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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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기가 마두들을 마주친 것은 장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숲에서였다. 함께 데리고 간 관병들이 모두 죽어나가는 것을 그는 그저 바라볼 수밖엔 없었다. 단 4명의 마두들에게 50명의 관병이 싸그리 죽어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그 역시 가슴과 허벅지, 그리고 등에 부상을 입었다. 모든 관병이 시체가 되어 숲속에 뒹굴었을 때 공손기는 배 깊숙히 장풍을 맞고 쓰러졌다. 머리가 비어진 듯 아무생각도 들지 않았고 배안은 들끓으며 속에서 먹은 것들이 올라왔다. 피와 함께 모든 것을 토해내 놓고 그는 숨을 몰아쉬었다. 

마두들이 다가와 그는 내려다 본다. 마두들은 하나같이 인상이 더럽다. 공손기는 자신이 이곳에 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왜 왔는 가? 아니... 온 이유마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는 정신을 잃었다.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 그의 얼굴에는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차가움에 정신이 들고만 그는 놀라고 말았다. 그가 있는 곳은 동굴안이었다. 어딘가 밖으로 뚫려있는 곳이 있는 지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축축한 습기가 감도는 그곳에 공손기는 누워있었고 일어나려 했으나 일어날수가 없었다. 팔과 다리에 감각이 없었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몸이 부자연스러워 힘이 들었지만 그는 볼수가 있었다. 허벅지부터 다리가 없었다. 옷이 벗겨져 있어 확실히 볼수가 있었다. 옆을 보니 역시 팔뚝부터 잘라져 있었다. 그의 입이 벌려지더니 잠시 소리가 나질 않았다. 그러다 곧 동굴안에 비명이 울려퍼졌다. 

공손기의 입에서 품어져 나온 비명은 길고도 길게 동굴안에 맴돌아갔다. 비로소 아픔이 몰려왔다. 팔이 잘라져 나가고 다리가 잘라져 나간 것을 본 그 순간 모든 아픔을 합치고도 나서도 모자른 경악이 그의 머리속을 하얗게 지워나갔다. 한참을 지속하던 비명이 잦아들자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왔다. 공손기는 어두워져 가는 눈을 껌벅이며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둠속에서 뭔가가 움직인다. 그는 자신의 숨소리를 죽여나갔다. 아니 몸이 저절로 죽어갔다.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그 소리는 자신도 아는 소리였다. 아직 미혼이였지만 가끔 들렸던 유곽에서 들어보았던 소리였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화합하는 소리. 어느새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두남자와 한여자가 보였다. 두남자는 온몸에 잔뜩 털이 난 이들이였고 여인은 온몸이 새하얗게 잔뜩 살이 오른 늘씬한 여체였다. 공손기는 입에 침이 고이는 것을 느꼈다. 정사를 보며 그는 갑자기 삶에 대한 열정이 살아났다. 그는 이상황이 우스울 지경이었다. 

한남자는 여인의 보지에 자지를 박아넣고 있었다. 다른 남자는 반대편에서 여인의 목을 뒤로 꺾어 자지를 넣고 허리를 움직인다. 그런 광경을 처음 본 공손기는 자지가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우습다. 팔다리가 잘려졌는 데 음란한 광경을 보고 자지가 곤두선다. 공손기는 자신이 죽는 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음심이 동한다.

여인의 입에 자지를 박아대던 사내가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미소라고는 볼수 없다. 아무리 애누리를 해도 말이다.

" 헉...헉... 네놈이... 공손놈이로구나...큭.... 헉...."

" 그대....들이... 날 이렇...게 했소?"

" 아니... 우리가 아냐.... 뭐... 시키기는 했지만.. 아니지.... 헉... 네놈의 사지를...자르라는 말을 한 것은 아니었어... 헥... 죽이는 구만.... 천우...형마라는 아가가 했단다... 큭...후후....이년, 정말 명기야. 지 언니만큼은 아니지만... 후...뭐, 처녀지신치고는 좋지....."

남자는 말을 멈추고는 힘차게 허리를 움직였다. 여인의 신음소리가 울려퍼지더니 남자가 사정을 하는 가보다.

" 허억!"

남자는 자지를 꺼내더니 아직도 뿜어대는 자지대가리를 여인의 얼굴에 비비며 사정감을 즐긴다. 보지는 유린하던 남자다도 사정을 하는 가보다. 여인은 작살에 맞은 물고기처럼 퍼덕거린다. 그장면은 너무나도 음란했다. 공손기는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다. 그리고 여인의 얼굴을 비로소 볼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사정을 했다. 자신도 알수 없었지만 어쨋든 그는 사정을 하며 숨을 멈추었다. 그의 눈은 크게 떠져있는 채였다. 여인도 눈을 뜬채 공손기를 바라본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다. 예정대로라면 오늘밤 생전 처음 그에게 자신의 나신을 보여주었을 것이였다. 그러나..... 그녀는 눈을 감았다.

" 용의 후예에게 보여줬을 장면을 이상한 놈에게 보여주고 말았군... 뭐... 달라질 것은 없어. 처녀다 아니다 그런 것을 가린다면 우리가 어찌 음양쌍마라 불리겠느냔 말이야."

" 그렇고 말고. 큭큭..."

사내들은 여인을 향해 침을 뱉고는 다시 한쪽에 엎드려 있는 여인에게로 다가갔다. 

운남에 도착한 10필의 말이 조가장에 닿은 것은 해가 서서히 서쪽에 져물 무렵이었다. 남자 아홉명과 여인 한명으로 이루어진 일행이 다가가기전부터 조가장에는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 설마.."

그들이 안으로 들어가자 대부분의 시체가 까맣게 타고 있었고 몇몇의 시체는 뒹굴고 있었다. 일행은 얼굴을 찡그린다. 너무나 참혹한 광경에 그들은 말을 할수가 없었다. 그저 바라만 본다. 그때 맨앞에 선 남자가 뭔가를 들은 듯 흠칫 놀란다. 다음 순간 일행은 모두 이동했다. 매우 빠른 속도로 안쪽 장원의 마당에 들어간 그들은 살아남은 세명의 남자를 보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검을 들고 있었다.

" 이놈들!"

여인이 앞으로 뛰쳐 나갔다. 여인은 품에 있던 검을 뽑아들었다. 그 움직임은 매우 빠른 것이였고 쾌속무비한 동작이였다.

" 사매!"

남자의 외침에도 여인의 검은 세명의 그림자를 베어버릴듯 빠르게 들어갔다. 

챙!소리와 함께 여인은 뒤로 몸을 빼냈다. 네명의 사내는 여인을 노려보더니 다시 다가든다.

" 미안합니다. 사매가 너무 어려 영웅들을 알아보질 못했습니다."

사내가 나서 사과를 하자 네명의 남자들도 멈추어섰다. 그중 한명이 입을 열었다.

" 그대는?"

" 화산파의 전충이라 합니다. 네분께서는 용성장의..."

" 용성근이라 하오. 이쪽은 동생들이고...."

" 이곳은... 누가.."

" 모르겠소. 우리가 왔을 때는 이미 이렇게 되어있었소."

"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아... 그렇군요... 오늘 결혼식이 있..."

" 아니요. 우린 큰형님을 뵈러 왔소. 이곳에서...."

갑자기 용성근의 목소리가 잠겨갔다. 뭔가를 참는 듯한 모습이었다. 전충이 뭔가를 느낀 듯 입을 다물자 여인이 다가왔다. 

" 죄송합니다.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성근을 대신해 성현이 나섰다.

" 아니오. 누구라도 오해를 했을 것이요. 우리로서도.... 그대들이 먼저 와있었다면 우리들도 오해하고 달려들었을 것이요. 낭자의 명호가...."

" 화산파의 여홍이라 합니다."

" 난 용가의 성현이라 하오. 이쪽은 성훈이오. 우리는 큰형님이 암수를 당했다는 말에 이곳을 찾았지만 이미 이 지경이었소. 방금 전 숨이 거의 넘어가던 이가 몇가지 말을 하고 숨을 거뒀소. 그가 한말은... 마두들이라 했고... 용문이 열렸다고 했소."

" 용문!"

전충과 여홍, 그리고 8명의 인물들이 외쳤다. 용가의 형제들은 아무말없이 서있었다.

" 설마..."

여인인 여홍이 뭔가를 느꼈다. 

" 설마... 당신들은..."

" 그렇소."

성근이 말했다. 그의 얼굴도 굳어있었다.

" 형님이 돌아가신듯 하오. 그리고... 아마도 막내에게 부탁을 했겠지. 그리고 마침내... 용문이 열렸을 것이오. 왜냐하면 그가 용문주이기 때문이요."

여홍의 눈이 크게 떠졌다.

" 알고... 있었단 말인가요? 용성운이 용문주인 것을....? 알고 있었단 말인가요?"

" 그렇소. 알고 있었소. 그아이는 우리의 아우였으니까. 몰랐다면 그런 것이 더욱 이상했겠지요. 우리 형제는 모두 알고 있었소. 아니.... 그대가 무얼 물을 지 알고 있소. 우리들도 용문의 일가인가 하는 것이겠지. 아니오. 용문과 용가는 서로 다르오. 용문의 주인이 된것은 성운이오. 내게 무엇을 물을지 아오. 그 예언.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 우리도 알지 못하오. 확실한 것은 내 아우가 용문주이고 그가 모든 것을 바로 잡을 것이오. 물론 지금 상황이 세상이 위험하다 어떻다 할수는 없을 것이오. 이 일이 용문이 열릴 만큼 중요하다 하지않다가 무슨 상관이오. 아무도 알수 없소. 누구도 결정할수 없소. 그것을 결정할수 있는 이는 용성운뿐이오. 그가... 주인이니."

전충과 여홍일행은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그저 성근을 바라볼 뿐이었다.

" 장산으로 갑시다. 그곳으로 마두들과... 성운이 향했다 했소."

일행이 밖으로 나가 장산으로 향하고 난 뒤 얼마 안가 산길에서의 싸움을 보았다. 마차한대가 서있었고 한 사내가 여인을 보호하며 싸우고 있었다. 네명의 마인들이 그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성근일행은 그것을 목도하자마자 곧장 검을 뽑아들고 달려들었다. 싸움이 커지고 자신들이 밀리자 네마인은 곧 장산으로 도망쳤다. 성근들은 추적을 포기하고 사내와 여인에게 다가갔다.

" 고맙소. 동생을 보호하다보니 놈들에게 밀리고 말았지요."

" 아닙니다. 그런 마두들을 상대로 싸우시는 것을 보니 그대의 무공도 아주 높소이다."

" 별말씀을."

" 난 용성근이라 하오. 이쪽은 동생들이고 이쪽은 화산파의 전충 대협이고 이쪽은 여홍 여협이고..."

성근이 일행을 소개하자 사내는 묵묵해진다. 성근의 소개가 끝나고 그의 소개를 기다리자 사내는 조용히 말했다.

" 난... 용해인이라 하오. 이쪽은 내 동생 아영이라 합니다. 보시다 시피 몸이 불편하여..."

" 눈을 어렸을 때 다쳤습니다. 아영이라 합니다."

