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버님이 술에 잔뜩 취한
영감님 한 분을 데려왔다.
전에 사시던 동네에서 친하게 지낸 분이라는데
집이 멀어 하루 밤 재우겠다고 했다.
이불을 깔아드리고 나가려는데
아버님이 데려온 영감님을 눕힌 뒤
날 뒤에서 안았다.
어젠 미안했다.
그 놈이 무시하는게 너무 화가나서 그랬어.
아버님에게 화가 많이 나 있었지만
그가 날 안으며 사과하자
미웠던 감정이 눈 녹듯이
사그라들었다.
아버님 심정 이해해요.
하지만 다시는 그러지 마세요.
저 정말 너무 무서웠어요.
알았어.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그의 손이 내 가슴을 만지자
하고 싶은 욕구가 밀려왔다.
나는 내 욕망은 감춘 채 그에게 선택권을 미뤘다.
아버님,
하고 싶으세요?
그는 대답 대신 내 몸을 돌려 세운 뒤
입술을 덮치고
치마 속으로 손을 넣었다.
너무 좋았지만
누워 있는 영감님이 신경 쓰여
마음이 불편했다.
아버님,
우리 다른 데로 가요.
그는 내 맘을 안다는 듯 내 볼을 어루만지며
사랑스럽게 날 바라봤다.
저 형님,
내일 아침까지 절대 못 일어나.
그리고 알콜성 치매라 기억도 못 할거고.
그래도,
제가 너무 불편해요.
모르겠니?
너의 그 불안한 눈동자가
날
얼마나
흥분 시키는 지를.
나는 발가벗겨진 채 영감님 옆에 눕혀졌다.
영감님은 얼굴을 내게 향한 채 입을 벌리고 있었는데
역한 냄새가
숨을 쉴 때 마다 뿜어져 나왔다.
나는 아버님이 옷을 벗는 사이
영감님의 몸을 옆으로 돌려
벽을 보고 눕게 했다.
아버님은 그런 내 행동을 재밌다는 듯 보며 웃더니
옷을 다벗고는 영감님의 반대 쪽
내 옆으로 바짝 붙어 누웠다.
그리고 내 몸을 밀어 영감님 쪽에 바짝 붙게 하더니
기껏 돌려 논 영감님의 몸을
나를 향해 다시 돌려 놨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영감님의 손을 잡아 내 가슴 위로 올리곤
그 손으로 내 몸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이러지 마세요.
다른 영감이 니 몸을 만지니까 기분이 어때?
싫어요.
그러니까 그만하세요.
내가 말했지.
너의 그 불안한 눈빛이 좋다고.
내가 얼마나 흥분했는지 만져 봐.
아버님의 손에 이끌려 그의 물건을 만지자
그것이 단단하게 커져있었다.
날 멈추게하면 이 녀석이 실망해서 의욕을 잃을거야.
단단할 수록 더 맛있는거 알지?
제대로 맛 보고 싶으면 내가 하는대로 가만 있어.
내가 만지는 거라 생각하면 그만이잖아.
안 그래?
아버님이 내 얼굴을 자기 쪽으로 돌린 뒤
부드럽게 키스를 했다.
영감님의 손이 내 몸을 더듬고 있었지만
나는 아버님의 물건을 손으로 만지작 거릴 뿐
더 이상 거부하지 않았다.
아버님의 키스는 언제나 그랬듯 달콤했다.
그 달콤함이 날 기분 좋게 했고
내 몸을 만지는 손길마저
거부감 없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손길이
오히려 날 흥분시키고
달아오르게 했다.
손이 내 거웃의 민감한 부분을 자극할 땐
나도 모르게 아버님의 그것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빨리 넣어달라는 강한 의미였다.
아버님은 날 더 달아오르게 하려는 듯
자신의 그것 대신 손가락 하나를 내 안에 넣었다.
그것이 아버님의 손가락인지,
영감님의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 안에 들어온 그것은
빠르게 움직이며
날 자극시켰다.
하지만 아버님의 그것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
아버님의 눈을 보며
간절히 애원했다.
아버님 걸로 해주세요.
네?
아버님은 내 간절함을 이용하려는 듯
조건을 내걸었다.
대신 내 부탁 들어 줘.
