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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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은 용성원에 앉아 있었다. 흔들의자에 앉아 겉옷을 덮고 승룡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안색은 벌써 안정이 되어 있어 밝은 달빛에 새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자박거리는 소리가 났다. 성운은 고개만을 돌려 보니 자운군주가 겉옷을 걸치고 다가왔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죄를 지은 소녀같았다.

" 상공.... 죄송해요."

탁자너머 의자에 앉은 그녀가 입을 열었다.

" 상공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여 심기를 어지럽혀 드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 괜찮소."

성운이 왼손을 들어 젓는다.

" 나야 말로 별것 아닌 일로 괜히 화를 낸것 같소. 미안하오."

" 상공..."

끝내는 울음을 참지 못해 흐느끼고 만다. 성운은 담담히 그녀를 불렀다.

" 이리오오."

머뭇거리며 자운군주가 일어나 성운에게 다가왔다. 성운은 그녀를 자신의 다리위에 비스듬히 앉혔다.

" 이제보니 군주는 울보이구려."

" 흑..."

" 나로서는 이미 말했듯이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입장이오. 용가의 선조님들이 이 곳 운남에 뿌리를 내린지 300여년이 흐르는 동안 이곳 운남은 이미 용가의 고향과 같소. 그런 곳을 그대와 혼인한다는 이유만으로 떠나 황궁으로 간다면 선조님들께 내가 면목이 없지 않겠소. 그러니 날 이해해주시오."

" 상공..."

자운군주가 성운의 목을 감싸 안는다. 예전과는 달리 체격이 작아진 성운이 군주와 비슷한 키이고 군주보다도 말라 다소 무거울 텐데도 성운은 담담히 군주를 안고 어루만진다. 

한참을 얼싸안고 있던 군주가 호흡이 거칠어진다.

" 흐...음..."

어느샌가 용성운의 손이 내려가 그녀의 둔부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군주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엉덩이에 자극이 오자 부끄러워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하지만 곧 몸을 비틀고야 만다. 그의 다른손이 앞으로 와 자신의 유방을 주물러대는 통에 정신이 없었다.

" 상공.... 여기서는..."

" 잠시만..."

" 하지만... 누가 보면...."

그를 말리려 하지만 성운은 집요하게, 그러나 부드럽게 자극해온다. 온몸이 나른해지고 콧소리가 나며 몸이 떨려왔다. 이미 서른이 다된 나이에 자신보다 한참어린 낭군의 애무를 받으니 정신이 없었다. 거기에다 밤이라지만 달이 밝게 떠있었고 사방이 훤히 뚫린 정자라 너무나 부끄러웠고 누구의 눈에 뜨인다면 이런 망신도 없을 것이지만 딴데로는 그런 것 때문에 더욱 몸이 달아올랐다.

끝내는 그녀의 몸이 돌려 앉혀졌다. 성운의 하체위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다리를 벌려지고 만다. 아까 성운의 방에 찾아갈때의 나의 차림에 겉옷만을 걸친 것이라 곧 하체가 드러나고 말았다. 성운은 흔들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자신의 가슴위에 드러눕게 하고는 왼손으로는 옷섶사이에 넣어 군주의 유방을 희롱하고 오른손은 옷자락을 열어 보지를 매만진다. 결코 뚜렷하게 주루른다기 보다는 아우르면서 애무를 하니 더욱 미칠 노릇이였다. 

" 헉...."

" 젖어있소....."

" 흠.....윽...."

그의 한마디에 온몸이 찡해져 온다. 눈을 더욱 꼬옥 감고 이를 악물지만 이미 신음소리는 울려나간다. 그녀는 그대로 절정에 오르고 말았다. 자지의 삽입없이 절정에 오르는 것은 처음이었다. 예전에 결혼생활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였고 자위도 할줄 모르던 여인이라 남자의 자지없이 절정에 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성운의 몸위에 축쳐져 가쁜 숨을 내쉴뿐이다. 성운은 그런 그녀가 너무나도 귀여웠다.

" 좋았소...?"

" 흐음..."

자운군주는 여전히 정신이 없었다. 겨우 정신을 차리자 옷을 추스리며 눈을 흘긴다.

" 너무 하세요... 이런 곳에서..."

" 그래도.... 너무나 귀여웠소..."

" 아이... 정말..."

성운은 눈을 흘기는 그녀를 보며 허허 웃는다. 자운군주가 일어서서 성운을 부축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곧 성운의 침소안은 뜨거운 숨소리로 가득찼다.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여인이 서있었다. 그녀의 안색은 발끈 달아올라 발그스름했다. 그녀는 신음소리가 가득한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 흐음..."

여인은 뒤돌아서서 자신의 침소로 향했다. 여인은 방에 들어서자 마자 옷을 벗고는 침상에 누워 다리를 벌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비밀스러운 곳을 직접 매만진다.

" 흑...."

여인은 애처로이 절정에 올랐다. 그리고는 눈물을 머금고야 만다.

" 아 ... 도련님...."

불러서는 안될 이름. 희경은 그대로 잠이 들었다. 밤이 깊어갔다.군주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날이 환히 밝은 후였다. 온몸이 나른한 것은 밤새 성운에게 시달린 탓이었다. 잠시 천장을 보며 정신이 들기를 기다리다 군주는 이불로 가슴을 가리며 일어나 앉았다.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자신만이 침대에 누워있었다. 문득 성운이 걱정되었다.

일어나 옷을 입고 대충 머리를 만진 뒤 창을 열고 문을 열고는 밖으로 나간다. 성운에 대한 걱정을 애써 누르며 그녀는 바삐 성운을 찾아나섰다. 그와 함께 있고 난뒤 군주에게서 가장 변한 것은 예전의 여장부같은 기질을 버린 것이였다. 너무나도 유약한 자신이 싫어, 온실속의 화초같은 생활이 싫어 무예를 배운 이후 그녀는 조금은 표독스럽고 잔인하기까지한 성격으로 바뀌었다. 물론 그것은 강호를 주유할 당시에 상대했던 산적이나 사파무리들을 상대할때에 한해서 였지만, 그 성격이 이젠 바뀐듯 했다. 그런 자신이 진정한 자신인 듯, 자신을 변화시킨 성운이 고마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전남편처럼 그도 죽는 것이 아닐까하는 걱정은 분명 가슴 한켠에 남아있었다. 정말로 그가 죽는 다면 그녀 자신도 죽겠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그만큼 그녀로서는 혼자 남겨진다는 것이 무섭고 서러웠다. 다시는 그런 악몽을 꾸고 싶지 않았다.

성운은 용성원에 앉아 있었다. 호피가죽을 두르고 형수인 희경이 들고온 차를 마시고 있었다. 희경은 그런 그를 옆에 앉아 바라보고 있었다. 성운을 발견한 군주가 반가운 마음에 가려다가 희경을 보았다. 순간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여자의 육감. 군주는 그 이상한 육감을 떨쳐버리려는 듯 바삐 용성원으로 올라갔다.

" 상공."

최대한 예쁜 목소리로 성운을 불렀다. 성운이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며 웃었다.

" 이제 오오."

희경도 군주를 바라본다. 그 눈빛이 이상했다.

" 군주님..."

머리를 숙여보인다. 항렬로는 군주보다 둘째며느리인 희경이 높지만 군주는 어디까지나 황실의 인물이다. 희경이 일어나 성운에게 말했다.

" 곧 식사를 준비시킬께요. 어서 오세요."

"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바삐 가버린다. 그런 희경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자리에 앉으며 군주가 입을 열었다.

" 일찍 일어나셨네요."

" 난 누구처럼 잠꾸러기가 아니라오..."

성운이 웃으며 말하자 군주의 얼굴이 빨개진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그게 누구때문인데...'라며 혀를 내민다. 

" 오늘 가시려오?"

" 예...."

" 내 집사에게 일러두지요. 마차를 한대 구하고 하인을 붙여주리다."

" 그럴 필요까지는...."

성운이 자세를 고쳐잡고는 근엄하게 말했다.

" 이제 군주는 내 아내요. 정식으로 혼례식을 한 것은 아니지만.... 어쨋든 용성장의 안주인이 되는 것이니 따르시요."

