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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화 〉170화 (170/270)



〈 170화 〉170화

6월말, 드디어 기말시험이 끝났다. 마지막 시험을 샛별이와 같이 봤던 지왕은 강의실에서 나오면서 기지개를 활짝 펴며 외쳤다.

“으~! 끝났다~!”

샛별이도 생긋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휴~, 정말 힘들었어.”


샛별이는 웃고 있었지만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시험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감기까지 걸렸었던 바람에 살짝 야윈 느낌마저 들었다. 지왕은 샛별이의 가방을 들어주며 말했다.


“얼른  먹고 자자.”


“응.”


그렇게 둘은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고 지왕의 자취집으로 향했다. 샛별이는 가는 도중에 지혜가 일하는 편의점이 보이자 말했다.

“들렀다 갈까?”


지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됐어. 맨날 보는데 뭐. 그냥 가서 자자. 졸려 죽겠어.”


“응...”


샛별이는 그렇게 못이기는 척 지왕을 따라갔다. 하지만 지혜는 편의점 유리창을 통해 멀리 지왕과 샛별이가 오는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달려나가려 했다가 둘이 그냥 지나쳐 버리자 멈칫했다.

“...”

얼굴엔 섭섭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편의점에 손님이 들어왔다. 결국 지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손님을 맞았다.

“어서오세요.”

하지만 머릿속엔 온통 지왕과 샛별이가 그냥 지나친 것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칫, 나쁜 놈. 들렀다 가면 어디 덧나냐?’

하지만 곧 지왕이 자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  아니라 사정이 있어서 그랬을 거라고 합리화를 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기가 볼품없이 느껴졌으니까.

‘그래, 시험공부 하느라 너무 피곤해서 그랬을 거야. 평소엔 매번 들렀었잖아?’


뭐 영 틀린 건 아니었지만... 그래나 그렇게 생각을 해도 지혜의 속은 여전히 개운해지지 않았다.

‘...’

한편 리나는 지왕과 샛별이보다 한 시간 늦게 시험이 끝났다. 하지만 시험이 끝났다는 생각에 속이 시원하기보단 오히려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그건 지왕의 자취집에 찾아갈까 말까 하는 고민이었다.

어제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 학교 식당에서 저녁을 먹을 때 리나는 지왕보고 시험 끝나면 뭐할 거냐고 은근슬쩍 물어봤었다. 그때 지왕은 별 생각 없이 “일단 자야지.”라고 대답했었다. 샛별이도 덩달아 “나도.”라고 대답했었다. 그래서 리나는 지금 지왕과 샛별이가 지왕의 자취집에서 자고 있을 거라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선뜻 지왕의 자취집에 찾아가기가 망설여졌다. 지난 번 지왕이 지혜·샛별이와 100일 기념일 이벤트를 하러 갤낚시 모텔에 왔을 때 거기서 일일 직원을 하면서 샛별이에게 지왕의 세 번째 여자로서 인정받는 데에 성공하긴 했지만 지왕은 이후로도 티 나게 리나를 지혜·샛별과 차별해오고 있었다. 그 때문에 리나는 전과 별 차이없이 계속 지왕의 눈치를 보는 처지였었다.

‘괜히 갔다가 혼나는  아닐까? 그냥 조용히 옆에 가서 자면 괜찮을라나?’


지왕의 자취집 도어락의 비밀번호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음 모드를 문을 열고 들어가 옆에서 얌전히 자면 뭐라 하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그렇지만 역시나 용기가 나질 않았다.

게다가 전에 100일 기념일 이벤트를 할 때 지왕이 시험 끝나면 수영장이 있는 펜션에 데려가 주기로 했었는데 혹여 기분을 상하게 했다가 혼자 빼놓고 가 버릴까봐 겁이 나기도 했다.


‘히잉...’


그리하여 결국 일단 지혜가 일하는 편의점에 가보기로 했다.

‘언닌 지왕이에 대해서 나보다 잘 아니까...’

지혜는 그때까지도 아까 지왕과 샛별이가 자길 무시하고 그냥 가버린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느라 계속 우울해하고 있었다.


“언니...”

“어? 왔어?”


“무슨 안 좋은 일 있어요? 표정이...”

“응? 아, 아냐. 왜?  사게?”

“아뇨. 그냥 들려봤어요.”


“아, 시험 오늘 끝난다고 그랬지?”


“네.”


“그럼 푹 자야지?”

“그게...”


“응? 왜?”

그러나 리나는 우물쭈물하며 말을 하지 못했다.


“...”

그러다 겨우 어렵게 입을 열었다.


“지금 지왕이네 집에 가도 괜찮을까요...?”


“어? 왜? 뭐 잘못한  있어?”


“아뇨. 그런  아니지만... 괜히 부르지도 않았는데 갔다가... 그리고 샛별이도 같이 있을 텐데...”

지혜는 그제야 뭔 말인지 이해가 갔다.

“아, 난  뭐라구. 괜찮아. 가 봐. 지금 피곤해서 아무 생각도 없을 거야. 그 녀석 워낙 게을러 가지고 귀찮으면 화도 못 내거든. 그리고 피곤해서 같이 잠 좀 자겠다는 뭐 그런 것까지 눈치보고 그러냐? 그렇게 살면 피곤해.”


“그치만...”

“괜찮아. 나 믿고 가.”

지혜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리나는 조금 용기가 났다.


“네... 그럼...”


