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화 - 216화
콘도의 욕실에서 한바탕 방금 속을 비운 리나의 똥꼬에다 시원하게 애널 섹스를 한 지왕은 같이 몸을 씻고서 욕실에서 나왔다. 시간이 어느 새 저녁 9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둘의 배에서 동시에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러고 보니 11시쯤에 수영장에서 뭐 먹고 아무 것도 안 먹었네?”
“맞아. 그게 우리 처음이자 마지막 식사였잖아?”
“안 되겠다. 얼른 밥 먹으러 가자.”
“응.”
그렇게 둘은 얼른 옷을 챙겨 입고 차를 몰고 리나가 일찍이 말했었던 인근의 숯불갈비 집으로 향했다.
“여기 되게 맛있어. 아마 너도 분명 좋아할 거야.”
“어.”
식당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심지어 지왕과 리나는 입구에서 20분 정도 대기를 하다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을 정도였다. 자리에 앉으며 리나는 지왕에게 미안해했다.
“미안... 여긴 예약이 안 돼서...”
“괜찮아. 20분밖에 안 기다렸는데 뭐. 또 여기 널린 게 고기집인데 아무데나 가면 되지. 숯불갈비는 양념맛이라 거기가 거기잖아.”
“아냐. 그래도 여기가 젤 맛있어. 먹어보면 분명 좋아할 거야.”
“알았어. 시기키나 해.”
“응. 여기요~!”
종업원이 금방 달려왔다.
“네! 주문하시겠어요?”
“여기 왕갈비 4인분 주세요. 콜라도 한 병 주시고요. 밥은 이따가 시킬게요.”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종업원이 돌아가자 리나는 지왕에게 말했다.
“4인분이라고 해봤자 여자애 둘이 먹어도 다 먹을 수 있는 분량이야. 부족하면 먹고 또 시키자.”
“그래. 너도 벨트 풀러 놓고 맘 놓고 먹어. 이제 수영장 안 가니까.”
하지만 리나는 지왕에게 언제나 예쁘고 날씬한 모습만 보이고 싶지 배가 볼록 나온 모습은 보이기 싫었다.
“아냐. 그럼 돼지 돼. 적당히 먹을거야.”
“왜? 배 나오면 내가 싫어할까봐?”
정곡을 찔린 리나는 얼굴이 빨개져서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그게...”
지왕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오늘은 배 뽈록 나와도 귀여워해줄 테니까 마음 놓고 먹어. 물놀이 하느라 힘들었는데 잘 먹어야 밤새 또 놀 거 아냐?”
지왕의 말에 리나는 수줍어하며 배싯 눈웃음을 지었다.
“응... 그럼 쪼끔만 더 먹을게. 그리고 니가 만족할 때까지 최선을 다할게.”
“훗, 녀석. 그럼 이따가 배 나왔나 안 나왔나 검사할 거야. 만약 안 나왔으면 다른 걸로 배 볼록 나오게 만들어줄 테니까 그리 알아.”
그러자 리나는 수줍게 웃으며 귀엽게 대꾸했다.
“그럼 쪼끔만 먹어야겠네?”
“뭐? 훗.”
“헤헷.”
하지만 리나는 혼자서 3인분을 먹어치웠다. 그리고 밥도 반공기를 먹고 물냉면까지 먹었다. 배가 볼록 나와도 지왕이 다른 거, 그러니까 묵직한 자지와 정액으로 질과 자궁을 가득 채워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왕은 화장실을 갖다오다 리나의 옆에 앉아 배를 어루만져서 체크를 했다.
“음...”
리나는 평소 같으면 홀쭉해 보이기 위해 배에 힘을 꽉 줬겠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고 편하게 있었다. 이렇게 있으니 마치 지왕이 아기를 가진 자신의 배를 만지며 흡족해하는 것 같이 느껴져 진짜 결혼이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왕은 리나의 배를 장난스럽게 조물조물 만지며 말했다.
“합격.”
리나는 방긋 웃으며 감사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훗, 그럼 갈까?”
“응.”
둘은 계산을 하고 다시 차를 몰고 콘도로 돌아왔다. 리나는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잠깐 산책 좀 하고 들어가자. 여기 야경도 좋아.”
“그러지 뭐. 소화도 시키고.”
“응.”
리나는 자연스럽게 지왕에게 연인처럼 팔짱을 끼고 걸었다.
“아~, 좋다~...”
“배불러서?”
“칫.”
“후후.”
리나는 정말 좋았다. 아니 홀가분했다. 샛별이와 지혜가 없어서.
물론 샛별이와 지혜, 특히 샛별이는 리나에게 정말 잘해주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리나 입장에선 그 둘이 부담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둘과 있으면 얼굴에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조차 힘이 들었으니까. 아니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다. 심지어 둘에게 질투조차 못 느끼는 그런 상태가 돼 버렸다.
그런데 이렇게 지왕과 단둘이 놀러를 오니 그 장벽? 봉인? 같은 게 자기도 모르는 새에 해제돼 버렸다. 그러고 나니 슬그머니 욕심, 아니 지왕에 대한 소유욕이 고개를 들었다.
‘내일이 되면 또 예전처럼 돌아가겠지...?’
샛별이랑 지혜한테 치여서(?) 지왕이 앞에서 아무런 표현도 하지 못하게 되는 그런 상황으로...
