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화 - 268화
지왕이 포털에서 나와 현실로 돌아왔을 때 세상은 깜깜한 새벽이었다. 그리고 지왕은 밖에 있었다.
“여긴...”
뭔가 익숙한 느낌...
그랬다. 지금은 바로 3월 초. 지왕이 대학에 입학하고 첫 정식 등교일인 개강날의 바로 다음 날 새벽이었다. 지왕은 어제가 개강일임에도 수업이 없다는 핑계로 학교에 가질 않았고 당연히 개강 파티도 패스했었다. 대신 씁쓸함을 잊으려고 초저녁부터 쌩소주를 까고 잠들었다가 속이 쓰려 새벽에 깼었고 지금 해장용 라면을 사러 근처 편의점에 가는 중이었다.
지왕은 정말로 모든 것이 갤낚시 폰을 얻기 전으로 되돌려진 것에 한숨이 푹 나왔다.
‘그냥 집에 갈까?’
이대로 편의점에 가봤자 알바인 지혜가 거스름돈을 돌려주는 척 하면서 손을 일부러 닿게 한 다음 손을 더듬었다고 난리치며 경찰에 신고하겠다 협박하면서 돈을 뜯으려 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왕은 잠시 고민 끝이 다시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 카운터엔 역시나 지혜가 있었다. 엄청 예쁘지만 도도하고 싸가지 없게 생긴 지혜가.
지왕은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쉰 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지혜는 역시나 지왕을 보더니 이내 경멸의 눈빛으로 바뀌고는 인사도 하지 않았다. 지왕은 예전처럼 한숨을 푹 쉬며 진열대에서 컵라면 2개와 소주, 맥주를 골랐다. 그러다 문득 예전의 일이 떠올랐다.
‘분명 이따가 맥주를 환불하라고...’
과거에 손 더듬은(?) 걸 신고 안하는 대가로 족발 사먹을 돈 5만원을 달라고 협박하고는 돈이 만원 부족하다고 하자 그럼 맥주를 환불하라고 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왕은 왠지 그때가 그립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 참.’
스스로도 참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일단 4캔에 만원인 맥주도 들고 계산대로 갔다. 고른 것들을 계산대에 올려놓자 역시나 지혜는 말없이 바코드를 찍은 뒤 말했다.
“14,500원입니다.”
쌀쌀맞고 건조한 목소리. 예전에 들었을 땐 익숙하면서도 기분 나빴지만 지금은 왠지 픽 웃음이 나왔다.
‘이 다음은 역시...’
그러면서 예전에 그랬듯이 할인이 되는 통신사 카드와 2만원을 건네며 말했다.
“봉지에 담아주세요.”
그 말에 지혜는 돈을 받고 봉지를 하나 카운터 위에 꺼내 놓았다. 지왕은 말없이 익숙하게 술과 라면을 봉지에 담았다. 그 사이 지혜는 거스름돈을 꺼내 지왕에게 건네주었다.
지왕은 익숙하게 손을 내밀어 그것을 받았다. 그러자 역시나 지혜가 기겁하며 앙칼지게 쏘아붙였다.
“꺅! 뭐 하는 거예요?”
지왕은 픽 웃으며 선수를 쳤다.
“손 더듬었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정곡을 찔린 지혜는 덜컥 말문이 막혀버렸다.
“어? 그, 그게...”
그러다 정신을 도로 바짝 차리고 애써 당황함을 감춘 목소리로 다시 쏘아붙였다.
“그, 그래! 신고할 거야! 그러니까 신고 안 당하려면 손해 배상해!”
지왕은 킥 웃으며 대꾸했다.
“5만원?”
지혜는 거듭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그걸 어떻게...”
지왕은 실실 웃으며 놀리듯 비아냥거렸다.
“근데 이걸 어쩌나? 4만원 밖에 없는데.”
“그, 그럼...”
“아, 맥주 환불하면 되겠네? 그치?”
“그...”
결국 지혜는 얼굴이 빨개져서 아무 말도 못했다.
‘씨잉, 뭐야? 어떻게 내 속마음을...’
지왕은 주머니에서 4만원을 꺼내 지혜의 앞에 내주었다. 그리고 맥주는 빼고 나머지 것들을 봉지에 마저 담으면서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한테까지만 이러고 앞으론 이러지 마. 너 원래 착한 애잖아.”
지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그 돈도 모아서 학비에 보태려는 거 잘 알고 있어. 그럼 또 봐. 다음엔 지금처럼 삥 뜯지 말고.”
지왕은 그러고선 봉지를 들고 돌아섰다. 그리고 문을 열고 나갔다. 그러자 문에 달려 있던 종이 흔들리며 소리를 냈다.
딸랑~.
순간 지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앗!’
그러더니 계산대 위에 있던 4만원과 맥주, 그리고 자기가 나중에 먹으려고 꿍쳐놨던 유효기한이 지난 폐기들 몇 개를 봉지에 담아 다급하게 지왕을 쫓아갔다.
“자, 잠깐! 기다려!”
지왕은 의아해하며 뒤를 돌아봤다.
“응?”
지혜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 비닐 봉지를 내밀었다.
“이거 가져가...”