그러고는 웃어보인다. 자신도 그런 어투가 이상한게다. 군주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희경은 자신을 타일렀다. 과부가 되어버린 지금 그녀로서는 남자가 그리웠다. 결혼한지 벌써 5년이 다되어갔다. 매일밤 남편과 운우지락을 나누던 그녀로서는 처음 1달간은 참을 수 있었지만 이젠 자신의 신세가 한스럽기까지 했다. 마지막 남은 용가의 사내는 용성운뿐이었다. 생전에 용성원과 영현은 딸을 하나 두었을 뿐이었다. 자신과 성근사이에서는 아이가 나지 않았다. 다른 용가의 며느리들도. 이젠 용가의 대는 성운이 이어야만 했다. 

하지만 자신과 성운은 분명 시동생과 형수였다. 불륜이다. 그생각이 자신을 옥죄이고 괴롭게했다. 어제 제갈기란 사내에게 납치되었을 때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도 했었다. 이제 새남자가 생기는 구나.... 단 한번 먹었던 불순한 생각이었지만 그 남자의 목적은 자신이 아닌 용문주였다. 

시동생이 자신을 구했다. 그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자신을 구하러 왔었다. 전력을 다해 집으로 달려가 비연을 부르고는 기절해버렸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차라리 이렇게 되기 전에 시동생에게 안겨보았더라면... 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 그가 군주와 돌아왔다. 그리고 그둘은 결혼할 것이라 했다. 희경은 불안했다. 

어젯밤 잠이 오지 않아 용성원에 갔다가 성운의 손에 의해 절정에 오르는 군주를 보았다. 몸이 타올랐다. 마침내 자신의 침상에서 자신의 손으로 시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절정에 올랐다. 그리고는 한스러운 자신의 운명을 생각하며 울었다. 아침이 되어 용성원에 있는 성운에게 차를 가져다 주며 시동생을 보고는 어젯밤의 치태가 떠올라 하마터면 찻물을 성운에게 쏟을 뻔했다. 다시 나타난 군주의 모습은 너무도 예뻐보였다. 간밤에 성운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저리도 고와졌을 것이였다. 부러웠다. 그랬다. 처음엔 그저 부러웠다. 하지만 이젠... 미웠다.

" 그리도 알고 싶소?"

성운은 고소를 머금으며 군주에게 말했다. 자운군주는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지금 용문에 대해 성운에게 물었던 것이다.

" 좋소. 내 아내에게 그정도 말해주지 못할까.... 어떤 것이 알고 싶소?"

" 저... 만일 용문의 법도에 어긋난다면..."

" 그렇지 않소. 아내에게 밝히지 못할 비밀이라면 차라리 그런 아내를 얻지도 않는 것이 용문에 법도요."

군주는 안심했는지 안색이 차분해졌다. 성운은 찻물을 입에 담아 향기를 음미하고는 입을 열었다.

" 용문의 역사는 꽤나 오래 되었오. 약800년 정도라는 것이 추정될 뿐이오. 누가 시조였는 지도 지금은 잊혀진지 오래요. 단지 어딘가에 용문이라는 성지가 있을 것이라는 것만이 전해져오오."

그말에 군주가 놀란다.

" 용문의 위치를 모른다는 것인가요?"

" 그렇소."

" 의외에요. 용문이란 실존하는 지명이나 문의 이름이라기 보단 일종의 상징적인 이름이라 생각했는데... 상공의 말씀이라면 실존하는...."

성운이 미소짓는다.

" 약 700년전에 용문의 가솔들은 용문을 떠났오. 그것이 세상으로 나온것인지, 아니면 쫓겨난 것인지는 전혀 모르지만... 어찌됬든지 간에 용문의 가솔들은 세상으로 나와 주유하기 시작했지. "

" 그럼 어느 한곳에 머문다든가 하는 것은...?"

" 그저 떠돌아다녔던 듯 하오. 용문의 역사가 기록되기 시작한 것은 600년전의 일이요. 바로 그때 5대 문주인 기천검 용규인문주께서 용문을 열었오."

그말에 군주가 놀랐다. 강호의 전설이 생각난 것이다.

" 그럼...."

" 그렇소. 그분이 세상을 처음 구했던 분이오. 처음으로 용문을 열었었지. 그분이 용문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렸소. 그리고 300년전에 10대문주인 광천검 용천우문주께서 다시 용문을 열었소. 그분이 두번째로 용문을 열었던 분이오. 다시 130년 전에 12대 문주인 의천검 용인승문주께서 문을 열었지. 그분은 세상을 구함과 동시에 자신의 부인을 얻었소. 여기까지는 모두 아는 일일테지."

" 예... 그런데 지금도 궁금한 것이 상공은 14대문주라고 하셨잖아요."

" 그렇소."

" 800년 동안 14대라는 것은 좀...."

성운이 고개를 끄덕인다.

" 맞는 말이오. 너무나도 이상하지. 그 이유는 용문의 무공에 있소."

" 무공이요?"

군주역시 무예를 배운 이라 용문의 무공에 대한 것에는 관심이 많았다. 

" 용문의 무공은 완전히 양강한 내공으로 이루어져 있오. 이른바 정파라고 하는 이들이 사용하는 내공보다고 양강하오. 흔히들 기약으로 내공을 올리다는 것은 전혀 통하지 않는 완전히 내공수련으로만 올릴수 있소. 그런 짓을 했다가는 오히려 주화입마에 빠질 수 있소. 그러나 그 효과가 너무나도 극대하기에 용문에서는 한가지 꾀를 내었소. 바로 자신이 수련한 내공을 후대에게 그대로 넘겨준다는 것이었지. 그렇기에 다음대에 물려준다는 것은 자신의 내공을 모두 준다는 것이기에 문주에 임하는 기간이 아주 긴것이요. 내게 내공을 물려준 13대 문주께서는 그때 나이가 120세였소."

" 그런..."

너무도 괴이한 이야기였다. 내공을 후대의 문주에게 물려준다. 그렇다면 성운이 가지고 있던 내공은 800년수준의 내공이었단 것이다.

" 내게 있던 내공은 약 700년 수준의 내공이었소. 용문을 떠난 그 시점부터 내공이 물려짐을 시작했던 게지."

" 만역검화도 용문의 무공이라 사부님께서 말씀하셨어요."

" 맞소. 솔직히 평소에 사부라 불리던 이를 이제는 사질이라 해야하니 좀 그렇지만... 사질은 10대에 본문의 파황검화를 얻었소. 내 전대 문주인 와천검 용유식문주께서 평소 눈여겨보았던 그를 제자로 삼으려 했던 게지. 그러나 그의 재질은 너무도 떨어졌소. 사부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그에게 파황검화의 검식을 단 한번, 구절도 단 한번만 가르쳐주고는 떠나버렸소. 만역신개도 당대의 천재였으나 그로서도 단한번 들었던, 그것도 오묘하기 이를 데 없는 용문의 무공을 이해할수는 없었소. 터득이란 것도 불가능했지. 그러나 어찌됬든지 간에 무공에 대해 천부적인 자질이 있던 신개는 오히려 이해할수 없는 부분을 자신이 만들어 붙혀서 끝내는 자신의 절기로 완성시켰소. 그것이 만역검화이오. 그러나 역시 어쩔수 없는 아류였기에 진정한 파황검화와 비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테지...."

성운은 편안하게 말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군주로서는 입안이 바짝바짝 타고 있었다. 만역검화는 자신도 10절까지만 터득했을 정도로 무림의 추앙을 한몸에 받는 검법이었다. 12절을 완성시키면 능히 태산을 움직인다 하였다. 40대에 되서 만역검화를 완성시킨 만역신개는 단지 그 검법하나만으로 무림을 평정했다해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런 그 검법이 단지 파황검화라는 용문 검법의 아류라니.... 도대체 용문의 무공의 끝은 어디라는 말인가?

" 그렇군. 그대도 한번 배워보지 않겠소?"

갑자기 성운이 말했다. 군주는 생각에 잠겼다가 깜짝 놀랐다.

" 제가요? 소첩에게 용문의 무공을 가르쳐주셔도 되나요?"

" 아까도 말했지 않소. 용문의 법도에는 문주의 아내도 용문의 일원이기에 배울수 있소. 아니 배워야만 하지. 그래야 용문주의 아내로서 자신을 지킬수 있소."

들어보니 맞는 말이다. 용문주의 아내가 된다면 분명히 자신을 노리는 이들도 생길 것이다. 그렇기에 800년 이라는 세월동안 용문은 감추어져 있었던 것일까?

