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9화 〉199화 (199/270)



〈 199화 〉199화

오늘은 지왕이 지혜와 테마파크로 1대1 데이트를 가기로  날이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차를 몰고 지혜의 자취집으로 향했다. 차는 폰팔이가 매번 렌트하는 거 귀찮겠다면서 자기 회사(?)의 차를 빌려준 것이었다.


역시나 지혜는 약속 시간이 됐는데도 나오질 않았다. 지왕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차를 주차시키고 지혜의 집으로 들어갔다.


“대충 해라.”


지혜는 발가벗고 침대며 방바닥이며 온통 옷을 늘어놓은 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흐음...”


 입을 지 결정을 못해 그러는 것이었다. 심지어 화장과 머리도 아직 하지 않고 있었다. 지왕은 약을 올리며 말했다.


“늦으면 재밌는 거 사람 많아서 못 탄다~.”

지혜는 마음이 더욱 급해졌다.


“알았어, 조용히 좀 해. 안 그래도 머리 아프니까.”

그러더니 갑자기 팬티와 브래지어들을 들어보이며 지왕에게 말했다.

“넌 어떤 게 좋아? 이거? 아님 이거?”

지왕은 킥 웃으며 장난을 쳤다.

“난 안 입는  좋아.”


“어휴, 변태! 장난하지 말고. 어떤 게 좋은데?”

그러나 지왕은 자기가 선택을 해줘봐야 지혜가 순순히 따를  아니란  그간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헛수고하지 않고 계속 나몰라라 했다.

“난 노팬티가 좋다니까?”

“에잇, 정말!”

“오늘은 샛별이나 리나도 없는데 뭘 그렇게 고민하냐? 대충 입어도 놀이 공원에 온 애들 중에서 니가 제일 예쁠 텐데. 그러니 저기 저거나 입어.”

그러나 지혜는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히잉...”


그러나 지왕의 말대로 늦으면 놀이공원에서  서느라 아무것도 못할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옷을 고르고 거기에 맞는 화장과 머리를 했다.

“짠! 어때? 마음에 들어?”

“노출이 넘 심한 거 아냐?”

지혜는 다리가 허벅지까지 매끈히 드러나는 핫팬츠에 앙가슴이 다 보이는 끈나시를 입었고 머리도 뒤로 귀엽게 질끈 묶어서 하얀 목선이  드러나 있었다. 화장도 걸그룹 비슷하게 해서, 진짜 무슨 무대에 서기 직전의 걸그룹을 보는 것 같았다. 아니 군대에 위문 공연을 가는 걸그룹을 보는 것 같았다.

지왕의 말에 지혜는 살짝 주눅이 들어 쭈뼛거렸다.


“너무 야해? 그럼 갈아입을까?”


“아냐, 됐어. 예쁘니까 그냥 가자.”

지혜는 대번에 방긋 웃었다.

“응!”


그러고는 지왕에게 팔짱을 끼고 같이 나왔다.

“헤헷.”

조수석에 탄 지혜는 샛별이와 누가 조수석에 앉을 지를 놓고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신이 나서 지왕에게 말했다.

“운전하다 졸리면 내 다리 만져~.”

지왕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뭐?”

그러자 지혜는 한술 더  말했다.

“더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구. 다 만지게 해줄게.”


지왕은 피식 웃었다.

“나 참.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잠 안 오게.”

 말에 지혜는 삐져서 입을 삐죽거렸다.

“칫. 너 요즘 너무 콧대가 높아진 것 같아.”


“그게 뭔 소리야?”

“맨날 주변에 예쁜 애들이 좋다고 달라붙어주니까 고마운 줄도 모르잖아. 우리나라에, 아니 전 세계에 나 같은 여자가 이렇게 애교 부려주는 남자가  명이나 될 것 같애?”

뭐 맞는 말이긴 했다. 하지만 지왕은 지지 않고 말했다.

“그럼 자궁에 정액을 직접 받는 여자는 세상에 또 있을  같냐?”

지혜는 얼굴이 빨개져서 말을 얼버무렸다.


“칫, 변태.”

“훗. 그럼 간다.”

“네~! 오빠 달려~!”


“니가 누나거든?”

“으이구, 기분도  내냐? 그럼 누나 행세할까?”


“동생한테 엉덩이 맞으면서 느끼는 누나?”

“어휴! 정말! 운전이나 해!”

