의 손이거든.”


“뭐?”


“하하!”

그 사이에 쥬리는 와인을 따서 세 명의 앞에 놓인 잔에 따라주었다.


“부지배인 추천 와인입니다. 도수가 낮고 달콤해서 여성분들도 식전에 입 맞을 돋구는 데에 아주 좋을 것입니다.”


샛별이는 커다란 와인 잔이 붉은 와인으로 채워지는 걸 보며 싱글벙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감사합니다.”


“와아,  예쁘다.”

지왕은 와인이 채워진 잔을 들고 말했다.

“그럼 건배할까?”


샛별이와 지혜는 방긋 웃으며 뒤따라 잔을 들었다.

“응!”


“응!”

지왕은 웃으며 건배를 했다.


“지난 100일간 서로 사이좋게 지내준 둘에게 감사하면서, 앞으로도 아름답고 사이좋은 사랑을 키워가길 기원하며... 건배!”

“건배~!”


“건배~!”

짱~!

잔을 부딪친 셋은 와인을 한 모금씩 마셨다.


“...”

“...”

“...”

샛별이와 지혜는 벌써 취한 것처럼 뺨을 발그레 붉히며 배시시 눈웃음을 지었다.


“맛있어!” “달콤해!”


그때 리나가 작은 보석함 3개를 쟁반에 받쳐서 가져와 지왕과 샛별이, 그리고 지혜 앞에 놓았다. 둘은 얼떨떨해하며 리나를 쳐다봤다.

“이건...”

리나는 지왕 쪽을 힐끔 쳐다봤다. 이에 둘은 같이 지왕을 쳐다봤다. 지왕은 씩 웃었다. 지왕의 미소를 보고 샛별이와 지혜는 바로 감이 와서 심장이 두근거렸다.

“설마?”

너무 흥분돼서 가슴에 손까지 얹고서 떨림을 억눌렀다. 지왕은 웃으며 둘에게 말했다.


“열어 봐.”

둘은 지왕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보석함을 열었다. 거기엔 기품 있으면서도 귀여운 디자인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 있었다. 둘은 너무 기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와아!”

지왕은 웃으며 물었다.


“커플링이야. 마음에 들어?”

샛별이와 지혜는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응!”


“너무 예뻐! 끼워 봐도 돼?”


“내가 끼워줄게.”


“응.”

지왕은 반지를 샛별이와 지혜의 손가락에 차례로 끼워줬다. 지혜는 반지가 너무 예쁘고 기분이 들떠서 지왕이 자기보다 샛별이한테 먼저 반지를 끼워줬음에도 질투하는  깜빡했을 정도였다. 심지어 샛별이와 반지 낀 손을 서로 맞춰보며 까르르 거렸다.

“니 꺼 예쁘다!”


“언니 것도 예뻐요!”


둘의 반지는 거의 비슷하면서도 몇몇 포인트에서 디자인이 약간 달랐다. 하지만  다 마음에 쏙 들었다.

그러는 사이 지왕의 반지는 리나가 직접 지왕의 손가락에게 끼워주었다. 그리고 셋이 반지 낀 손을 앞으로 내밀어 대보았다. 셋의 반지에 달려 있는 다이아몬도의 천장에서 비추는 조명에 반사돼 영롱하게 반짝거렸다.

지왕 또한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속으론 난생 처음 해보는 커플링에 멋쩍어하면서도 들떠 있었다.


‘기분 묘하네... 이 맛에 커플링을 하는 건가? 후후.’


하지만 그 분위기에서 소외된 리나는 셋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좋겠다... 나도 100일 되면 지왕이가 커플링을 해줄까?’

그때 쥬리가 며칠 전 자기를 꼬실 때 했던 말이 떠올랐다.


- 이번 일만 잘하면 지왕 님에게 인정도 받고 샛별 씨한테도 받아들여지게 될 거에요. 그러니 열심히 하세요.

지혜에겐 이미 지난번에 지왕과 쓰리썸을 하면서도 이미 받아들여진 상태였다.

샛별이를 바라보는 리나의 눈빛이 불쑥 야무져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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