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화 - 220화
지왕은 폰팔이가 ‘비용은 다 대줄 테니 그간 중점적으로 조교했던 여자애들과 1대1 데이트를 하면서 그녀들에 대한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생각을 확인해보고 또 추억도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라는 제안’을 받아들여서, 근 일주일에 걸쳐 샛별이, 지혜, 리나와 각각 1박2일짜리 1대1 여행을 했었다.
그리고 앞으로 자신이 과외를 해주고 있는 슬기와 슬기의 새엄마 정아, 그리고 지혜가 알바를 하고 있는 편의점의 여사장 수진과의 여행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런데 그 전에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샛별이는 슬기·정아·수진과 지왕의 관계를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지왕은 앞으로도 그녀들의 존재를 샛별이에게 알려줄 생각이 별로 없었다.
또 그 셋과 따로 여행을 갈 거라는 것을 지혜나 리나에게도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 지혜와 리나에게 여행을 갈 때마다 ‘너랑만 결혼해주겠다’고 약속을 한 터에 슬기, 정아, 수진과도 여행을 갈 거라는 사실을 알려봐야 왠지 골만 아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지혜는...
그래서 걔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미리 조치를 취해놓기 위해 오늘 샛별이와 함께 집으로 찾아오라고 했었다. 그리고 점심때가 되자 셋이 냉면 재료를 사들고 지왕의 자취집으로 왔다. 지왕이 물냉면을 먹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샛별이와 리나는 바로 부엌으로 가서 냉면을 만들 준비를 했다.
“잠깐만 기다려. 금방 해줄게.”
“어.”
하지만 지혜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슬그머니 지왕의 옆에 와서 앉았다.
“헤헤.”
지왕은 픽 웃으며 지혜한테 핀잔을 줬다.
“뭐야? 넌 냉면 안 만들어?”
“응.”
“뭐?”
“냉면이야 면 끓이고 육수만 부우면 되는데 괜히 셋이 한다고 뭉쳐 있으면 오히려 방해만 돼. 둘도 많아.”
하긴 그럴 것도 같았다. 하지만 지왕의 눈엔 여전히 지혜가 꾀부리는 걸로 밖에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구박하듯 말했다.
“그럼 넌 청소나 해.”
지왕은 자기가 이렇게 말하면 지혜가 입이 쑥 나와서 툴툴댈 줄 알았다. 하지만 지혜는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오히려 생긋 웃으며 능청을 떨었다.
“꼬추 청소?”
지왕은 어이가 없었다.
“뭐?”
“헤헷.”
“에이, 몰라. 안마나 좀 해 봐. 잠을 잘 못 잤는지 목이 결리네.”
지왕은 그러면서 침대에 엎드렸다. 지혜는 좋아라하며 지왕의 목과 어깨를 주물렀다.
“시원해?”
“몰라.”
“칫.”
하지만 제법 시원했다. 그 동안 셋에게 안마를 시켜본 결과 지혜가 손이 제일 야무졌다. 그러는 사이 냉면이 완성되었다.
“다 됐어. 상 좀 펴줘.”
“어.”
지왕과 지혜는 방 한가운데에 상을 폈다. 샛별이와 리나는 양손에 냉면 그릇을 하나씩 가지고 와서 상 위에 놓았다.
“이건 니 거.”
“땡큐. 오~, 맛있겠는데?”
집에서 만든 냉면이지만 삶은 계란과 무채도 잔뜩 올려져 있는 것이 제법 맛이 있어 보였다.
“참기름도 넣어서 맛있을 거야. 먹어 봐.”
“어.”
지왕은 면을 육수에 휘휘 저어서 한 입 맛을 봤다.
“(우물우물) 음, 맛있네? 역시 재료를 사서 만들어도 만드는 사람이 다르니까 맛이 다르구나?”
“헤헷.”
“너희들도 먹어.”
“응.”
“응.”
지왕은 여자애들보다 냉면의 양이 2배로 많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다 먹어치우고 국물까지 한 방울도 남김없이 쭉 드링킹했다.
“후우~, 잘 먹었다!”
“내 거 더 줄까?”
“아냐, 됐어. 너 먹어.”
샛별이는 물론 리나와 지혜도 아직 반도 안 먹은 상태였다. 지왕은 침대에 드러누워 셋이 냉면을 다 먹기를 기다렸다.
“후우...”
그런데... 졸렸다.
‘자면 안 되는데...’
그러나 결국 눈꺼풀이 무거워져서 잠이 들어버리고 말았다.
“쿠울... Zzzz”
얼마나 잤을까? 지왕은 움찔 하며 번쩍 눈이 떠졌다.
“어?”
그러고는 벌떡 몸을 일으켜 두리번거렸다. 샛별이와 지혜, 그리고 리나는 어느 새 설거지까지 마치고 부엌에서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며 놀고 있었다. 그러다 지왕이 깬 걸 보고 침대로 올라왔다.
“일어났어?”
지왕은 산발이 된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깨우지 그랬어?”
“너무 곤하게 자길래. 요새 우리들이랑 놀아주느라 많이 피곤했잖아?”
“그야 그렇지만...”
지왕은 그러면서 다시 벌러덩 누워버렸다.
“휴우~...”
지혜가 지왕에게 물었다.
“그런데 무슨 말하려고 부른 거야? 할 말 있다며?”
“어... 뭐 중요한 건 아니고... 방학도 하고 해서 한 일주일 집에 내려갔다오려고.”
지혜는 피식 웃었다.
“난 또 뭐라고. 겨우 그거 말해주려고 오라고 한 거야?”
지왕은 같이 피식 웃으며 핀잔을 줬다.
“어차피 오지 말라고 해도 오는 주제에.”
“칫. 아, 그럼 기왕에 가는 거 우리 같이 갈까?”