" 자, 한번 일어나 보시오."

성운은 군주를 재촉했다. 그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고 있었다. 그로서는 기쁜일이었다. 이미 사라진 700년의 내공. 이미 그는 죄를 지었다. 용문이 쌓아온 내공을 잃어버린 그로서는 당연히 죽어야만 하는 것이였다. 하지만 폐인이나마 살아있다. 어떻게든 해야하지 않은가? 만역신개의 제자였던 군주의 내공은 이제 30년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분명 그 기초는 용문에 있었기에 운용이 가능할 것이였다. 이것은 하나의 시작이며 부활이기도 한 것이다.

일어선 군주에게 성운이 말을 한다. 그 한마디 한마디가 무림의 일급기밀이다. 누구도 알아서는 안되고 단지 용문의 일원만이 가질수 있는 혜택이며 권리이며 의무였다. 군주는 성운의 구절과 설명을 들으며 그 구절이 만역검화와 비슷하지만 더 오묘하다는 것을 알았다.

만역검화는 그 한 절마다 50번의 변화가 있었고 30번의 변초가 있으며 7번의 절정이 있었다. 하지만 파황검화는 한절마다 66번의 변화가 있었고 33번의 변초와 13번의 절정이 있었다. 성운은 끈질기게 군주가 이해할수 있도록 설명을 해주었고 자세와 변화등을 일러주었다. 자신이 시범을 보인다면 좋으련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군주는 그의 말과 자신의 경험, 지식등을 모두 살려 이해하려 했다. 제 1절을 어느정도 시전할수 있게 되자 성운이 말했다.

" 자, 저쪽 공터로 나가서 한번 해보오."

" ...."

군주는 맨손으로 용성원앞의 공터로 나갔다. 그리고는 파황검화 1절을 시전했다. 순간, 시간이 멈추어진 듯 했다. 마치 물이 흐르는 듯한 시간의 흐름이 느껴졌다. 군주는 그런 변화와 느낌에 놀랐지만 너무나도 평화롭고 기이한 행복을 주는 느낌에 한없이 빠져들어갔다. 8번째 절정에 오르고 다시 23번째 변초와 함께 43번째의 변화에 이르자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 흐름이 거북해지기 시작하더니만 시간이 빠르게 사라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머리가 띵- 하니 울리며 기력이 달리자 그만 주저 앉고 말았다. 내력이 부족한 것이다. 용문의 무공은 너무나도 오묘하고 내공소모가 심해 자신의 30년 내력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내공은 분명 무림에서 10손가락 안에 들지는 못한다. 그러나 젊은 나이에 비해 높은 내공이지만 역시 역부족인 것이다. 자리에 주저앉아 군주답지 못한 자세였지만 땀을 흘리면서도 군주는 너무도 기분이 좋았다. 상쾌했다. 이것이 용문의 무공인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비록 중간에 멈추고 말았지만 시전을 했던 것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시전하는 동안 군주는 자신이 너무도 행복했음을 느꼈다. 용문의 무공. 그녀는 너무도 기뻐 용성운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이 이그러져 있었다. 가슴을 부여잡고는 숨을 가프게 몰아쉬고 있었다.

" 상공!"

그녀가 재빨리 다가갔다. 그녀도 얼굴을 찡그렸다. 다시 악몽이 생각났다.

" 크윽.... 괜찮소....후....."

식은 땀을 흘리는 이마를 닦아주며 군주는 하마터면 울뻔했다. 성운은 의자에 파묻히듯 기대어 오직 숨쉴수 있는 식물인간이 된듯 숨만 쉰다.

" 이젠... 괜찮소...."

" 상공...."

" 그나저나.... 멋진 검무였소....."

그리곤는 웃어보인다. 마침내 군주는 울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성운의 무릎에 엎두려 엉엉 우는 군주를 그는 그저 토닥일 뿐이었다.

잠시후 비연이 와 식사가 준비되었음을 알렸다. 성운이 겨우 일어나자 비연이 놀라 다가와 군주와 함께 부축을 했다. 이번만은 성운도 비연의 도움을 받아 대청으로 갔다. 형수들과 하인들도 놀라 성운에게 몰려든다. 성운은 그들을 안심시키려 웃음을 지었다. 그날의 아침식사는 염려와 걱정으로 치루어졌다.

군주는 식사가 끝난 이후 떠나려다 성운이 걱정되어 다음날로 미루었다. 성운은 괜찮으니 다녀오라고만 했지만 군주는 내일 가겠다고만 했다. 둘은 성운의 처소로 자리를 옮겨 담솔르 나눈다. 그런 그들을 희경이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본다.

점심식사는 처소에서 먹는다. 군주가 옆에서 시중을 들었다. 추화가 자신의 일을 빼았기자 군주를 잠시 바라보다 자리를 떠났다. 군주는 그런 그녀나 희경에게도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오직 자신에게는 성운만이 있었다.

갑자기 용성장이 시끄러웠다. 담소를 나누던 성운이 의아한듯

" 무슨 일일까...?"

라며 궁금해한다. 군주는 성운때문에 자리를 떠날수 없어 창가로 가 밖을 살핀다. 쪽문을 지나 마당을 가로질러 문으로 들어온 비연이 말했다.

" 저.... 만역신개라는 분이...."

그도 놀란 듯 했다. 무림에서 만역신개라는 명호는 황제다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올해 80이 된 그는 이미 성인이라고도 할수 있다. 군주와 성운도 놀란 눈치다. 그때 쪽문으로 흰옷을 입은 노인이 들어섰다. 멀리서도 군계일학과도 같은 청명한 기운을 내는 도사풍의 노인이다. 그는 걸어왔지만 달려오던 비연보다도 빠르게 문안으로 들어왔다. 

노인은 들어서자 마자 용성운의 앞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 소질, 사백님을 뵈옵니다."

군주는 처음보는 광경이었다. 항상 반대의 장면만을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사부가 사제에게 무릎을 꿇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사정을 안다.

" 어서 오시오."

성운은 미소를 짓는다. 

" 일어서시오."

그제서야 노인이 일어났다. 흰수염을 늘어트린 그는 마치 신선과도 같았다. 그런 그가 이번엔 군주를 향해 돌아섰다. 

" 오랜만이오. 군주."

" 사부님."

군주가 절을 하려하자 노인이 말린다.

" 아니오. 이제 사백님과 혼인을 한다 하니 나에겐 사모님과 같소. 그러니 내게 인사를 할 필요가 없소이다."

" 하지만...."

" 괜찮소. 하하하..."

호탕하게 웃는 그를 보며 비연은 아연실색한다. 이 사람이 만역신개..... 만역신개가 비연을 보더니 말했다.

" 차력신검 나대협을 이런 곳에서 뵐 줄은 몰랐소."

" 예?..... 저를 아십니까?"

자신을 알아본것은 성운 말고 두번째였다. 그것도 만역신개다.

" 그렇소. 이곳에 계실줄은 꿈에도 몰랐소이다."

" ....?"

그 대화에 영문을 모르는 이는 군주뿐이었다. 뭐라 성운에게 물으려 할때 시비들이 다과를 들고 왔다. 성운이 의자에 옮기고 세사람은 탁자에 둘러앉았다. 비연이 멀뚱이 서있기 뭐하여 슬쩍 빠져나간다. 

신개가 차를 한잔 마시고는 입을 연다.

" 진작 찾아뵈려 했으나 그 수아라는 여인네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늦었습니다."

" .... 괜찮소."

성운은 짐짓 아닌 척 하지만 그말에 놀란다. 

" 현재 무림에서는 화산파를 선두로 그 여인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사건의 진상이야 어찌됬든지 간에 그녀의 존재는 세상의 존망과 관계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 어찌되었나요?"

군주가 궁금하여 물었다.

" 어디에도 흔적이 없소. 1달하고도 달포전에 장산에서 일을 벌일때를 마지막으로 흔적이 없습니다. 듣기로는 그녀의 무공이 사백님과 같다 하니 죽었다고는 여길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오히려 군주가 당황하지만 신개는 담담할 뿐이고 성운도 담담히 듣는다. 4년전 사부의 말에 따라 그를 만났을 때 이미 신개의 성격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신개라는 명호를 얻은 것이다.