“네~, 네~.”


그렇게 지왕은 차를 출발시켰다. 다행히 길은 그다지 막히지 않았다. 지혜는 신이 나서 말했다.


“오늘 사람 별로 없을 건가봐. 그 쪽으로 가는 차가 별로 없네?”

“그러게... 늦어서 막힐  알았더니.”

그리고 잠시 후 놀이공원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생각보다 차가 많지 않았다.

“흐음, 널럴하네? 빨리 가자. 그래야 하나라도 더 타지.”


“응!”


지왕과 지혜는 자유이용권을 끊고 마침내 입장했다. 지혜는 지왕에게 팔짱을 끼고 좋아라 했다.


“와아! 정말 오래간만이다!”

“그러게...”


실은 지왕은 처음이었다. 갤낚시 폰을 얻기 전까진 왕따였는데다가 모쏠이었기 때문에 여자친구와는커녕 동성친구와도 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는 건 지혜는 딴 남자들과 여길 와봤다는 얘기? 제길.

그렇지만  화가 날 정도로 질투가 나진 않았다. 일종의 승자의 여유랄까?  가진 자의 여유일 수도 있고.

지혜는 앞에 조각상들이 있는 분수대가 보이자 자기의 폰을 지왕에게 주고서 분수대 앞에서 포즈를 잡았다.


“나 사진 찍어줘!”


지왕은 픽 웃으며 폰으로 사진을 찍어줬다. 사진을 찍은 지혜는 신이 나서 지왕에게 손짓을 했다.

“이리 와. 같이 찍자.”


지왕은 살짝 뻘쭘해하며 지혜의 옆에 섰다. 셀카는 왠지 적응이 안 됐다. 특히 다른 사진을 찍을 때보다 셀카를 찍을 땐 여자애들이 자기들 얼굴이 작게 보이려고 머리를 뒤로 빼기 때문에 지왕의 얼굴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도드라지게 나왔다. 못생긴 얼굴이. 그로인해 이젠 자신감과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는 지왕이었지만 이상하게 셀카를 찍을 때만큼은 약간 위축이 됐다.


지혜가 지왕의 품에 꼭 붙어서 사진 찍을 포즈를 취하며 말했다.


“표정이 그게 뭐야? 웃어.”


“어? 응...”


지왕은 그러면서 속으로 김치라고 하며 억지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지혜는 그런 지왕은 1도 관심이 없었고 자기만  나오면 된다는 생각에 한껏 귀엽고 섹시한 표정을 지으며 셀카를 찍었다.


찰칵.

지왕의 뺨에 입을 맞추면서도 한 장 찍고.

찰칵.

지왕에게 자기 뺨에 키스를 하라고 보채면서도 한장을 찍었다.

찰칵.


그리고 마지막엔 입맞춤 사진.


찰칵.


촬영이 끝나고 지혜는 자기가 찍은 사진들을 보며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와아,  나왔다. 근데 넌 표정이 이게 뭐야?  잘 찍혀라.”


지왕은 괜히 무안해졌다.

“몰라.”


그러나 지햬는 사진을 보며 좋아하기만 했다.

“헤헷.”

“야, 인증샷은 그걸로 됐으니까 얼른 사파리 예약하고 인기 있는 거 먼저 타러 가자.”

“응.”


그렇게 놀이공원에 오자마자 3시간 동안은 인기 있는 탈 것들을 즐기고 버스를 타고 사파리도 구경했다. 그러고 나니 벌써 점심 때가 되었다. 지혜는 지쳤지만 즐거운 표정으로 지왕에게 팔짱을 끼고 몸을 기댔다.

“휴우, 지친다. 그치만 재밌었어. 넌?”

“나도.”


지왕은 쑥스러워 대놓고 좋아하진 못했지만 속으로 엄청 즐거워하고 있었다. 이런데 처음 와보고, 또 광고에서만 보는 시설들도 처음 타봤으니까.


“배고프지?”

“응. 그리고 목도 말라.”

“음료수 사줄까? 물?”


“아니. 저기 꽃 많은 데 가면 야외 테이블에서 파는 식당 있잖아? 거기 가서 밥이랑 맥주 사먹자. 맥주 마시고 싶어.”


“그럴까? 그래, 가자.”


“응!”


다행히 꽃이 만발한 화원이 잘 보이는 자리가 하나 남아 있었다. 지혜는 그 테이블을 발견하자마자 한달음에 달려가 찜을 했다.

