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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1화 〉181화 (181/270)



〈 181화 〉181화

여자애들은 1분도 안 되서 허겁지겁 펜션을 나왔다. 지혜는 지왕이 차 옆에 서서 피식피식 쪼개는 걸 보곤 발끈해하며 툴툴거렸다.


“칫.”

지왕은 셋에게 말했다.

“나란히  봐.”


여자애들은 시키는 대로 지왕의 앞에 수줍게 섰다.

“...”


지왕은 셋의 차림새를 슥 훑어봤다.


“흐음, 좋아. 다들 예쁘네. 차에 타.”

그 말에 셋은 서로 좋다고 배싯거리며 차에 올랐다. 이번엔 조수석에 샛별이가 앉았다. 펜션에 올 때는 지혜가, 돌아갈 때는 샛별이가 조수석에 앉기로 약속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샛별이는 지왕의 옆에 앉은 게 좋아서 생글거렸다.

‘헤헷.’

지왕은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좋냐?”

샛별이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좋아.”

지왕은 키득 웃으며 샛별이를 놀렸다.

“그래도 너무 좋은 티 내지마. 뒤에서 지혜가 뒤통수 때릴라.”


그 말에 샛별이는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엣?!”

졸지에 질투녀가 돼버린 지혜는 발끈하며 투덜거렸다.

“내가 뭘?”


지왕은 키득 웃었다.

“큭. 자, 출발한다.”

“네~!”

“응!”

“흥!”

마지막에 콧방귀를  건 당연 지혜였다.

수목원으로 가는 길은 왼쪽엔 계곡, 오른쪽엔 숲이 울창해서 그늘이  아주 시원하고 녹음이 푸른 2차선 도로였다.

“와아~, 예쁘다.”


“계곡에  담그고 놀고 싶다.”


“어제도 백숙 먹고 놀았잖아?”


“그치만 또 놀구싶다구.”

“훗, 녀석.”

그렇게 30분가량 운전을 하고 가니 수목원까지 1km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였다. 그런데  표지판을 지나칠  갑자기 뭔가 번쩍하는 느낌이 들었다.

“엇?!”

지왕은 놀라 저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콱 밝았다.


끼이익!

여자애들은 화들짝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꺅!”

지왕은 얼떨떨했다.

“뭐...?”

그러자 지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지왕에게 물었다.

“너도 느꼈어?”


“어?”


“방금 뭔가 번쩍 하고...”

“어...”


샛별이와 리나도 같은 걸 느꼈었다.

“나도 느꼈어요...”

“나도...”


“번개인가?”


“그치만 불빛이 번쩍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또 하늘도 맑고, 천둥도 안치잖아?”


“하긴...”


그때 리나가 불길한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유령?”


지혜는 하얗게 질려서 리나를 타박했다.

“야아! 무섭잖아...”


하지만 진짜 뭔가 심령 현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넷의 뇌리에 스쳤다. 지왕은 잔뜩 쫄아서 말했다.


“돌아갈까?”


지왕의 말에 여자애들은 선뜻 뭐라 하질 못하고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

“...”

“...”

“...”

그때 지왕의 갤낚시 폰으로 메시지가 왔다. 그러자 지혜가 잔뜩 쫄아서 설레발을 쳤다.


“설마 유령한테 온 메시지인 건...”


지왕은 등골이 오싹했다.

“뭐?”

하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메시지를 확인했다.


“에이, 설마...”

여자애들은 메시지를 같이 확인하려고 지왕의 옆으로 기웃거렸다.

“...?”

지왕은 살짝 떨리는 마음으로 메시지를 확인... 하려 했는데, 순간 몸을 옆으로 홱 돌리며 혼자만 메시지를 확인했다.

‘헉!’


메시지 앞부분을 얼핏 봤을 때 쥬리에게  것이란 느낌이 팍 들었기 때문이었다. 메시지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놀라지 않으셔도 돼요. 그냥 새로운 수목원으로 향하는 차원의 문을 통과하신 것뿐이에요.

지왕은 얼떨떨했다.

‘뭐?’

처음엔 잘 이해가 안 갔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갤낚시 모텔로  때 생성되는 포털의 투명 버전? 빅 버전? 뭐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이런 것도 만들 줄 아는 건가? 나 참, 놀랬잖아?’

지혜는 지왕이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자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왜? 뭔데?”

지왕은 애써 당황스러움을 감추며 얼버무렸다.

“아, 아무 것도 아냐. 그냥 스팸이야.”


“그래?”

하지만 지혜는  미심쩍었다. 뭔가 숨기는 듯한 기분?


지왕은 다시 차의 시동을 걸었다. 그러자 샛별이가 걱정스레 물었다.

“가게?”


지왕은 언제 당황했었냐는 듯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 그냥 기분 탓이었나 봐. 가자.”

“그치만...”


샛별이는 방금 전까지 자기랑 같이 당황스러워하던 지왕이 갑자기 아무렇지 않은 척하자 의아했다. 하지만 딱히 귀신을 본 것도 아니고 평소 귀신은 무서워해도 귀신이 있다고 확실히 믿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더는 뭐라 하지 못하고 잠자코 있었다. 지혜와 리나도 마찬가지로 가만히 있었다.

“...”


