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화 〉195화
낚시를 하고 펜션으로 돌아온 지왕과 샛별은 땀과 선크림을 씻으려 샤워를 하다 뒤치기를 한판 하고 침대에 알몸으로 껴안고 누워서 TV를 보다 깜빡 잠이 들었었다. 그러다 지왕이 먼저 잠에서 깨어났다.
“으음...”
샛별이는 아직도 지왕의 품에서 아기처럼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지왕은 샛별이를 가만히 바라봤다.
‘훗. 귀엽네?’
그래서 귀여움을 참지 못하고 샛별이의 이마에다 가만히 키스를 했다. 그러자 그 감촉을 느낀 샛별이가 눈꺼풀을 움찔 거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으음...”
지왕은 가만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일어났어?”
샛별인 지왕이 바로 코앞에서 바라보고 있는 걸 보고 수줍어하며 귀엽게 대꾸했다.
“응...”
얼굴에서 화끈화끈 열이 올라오는 게 지왕에게도 다 느껴졌다. 지왕은 그런 샛별이가 귀여워서 더 꼭 끌어안아주었다.
“훗.”
샛별이는 자신의 알몸이 지왕의 알몸과 서로 닿아 부대끼는 느낌에 절로 신음 소리가 새어나왔다.
“하앙~...”
지왕은 픽 웃으며 말했다.
“좋아?”
샛별이는 아이 같은 얼굴을 하고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좋아. 맨날 이러고 있었으면 좋겠어.”
“그럼 당장 결혼할까?”
샛별이는 깜짝 놀랐다.
“어?!”
지왕은 샛별이가 동그랗게 눈을 뜬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고 귀여워서 또 이마에 키스를 해줬다.
“훗.”
쪽.
샛별이는 얼굴이 새삼 화끈 달아올랐다. 그러다 벽에 걸린 시계가 눈에 들어오자 괜히 허둥대며 말했다.
“나 저녁 준비 할게...”
그러고는 이불속에서 나와 지왕이 보는 앞에서 팬티와 브래지어를 입고 돌핀 팬츠와 하얀색 티셔츠도 입었다. 지왕은 침대에서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나도 도와줄까?”
샛별이는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까지 쳤다.
“아, 아니 괜찮아. 피곤할 텐데 쉬고 있어.”
“그럴까?”
“응.”
“음... 에이, 그래도 도와줄래.”
“괜찮다니까?”
“아냐. 지금 도와주면 재밌을 것 같아. 너 계속 얼굴 빨개져서 버벅댈 거 아냐? 후후.”
샛별이는 얼굴이 새삼 더 빨개졌다.
“칫.”
“후후. 그럼 난 누드로 앞치마를 둘러볼까?”
“뭐? 야, 안 돼. 징그러워.”
“어? 내 알몸 싫어?”
“아,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두 남자가 알몸으로 앞치마 하는 건...”
“그럼 니가 할래?”
“어? 아니 그게...”
샛별이는 그러면서 말을 잇지 못하였다. 지왕은 피식 웃으며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그리고 알몸 그대로 앞치마를 둘렀다. 그러자 앞치마에 자지가 쓸리면서 금방 벌떡 서 버렸다.
지왕은 자지 때문에 앞치마의 앞부분이 볼록해진 상태로 샛별이 앞에서 자지에다 꺼떡꺼떡 힘을 줬다.
“훗.”
샛별이는 그 모습을 보고 창피해하면서도 웃음이 풋 터지고 말았다.
“그게 뭐야? 징그러!”
“어? 그럼 계속 한다? 훗, 훗.”
꺼떡꺼떡.
“까르르! 그만해, 변태 같아.”
“후후.”
“큭큭. 알았어. 대신 밥 먹을 땐 옷 입어. 오래간만에 오붓하게 먹고 싶으니까 말이야.”
“알았어.”
지왕은 그러고선 샛별이를 와락 끌어안고 엉덩이와 가슴을 장난스럽게 주물럭거렸다.
“어흥~!”
샛별이는 화들짝 놀라며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꺅! 하지마~, 아항~!”
“하지 말라면서 느끼는 건 뭔데?”
“그건... 아흣.”
“후후.”
“하흥~...”
그렇게 한바탕 장난을 친 후 샛별이도 앞치마를 두르고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샛별이는 낚시로 잡아 온 우럭을 손질하고 지왕은 매운탕에 넣을 야채를 씻었다. 샛별이는 생선 손질하는 걸 징그러워할 법도 한데 전혀 꺼리지 않고 잘도 했다.