뭔데요?
해. 해드릴게요.
아버님은 영감님의 몸을 똑바로 눕힌 뒤
날 영감님의 사타구니를 보며 엎드리게 했다.
그리고 내가 간절히 원하던 그것을
내 몸 깊숙이 찔러 넣은 뒤
조용히 명령했다.
그 형님 물건을 밖으로 꺼내.
어...어떻게 그래요.
부탁 들어준다며.
니가 안 하면 나도 안 할 거야.
어서 해.
아버님이 내 엉덩이를 가볍게 내리치자
나는 그것을 신호로 바쁘게 손을 놀렸다.
영감님의 벨트와 단추를 푸르고
지퍼를 내린 뒤
팬티 밖으로 그것을 꺼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것이 발기 된 채
튀어 나왔다.
그가 깨어있다는 불길함에
다급히 영감님의 얼굴을 봤지만
그는 여전히 입을 벌린 채
자고 있었다.
그 때 아버님이 내 걱정을 안다는 듯
뒤에서 말했다.
남자들은 자면서도 발기할 수 있어.
그러니까 몽정이란 걸 하지.
저 형님 아마,
꿈 속에서 어린 여자랑
신나게 하고 있을 거야.
어때,
물건 마음에 들어?
영감님의 그것은 남편의 그것만큼이나
작고 볼품 없었다.
몰라요.
나는 아버님 것만 있으면 돼요.
여우같은 것.
뭐해?
꺼냈으면 책임을 져야지.
네?
책임이라뇨.
아버님의 의도를 알았지만
괜히 모르는 척 했다.
그 형님 팬티에다 몽정하기 전에
니가 손으로 빼 드리라고.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잖아.
싫다고 해도 소용 없다는 걸 알기에
더 이상 빼지 않기로 했다.
영감님의 그것을 손에 쥐고 움직이자
아버님도 날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런데 내 손을 계속 보는지
내 손의 속도에 자신의 움직임을
맞추고 있었다.
묘한 경험이었다.
내 손이 부드럽게 움직이면
아버님도 부드럽게 삽입을 했고
빨라지면
아버님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마치 아버님의 몸을
내가 원격 조종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원격 조종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내 얼굴로
영감님의 정액이
강하게 뿜어졌으니까.
내가 얼굴을 닦아내려 하자
아버님이 날 저지했다.
기다려.
그대로 있어.
아버님은 날 똑바로 눕게 한 뒤 정상위로 삽입하며 말했다.
지금 니 모습 마음에 들어.
이 상태로 계속하는 거야.
정액이 볼을 타고 흐르는 게 느껴졌지만
나는 눈을 감은 채
그대로 있었다.
사실 눈에 튄 정액 때문에
눈을 뜰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아버님은 강하게 삽입해 왔고
몹시 흥분한 듯 보였다.
내 얼굴에 다른 사람의 정액이 뭍은 게
그렇게 흥분될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버님의 그것은
더 강하고
단단하게
날 기쁘게 했다.
아버님이 내 입을 벌리더니
손가락으로 얼굴에 붙은 정액을
밀어 넣었다.
다급히 뱉어보려 했지만
아버님의 손이 내 입을 틀어 막았다.
아버님은 강하게 움직이던 동작을 멈추고
내게 물었다.
맛이 어때?
입 안에 들어온 이물질이
내 침과 함께 번져가고 있었지만
눈도 뜨지 못하고
대답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냥 가만히 있었다.
이런,
말을 못하겠구나.
아버님이 내 입에서 손을 때자마자
고개를 옆으로 돌려
정액이 섞인 침을 입밖으로 흘려보냈다.
마음 같아선 빨리 뱉어버리고 싶었지만
그 상황에서도
아버님에게 튈까바 걱정하고 있었다.
아버님이 다시 물었다.
맛이 어때?
몰라요.
별로에요.
내 건 맛있다고 했잖아.
장난 그만하고 빨리 계속 해 줘요.
네?
내가 아버님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잡아당기자
아버님이 버티면서 강요했다.
맛있다고 해.
그럼 해 줄게.
나는 더 강하게 잡아당기며
그가 원하는 대답을 해 줬다.
맛 있어요.
아버님은 그제야 만족한 듯 다시 날 사랑해 줬다.
