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대장은 민준의 대답은 듣지도 않은 채 당직대로 향했다. 민준은 얼른 분대장을 따라가 근무자 신고를 하고 야간 경계근무를 나섰다.
전 근무자들과 교대를 하자마자 민준은 분대장에게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육두문자를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마지막은 얼차레였다. 민준은 추운 날씨에 1시간째 머리를 박고 있었다.
민준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겨우 버티고 있을 때 분대장이 민준의 옆에 쪼그려 앉더니 민준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힘들지...?”
“괜찮습니다..!”
“힘들면서 무슨....내가 일어나게 해줄까..?”
“.....감사합니다”
“아니아니...그냥은 안되지....음...보자....그래~그 잘난 여자친구 이야기 좀 해봐..”
민준은 분대장의 얘기가 무슨 뜻인지 몰라 머리를 박은 채로 분대장을 살짝 쳐다봤다. 분대장은 민준의 행동을 보곤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말이야...뭐....둘이 연애이야기라던가...그리고...밤 이야기 같은거 말이야..”
“밤 이야기라는 말씀이시면...”
“빠구리 뜨는 얘기지 뭐긴 뭐야~니 여친 속살이 어떤지 나도 궁금하니까...크..”
민준은 분대장의 말을 듣자마자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계속 얼차려 받겠습니다....”
민준의 옆에 쪼그려 앉아있던 분대장은 벌떡 일어나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래 뭐...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지 뭐...”
분대장은 머리를 박고 있는 민준을 발로 밀어버렸다. 그리곤 곧장 민준에게 다시 머리를 박으라고 지시했다. 민준은 계속 분대장의 발길질과 얼차려를 받으면서도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그 결과 분대장의 이런 행동은 근무시간이 끝날 때까지 계속 반복되었다.
일주일 후 어느 밤...
영업시간이 끝난 카페 안에는 적막감이 흐르는 가운데 한 남자의 거친 숨소리와 남자에 비해 조금은 조용한 한 여자의 작은 신음 소리만 들리고 있었다. 소리가 나는 곳은 바로 2층의 작은 방이었다.
그곳에서 사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다희의 위에서 열심히 허리를 흔들며 거친 숨소리를 연신 내뱉고 있었다. 그에 반해 다희는 최근의 다희의 모습과는 조금은 달라 보였다.
최근의 다희라면 자신의 위에서 연신 허리를 흔드는 사장의 허리를 꽉 안은 채 자신의 허리도 연신 튕겨가며 달뜬 신음소리를 냈을텐데 지금의 다희는 사장의 허리에 살짝 손을 올려놓는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의 모습에 허리의 움직임조차 거의 없었다. 그리고 신음소리도 평소보다 훨씬 조금씩 내고 있었다. 아예 내지 않는건 아니지만 확실히 평소보단 작은 신음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아음......음......하음..."
다희의 이런 별 느낌없는 신음소리를 듣던 사장은 연신 흔들고있던 허리를 멈추고 그대로 다희의 보지에서 자신의 자지를 빼냈다. 그리곤 굉장히 불만어린 표정을 지으며 다희에게 말했다.
"야...너 요즘 왜그래? 기분 안좋아? 어디 아퍼? 아 씨발 진짜...할 맛 안나게 왜그러냐고 도대체!!"
"제가 뭘...."
다희는 사장과 눈은 마주치지 않은 채 한 손으론 가슴을 가리고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사장은 인상을 팍 쓴채로 다시 말했다.
"뭘?!? 몰라서 묻냐? 이 씨발 진짜...내가 시체랑 하는 것도 아니고...진짜 오랜만에 열받게 하네...야이 씨발년아 내가 지금 얼굴 반반한 시체랑 하고 있냐고!! 씨발 이따위로 할 거면 차라리 술집년들이랑 하는게 훨씬 나아! 알어? 그년들도 얼굴 너 정도로 생겼으면서 섹스는 존나 열심히해! 씨발 존나 기분 안나게..."
"........."
다희는 사장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사장은 그런 다희를 한참이나 빤히 쳐다보더니 더 이상 할 기분이 아닌지 그대로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기 시작했다. 옷을 다 입은 사장이 가만히 가슴을 가린 채 앉아있는 다희를 보며 말했다.
"씨발년...너 이번주 내내 마음에 안들어..알어?? 알아서 치우고 문 잠그고 가라...알겠냐?"
사장은 다희에게 말한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나가 버렸다. 다희는 나가는 사장의 뒷모습도 쳐다보지 않고 그대로 앉아있었다. 사장이 카페를 완전히 나가는 소리가 들리자 다희는 그 자리에서 겨우 긴 한숨을 쉬었다.
"휴..........."
다희는 그때서야 자신이 벗어두었던 속옷과 옷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상황은 다희가 일부러 의도한 상황이었다.
