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6화 〉166화 (166/270)



〈 166화 〉166화

100일 기념일이 지나고 나니 곧 기말시험이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지왕은 다른 데이트는 줄이고 주로 샛별이, 리나와 함께 도서관 데이트를 하며 공부에 집중했다. 그 때문에 소외된 지혜는 처음엔 투덜대며 질투를 했다.


그래서 지왕은 특별히 시험이 끝날 때까진 지혜가 밤에 자신의 자취집에 와서 자는  허락했다. 샛별이도 지혜가 느낄 소외감을 충분히 인정했기 때문에 지왕의  같은 조치를  질투를 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였다. 리나는 애초에 그런 걸 따지 군번이 안 됐으니 입 다물고 있었고...

지혜는 그렇게 밤마다 지왕과 함께 지내다보니 돈도 아낄 겸 이참에 아예 지왕과 살림을 합쳐서 동거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며칠 간 밤마다 지왕에게 갖은 아양을 떨며 환심을 산 뒤에 은근슬쩍 동거에 대해서 말을 꺼냈다. 하지만 단박에 거절당했다.

지왕은 겉으론 ‘남자에겐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핑계를 댔지만, 지혜는 지왕이 샛별이의 입장을 고려해 동거를 거절한 굳게 믿고 있었다. 물론 지왕은  가지 다 진짜 이유였다. 그리하여 동거 얘기는 일단 쏙 들어가게 됐는데...

시험 5일 전, 샛별이가 그간 무리를 했는지 약한 감기가 걸렸다. 그래서 오전 수업만 마치고 몸조리를 하기 위해 집에 먼저 가 버렸다.

그런데 지왕 또한 피로가 겹쳐서 그런지 몸이 좀 나른하고 힘이 없었다. 그래서 리나보곤 혼자 공부를 하든 말든 알아서 하라고 그러고 자취집으로 먼저 돌아왔다. 그리고 지혜에게도 오늘은 낮에 샛별이와 도서관 데이트를 하지 않았으니 공평을 기하기 위해 밤에 같이 자는 것도 하루 쉰다고 통보를 했다.


만약 많이 아팠다면 지혜를 불러 밥도 하게 하고 간호를 받는 게 좋았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피곤해서 혼자  쉬고 싶었기 때문에 오지 말라고 한 것이었다.


지혜는 지왕이 자신을 대하는  샛별이의 상황에 좌우되는 것이 조금 서운했지만, 지왕이 전에 ‘남자에겐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던 말이 생각 나 시키는 대로 하였다.


그렇게 해서 지왕은 간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일단 집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대자로 뻗어 잠을 청했다. 늦은 6월이라 날씨는 더웠지만 활짝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솔솔 불어와 선풍기나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기분이 좋았다.


“후우~... 좋다...”


그러다 쿠울 잠이 들려고 했는데...

딩동~!

초인종이 울렸다. 지왕은 짜증이 났다.

“에이씨, 누구야?  잠이 들려고 그랬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택배 같은 걸 시킨 일은 없었다. 설령 택배라 하더라도 비싼 게 아닌 이상 굳이 받을 필요 없이 없는 척하면 앞에 두고 갈 테니 나중에 가지고 들어오면 되는 거고. 그래서 그냥 자려고 했는데... 밖에서 웬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계세요? 좋은 말씀 나누려고 왔어요!”

지왕은 귀가 번쩍 뜨였다. 일단 젊은 여자의 목소리였고, 왠지 모르게 예쁠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들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런 게 있지 않은가? 목소리만 들어도 왠지 예쁠 것 같은 느낌. 심지어 그냥 예쁜 것도 아니고 착하고 예쁠  같았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뭔가 이상했다. 좋은 말을 나누려고 왔다니? 내가 누군 줄 알고?

‘설마...’

지왕은 문득 학교에서 들었던 소문이 떠올랐다. 요즘 학교 주변 원룸이나 자취집을 돌며 순진한 학생들, 정확히는 남학생들의 돈을 뜯어내는 악질 사이비 포교녀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예인 뺨치게 생긴 그 여자애는 갖은 아양과 속임수로 순진한 남학생들, 특히 모쏠아다들을 꼬드껴서 사이비 종교에 빠지게  다음 등록금은 물론 방보증금까지 빼서 갖다바치게 하고 심지어는 대출까지 받아서 그 돈을 빼았는다고 했다.

하지만 불쌍한 남자애들은 신앙심이 투철한 남자가 이상형이라는 여자애의 꼬임에 넘어가 이후로도 계속 죽도록 온갖 알바를 하며  돈을 갖다바치는 것도 모자라 학교에서까지 포교도 열심히 하고 다녀서 캠퍼스의 분위기를 흐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지왕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현관문을 열었다.

“누구세요?”