그 날 나는 깨달았다.
상대방의 자극을 위해서
때론
이런 거짓말도
필요하다는 걸.
점심초대
아버님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용돈을 올려주지 않아 매 번 얻어 먹기만 하니
친구분들에게 면이 안 선다고 했다.
남편은 용돈 인상은 절대 안 된다고 했고,
내 비상금은 이미 바닥 난 상태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친구분 들을 집으로 모셔 대접하는 거 였다.
생활비는 어차피 남편이 준 카드로 결재하니
마트에서 장을 봐 점심을 대접하면 될 거 같았다.
아버님께 친구분 들을 모셔오라고 한 뒤,
노인 분들이 좋아하실 메뉴로 점심을 준비했다.
아버님은 집을 나서기 전,
나를 안방으로 데려가
팬티만 남겨 놓고 옷을 모두 벗겼다.
그리곤 가슴이 깊게 파이고 무릎 위로 한 뼘이나 올라가는 헐렁한 홈 드레스를 골라
어린 딸에게 하듯 직접 입히려 했다.
아버님, 이 옷은 속에 면 티 같은 걸 입어 줘야 되요.
안 그러면 숙일 때 가슴이 다 보인단 말예요.
그거야 니가 조심하면 되지.
그리고, 늙은이들이 본다고 닳는 것도 아닌데 보이면 좀 어때.
그는 아랑곳 않고 옷을 입히곤 감탄을 했다.
이야~이쁘다. 이뻐.
넌 다리도 예쁘고 가슴도 크니까
이렇게 짧은 치마에 가슴골이 드러나는 옷이 잘 어울려.
남들은 자신 없어서 숨기고 다니지만 너는 자랑해도 모자랄 판에 왜 숨겨.
그래도 이렇게 입으면 친구분들이 흉 봐요.
별 걱정을 다 한다.
너무 좋아서 침이나 안 흘리면 다행이게?
나이들면 뭐 자연히 젊잖아지는 줄 알어?
지 몸은 쭈글쭈글해도 어리고 탱탱한 여자 좋아하는 게 남자야.
아버님은 다른 사람들이 절 그렇게 보는 게 좋으세요?
뭐 어때.
니가 예뻐서 보는 건데.
난 이렇게 예쁜 니가 며느리란 걸 자랑하고 싶은 걸.
자랑하고 싶다는 그 말이 창피하고 어색한 내 기분을 올려 놓았다.
아버님은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엉덩이를 움켜쥐더니
다녀오겠단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아버님은 세 분을 초대할 거란 말과 달리
다섯 분이나 데려 왔다.
왠지 낯이 익은 분도 몇 계셨는데
그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들어서자마자 내 칭찬을 해 댔다.
며느님이 굉장한 미인이네.
형님, 몰라요?
우리 동네에서 제일 예쁜 아가씨야.
이 아가씨 지나가면 동네 남자들 다 쳐다봐요.
그럼그럼.
나도 볼 때 마다 너무 예뻐서 처년 줄 알았는데.
우리 형님 며느님일 줄 누가 알았겠어.
늙은 노인들에게 들어도 예쁘다는 칭찬은 늘 즐겁다.
그 때부터 그들은 내 몸 곳곳을 훔쳐보고 있었지만
어려운 손님들이라 긴장한 탓에
그런 걸 느낄 새가 없었다.
머릿속은 잡다한 걱정들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음식이 모자라겠구나.
4인용 식탁에 세팅을 다 해 놨는데 총 6분이니 큰 상을 새로 펴야겠구나.
상은 높은 곳에 있는 데 어떻게 꺼내지.
음식은 또 언제 다 옮기지.
등등
그 때 키가 나보다 작고 동글동글하게 생긴 분이
내 고민을 안 다는 듯 비닐 봉지를 내밀며 말했다.
나랑 저기 큰 형님이 끼는 바람에 사람이 더 늘었어.
내가 같이 간다고 졸랐지 뭐야.
저기 큰 형님은 이 치료중이라 어차피 아무 것도 못 먹고
내 몫은 내가 챙겨 왔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나 그렇게 염치 없는 사람 아니야.