흰옷이 여인의 아름다움을 더욱 높여주는 미인이었다. 아영을 바라보던 성근이 말했다.

" 용...가시군요."

" 그...렇습니다."

" 갑시다. 서둘러야만..."

일행은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일행은 용해인의 안색이 굳는 것을 알지 못했다. 성근만을 빼고는...

털썩! 또하나의 마인이 나뒹군다. 장산에 들어온지 두식경이 지나도록 성운은 몇백인지 모를 마인들을 베어 넘겼다. 비연, 아니 차력신검 나후은에게서 받은 연검에는 몇백인지 모를 마인들의 피가 베어들어 이젠 완연한 핏빛을 내뿜고 있었다. 성운은 다시 앞으로 나갔다. 그의 몸에는 여전히 정기가 흘러 넘쳤지만 아주 가끔 음유한 내공이 머리를 쳐들기도 한다. 그에게 있어 과연 그것이 언제 온몸을 장악해버릴지 알수가 없었지만 어쨋든 나가야만 했다. 그때 성운은 자신의 머리위에 뭔가가 있는 것을 알았다. 그가 고개를 들자 흰옷을 입은 여인이 있었다. 몽면을 드리워 용모를 알수는 없었지만 온몸에 흐르는 기품이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성운은 위를 쳐다보며 자세를 취했다.

" 그대는?"

" 수아라 합니다."

" 내게 볼일이 있소?"

"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네개의 그림자가 달려들었다. 연검에 베어져 날아가 버리는 고기들에서 눈을 떼고 성운은 다시 위를 보았다. 여인은 여전히 공중에 떠있었다.

" 내게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볼일을 내가 기다려야 하는 가?"

" 그럴 마음이 있다면 그러셔도 되고 그럴 마음이 없다면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 내마음을 혼란시키려는 건가?"

"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 과연. 그대는 누구지?"

" 수아라고 했던 것 같군요."

" 내 말은... 그대가 이일의 배후인가?"

"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지요?"

" 그대와 내 무공의 본질이 같은 것 같군."

" 잘 보셨습니다."

" 단지 다른 것은.... 내 무공은 양강하지만 그대는 아주 음유하군. 그 차이가 무엇일까 나는 생각중이오."

" 어떤 결론이시지요?"

" 아직... 어쨋든 그대는 날 막을 것인가?"

" 막지 않습니다."

" 그럼 왜 내앞에 나타난 것이지?"

" 너무 많은 것을 물으시는 군요."

" 좀 멍청한 편이거든."

" 운남의 천재라 불리운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요?"

" 날 아는 군."

" 잘 안답니다."

" 어째서?"

" 뭐든 질문만 하시는 군요."

" 말했지 않소. 멍청하다고."

" 이젠 가봐야 할 듯 합니다."

" 내 물음에 답을 하지 않을 텐가?"

" ... 좋습니다. 당신은...."

" 그래. 난?"

" 당신은 오늘 새롭게 태어나겠지요. 많은 것을 잃으시면서 말이에요. 저를 원망하실겁니다. 아니 모든 것을 얻은 후에도 절 원망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 당신을 위한 일이 될 것입니다."

용성운의 눈이 빛났다. 그것은 그가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의 징조이기도 했지만 살기를 품을 때의 것이기도 했다.

" 절.. 베실겁니까?"

" 아까... 날 공격한 것이 당신이군."

" ...."

용성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확실해졌다. 상대는 자신과 같은 능력의 소유자였다.

" 날 막는 이유가 뭐지?"

" 막지 않습니다."

" 좋아. 내가 나아가는 것을 지연시키는 이유가 뭔가?"

" ...."

" 대답을 안한다면... 인정을 하는 것인가?"

" 무례하시군요. 아녀자에게 핍박을 하시다니요."

" 상대에 따라 다르지. 그대는 적이니까."

용성운이 빛에 쌓여 하늘을 가르며 이동할때, 지상에서 음유한 내공으로 이루어진 공격을 받은 것이 세식경전이었다. 그때문에 성운이 지상으로 내려온 것이다. 그리고 이 장산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상대는 자신을 지상으로 이동하길 바랬다. 그것에 따라준다기 보다는 상대의 기척을 보려 했었지만 두식경이 지나서야 이렇게 나타났다. 게다가 여인이며, 자신과 같은 무공수위를 가졌다. 그리고...

" 지룡인가?"

" ..."

" 아니면... 수룡?"

" 무슨 말씀이신지요?"

" 당신도 용문이라는 것이지. 나와는 다른..."

" 어느 부분은 맞았지만... 어느 부분은 틀렸답니다."

" 그런가..."

말이 끝나고 나서 용성운의 몸이 움직였다. 그 속도는 엄청난 것이어서 제아무리 높은 무공을 가졌다 해도 피할 수는 없을 것이였다. 그러나 여인의 신형도 곧 사라져갔다. 아니 이동을 했다. 용성운과 같은 속도였다. 휙 휙 거리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퍽퍽 거리며 뭔가가 부서져 나갔다. 나뭇가지들이 부러져 땅위에 떨어지며 산새와 짐승들이 푸드득 놀라 달아난다. 

용성운은 상대의 무공에 놀라고 말았다. 용문의 또다른 비사, 그것의 결과인것인가? 상대는 자신과 대등, 아니면 자신보다도 더 높은 무공수위를 지녔다.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정기가 흐트러지는 것으로 알수 있었다. 자신의 정기는 흐려져 가지만 여인은 여전히 빠르며 정확하고 무시무시한 위력으로 자신을 옮아매왔다. 용성운은 뒤로 멀직히 물러났다가 앞으로 튀어나오며 용문의 비기를 사용했다. 용문에서는 금지된 비기. 너무나도 패도적이라 금지되었던 비기를 그는 사용했다.

그의 온몸에서 빛이 났고 순식간에 주먹 두개정도의 빛줄기가 뿜어져 나갔다. 여인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하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빛줄기가 지나갔다. 용성운은 땅위에 내려서서 자신의 광기가 지나간 숲을 바라보았다. 정확히 10리 밖까지 뻗어나간 광기에 의해 숲의 한가운데가 주먹두개크기의 구멍이 나있었다. 용성운은 그 구멍을 보다가 위를 보았다. 그곳에 여인이 떠있었다.

" 천광이군요. 어린나이에 대단하군요."

" 지룡인가? 수룡인가?"

" 그건 중요치 않아요. 자 이젠 가보세요. 저 산위로 5리정도 올라가면 동굴이 있어요. 그곳입니다."

" 잠깐! 무슨 뜻이지?"

" 그말 그대로입니다. 전 마중을 나가야 하니..."

순간 여인은 빛이 되어 사라졌다. 파란 빛줄기를 남기며 여인은 산밑으로 가버렸다. 그와 함께 용성운은 산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생각은 나중이다. 여인은 어디가로 가버렸고 쫓는 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는 산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동굴을 발견하고는 온몸의 내공을 운행시키며 안으로 뛰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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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날은 저물어간다. 성근과 그일행이 장산에 도달했을 무렵 이미 시체가 즐비했다. 모두 검에 의해 베어져 죽은 마인들이었다. 그중 관군의 복장을 한 이들도 있었다.

" 공손기도 왔었나 보군. 하지만.... 그도 이미 죽었을 게야."

성근이 되씹듯이 말했다. 다른 이들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 생각에는 마음속으로 동의했다. 검을 고쳐쥐고 그들은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어둠속을 신법을 운용하여 올라가는 그들은 확실히 고수다운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얼마가지 못해 그들은 멈추어 서야 했다. 그들의 앞에 흰옷을 입은 여인이 나타난 때문이었다. 그 여인은 조금 전에 용성운의 천광을 피하고 산을 내려온 여인이었으나 성근일행은 알수 없었다. 성근은 검을 다시 쥐며 일행을 뒤돌아 보더니 여인에게 말했다.

" 낭자는 누구요?"

" 화산파... 용가의 자제분들... 그리고... 용문의 일원이시군요."

흰옷을 입은 여인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말의 끝에는 엄청난 충격이 있었다. 용문의 일원! 성근은 고개를 돌려 용남매를 보았다. 그들의 얼굴은 확실히 굳어 있었다. 용해인이 갑자기 검을 들고 나가며 외쳤다.

" 받아라!"

그 움직임은 용성운의 움직임과 비슷했으나 위력은 떨어져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용문장문인인 용성운과 비교했을 때였고 실지 그의 움직임을 알아볼수 있는 무인은 손꼽을 정도일 것이다. 각설하고 용해인은 검을 거의 수평으로 잡고 이동하여 빠르게 3번의 베기와 5번의 찌르기를 순식간에 시전했다. 그 빠르기와 정확함에 성근은 탄식을 발할 정도였다. 그러나 여인은 너무나도 쉽게 그 모든 공격을 피했다.

용해인은 자신의 공격이 너무나도 쉽게 와해되자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그때 용아영이 외쳤다.

" 오라버니! 조심하세요!"

그말과 함께 여인의 장심이 빛을 내었다. 어둠만이 존재하는 곳에서 발해진 그 빛은 너무나도 밝았다. 눈부심을 느낀 용해인이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았을 때엔 이미 그의 몸은 열걸음 떨어진 곳에 나가 떨어지고 있었다. 용해인이 몸을 몇번 구르는 것을 보고 성근은 그가 다행히도 어느정도는 피한 것을 알았다. 

순간적으로 몸을 뒤로 빼내어 여인이 내쏜 빛의 파괴력을 어느정도 상쇄시킨 용해인은, 그러나 너무도 놀라며 일어났다. 그는 너무나도 당혹해 하며 외쳤다.

" 수파!"

그 말에 용아영도 외친다.

" 설마! 수룡이란 말인가요!"

" ... 용문주와 똑같은 말을 하시는 군요. 내 대답은 그럴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뿐."

성근이 나섰다. 자신의 무공으로는 상대할 수 없는 여인이다. 용문주인 용성운과 비슷한 무공일 것이라 추측할 뿐이었다.

" 그대는 누구요?"

" 수아라 합니다."

" 수아!"

전충이 외친다. 성근은 그의 외침에 신경쓰지 않고 말했다.

" 어째서 우리를 막는 것이요?"

" 그대들을 막아야만 제가 계획한 일이 마무리 된답니다."

" 무슨 뜻이냐!"

여홍이 말했다. 그녀는 검을 쥔 손이 떨릴 지경이었다. 빛을 내는 무공... 그것은 이미 인간의 경지가 아니었다.

" 오늘 용문이 파괴될 것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한다면 용문이 닫히지 않는 다는 것이지만...."

" 그대가... 이 모든 살겁의 주모자로군."

성근의 말에 여인은 순순히 인정한다.

" 맞습니다. 제가 지휘를 했지요."

" 이유가 뭐요?"

" 그야... 용문을 열기 위해서였지요."

" 알수가 없군. 용문을 무서워 하지 않고 오히려 열려했단 말인가?"

여인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 왜 무서워 하지요? 용문주와 저는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 답니다."

" 이해할 수가 없어! 어찌 수룡이 나타난 단 말인가!"

성근과 여인간의 대화에 용해인의 외침이 끼어 들었다. 용해인은 대답을 얻기위해 외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거의 반실성한 듯 보일 정도였다.