“앗! .... 찜 성공~! 지왕아! 빨리 와!”

“알았어. 정말 이럴 땐 어린애 같다니까? 후후.”

지왕이 자리를 잡고 앉자 지혜가 주문하는 곳으로 가서 메뉴판을 가지고 왔다.

“뭐 먹을래?”

“글쎄... 너 먹고 싶은  먹어.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응. 오늘은 돈 걱정 안 할 거야.  돈 많잖아?”

지난 번 폰팔이가 주고  돈봉투를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지왕은 카드를 지혜에게 줬다.

“자. 가서 주문하고 와.”

“응!”


지혜는 신이 나서 지왕의 뺨에 쪽 키스를 하고 후다닥 주문하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결제를 하고 진동벨을 받아서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뭐 시켰어?”


“음, 학센이랑 샐러드랑 츄러스랑 맥주.”

“학센?”

“어, 독일식 족발 같은 거야. 여기 웬만한 식당보다 맛있어.”

“그래?”

그때 진동벨이 울렸다.


위잉~!


“어? 벌써 나왔나보다. 금방 갖다올게.”

그러나 지왕은 지혜를 말리며 붙잡았다.


“아냐, 내가 가져올게. 맥주도 있으니까 무거울 거야.”


지혜는 자길 생각해주는 지왕의 태도가 너무 기뻤다. 그래서 예쁜  도로 다소곳이 앉으며 귀엽게 말했다.

“응, 기다릴게. 조심해서 가져와.”


“녀석, 귀여운 척은.”


지왕의 핀잔에 지혜는 입을 삐죽거렸다.

“칫. 나 원래 귀엽거든?”

지왕은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그래? 섹시는 포기한 건가?”

“섹시하고 귀여워!”


“알았다. 좋은 건 다 같다 붙이네.”


“너어!”

“아, 쏘리 쏘리.”


지왕은 그렇게 능청을 떨며 음식을 가지러 갔다. 그리고 잠시 후 쟁반에 음식과 맥주를 담아서 돌아왔다.

“먹자.”

“응! 일단 맥주부터 짠 하고...”

지혜는 그러면서 반강제로 지왕과 맥주잔을 부딪혔다.


짱~!


그리고 맥주를 한모금 시원하게 들이켰다.

“(꿀꺽... 꿀꺽...) 후아~! 시원하다!”

지왕도 시원하게 목을 축였다.

“후우, 시원하네?”

지혜는 학센 한 점을 포크로 찍은 다음 겨자 소스와 케찹을 발라 지왕 앞에 내밀었다.


“자, 먹어 봐.”


지왕은 입을 아 벌려 넙죽 받아먹었다.

“아~. (우물우물)”

“어때? 맛있지?”


“어. 족발이랑 비슷하네. 너도 먹어.”

지혜는 입을 삐죽였다.

“뭐야? 너도  먹여줘야지?”

“어? 나 참. 알았다.”


지왕은 지혜가 그랬듯이 똑같이 학센 한점을 포크로 찍어 지혜 앞에 내밀었다.

“자.”


지혜는 활짝 웃으며 지왕이 준 걸 받아먹었다.


“앙~. 으음! 맛있어~!”

그렇게 둘은 술과 안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운동장만한 화원에 가득한 각양각색의 알록달록한 꽃들을 구경했다. 날씨가 덥고 맥주를 초반에 급하게 먹어서 그런지 별로 마시지 않았는데도 술기운이 후끈후끈 돌았다.

“후우.. 은근 취하네?”


“그치? 나도 몸이 막 화끈 화끈 달아오르는 것 같아. 오르가즘 느꼈을 때처럼.”

지혜의 속삼임에 지왕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지왕의 당황하는 표정에 지혜는 기분이 좋아져서 섹시하고 귀여운 표정으로 지왕에게 몰래 속삭였다.

“나 지금 젖었다? 히힛.”

“뭐? 나 참.”


하지만 지금 당장  어찌할 순 없었다. 주변에만 사람들이 족히 2~300명은 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완전 탁 트인 곳에서. 그렇다고 뜬금없이 포털을 열어 갤낚시 모텔로 데려가기도 그렇고...


그때 지혜가 보란듯이 씨익 회심의 미소를 짓더니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지왕은 그걸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그건...?!”


그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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