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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잣지붕위의 부러진 피리 (44부) (30/48)

판잣지붕위의 부러진 피리 (44부)

엄마와 나란히 걸음을 옮기는 그새끼....... 그 더러운 돼지새끼..... 소장놈이었다. 저 돼지새끼가 왜?? 왜?? 그리고 엄마는 왜 저 소장놈을 만나고 있는것이지? 그리고 저놈을 만나서 지금 어디로 가는것지? 순간 내마음속은 끓어오르는 분노와 적개심, 알수없는 의구심으로 뒤죽박죽이었다.

[ 수한아-- 너희 엄마 맞지? 헤헤...역시 너희 엄마는 언제보아도 고으신분이다. 우리엄마는 으휴~~ 그 성깔머리하고는..... 너희 엄마 반이라도 닮음 내 소원이 없겠다. ]

[ 헌구야... 너 먼저 가라. 난 잠시 다른 볼일좀 보고 갈테니...... 어쩌면 좀 늦을지도 모르니 만약 늦으면 그냥 너혼자 마셔. 알았지? ]

헌구의 대답도 듣지않은체 나는 그대로 쏜살같이 그자리를 벗어났다. 뭐라 말을 할려는 헌구의 어안벙벙한 표정을 뒤로한체..... 

나는 지금 엄마와 그 소장놈의 뒤를 쫓고 있었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왠지 앞으로 일어날 절망감에 가슴을 부여잡으며 조심조심 그들의 뒤를 밟았다. 점점 시장통을 벗어나 한적은 외딴 변두리의 도심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시장통에서는 사람들이 많아 뒤를 미행하는 내정체가 들통날 염려는 없었지만 이런 인적이 드문 곳에서라면 이야기가 틀렸다. 별수없이 먼발치에서 그둘을 놓치지 않을려고 가지나 작은눈을 있는대로 확대하면서 온신경을 그들에게 집중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둘은 어느 허름한 창고( 그당시 여기 판잣촌 밑에 동네는 소부락으로 이루어진 말그대로 소위 변두리..... 거의 시골이랑 별 다를게 없었다. 그래서인지 군데군데 밭들이 많았고 허름한 창고같은 것들도 그당시에는 꽤 많았었다. ) 앞에 멈추어 서더니만 주위를 빠르게 둘러보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그안으로 빠르게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남녀가 인적이 드문 이런 곳까지 와서는 허름한 창고에 주위를 살피고 들어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너무나도 뻔했다..... 순간 다리가 휘청거리며 온몸에서 힘이 쑥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배신감???? 아니었다. 그것은 극도의 절망감에서 오는 허무였다. 

이미 뻔한 사실을 그래도 나는 확인 할려는듯 몽롱해져 가는 의식과는 달리 내 두다리는 그들이 들어간 헛간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거의 다 떨어져나간 헛간뒷편의 작은 문틈사이로 그둘을 훔쳐보고 있었다. 작년추수하고 쌓아두었던 깨잎줄기 더미가 쌓여있어서 그속에 몸을 숨기며 나는 은밀하게 그들의 비밀스런 행동들을 훔쳐볼수 있었다. 하지만 당장 귓가를 파고드는 것은 엄마의 간드러지는 신음소리였다. 전신의 피가 역류하는 것 같았다. 

[ 아흐흐흐~~응~~~ 아이~~ 천천히....해요... 누구 보는 사람도 없는데... 응?? ]

엄마인것을 확인하지 못했으면 마치 요부의 음탕한 색정가득한 투정으로 들릴정도의....... 너무나도 끈적끈적한 콧소리가득한 그런 목소리..... 과연 지금 저소리가 나의 엄마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였단 말인가? 아들의 배밑에서 아들의 성기를 몸속으로 받아들일때도 언제나 얼굴을 붉히며 수즙음을 타던 새색시같던 엄마였다. 아들의 빧빧한 고기막대기가 수도없이 당신의 몸속을 드나들때 몇번이고 절정의 오르가슴의 언덕을 수도없이 넘나들때도 숨넘어가는 교성과 비명을 질러대었지만 저리도.... 색기가득한 콧소리는 내지 않았던 엄마였다. 마치 엄마와 얼굴이 비슷한 다른 중년의 여인네로 착각이 들정도로......

하지만 벌어진 나뭇틈새로 보여지는 얼굴에 짙은 색기어린 홍조를 가득문체 연신 끈적한 콧소리를 내며 허리를 꼬고 있는 여자는 아무리 다시보고 다시봐도 엄.......마.... 였다. 그 더러운 소장놈의 손길에 점점 말려올라가는 셔츠..... 그리고 그속에 숨겨진 브래지어마저 말려올라가서는 약간은 어둑한 헛간안에서 너무나 선명하게 드러나는 뽀얀 젖가슴밑의 점두개........... 틀림없는 엄마였다. 두눈에 핏발이 곤두선다..... 주먹쥔 손은 연신 부르르~~~~~~~~~ 떨고있었다. 