" 오라버니... 진정하세요."

아영이 해인을 진정시키려 다가갔지만 곧 해인은 수아에게 다가가며 외쳤다.

" 아니! 수룡이라 해서 그정도의 무공을 가질 수는 없소! 그대는 수룡이 아니야!"

" 제가 수룡이라 말한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대가 지룡이란 것을 숨기지 않았나요?"

모든 일행의 눈길이 해인을 향했다. 오히려 당황한 인물은 해인이었다. 

" 어찌..."

아영이 놀라 말하자 성근이 아영을 향해 말했다.

" 도대체 무슨 말이오. 수룡은 무엇이고 지룡은 도대체...!"

" 제가 말씀드리지요."

수아가 나서며 말했다. 그러자 해인과 아영이 외쳤다.

" 아니되오! 그것은 용문의 일! 발설해서는....!" 

"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지룡의 남매이십니다."

" 그런..."

성근이 답답했는지 말했다.

" 말해 보시오. 용문의 일이라니..."

" 좋습니다. 용문의 모든 일은 기밀이라지만... 그것은 기밀이랄 것도 없는 것이지요. 용문은 오직 단 한명이 문주이며 일방이며 일문이라 알려 졌지만... 사실은 3개의 파로 나뉘어졌지요. 그중 문주를 맡는 곳이 천룡이며 다른 두곳이 지룡과 수룡입니다."

" 별로 비밀이랄 것도 없지 않은가?"

성훈이 빈정대듯이 말했지만 수아는 아랑곳 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 아시다시피 용성운이 바로 천룡입니다. 그리고 여기 계신 두분이 지룡의 인물이시고...."

" 그럼.... 비밀은 무엇이요?"

성근이 말하자 용해인이 외쳤다.

" 물어서는 안됩니다! 알아선 안됩니다! 만일 발설된다면... 우린 여러분을 죽일 수 밖에 없소!"

성근등이 놀라 움찔거리자 수아가 말했다.

" 후후후... 어차피 여러분들은 죽게 될터이니 아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용해인이 그말을 듣고 신음성을 흘리자 전충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 악녀! 그대는 예언자가 아니라 악마의 주구였었군!"

" 그것은 또 무슨 말이오!"

어리둥절해지는 인물들은 성근등 용가의 삼형제였다. 그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외침만이 나오자 수아를 공격해야 한다는 일마저 흐려질 정도였다.

" 좋습니다. 여러분의 마지막 생을 기념하는 뜻에서 몇가지 일들을 말씀드리지요. 용문의 기원은 몇백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들은 일생동안을 다음 세대를 위한 무공의 수련으로 일관합니다. 그러나 언제나 용문주가 되는 것은 천룡이 맡은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피의 숙명이었기에 그러했지요. 천룡과 지룡과 수룡의 부계는 같았지만 모계는 전혀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러했기에 천룡만이 용문주의 지위를 얻게되었지요. 그러나 그러한 가법은 용문의 분열을 초래했습니다. 그리고 지룡과 수룡은 용문에서 이탈했지요."

해인과 아영은 그 이야기를 정지시킬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들의 힘으로는 어쩔수가 없었다. 확실히 수아의 무공은 자신들의 능력밖의 것이었다. 

" 천룡의 장문인들은 그러한 지룡과 수룡에게 봉문의 벌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 벌의 해결책은 오직...."

성근등은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수아는 잠시 해인과 아영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 용문주를 죽이는 것 뿐이지요."

성근의 입이 벌어지고 만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수아의 말은 너무나도 엄청난 말이었다. 그들의 이목은 곧 해인과 아영에게로 돌아갔다. 해인과 아영은 몸을 떨뿐이었다.

" 사실이오?"

성근의 물음에 해인이 고개를 들었다.

" 사실입니다."

" .....그렇소?"

" 아니에요."

아영이 나선다.

"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저희가 온것은..."

" 그대가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사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랍니다."

마치 비꼬듯이 수아가 말한다. 아영은 미워하는 눈초리로 수아를 노려보다가 성근에게 고개를 돌린다.

" 그것은 사실입지만 저희가 온것은 용문이 열리는 것을 막기위함입니다. 용문주를 죽이거나 해를 입히려고 온 것이 아니에요."

" 그렇습니다. 저희는 그럴 목적으로는..."

해인과 아영의 변명은 성근들에게 전혀 진심으로 들리지를 않았다. 성근은 해인을 바라보다 다시 수아를 향해 말했다.

" 좋소. 비밀이라면 비밀이겠지만 그것은 용문의 일일 뿐이오. 그런 것으로 우리를 죽이고 이러한 살겁을 일으킨 다는 것은 전혀 말이 되지 않소."

" 그렇지요. 그것은 오직 용문의 일이지요. 그렇게 궁금하십니까? 제 계획이?"

성근은 암암리에 공력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아니 다른 용가의 두 형제도 마찬가지였다.

"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요. 그대의 계획이 뭐요?"

수아는 빙그례 웃음을 지었다. 그 어떤 미녀도 흉내낼수 없는 완벽한 미소였다.

" 황금공자를 아십니까?"

" 황금공자!"

" 그래요. 황금공자. 700년전의 악명을 떨친 살성입니다. 그의 손에 죽어나간 고관대작이 한둘이 아니었고 그의 손에 파괴된 전장이 열을 넘습니다. 그의 손에 들어간 황금은 수없이 많았지요. 그의 황금은 이 세상의 모든 금을 모아도 백분의 일에도 들어가지 않을 테지요. 그 황금공자는 마침내 이곳 장산에서 백명의 천하절세고수에게 합공을 당했습니다. 사흘간의 엄청난 격투끝에 죽고말았습니다. 그곳이 이 장산이지요. 바로 이곳...."

수아의 말소리가 조금 작아졌다. 다소의 긴장이 늦추어지자 주위의 공간이 그제야 주시되었다. 작은 공터였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옆에 폭포가 있는 듯 했다.

" 바로... 이곳이랍니다...."

수아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성근은 그녀의 안색에서 뭔가를 알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그러나 그녀는....

" 이곳에서... 그분은 돌아가셨답니다. 무림의 절세고수라는 이들이... 백명이 모여 단 한사람에게 합공을 했습니다. 사흘간의 지옥같은 싸움끝에 그분은 돌아가실수 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이 자리에서..."

" 설마..."

전충이 발을 내밀었다. 그의 몸이 떨린다.

" 그대가 말했던 악마의 부활은...."

수아의 눈이 환상에서 깨어난다. 그녀는 전충을 바라보았다.

" 화산 장문인이 말을 했군요. 맞습니다. 그분의 부활이지요."

"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황금공자.... 악마의 부활이라니!"

성근의 외침. 도대체 알수 없는 말이였다. 그는 좌우를 훝어보다가 용해인을 바라보았다. 용해인의 얼굴은 말로 할수 없을 만큼 일그러져 있었다. 완전히 공포에 젖어 몸을 떨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아영마저 느껴질 정도였던 것이다. 용해인이 부들거리며 말했다.

" 알 것 같습니다... 그대.... 그대..가.. 누구신...지...."

수아의 눈이 돌아갔다. 해인을 바라보자 해인은 마치 화살이 와서 꼿힐 듯이 몸을 떨었다.

" 그대는 입이 싸군..."

처음있는 반말이었다. 성근등은 그 싸늘한 말투에 놀랐다. 그 순간 파란 빛이 가늘게 그들의 사이를 지났다. 순간적인 일이었다. 그 빛은 용아인의 몸을 관통했다. 아까의 그 수파라고 불리던 그 빛이 해인의 몸을 꿰뚫었던 것이다.

아영이 울부짖으며 오빠에게 달려들었고 성근등의 일행은 다시 검을 고쳐쥐며 대응의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알고 있었다. 오늘 자신들이 이자리에서 죽게 될것이라는 것을.

" 자... 이제 그대들을 어찌할 까 고민해보지요..."

수아가 미소를 짓는다. 오히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섬칫했다.

성운은 빠르게 동굴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너무도 어두웠지만 그에게는 아무런 장해를 주지못했다. 그의 눈은 마치 올빼미의 눈처럼 약하지만 존재하는 빛으로 모든 것을 볼수있었다. 물론 미약한 것이였지만 청각과 느낌을 통해 길을 훑으며 이동을 하고 있었다. 

조금 들어가자 길이 나누어져 있다. 어느쪽일까를 생각하기 보다 용성운은 자신의 느낌이 가리키는 쪽으로 곧장 몸을 날렸다. 오른쪽의 길로 들어서서 한번 발을 디디고 몸을 날리자 얼마 안가 넓은 공터같은 곳이 나왔다. 그곳은 완전한 어둠이 아니었다. 천장이라 여겨지는 곳 몇몇 군데가 부서져 미약하나마 달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공터의 입구를 한번 밟고 몸을 띄우며 구석구석을 훑어보다 용성운은 마침내 그들을 발견했다. 

그가 확인을 하고 허공에서 몸을 틀어 그들의 반대쪽에 내려서는 와중에도 음양쌍마는 여전히 여인을 즐기고 있었다. 여인의 몸은 마치 공중에 붕 뜬듯한 자세였다. 마치 말을 타는 듯한 자세로 공중에 떠있고 하마가 앞을, 상마가 뒤를 꿰뚫어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여인은 이미 정신이 나갔는지 입에 거품을 물고 그저 충격에 몸을 꿈틀거릴 뿐이었다.

그 여인이 영혜라는 것을 안 성운은 온몸에 불길이 타올랐다. 공중에서 내려서는 즉시 발을 디디고 다시 도약하려할 때 갑자기 뭔가가 날라왔다. 성운은 암기라 생각하였으나 암기치고는 너무나 큰것이었다. 받아들자 영현이었다. 실오라기 하나없이 완전한 알몸으로 그동안 받은 치욕의 흔적이 그대로인 채 기절해 있었다. 그토로 연모하던 형수의 알몸을 안았다는 기쁨보다는 그녀의 치욕이 그대로 느껴져 들어왔다. 그 치욕의 기억이 성운의 민감해져 버린 오감을 마비시킬 만큼 끔찍한 고통이였다.

" 큭...큭... 그...그년 말이 맞...았군..."

상마가 허리를 진퇴시키며 말했다. 그의 손은 영혜의 젖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그 젖가슴은 멍까지 들어있었다.

" 네놈은 자신이 만지거나 느끼려하는 사물의 기억을 그대로 느낀다더니만.... 킥킥.... 그년이 당한 것이 느껴지나?"

쌍마는 키득거리고 하마는 황홀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인다. 성운은 이를 악물며 자신의 겉옷을 벗어 영현의 알몸을 감쌌다. 쌍마의 말은 맞았다. 그의 비범한 능력으로 인해 그의 오감은 영혼의 기억과 소통할 수 있었다. 성운은 생각했다. 그것을 저들이 어찌 안단 말인가? 그년? 여자?

" 그러고만 있지 않는 것이 좋을 게다. 그년.... 지금 색향에 중독되었거던...."

하마의 말에 다시 영현을 보자 온몸이 바알갛게 물든 것이 보인다. 그녀의 숨소리가 점차로 빨라지더니 이젠 가쁜 숨을 내쉰다. 