내가 저기 사거리에서 고가네라고 고기집을 하거든
오늘 들어 온 생등심 넉넉하게 싸 왔으니까 같이 좀 구워 줘.
내가 엉겁결에 봉지를 받아 들자 아버님이 먼저 신발을 벗고 들어섰다.
자자, 소개는 천천히 하면 되니까 서 있지들 말고 들어갑시다.
그들은 거실로 들어서더니
몇은 쇼파에 안고 또 몇은 집 안을 둘러보며 어슬렁 거렸다.
그 사이 나는 고기 봉지를 주방에 놓고
큰 상을 가지러 다용도 실로 갔다.
신혼 초 집들이 할 때 빼곤 쓰지 않은지라
상은 선반 가장 높은 곳에 올려져 있었다.
그냥 꺼내기엔 키가 모자라 다시 주방으로 갔고
거기서 식탁 의자를 들고 와 그 위로 올라 섰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팔을 뻗으니 꺼낼 수는 있을 거 같은데
상이 크고 무거워 잘 못하면 큰 사고가 날 것 같았다.
이럴 때 남편이 있으면 좋을텐데
라는 의미 없는 바람을 하는데
밑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내려다 보니 머릿 기름을 잔뜩 발라 올백으로 넘긴 사람이
허리를 숙여 치마 속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허리를 펴더니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어흠, 혼자 의자 들고 낑낑 거리며 가길래 뭔 일인가 싶어서 와봤지.
그러다 큰일 나니까 내려 와요.
내가 해 볼테니.
나는 너무 당황스러워 벌어진 치마 단을 손을 뒤로 해 바짝 붙인 뒤
얼른 의자 에서 내려왔다.
그는 커다란 금목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멋쩍은 표정으로 의자 위로 올라가더니
이번엔 내 가슴골을 내려다 봤다.
내가 당황하며 뒤로 물러서자
그는 여전히 시선을 가슴에 둔 채 투덜거렸다.
뒤로 가면 어떡해.
이리 바짝 붙어서 의잘 잡아야지.
그의 시선이 신경 쓰여 한 손으로 가슴을 가린 채
남은 한 손으로 의자를 잡자 그가 다시 툴툴거렸다.
두 손으로 꽉 잡아야지.
나 넘어지면 책임 질 거야?
두 손으로 의자를 잡는 대신 그가 가슴을 볼 수 없게 고개를 숙였다.
지금 뭐하는 거야.
고개 들고 잘 봐야 내가 중심을 잃을 때 대처할 거 아니야.
이런 거 까지 일일이 알려 줘야 돼?
그가 버럭 하자 마치 내가 큰 잘 못을 한 것처럼 느껴졌고
나이 많고 어려운 손님에게 세 번 연속 질책을 받자
머리 속이 백지처럼 하얘졌다.
가슴에 신경 쓰다간 더 혼날 거 같아
그가 시키는 대로 얼른 고개를 들었다.
그래.
그렇게 예쁜 얼굴 좀 보여주면 좋잖아.
좀 더 바짝 붙어 봐.
그래.
그 정도가 딱 좋다.
그렇게 보고 있다가 내가 중심을 잃거나 하면 얼른 날 잡으라고.
알겠지?
네.
그의 키는 나와 비슷했는데 팔이 짧은지
뒷굼치를 들어 겨우 상을 끄집어 냈고
으이샤~
하는 기합과 함께 상을 당겨 내려 놓았다.
그리곤 내 어깨에 손을 집으며 의자에서 내려 왔다.
땀이 송글 맺혀 있는 주름진 이마를 보자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고맙습니다.
나의 진심 어린 감사에 그는 멋쩍은 표정으로 답했다.
뭐 이 정도 가지고.
그리고 충고 한마디 하자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그렇게 정색하면서 가리고 그러지 마요.
무슨 파렴치한이라도 된 거 같아 상당히 불쾌하다고.
남자들은 원래 자기도 모르게 시선이 갈 수도 있는 거야.
특히 딸 같이 어린 처자가 치한 보듯 정색하면
나이 든 노친네들은 그것 만큼 무안하고 불쾌한 게 또 없어.
그의 말을 들으니 내 입장에서만 생각한 것 같았다.