" 그전의 행적도 묘연 합니다. 마치 물처럼 모래속에 흘러들어간 듯 아무런 행적을 알수가 없습니다. 갑자기 땅에서 솟은 것과 같이 화산팔르 세번 찾아왔었다는 것이 다입니다. 그 앞과 뒤 모두 수아라는 여인의 행적은 없습니다."

신개의 말에 성운은 그저 침묵을 지킨다. 오히려 궁금하여 입을 연 것은 군주였다.

" 사부님께선 그 여인을 보셨나요?"

" 저말입니까?"

뭔가 맞지않는 대화가 연출된다. 

" 예. 사부님께선 화산파와도 친분이 있으시니 그곳에 자주 들르셨을 테고...."

" 본적은 없소이다. 이야기만 들었었지요."

" ..."

군주는 성운을 힐끔 보더니 입을 다문다. 약간 장난기가 감도는 얼굴의 신개는 자신이 가져온 소식-이라고 할수 없는 이야기가 아무가치도 없는 듯 말했지만 실상, 그는 성운이 자신을 칭찬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십대에 무인이라면 꿈에 그리는 용문의 간택을 받았던 그는, 그대로 후계자가 되었다면 아마도 성운과 같은 성품이 되었겠지만 그는 그러지를 못했다. 그 충격은 어린 그에게 너무나도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후 그의 성품은 적어도 다른 이들이 보기에 아주 쾌활했다. 장난기가 많고 웃음이 많았던 그였기에 친구들도 많았고 그 덕분에 40대에 전 무림을 제패했었다. 

80이 다 된 지금도 그의 그런 성품은 여전하여 어서 사백이 자신을 칭찬해 주길 바랬지만 성운은 아무말도 없었다. 그는 조금은 삐져서는 묵묵히 찻잔을 들어 마실 뿐이었다. 신개가 삐진 것을 안 이는 군주였다. 아무래도 성운보다는 좀 더 오래 같이 지냈던 군주라 신개가 성운의 칭찬이 없어 삐진 것을 알았다.

" 아주 중요한 정보를 알아오시다니 사부님, 수고하셨어요."

군주의 말에 신개의 화색이 돌아온다. 성운은 그저 웃을 뿐이다.

저녁때까지 세사람은 대화를 나누었다. 파천신검이라는 암호명으로 활동하다보니 성운도 신개를 본지는 거의 1년여가 지난 때였고 군주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담소는 끝이 없어 저녁식사가 준비되었음을 비연이 알려올때까지 계속되었다.

"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셨구려...."

신개가 비연을 보고 말했다. 그러자 비연은 고개를 숙여버리고는 총총히 사라져간다. 군주는 여전히 알수가 없어 마침내 물어보고 말았다.

" 저 분이 어떤 분이시길래...."

신개는 마침 재미난 일이 화재로 올랐다는 듯이 

" 차력신검을 모르시오?"

라며 얘기를 시작한다.

" 저 대협은 차력신검 나후은 대협이오. 30년 전에 세외를 휩쓸은 대고수였었지. 검 하나로 세외를 제패하여 마침내 중원에 들어섰었소. 그런데.... 중원에 들어와 도전을 하고 다닌지 1년여 만에 갑자기 사라졌었지.... 그런데 그런 나대협이 이 용성장에 있을 줄은 알지도 못했소."

대청으로 걸어가며 신개는 동작까지 섞어가며 말했다. 군주는 들어본적이 없는 일이라 신기하여 눈을 동그랗게 뜨고 듣다가는 말했다.

" 어느정도의 실력이었기에..."

" 당시 무림서열 7위인 인랑 광우를 10초에 죽였었소. 아주 악질적인 놈이였지. 말그대로 늑대인간 같은 놈이었소... 그놈을 죽이고 난 뒤에 사라졌었지. 음... 아무래도 용군자에게 졌었지 않나 싶은데... 안그렇습니까? 사백?"

마침내 화제의 시위가 용성운에게 넘어갔다. 

" ...."

성운은 그저 담담히 웃어보인다. 사실 그로서도 잘 모르는 일이었다. 비연은 자신이 태어나기 이전 부터 이 용성장에서 일했었다. 그가 차력신검 나후은인 것을 안 것도 지난 사건때였다. 

" 용군자라면....?"

" 사백님의 부친말이오... 군주의 시아버님이시지..."

군주는 놀란다.

" 모르시는 가 보군. 사백의 부친인 용군자 용상문대협말이오. 모르셨소?"

군주의 시선이 성운과 신개 사이를 오간다. 그녀로서는 성운의 가족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그다지 없었다. 오히려 용성장이 보유한 자금, 서책의 양, 식솔의 수라면 모를까.... 그러고 보니 보고서에도 성운의 부모님에 대한 사항은 없었다.

" 쯧쯧.... 문제가 많소이다. 군주. 소박을 맞아도 할 말이 없겠구만...."

신개가 한탄한다. 군주는 더욱 오르라든다. 그런 모습은 성운은 그저 담담히 웃으며 볼 뿐이다.

" 용군자 용대협은 이곳 운남의 자랑이었소. 단 한번의 패배도 몰랐고 극성을 부리던 장산의 산적패가 그 한분에 의해 와해되었었지. 하지만 정작 세상에 이름을 날리진 않았소. 않았다는 것이 중요한데... 그는 이름을 떨치려 하지 않았소. 오직 자신의 문무를 갈고 닦으며 세상사람들을 위하였을 뿐이었소. 그래서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예전부터 덕망있는 문사들과 여러 의협들과의 친분은 두터웠소."

대화는 대청에 들어가면서 끝났다. 자리에 앉고 식사가 시작되고 나서도 군주는 한가지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럼 그 용군자 용대협과 성운의 모친은 어디있는 것인가?

밤에는 성운과 신개, 군주가 모여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추화가 말렸지만 성운은 차분하게 잔을 기울였다. 이런 밤이 언제 또 있을 지 모른다는 듯이 신개와 군주의 잔을 따르고 자신도 마시면서 밤을 지새웠다.

다음날 신개와 군주가 함께 떠났다. 군주는 하루를 더 묵으려다가는 성운이 다독거리고 신개가 재촉하자 길을 떠난다. 군주와 신개가 떠나자 용성장은 다시 침묵에 빠져바린 듯 했다. 추화가 떠난 군주를 대신하여 성운의 식사를 시중들었다. 추화의 얼굴에는 은은한 기쁨이 베어 있었다.

사위는 조용했다. 오로지 용성원 안락의자에 앉아 삐그덕 거리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성운은 잔잔한 수면위를 응시하고 있었다. 밤은 조용함속에 빠져 있었다. 

" 올라오시겠소?"

나직한 성운의 음성. 성운의 시선이 돌았다. 그의 시선속에 푸른 빛이 감도는 흰옷을 입은 여인이 있었다. 전에 걸치고 있던 몽면은 벗었는지 너무도 아름다운 얼굴의 여인, 바로 수아였다.

" 제가 올것을 알고 계셨나요?"

" 아니.... 솔직히 몰랐소."

수아는 천천히 용성원의 계단을 올라왔다.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 그동안... 별고 없으셨는지요..."

" 보시다시피..."

성운이 쓴웃음을 지어보인다. 수아가 탁자를 돌아 건너편 의자에 가서 앉는다. 역시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반대로 그런 수아를 바라보며 맞는 성운의 동작도 극히 자연스러웠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오랜 부부를 보는 듯 했을 것이다.

" 어쩐 일이시오?"

" 문주를 뵈러 왔지요."

" 나로선 물어 볼것이 많소이다."

" 그러실 거라 생각됩니다만 제가 대답할 의무는 없습니다."

다시 어두워진다. 달이 구름속으로 들어간듯 했다. 

" 서로가 서로를 그다지 알지 못하는 듯 하오만..."

" 그것은 좀 틀린 듯 합니다만..."

" 무슨 뜻이지?"

" 소녀는 문주를 잘 안답니다."

" 그렇군."

성운이 몸을 뒤척인다.

" 그대는 날 안다. 난 그대를 모른다. 좀 불공평한데."

" 세상일이 다 그렇지요. 불공평한 일 뿐이랍니다."

" 오늘 그대가 온 이유만이라도 알수 없을까?"

" 그런 것은 차차 알게 되실테지요."