" 알고 있겠지? 색향을 해독하려면 어찌 해야 할지...."

성운은 쌍마를 노려본다. 그러나 그들을 어찌할 수가 없다. 자신이 움직이면 영혜는 죽을 것이였다. 그리고 싸움이 일어나고 그동안 영현도...

" 자.. 어서 먹어보아라. 그때 넘겨준 년 보다 훨씬 좋을 게야... 큭큭..."

연신 허리를 움직이며 하마가 말한다. 성운은 그들의 행위를 노려보며 영현을 바닥에 깔은 겉옷위에 눕혔다. 내공을 사용하는 것은 위험했다. 적을 앞에 두고 내공소모가 심한 활공심을 쓰는 것은 자살과도 같았다. 성운은 바지의 앞섶을 찣어 자지가 나올수 있게 하였다. 여차하면 몸을 움직여야 했다. 큰형에 대한 미안한 감이 들었으나 어쩔수 없었다. 결단이 빨리 내리고 이미 결정을 했으면 빨리 움직인다는 것이 용성운이 험한 강호에서 얻은 좌우명이었고 이제 그것은 이상한 상황에서 실행되어진다. 

자신의 자지를 꺼내고 삽입을 위해 약간 주물러주자 자지는 금방 커진다. 형수의 알몸위에 있다는 것이 자신을 자극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은 여전히 쌍마를 감시하고 있었다. 형수의 다리를 벌리고 삽입을 위해 여인의 보지를 찾았다. 이미 물이 흥건하여 치욕의 결과물을 흘려내는 보지를 잠시 쓰다듬고 그는 몸을 숙여 삽입을 했다. 영현은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 흡..."

삽입과 함께 성운은 신음 소리를 낸다. 여전히 눈을 부릅뜨고 쌍마를 감시하면서도 그는 허리를 움직인다. 그의 머리속으로는 수만가지 생각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쌍마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상대의 행위를 보며 틈을 노리고 있었다. 지금 여인은 품은 것은 단지 상대를 떠보기위함에 지나지 않았다. 쌍마는 영혜를 품고 자신들의 내공을 돌리고 있었다. 그들의 내공은 여인과의 음양화합에 의한 수련결과였다. 그렇다고 여인의 생기를 뺐는 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강호에 돌아다니는 헛소문에 불과했다. 단지 여인과 화합을 하고서 남녀가 내뿜는 생기를 합쳐 자신의 내공을 수련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자주 바꾸는 것은 어디까지나 화합에 의한 수련이기에 좀더 흥분이 되어야 수련결과도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어쨋든 쌍마는 영현의 몸을 드나들면서도 자신들의 바라보며 감시하는 성운이 무서웠다. 용문주이기도 하지만 여인의 몸을 드나들면서도, 게다가 자신들처럼 방중술에 능하지도 않고 여인과의 화합이 내공증진은 물론 온몸의 생기를 활성화시키는 술법을 아는 것도 아닌 용성운은 아주 냉철하게 영현의 중독을 풀려는 의도만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저정도면 흥분할 만도 한데 그는 마치 기계처럼 움직이는 것이다.

'냉철한 놈이다. 무서울 정도로....'

자신들도 저럴수 있을까? 술법을 쓰지 않는 다면 곧 자신의 정욕에 지고 말게 뻔한 자신들이기에 성운이 더욱 무서운 것이다. 하지만 곧 달라질 것이다. 여기서 용문의 신화는 무너진다. 그들의 그생각을 하며 잠시후 있게될 대결을 위해 더욱 내공의 순활을 높여간다.

성운도 역시 인간이다. 용문주라 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인 것이다. 사모하는 형수의 몸에 자지를 집어넣고 흥분을 안한다면 그것이 더욱 이상하리라. 그러나 그가 냉철할 수 있는 것은 영혜때문이었다. 영혜는 어느새 정신이 돌아와 있었다. 쌍마에게 몸을 내주며 치욕을 견디다 못해 실신했다가 다시 깨었을 때 혼미한 상태에서 영혜는 자신의 옛정인이 온것을 알았다. 죽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용기가 나질 않았다. 몸에 힘도 없었다. 그저 몸을 내주고 있을 뿐이었고 성운은 그녀의 그런 염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를 구해야 한다. 나때문에 이리 되어버린 그녀를 구해야 한다. 그럴러면 냉철해야 한다고 자신을 채찍질 하고 있었다. 

그의 몸이 움직이고 있을때, 그때 영현이 깨어났다. 이미 눈은 붉은 빛을 띄우고 있었다. 영현이 깨어날 기미를 느낀 성운은 그러나 그녀를 볼수 없었다. 오직 쌍마를 주시하고 있을 그때에 갑자기 영현의 늘어져 있던 몸이 움직여 성운을 감싸안았다.

" 도련님!!..."

그리고는 격렬히 몸을 움직여나갔다. 냉철하던 성운은 그만 기겁을 하여 축적하고 있던 기운이 흩어질뻔 했다. 영현을 내려다보고 다시 쌍마를 보고... 다시 영현의 몸을 눕이고 쌍마를 보고 확실히 그의 혼란은 컸다. 성운은 분명 깨어나지 못하게 혈을 누른 것을 기억해냈지만 다시 눌러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혈도를 제압한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여 더욱 매달려 왔다.

" 도련님... 더... 흐윽...."

" 형...형수... 이러...지..."

그녀의 보지가 더욱 옥죄어 들어온다. 방중술을 모르는 성운은 자신의 기가 흩어지는 것을 가까스로 잡아 보지만 그 틈새에 영현은 더욱 내달려버린다. 쌍마는 이제 얼마남지 않은 순간을 위해 몸을 세우고 있었다. 성운은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달라져 가는 상황에 아연했다.

" 그년에게 쓴 색향이 뭔지 아느냐? 칠색이온화합향이다. 혈의 위치가 수시로 바뀌고 온몸이 달아오르며 온몸의 근육이 미친듯이 내달리는 색향이지. 쉽지는 않을 게다."

" 킥킥... 네놈의 제삿날이다...."

쌍마는 서서히 영혜를 내려놓은 일어선다. 사정을 하지 못해 완전히 일어서있는 자지가 흉물스런 위용을 자랑하며 성운을 향한다. 성운은 마음을 추스르고는 곧 몸을 움직이다. 그 속도를 엄청난 것이였다. 쌍마의 눈에조차 성운의 몸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아니 삽입한 자세와 뺀 자세 사이에 무수한 성운이 있을 정도였다.

" 저런 괴물이!"

낭패를 당한 성운이 빠르게 움직여 영현을 절정에 올리려는 것이다. 그런 것은 전혀 생각못한 쌍마는 아연해져 움직일 생각도 못했다. 그 속도에 이미 절정에 올라간 영현이 비명을 내질렀다.

" 아악!!!"

" 저놈을!"

성운이 일어서려는 기미를 보이자 쌍마가 움직이려 했다. 그순간 영현의 염이 성운에게 전이되었다. 그 염은 이루말할 수 없는 슬픔이었다. 남편의 죽음, 치욕, 동생의 치욕, 그리고.... 성운과의 정사.... 그 염에 움찔 놀라는 성운. 그와함께 음유한 기운이 들고 일어섰다. 그 음유한 기운은 그의 몸속 깊이 잠자고 있었던 것처럼 그의 기경팔맥을 뛰어다니면서 그의 혈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퍼억!

쌍마의 공격이 가슴에 닿을때 쯤 이미 성운은 패인이 되어 있었다. 그의 몸속 모른 혈도가 파괴되고 그의 몸은 평범한 이보다도 못한 상태가 되어 있었던 게다. 성운은 끊어진 연처럼 허공을 날아 바위벽에 부딫혔다. 그의 입에서 피가 솟고 그는 일어날수가 없었다. 내공이 사라지자 그를 보호해주는 모든 기운이 사라져 이미 갈비뼈가 부러져 나가고 내장이 이탈하고 터지고 살이 찣어졌다. 

" 이게 뭔가... 너무 쉽지 않은가...."

하마가 나직히 내뱉었다. 너무나 쉽다. 용문주와의 대결이 너무나 쉬웠던 것이다. 

" 젠장. 재미가 없군. 별로야 정말."

이미 성운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의 정신이 가물해지기 시작했다. 이게 죽음인가? 참으로 힘들고 괴로웠던 인생이었다. 이젠 쉴수가 있는가? 미안하다. 큰형에게 약속을 했는 데도 구하질 못했다니... 사부에게도 미안했다. 내 욕심만으로 문을 열다니... 그리고 닫지도 못하다니... 미안하다... 형수에게... 그리고 영혜..... 영에게....

" 이젠 끝내자... 재미없다."

쌍마가 다가와 성운의 앞에 섰다. 그리고 발을 들어올려 성운의 얼굴위에 올렸다.

" 잘가거라."

그 발에 힘이 들어가려 한다. 그순간 동굴안에 파란빛이 차올랐다. 빛이 사라졌을 때에는 이미 상마가 바위벽에 쳐박혀 있었다. 하마가 형의 몰골을 바라보다 입구를 보자 하얀옷을 입은 여인이 있었다. 수아라 하던 여인. 그 여인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 이 계집이!"

그가 움직이려 했을 때 용아인이 수파라 불려던 그 빛이 다시 퍼졌다. 그리고 하마도 상마가 쳐박히 바로 옆에 쳐박혔다. 그리고는 숨이 끊어졌다.

수아는 쌍마를 보지도 않고 성운에게 다가갔다. 영현에게 잠시 시선을 주더니 곧 성운의 옆에 앉는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 .... 죄송해요....."

참지 못하고 오열을 한다. 그녀는 한참을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 뭐가 미안하지?'

' 네가 만든 일이잖아.'

허공에서 들려오는 소리. 수아가 고개를 쳐든다. 그녀는 허공에 대고 말했다.

" 언니들?"

' 너에게 속고 말다니.... 우리가 막지 못하다니....'

" 미안해요. 하지만... 전..."

' 늦은 것이냐? 700년전의 싸움을 다시 하려 하느냐? 그분을.... 네가 다시 죽이려 하느냐?'

" 미안해요. 너무나... 하지만... 전... 그분...이분을 살리고 싶어요. 그분을 보고 싶어요. 그게 잘못이라면..."

' 아... 우리로서도 그곳에 가려면 2시진이 걸린다. 너에게 속아 이곳 용문에 갇히고 말다니... '

" 미안해요... 언니들.... 이해해주세요."

수아는 다시 고개를 숙여 울고만다. 목소리들은 사라져 갔다. 그러나 새로운 목소리가 곧 등장했다.

" 악녀!"

수아가 돌아보다 전충, 여홍, 용아연, 그리고 성근이 서있었다.

" 흥... 살려주었더니... 도망가지 않고 이곳까지 온게냐?"

그말에 성근이 나선다.

" 동생들의 복수를...."