그런 생각이 드니 자기도 모르게 다시 풀이 죽어 버렸다. 지왕은 명랑하던 리나가 갑자기 시무룩해지자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왜? 무슨 걱정 있어?”
리나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 아니 그냥...”
“그냥 뭐?”
“그게...”
“응. 말해 봐”
리나는 고민하다 결국 용기를 내 속에 있는 얘기를 했다.
“넌 날 어떻게 생각해?”
“어?”
지왕은 덜컥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런 질문을 할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지왕의 관념 속에서 리나는 그저 시키는 대로 무엇이든 하는 순종적인 육변기일 뿐이었다.
물론 최근 들어 조금 애틋해진 마음이 들긴 했지만 그건 그냥 동정일 뿐이라고 지왕은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같으면 이런 질문에 아무렇지 않게 돌변해서 “뭐긴 뭐야? 첩이라 생각하지. 왜? 불만 있어?”라는 식으로 차갑게 말했을 것이다. 그래야 샛별이나 리나의 자리를 넘볼 생각을 하지 못할 테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 선뜻 그런 말이 나오질 않았다. 심지어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씨팔, 이 녀석도 결혼 얘기를 꺼내려고 그러는 건가?’
샛별이랑 지혜처럼?
리나는 지왕이 선뜻 말을 해주지 않자 지레 주눅이 들어 스스로 제 질문을 철회했다.
“미안, 괜한 질문을 해서. 신경 쓰지 마. 그냥 물어본 거니까.”
그러면서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배싯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런데... 지왕은 문득 그 모습이 불쌍하게 보였다.
‘씨팔... 하아...’
그리하여 결국 리나를 위로하고 말았다.
“일단 너도 내 여자야. 그러니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마.”
리나는 깜짝 놀란 얼굴로 지왕을 쳐다봤다. 비록 샛별이나 지혜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거나 둘 못지않게 사랑한다거나 하는 말은 뚜렷하게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의 리나로선 그 정도 표현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감동이었다. 지왕을 바라보는 리나의 눈동자가 별빛에 반사돼 반짝반짝 빛났다.
“지왕아...”
지왕은 리나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다시 나란히 걸었다. 그러면서 말했다.
“난 니가 샛별이랑 지혜하고 사이좋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 안 그럼 마음이 힘들어질 테니까.”
리나는 지왕의 말 한 마디 한마디가 가슴 속에 선명하게 새겨졌다.
‘힘들어진다고? 그럼 날 두 사람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
그때 저 앞 가로등 밑에서 젊은 부부가 막 걸음마를 뗀 아이와 산책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와~, 우리 빈이 잘 걷네? 엄마한테 와 봐!”
“맘마.”
“하하!”
그 모습을 본 지왕은 멈칫하며 저도 모르게 당황스러워졌다.
‘씨팔, 하필이면...’
하지만 리나는 불쑥 감상적이 돼서 그 모습을 정겨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지왕에게 팔짱을 더욱 꼭 끼며 말했다.
“행복해보인다. 그치?”
지왕은 애써 침착한 척 대꾸했다.
“어, 뭐... 그렇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지왕이의 아이를 갖고 싶어...
하지만 지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버벅거렸다.
“어? 그게...”
그러나 리나는 이번엔 자기의 말을 취소하지 않았다. 그저 팔짱을 낀 지왕의 팔을 꼭 붙잡은 채 얼굴이 빨개져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마치 지왕이 ‘그렇다’고 대답해주길 필사적으로 기다리는 것처럼...
지왕은 한숨을 푹 쉬었다.
“후우...”
그러고는 거의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리나에게 말했다.
“될 수 있을 거야.”
리나는 깜짝 놀랐다.
“어?!”
그러면서 휘둥그레진 눈으로 지왕을 쳐다봤다. 지왕은 다시 한 번 한숨을 푹 쉬며 방금 전에 한 말을 반복했다.
“될 수 있으니까 괜한 신경 쓰지 말라고.”
만약 샛별이나 지혜였다면 지왕이 한숨을 쉬며 말하는 것에 오히려 실망을 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하지만 리나는 그 정도도 감지덕지했다. 아니 지왕의 한숨이나 표정 따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될 수 있을 거야.”라는 말만 귓가에, 머릿속에 맴돌았다.
‘지왕아...’
그러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흑...”
지왕은 당황스러웠다.
“왜?”
리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울먹거리며 대답했다.
“행복해서...”
지왕은 황당했다.
“뭐?”
리나는 계속 울먹거리며 말했다.
“고마워. 흑...”
“나 참, 고마운데 왜 울어?”
“몰라, 자꾸만 눈물이 나. 미안... 흑...”
“어휴, 정말.”
지왕은 안 돼 보여서 리나를 안고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그러자 리나는 울음이 더 텨져갖곤 지왕의 품에 얼굴을 파묻은 채 계속 눈물을 흘렸다.
‘지왕이가 나랑 결혼해준대! 자기의 아이를 갖게 해준대! 흑, 그런데 바보 같이 자꾸만 눈물이... 그치만 행복해! 흑...’
그러나 지왕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했다.
‘어휴, 이젠 놀랍지도 않다. 어째서 하나같이 여행만 오면...’
잠시 후 리나가 좀 진정을 하자 지왕은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