수아는 성운을 응시했다. 역시 성운도 수아를 응시했다. 순간 성운은 환각속에서 보았던 그 눈동자가 수아의 눈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 난 그대가 누군지는 알 것 같소."

" 그러실테지요."

" 아마.... 방금 한 말을 했던 이가 그대의 손찌검을 받았다더군. "

" 그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으니까요."

" 그렇기는 하지만.... 어찌하여 그대가 살아있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침묵. 서로가 서로를 노려보기만 한다. 마침내 수아가 말을 했다.

" 대단하시군요. 거기까지 생각해내시다니...."

" 뭐, 별로 대단할 것도 없소. 조금만 생각해보고 궁리하면 알게되는 것이니까. 단지... 너무나 현실적이지 못해서 탈일 뿐이오."

" 어떻든 상관 없습니다. 문주가 제 정체라는 것을 세상에 떠벌리실 분은 아니실 테니까요..."

" 뭐, 떠벌린다 해도 누가 믿어줄 일도 아닌 듯 싶소."

자조하는 듯한 성운의 미소를 보며 수아가 일어섰다. 성운도 몸을 일으킨다.

" 가시려오?"

" 그럴까 해요."

" 한가지만... 앞으로 어쩔 셈이오?"

성운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수아는 여전히 자연스럽게 성운을 바라본다. 역시... 저 눈동자는... 아픔이 느껴졌다.

" 아실텐데요."

" 겉으로 드러난 것 말고... 그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 아시는 그대로입니다. 황금공자의 부활... 하지만...."

" ?"

성운이 발을 떼려 했으나 이미 몸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었다. 성운은 그자리에 그대로 무너졌다.

" 오늘은 그대만을 ...."

의식이 끊기었다.

눈을 뜨니 자신의 처소였다. 성운은 자신의 몸이 평소보다 나은 것이 이상했다. 분명 자신은 어제밤 수아의 기공에 의식을 잃었었는데.... 그는 일어서려다 하체가 이상한 것을 알았다. 바지춤을 끌러 보았다. 깨끗했지만 알수 있었다. 자신은 어제밤 정사를 치른 것이다. 상대가 누구일지는 뻔했다.

' 어찌 된것인가. 그녀가 그런 불순한 일을 저지르려 이곳까지 왔단 말인가...'

그로서는 알수 없었다.

용성장이 어렴풋이 보이는 곳에서 수아는 성운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 그래, 좋더냐?"

여인의 목소리. 그 목소리는 장산의 동굴속에서 들리던 음성과 같았다. 수아가 뒤돌아 보니 금색의 옷을 입은 화려한 미모의 여인이었다. 수아의 미모가 화려하다 하나 그녀의 화려함에는 견주지 못할 것이었다. 달리 표현 하자면 수아는 포근한 미모라면 금의미인의 미모는 화려한 미모라 할 것이었다.

" 좋았어요."

" 부질 없는 짓이다. 어찌하여 그분께 심려를 끼치느냐."

" 안기고 싶었어요. 700년이나 기다린 분입니다."

" 그래서... 700년이 지난 지금 그분을 또한번 죽이려 드느냐?"

" 언니!"

수아가 외친다. 반면에 금의미인은 차분했다.

" 이번에 달라요. 제가 그분을 지킬 것입니다."

" 은아도 나와 생각이 같다. 우린 너를 저지할 것이야."

" 금언니...."

수아는 입술을 깨물고 만다. 금의미인은 차갑게 응시할 뿐이었다.

" 가겠어요."

수아가 뒤돌아 걸어갔다. 금의 미인의 시선이 그 뒷모습을 따라 움직인다.

" 두 언니가 뭐라하든 저는 할것이에요."

수아는 그렇게 숲으로 사라져갔다. 금의미인은 한동안 수아가 사라진 숲을 바라보다 용성장을 보았다. 그곳에 그가 있다. 그분이 있다.

" 나 역시 가능하면 그렇게 하겠지만...."

금의 미인의 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녀의 몸이 금색으로 가득 차올랐다.

" 곤륜이 열리게 된다면...."

파란 하늘에 금색의 선이 생겼다. 그 선은 동쪽을 향하고 있었다. 노란색. 노란색이다. 하늘의 빛은 노란색을 띄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노란기운을 띄고 있는 파란하늘일 것이다. 그러나 노란색이라는 느낌이 더욱 강하다. 

둥~ 둥~ 둥~

북소리가 울려퍼지고 깃발이 바람에 휘날린다.

-무엇이지...

노란색이 배색되어 있는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줄지어 서있다. 하나같이 굳어있는 얼굴들이다. 뭔가에 쫓기는 듯한 얼굴들. 뭔가를 간절히 원하는 얼굴들... 그 얼굴들이 굳어있었다.

둥~ 둥~ 둥~!!!

계속 되어지던 북소리가 커다란 울림을 남기며 멈추었다. 병사들의 고개가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눈은 모두 한곳을 향했다. 그곳에는 두사람이 있었다. 한명은 보라색과 노란색이 절묘히 배색된 궁장을 입고 있었다. 근엄한 얼굴에 흰수염이 길게 허리아래까지 늘어져 있었다. 흰눈썹이 하늘을 향해 치솟아 복장과는 맞지 않게 용맹한 장수의 얼굴이다. 얼굴빛은 빨갛다 할 정도로 정기가 감돈다. 그의 발 앞에 머리가 길게 풀어진 거대한 몸집의 사내가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알수는 없지만 사내의 기개가 느껴진다.

-누구지...

" 황상의 교지를 내린다. 죄인 용왕 오정은 감히 황실에 역모를 꾸며 세상을 혼란케하고 황상의 심기를 어지럽히며 황상께 칼을 겨눈 바, 이에 대해 오정에게 사형을 내린다. 허나 그의 황실에 대한 예전 치적을 높이 사신 황상께서 용왕의 다른 가족에게는 근신만을 명하실것이다. 오정. 남길 말이 있는가?"

얼굴이 붉은 이의 말에 용왕 오정이라는 이가 고개를 든다. 순간 물이 흘러 내린듯 시야가 가려진다. 희미해진다. 

" 내 어찌 황상의 황명에 가타부타 논할수 있겠소마는... 억울하오. 나 용왕 오정은 살아 지금까지 오직 황실의 광명을 위해 이한몸 분골쇄신하여 견마지로 했었던 바, 감히 역모라는 위계에 얽혀 이리 가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오."

" 크윽... 흑...흑..."

-무슨소리...

자신의 목이 매어진다. 무엇인가 자신의 감정이 높아진다. 눈물이다. 눈물때문에 시야가 흐려진 것이다. 무릎을 꿇은 사내가 자신을 돌아본다. 여전히 흐려진 풍경에 그의 얼굴이 보이질 않는다.

" 광아.... 아비를.... 잊거라.... 황상께.... 충정을...."

사내는 다시 고개를 숙인다.

" 시행하라!"

마지막의 그 외침. 붉은 얼굴의 관인은 형의 시작을 명하며 돌아선다. 그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다. 무엇이냐. 이 광경은... 무엇이냐! 무엇이란 말이냐!

둥~ 둥~ 둥~

다시 북이 울린다. 병사들이 흐느낀다. 울고있다. 그들은 알고 있다. 알고있는 것이다. 아니 세상이 알고있다. 모두가...긴칼이 하늘높이 올라간다. 그리고는... 내려쳐진다.

  "아버님!!!!"

  그 소리와 함께 시야가 개방되었다. 천정이 보인다. 전에도 본적이 있었던 천정. 그러다가는 다시 시야가 흐려졌다. 손을 들어 눈을 훔치자 물이 느껴진다. 눈물이다. 이마며 볼에도 물기가 있다. 땀이다. 그는 방안을 둘러본다. 자신의 처소다. 침상의 옆에는 창이 나있다. 그 창으로 늦가을의 향기있는 햋살이 들어온다. 

  성운은 다시 눈을 감는다. 무슨 꿈인가? 역모의 죄를 지은 이가 처형당하는 꿈. 자신의 일이 아니다. 누군가의 기억이다. 자신의 아버지는 역모를 꾀한 적도 없다. 그런데 너무도 사실과 같이 느껴지는 꿈이라니... 그가 겪은 역모는 단 두번. 약 4달전의 금왕의 역모. 그리고... 2년전의 역모. 그러나 자신의 기억에 그런 광경은 없었다. 용왕... 용왕이란 이름의 황실인은 없었다. 아니. 없다. 오정.... 기억에 없다. 그것은 단지 꿈이다.        그러나 너무나도 사실적인 느낌이라니...