성근이 말한다. 그의 두동생이 이미 죽었다. 수파에 관통당한 용아인은 실신하였고 전충의 일행 8명은 몰살을 당했다. 그리고 여홍을 죽이려 덮치던 수아가 갑자기 신형을 산위로 날렸다. 갑작스런 상황에 어의가 없던 일행은, 그러나 곧 그뒤를 따랐다. 수아는 쌍마가 일을 치를 동안 그들을 하나 하나 죽이고 있었다가 갑자기 성운의 기가 사라지자 이곳을 향했었다. 그리고 상황은 이렇게 변해있었다.

성근은 성운을 바라보았다. 천하의 희망 용문주가 쓰러져 있었다. 너무나 안스러운 몰골로... 성운의 눈이 자신을 향한다. 아직 정신이 있었다. 

그때 성근은 파란빛이 자신의 가슴을 관통하는 것을 보았다. 수아가 자신을 공격한 것이다.

' 그런...'

너무나도 어이없는 죽음이었다. 나무토막처럼 넘어가는 형을 보며 만일 입을 움직일 수만 있었다면 성운의 외침이 들렸을 것이다. 성운의 머리속에는 큰형님이 남긴 말이 맴돌고 있었다.

' 너를 제외한 4형제가 모두 젊은 나이에 비명횡사하리라고 말했다.'

자신의 사부가 남긴 말이라 했다. 전 용문주의 예언. 수아는 천천히 남은 3명을 둘러보며 말했다.

" 너희들...."

3명은 얼어붙어있었다. 용문주가 초죽음이 되어 쓰러져 있었따. 상황을 모르는 이들은 수아가 용문주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이젠 죽는다. 그 순간 전충은 여홍을 바라보았다.

' 내 너를 사랑한다 말하지도 못했는데....'

" 킬킬... 이리 끝날지 알았더냐...."

"!"

수아가 돌아보자 상마가 겨우 상체만을 일으키고 뭔가를 가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 같이 죽자꾸나..."

그리고는 꺽여지는 상마의 목. 그리고 뭔가 번쩍였다. 엄청난 폭발. 세상의 모든 빛이 모인 듯한 빛무리. 그속에서 수아는 모든것이 보였다. 만일을 대비해 상마는 이곳에 천뢰탄을 묻어놓았었고 지금 그것을 터트린 것이다. 시간은 너무도 지리하게 움직였다. 수아는 성운을 향했다. 

' 안되!'

너무나도 짧지만 그러나 그만큼 긴시간. 수아의 몸이 파란 빛으로 변하여 성운의 몸위에 자신을 덮었다. 이분을 살릴수 있을까? 자신의 실수로 이리 되어버린 지금, 그녀는 자신의 영생을 포기하더라도 이 사람을 살려야만 했다. 그순간 폭발속에 파란 기운이 있는 것을 느꼈다. 물. 물이 있었다. 바로 옆에 폭포가 있었다. 그 수맥이 이곳을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신께 감사드렸다. 그리고 그녀는 빛이 되었다.

전충이 정신이 들었을 때에 그들은 물속에 있었다. 콜록거리며 그는 뭍으로 올라갔다. 기진맥진 하여 돌아누웠을때 밝은 태양이 보인다. 살아난건가? 옆을 둘러보자 호수다. 한쪽 옆에서는 폭포가 굽이쳐 내리고 있었다. 한동안 그 우렁찬 소리에 질려 있다 보니 4명이 쓰러져 있었다. 아니 한명이 더 있었다. 용아인... 그였다.

" 깨어났소?"

" 어찌.... 어찌 된 겁니까?"

" 모르겠소. 나도 잠시 전에 깨어났으니. 그나 저나... 끝난 것일까...."

그들은 알수 없었다. 아영과 여홍도 잠시 뒤에 깨어났다. 그들은 어리둥절했다. 분명 죽었어야 할 자신들이 아직도 살아있다니.... 영혜가 깨어 났으나 용성운은 여전히 의식이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느끼고 있었다. 거대한 장신이었던 그가 작아져 있었다. 보통 체격인 전충에 비해 키가 작고 마른 체형이 되어 있었다.

그들 뿐이었다. 수많은 이들이 죽어버리고 단지 6명만이 살아남아 있었다. 마치 하룻밤의 꿈만 같은 일. 그들은 성운을 데리고 산을 내려갔다. 그들 모두 하나의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살겁의 원흉, 수아는 어디로 간 것일까?

그들이 내려가는 모습을 폭포속에서 반짝이는 두눈이 보고 있었다. 그 눈은 인간의 것에 비해 너무도 컸다. 그 눈은 반짝였다. 역시 인간의 눈이 아니었다.

' 이제.... 시작되었다....'

그눈이 다시 감긴다. 그리고 잠에 들어갔다. 다시 힘을 얻기 위해. 그리고 그것은 인간이 아니었다.

달포뒤가 되서야 성운이 깨어났다. 그동안 그의 형수들은 성운을 극진히 간호했다. 마지막 남은 용가의 사내였다. 그마저 죽는 다면 용가는 사라지고 만다. 용성운을 위해 수만가지의 약재가 운반되어 왔다. 그 모든 약재를 위해 용가의 재산 반이 날아갔다. 그모든 처리는 차력신검 나후은이 집행했다. 그는 속으로 울고 있었다. 세도련님에게 사태를 전하고 나서 그는 성근에 의해 집에 남겨졌다. 그는 자신만이 살았다는 생각에 잠도 잘수 없었다. 그는 성운의 회복에 모든 것을 걸었다.

전충은 화산파로 보고를 위해 떠났다. 남은 사항은 여홍에게 일임되었다. 용아인과 아연도 곧 길을 떠났다. 사건의 진상을 어느정도 알고 있는 그들에게 여홍이 계속 질문을 했지만 단한마디도 하지 않고 서찰을 하나 남기고는 용성장을 떠나 버렸다. 그 서찰은 성운의 앞으로 남겨졌다. 

관에서도 나와 조사를 했지만 아무 갈피도 잡을 수 없었다. 수아라는 주구의 정체도 이 사건의 목적도.... 그리고 성운이 용문주라는 사실은 극비에 붙혀졌다. 이 사건은 단지 마두들의 난동으로 발표되었다. 그러나 어느새 성운이 용문주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화산파가 나서 진정시키려 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용문이 무림의 전설과도 같은 의미도 있었지만 반대로 그에 도전하려는 젊은 객기를 가진 이들도 무수히 존재했다. 곳곳에서 용성운에게 도전하려 하는 이들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더우기 그 용문주가 부상을 입어 패인이 되었다는 말에 오히려 고수 보다는 이름을 날리기 위해 무명졸객들이 용문에 도전하겠다며 떠벌리고 다녔다.

파괴되어 버린 조가장에 돌아간 영혜는 집을 하나 짓고 그곳에 틀어박혀 버렸다. 그녀의 언니 영현의 죽음이 그녀에게는 짐이 되었고 그 치욕의 기억은 그녀를 평생 괴롭힐 것이었다.

성운은 침상에 누워 있었다. 그는 말라있었다. 내상은 수많은 영약으로 인해 어느정도 치료되었지만 그의 몸은 말라있었다. 키도 작아져 있었다.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말라버린 그의 얼굴은 너무도 수척했다. 그러나 그의 정신은 또렷하게 돌아와 있었다.

성운은 내공을 일으키려 했지만 몸 어디에도 없었다. 용문 500년 내력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는 눈을 감았다. 그의 기억... 그곳엔 눈물을 흘리는 수아가 있었다. 왜 자신을 보며 우는 것일까... 가물거리던 기억 한 자락에는 빛에 둘러싸인 눈이 있었다. 너무도 커다란 눈. 인간의 것이라기에는 너무나 크고 너무나 신비스런운 눈. 그리고... 그의 기억에는 그것이 용이었던 것이다.

몸이 어느정도 움직일수 있게 되자 성운은 형님들의 묘를 찾겠다고 했다. 비연이 나서서 말려도 보고 형수들도 그를 붙잡았지만 그는 막무가내였다. 

용가의 묘는 용가장뒤의 야산에 있었다. 그리 먼길은 아니지만 몸이 좋지 않은 성운이라 비연과 여홍이 뒤를 따랐다. 형수들도 뒤따르겠다 했지만 성운이 말렸다. 아침을 일찍먹고 세사람은 걸어서 야산으로 올라간다. 몸이 좋지않은 성운이 부축하려는 비연을 말리더니만 혼자 터벅터벅 산을 올라갔다. 비연은 묵묵히 뒤에서 멀찍이 따라올라간다. 여홍은 그런 성운의 옆에 다가가 올라갔다.

해가 하늘높이 떠오를때 까지도 성운은 반정도만 올라갈수 있었다.

' 한심하구나... 내공이 없는 몸이라는 것은...'

넓적한 바위에 앉아 바람에 땀을 식히며 하늘을 바라본다. 너무나도 맑은 하늘이었다.

" 무슨...생각 하세요...?"

여홍이 다가와 묻는다. 성운은 그저 빙그레 웃어보인다.

" 별로..."

얼굴에 생기가 없어 마치 움직이는 시체가 입만 벌리는 듯 하다. 여홍은 그런 그를 보고 동정심이 생긴다. 예전에 약 2년전에 여홍은 낙양성에 갔다가 성운을 본적이 있었다. 당시에 낙양명물중 하나가 바로 용성운이라는 인물이었다. 무림에서 명성이 자자한 만역신개의 4번째 제자, 하지만 무예에는 소질이 없고 그저 방탕하고 호색한 인물. 하지만 그런 그의 진정한 정체는 용문주였다. 그런 그가 이젠 보통사람보다도 못한 폐인이 되어있었다.

" 묻고 싶은 것이 있소?"

" 예?"

성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그녀에게 성운이 묻자 당황한 여홍이 얼굴을 빨그레 해진 채 숙인다. 성운은 담담히 웃었다.

" 용아인.... 그 사람들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이겠지요..."

" ...."

" 솔직히 나도 잘 모르오. 용문의 비화라는 것도 솔직히 세월이 흐르면서 과장되고 씻겨지고 덧붙여지는 것이기에 나로서도 진정한 의미는 모르오. 그저 여러 사람들이 들은 정도이겠지...."

여홍이 좀 더 다가와 묻는다.

" 그 수아라는 ...."

" 그녀의 진정한 정체도 알지 못하오. 단지 나와 같은 용문의 무공을 쓴다는 것 외엔 할말이 없소이다."

여홍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끝내는 아무런 소득도 올리지 못했다. 수아가 몇년전부터 무림의 장로들을 만나 예언을 했다는 얘기를 들은 용성운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었다. 성운이 침상에 누워지낸 몇주동안 여홍은 날마다 찾아와 사건의 진상을 물었지만 그로서도 알지 못했다. 이번 일이 어떻게 일어났고 왜 이랬느지 알수 없다. 단지 황금공자의 부활을 위한 일이라는 것 밖에는... 

다시 일어나 길을 재촉하고 나서도 여홍의 머리속에는 그 수아라는 여자는 어디로 갔을까 하는 것이였다. 장산이 황금공자가 죽은 곳이기에 이번 일을 그곳에서 벌였다면 다음은 어디일까? 이번이 1차라면 2차는 과연 얼마나 참혹한 사태가 벌어질까? 몸을 부르르 떨고마는 여홍이었다.