그러자 흡사 리나를 연상시킬 정도로 예쁜 여자애가 방긋 웃으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지왕은 바로 여자애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스캔했다. 얼굴은 다시 한 번 봐도 리나 뺨치게 예쁘게 생겼고, 몸매도 리나만큼 잘 빠졌다. 특히 산뜻하게 생긴 남방 앞섶 사이로 아주 살짝 보이는 앙가슴이 예술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전반적으로 청순하게 차려 입었는데 왠지 야했다. 남방의 윗단추들을 지나치게 많이 풀어서 앙가슴이 드러나게 만든 것도 그렇고, 치마의 길이도 무릎 바로 위까지 오는 아주 평범한 길이의 치마였지만 천이 너무 얇아서 바람에 하늘거릴 때마다 허벅지와 골반의 윤곽이 아슬아슬하게 살짝 비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뭐 대놓고 치마 속이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자세히 보면 보일 것만 같은 기분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소위 ‘청순하면서도 야한’이라는 표현에 딱 어울리는 차림새였다. 얼굴 또한 얼핏보면 머리나 화장은 아주 수수해보였지만 눈매나 입술이 아주 색기가 좔좔 넘쳤다. 완전 청순한 척 하는 여우 같은 느낌이랄까?

지왕은 이 여자가 소문의 그 사이비 포교녀임을 확신했다.

‘이 년이다!’


그래서... 아주 반가이 맞았다.


“네. 어쩐 일이시죠?”

사이비녀는 방긋 웃으며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역시! 굉장한 분이시네요!”


“네?”

“얼굴에 좋은 기운이 가득하세요!”

지왕은 속으로 비아냥댔다.

‘지랄한다.’

그렇지만 겉으론 놀란  하며 맞장구를 쳤다.

“그래요?”

사이비녀 또한 너무 쉽게 넘어온 지왕을 속으로 비웃었다.


‘병신.’

하지만 겉으론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네! 저 이런 분 처음 봬요. 오늘 정말 행운이네요. 잠깐 안에서 말씀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네, 들어오세요.”

“와아! 감사합니다~!”

사이비녀는 그러면서 아주 있는 내숭 없는 내숭 다 떨며 안으로 들어왔다.


“와아, 좋네요. 깔끔하신 성격이신가봐요? 역시 좋은 기운을 가진 분이셔.”

 사실 집은 남자 혼자 사지는 집답지 않게 아주 깨끗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샛별이와 지혜, 리나가 올 때마다 항상 청소도 하고 정리도 해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이비녀는 내심 놀랐다.


‘뭐야? 생긴 건 오타쿠처럼 생겨 갖곤 방에 홀아비 냄새도 안 나잖아? 별일이네?’

지왕은 식탁으로 사이비녀를 안내했다.

“앉으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주스 괜찮으시죠?”


“네.”

지왕은 지혜가 편의점 사장에게서 받아온 오렌지 주스를 한잔 따라 사이비녀 앞에 놓았다. 그리고 자기 것도 한잔 갖다 놓고 마주보고 앉았다. 그러자 사이비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지왕을 꼬시기 시작했다.


“오늘 제가 온 것은 다름이 아니라... (어쩌구 저쩌구)”

지왕은 한동안 사이비녀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척을 했다. 중간중간 추임새까지 넣어가면서.

“아, 네. 그렇군요.”


하지만 머릿속으론 사이비녀를 어떻게 요리할까 생각중이었다.

‘흐음, 일단 사진부터 찍어야 할 텐데.’

물론 그런 다음 갤낚시 모텔로 데려갈 예정이었다.

그때 침대 위에 있던 스마트폰에서 메시지가 왔다는 알림음이 울렸다.


깨톡!

지왕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침대로 가 폰을 들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메시지는 폰팔이에게서 온 것이었다.


고맙죠?

지왕은 히죽 웃었다.


‘역시. 그래, 고맙다.’


지왕은 식탁으로 돌아가지 않고 침대에 앉아 뭔가 긴 답톡을 보내는 척을 했다. 그러자 사이비녀는 잘  가던 이야기가 맥이 끊긴 것에 조바심이 나서 지왕에게로 다가왔다.

“중요한 메시지라도 온 거예요?”

그런데 앞에 서 있거나 지왕의 옆에 와서 앉거나 하지 않고 지왕의 발밑에 다소곳이 내숭을 떨며 꿇어앉았다. 지왕은 사이비녀를 내려다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윗단추가 끌러진 사이비녀의 남방 사이로 뽀얀 앙가슴이 적나라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우와!’

사이비녀는 속으로 히죽 웃었다.


‘역시, 내 가슴에 안 넘어올 녀석은 없지. 후후.’

즉 일부러 앙가슴이 보이도록 지왕의 앞에 꿇어앉은 것이었다. 지왕은 메시지를 보내는 척하며 카메라 앱을 실행해 무음으로 사이비녀의 사진을 찍었다.

‘후후,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그러고는 화면에 방금 찍은 사진을 불러내 사진 속 사이비녀의 왼쪽 젖꼭지를 손가락 끝으로  터치했다. 그러자 사이비녀는 갑작스런 흥분에 흠칫 놀라며 제 젖가슴을 꽉 움켜쥐었다.

“아흣!”

사이비녀의 눈빛이 당혹감으로 어지럽게 흔들렸다.


‘뭐...?!’


지왕은 히죽 입꼬리를 올렸다.


‘후후.’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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