[ 여관에 가자니까 참..... 임자도 하여간 고집은.... 그나저나 다시는 안볼것 같더니만 임자가 왠일이여? 나를 다 찾아오고? 흐흐흐.... 왜? 그동안 내 ㅈ맛이 다시 그리워 진거야? 그런거야? 좋았어~~~ 어디 오늘 오랫만에 임자의 그 쫄깃한 보지맛을 한번 볼까? 많이 굶주렸나본데 내 오늘 그 보지를 호강시켜주지...... ]

[ 여관은 사람들 이목이 있어서 안돼요.. 그러지말고 아흐흐흐흐~~~~~~ 어서요~~~~~아아아~~~ 어서 내보지에...... 아흐흐~~흥~~~ 아학~~~ ]

내귀를 의심했다. 세상에나.... 엄마의 입에서....보.......지..라니?? 나로 하여금은 성관계시 아무리 흥분해도 절대 그런 천박하고 저속한 단어는 입밖으로 내게 하지 못하게 하였으며 엄마역시 절대로 아무리 죽을것같은 쾌감속에서도 그런 저속한 단어는 입밖으로 내지 않았던 엄마였다. 그런 엄마가..... 그런 고결하고 성스럽게만 보이던 엄마가..... 아무리 아들과 몸을 섞으며 쾌감어린 비음을 내지르던 엄마였지만 그러한 모습또한 내게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순수하게만 보여지던 엄마가..... 엄마가...... 저런..말을..... 

[ 남편이 죽고 그동안 많이 굶주렸지? 임자같이 뜨거운 여자가 그동안 어떻해 참으며 살았나 몰라? 이제 내 그 가뭄난 보지에 물이 철철 넘치게 박아줄테니 잠깐 등을 돌리고 업드려봐.... 응? 흐흐 ] 

아들의 요구에는 겨우겨우 마지못해 응해주던 엄마가 그 놈 소장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후다닥 쌓아둔 볏짚더미에 개처럼 엎드려서는 스스로 치마끈을 푸는게 아닌가? 철저한 엄마의 그런 이중성에 치가 떨려왔다. 소장놈이 벗기기도 전에 엄마스스로 치마를 내리고 그속에 감추어진 팬티마저 스스럼 없이 혼자서 내리고 있었다. 팬티가 엄마의 발목을 벗어나 포물선을 그리며 창고 한켠에가서 쳐박혀 버린다. 우리가 사다준 그 팬티는 아니었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것인가? 차마 자식들이 사다준 팬티를 입고서 외간남자랑의 불륜을 저지르기에는 양심에 가책이 느끼는걸까?? 팬티가 벗겨지자 이윽고 드러나는 허연 박쪽같은 엄마의 탐스러운 둔부....... 

[ 흐~~음~~~ 역시 임자의 뽀얀 피부는 나를 환장하게 만들기에 충분해.... 이런 막노동판에서 썩히기는 아까운 피부야.... 흐흐흐.... 어디 그럼 오랫만에 이곳 맛좀 봐볼까?? ]

돼지새끼..... 더러운 돼지새끼.... 한현장의 소장이란 작자의 더러운 주둥이에서는 시종일관 천박한 단어와 저질스런 말투로들만 점철되었다. 더러운 돼지새끼......... 

말을 마친 그 돼지새끼는 돼지새끼가 어미젖을 빨듯 아주 탐욕스럽게 엄마의 뒷쪽 엉덩이쪽에 얼굴을 가져가서는 아마도 흠뻑 젖어있을 엄마의 음부에 한동안 코를 들이밀고는 킁킁 냄새를 맡는듯 했다. 대번에 엄마의 허리가 뒤틀리며 밖에 지나가는 사람이 듣든 말든 엄청난 괴성을 토해내고 있었다. 저렇게 헛간이 떠나갈정도로 괴성과 헐떡이는 교성을 터뜨리다니...... 내앞에서는 저정도까지 크나큰 비음과 괴성을 내지르며 환호하지는 않았었다. 순간 이상했다......... 아니 내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엄마의 불륜현장을 훔쳐보고 있는 나란놈은 엄마의 일거수 일투족을 훔쳐보며 나와 소장놈을 비교해가기도하고 엄마의 반응들을 그 와중에도 비교하고 있었다. 그런 내 자신이 더럽고 추잡하게 느껴졌다. 