용가의 묘에 도착한 성운은 그저 흐느껴 울뿐이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형제가 죽어갔다. 자신은 아무것도 하질 못했고 성원이 부탁했던 형수마저 구하지를 못했다. 그리고... 

장원으로 돌아오고 난 다음날 여홍은 화산으로 떠나갔다. 그녀로서는 남아있는 동안 알아낸것이 없어 침울한 표정이였다. 그녀를 배웅하던 성웅이 현기증을 느껴 형수들이 바삐 안으로 부축해 가고 나서 비연이 그녀를 배웅했다. 장원어귀에서 헤어질때 여홍은 갑자기 생각난 듯이 물었다.

" 저.... 어제 보니 용문주의 부모님 묘를 못본 것 같은데..."

" 그분들은 아직 살아 계십니다."

그 한마디뿐이었다. 여홍은 길을 떠나며 생각했다.

'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성운이 부상을 입고 용성장에 돌아온지 2달이 다 되어가던 날 한 여인이 용성장에 찾아왔다. 아리따운 몸매에 칼을 등에 찬 그 여인은 자신이 설중은이라 말하고 용성운에게 도전하러 왔다고 하였다.

" 가주께서는 몸이 위중하십니다. 비무같은 것은 하시지도 못합니다."

" 알고 있습니다. 허나 전 비무대회같은 것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비영, 아니 나후은은 무심한 눈길로 여인을 노려본다. 화사하다기 보다는 단정한 보통의 미모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매력이 있어보인다. 나후은은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 아뭏든 아니됩니다."

대문을 닫으려 할때 여인이 문을 잡았다. 서로 노려보고 있을 때 여인이 말했다.

" 비무는 하지 않겠습니다. 어쨋든 용문주를 뵙게 해주십시요."

나후은은 마침내 화가 났다. 젊은 여인이 객기에 용문주에게 덤벼든다니.... 이런 소문이 나면 시렁잡배들까지도 몰려올 것이다. 나후은이 발끈하여 몸을 움직이려 할때 

" 잠깐, 기다리게..."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용성운이 두 하인에게 기대어 서있었다.

" 그럼.... 대화로서 비무를 하자는 게요?"

" 그렇습니다."

설중은이 당차게 말을 한다. 그들은 용성장의 대청에 있었다. 따사로운 햇빛이 내려쬐는 창가의 긴의자의 호피속에 몸을 파묻고 용성운은 설중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좌우에는 나후은과 용가의 며느리들이 있었다.

" 그렇다면.... 좋소."

용성운이 파리한 입술을 움직여 말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설중은의 안색도 어딘가 이상했지만 아무도 알아채지를 못했다.

" 자 모두들 나가시오."

성운이 입을 열었다. 그 말에 나후은과 형수들이 놀라고 말았다.

" 가주님을 그냥 두고 나갈수는 없습니다."

" 도련님!"

성운은 한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시켰다.

" 이 여협께서는 군자이시니 나에게 위해를 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저야 얼마 못살 못난이 인데 그런 저를 어찌하시겠습니까?"

그말 뒤에도 한동안 말다툼이 있었지만 어쩔수 없이 그들은 대청을 나갔다. 형수들은 근심스런 얼굴로 자신들의 처소로 갔지만 나후은은 칼을 빼어들고 언제라도 안으로 들어갈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러나 안에서는 말소리만 두런두런 들릴뿐 해가 높이 뜰때까지도 계속되었다. 분명 안에서는 엄청난 무공이 대화로서 퍼부어지고 있을 것이었다. 나후은은 이제 주인이 걱정된다기 보다는 대결의 결과가 더 궁금했다. 용문주와 저렇게 비등하게 싸우는 여인이라니... 도대체가.... 

한참 그 생각을 하는 중에 마침내 문이 열렸다. 성운이 직접 문을 연 것이었다.

" 나총관. 가서 식사준비를 시키게. 손님것도 같이."

" 예?"

성운은 그저 웃으면서 안으로 돌아갔다. 성운의 형수들이 차를 들고 안으로 들아가고 나후은은 식사준비를 시켰다. 

점심식사에 설중은도 동석했다. 그녀는 웃음기를 띤 미소를 지으며 식사를 했다. 아직 몸이 안정치 못한 성운은 주로 죽과 같은 소화하기 쉬운 음식만을 먹었다. 옆에서는 시녀가 시중을 든다.

처음엔 형수들이 직접했으나 성운이 예의가 아니라며 극구 사양하여 예전에 그가 집을 떠나기 전까지 시중을 들던 시녀가 시중을 든다. 추화라는 이름의 그녀는 그저 보통의 얼굴, 보통의 몸매이지만 성운을 어렸을 때부터 극진히 보살폈던 여인이라 나후은도 안심하고 일을 맡겼다. 올해로 30이 된 그녀는 주위에서 혼사를 권해도 그저 담담히 웃으면서 사양했었는 데 성운이 돌아오자 가장 기뻐했던 시녀이기도 했다.

어쨋든 식사가 끝나고 나서 성운은 설중은을 청하여 용성원이라는 정자에서 차를 마셨다. 그 정자는 그의 큰형의 이름의 음을 따왔었기에 몸이 아픈 이후로 성운이 틈나는 데로 찾으며 안정을 취한 정자였다. 그 정자옆에는 승룡호라는 비교적 큰 연못이 있었다. 그 연못에서 유유히 떠다니는 백조를 보며 설중은이 말했다.

" 어찌됬든지 간에 제가 졌습니다."

" 글쎄.... 나야 그대의 무공을 모두 알고 있으니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 ...."

설중은은 계속 백조를 바라다 보았다. 멀리서 가주를 살피는 나후은에게 있어 그런 그녀의 모습은 어딘가 이상할 정도였다.

" .... 그대가 원해서 온것인가.. 아니면...."

" 군주께서 하명하셨습니다."

" ...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가네만...."

" ... 황상께서도 걱정이 많으셨기에 제가 온 것은 와룡회의 일이기도 합니다. 이미 사조님과 군주께서 혼인하심이 기정사실화 되었기에...."

용성운은 쓰디쓴 미소를 지었다.

" 재밌군. 누구마음대로 날 군주와 혼인시킨단 말인가."

" 군주께서는.... 사조님께서 약조를 하셨다고..."

설중은이 고요한 음성으로 말했다. 성운은 움찔거린다.

" ..... 날 지목했단 말인가?"

" .... 예.... 절 찾아오셔서... 직접 말씀을 하셨습니다."

" 그렇군. 자네로군. 난 그런 자네의 성격이 맘에 안드네."

" ...."

성운이 몸을 고쳐 일어나 앉는다. 지금의 그로서는 온몸에 힘이 없어서 그것마저 힘에 부쳤다. 그러나 설중은은 그저 백조만을 바라본다.

" 제가 온것은 저의 명성이 강호에는 어느정도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용문주와의 비무에서 졌다고 알려진다면 당분간은 시렁잡배들이 몰려오지 않을 것이기도 합니다..."

" 그리고 나서...?

" 제 이름으로 용문주를 해치는 자는 저 설중은의 손에 죽게 되리라는 소문을 흘릴 것입니다."

" 그리고... 군주와 내가 혼인한단 말인가?"

" ...."

" 누구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참으로 유치하기 이를데 없는 생각일세."

" 송구스럽습니다."

" 됐네. 어쨋든..."

성운이 다시 한번 몸을 뒤척인다.

" 그래, 언제부터 본모습으로 강호에 출두한것인가?"

" ... 2달정도 되었습니다."

" 와룡회에서 명을 내린 것인가?"

" 아닙니다... 제 집에서...."

성운이 미소를 머금는다. 알만 하다는 표정이다. 그에 반해 설중은의 안색은 발그래 해진다.

" 설장로도 근심이 많은 이다. 자네가 잘 돌봐드리도록."

" 예."

그들은 해가 뉘역뉘역 서산을 넘어갈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성운이 중은에게 질문을 하고 중은이 그 대답을 하는 식이었다. 중은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일어나 떠나갔다. 성운은 몸때문에 자리에 앉아 인사를 했고 나후은이 장원의 대문까지 마중을 나갔다. 

다음날 새벽 나후은은 장원의 대문이 열린 것을 알았다. 그는 가장 먼저 가주인 성운의 침소로 달려갔다. 비어있었다. 성운의 침상은 누군가가 자다가 빠져나간 그대로였다.

" 설마..."

용성운의 잠을 자던중 이상한 느낌에 깨어났다. 이미 야심한 시각이었기에 그는 자신이 왜 깨어났는지 알수가 없었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기 전에는 추화가 옆에서 간호를 했었지만 어느정도 몸이 낫고난 이후에는 성운이 물러가게 하였다. 

성운은 방안을 둘러본다. 그때 창호지를 바른 창문의 가운데가 뚫려있는 것이 보였다. 그 구멍에서 직선으로 이어지는 벽에 화살이 박혀 있었다. 조심해서 다가가 화살을 뽑아보니 서찰이 매어져 있었다. 서찰의 내용은 간단했다. 인질의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자신과 비무를 하자는 것이었다. 용성운은 문을 열고 나섰다. 장원의 대문을 열고 나가기까지 약 한시진이 걸릴 정도로 그는 아픈몸을 이끌고 서찰에 명시된 야산으로 향했다.

그 야산에는 빈 사찰이 하나 있었다. 예전에는 융성했었을 사찰이나 이젠 흉가나 다름없었다. 서찰에는 그 사찰앞 공터에서 보자는 글이 있었다. 날이 거의 샐 무렵에야 공터에 도착한 성운은 젊은 무사가 자신의 둘째형수를 데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형수의 온몸에는 굵은 줄이 묶여있었고 입에는 재갈이 물려있었다. 성운의 안색이 굳어졌다. 

영현의 죽음이 생각났다. 자신의 실수, 과오로 몸을 더럽힌 채 죽어버린, 자신의 동경의 대상이었던 그녀가 생각났다. 그가 괴로운 과거로 인해 인상을 찌푸릴때 젊은 무사가 말했다.

" 명성이 자자한 용문주를 뵈오니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소인은 상산의 제갈기라 합니다."

젊은 무사는 공손히 포권을 해보이지만 영준해 보이는 그 얼굴은 사악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아무래도 폐인이 되어버린 용문주를 이겨 이름을 빛내려는 객기에 사는 무인 같았다.

" 그대의 실수는 눈감아 줄테이니 그분이나 어서 풀어주시오."

" 그건 안될 말입니다. 이 부인을 모셔오지 않았다면 오시지 않으셨을 거라 봅니다. 하오니 지금 저와 비무를 해주셨으면 합니다만...."

정색한 얼굴로 성운이 말했다.

" 소문을 들으셨을 줄로 압니다. 이미 저는 무공을 모두 잃은 상태입니다. 대협과의 비무는 천부당만부당한 일일것이오. 그러니 어서...."

제갈기가 웃는다.

" 하하하.... 그런 것은 저와는 상관없는 것이 아닙니까? 저야 승부를 겨뤄 이기면 그만입니다. 그러니...."