그는 도와주려 한 건데 과하게 몸을 가린 나의 행동이
오히려 불쾌감을 줬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죄송해요.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다들 아빠 같은 사람들이고 제일 큰 형님은 할아버지 뻘이야.
내년이면 90이라고.
그런 사람들이 딸 같고, 손녀 같은 사람한테
그런 취급 받으면 기분이 어떻겠어.
그러니까 혹시 좀 쳐다보고 그러면,
저 분이 날 예뻐서 보시는 구나,
딸 같이 느껴져 예뻐하시는 구나.
그렇게 생각하라고. 알았어?
네. 그럴게요.
그는 내가 예의를 갖추고 공손히 대하자
기분이 풀렸는지 상을 들고 거실로 향했다.
나는 그의 뒤를 졸졸 따라간 뒤
그를 도와 거실 중앙에 상을 폈고
물티슈를 가져와 상 위를 닦았다.
평소 같으면 대충 닦았겠지만
손님들이 보고 있으니 더 깨끗하게 닦아야 할 거 같아
꼼꼼하게 열심히 닦았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다.
나를 포함해 7명이나 있었지만 마치 혼자 있는 듯 고요했다.
아무 얘기라도 나누면 좋으련만 다들 멍하니 나만 보고 있는 듯 했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열심히 닦느라 잊고 있었는데 지금 내 복장은,
이렇게 엎드려 있으면 안 되는 복장이었다.
슬쩍 고개를 숙여 보니 가슴 앞 쪽이 늘어져 젖꼭지가 다 보였고
옷이 늘어진 상태를 보니 엉덩이도 노출된 거 같았다.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침착하게 움직였다.
마음 같아서는 얼른 일어나 치마를 내리고 싶었지만
천천히 엉덩이를 바닥에 붙인 뒤 자연스럽게 치마를 끌어 내렸다.
그리고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듯 조심스럽게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창피해서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나는 마음 속으로 주문을 걸었다.
신경 쓰지 말자.
안 봤으면 다행이고,
설령 봤다고 해도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빠 같고 할아버지 같은 분들인데 가슴 좀 보이면 어떻고
엉덩이 좀 보이면 어때.
내가 예쁘니까 보는 거고
본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잖아.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었다. 지금부터라도 조심하면 되는 거였다.
나이 든 어른들을 대접하는 게 이렇게 힘든 건 줄 몰랐다.
왜 집으로 초대한다고 했는지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쟁반을 이용하면 편했을텐데 바보 같이 접시를 하나씩 나른 걸 보면
그 때의 내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다들 도와줄 생각은 않고 일하는 내 모습만 보고 있어서
수저 하나 놓는데도 긴장이 됐으니까.
정신없이 움직이다보니 준비가 다 됐고 나는 방으로 들어가 쉬고만 싶었다.
저는 방에 가 있을 테니 편하게 식사 하세요.
필요한 거 있으면 부르시고요.
그냥 가면 어떻게.
어른들한테 정식으로 인사는 하고 가야지.
내가 한 사람 씩 소개해 줄 테니까 이리 와서 앉아 봐.
그 분들은 그저 아버님의 친구일 뿐,
그들이 누구이고 뭘 하는지는 관심도 없고 전혀 알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버님이 그렇게 말하니 인사는 해야 할 거 같아
아버님 옆에 잠깐 있기로 했다.
아버님은 제일 연장자부터 소개하기 시작했고
나는 애써 웃으며 한 분씩 응대했다.
여기 최씨 형님은 이 동네에 자기 건물만 5채야.
내년이면 아흔인데 아직까지 자식들한테 재산 한 푼도 안 넘겨 줬어.
최씨 영감님은 처음 볼 때 부터 느꼈지만
아픈 사람처럼 힘이 없어 보였다.
체격도 외소한데다 지병이 있는 듯 뼈만 앙상하게 남아있었다.
나중에 들었는데 항암치료하다 포기하고
지금은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뭐하고 있어.
너도 인사 드려야지.
아. 네. 안녕하세요.
아버님의 말에 얼른 웃으며 인사했다.
그게 뭐야~
저기 형님 옆으로 가서 술 한 잔 따라 드리고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해야지.
원래 그러는건가 싶어 의아했지만
시키는대로 최씨 영감님 옆으로 가 앉았다.
