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 48장 계륵. (46/63)

제 48장 계륵.

작가의 한마디: 기다려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얼마나 더 이어갈런지..쿨럭...

아참,...야설임을 잊은듯 하네요....슬슬 페이스를 찾아야...다음화에선 H씬 들어갑니다....그럼...

호협아의 때아닌 등장으로 말미암아 대불사의 정사격전의 불꽃은 활활 타오를 것이 분명했다.

서풍홍마녀는 몇번의 이별로 이제야 말로 그녀의 마음속에 확고하게 자리잡은 그녀의 사내, 제자인 소년 호협아의

모습을 눈물진 눈망울 사이로 하염없이 응시했다.

그녀의 입술 옆으로 줄지어 떨어진 핏줄기를 햝아 올린 호협아는 그 자리에서 태산준령처럼 굳건하게 우뚝선채로 말했다.

"감히 천하의 만마의 대종을 우러르는 혈마교를 우습게 여기다니....흐흐흐..."

혈룡마천황의 신분으로 돌아간듯 패도적인 기운을 사방으로 뿌려대며 호협아의 양팔을 타고 검고 붉은 강기가 또아리를 틀기 

시작했다.

"흠, 그대가 혈마교의 전대 고수라고?..."

환풍살막주 도묘묘는 이미 호협아의 마각을 간파하고 있었지만, 화옥신랑 유신백과 백빙은 의구심반으로

호협아의 전신을 쓸어보았다. 게다가 어째서 백도의 무리인 저들의 우두머리격인 홍마녀와 혈마교의 교인이

다정한 모습을 보였는지도 의문중의 의문이었지만...중요한건 지금 눈앞에 불을 켜고 덤벼들 테세인 호협아가 문제였다.

"흐흐흐, 본좌 혈룡마천황 염룡의 뒤를 귀찮게도 쫓아 다니니, 오랜만에 크게 살계를 열어보아야겠소."

번뜩이는 혈광이 유신백의 눈을 터트릴듯 찔러왔다.

"...좋소. 전대 고수인지 어떤지는 모르나, 이 화옥신랑 유모도 당금의 절세고수라 자신하는터, 한수 받아드리리다."

이어 눈짓을 받은 옥수빙백장 백빙은 다소 걱정스런 기색을 보이며 청홍쌍화와 십이지화를 재촉하며 수색에 나섰다.

백도 무림정도회로 사신으로 떠나는 입장이었던 금성회 살수당의 신진 고수들은 신 살수당의 첫 강호 행보부터

막강한 환풍살막을 맞아 패배의 고배를 마시곤 서풍홍마녀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명을 기다렸다.

홍마녀 조차도 이렇게 까지 쉽사리 무너지리라곤 생각지 못했던지라 곤륜일학을 비롯한 4인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입술을 열었다. 

"모두...살아남아줘서 고마워요...정말로..."

레나의 시선은 그녀의 앞 3장 떨어진 곳에 유신백과 대치한 호협아의 등에 머물렀다.

대부청도 위지혁이 넌지시 말했다. 

"혈마교와 환풍살막의 싸움이 될 듯하니 오히려 어부지리를 얻을 수도 있지 않소."

상황을 보아하니 혈마교와 환풍살막의 다툼에 그들 살수당이 어이없이 말려든 꼴이 된 것이 아닌가...

즉 주연배우 남녀가 막 키스하려는 참에 이제막 조연으로 들어온 엑스트라가 "엑스트라~~~!" 하고 손을 흔들며 

둘 사이에 끼어든 꼴이랄까...

홍마녀를 부축하며 손수건으로 핏물을 닦아주며 그녀의 상세를 보살피던 아미청화 능조연은 레나와 친근한 기색을

보이던 저 앞의 보무도 당당한 산악같은 기세의 정체모를 소년에 대해 물어보았다.

"당주, 저 소년은 누구지요? 혈마교의 교인이라면...왕래를 끊는 것이..."