“난 알바 끝나는 대로 갈게.”


“네. 그럼 그때 봐요...”


그리하여 리나는 결국 지왕의 자취집으로 갔다. 그리고 무음모드로 도어락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지왕과 샛별이는 옷도 벗지 않은 채 침대에서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으음... 쿠울...”

“흐응... Zzzz.”

리나는 조용히 신발을 벗고 침대 옆으로 갔다. 그리고 가방을 옆에 내려놓고 침대에 올라갈 틈을 엿봤다. 그런데 지왕이 샛별이에게 팔베게를 해준 채로 대자로 자고 있어서 빈자리가 너무 좁았다.

지왕은 얼마 전 샛별, 지혜, 리나와 한 침대에서 자기 위해 침대를 큰 걸로 바꿨었다. 그렇지만 자취집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무작정 큰 침대를 들여놓을 순 없었고,  애초에 4인용 침대는 시중에 팔지도 않았기 때문에 크기만 클 뿐인 2인용 침대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


뭐 그래도 서로 붙어 자면 넷이서 그럭저럭 잘 수 있는 사이즈였지만 지금처럼 둘이 먼저 대자로 편하게 누워 버리면 새로 누군가가 올라가기가 뭐했다.


“...”

그러다 샛별이가 불쑥 인기척에 눈을 떴다.


“음... 응? 아, 왔어?”

리나는 놀란 마음에 심장이 다 두근거렸다.


“응...”


샛별이는 잠결에도 생긋 웃으며 손짓을 했다.

“너도 이리 와서 자.”


“그치만...”

“괜찮아.”

샛별이는 그러더니 아예 지왕을 흔들어 깨우기까지 했다.

“지왕아, 이쪽으로 와.”

지왕은 얼떨결에 눈을 뜨며 꿈틀거렸다.

“어? 응...”

샛별이는 가슴이 막 콩닥거렸다.

‘헉!’

한편으론 지왕에게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는 샛별이가 부럽기도 했다.

“...”

지왕은 아무  없이 순순히 샛별이 쪽으로 더 다가가 꼭 끌어안았다.

“으음...”

그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쿠울...”


리나는 그제야 지왕의 옆으로 가서 살며시 누웠다. 그리고 지왕의 옆에 꼭 붙어 잠을 청했다.


“...”


비록 지왕이 샛별이 쪽으로 등을 돌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덕분에 잠이 솔솔 왔다.


Zzzz...

그렇게 얼마나 잤을까? 지혜가 문을 활짝 열며 시끌벅적하게 들어왔다.

“야, 일어나. 언제까지  거야?”


지왕과 샛별, 리나는 눈을 비비며 꿈틀거렸다.

“으음...”


“뭐야...”


“음... 언니 왔어요...?”


지혜는 아까 서운했던 걸 들키지 않으려는  괜히 더 큰소리로 셋을 깨웠다.

“이럼 밤에 못 자. 일어나. 저녁 먹어야지?”

“몇 신데?”


“6시 다 됐어.”

“벌써?”


“그래.”


“흐응...”

지왕의 양옆에서 자고 있던 리나와 샛별이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하지만 지왕은 계속 대자로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으음... 쿠울...”


그러자 지혜가 지왕의 옆에 앉아 배를 탕탕 두드리며 깨웠다.

“일어나라니까?”

지왕은 움찔 놀라며 몸을 웅크렸다.

“아이~, 그만해... 저리 가... 으음...”

“어휴, 잠꾸러기. 할  없지. 미녀의 키스로 깨울 수밖에.”

지혜는 그러더니 지왕의 입에 쪽 키스를 했다.

chu~♡

지왕은 지혜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닿자 픽 웃으며 지혜를 와락 끌어안았다.


“훗, 요녀석!”


그러더니 가슴과 엉덩이를 막 주물럭거렸다. 지혜는 까르르 웃으며 좋아라 했다.

“꺅! 하지 마~. 까르르!”


“하지 말라는 녀석이 애교는.”

“니가 간지럽히니까 그렇지. 아흣. 까르르~.”


“훗.”

“뭐 먹을까? 시험 끝났으니까 맛있는 거 사먹을까? 내가 쏠게.”

“됐네요. 어디 잠  때까지 빨아 봐. 그럼 원하는 거  사줄게.”

지혜는 좋다고 방긋 웃었다.

“그래? 알았어. 빨아주면 오늘 ‘아흣백’ 가는 거다?”

“그래, 원하는 메뉴 다 사줄게.”

“히힛.”

지혜는 그러더니 지왕의 바지를 내리고 자지를 쪽쪽 빨았다.

“하흥~. 우움 (쮸릅 쪽 쪽)”


시험공부하느라 샤워를 안한 탓에 훈훈한 냄새가  풍겨왔다. 하지만 지혜는 그래서 더 좋았다.


‘하앙~, 굉장한 냄새. 그리고 짭짭한 맛. 그치만 좋아~. 하흥~ (츄릅 쪽 쪽)’

한편 옆에서 보고 있던 샛별이도 생긋 웃으며 같이 빨았다.

“그럼 나도 밥값 해야징~. 하앙~. 우움. (츄릅 쪽 쪽)”


리나도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합류했다.


“그럼 나도... (츄릅 할짝)”

지왕은 팔베게를  채 눈을 감고서 자지를 꺼떡거렸다.

“후후.”


이제야 정말로 시험이 끝난 게 실감이 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여름방학의 시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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