“뭐?”
지혜의 말에 지왕과 샛별이는 저도 모르게 서로를 쳐다봤다. 지난 번 어버이날에 지혜 모르게 단둘이 몰래 부모님 집에 다녀왔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혜는 그것도 모르고 그냥 자기가 따라간다는 말에 지왕이 당황한 것이라 생각하고 계속 놀렸다.
“왜? 이번 기회에 부모님께 인사도 드리면 좋잖아?”
“아이씨,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안마나 해.”
그러나 지혜는 지왕의 팔을 주무르면서도 계속 장난을 쳤다.
“뭐가 쓸데없는 소리냐? 미래의 시부모님께 예쁜 예비 며느리가 인사 좀 드리겠다는데.”
“누가 너랑 결혼한대?”
지왕은 그래놓고 뒤늦게 자기가 괜한 소리를 했음을 깨닫고 가슴이 철렁했다.
‘아차!’
역시나 지혜는 바로 발끈했다.
“뭐?! 야! 언제는 나랑 결혼해준다며?”
지왕은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했다.
‘야이씨!’
샛별이와 리나는 깜짝 놀라 지왕을 쳐다봤다.
‘뭐?!’
지혜는 그제야 자기가 실언을 했음을 깨닫고 얼른 둘러댔다. 지왕이 자기한테 결혼 약속을 해줬다는 것을 샛별이와 리나가 알아봤자 좋을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 아직 안했었나?”
지왕은 얼른 지혜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래. 아직 결혼 얘기는 한적 없지...”
그 말에 지혜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능청을 떨었다.
“뭐, 그럼 이 참에 결정해. 누구랑 결혼할 거야? 나?”
“됐거든? 니들 하는 거 봐서 나중에 결정할 거야.”
“칫. 나쁜 놈.”
“싫으면 관두던가? 경쟁자 줄어서 얘들은 좋겠네.”
“흥! 안 관둘 거야!”
“그래라.”
“칫.”
지왕과 지혜는 그러면서 은근슬쩍 샛별이와 리나의 눈치를 살폈다.
‘제발... 속아넘어가라...’
‘눈치 못 챘겠지?’
샛별이와 리나는 못내 의심쩍었지만 지왕과 지혜가 대놓고 그리 말하니 선뜻 뭐라 말을 꺼내지 못하였다.
‘...’
‘...’
지혜는 둘의 그런 반응을 보고 조바심이 나서 결국 관심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해 지왕의 바지를 벗겼다. 지왕은 화들짝 놀라며 지혜를 쳐다봤다.
“뭐야?”
지혜는 눈빛으로 지왕에게 눈치를 주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너한테 잘 보여서 점수 따려고.”
“뭐?”
지혜는 그러더니 다짜고자 보란듯이 지왕의 자지를 입에 물고 빨았다.
“하흥~. 우움. (쮸릅 쪽 쪽)”
그 모습을 본 샛별이와 리나는 불쑥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얼른 지혜의 양옆에 자리를 잡고 같이 자지를 빨았다.
“하앙~. (츄릅 할짝)”
“하흥~. 우움. (츄릅 쪽 쪽)”
지왕과 지혜는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유, 십년감수했네...’
하지만 샛별이와 리나는 자지를 빨고 있으면서도 정신은 온통 지혜가 했던 결혼 얘기에 쏠려 있었다.
‘설마 언니랑 리나한테도 결혼 얘기를 한 건가?’
‘언니랑 샛별이한테도...’
덕분에 세 여자가 암캐처럼 웅크려 한 남자의 자지를 빨고 있었음에도 방안의 분위기는 뭔가 뻘쭘했다.
‘...’
그날 밤 지왕은 여자애들과 다 같이 밤을 보냈다. 1주일 동안 본가에 내려갔다 온다고 했으니 그동안 쓸쓸해하지 말라고 자준 것이었다. 샛별이와 지혜, 리나는 알몸인 채로 지왕의 양옆에 옹기종이 모여 웅크려 자고 있었다.
“으음...”
Zzzz...
그러다 지왕은 문득 새벽에 잠이 깼다.
“아...”
오줌이 마려웠다. 그래서 애들이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벽에 붙은 거울과 마주보고 서서 변기에다 오줌을 쌌다.
쪼르르륵.
그러다 문득 깜빡했던 게 생각났다.
“아차, 그걸 생각 못했네? 어쩌지? 흐음...”
그러다 오줌을 누고 나와서 옷을 입은 뒤 갤낚시 폰을 들고 잠깐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포털 앱을 실행시켜 벽에다 플래시를 비춰 포털을 연 뒤 갤낚시 모텔로 갔다.
‘안 자고 있으려나?’
모텔 로비에는 폰팔이가 있었다.
“오래간만에 오시네요. 1대1 데이트는 잘 되어가고 있으시죠?”
“뭐 대충.”
“그런데 이 늦은 시간에 혼자 어쩐 일로...”
“그게 이번에 슬기랑 수진이랑 외국에 나갈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상대방이 나한테 전화했을 때 로밍 알림음이 뜨잖아?”
“아, 그래서 그걸 안 뜨게 하는 방법이 없나 궁금하신 거죠?”
“어. 애들한테 부모님 집에 내려간다고 했는데 갑자기 로밍메시지가 뜨면 의심할 거 아냐?”
“걱정 마세요. 저희가 조치를 취해드릴게요.”
“정말? 그런 것도 가능해?”
“물론이죠. 갤낚시 폰을 만든 기술력으로 뭔들 못하겠어요?”
“하긴... 알았어. 그럼 믿고 갈게.”
“네, 안녕히 가세요.”
“어.”
지왕은 그렇게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이다. 그럼 이걸로 안심하고 다녀올 수 있겠네?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