그리고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라는 말과 함께 술을 따라드렸다.
그는 내가 따라 준 잔을 천천히 비우고는
알아 듣기 힘든 소리로 뭔가를 말 했다.
쉐시도하자바다
그가 내 손에 잔을 쥐어 주고서야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그는 뼈만 앙상한 팔로 소주 병을 들더니
힘겹게 내 잔을 채웠고 마시라는 듯 손짓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서 마시라는 듯 모두가 주시해
그냥 내려 놓으면 안 될 분위기였다.
예의 상 한 모금 마시고 입을 떼려는데 아버님이 한 마디 했다.
그 잔 가지고 계속 돌릴 건데 다른 사람한테 먹던 술 줄 거야?
그리고 어른이 주시면 깨끗이 비우는 게 예의야.
어쩔 수 없이 내가 잔을 비우자 모두가 잘 했다는 듯 박수를 쳤고
아버님은 다음 사람을 소개했다.
다음은 부동산 하시는 박씨 형님.
뭐야~ 그렇게만 소개하면 어떡해.
나도 내 건물이야.
부동산을 한다는 박씨 영감님은 이 동네 토박이로
동네 일이라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가장 발이 넓다고 했다.
그는 이들 중 가장 키가 컸는데
염색을 안한 백발에 얇은 돋보기 안경까지 착용해
꼬장꼬장한 교장 선생님 같은 느낌이었다.
이번엔 알아서 그의 옆으로 자리를 옮긴 뒤
들고 있던 잔을 그에게 건냈다.
그리고 그의 잔을 채우며 똑같이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가 버럭 화를 냈다.
뭔 소리야~ 나 아주 건강해.
내가 저 형님 같은 줄 알어?
내가 당황하자 그가 재밌다는 듯 피식거렸다.
장난친건데 뭘 그렇게 놀래.
난 너무 건강하니까 회춘하세요로 하자고.
나는 그가 원하는대로 회춘하시라 했고
이번엔 그가 따라 준 술을 한 번에 비웠다.
나이 든 노인들 상대하는 것도 싫었고 빨리 끝내고 들어가 쉬고 싶었으니까.
다음은 약국을 한다는 안씨 영감님이었다.
이 친구는 나랑 동갑이고 요 아래 사거리 약국 알지?
거기가 이 친구 거야.
약 지을 일 있으면 무조건 이 친구한테 가라고.
알았지?
그는 푸근하고 편안한 인상이었는데
얼굴 자체가 웃는 상인지 늘 미소 지었고
술을 따라 드릴 때도 제일 편했다.
아버님 친구분들 중에선 가장 정감 가는 분이었다.
다음은 고기집을 한다는 고씨 영감님 차례였는데
그 때부터 술이 오르는지 정신이 몽롱해졌다.
술이 잘 받는 체질도 아닌데
안주도 없이 연달아 세 잔을 마셨더니
금방 취한 거 같았다.
그래서 아버님이 뭐라고 하셨는지 지금은 하나도 기억 안난다.
나와 마주 보고 있던 그는 내가 건너가기 위해 일어서려 하자
그냥 그 자리에서 따라 달라고 했다.
내가 취한 걸 알고 배려하는 듯 하여 고맙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것이 배려가 아니었음은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술을 따르기 위해 상체를 숙일 때 내 가슴을 노골적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 사람 뿐이 아니었다.
그 쪽에 있던 모두가 늘어진 옷 속으로 내 가슴을 훔쳐보고 있었다.
나는 그냥 모르는 척 했다.
그래야 서로 불편하지 않을 테니까.
내가 잔을 받을 땐 더 심했다.
그는 내 가슴을 더 오래 보려는 듯 천천히 술을 따랐고
잔이 넘치는 것도 모르고 가슴만 보고 있었다.
나는 네 번째 잔도 단숨에 들이킨 뒤
상 꺼내는 걸 도와준 금목걸이 옆으로 가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머리가 멍해지며 그대로 주저 앉았다.
그 다음에 생각나는 건 아버님이 날 부축해 안방으로 간 것과
기절하듯 침대 위로 쓰러진 거 였다.
그렇게 난 소주 4잔이 한계임을 그들에게 알리고서야
혼자 만의 휴식을 가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