정말 답답한 이였다. 성운은 쓴웃음을 짓는다. 참으로 허망한 강호의 명성때문에 이런 짓까지 서슴없이 벌이는 이런 인물을 본다는 것은 그다지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 좋소. 허나 그분은 풀어주시오. 이 산을 내려가는 것을 본후 비무에 응하겠소이다."

" 그럴수는 없다고 말씀드린 줄 압니다."

" .... 그분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비무에 응하지 않겠소이다. 어차피 비무에 응하면 죽을 운명이고 날 죽인 후에는 그분도 죽여 살인멸구를 할 것이 아니오. 차라리 그냥 죽겠소이다."

마른 체구의 성운을 우습게 보던 제갈기의 표정이 변한다. 얕보던 이가 갑자기 강하게 나오자 기가 죽는다. 소인은 아무리 뭘 해도 소인배일 수 밖에 없었다. 제갈기로서는 그 둘을 죽일 수는 없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용문주를 이겼다는 명성이지 살인은 아닌 것이다. 만일 그가 예전의 용문주라면 승부에 있어서 어쩔수 없는 것일 테지만 지금의 그는 무공을 잃은 상태가 아닌가? 그러나 제갈기는 그런 상태인 용문주를 이긴다는 것이 허명이라는 생각까지는 못했다. 소인배의 확실한 착각이다.

" 좋습니다. 이분이 장원에 가서 누군가를 데려온다 해도 그전에 승부가 날것이니... 보내 드리도록 하지요."

성운을 주시하며 줄을 푼다. 성근의 아내였던 정희경은 밧줄이 풀리자 마자 재갈을 제끼고 외쳤다.

" 안되요. 도련님."

" 괜찮습니다. 형수님. 이대로 산을 내려가 용성장에 가 계십시요. 여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 하지만...."

" 어서요. 나총관에게 말을 하십시요. 그러면 그가 도우러 오겠지요."

희경이 안절부절하다 산을 달려내려가자 제갈기가 앞으로 한발을 나서며 포권을 지어보인다. 성운은 그런 그를 바라보다 말했다.

" 그대에게 졌소."

갑자기 멍해졌던 제갈기가 외쳤다.

" 아직 비무를 하지 않았소!"

" 하나마나 아니요. 졌소이다."

" 어서 자세를 잡으시요! 자세를 잡지도 않은 자에게 이겼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소이다!"

예의를 갖추면서도 자신이 저지르고 있는 불의를 알지 못하는 인간이다. 성운은 쓴웃음을 짓고는 용문의 기수식을 취한다. 제갈기는 순순히 따르는 용성운은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는 곧장 달려들었다.

나후은은 장원을 나설때 희경을 보았다. 희경은 가깝지 않은 길을 달려온 상태라 헐떡이며 외쳤다.

" 도...도련...님이...."

" 어딥니까?!"

나후은은 다급하게 다그친다. 하지만 숨이 고르지 못한 희경은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잡을 자다가 검은 그림자에게 납치를 당하고 밧줄에 묶이는 등의 수모를 당한 충격에 용가의 마지막 후예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이 없다.

" 어딥니까!"

거친 바람이 일고 제갈기는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충격에 겨우 얼굴을 든 제갈기는 정신이 없었다. 거센 장력에 맞고 나가 떨어진 것이다. 그는 오른 가슴을 어루만지며 일어섰다.

" 어...어떻게...."

그런 그를, 그러나 성운은 보지 않고 있었다. 그는 숲한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갈기의 시선이 그쪽을 향했다가 뒤로 훌쩍 뛴다. 그는 숨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 속을 줄 아시나 본데.... 문주께서는 사람 속이기를 좋아하시는 군요. 그런다고 제가 속을 거라 보신다면 절 잘못 보신 겁니다."

성운은 그런 그에게 조용히 포권을 해보인다.

"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런 말에는 대꾸도 안하고 제갈기는 손사례를 친다.

" 폐인이 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설마 천하의 용문주께서...라는 생각을 했었는 데 역시나로군요. 하하하... 저는 속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비무를 벌여 명성을 얻으실려나 본데.... 하하하... 저는 그리 간단히 속지 않습니다. 이런 식의 비무는 할수 없소! 난 이만 가겠소이다."

그말을 남기며 경공을 써서 산을 내려가 버린다. 한마디로 지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하더니만 뺑소니를 쳐버린다. 자신의 생각만으로 살아가는 전형적인 인간이다. 성운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삼킨다. 

뒤를 돌아보며 성운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 은인께서는 어서 나오시지요."

숲속에서 사람이 나왔다. 화사한 궁장을 입은 여인이었다. 나이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화사한 여인이었다.

" 오래간 만이구나."

여인이 말했다.

" 그렇군요. 구해 주셔서 황공할 따름입니다."

포권을 지어보이는 성운을 노려보던 자운군주가 말했다.

" 계속 사문의 사제로서 얘기를 할까... 아니면..."

군주의 두눈이 빛이 났다. 성운은 잠자코 서있을 뿐이었다.

" 사조님으로서 인사를 드릴까요?"

" ...."

" 왜 아무 말도 없으시지요?"

성운은 잠자코 서있다. 그의 머리속에 무슨일이 일어나는 지는 오직 그만이 안다. 자운군주는 안타까울 뿐이다. 그의 정체를 백검민에게 물어 확인하자 마자 당장에라도 달려오고 싶었다. 그러나 황족으로서의 체면이 그녀의 발을 잡았다. 황제도 그녀에게 당분간은 근신하라 일렀다. 너무나도 감정적으로 움직이는 그녀를 보며 걱정이 앞섰던 게다. 

게다가 새로히 와룡회의 부맹주가 되었다. 이런 저런 격무를 보며 1달여가 지날때 쯤 성운, 아니 파천신검이 말했던 여인이 혼인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상대는 그가 아니였다. 파천신검과는 비교도 안되는 관인과 혼인한다 했다. 알아보니 용성운이 낙양에서 파락호였다는 것을 듣고는 파혼을 했다한다. 

가슴이 아플 그를 생각하자 당장에라도 달려가고 싶은 것을 그녀는 참고 또 참았다. 그를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한 것이였다. 더욱 와룡회의 격무를 보며 잠시라도 그를 잊어보려 했다. 그때 그가 폐인이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즉각 와룡회의 모든 정보력을 집중시켰다. 사적인 일에 조직의 정보력을 쓴다는 말을 아무도 하지 않았지만 그러나 자운군주로서는 필사적이었다. 사건의 전말을 듣자마자 용성장의 주위에는 와룡회의 일급무인들이 잠복했다. 그간 설중은 단 한명만이 온것이 아니었다. 약 200여명의 시렁잡배들이 왔었으나 설중은을 제외한 모두가 와룡회에 의해서 처리되었다. 

와룡회의 모든 격무를 마무리 짓자 마자 자운군주는 단신으로 용성장으로 출발했다. 그전에 백검민이 제안을 했다. 와룡회 직속의 무인이 용문주와의 비무에서 졌다는 소문을 낼것이라 했다. 와룡회가 비밀에 싸여있기에 그중 유일하게 외부에 이름이 알려져있는 설중은이라는 여협을 보내겠다고 했다. 그 말이 있고 난 다음날 자운군주는 천리마를 타고 용성장을 향해서 달렸다. 한밤중이 되고 나서야 도착한 그녀는 와룡회의 무사들을 철수 시켰다. 자신이 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파천신검이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음에 만날때... 난 당신을 품에 안겠소. 당신이 날 찾아오기만 한다면... 그장소가 어디이든지 난 당신의 안에 들어갈 거요. 내가 어떤 상태이든지. 당신이 날 사랑하든지 미워하든지... 그것은 변하지 않을 거이요. 그럼.'

정말로 그가 어디에서든지 자신의 몸에 들어온다면.... 그 생각에 자운군주의 명에 의해 무사들이 철수했는 데 그 와중에 제갈기가 침입을 했던 것이다. 제갈기의 존재를 알게된 것은 화살이 성운의 침실로 쏘아졌을 때였다. 성운이 절름거리며 산을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가슴이 미어졌다. 자신이 내걸었던, 자신의 부군이 되려는 인물은 강호제일인이어야 한다는 자격에 미달되는 인물로 전락해버린 그의 모습에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제갈기의 모습을 확인한 그녀는 제갈기를 죽여버리겠다고 다짐했다. 감히 자신의 부군이 될 이와 비무를 하겠다고 하는 그 새끼를 죽이겠다고 다짐할때 정희경이 산을 내려갔다. 눈치채지 않게 장력으로 제갈기를 날려버렸는 데, 그러나 성운은 자신의 존재를 알았다. 이미 무공을 잃었다고는 하나 그의 눈을 피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수많은 생각을 할때 성운이 말했다.

" 어쩌리라고 보십니까? 군주께서 말했던 자격을 이제는 상실했습니다. 저로서는 감히 넘볼수 없는 분이십니다."

자운군주가 입술을 깨문다. 그녀로서는 피눈물을 쏟고 싶을 따름이었다. 

" 저는 바라지 않습니다. 천하제일인이든, 강호제일인이든.... 상공과 함께 살고 싶을 뿐입니다."

" 불행할 것입니다. 이미 폐인이 되었고 몸을 바로 뉘울수도 없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이 몸입니다."

자운군주가 다가와 무릎을 꿇는다. 그때 자신을 잡던 그모습 그대로였다.

"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상공께서 살아계시는 한 저도 살아있을 것이다. 상공의 생이 끊어지는 날 소첩의 생도 끊어질 것입니다. 상공이 기뻐하실 때 저도 기쁠것이고 상공이 슬프실 때엔 소첩또한 가슴이 미어질 것입니다. 오직 상공뿐입니다. 제발... 저를 거두어 주소서..."

군주가 눈물을 흘린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용성운이 그녀의 손을 잡고 일으켰다. 눈물을 흘리는 새하얀 옥용을 바라보며 성운은 미소를 지었다. 허나 예전과는 달라진, 너무나도 안스러운 그 모습에 자운군주는 더욱 슬프게 운다.그런 그녀를 가슴에 안으며 성운이 말했다.

" 울지 마시요. 울지 마시요. 그대가 슬피 울면 나조차도 슬프다오."

" 흑흑..."

" 그나저나... 내가 전에 했던 말은 기억하오?"

순간 군주의 몸이 흠칫 놀라고 만다. 올것이 온 것인가?

" 기억하는 구려. 난 지금까지 살아오며 내가 했던 말은 모두 지켜왔소. 물론 지난 1달간은 전혀 그러지 못했지만... 그대와의 약속은 지키고 싶소. "

" 하지만..."

" 어허... 벌써부터 내말을 안들으려는 것이오?"

외모와는 다르게 호통을 치려는 성운의 모습에 군주는 기쁨에 차오른다. 마침내 그의 사랑을 얻었다. 자신이 원해왔던 강호제일인의 모습은 아니지만 너무나도 굳건해보이는, 그러면서도 사랑스러운 자신의 정인의 사랑을 얻었다.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군주는, 그러나 성운에 의해 공터옆에 있는 큰 느티나무에 기대어 진다.

" 아니되요. 이런 곳에서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아는 이들이 본다면 ' 저런 내숭을....' 이라고 하겠지만 성운은 내심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 저기... 사찰....이...."

