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화 - 243화
드디어 기다리던 보라카이에 가기로 한 날이 되었다. 지왕은 폰팔이가 빌려준 차를 몰고 치혜, 샛별이, 리나를 차례로 픽업한 뒤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여자애들은 신이 나서 재잘거렸다.
“나 어제 한숨도 못 잤어.”
“저두요.”
“저도 그래요.”
“피부 까칠해져서 화장도 다 떴어.”
“저두요.”
“저두 엄청 떴어요.”
“비행기 타면 기내식 먹고 바로 자야겠다.”
“그럼 얼굴 부울 텐데...”
“그런가? 에이씨.”
“기내식 안 먹고 자면 되잖아요?”
“에이, 그래도 그건 아니지. 기내식 먹으려고 비행기 타는 건데.”
“맞아요. 기내식은 왠지 포기할 수가 없어요.”
“뭐 나올까?”
“글쎄요. 아침이니까 간단하게 나오지 않을까요?”
“안 돼. 푸짐하게 나와야 돼.”
지왕은 피식 웃었다.
“걱정 마. 푸짐하게 나올 테니까.”
지혜는 어리둥절했다.
“그걸 어떻게 알아? 메뉴 봤어?”
“아니.”
“칫, 뭐야?”
“후후.”
차는 마침내 인천공항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터미널에 들어서자 갤낚시 모텔의 지배인과 부지배인인 폰팔이와 쥬리가 모텔 여직원들 5~6명을 거느리고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 맞춰 오셨네요.”
“어.”
여자애들은 쥬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당신은...”
쥬리는 반갑게 웃으며 말했다.
“알아보시겠어요?”
“수목원에 있던 분 맞죠?”
“네, 맞아요.”
여자애들은 지난 번 펜션 여행을 다녀오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누드 수목원에서 쥬리와 만난 일이 있었다. 물론 그 전에도 갤낚시 모텔에서 몇 번 만난 적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현실 세계로 돌아올 때 기억 삭제 주사를 맞았었기 때문에 여자애들의 기억 속에서 쥬리는 누드 수목원에서 만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지왕은 폰팔이에게 물었다.
“어느 쪽으로 가면 돼?”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따라오시죠.”
“어.”
지왕은 그렇게 여자애들과 함께 폰팔이를 따라갔다. 여자애들은 영문을 몰라 지왕에게 몰래 속삭였다.
“어디로 가는 거야? 그리고 저분들은...”
지왕은 웃으며 말했다.
“가보면 알아.”
결국 여자애들은 더 묻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지왕을 따라갔다.
“...”
폰팔이가 도와준 덕에 출국 수속은 금방 완료가 되었다.
“전용기는 이쪽입니다.”
폰팔이의 말에 여자애들은 깜짝 놀라 지왕을 쳐다봤다.
“전용기?!”
“방금 전용기라고 한 거야?”
그러자 쥬리가 생긋 웃으며 지왕 대신 대답을 해주었다.
“네. 여러분들은 저희 쪽에서 마련한 전용기를 타고 보라카이에 가실 겁니다.”
여자애들은 입이 떡 벌어져서 지왕을 쳐다봤다.
“지왕아... 이거 어떻게 된 거야? 그리고 돈은? 그런 돈이 어디서 났어?”
지왕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공짜야.”
여자애들은 거듭 깜짝 놀랐다.
“공짜?!”
“어.”
지왕은 그러면서 쥬리 쪽을 쳐다봤다. 이다음부턴 대신 얘기하라는 뜻이었다. 여자애들도 지왕을 따라서 다시 쥬리 쪽을 쳐다봤다. 쥬리는 생긋 웃으며 대신 대답을 (지어서) 해주었다.
“지왕 님께서 이벤트에 당첨되셨거든요.”
여자애들은 또 다시 눈이 휘둥그레져서 지왕 쪽을 쳐다봤다.
“네에?!”
지왕은 우쭐대며 말했다.
“내가 좀 럭키 가이잖아?”
여자애들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었다. 아니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지왕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그냥 너무 놀랍고 기뻐서... 그리고 행복하고... 결국 셋은 느닷없이 지왕을 와락 끌어안으며 좋아라 했다.
“지왕아~!”
“사랑해~!”
“멋져~!”
지왕은 얼떨결에 팔을 벌려 셋을 안았다.
“엇?!”
다리에 힘을 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애들과 뒤엉켜 뒤로 꽈당 넘어질 뻔했다.
“야, 야. 넘어진다.”
“아, 미안... 그치만 믿기지가 않아서...”
그때 쥬리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대신 조건이 있어요.”
여자애들은 어리둥절했다. 지왕도 어리둥절했다.
“조건요?”
“네.”
“그게 뭔데요?”
“탑승하면 알려드릴게요. 얼른 오세요. 시간 다 됐어요.”
“네...”
여자애들은 다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쥬리를 따라갔다. 활주로로 나와서 전용기를 본 지왕과 여자애들은 입이 다시 떡 벌어졌다.
“우와!”
“와아...!”
“저게 우리가 탈 비행기야?”