  끼익... 문이 열린다. 그리고는 한 여인이 들어온다.

  " 깨셨군요."

  희경이다. 자신의 둘재 형수. 성운이 상체를 일으킨다.

  " 햋살이 아주 좋아요."

  " 좀 도와 주시겠습니까?"

  희경이 다가와 성운을 부축한다. 요몇일 갑자기 성운의 몸이 안좋아졌다. 군주가 떠난 이틀후부터 몸의 기력이 없어지기 시작하더니 몸을 움직이는 것이 불편해졌다. 그리고는 일주일째 병석에 누워만 있었다. 

  희경의 몸을 의지하여 성운은 자신의 처소를 나섰다. 이미 10월에 들어선 늦가을이다. 하늘은 너무도 높아보인다. 희경이 성운의 안색을 살핀다. 둘은 함께 용성원으로 갔다. 그곳은 이미 죽어버린 성운의 큰형 용성원의 이름을 딴 정자다. 성운은 무공을 잃고 폐인이 되어버린 이후 그곳에 가 소일하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요즘 몇일 몸이 안좋아 와보질 못했었다. 용성원에 올라가 흔들의자에 몸을 눕히고 담요를 덮는다. 그리고는 허한 시선을 용정원옆에 있는 승룡호에 던진다. 희경도 옆의 의자에 앉았다. 두사람은 아무말 없이 그저 호수를 바라만보았다.

  " 형수님."

  희경이 멈칫, 성운을 바라본다.

  " 당분간 친정에 가 계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예?"

  " 몇년간 사돈어른들을 뵈온적도 없을 실 것이니.... 이번에 다녀오시지요."

  희경은 너무나도 당혹한 말이라 대꾸를 하질 못했다.

  " 비연에게 말을 하여 놓겠으니 내일 다녀오십시요."

  " 무슨 뜻이신지 모르겠어요."

  미소를 짓는다. 성운의 오랜만의 미소다.

  " 다른뜻은 없습니다."

  " 아니시겠지요. 천박한 여인네라 하나 저도 눈치는 있었요. 도련님은 절 내보내려는 것인가요?"

  무거운 대화. 그것이 싫어 돌려말했던 성운도 눈을 질끈 감을수 밖에 없다.

  " 이미 용성원은 끝났습니다. 제가 이리되면서... 친정에 가셔서 몇년 기다리시다가 재취를 하십시요. 돌아가신 형님도 이해하실거입니다... 또한 바라시겠지요."

  " 도련님."

  " 아직 젊으십니다. 새삶을 찾으십시요."

  희경이 일어났다. 화가 난 듯 표정이 굳어있었다.

  " 못들은 걸로 하겠어요."

  희경은 바삐 용성원을 내려가 안뜰로 사라졌다. 성운은 눈을 감았다. 피곤했다. 그런 그를 멀리서 누군가가 보고있었다. 그들은 두명의 여인이었다.

  밤이 되었다. 성운은 침상에 누워있었다. 근 일주일, 이 침상에서 벗어나질 못했었다. 그는 자신의 삶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느꼈다. 매일매일 자신의 정기가 흐려져 간다. 특히 일주일 전에 자신을 찾은 수아와의 정사 이후 급격해졌다. 이렇게 죽는다. 이리 죽고 만다. 검을 든 이후부터 죽음을 항상 곁에 두고 살아온 삶이다. 죽더라도 칼에 무인으로서 죽게되리라 여겨온 삶이다. 그런데 이렇게 쇠약해져 죽어가고 있다. 

  " 차라리...."

  내 손으로 죽을까? 아... 마지막으로 아버님을 뵈고싶다... 단 두번을 보았었다. 자신의 아버지, 용군자 용승건. 자신의 나이 4살때 보고 12살때 보았다. 언제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용성장으로 돌아와 보름정도를 쉰뒤 다시 떠났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팔년전이다. 어째서 아버님이 그러시는 지 자신은 알지는 못했다. 누구도 말을 해주지를 않았던 것이다. 아마도 어린나이에 충격을 받을까봐 그랬을 것이다. 그것도 15살때에 알아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이미 늦은 밤이다. 오직 짐승들, 어둠을 타는 짐승들만이 돌아다닌 시간이다. 그런데 인간들중에도 그런 이들이 있는가 보다. 문이 열렸다. 그리고는 한 인영이 들어왔다. 성운은 어둠속을 응시한다. 여인이다. 몸의 곡선이 그대로 보인다. 여인은 성운의 방에 들어와 문을 닫고는 잠시 가만히 서있는다. 숨소리가 약간 거칠다. 잠시 방안의 기척을 보는 것일게다. 성운은 무심코 바라만 본다. 잠시 후 인영이 움직인다. 그의 침상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다.

  " 누구요."

  성운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여인을 놀라게 했다. 

  " 누구요."

  다시 한번 던져진 물음. 멈칫거리던 여인이 다시 다가온다. 마침내 침상의 옆에 섰다.

  " 도대체 누군데 야심한 시각에..."

  " 저에요. 도련님"

  성운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는 생각도 할수 없었다.

  " 어쩐 일이십니까?"

  성운의 물음. 그러나 여인의 그의 질문을 무시하고 침상에 오르려했다.

  " 무슨..."

  영문을 알지 못한 그가 머뭇거릴때 여인은 대담하게도 다리를 벌려 사내의 몸을 깔고 앉았다. 여인의 둔부가 성운의 하체위에 닿아있었다.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 무슨 짓입니까?"

  " 이게 제 대답이에요... 도련님."

  " 예?"

  창을 통해 들어오는 푸른 달빛이 여인의 반쪽을 보여준다. 푸르스름한 빛에 의해 여인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여인의 몸이 움직이더니 옷을 벗는다. 하늘하늘한 나의를 벗자 여인은 곧 푸르스름한 나신을 내보였다.

  " 형수님!"

  희경이 고개를 젖는다. 그리고는 몸을 낮추어 엎드리며 성운의 입에 입맞춤을 했다. 가벼운 입맞춤. 짧지만 분명 입술이 맞닿은 후에 희경은 고개를 들어 성운을 내려다 본다.

  " 여인은 한번 그집 사람이 되면 죽어도 그집의 혼이 되어야 해요."

  " 하지만.."

  " 재취를 생각해보았어요. 하지만 절개가 없는 여자라는 손가락질과 수군거림을 견딜 자신이 없었어요. 세인의 눈을 피해 사는 삶을 사느니 차라리 혼이 되어 낭군을 맞는 것이 더욱 낫겠지요. 허나...."

  여인의 몸이 들썩인다.

  " 죽을 용기가 없었어요.... 죽을..."

     "  형수님...."

  " 저로서....는... 이것이 한계에요...."

  희경은 울고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이 행동이 그녀가 할수 있는 일의 전부일것이다. 그녀의 용기가 할수 있는 한계가 바로 여길것이다. 다른 방법은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문득 자신의 죽음이 생각났다. 자신은 죽는다. 그러면 용가의 후계는 완전히 끊기고 만다. 자신과 관계를 가졌던 여인들은 모두 세명. 그녀들이 임신을 했는 지 안했는지 알수 없다. 지금의 자신으로서는 오직 씨를 많이 뿌려야 하는 것이다.

  희경이 재취를 한다면 그것은 용가가 아닌 다른 집안이다. 이왕 새남자를 만난다면 용가의 사내가 더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성운 자신의 이기심이었다. 희경으로서는 지금 이 행동이 최선이었을 뿐이다. 그녀의 진심이 아닐수도 있다.

  " 형수님. 후회하지 않으시겠어요?"

  " !"

  성운은 희경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 당겨안았다.

  " 후회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 도련님...."

  " 저로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 형수님을 안게된다면 강요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테지만... 어디까지나 형수님의 결정이란 것이 중요합니다."

  " 도련님."

  " 형수님..."

  희경이 고개를 든다. 그녀의 커다란 눈이 달빛에 빛난다.

  " 이미...."