그러다 마침내 수목원에 도착했다. 지왕은 주차장에 차를 댄 뒤 시동을 껐다.


“다 왔다. 내리자.”

“어...”

“응...”

그런데 기분이  이상했다. 주차장에 차가  대도 없었다. 평일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기로 유명한 수목원인데 어째서...

하지만 지왕은 쥬리에게 받은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에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좀 얼떨떨하긴 했지만 오히려 살짝 기대가 되었다. 그러나 여자애들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사람이 없네?”

“그러게...”

게다가 아까 이상한 경험 또한 겪은 뒤라 조금 을씨년스러운 기분까지 들기도 했다. 그런데 저기 수목원 입구 쪽엔 사람들이 좀 보였다. 지왕은 그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저기 사람들 있네?”

그런데... 잠시 후 지왕을 비롯한 넷은 같이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입구 쪽은 죄다 여자들뿐이었는데 모두들 홀딱 벗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응?”

“엣?”

“어머!”


하지만 지왕은  혼자 씩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훗, 역시. 누드 수목원인 건가?’

아마도 아까 번쩍 하는 느낌이 들었을 때 평행세계의 수목원 같은 것으로 들어와 버린  같았다. 게다가 입구 쪽엔 홀딱 벗은 쥬리의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여자애들은 갤낚시 모텔에 갔을 때마다 기억 삭제 주사를 맞았었기 때문에 쥬리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리고 결국 겁에 질려 지왕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냥 가자...”

“여기 이상해...”


“...”


지왕은 피식 웃으며 오히려 자기 팔을 잡아끄는 샛별이의 팔을 잡아당겼다.

“괜찮아. 안 이상해. 여기 가끔 이래.”

샛별이는 얼떨떨했다.


“어? 그게 무슨 소리야?”


“가보면 알아. 따라 와.”


“그치만...”

그러나 결국 샛별이와 여자애들은 지왕의 뒤를 머뭇머뭇 따라갔다. 입구에 도착하자 알몸의 쥬리가 지왕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어서오세요~. ○○○ 수목원입니다.”

샛별이는 지왕의 등 뒤에 숨은 채 얼굴이 빨개져서 물었다.

“그런데 왜 옷을...”


쥬리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 이거요? 오늘 저희 수목원에서 1년에 한 번씩 하는 ‘누드 데이’거든요?”


여자애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누드 데이요?!”


“네. 해외의 누드 비치처럼 직원과 관람객 모두 누드로 즐기는 날이에요. 더불어 이벤트 기념으로 입장료를 비롯한 모든 이용료가 무료예요.”

하지만 여자애들은 전혀 달갑지가 않았다. 오히려 더 쫄아서 지왕의 팔을 잡아당겼다.

“지왕아...”


그러나 지왕은 자신의 팔을 잡아당기는 샛별이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쥬리와 반갑게 이야기를 했다.

“그럼 옷은 어디서...?”


여자애들은 깜짝 놀라 지왕을 쳐다봤다.

“지왕아?!”

“설마 여기 들어가려고?”

지왕은 왜 그러냐는 식으로 능청을 떨었다.


“어. 재밌어 보이잖아?”

“그치만...”

“괜찮아. 안에도 사람들 있구만 뭐.”

“그래두 밖에 있는 사람들이 보면... 촬영을 할 수도 있고...”


그러자 쥬리가 안심을 시키며 말했다.

“괜찮아요. 이 주변은 보안이 철저히 유지되고 있거든요. 주차장에 차들이 없는 걸 보셨죠?”


“네.”

“그건 오늘은 초대받은 분들만 오실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네에? 그럼 설마...”

놀라는 여자애들의 반응에 지왕은 얼른 쥬리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맞아. 실은 초대장을 받았어.”


“뭐어?! 그럼 이거 다 알고 온 거야?”

“어.”


여자애들은 완전 벙쪄 버렸다. 쥬리가  말했다.

“아까 오시다가 뭔가 번쩍 하는 느낌이 드셨죠?”


여자애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 근데 그걸 어떻게...”

“그건 저희 식별 장치가 작동했기 때문이에요. 이곳 사방 1km는 저희 사유지이기 때문에 초대받지 않은 분들이 접근할 시에 바로 식별해서 접근을 막고 있거든요.”

“아...”

뭔가 되게 SF스러웠지만 왠지 묘하게 납득이 돼 버렸다. 지왕은 이때다 싶어 얼른 쥬리에게 물었다.


“그럼 탈의실은...”


“이쪽으로 오세요. 원래 남녀 탈의실이 따로 있지만, 왠지 친근한 사이들이신  같으니까 커플 탈의실로 모실게요.”


샛별이는 깜짝 놀랐다.

“커플 탈의실이요? 아, 그런데 어떻게 저희들 사이를...”


그러다 뒤늦게 1대3 커플이란 걸 실토한  깨닫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앗...”


리나와 지혜 또한 마찬가지로 당황해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


“...”

쥬리는 생긋 웃으며 셋을 안심시켰다.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남녀 사이엔 말못한 사연이 있기도 하는 법이니까요.  다 이해해요. 그럼 따라오세요.”


“네...”

그렇게 결국 여자애들은 지왕과 쥬리를 따라 커플 탈의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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