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실수는
아버님이 나를 겁탈할 때
더 강하게 거부하지 못 한 것이고
두 번째 실수는
같이 살게 도와 달라고 했을 때
거절하지 못 한 것이다.
갈 곳이 없어.
아버님은 그렇게 말했다.
쥐 죽은 듯 조용히 살테니 먹여주고 재워만 줘.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노인이라도 되는 듯
그렇게 말했다.
오늘은 술 때문에 실수한 거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또 한 번 그러면 다시는 니들 앞에 안 나타나마.
믿지 말았어야 했다.
니가 안 도와주면 그 놈에게 말하고 시애비 홀려서 붙어먹은 년이라고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닐거다.
적반하장.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니,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아버님이 그러시도록 유도한 건 사실이니까.
어쩌면 이런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짜낸 것 부터가
잘못이었다.
내 잘 못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이
아버님을 싫어하는
남편 때문에 생긴 일이다.
하지만,
오늘 일을 남편이 안다면
그가 얼마나 괴로워할까.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존재와
가장 사랑하는 아내가
살을 섞은 걸 알면
남편은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남편은 내게 고백한 적이 있다.
아버님을 몇 번이고 죽이고 싶었다고.
아버님의 가슴에 칼을 꽂는 남편의 모습이 그려지자
눈 앞이
캄캄해졌다.
오빠가 알면 안 돼요.
아버님을 죽일지도 모른다고요.
날 죽인다고?
그거 잘 됐네.
어차피 먹고 살 돈도,
집도 없는데 차라리 죽는 게 낫겠네.
그 놈은 아버지를 죽인 패륜아로 평생을 사는 거고.
안 그래도 콩가루 집안인데 제대로 잘 굴러가는군.
결정을 해야했다.
두 남자 모두 불같은 성격이라
내가 해결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았다.
결국 나는 아버님에게 몇 가지 다짐을 받고
아버님을 돕기로 했다.
오늘 일은 둘만의 비밀로 하고 절대 누설하지 않기.
오늘 이후로 다시는 내 몸에 손대지 않기.
남편이 뭐라하든 흘려 넘기고 할 말이 있으면 나를 통해서 하기 등.
그 땐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두 남자를 다정한 부자지간으로 돌려 놀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착각이었단 걸 알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버님이 우리집에 온지 며칠이 지났지만
두 남자 사이에는 어떠한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나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 조차 하지 않았다.
서로를 투명인간 취급했고 되도록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우리의 일과는 이랬다.
남편이 먼저 아침을 먹고 출근 하면
나는 아버님의 식사를 준비한 뒤
아버님의 하루 용돈인 만원을 식탁에 놓고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아버님이 식사를 하고 집을 나서면
그제야 밖으로 나와 주방을 정리했다.
아버님은 아침을 먹은 뒤 늘 밖으로 나갔는데
어딜 다녀오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해가 지면 집에 돌아와 내가 차려 논 저녁을 먹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게 하루 일과였다.
어쩌면 아버님을 제일 불편해 한 건 나였는지 모른다.
괜찮을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한 집에 살게 되니
아버님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강간을 당한 피해자라는 생각보다
쾌락에 취해 몸부림치던 과오가
내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
그렇다보니 두 사람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하겠단 다짐은 희미해지고
단 둘이 있는 것이 불편해 최소한의 접촉만 하려 했다.
거기에는 아버님이 또 다시 나에게 흑심을 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다행이 별 일은 없었다.
아버님도 내가 당신을 불편해 하는 걸 아는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냈다.
이렇게 보면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데
이상하게도 문제 없는 지금의 상황이
나를 더 혼란시켰다.
날 강간하고,
술집 작부 취급하던 그 때의 아버님과
지금의 아버님은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그 날은 정말 술 때문에 실수 하신 걸까.
술에 취해 순간적으로 며느리인 날 여자로 느낀 걸까.
내가 야한 옷차림으로 꼬셨기 때문에?
그렇다면 지금은?
거울 속에 내 모습을 살펴봤다.
혹시라도 아버님에게 틈을 보일까 싶어
몸매가 드러나지 않는,
답답해 보이고 펑퍼짐한 옷으로,
내가 봐도 남자들이 싫어할 스타일로
입고 있었다.
아버님은 정말 아무 생각 없는데
나 혼자 오버한건가 싶어 무안했다.
거울 속의 내가 마음에 안 들어
입고 있던 옷을 얼른 벗어 던졌다.
그리고 평소에 입던 대로 귀여운 민소매 티와
상큼해보이는 짧은 스커트로 갈아 입었다.
다시 거울을 보니 이제야 나 같았다.
늘 남자들의 시선을 잡아 끄는 매력있는 여자.
그게 바로 나였다.
옷을 바꿔 입은 김에 장을 보러 가기로 했다.
먹을 것도 떨어졌고
무엇보다도
남자들의 시선을 받으며 약해진 자존감을 회복하고 싶었으니까.
거리에 나서니 생각대로 기분전환이 됐다.
