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화 - 266화
쥬리에게 쓸데없는 소리를 한 죄로 지혜에게 벌을 준 지왕은 샤워를 하면서 뒤치기로 자궁에다 정액을 듬뿍 싸줘서 달래주었다. 그리고 잠을 자다가 문득 새벽에 깼다. 그리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까 폰팔이가 쥬리를 데려가서 무슨 말을 했을까였다.
‘설마 나처럼 벌도 줬겠나?’
결국 지왕은 수면 가운을 걸치고 복도로 나갔다. 그리고 갤낚시 폰으로 벽에다가 포털을 만들어 갤낚시 모텔로 갔다. 로비엔 폰팔이가 혼자 있었다.
“어서오세요. 어쩐 일이세요?”
지왕은 좀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아까 쥬리 데려가서 뭐 했어?”
폰팔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빙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별 거 아닙니다. 단지 좀 주의를 줬을 뿐입니다.”
그 말에 지왕은 바로 정곡을 찔렀다.
“무슨 잘못을 했는데?”
폰팔이는 좀 의외였다. 하지만 이내 또 다시 빙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어떻게 해서 이곳에서 일하게 되었는지를 발설하려 했거든요.”
“그럼 안 돼? 무슨 비밀이라도 있는 거야?”
“네.”
폰팔이의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솔직함에 지왕은 살짝 당황했다.
‘뭐야?’
아니 정확히 말하면 좀 위축이 되었다. 그래서 선뜻 말을 잇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데 폰팔이가 또 말했다.
“쥬리는 이번 보라카이 여행이 끝나면 부지배인 직에서 해임될 겁니다.”
지왕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그럼 어떻게 되는 건데?”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죠. 일반 직원으로.”
“아...”
지왕은 조금 안심이 되었다. 쥬리에게 뭔가 그것보다 더 큰 일이 일어나기라도 하는 줄 알고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문득 빈자리는 어떻게 되는지가 궁금해졌다.
“그럼 새 부지배인은? 다른 직원들 중에서 뽑을 거야?”
“글쎄요. 현재로선 일단 비워둘 예정이긴 한데...”
“그래?”
“네. 조만간 적절한 인재가 영입될 것 같거든요.”
“음... 언제?”
“글쎄요. 그건 지왕 님이 하기 나름이죠.”
지왕은 깜짝 놀랐다.
“내가?”
“네. 지왕 님은 부지배인이 언제쯤 새로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세요?”
“그야... 뭐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거 아냐?”
지왕은 생각없이 그렇게 말하다 불쑥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얼른 말을 바꿨다.
“아, 그냥 연말쯤...?”
그러자 폰팔이는 씽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죠. 크리스마스이브는 어떠신가요?”
“어?!”
지왕은 덜컥 말문이 막혀버렸다.
‘뭐야? 무슨 꿍꿍이야?’
불길했다. 엄청.
‘씨팔 뭐지?’
그러나 폰팔이는 지왕이 그러거나 말거나 변함없이 꿍꿍이가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그날로 조정해놓겠습니다.”
지왕은 말문이 막혀 버벅댔다.
“그게 무슨...”
그런데 왠지 모를 위압감에 선뜻 다른 말이 나오질 않았다. 폰팔이는 지왕이 그러거나 말거나 또 자기 페이스대로 말했다.
“그럼 좀 더 있다 가실 건가요? 안에 가서 차라도 한잔 하실래요?”
지왕은 벙쪄서 버벅댔다.
“아니 뭐... 그냥 갈게... 자던 중이었으니까.”
“그럼 그렇게 하세요. 포털은 근처에다 열어드릴게요.”
“어... 응...”
그렇게 지왕은 얼떨결에 도망치듯 갤낚시 모텔에서 나와 숙박중인 호텔로 돌아왔다.
“뭐야? 저 자식.”
문득 폰팔이를 처음 봤을 때의 얼굴이 떠올랐다. 서른 살 전후에 차림새는 말쑥했지만 왠지 얍실하게 보이는 게 약간 사기꾼 같은 느낌도 나서 별로 신뢰가 가지 않았던 얼굴...
지왕은 손에 쥐고 있던 갤낚시 폰을 바라봤다. 왠지 이상하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
이후 보라카이에서의 남은 일정은 지왕의 기분도 다운되고 여자애들도 쥬리를 어려워하게 되어서 흐지부지 끝나고 계획보다 일찍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날 이후 지왕은 다시는 갤낚시 모텔로 가지 않았다. 그리고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폰의 기능도 쓰지 않았다. 금전적인 면에서도 폰팔이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왠지 다단계에 꼬이는 것처럼 폰팔이의 어떤 음흉한 의도에 더 깊게 얽혀버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때문인지 여자애들과의 관계는 더욱 깊어졌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더욱 진솔해졌달까? 여자애들과의 관계에서 조교의 비중은 급격히 줄어드는 대신 일반적인 연인들처럼 소소하게 연애를 하며 지냈다. 물론 그래봐야 보통의 남자들은 꿈도 못 꾸는 하렘속의 연애였지만.