“잘하네? 안 징그러워?”
“괜찮아. 익숙해져서.”
“아, 요리 자주 한다 그랬지?”
“응.”
지왕은 샛별이의 의외의 모습에 내심 기분이 좋았다.
‘역시 현모양처.’
“다 됐다. 이제 끓이기만 하면 돼.”
샛별이는 그러면서 식탁 위에 휴대횽 가스버너를 놓고 그 위에다 매운탕 냄비를 얹었다. 그리고 불을 켰다.
이어서 지왕은 식탁 위에 수저를 놓고 반찬을 접시에 옮겨 닮으려고 했는데... 샛별이가 접시와 젓가락을 뺏었다.
“잠깐. 내가 할게.”
“어? 내가 할게.”
“아냐. 니가 하면 대충 담아서 안 돼. 내가 예쁘다 담을 거야.”
“뭐 대충 먹으면 돼지.”
하지만 지왕은 웃으면서 젓가락과 접시를 샛별이에게 내줬다. 샛별이는 마치 고급 한정식 집에서 찬을 내오듯 반찬을 접시에 정갈하고 예쁘게 담아서 식탁에 놓았다. 그러고선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어때? 예쁘게 잘 담았지?”
“훗, 그래.”
“헤헷.”
지왕은 냉장고에서 청하를 꺼냈다. 매운탕에 어울리는 술이기도 하고 별로 쓰지 않기도 해서 술이 약한 샛별이가 먹기 좋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걸로 술도 됐고, 밥만 푸면 되겠네? 역시 그것도 니가 해야겠지?”
샛별이는 야무지고 귀엽게 대답했다.
“물론이지. 넌 옷 입고 와.”
“넵~.”
샛별이는 밥도 밥공기에 예쁘게 담아 식탁에 놓았다. 그리고 지왕의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매운탕은 어느 새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맛있겠다.”
“아직 안 익었어. 조그만 기다려.”
“알았어.”
잠시 후 매운탕을 국자로 뒤적이던 샛별이가 말했다.
“이제 먹어도 되겠다. 덜어줄게.”
“어.”
지왕은 그러면서 자기 앞에 있던 앞접시를 내밀었다. 샛별이는 거기에다가도 매운탕을 국물 한방울 안 흐트러트리고 예쁘게 담아줬다.
“먹어.”
“어. 그럼 안주도 준비됐으니 한잔 할까?”
“네~.”
샛별이는 그러면서 자기 앞에 놓인 잔을 귀엽게 내밀었다.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힌 거라 손 끝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이 기분이 좋았다. 지왕은 자기와 샛별이의 잔에다 술을 따랐다.
“그럼 건배할까?”
“응.”
“니가 해 봐.”
“어?”
“간만에 우리 둘이서만 건배하는 거잖아? 그러니 해 봐.”
그 말에 샛별이는 약간 쑥스러웠지만 용기를 내 건배사를 했다.
“음... 그럼... 앞으로 모든 일 술술 잘 풀리고 우리 사랑도 깊어지고 음... 또... 매운탕도 맛있어라~!”
짠~!
지왕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건배사가 뭐 그래?”
샛별이 또한 자신의 건배사가 어설픈 걸 깨닫고 있었기 때문에 무안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히잉, 몰라. 어렵단 말이야.”
“하하, 알았어. 잘 했어.”
“헤헷.”
샛별이는 무안함을 미소로 얼버무리면서 잔에 있는 술을 홀짝 마셨다.
“으, 써.”
그러고는 매운탕 국물을 숟가락을 떠 호록 먹었다.
“와아~, 맛있다!”
지왕도 술을 마시고 매운탕 국물을 한 숟갈 떠먹었다.
“정말. 맛있네. 솜씨 좋은데?”
“윤샛별 표 비밀 양념의 힘이라구! 에헴!”
“하하.”
그렇게 둘은 술을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매운탕을 먹었다. 샛별이의 얼굴은 어느 새 취해서 발그레 물이 들어 있었다.
“으~, 알딸딸해지려고 그래.”
“뭐 둘이 거의 2명 마셨으니까.”
“나 얼굴 안 빨개?”
얼굴이 너무 빨개졌을까봐 창피한 것이었다. 지왕은 피식 웃으며 놀렸다.
“엄청 빨개. 원숭이 엉덩이처럼.”