“완전 그냥 여객기잖아?”
“조그만 소형 비행기인 줄 알았는데... 이걸 정말 공짜로 태워준다고?”
쥬리는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네. 얼른 타세요. 곧 이륙할 시간이에요.”
“네...”
짐은 같이 온 모텔 직원들이 대신 들어줬다. 비행기에 오르는 계단과 탑승구에는 스튜어디스 복장을 한 모텔 직원들이 서서 지왕 일행을 맞이했다.
“어서오세요. 저희 하렘 항공 여객기에 타신 걸 환영합니다.”
여자애들은 얼굴이 빨개졌다.
“하렘... 항공요?”
“네.”
샛별이는 얼떨떨해하며 지왕을 쳐다봤다.
“이름이 좀...”
지왕은 피식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좋네.”
여자애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그러나 지왕은 여전히 키득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안으로 들어갔다. 결국 여자애들도 얼떨떨해하면서도 지왕을 따라 객실로 들어갔다.
비행기 크기에 비해 객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작았다. 비행기 앞부분 1/3에 해당하는 공간 정도만 객실이었고 그 뒤 공간은 문으로 막혀 있었다. 그리고 비행기 좌석도 이코노미석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냥 평범한 비즈니스석 정도의 사이즈였다.
‘안은 평범하네?’
지왕은 좀 실망했다.
‘뭔가 대단한 게 있을 줄 알았는데...’
여자애들도 좀 뜻밖이라는 표정이었다.
‘흐음...’
하지만 막상 자리에 앉아 이륙을 기다리니 마음이 다시 설레어졌다.
“아, 출발이다.”
“저 떨려요.”
“저두요.”
지왕도 가슴이 좀 두근두근했다.
‘이제 출발인가?’
그때 폰팔이가 와서 인사를 했다.
“그럼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지왕은 미리 알고 있었기에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다.
“어, 그래.”
폰팔이는 쥬리에게 말했다.
“그럼 지왕 님과 여성분들 잘 모시고 다녀와.”
“네.”
그렇게 폰팔이가 비행기에서 내리고 마침내 탑승구의 문이 닫혔다. 그때 스튜어디스 역할을 하고 있는 모텔 여직원이 앞에 서서 마이크를 들고 안내 방송을 했다.
“저희 하렘항공 6969 여객기는 곧 이륙할 예정입니다. 모두 안전벨트를 매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스튜어디스 역할을 하는 직원들이 지왕과 여자애들의 안전벨트를 매주었다.
그런데 그녀들은 지왕과 여자애들 할 것 없이 모두에게 벨트를 매주면서 젖가슴을 입술과 뺨에다 은근슬쩍 슥 갖다대며 비볐다. 여자애들은 당황해서 얼음이 돼 버렸다.
‘앗!’
‘가슴이...!’
하지만 스튜어디스들이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덩달아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가만히 있었다. 그렇지만 얼굴이 빨개져서 화끈거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반면 지왕은 스튜어디스들이 모텔 여직원들이란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입술을 씰룩거리고 뺨을 젖가슴에다 부비부비 비비며 그 느낌을 만끽했다.
‘흐음~, 젖 냄새. 좋다. 후후.’
그 때문에 지왕의 안전벨트를 매주던 스튜어디스는 살짝 흥분하며 지왕의 귓가에다 나지막이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하흐응~...”
이어서 필수 요원들 빼고 쥬리와 다른 직원들도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자 마이크를 든 스튜어디스가 다시 말했다.
“그럼 본 항공기 이륙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고는 그녀도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이어서 여 기장의 안내 방송이 나오고 비행기가 마침내 활주로를 벗어나 하늘로 올라갔다. 비행기의 바퀴가 활주로에서 떨어지면서 기체가 살짝 흔들리자 지왕과 여자애들은 가슴이 덩달아 벌렁거렸다.
“와! 떴다!”
“이제 진짜 출발이야!”
“헤헷!”
비행기는 계속 위로 올라가더니 구름 위로 올라가자 가속을 줄이며 평형을 유지하였다. 그러자 스튜어디스 역할을 하던 여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제 벨트는 풀으셔도 돼요.”
그러면서 직접 벨트들을 풀어주었다. 샛별이는 설레어하며 자기의 안전벨트를 풀어준 스튜어디스에게 물었다.
“이제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되죠?”
스튜어디스는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네, 따라오세요.”
샛별이는 얼떨떨했다.
“네? 어딜 가는데요?”
스튜어디스는 뒤쪽의 출입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안으로 들어가시면 자유롭게 지내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요. 도착하실 때까지 거기서 쉬시면 됩니다.”
“아... 어쩐지... 객실이 비행기 크기에 비해서 너무 작더라.”
그렇게 지왕과 여자애들은 스튜어디스들과 쥬리의 안내를 받아 뒤쪽 공간으로 이동했다. 마침내 스튜어디스가 출입문을 열었고, 그 안 쪽의 공간을 본 지왕과 여자애들은 깜짝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와아~!”
“여기가 진짜 비행기 안이야?”
“엄청 넓다!”
‘오, 대단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