편의점 사장인 수진과 과외를 해주고 있는 슬기, 그리고 슬기의 새엄마 정아와도 지나친 조교는 서서히 줄어들고 그저 편안한 섹스 파트너처럼 지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마침내 크리스마스이브가 되었다.
지왕은 여자애들과 펜션에 왔다. 폰팔이의 도움 없이 완전 자비로 준비하느라 돈이 많이 깨지긴 했지만 과외를 해주고 있는 슬기의 수능 성적이 엄청 올라서 슬기의 아빠로부터 보너스까지 두둑이 받은 데다 슬기의 엄마 정아에게서 차도 빌렸었기 때문에 큰 부담은 되지 않았다.
오후에 펜션에 도착한 여자애들은 크리스마스 파티 준비를 하느라 음식도 만들고 작은 트리도 가지고 와서 꾸미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지왕만은 표정이 밝지 않았다.
‘가 봐?’
폰팔이가 크리스마스이브에 갤낚시 모텔의 부지배인을 새로 뽑는다고 했었기 때문에 그녀가 과연 누구일지 궁금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왠지 새로운 부지배인이 오는 시점이 뭔가 불길한 일의 시작이 될 것 같은 꺼림칙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폰에 알림이 떴다.
- 갤낚시 Sex 노트의 서비스 종료 시점이 10분 남았습니다.
지왕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그리고선 급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바로 밖으로 나가 포털을 열고 갤낚시 모텔로 갔다. 로비엔 폰팔이와 일반 직원이 된 쥬리가 메이드복을 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폰팔이는 빙그레 웃으며 지왕을 환영했다.
“어서 오세요.”
지왕은 다짜고짜 폰을 보여주며 물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그러나 폰팔이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자연스레 대답했다.
“보신 그대로입니다.”
“그럼 이제 이 폰은 못 쓰는 거야?”
“아니요. 조건만 충족되면 서비스 기간을 연장하실 순 있습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해 줘. 조건이 뭔데?”
폰팔이는 씩 웃었다.
“그 전에 한 가지 질문부터 드리죠.”
“어?”
“현재 가장 사랑하시는 분이 누구시죠?”
“그야...”
하지만 지왕은 선뜻 대답이 나오질 못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여자애들과 지금까지 쭉 지내왔던 일들이 머릿속에 죽 스쳐지나갔다. 처음 만났을 때, 첫 섹스를 하게 되었을 때, 또 지난여름 한명씩 1대1 여행을 떠나고 샛별 지혜 리나와 보라카이에 다녀왔을 때 등등 지속적으로 만남을 가져왔던 여자애들과의 일들이 연달아 떠올랐다. 그러다 마지막엔 샛별이와 지혜의 얼굴만이 머릿속에 남았다.
“그...”
그러나 둘 중에선 좀처럼 한명을 선택하기가 곤란했다. 지왕이 망설이자 폰팔이가 씽긋 웃으며 말했다.
“선택하기 어려우신가보군요?”
지왕은 아무런 말도 못했다.
“...”
폰팔이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럼 누구를 제일 사랑하는지 따질 때 비교대상이 됐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그야...”
당연히 샛별이었다. 다른 애들은 물론이거니와 마지막 후보로 남은 지혜마저도 고민할 때 ‘내가 얠 샛별이보다 좋아할까? 얠 위해서 샛별이를 포기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따졌기 때문이었다. 지왕은 머뭇머뭇 대답했다.
“샛별...”
그러자 폰팔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다면 샛별 씨를 제게 주세요.”
지왕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어?!”
그러나 폰팔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샛별 씨를 갤낚시 모텔의 새 부지배인으로 삼으려고요. 그리고 지왕 님께는 그 대가로 갤낚시 폰을 현재의 스페셜 에디션에서 VIP 에디션으로 업그레이드 해드리고, 나머지 여성분들과 아무런 문제없이 같이 사실 수 있도록 일부다처제가 일반화된 또 하나의 평행세계에서 살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더불어 평생 놀고먹을 수 있는 부도 같이 안겨드리죠. 끝으로 여기 쥬리도 같이 드리겠습니다.”
지왕은 완전 어이가 없었다.
“그...”
너무 놀라 말이 나오지 않고 그저 입만 뻐끔뻐끔거릴 뿐이었다.
“으...”
그렇지만 바로 “안 돼!”라는 말 또한 나오질 않았다. 폰팔이는 그런 지왕을 보고 재밌다는 듯이 씨익 웃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마치 지왕보고 실컷 생각해보고 대답하라는 듯한 표정으로 기다리며 서 있었다. 부들부들 떨며 당혹감에 몸을 떨던 지왕이 물었다.
“만약 거절하면...”
폰팔이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되면 갤낚시 폰을 회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왕 님께선 그 폰을 갖기 전의 시점으로 되돌아가시게 될 것입니다.”
지왕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