지왕은 어리둥절했다. 지왕이 봉지를 받지 않고 빤히 쳐다보자 지혜는 얼굴이 더 빨개져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먹으려고 뒀던 폐기야. 그리고 맥주랑 돈도 봉지 안에 있어. 가져가.”
지왕은 살짝 놀랐다. 지금 지혜의 부끄러워하는 얼굴, 예전에 갤낚시 폰으로 꼬신 다음에 사귀게 됐을 때 자주 봤던 수줍어하는 모습이었다.
‘설마...’
그러고 나니 더욱더 그것을 받을 수가 없었다.
“됐어. 폐기는 너 먹고 밥값 아껴서 학비에 보태. 그리고 5만원은...”
그러다 문득 장난기가 발동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몸으로 갚아.”
지혜는 얼굴이 빨개져서 놀란 눈으로 지왕을 쳐다봤다.
“뭐어?!”
지왕은 키득 웃으며 말했다.
“우리 집에 와서 5만원 치 청소하고 밥해달라고. 뭐 싫음 안 해도 되고.”
지혜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칫, 어울리지 않게 장난은.”
“훗.”
“어디 사는데?”
“어?”
“어디 사냐고! 어딘 사는지 알아야 청소를 하든 밥을 하든 할 거 아냐?”
지왕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진짜 해주게?”
“그래! 니가 돈 안 받겠다니까 할 수 없잖아! 그렇게라도 갚아야지! 흥! 귀찮게.”
그러나 지혜는 투덜대는 말과는 달리 얼굴은 수줍게 달아올라 있었다. 게다가 지왕과 눈도 못 마주치고 있었다. 지왕은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설마 날 좋아하게 됐나?’
너무 놀라웠다. 아니 믿기지 않았다.
‘나한테 이런 일이... 갤낚시 폰의 도움 없이도...’
지왕이 멍하니 있자 지혜는 봉지를 거듭 들이밀며 말했다.
“뭐해? 안 받아? 내가 청소 밥 안 해줘도 좋아?”
지왕은 얼떨결에 봉지를 받아들었다.
“어? 아, 아니... 고마워...”
“흥! 집은?”
“어?”
“집 어디냐고? 자꾸 했던 말 또 하게 만들래?”
“아... 저기...”
그러자 지혜가 자신의 폰을 지왕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폰 번호 찍어줘. 시간 되면 갈 테니까. 대신 딱 5만원치 만이야? 그거 다 갚으면 다신 안 갈 거야.”
지왕은 지혜의 폰에다 자신의 폰 번호를 찍다 그 말을 듣고 픽 웃으며 말했다.
“그럼 또 삥 뜯기러 편의점에 가야겠네?”
지혜는 지왕이 돌려주는 폰을 확 뺏으며 쏘아붙였다.
“그럴 일 없어. 이젠 손 털었으니까.”
지왕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잘했어. 그리고 고마워.”
지혜는 얼굴이 더욱 빨개져서 귀까지 빨갛게 물들었다.
“쳇, 착한 척은. 이래서 못 생긴 것들은 재수가 없다니까?”
그러나 지왕은 상처받지 않았다. 진심이 느껴졌으니까. 그래서 웃으며 말했다.
“착하기라도 해야 너 같이 예쁜 애를 사귈 수 있을 거 아냐?”
지혜는 발끈해서 막 버벅거렸다.
“누, 누가 너랑 사귄대?”
지왕은 픽 웃으며 능청을 떨었다.
“너랑 사귄다는 얘기 안 했는데? 너 같이 예쁜 애를 사귄다고 했지.”
“그... 에이씨! 몰라! 가버려! 나 가게 봐야해!”
지혜는 그러곤 다시 막 편의점으로 달려가 버렸다. 그리고 계산대로 가 괜히 바쁜 척 허둥거렸다. 지왕은 그 모습을 유리창 너머로 흐뭇하게 바라봤다. 지혜는 지왕 쪽을 힐끔 쳐다봤다가 눈이 마주치자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더 허둥대며 바쁜 척을 했다.
“에이씨! 왜 쳐다보고 난리야? 재수 없게. 재수... 없게...”
지왕은 픽 웃으며 돌아섰다. 그리고 자취집으로 향했다.
“훗.”
새벽바람이 상쾌했다. 그리고 내일이 기대됐다. 학교에 가는 날이.
그런데 집에 와서 무심코 오줌을 싸다 깜짝 놀랐다.
“어?!”
자지가 엄청 컸다. 전혀 발기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휴지심 따윈 거뜬히 이길 것 같은 묵직한 굵기와 길이.
“어떻게...”
지왕의 자지는 원래 발기했을 때도 길이가 겨우 10센티에 불과했고 굵기도 손가락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자지는 예전 갤낚시 폰에 지문을 등록했을 때 업그레이드 됐었던 딱 그 굵기와 길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야한 생각을 하며 딸을 쳐봤다.
“샛별아, 빨아... 으윽.”
탁탁탁!
그러다 마침내 정액을 부왁 쌌다.
“웃!”
퓨퓻! 부왁부왁!
그러나 예전처럼 자지가 두 배로 커지진 않았다.
“그럼 그렇지.”
하지만 발기했을 때의 크기는 한국에서 상위 0.01%에 들고도 남을 것 같았다.
“그치만 뭐 한국에서 이 정도면. 후후.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