  그녀의 얼굴이 다가와 성운의 입술에 입맞춤한다. 희경의 입술이 열리고 혀가 들어왔다. 성운은 입을 벌려준다. 서로의 혀가 얼키고 흡입과 삽입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달콤한 타액이 오고간다. 이미 남녀의 애정행위가 이루어졌다.

  " 결정했어요...."

  달콤한 입맞춤 끝에 희경이 말했다. 그녀의 두눈은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젖어있었다. 눈물이 흘러내린다.

  " 형수님...."

  성운은 한숨과 함께 내뱉었다. 그녀는 이순간 자신의 남편을 떠나 보냈다. 몇달전에 성근이 죽었지만 이제야 희경은 그를 보낸것이다.

  " 도련님..."

  둘은 얼싸안았다. 성운은 그런 그녀를 안아줄뿐이다.

  여인이 신음한다. 나직하면서도 안타까운 신음소리였다. 여인은 온몸을 활짝 열었다. 사내가 그녀의 몸을 타고 오른다. 그리고는 자신의 굳강한 몸의 일체를 밀어넣었다. 

  " 흑..."

  오랜만의 감각이다. 여인은 다급히 사내의 온몸을 받아들이며 침상에 침몰해갔다. 사내의 움직임이 커진다. 진퇴가 시작되고 자신의 얼굴을 여인의 귀옆에 두고 허리를 움직인다. 일주일간 병석에 누워있었던 것이 거짓말 같다.

  " 끄윽... 도련님.... 하아...."

  희경은 희열에 찬 신음을 내지르며 온몸을 개방했다. 알수 없는 힘이다. 성운의 격한 힘은 생전의 성근보다도 힘찼다. 온몸의 근육이 노곤해질 정도의 삽입이다. 마치 절구공이가 자신의 옥문을 드나든다는 착각마저 일으킬 정도였다.

  남녀의 입에서 격한 신음과 탄성이 내질러진다. 밝은 달빛이 두사람의 나신을 어루만졌다. 그리고는 곧 화려한 절정이 다가왔다.

  성운의 온몸이 무너져 내려 희경을 덮고 있다. 성운의 입에서는 단내가 나는 헐떡임마져 들려온다. 노곤해져 잠시 정신을 놓고있던 희경이 고운 손을 들어 성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 도련님...."

  " 하아...하아.."

  성운이 고개를 들어 희경을 바라본다. 그의 얼굴은 핼쓱했다. 볼이 일주일전에 비해 많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눈에 정기가 흐르고 얼굴의 혈색이 어둠프레한 달빛에도 보일 만큼 좋았다. 성운은 희경을 바라보다 입을 맞추어왔다. 희경은 눈을 감으며 그 입술을 받았다. 그러나 곧 눈을 부릅뜨고 만다. 성운이 너무나도 강하게 자신의 입술과 혀와 치아를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마치 뜯겨나가는 듯한 아픔마저 들었다. 그와 함께 성운의 손이 자신의 젖무덤을 움켜잡는다. 아직 아이를 낳지 않아 그다지 풍만하지 않지만 충분히 여인으로서의 매력이 돋보이는 아주 예쁜 유방이었다. 그 젖무덤을 두손으로 나누어 잡고 주무르고 훑어올리며 그 첨단에 빛을 내며 반짝이는 유두를 엄지와 집게로 잡고 비틀어댄다. 성근은 하지 않던 행동이다. 그녀가 느끼기에는 너무나 강한 자극이었다. 희경은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소리는 성운의 입속으로 빨려들어 가고 말았다.

  성운이 입술을 떼어냈다. 희경은 산소부족인듯 몽롱한 상태였다. 성운의 손은 여전히 희경의 젖무덤을 주무르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압력을 가했던 곳이 발갛게 자국을 보인다. 

  " 흐윽...."

  희경은 신음을 지르며 몸을 들썩인다. 가슴이 완전히 점령당한채 계속 애무를 받자 온몸이 성감대가 되버린듯 성운의 몸과 닿는 모든 부분에서 희열이 다가온다. 마치 온몸이 음부인듯이 땀이 흘러내린다.

  " 허억...."

  성운의 성기는 아직도 희경의 음부에 박혀있었다. 보지에서 흘러내리는 음액이 하체를 완적히 적시고 있는 상태에서 성운의 하체가 움직인다. 빠르지는 않았지만 힘찬 행위였다. 허리만을 움직이는 조용한, 그러나 힘찬 움직임에 희경은 희열에 찬 신을 내지른다. 그녀의 손은 이불을 쥐어잡고는 부르르 떨어댄다. 

  몇번의 비명과도 같은 신음이 이어지다 갑자기 희경의 몸이 반바퀴를 굴렀다. 

" 허엇..."

  성운이 그려는 엎드리게 하고는 허리를 잡고 들어올려 다리를 벌리게 하고는 다시 침입해들어왔다.

" 학~!"

  전남편은 하지 않던 행위. 너무나도 부끄러운 행위였다. 성운의 자지가 침입해 들어왔다. 강한 힘이었다. 본능적으로 그 압력에 반응하며 엉덩이를 곧추세운다. 허리가 탄력을 내며 휘어지며 충격을 상쇄시킨다. 그리고는 다시 내려오고 압력이 올때 다시 올라간다. 그녀의 몸이 본능적으로 진입이 있을때 후퇴하여 성운의 자지를 한껏 받아들인다. 

" 흐읍...."

희경의 팔이 무너지며 얼굴과 가슴이 침상에 파묻힌다. 성운의 손이 희경의 둔부를 잡고 희경의 몸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다. 희경은 엉덩이 말을 높이 드세우고 성운의 자지를 받아들인다. 강한 충격, 상쇄를 위한 허리놀림. 다시 충격, 상쇄. 너무나도 강한 희열에 눈물마저 흘리고 만다.

  " 아윽... 여...여보... 너무... 너무....흐윽.... 허억..."

  희경의 안타까운 신음소리가 이어진다. 자신이 여보라는 호칭을 실수로 사용했다는 것마저 알지 못한다. 그저 강한 열락, 너무도 뜨거운 환락이 자신을 점령해갔다. 그리고 폭발했다.

  " 아악...."

  희경은 조용히 일어났다. 음부에 은은한 아픔이 느껴졌다. 성운은 사정후 자신의 몸위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 희경 자신도 정신을 잃었었다. 깨어나보니 무거웠다. 성운을 자신의 몸위에서 내리고 자신의 보지를 보자 하얀정액이 자신의 음액과 섞여 흘러내린다. 희열, 절망, 환희, 아픔. 한마디로 단정할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잠시 침상에 앉아 있었다. 멀리서 닭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이미 날이 밝아온다. 아픔을 참으며 옷을 입었다. 단 한번의 나의만을 입고 그녀는 문을 열고 나갔다. 침상에 누워 잠을 자고 있는 성운을 바라본다. 후회? 아니 그런것이 아니다. 뭔가 다른 감정... 연민... 그녀는 문을 지그시 닫고 자신의 처소로 향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두명의 인영이 보고 있었다.

" 나갈것인가?"

너무나도 맑은 음성이었다. 야행복을 입은 젊은 사내. 그가 말한다.

" 아니 갈수는 없는 것인가?"

" 이번만은 친구로서 묻는 것인가?"

사내는 자신의 복장을 보라는 듯이 팔을 주춤거린다.

" 갈것이네. 그녀를 찾아야만 하니."

" 후회할것일세."

" 자네가 이리 만든 것이 아닌가?"

사내는 허허 웃는다.

" 인정하지. 하지만 자네가 이러는 것은 나의 마음에 싫네."

" 갈것이야. 그리고 그녀를 찾을 것이네. 그런 후에..."

" 아니될것이야. 인계로 가려는 것은 정확하게는 내뜻이 아닐쎄."

알수 없는 대화. 

" 흙탕물에 빗물 한방울이 들어갔다 해서 그 물이 빗물은 아닌 것. 그만 두게. 이런 대화는 무의미하다. 비키게."

" 가지 말게."

" 늦었네."

" 가지 말게."

" 나중에 봄세."

" 그때..."

사내는 말했다.

" 그때는... 자네를 죽여야만 할 테지."

멈추어선다. 아니다. 그 사내가 아니다. 나다. 내가 돌아서서 그 사내를 바라본다.

" 그럼... 죽어주지."

다시금 익숙한 천장. 익숙한 침상. 익숙한 자리. 익숙하지 못한 꿈. 무엇이냐... 무엇이...

