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05화 〉205화 (205/270)



〈 205화 〉205화

낮에 놀이동산에서 놀고 밤에 새벽 늦게까지 호텔방에서 얼떨결에 뜨거운 예비 신혼(?)의 밤까지 보낸 지왕과 지혜는 당연히 아침에 깨질 못했다. 그때 방의 벨이 울렸다.


“예약하신 조식 서비스 준비해드리려고 왔습니다.”

지왕과 지혜는 깜짝 놀라 눈이 번쩍 떠졌다.

“어?”

“조식 서비스 시켰어?”


“어...”

지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시켰으면 시켰다고 말을 해야 할 거 아냐?”

“그야  놀래켜 주려고...”

“어휴, 정말. 지금 완전 엉망인데...”

지혜 말대로 둘은 어제 신나게 섹스를 하다 지쳐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던 관계로 온몸이 정액과 애액, 침이 묻었던 흔적으로 지저분했다. 머리도 완전  졌고.


지혜는 일단 욕실로 도망쳤다.

“난 몰라! 니가 나가 봐!”

그러나 지왕도 아무리 남자지만 이대로 문을 열기가 좀 그랬다. 그래서 일단 세면대로 가서 잽싸게 대충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고 가운을 걸쳤다.

“잠깐만요! 금방 열어드릴게요!”


그러고는 멋쩍게 웃으며 문을 열어주었다.


“죄송해요... 방이 엉망이라...”

실제로 방은 환기도 안 시켜서 훈훈한 냄새가 가득했다. 지왕은 조마조마했다.


‘설마 정액 냄새가 나는 건 아니겠지?’


다행히 호텔 직원들은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아침에 이런 분위기인 건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저... 다른 분은...”


“아, 욕실에서 샤워중이에요.”

“아, 네... 그럼 식사 준비는...”

“그냥 차려주고 가세요. 저희가 알아서 먹을게요.”


“네. 그럼 테이블에 차려드리겠습니다.”

호텔 직원들은 테이블에 조식을 차려놓고 말했다.


“그럼 식사하신 건 언제 치우러 올까요?”


“아 금방 치우셔야 하나요?”

“아니요. 원하시는 대로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체크아웃할 때 같이 치우셔도 되는 거죠?”

“네, 물론이죠.”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네... 수고하세요...”


그렇게 직원들은 인사를 하고 나갔다. 지혜는 그제야 대충 샤워를 마치고 몸에 수건을 두른 채 나왔다.

“갔어?”


“어.”


“어휴,  떨어지는 줄 알았네. 다음부턴 미리 말 좀 해줘.”

“알았어.”

“그럼 너도 씻어.”

“귀찮아. 그냥 먹고 씻을래.”

“안 돼! 냄새 난단 말이야. 얼른, 내가 씻겨줄게.”

“어휴, 정말...”


그렇게 지왕은 지혜의 손에 잡혀 욕실로 끌려가 대충 샤워를 하고 나왔다.

“밥  식었겠다.”


“괜찮아. 나 호텔에서 조식 먹는  처음이니까 식어도 맛있을 거야.”


지왕은 지혜의 알뜰함과 마음씀이 예뻐보였다.

“녀석. 그래, 맛있게 먹어. 점심 때 더 맛있는 거 사줄게.”


“응.”

둘은 하얀 가운을 걸친 채로 테이블에 마주앉아 식사를 했다.

“맛있다. 그치?”

“그렇네. 별로 안 식었네.”

“이렇게 먹으니까 진짜 신혼여행 와서 먹는 것 같다. 헤헤.”


“뭐만 하면 신혼이래. 그러다 평생 신혼하겠다.”

“왜? 싫어?”


“아니 뭐...”


“설마 어제 결혼 얘기 그냥 한 거 아니지?”


“그냥은 무슨. 남아일언 중천금.”


일단은...

하지만 지혜는 지왕의 말에 좋아서 배싯 웃었다.

“히힛.”


그렇게 조식을 먹고 휴식을 취한 뒤 둘은 미지근한 물로 반신욕을 하고서 나갈 준비를 했다.


“휴우, 반신욕했더니  졸린다. 잠이 부족해.”

“어떡해? 그래갖고 운전할 수 있겠어?”

“뭐 그래도 해야지. 안 졸게 니가 옆에서 잘 보조해”

그러자 지혜는 입고 있던 치마를 살짝 들춰 하얀색 면팬티를 아슬아슬하게 보여주면서 생긋 웃었다.


“이런 식으로 깨워주면 되는 거지?”


지왕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훗, 그래. 아, 여기 스카이라운지에 아이스크림 맛있다더라. 그거나 먹고 가자. 잠 깨게.”