"혈마교? 음....글쎄,"

그녀의 제자라고 말하기엔 이 자리는 어울리지 않았다. 혈마교의 전대 고수로 횡행한다해도 그녀에겐 상관없었다.

단지, 그녀의 제자라고 밝혔다가 행여 능조연을 비롯한 이들에게 사제지간의 불륜이라고 손가락질 당할 것이 두려웠다.

"파파파파팟!!!"

어느새 호협아와 화옥신랑 유신백의 격돌이 시작되었다. 퍼퍼펑! 하는 소리와 함께 첫 격돌만으로 

주위 2장의 지반이 움푹 패어들어가며 육안으로 구별이 안될만치 번개같은 동작으로 치고 받았다.

"퍼펑!"

산문쪽으로 날아올랐던 유신백의 몸이 그림자처럼 사라진 순간 산문통째로 산산조각 내는 막강한 흑무사신강기의

강기폭풍이 휘몰아쳤다. 

"하아압!!"

호협아의 몸이 미쳐 뒤돌기도 전에 정수리를 곧바로 내리치듯 중검을 후려치는 화옥신랑.

그의 독문병기인 산의 표피가 천잠사에 버금가는 은린갑으로 둘러싸여 있었다면 그게 다 터져나간 지금 뼈대부분은

그야말로 40근에 육박하는 현철로 만들어진 중검이었다. 

"휙!"

호협아의 고개와 어깨가 비스듬히 아래로 쭉 낙하하며 두 발로 지면을 차고 철판교의 수법으로 피해내자

중검의 검봉이 그대로 산문의 터마저 붕괴시켰다.

절세고수 간의 엄청난 공방전에 홍마녀를 둘러싸고 있던 불화수 이영들은 두눈을 부릅뜨고 한동작 한동작을 

빠짐없이 보느라 정신 없었다. 공수의 한초 한초식이 그들을 더 높은 단계의 무공의 길로 인도해 줌이기에...

한편에선 옥수빙백장 백빙과 청홍쌍화가 한조를 십이지화 전인원이 한조가 되어 대전과 소전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쥐새끼 같은 혈마교의 잔당들이 과연 이곳에 있을 까요?"

완안홍의 시원스런 눈초리가 대전의 정중앙에 단아한 모습으로 온화한 자비의 상징인 부처의 좌상을 쓸어보며

다시금 꼼꼼히 촛대며 벽면의 연꽃 무늬 하나하나 까지 세세히 관찰했다.

"언니,...."

완안청이 살짝이는 말로 완안홍을 불렀다. 완안청의 손길은 삼불상의 오른쪽 불상의 방석의 아래쪽에 있는 

촛대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과연 다른 촛대는 활활 불꽃을 태우며 자신의 몸을 녹여가고 있었으나, 그 촛대만큼은 태워지는 것은 사실이나 촛대 자체가

깨끗하고 손때묻은 자국이 역력했다.

옥수빙백장 백빙의 육감적인 붉은 입술이 슬며시 말려올라가고....

"호호호호....혈마교까지의 여정이 지리하다하여 땅속에서 겨울잠을 주무실 것 까지야..."

"끼이이익~~."

백빙의 손길이 가기 전에 기관의 소리가 들리며 촛대가 빙글 돌더니만 그대로 한옆으로 밀려나며 드러난 구멍?으로...

촛불을 받아 반짝이는 대머리가 하나 보이더니만 한 중년승이 아미타불~~ 하면서 합장과 동시에 영차~ 하면서 몸을 구렁이

담 넘어가다 걸린듯 꼼지락 대며 기어올라왔다. 

"00, 호, 호호호....대불사의 중들은 정말...묘하군요.."

"흥, 밀실을 만들고 여시주들과 밤을 즐기기 위해 만든게 분명해요."

"....혹시.... 약을 밀매하고 있는 것이 아닐런지요."

완안청의 말에 백빙과 완안홍의 시선이 째릿~~~ 하고 노려보다간...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는 것이 아닌가...