남자들이 훔쳐볼 때 마다 우쭐해졌고
집에만 있다보니
괜한 생각만 했나 싶었다.
특히 내 또래로 보이는 남자가 짐을 들어주겠다며 추근거렸을 땐,
무시하고 돌아서면서 왠지 뿌듯했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그러다 또 쓸데없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막상 자보니 내가 별로였나?
아버님은 별 감흥 없었는데 나 혼자만 느꼈던걸까?
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맛있어 보여서 기대하고 먹었는데
완전 별로여서 다시는 가지 않는 식당 같은 거.
그래도 별로인데 두 번이나 했을까?
내가 너무 좋아하니까
한 번 더 해준거라면?
그래 그럴 수 있어.
남편과의 섹스를 생각하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남편과 관계하면서 나는 단 한번도 좋았던 적이 없다.
하지만 남편이 실망할까봐 내색하지 않았고
기분 좋은 척 연기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관계를 피하게 됐고
남편도 이런 상황을 눈치 챘는지
내가 피곤해서 싫다고 하면
억지로 강요하지 않았다.
그러다 한 번은 이런 말을 했다.
그 날도 내가 몸이 안 좋다며 거부한 날이었다.
내가 빨리 사정해 버리니까
재미 없고 별로지?
순간 뭐라 해야할지 당황스러워 난감했다.
괜찮아.
이해해.
내가 못나서 그런건데 어쩌겠어.
아니라고 말해야 했지만 이상하게 내 입은
침묵하고 있었다.
그래서 생각한 건데,
손으로라도 해주면 안 될까?
난 니가 손으로만 해줘도 좋을 거 같아.
저...정말이야.
난 그거면 돼.
피곤하다는 거 알지만
너도 알다시피 나 금방 사정하잖아.
1분도
안 걸릴거야.
그동안 내가 너무 심했나 싶어 미안해졌다.
미안.
그러고 보니 우리 안 한지 꽤 된 것 같네.
오빠 많이 힘들었겠다.
오빠도 알다시피 내가 원래 이런 거에 관심 없잖아.
그래도 내가 너무 무심했다 그치?
하고 싶으면 그냥 해.
나도 오랜만에 오빠랑 하고 싶다.
아니야.
너 피곤하다며.
금방 샤워하고 왔는데
내가 침 뭍히고
사정까지 하면
또 씻으러 가야 하잖아.
정말 괜찮으니까
손으로 해 줘.
그래도...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
그럼.
입으로 해 줄래?
미안.
나 그런 거 못하는 거 알잖아.
전에도 말 했지만 오빠를 사랑 안 해서가 아니라
비위가 약해서 못 하는 거야.
대신 오빠 가슴 만져 줄게.
내가 가슴 만지면 좋다 그랬지?
정말?
그럼 대신 오래 만져 줘.
딴 덴 필요 없고 젖꼭지만 만지면 돼.
입으로 빨아주면 더 좋고.
남편은 정말 그거면 된다는 듯 기뻐했고
내가 가슴을 애무하자
늘 그랬듯이 만족스러운 듯
야릇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평소보다 오랫동안 가슴을 애무한 뒤
손으로 자위를 시켜줬다.
사정을 한 남편은 만족스러운 듯 고맙다고 했고
나는 정액을 닦아 준 뒤 욕실로 가
손을 씻었다.
침대로 돌아가 불을 끄고 남편 옆에 눕자,
남편이 말했다.
너는 섹스 같은 거 관심 없고,
나는 이것도 괜찮으니
우리 앞으로는 이렇게 하자.
어차피 당분간 아이 계획도 없잖아.
아니야.
오늘은 몸이 안 좋아서 그런 거고
다음엔 나도 오빠랑 하고 싶어.
나도 오빠랑 하는 거 좋아.
하지만 그 날 이후로 지금까지
우린 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
남편은 늘 손으로 해 주길 바랐고,
난 못 이기는 척 그렇게 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애정이 식은 것은 아니다.
난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고
그와 있을 때 가장 행복했다.
단지 섹스에만 관심이 없었을 뿐이다.
이렇듯
아버님도 나와의 섹스가 별로였을거란 생각을 하자
다시 의기소침해졌다.
혼자만 만족하는 섹스였다니.
뭐가 문제였을까?
기분 좋은 걸 숨기려 소극적이었던 내 반응?
그렇다고
아버님, 너무 좋아요
라고 할 수도 없잖아.
남자들은 여자의 신음 소리에 만족도가 올라간다는데,
더 크게 소리냈어야 하나?
섹스도 어였한 상호교감인데
너무 수동적인게 문제였을지도 몰라.
내가 아버님 가슴을 애무했더라면
좋아하지 않았을까?
남편은 내 가슴 애무가 최고라고 했잖아.
발기 부전 환자도 안 서곤 못 버틸 거라 했잖아.
순간 손바닥을 통해 느꼈던
아버님의 물건이 발기하던 과정이 떠올랐다.