“뭐? 히잉.”
샛별이는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에 있는 벽거울에 얼굴을 비춰봤다.
“정말이네. 히잉...”
“괜찮아. 귀여운데 뭘.”
“그치만... 나 얼굴 빨개지면 못생겨 보인단 말이야.”
“그래? 그럼 말 안 들을 때마다 술 잔뜩 먹여야겠네?”
“뭐? 히잉, 나빴어.”
“하하. 그럼 밸런스가 맞게 엉덩이도 빨갛게 만들어줄까? 찰싹찰싹.”
지왕은 그러면서 손으로 엉덩이를 때리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샛별이는 진짜 맞은 것도 아닌데 엉덩이가 뜨거운 염소마냥 손으로 엉덩이를 감싸쥔 채 발을 동동 굴렀다.
“히잉~, 안 돼. 엉덩이 맞으면 기분 이상해진단 말이야.”
“어떻게 이상해지는데?”
“그건... 몰라! 변태!”
“엉덩이 맞고 기분 이상해지는 애가 변태 아니야?”
“히잉... 몰라. 아무튼 넌 변태야. 아주 사랑스러운 변태.”
“뭐? 하하! 취향 독특하네? 큭큭.”
“칫.”
샛별이는 그러면서 다시 은근슬쩍 식탁 의자에 앉았다. 그런데 지왕에게 엉덩이를 맞는 걸 상상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보지가 젖으면서 흥분이 됐다. 그래서 술김에 은근슬쩍 지왕에게 교태를 부렸다.
“키스하고 싶다.”
지왕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키스하고 싶다구. 그치만 매운탕 먹었으니까 참을 거야. 입에서 비린내 날 테니까...”
지왕은 픽 웃었다. 샛별이가 이렇게 대놓고 보챈 건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역시 술의 힘인가?’
지왕은 샛별이는 놀렸다.
“취하니까 대담해지네? 지혜는 명함도 못 내밀겠어.”
그런데 샛별이가 뜻밖에도 살짝 버럭 하며 신경질 섞인 말투로 말했다.
“칫, 지금 꼭 언니 얘기를 해야겠어? 모처럼 둘만 있는 시간인데.”
지왕은 멈칫했다.
“어?”
조금 당황스러웠다.
‘역시, 지혜를 계속 의식해왔던 건가? 술에 취해서 본심이...’
하지만 아까 자신도 낚시할 때 샛별이가 다른 낚시꾼 아저씨들과 살갑게 지내는 걸 보고 질투를 했었기 때문에 샛별이의 심정이 이해가 가서 왠지 주눅이 들어 버렸다.
“...”
지왕이 쫄자 샛별이는 한술 더 떠서 숟가락으로 식탁을 탕탕 치며 버럭 했다.
“잘못했지?”
탕탕!
지왕은 한숨을 푹 쉬며 나지막이 대답했다.
“어, 미안.”
샛별이는 취한 얼굴로 피식 웃었다.
“그럼 그렇지.”
그러더니 다시 귀엽게 애교를 부렸다.
“그럼 이리 와서 안아줘. 나 안기고 시포~... 히잉~...”
지왕은 가만히 웃으며 샛별이의 옆자리로 갔다. 그리고 샛별이를 꼭 안아주었다.
“미안...”
샛별이는 지왕의 품에 얼굴을 부비부비 비비며 중얼거렸다.
“괜찮아. 용서해줄게. 사랑하니까... 흐응~...”
그러더니 입술을 냠냠 중얼중얼 달싹대며 곯아떨어졌다.
“나쁜 놈... 내 맘도 모르고... 흐응...”
지왕은 샛별이를 조심스럽게 들어 방으로 갔다. 그리고 침대에 눕힌 뒤 이불을 덮어주었다. 샛별이는 여전히 주정을 부리며 잠꼬대를 했다.
“안 돼... 지왕이는 내 꺼라구... 으음...”
지왕은 그런 샛별이를 지그시 내려다봤다.
“후우...”
그리고 방문을 닫고 나가서 밥 먹은 걸 치웠다. 설거지를 하면서 문득 폰팔이가 생각이 났다.
“새끼. 혹시 이걸 노리고 1대1 데이트를 해보라고 한 건가? 돈까지 주면서? 도대체 그 녀석 꿍꿍이가 뭐지? 좋은 놈 같기도 하고 나쁜 놈 같기도 하고... 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