"과연...불자들을 이용해 밀매라....앞으로 환풍살막에서도 능히 이용 가능하겠어요."

수좌승 대청은 눈앞의 삼미녀를 눈이 부신듯? 바라보았다.

꼬집~!!! 윽~~ 대청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의 엉덩이를 꼬집고 있는 가느다란 늙은 손길은 이절의 주지 대불선사의 

훈계의 손길?이 아닌가...

대청과 마찬가지로 약간은 빛바랜 대머리를 선두로 기어나온 대불선사가 헛기침을 하며 합장했다.

"아미타불~~~ 본 노승이 대불사의 주지인 대불이요. 어인일로 이곳을 찾으셨오? 지금은 염원기도 중인지라..."

"헤에...대불사에선 염원기도를 밀실에서 하는 군요."

백빙이 미소짓더니만 슬그머니 다가가 대불선사의 길게 자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헌데...이 달콤한 여인네의 체향은 어디서 옮겨온 것일까요? 선사?"

".....체, 체향이라니 말을 삼가시오!"

수좌승 대청이 끼어들며 호통쳤다. 

"흥, 분명 여기야."

조용한 백빙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밀실로 비호처럼 날아드는 청홍쌍화였다.

"파파파팟!"

"윽~~~!"

"호호호, 스님들께선 잠시 면벽 수련을 하시지요."

마혈을 점혈당해 목각인형처럼 몸이 빳빳하게 굳은 두 중들의 머리를 반질반질 쓰다듬으며 교소를 터트린 백빙이 그대로

청홍쌍화의 뒤를 이어 사라졌다.

하지만 밀실에 들어선 순간 백빙의 미소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청홍쌍화....환풍살막의 화남수청대주인 옥기룡 나일랑의 호법인 그녀들이 순식간에 제압당해 있는 믿기 어려운 사실과

직면하고 말았던 것이다.

취설아와 령령...그리고 갈서희가 동시에 연수합격으로 홍화 완안홍의 목젓에 검을 한쪽에선 견정혈을 한쪽에선

하복부를 제압하여 완안홍은 비명도 지를 세없이 당하고 말았다.

어둠속에서 벽 양쪽에 숨어 있던 그녀들은 귀식대법에 준하여 기척을 죽인채 필생의 공력을 퍼부었고,

완안청 또한 그녀의 등뒤로 떨어져 내린 마요랑 심정정의 귀신도 놀랄만치 신묘하고 절대적인 무공앞에 순식간에 제압되었다.

"아, ....으....."

"...앗...."

"쥐새끼같이 숨어있었는데, 왜 쥐집에 들어왔지?"

갈서희가 표독한 목소리로 주절대며 완안홍의 따귀를 철썩~! 하고 갈겼다. 

"혈마교의 부교주인 마요랑 께서 한낯 환풍살막의 호법을 뒤에서 암습했다고 하면 강호의 사람들이 일생 비웃을 거에요."

백빙은 부들부들 몸을 떨어가면서 마요랑 심정정을 노려보며 말했다.

"암습이라...때에 따라선 36계도 책략이 되는터에, 무림의 지위가 무슨 필요가 있겠어요."

심정정의 여유있는 미소...하지만 파리한 안색은 역시 아직까진 완전히 회복된 것이 아님이 분명했다.

"호호호, 지금 밖에는 낭군인 화옥신랑 유신백과 환풍살막의 고수들이 진을 치고 당신들을 마중나와 있어요."

백빙에겐 허장성세의 책략밖에 머리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해도....지금 눈앞의 복면인 둘 또한 절정 고수임은 틀림없었고, 심정정이 생각보다 많이 회복되어 있음이 치명타였다.

"허세 부리지 말고, 순순히 항복하시지."

갈서희의 말에 백빙은 입술을 깨물며 생각했다. 최대의 실수는 유신백과 함께 오지 않았다는 것.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면서도 백빙이 한마디 했다.