순간적으로 팽창하며 우뚝 선 모습이
뭔가 기대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물론 경험을 통해 생겨난 기대감일 수도 있지만
시각적으로도 설레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크기도 크기지만 매끄럽게 휘어진 모습이
참 예뻤던 것 같다.
아버님의 물건을 생각하는데 왜 침이 고이는 걸까.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 집을 향해 걸음을 빨리 했다.
그 때부터였던 거 같다.
아무리 다른 일로 신경을 돌리려해도
자꾸만 아버님 생각만 났고
상상속의 아버님은
점점 멋있게
미화되고 있었다.
이렇게 되버린 내가 한심해서 미칠 거 같았다.
그 동안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던
아버님의 방에
가보고 싶었다.
문을 열자 꼬락내가 진동해
얼른 창문부터 열었다.
그 꼬락내가
나를 현실로 되돌려 놨다.
아버님은 그저 냄새나는 노인일 뿐이었고
그런 사람을 상대로 잠시나마 환상에 빠졌던
내 자신이 한심했다.
현실로 돌아온 나는
일단 냄새나는 이 방 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았다.
이불은 한 번도 갠 적 없는 듯 구겨진 채 널부러져 있었고
방 한 구석에는 벗어 논 옷들이 한 데 뭉쳐 있었다.
냄새나는 옷 들을 세탁실로 내논 뒤
이불은 베란다로 가져가 탁탁 털어 널었다.
다행이 햇볕이 좋아 탈취제만 뿌려놓으면
금방 뽀송뽀송해질 것 같았다.
속옷과 겉옷을 분리해 세탁기를 돌려 놓고
청소기를 가지고 다시 방으로 갔다.
그런데
방에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며칠 전 빨려고 세탁실에 놔둔
내 팬티가
방 바닥에 있는 게 아닌가.
이불 밑에 있었던 게 분명했다.
심장이 빨리 뛰고
볼을 따라 땀이
한 방울 흘렀다.
청소기를 세워 둔 뒤
바닥에 놓인 팬티를 집어 들자
꼬릿한 냄새가 심하게 났다.
팬티 속을 벌려 보니
얼룩과 함께 하얀 가루가 묻어 있었고
그게 뭔지 알 것 같았다.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머리가 멍해졌다.
빨아도 입을 자신이 없어 휴지통을 열었는데
그 안에서도 뭉쳐진 휴지들과 함께
정액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휴지통을 비우고,
청소기를 돌리고,
바닥을 닦는 동안
머릿속이 복잡해
터질 것만 같았다.
방에 들어 온 걸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고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가 문제였다.
모른 채 넘어가야 할지
아니면
또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다짐을 받는 게 좋을지
선택해야만 했다.
그냥 넘어가면
계속 마음에 남아 더 불편할 거 같고
그렇다고
직접 말 할 자신은 없어
메모를 남기기로 했다.
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다시는 이러지 말아 달라는 짧은 메모였다.
땀을 많이 흘려 샤워를 하고
나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다.
눈 떠 보니 주위가 어두웠고
불을 켜고 시간을 보니
7시가 넘어 있었다.
6시면 들어 오던 아버님이 생각나
서둘러 거실로 나갔다.
식탁 앞에 앉아 라면을 먹고 있던 아버님이
나를
노려봤다.
아무리 그래도 밥까지 안 주는 건 치사하지 않니?
그런 거 아니에요.
깜빡 잠이 들어서.
죄송해요.
금방 차려 드릴게요.
됐다.
벌써 다 먹었다.
먹는 거 가지고 서럽게 하는 거 아니다.
특히 늙은이 한테는.
내가 뭐라고 했니?
다른 건 몰라도 밥은
꼭 챙겨달라고 하지 않았니?
아버님은 역정을 내고 방으로 가더니
다시 나와 소리쳤다.
이젠 이불도 안 줄 셈이냐?
맨 바닥에서 자라는 거야?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님 자신이 무안해서 더 역정을 냈던 거 같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 당황스러워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런 거 아니에요 아버님.
햇빛에 말리려고 배란다에 널어 놨어요.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나는 더 큰 소리가 나오기 전에 얼른 이불을 가져다
방에 깔기 시작했다.
이불 위에 엎드려 열심히 구겨진 곳을 펴는데
갑자기
방의 불이 꺼지며
아버님이 나를 덮쳤다.
어둠 때문이었을까.
그 때의 나는
빛이 있을 때의
내가
아니었다.
이성이란 족쇄를 어둠 속에 숨긴 채
몸이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그의 얼굴을 매만져
반항할 의사가 없음을 알린 뒤
흥분한 그를 진정시켰다.
옷은 제가 벗을게요.
그러니까 부드럽게
그리고 천천히...
어둠이 나를
뻔뻔하게 만들었다.
그 때의 나는
아프지 않게 즐기고 싶은 마음 뿐이었고
아버님 앞에서 스스로 옷을 벗는 것도
부끄럽지 않았다.
어쩌면 빛보다 어둠이
인간을 더 안락하게 해 주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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