“응!”

그렇게 지왕과 지혜는 호텔 스카이라운지로 올라갔다. 낮시간이라 그런지 다행히 창가 쪽에 자리가 하나 남아 있었다.


“와~! 좋다! 저기 어제 갔던 놀이동산도 보인다.”

정말로 어제 스릴 쩌는 섹스를 했던 관람차가 아주 작게 보였다. 지왕은 피식 웃으며 농담을 했다.

“오늘은 저기서 누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라나?”

지혜는 같이 피식 웃으며 지왕을 팔꿈치로 툭 쳤다.

“어휴, 정말.”


둘은 여기서 유명하다는 쌀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청포도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와아! 맛있겠다!”


지혜는 그러면서 두 아이스크림을 연달아 한입씩 맛봤다.

“와아! 쌀알이 십혀! 이거 진짜 청포도 맛이야! 청포도맛 사탕 얼려서 만든 것 같애.”

“그렇네. 독특하네.”


“그치? 포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 샛별이랑 리나한테 갖다주게. 근데 안되겠지?”


“다음에  같이 와.”

“응.”

지왕은 지혜가 어제 자기랑만 결혼해준다는 말에 그렇게 좋아해놓고 정작 지금 와서는 맛있는  먹으면서 샛별이와 리나를 생각해주는 게 좀 의아했다. 그리고 하마터면 핀잔을 주며 놀릴 뻔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꾹 참았다. 괜히 먼저 결혼 얘기 꺼내봐야 좋을 게 없었으니까.


둘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 뒤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거의 다 와을 때 지혜는 지왕에게 은근슬쩍 말했다.

“그냥 모레 리나랑 놀러  때까지 너희집에서 같이 지내면 안 돼?”


“응,  돼.”


“칫. 결혼까지 약속했으면서.”

“설령 결혼을 했다 하더라도 남자는 혼자서 휴식하며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해. 그러니 명심해. 그거 이해해주지 못하면  많이 실망할 거야.”

지혜는 입이 쑥 나와서 툴툴거렸다.


“알았어...”


지왕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결혼 얘기하니까 금방 껌뻑 죽네? 뭐 꼭 나쁜 것만은 아니군.’


그러는 사이 지혜의 자취방에 도착했다.

“다 왔다.”


“응... 들어와서 잠깐 쉬었다 갈래? 커피 끓여줄까?”

“아냐 됐어. 그럼 잠 못자.”

“그럼 우리집에서 자고 가. 피곤하잖아?”


“혼자 잘 거야.”


“칫. 그래놓고 또 리나 부르려고 그러는 거지?”

지왕은 장난기가 발동해 일부러 부인하지 않았다.

“글쎄~?”

“뭐?!”

하지만 지혜는 의외로 화를 내지 않고 꾹 참으며 말했다.

“뭐 좋아.  무시하지만 않는다면 첩 1~2명 쯤은 인정해줄게.”

지왕은 피식 웃었다.

‘샛별이랑 리나?’

하지만 일부러  생각을 입밖에 내진 않았다. 그랬다간 오히려 자기가 지혜의 말에 말릴 수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대신 귀찮다는 식으로 말했다.

“지금은 첩도 귀찮아. 그냥 혼자 잘래.”

그러자 지혜는 좋다고 활짝 웃었다.

“알았어. 그럼 집에 가서 푹 쉬어. 저녁에도 방해 안 할게. 대신 내일 아침은 내가 가서 밥 해줄게. 그래도 되지?”


“어. 그렇게 해.”


“응. 그럼 잘 가~. 사랑해~.”


“알았어.”

지왕은 그렇게 지혜가 집에 들어가는 것까지 보고 나서 자신의 자취집으로 돌아갔다.

“휴우, 피곤하다.”


그러곤 어제나 그랬듯이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워 곯아떨어졌다.

“으... 이것도 일이네... 쿠울... Zzzz...”

지왕은 깜깜해지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깨어났다.


“으... 밤?”

시계를 보니  자정이었다. 피곤해서 입맛도 없고, 딱히 배가 고픈 것 같지도 않고, 일어나기도 귀찮고... 아 오줌은 마렵네...

“으, 귀찮아.”

왠지 화장실 가기 귀찮을 때 오줌 받아먹는 육변기가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좀 인간적으로 여자가 불쌍한...

그래서 할 수 없이 꾸물거리며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왔다.


“으, 녀석(지혜)한테 기를 다 빨린 것 같네... 역시 샛별이가 더...”

나을 것 같은...

지왕은 그러고선 다시 침대에 철푸덕 엎어져서 자 버렸다.


“음냐... 쿠울... Zzzzz”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