"호호호, 혈룡마천황이라 하나요? 그자가 지금 우리 수중에 있는데...."

"호야가? 거짓말!"

갈서희가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며 소리쳤다.

"호호호, 지금 이런상황에서 감히 거짓말을 하겠나요?"

"흥, 그럼 우리쪽은 네년까지 세년을 인질로 삼아야겠어."

허리에 두팔을 얹으며 오만하게 말하는 갈서희의 모습에 백빙의 이가 부드득 갈렸다. 이 쪼그만 소녀가 못하는 말이 없어~~~

"자, 스스로 묶을래 아님 잡힐래?"

갈서희가 교룡의 외피로 짠 줄을 던지며 말했다.

완안홍과 완안청은 너무나 분한 나머지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흥~! 혈마교의 개들에게 물어뜯길줄이야."

"기필코 용서치 않을터!"

"용서 하지마. 흥, 그 대신 죽어줘야겠어."

"자, 잠깐, 우리쪽엔 혈룡마천황이 있다니까요.!"

"....."

반신반의로 돌아선 갈서희와 심정정...그리고 취설아와 령령...령령은 특히나 가슴 졸이며 갈서희를 바라보았다.

"후우....령이도 참...어쩔 수 없지. 나와 함께 올라가 진위를 밝혀 보자."

갈서희가 걸려들었다는 생각에 내심 쾌재를 부르는 백빙이 돌아서는 순간 싱긋 미소지은 갈서희의 양팔에서 진기가 몰아쳤다.

붕천장마 장걸의 독문절기인 붕천장의 공력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백빙또한 돌아서며 빙옥수의 공력 10성을 다급하게 끌어올리며 되받아쳤다.

"퍼퍼펑~!"

"치, 치사한!"

"호호호! 맘대로 지껄여~!"

갈서희는 그야말로 물만난 고기처럼 연환공세로 백빙을 몰아쳐갔다. 백빙또한 초절정고수 이기에 당황한 초기에는

밀렸으나 점점 갈서희를 압박해왔다.

"하아앗!"

그때 달려들며 검을 휘두르는 취설아는 속으론 '이게 아닌데 왜 혈마교를 돕는거지?' 란 의구심과 함께 짓쳐들었다.

호협아와 화옥신랑 유신백의 싸움이 광대하게 펼쳐지는 도중에 갑작스럽게 대불사 대전의 천장이 펑! 하고 뚤리며

훌쩍 하고 날아오르는 신형은 옥수빙백장 백빙이었다.

뒤이어 쫓아 오른 다소 작은 인영은 우아하면서도 실리 위주의 신법을 발휘하며 쌍장을 하늘을 향해 퍼부으며 달려들었다.

"파파팟!!!"

"핫!"

"얏!"

서로 어지럽게 손속을 겨루는 두 미녀와 미소녀는 대불사 대전 위로 떨어져서도 함께 짓쳐 달리며 서로를 치명 사혈을 

노리며 바쁘게 얽혀들었다.

별당과 소전의 수색을 끝낸 십이지화의 소년들이 그 모습을 보고 뛰어들었으나, 이때가 기회인듯 ...--;

우리도 활약하자~~ 라는 식으로 신 살수당의 젊은 건아 기재들이~~~ 제각기 닦아온 무공 기예를 펼치며 소년들을 막아섰다.

그런 와중에 대전의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들....

청홍쌍화가 제압된채로 그 뒤를 이어 마요랑 심정정과 복면을 한 흑의 경장의 취설아와 령령이 따라나왔다.

화옥신랑 유신백은 일말의 여유로 상황을 판단해보니,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아닌가...?

"퍼퍼펑!!"

호협아와 일장을 주고 받으며 뒤로 물러난 유신백이 손을 들었다.

...............갈서희와 백빙또한 서로 매몰찬 일격씩을 주고 받으며 훌쩍 물러섰고, 갈서희는 심정정의 옆으로 뛰어내려

그녀를 보호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잠시후....어지럽게 얽힌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가듯 아군 적군을 나누고 보니...