다희는 사장이 자신에 대한 흥미를 떨어트리기 위해서 일부러 연기를 한 것이었다. 사실 워낙 잘 느끼는 다희는 사장과 관계를 가질 때 일부러 참고 신음소리를 안내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장이 자신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사장 스스로 자신을 점점 멀리해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부러 관계 중 다른 생각을 한다던지해서 겨우 입 밖으로 터져나오는 신음소리를 겨우겨우 참아내고 별 다른 느낌이 없는 척했던 것이다.
다희는 자신의 의도대로 일이 풀리는 것 같아서 마음 한 켠으론 매우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다른 한 켠으론 항상 사장과 관계를 가질때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일부러 절제한 탓에 일주일째 제대로 욕구를 해결하지 못해 뭔가 아쉬운 마음도 컸다. 그도 그럴것이 워낙에 잘 느끼는 체질의 다희가 일주일동안 사장과 관계를 가질 때마다 항상 참아왔기에 이러한 다희의 마음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다희는 시계를 보며 아직 10시가 조금 안된 것을 확인하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 생각의 시간은 길지 않았고 침대 옆에 있는 벽에 살짝 기댄 후 다희는 자신의 손을 천천히 자신의 은밀한 곳을 향해 움직였다.
같은 시각, 민준은 부대에서 점호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민준이 생활하고 있는 생활관 점호가 끝나고 당직사관이 나가자 일주일 내내 괴롭히던 분대장이 다시 민준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야이 씨발놈아...이등병이 존나 빠져서...당직사관 앞에서 그따위로 밖에 못해??”
“죄송합니다!”
“왜 매일 죄송할 짓을 하냐고....참나....저 새끼 위로 내 밑으로 전부다 대가리 박어...”
분대장의 말 한마디에 말년병장 1명을 제외한 모든 생활관 병력들이 그 자리에서 민준 한명 때문에 얼차려를 받아야만 했다. 민준은 얼차려를 받으면서도 다른 인원들의 자신을 향한 눈빛들이 느껴졌다. 혼자서 얼차려를 받는 것은 괜찮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민준이었다.
한편, 카페를 나온 사장은 차를 몰고 집으로 가면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응~응~그래...하하~내가 요즘 통 못갔네...크크클..오랜만에 한번 가야지~크크...뭐...이번에 가면...기대하고 있어도 될거야 크크클...응?? 아...글쎄 이 년이..이제 슬슬 내 좆이 질리는 모양이더라고...어...하도 많이 먹어서 그런가....크크클...이제 좀 변화를 줘야할 시기인거 같아서~이대로는 나도 좀 질리기도하고...크크클...내가 전에 말했지않나~내가 질릴 때까지 먹어본 다음에 기회 준다고 말이야...크크클...그래~저번에 준비해준 물건들 사용해야지...그래야 기회가 갈 거 같아서 말이야~응응~그래그래...그럼 만나서 얘기합세~”
사장은 무슨 계획을 꾸미는지 휴대폰을 붙들고 연신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갔다.
며칠 후....
며칠이 지나는 동안 다희는 사장이 자신을 단 한번도 건들지 않자 자신이 계획이 잘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기뻐했다. 다희는 기쁜 마음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김군은 괜히 다희의 옆으로 와서 다희에게 말을 걸고 한번이라도 더 장난을 쳤다. 사실 이러한 김군의 행동은 사장의 말처럼 조금이라도 더 다희와 가까워지기위한 노력이었다.
다희도 기분이 좋은 터라 활짝 웃으며 김군의 말을 들어주고 또 김군의 장난까지 다 받아주었다. 이러한 다희의 행동에 김군은 가슴이 뛸 듯 기뻤다.
한참이나 김군과 다희가 얘기를 하고 있을 무렵 2층에서 신문을 보던 사장이 다희를 불렀다.
“다희야~잠깐 2층으로 올라와봐~”
다희는 사장이 갑작스레 자신을 부르자 조금 놀랐다. 지난 며칠간 카페에서 자신을 따로 부른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이렇게 자신을 직접 부른다는 것이 조금은 찜찜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안갈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대답을 하고는 천천히 2층으로 올라갔다.
김군은 짧은 치마를 입고 계단을 오르는 다희의 뒷모습을 한번 더 보고는 자신의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희가 사장 앞으로 오자 사장은 자신의 앞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다희는 천천히 사장의 맞은편 자리에 사장과 마주보며 앉았다. 사장은 잠시동안 다희를 쳐다보더니 일부러 인심좋은 미소를 지으며 다희에게 말했다.
“며칠 전에...내가 좀 심하게 말했지?? 생각해보니까...니가 몸이 안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그래서 말인데 오늘 일 마치고 나랑 몸보신이나 하러 가자~알겠어?”
다희는 갑작스럽게 친절하게 나오는 사장의 태도에 조금은 당황했지만 거절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잘 알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장은 가보라며 말하며 다시 보던 신문을 보자 다희는 꾸벅 인사를 한 뒤 1층으로 내려왔다.