성운은 그녀의 어깨를 잘고 나무에 기대게 하며 슬쩍 사찰을 돌아본다.

" 저런 곳에서 그대와의 첫상봉을 할수는 없소이다."

' 아... 부끄럽게도.... 이런 곳에서....'

성운의 손길에 의해 그녀의 궁장이 해체되어 갔다. 겉옷이 벗겨져 옆의 나뭇가지에 걸쳐지고 상의가 벗겨진다. 안의 속살이 새하얗다. 성운은 천천히 급하지 않게 옷을 한겹 벗길때마다 그녀의 모든것을 담아두려는 듯이 불타는 눈으로 바라본다.

군주는 부끄러움에 죽을 지경이면서도 너무나도 이상한 감각에 부르르 떤다. 옷을 벗길뿐 자신의 몸에는 전혀 손을 대지도 않는데 몸은 달아올라 보지에서는 은밀한 애액이 흘러내린다. 마침내 속치마를 제외한 모든 것이 나뭇가지에 걸쳐질 때 쯤 군주는 가슴을 노출시키고야 말았다. 부끄러워 손으로 가리려 했으나 성운이 잡고 놓아주지를 않아 완전히 노출된 유방을 성운은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한번 혼인하여 처녀가 아니지만 그 속살은 너무도 쳥결하다. 너무도 새하얀 유방위에 분홍색의 유두가 파르라니 떨고 있다. 그것은 너무나도 유혹적인 광경이었다. 

" 아름답소."

" 아아... 상공..."

그녀가 목소리가 떨린다. 성운은 고개를 숙여 그 유실에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그날 밤을 기억하듯 그의 입술이 유두를 부드럽게 빨아 들였다. 

" 흑..."

아찔한 감각에 그녀의 다리가 풀렸다. 사내맛을 아는 보지에서 다시금 물이 솟아났다.

' 난 몰라....'

깊은 수렁에 빠지는 감각에 그의 머리를 감싸안고는 온몸을 축 늘어져 버린다. 키가 작아져 군주와 비슷한 키가 되버린 성운은, 그러나 의외로 강인하게 군주를 감싸안으며 유방에 대한 희롱을 계속했다. 짜릿하면서도 아슬아슬한 감각에 비음이 더욱 높이 솟아나는 가운데 그녀의 속치마마저도 벗겨지고 마침내 고의 마저도 나뭇가지에 걸려버렸다. 나신이 되어 버린 그녀의 끌어안고 바지를 내리는 성운의 얼굴은 근엄해보이기 까지 했다.

" 이제... 들어가오. 약속을 지키겠소이다..."

" 상공... 어서...."

군주로서는 그저 황송했다. 마침내 정인과의 첫 상봉이다. 그녀의 자세가 기마자세와 같이 바뀌더니 그의 자지가 입구에 대인다. 군주는 곧 다가올 환희에 꿀꺽 침이 넘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성운의 자지가 군주의 보지에 들어갔다.

" 헉....!"

" 음..."

성운의 마른 몸이 격하게 움직인다. 겉보기와는 달리 힘찬 움직임이었다. 군주는 불편한 자세에서도 그를 받아들이며 환희에 떨었다. 아팠다. 오랜만에 뚫려지는 감각이라 처음엔 아팠지만 곧 희열이 다가왔다. 격한 그의 운동과 또한 갸날픈 몸매와는 달리 거대한 성운의 자지가 박아오자 그녀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 흐윽...."

두사람은 주위를 잊고 정사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군주의 다리에 근육이 잡히며 부르르 떨다가 그의 다리에 감기며 완전히 성운에게 기대어 버린다. 등을 나무에 기대며 그의 다리는 감고 떨다가 보지에서 다가오는 희열에 못이겨 다리를 더욱 들어올려 아예 허리를 감고 요분질을 한다. 힘차다. 굳세었다. 그의 입술을 받아들이며 자운군주는 마음껏 욕정을 풀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눈이 있었다. 백검민이었다. 먼 숲속에서 성운과 자운군주의 정사를 질투심에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그가 뒤돌아 서며 그자리를 떠난다.

" 운도 좋은 분.... "

그 말만을 남기며 그는 허허로이 낙양을 향해 걸어갔다.

나후은은 빠르게 산을 타고 올랐다. 그러다 멀리 숲속을 걸어가는 소리를 들었다. 여인처럼 이쁘장하게 생긴 사내가 걸어가는 것을 보고는 곧장 다시 산을 올라갔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성운의 생사였다. 그런 그도 산을 올라가며 방금전의 여인네같던 사내가 언젠가 본것 같은 기분이 든것은 왜일까? 사찰을 향해 올라가던 그는 어떤 신음소리를 들었다. 중상을 입은 성운이 냈을 것이라고 짐작한 그는 손에 쥔 칼을 힘주어 잡으며 내공을 더욱 끌어 올려 경공을 펼쳤다.

그때 보고야 말았다. 이젠 날이 완전히 밝아 훤히 보였다. 성운이 어떤 여인을 벌거벗겨 커다란 느티나무를 잡게하고는 뒤에서 박아대는 것을. 둘은 완전히 알몸이였다. 마른 성운의 몸이 격렬하면서도 힘차게 움직였고 늘씬하면서도 기품이 있고 풍만한 여인의 몸이 퍼덕거리고 있었다. 그대로 뒤돌아 산을 내려오며 나후은은 가슴을 쓰다듬었다.

" 거참...."

그는 멀찍히 산을 내려와 숨을 가다듬으며 생각했다.

' 누구지.... 그나 저나... 왜 저런 곳에서.....'

그는 알수 없었다. 잠시후 용성장에서 달려온 하인들을 붙잡아 돌려보내면서도 그는 계속 고민을 했다.

한참후 성운이 화사한 궁장을 입은 여인과 함께 산을 내려왔다. 성운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고 있었다. 여인도 너무나 화사했다. 둘은 함께 내려오다 나후은을 발견하고 헛기침을 하며 머뭇거린다.

나후은이 나서서 인사를 하고는 앞장을 선다. 장원까지 가면서 나후은의 머릿속에는 단한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저 여인은 과연 누구인가? 야산에서 정사를 벌이는 것을 보면 몸을 파는 여인일 것이다. 하지만 정숙하고 화사한 궁장을 보면 그런 여인네가 아니다. 부잣집의 부인이거나 귀족의 부인이다. 알수가 없었다.

성운과 군주는 장원을 향해 가며 얘기꽃을 피운다. 성운은 주변의 정경을 바라보며 지명과 어렸을 때의 추억을 얘기해주고 군주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웃으며 듣는다. 그들이 얘기를 하며 가는 바람에 그들이 장원에 도착한 것은 이미 식사를 할 시간이었다. 성운과 군주는 식사를 할때도 서로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사람들은 감히 그들에게 말을 걸지도 못했다. 그저 음식을 먹으며 둘의 사이를 짐작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그중 제일 나이가 어린 성현의 아내인 진금이 물었다.

" 도련님...."

군주를 바라보며 웃던 성운이 그녀를 멀뚱히 본다.

" 예?"

" 저.... 저 분이 누구신지...."

그제서야 성운과 군주는 소개를 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희경에게 아무말도 하지않았음을 기억했다.

" 아.... 그것이... 형수님은 괜찮으신지요....?"

오히려 희경이 갑작스런 질문에 놀라버린다.

" 아, 예... 괜찮아요..."

좌중은 어리둥절해서는 두사람을 번갈아 바라본다. 옆에서 시중을 들던 추화마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흔든다.

" 음... 이분은.... 자운군주십니다..."

성운이 입을 열자 모두들 놀라 버린다. 자운군주는 그저 얼굴이 발그레 해진 체 고개를 숙인다.

" 저와 혼인을 하실 겁니다. 그러니... 형수님이 준비를 좀 해주십시요. 저는 몸이 이러니..."

" 예... 도련님... 그러지요...."

그들은 그저 성운과 자운군주를 번갈아 바라볼 뿐이었다. 자운군주가 용성장에 들어온 첫날은 그렇게 지나고 있었다.

자운군주의 침소는 용성운의 침소가 있는 건물로 정해졌다. 그것은 자운군주가 직접 정한 것이였다. 아직 혼례식을 치르지 않았기에 그녀로서는 곧장 한방을 쓸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황실의 군주로서 지킬 것은 있었다. 하지만 밤이 되자마자 그녀는 곧장 성운의 침소로 찾아왔다.

" 어쩐 일이오."

침상에 누워 서책을 보던 성운이 물었다. 하늘거리는 나의를 입고 들어온 군주는 마치 천녀같아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성운의 침상으로 다가온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 상공이 걱정되어서 왔어요."

" 무슨 걱정."

" 저를 보고싶어 마음 아프실까봐요."

성운은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위인 자운군주가 새침한 표정으로 농을 걸자 웃음이 나왔다.

" 책을 보고 계셨어요?"

" 그래요."

군주가 이불을 들추며 안으로 들오와 성운의 가슴에 기대어 책을 본다.

" 어머... 이런 어려운 책을....?"

성운이 보던 것은 이상사상전집이라는 약 100년전의 이상이라는 학자가 쓴 책이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상을 집계하고 분석, 그중의 장점과 단점을 적고 나아가 자신이 생각한 이상적인 사상을 집약시킨 30권에 달하는 서책이었다. 일반 서책보다 2배는 두꺼운 책이었다.

" 잠이 오질 않아서...."

성운이 부끄러운 듯 책을 덮는다. 어렸을 적 운남의 천재라 불리웠다는 성운은 이미 3번을 독파한 책이었다. 용성장에 존재하는 서책은 모두 30만권. 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서책이다. 만일 무노인에게 용문주로 지목되어 무예를 배우지 않았다면 자신은 아마도 학자가 됬을 거라고 가끔 생각해본다. 만일 정말로 그랬다면 자운군주와 이런 관계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며 자신의 형들이 죽지도 않았을 것이라 여겨져 조금 슬퍼지기도 한다.

성운의 안색이 침울해지자 자운군주가 말했다.

" 황제께.... 내일 가봐야 겠어요."

"..... 그러시오."

" 황제께서 반대하신다 해도... 전 다시 돌아올거에요. 그리고.... 저랑 같이 황궁으로 가요..."

성운은 군주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 황궁으로 갈수는 없소. 우리 집안은 대대로 이곳 운남에서 살아왔소.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

" 하지만..."

성운은 단호하게 말했다.

" 그대가 황실의 인물이기에 나 역시 황실로 들어가야 한다면, 미안하지만 그대를 맞이할수는 없소. 지금 용가장에는 나만이 남았소. 70여명의 가솔들이 나 하나만을 믿고 사는 데 그들을 버려두고 나혼자 그대를 따라 황궁에 들어가 살수는 없소."

" 상공...."

자운군주가 새파래져서는 일어나 앉는다. 자신은 그저 아무뜻 없이 한 말인데 성운은 너무나 엄하게 말을 한다.

" 밤이 늦었소. 그대의 침소로 가시오."

" 상공..."

" 그대와 내 연은 이리 끝나나 보오. 어서 가시오."

그러고는 일어나 비틀 거리며 방을 나갔다. 자운군주만이 방안 침상에 앉아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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