혈마교쪽의 형세는 신살수당의 무리까지 합하여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 되어 있었고, 뿐아니라 환풍살막쪽의 고수인

청홍쌍화는 덤으로 인질?이 되어 있었다. --+

"유랑,"

면목없다는듯 어깨를 수그린 백빙의 모습에 유신백의 눈길이 노여움에 휩싸였다. 

허나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인질의 반환...특히나 청홍쌍화의 비중은 아직까지 환풍살막에서 이용도가 높았다.

미소년들의 무예와 밤기술에 대해 가르치는 것은 거의 대부분 청홍쌍화 그녀들이 담당한 터였기에...

"환풍살막에선 더이상 마중나오지 않아도 되니 이쯤에서 돌아갔으면 해요."

마요랑 심정정의 부드러운 옥음이 흘러나오자, 유신백은 이를 악물며 응수했다.

"하하하, 이거야 원...혈마교까지 배웅해야 하는것을..."

"그대신 이 두 아리따운 낭자들이 시중을 들어주겠다는군요. 환풍살막주에게 후의에 감사드린다고 전하세요."

심정정의 범접하기 힘든 기품과 미모가 어우러진 발언에 유신백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하하하, 그녀들은 다급한 용무가 있는터라, 환풍살막에 돌아가야 하오."

"다급한 용무가 있는데 이곳까지 배웅오다니요...."

마요랑 심정정은 갈서희에게 눈짓했다. 

"그렇다면 영약을 한알씩 선사해야죠. 후의에 감사하는 뜻에서...호호."

갈서희가 품에서 작은 묵갑을 꺼내어 그 안에서 녹색빛깔의 알약을 하나씩 꺼내어 억지로 입을 열어

완안홍과 완안청의 입에 넣었다. 두 눈을 부릅뜬채로 독약을 삼켜야 하는 두 미녀의 안색은 흑빛으로 변해 도리질 쳤지만,

갈서희의 야무진 손길에 입안에서 목구멍으로 다시 기도를 타고 아래로~~~

"우웁...음!!!"

"웁~~!"

"자자자, 이젠 돌아가셔도 될 듯 싶어요...일주일 후에 다시 영약을 선물드릴테니 급한 일을 보러 가세요."

갈서희가 미소지으며 완안홍과 완안청의 다리혈을 풀어주자, 그녀들은 다급히 유신백과 백빙의 곁으로 다가갔다.

"파파팟!" 

혈이 풀린 순간 청홍쌍화는 검을 빼어들며 눈짓하는데....얼마나 분하랴~~ 

검 빼들고 일초식이라도 휘둘러 보고 당했다면야 속이라도 시원하련만~ 

이건...그야말로 눈먼 심봉사가 다리 걸려 넘어진 격이 아니던가?

"더이상 따라오지 마...아니면 1주일만 지상의 쾌락을 맛보시던가."

갈서희의 냉기서린 한마디에 꿈찔하고 멈춰서는 청홍쌍화를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유신백이 포권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 옆에 있던 백빙은 쌍심지를 치켜뜨며 갈서희를 독랄한 시선으로 노려봤다.

"그럼...이쯤에서 물러가겠소."

차마 발이 떼어지지 않는 환풍살막의 추살대였다. 목표를 바로 앞에 두고서...

그야말로 조조의 계륵이 아니던가?

일대 변수는 왜 하필이면 이곳에 살수당의 고수들이 있었는가....라는 점이었지만.

십이지화를 마지막으로 그들은 삽시간에 모습을 감춰갔다.

"후우우...."

심정정은 밀랍처럼 파랗게 변한 얼굴로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무리해서 태연한 척 했던 것이 위협이 사라진 순간

전신의 힘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것이다.

"엄마!"

갈서희가 다급히 부축했다.

호협아는 역시 사파의 무리들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옆에서 그윽한 시선을 보내오는 서풍홍마녀의

푸른 눈동자를 마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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