1층으로 내려오는 다희를 발견한 김군은 다시 다희에게 다가가 살갑게 굴었지만 다희는 퇴근 후 사장과 또 함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까 전처럼 김군의 말에 기분 좋게 대꾸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만 대하였다. 김군은 갑작스런 다희의 태도변화에 조금은 당황했지만 이내 긍정적인 마인드로 극복하고자 괜히 더 크게 웃으며 넘어갔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다희의 퇴근시간이 되었다. 항상 1시간정도 늦게 퇴근하는 김군을 두고 사장과 다희가 퇴근준비를 하였다.
사장과 다희가 함께 카페를 나서려고 하자 김군은 요 며칠간 함께 나가지 않던 두사람이 다시 함께 나가는 모습에 의아해하며 둘에게 물었다.
"오랜만에 같이 퇴근하시네요....?"
그러자 사장이 능글맞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요 며칠 다희가 통 힘이 없어보이길래...오늘은 오랜만에 좀 태워주려고~버스타고 가면 피곤하잖아~크크클..그럼 마무리 잘 하고~우린 먼저 갈게~크크.."
사장은 김군에게 눈을 한번 찡긋하고는 다희와 카페를 나갔다. 이번에도 김군은 나가는 두사람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사장과 다희를 태운 차는 어느덧 교외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다희는 오랜만에 보는 교외풍경을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작은 백숙집이었다. 저녁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에 와서 그런지 가게 안에는 사장과 다희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없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사장은 미소를 지으며 다희에게 많이 먹으라고 하고는 자신도 숟가락을 들었다. 다희는 사장과 먹는 밥이라서 그런지 입맛도 별로 없었지만 겨우 숟가락을 들고 식사를 하였다.
사장은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고있었지만 다희는 몇 숟갈을 먹은 뒤 그냥 사장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사장은 그런 다희를 보며 말했다.
"왜? 별 입맛이 없어?"
"네...조금..."
"허허...참....많이 먹어둬야 할건데....크크클..."
"네...?"
"아니야 아니야..크클..내가 깜빡하고 지갑을 차에 놓고 와서 그런데 밥 다 먹었으면 차에 가서 내 지갑 좀 가지고 올래? 내 겉옷안에 보면 있을거야~"
사장은 말을 끝내곤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다희는 조용히 일어나 사장의 차키를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사장은 다희가 밖으로 나간 것을 확인한 뒤 다희의 물잔에 전에 오사장에게 받은 그 투명한 물약을 그대로 부어버렸다. 그리곤 그 위에 물을 채웠다.
잠시 후 다희가 돌아오자 사장은 밝게 웃으며 빈 그릇을 다희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어휴...잘 먹었다~크크클...."
사장은 다희를 보며 자신의 물잔을 들고 물을 마셨다. 그리곤 괜히 다희 앞에서 자신의 물잔을 한번 흔들어 보였다.
다희는 그 모습을 보자 자신도 목이 조금 타는지 앞에 있는 물잔을 들고 물을 마셨다. 사장은 그 모습을 천천히 지켜봤다. 그리고 마음 속으론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다희는 물을 반잔만 마시곤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장은 억지로 물을 다 먹일 수도 없기에 어색하게 웃으며 따라 일어나서는 계산을 하고 나왔다. 사장은 이미 어두워진 도로를 달리며 다희를 쳐다보며 약효가 올라오는지 확인했으나 아직까지는 다희에게서 별 다른 반응이 보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사장은 계속해서 다희의 모습을 확인하며 차를 몰았다. 어느덧 도착한 곳은 낯익은 모텔이었다.
다희도 여기에 올 것이라고 예상했는지 아무 말 없이 순순히 차에서 내렸다. 사장은 다희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확인한 뒤 차에서 무엇인가 주섬주섬 챙긴 다음 차에서 내렸다.
그리곤 다희의 상태를 계속 살펴가며 다희의 어깨에 팔을 올린 뒤 모텔로 들어갔다. 사장과 다희가 모텔로 들어오자 카운터에 있던 오사장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두 사람을 맞이했다.
"아이고~김사장님!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셨어요!! 흐흐...방은 늘 그 방으로...?"
"그럼~그 방이지~크크클..."
오사장은 키를 사장에게 내밀면서 시선은 다희에게 고정시킨 채 웃으며 말했다.
"그럼....즐거운 시간 되시길.....흐흐..."
다희는 오사장과 눈이 마주쳤을때 오사장의 비릿한 미소를 보자 뭔가 모를 오싹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얼른 시선을 돌리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사장은 고개를 돌려 오사장을 보며 살짝 눈짓을 주었고 오사장은 다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과 다희가 항상 가던 방에 들어서자 다희에게서 낯익은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들을 보자 이곳에서 있었던 일들,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일들이 하나 둘씩 떠올랐다.
그리곤 오늘도 무엇인가 자신의 기억을 채울 것 같은 안좋은 예감마저 들었다. 그때 뒤에 있던 사장이 다희의 겉옷을 천천히 벗기며 말했다.
"오랜만에....처음 여기 왔을 때 했던 그대로 한번 해볼까...? 예전 기억 되살려서 말이야...크크클..."
다희는 고개를 돌려 사장과 눈을 마주치곤 조금 긴장한 나머지 침을 꼴깍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