문이 열리고 추화가 들어온다. 

" 안녕히 주무셨어요?"

" 으응..."

" 얼굴이 좋아보여요."

시중을 들며 추화가 말했다. 얼굴이 좋아 보여? 그러고 보니 몸의 상태도 좋다. 어제까지만 해도 느껴지던 생명이 다해가는 느낌이 없었다. 성운은 일어서서 추화의 부축을 받으며 밖으로 나갔다. 추화의 시중을 받으며 세수를 하고 밥을 먹으러 대청으로 갔다. 세형수들이 식사준비를 거들고 있다. 

  희경이 성운을 보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인다. 성운도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다른 두 형수, 진금과 소희에게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식사를 하며 가끔 희경과 눈이 마주친다. 그때마다 희경은 애써 시선을 외면한다.

  용성원에 올라 자리엔 누워 승룡호를 바라볼때 희경이 차를 들고 왔다.

  " 드세요."

  " 고맙습니다."

  차를 내려 놓고 희경은 뒤돌아 가려한다.

  " 형수님."

  " 예?"

  멈칫거리며 돌아선 희경을 손짓하여 부른다. 희경은 머뭇거리다 다가와 의자에 앉는다.

  " 어제는 죄송했습니다."

  그렇군. 희경은 속으로 한숨을 내쉰다.

  " 마중을 나가지도 못하고 혼자 돌아가시게 해서...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겁니다."

  희경은 놀라 성운을 바라본다. 어젯밤의 일을 없었던 것으로 하자는 말인줄 알았었다. 그것은 분명 불륜이다. 하지만 성운의 말은 앞으로의 일을 말한 것이다. 갑자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 형수님..."

  " 아니에요.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에요...."

  " 울지 마세요."

  " 기뻐서... 너무도 기뻐서..."

  성운의 손이 자신의 손을 마주 잡는다. 희경은 그손의 따듯함에 안도한다.

  아침에 일어나 전남편인 성근에게 너무도 미안했다. 그를 잊어야 할것이었다. 자신을 너무도 사랑했던 남편이 그립다. 하지만 이미 죽어버린 남편. 그를 잊고 그의 동생을 낭군으로 삼아 살아가는 자신이 너무나도 죄스럽다. 지금 성운의 말한마디에 기뻐 우는 자신조차 너무도 죄스럽다. 너무도 죄스럽고 너무도 기뻐서... 그녀는 더욱 울음을 참지 못한다. 

  그날 밤에도 희경은 성운의 처소로 찾아들었다. 성운은 첫날밤처럼 그녀를 마구 다루지 않았다. 너무도 사랑스러운 보물을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희경을 안아갔다. 

  너무도 감미로운 성운의 애무에 희경을 몇번이고 고개를 넘었다. 그의 자지가 자신으 보지를 침범할때는 아득해 지기까지 한다. 하룻밤에 몇번씩 고개를 넘고 절정에 오르며 그녀는 생기를 찾아갔다. 성운도 마찬가지 였다. 희경과의 밤이 늘어가면 갈수록 생기가 오른다. 일주일이 지나자 부축을 받지 않고도 걸을 수가 있었다. 희경의 앞에서 걸어보이며 성운이 웃어보이자 희경도 마치 자신의 일처럼 환히 웃는다. 그런 둘의 모습을 두명이 바라본다. 

  날씨가 조금씩 추어져 가던 어느날 화산파의 장문인 진갑량이 찾아왔다. 20명정도의 화산파 제자들과 함께온 진갑량은 성운에게 존대를 하였다.

  " 화산파 47대 장문인 진갑량입니다."

  " 용문 14대 장문인 용성운입니다. 존대를 하시니 뵐 낯이 없습니다. 말씀을 낮추어 주십시요."

  진갑량이 손사례를 친다.

  " 아닙니다. 제가 어찌...."

  " 저의 배분이 높다하나 나이는 너무도 어립니다. 강호의 대종주이신 장문인의 존대를 받을 이유는 너무도 보잘 것 없습니다."

  " 허허..."

  진갑량은 기분이 좋았다. 너무도 예의바른 청년이 아닌가. 이제 20살이 된 청년이라 들었을때 오만방자하지 않을 까 싶었지만 이리도... 자리에 앉자 희경이 차를 내온다. 요즘들어 혈색이 좋아졌다는 말을 두 동서에게 놀림반 진담반으로 듣고 있는 희경이었다. 희경은 차를 내놓고는 성운을 힘끔 바라보더니 나간다. 진갑량은 차를 들어 마시고는 흐뭇하게 웃는다.

  " 향이 좋군요."

  " 용담차입니다. 저희 집안에서 만든 차이지요."

  " 너무나 늦게 찾아뵌 점 사죄드리오."

  성운이 손사례를 친다.

  " 정말이지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습니다. 말씀을 낮추어주지 않으시면 일어나 나가야 할 정도입니다."

  " 하하.... 좋네. 네 그러도록 하지."

  " 감사합니다."

  " 수아라는 여인의 궤적을 추적하는 중이었소. 그런 일들을 내가 직접했지. 그녀가 문주와 같은 무공을 가졌다는 것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일이오. 오, 내가 실수한 것은 아니겠지?"

  " 아닙니다. 말씀 계속 하십시요."

  진갑량은 찻잔을 들어 한모금을 마시며 한숨을 내쉰다.

  " 아뭏든 그녀의 추적을 내가 직접 했소. 하지만..."

  " 아무것도 발견하실 수가 없으셨을 테지요."

  진갑량은 놀란 표정을 보였다.

  " 아니, 그걸 어떻게..."

  " 아닙니다..."

  진갑량은 알수없는 표정을 지어보이는 성운을 바라보다가는 다시 차를 마셨다.

  식사를 마친 진갑량은 다시 들르마하고는 돌아갔다. 성운은 그를 배웅하러 말을 타고 나갔다. 그의 몸상태는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져 있었다. 무공을 회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폐인의 모습은 아니었다. 비연과 함께 돌아온 성운을 희경이 맞이했다. 두사람의 미소를 두사람이 바라보고 있었다.

  성운은 잠이 깨었다. 누군가가 들어온 이유였다. 성운은 희경을 기다리다 잠이 들었던 게다. 깨어보니 희경은 이미 자신의 침상으로 올라와 하체를 더듬고 있었다. 

  " 희경?"

  요즘은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완전히 부부처럼 되어버린 사이였다. 희경은 대답을 하지 않고 자지를 잡더니 입으로 가져가 물었다. 급작스런 자극에 성운은 신음을 흘렸다. 전에는 하지 않던 행위였다. 자신의 애무에 절정에 올라 신음소리를 질러대던 것이 표현의 전부였던 희경이 자신의 자지를 잡아 물고 빨아들인다. 

  " 억...."

  성운은 침상에 등을 대고 누웠다. 희경이 더욱 강하게 빨아들인다.

  " 흡.... 쩝..." 

  " 엇..."

  성운의 손이 희경의 머리를 잡았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사이로 성운의 손가락이 파고 들었다. 그리고는 강력한 힘으로 당겨버린다. 그의 자지가 깊숙히 파고 든다. 희경의 입이 더욱 벌어지지만 모든것을 수용할수는 없었다. 희경의 입에서 타액이 흘러 떨어졌다. 이불을 적시는 타액을 바라보며 성운은 흥분해 갔다. 여인의 빨아들이는 힘이 더욱 커져간다. 그리고 진퇴를 거듭한다. 성운의 허리도 그 운동에 동참했다. 

  " 흑..."

  여인의 손가락이 자지의 밑둥을 간지른다. 다른 손가락 다섯개가 구슬주머니를 주무른다. 손가락의 감촉이 차갑다. 그 느낌이 더욱 절정에 가속시킨다. 

  " 엇... 희경...엇...."

  그리고 절정. 액이 발사되었다. 여인의 입안에 폭사된 액이 가득 차올랐다. 여인은 그 액을 나누어 마신다. 여인은 맛있다는 듯이 입을 다신다. 성운은 힘이 빠졌다. 희경이 아름다워 보인다. 자신을 위해... 희경이 말했다.

  " 맛있어요."

  ... 누구?

  " 큰형님만 이런것을 맛보다니... 너무했어요... 도련님.."

  진금이 말했다. 성운은 그저 그녀를 바라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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