[ 낼름...낼름.. 쩝쩝... 흐흐 물이 많이 나와~~~ 아니 아예 질질 싸는데 그래?? 그동안 어떻해 참았는지 몰라.... 흐흐흐.... 자~~ 기대하라구. 내 임자입에서 살려달란 소리가 나올때까지 힘차게 박아줄테니..... ]

엄마의 젖어있는 성지를 그 더러운 혓바닥으로 충분히 음미했는지 그놈은 서둘러 바지혁대를 풀었다. 그리고 팬티가 내려가자 드러나는 그놈의 굵디굵은 물건..... 순간 내눈이 휘둥그레졌다. 뭉툭한 귀두하며 전체가 시커먼게 유난히도 휘어져 있었다. 저것에 비하면 내것은 완전 애들것과도 같았다. 순간 느껴지는 굴욕감.... 열등감..... 그랬나?? 내것이 저놈꺼에 비해서 너무 작고 왜소해서 나란놈에게는 만족 못했었단 말인가?? 그럼 그동안의 나와의 관계시 그 숨넘어갈듯 내지르던 교성은 다 아들을 배려한 한낱 연기에 불과한것이었나??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어지러웠다. 일순 치밀어 오르는 구역질..... 하지만 여기서 토악질을 했다가는 들킬게 뻔했다. 겨우겨우 목언저리를 타고 올라오는 시큼한 신물을 참을수 있었다. 

[ 아아아악~~~~~~~~~ 악악~~ 아파~~윽~~~흐윽~~~살살해요~~~ 아윽~~~ 아프단 말야~~~ 아악~~ ]

순간 들려오는 엄마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 그리고 엄마의 뒤에서부터 엄마의 허리를 움켜쥐고 엄마의 엉덩이쪽에 자신의 하체를 바짝 밀착시킨 자세의 소장놈.... 엄마의 얼굴은 있는대로 일그러져 있었지만..... 내가 보기에는 쾌감을 못이기는 그런 표정으로 밖에 안보였다. 두눈을 감은체 엄마의 살속의 감각들을 즐기는듯한 소장놈의 얼굴에는 만족하는듯한 뿌듯함이 묻어있었다. 

[ 흐윽~~~~ 역시 임자의 이곳맛은 일품이야. 정말 일품이야. 어떻해 처녀년들보다 더 조여주고 물어댈수가 있지? 자네는 정말 타고난 색녀야.... 으윽~~ ] 

---- 퍽--퍽--퍽----퍽--찌걱--찌걱----- 

어느정도 엄마의 몸속에 자신의 물건을 박아넣고 그맛을 음미하던 그놈이 서서히 허리를 움직이면서 헛간밖에서도 똑똑히 울려퍼지는 그 음탕한 젖어있는 살들의 마찰소리들......... 그리고 떠나갈듯 내질러대는 엄마의 숨넘어가는 듯한 교성들.... 귀를 틀어막았다. 눈물이 찔끔질끔 흘러나왔다. 고개를 도리질 치었다. 그래도 그 엄마의 감창소리는 틀어막은 내손을 비집고 들어와 내 가슴을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놓고 후벼팠다. 

" 위선자...... 위선자..... 가증스런... 위선자.... " 

이제껏 나와의 성관계시 그토록 고귀하게만 느껴졌던 엄마는 더러운 위선자였다. 그동안 보여주던 그 자애스러운 미소도.... 수줍은듯 붉히는 얼굴도... 모두가다.... 철저한 가면속에 가려진 허상들이었다. 엄마의.....엄마의 실체는 지금 저안에서 벌어지는 작태처럼 더럽고 추잡한 것이었다. 

일어섰다. 다리가 휘청거렸다. 달렸다. 비틀거렸다. 그래도 달렸다. 결국 넘어졌다. 그래도 달리고 또 달리었다. 그 헛간으로부터.... 엄마의 실체가 드러나있는 더러운 헛간에서 내달렸다. 

한동안 흐르지 않던 눈물이 그 끝을 알수없듯 하염없이 두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 어라? 수...수한이 왔네? 딸꾹~~~ 야....야..임마.... 딸꾹~~ 나혼자 다...마셨다....... 의....의리없는 놈..... 혼자...줄행랑을 치더니만....딸꾹~~ 그래도 왔네? 히히히히히~~~~~ 그런데 어쩌냐? 술엄다~~~~ 히히히히~~~~ ] 

말대로 헌구근처에는 다 마셔버린 빈 소주병이 뒹굴고 있었다. 난 비틀거리는 헌구를 닥달해서 소주값을 빼앗은 후 근처가계에서 소주두병을 사가지고 왔다. 그리고는 그자리에서 소주한병을 숨도 안쉬고 나발 불었다. 그러다가 큰일 난다며 혀꼬부라진 소리를 해대는 헌구의 목소리도 들리지가 않았다. 차라리 마시고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소주한병을 거침없이 들이키고는 다시 다른 한병을 땄다. 서슬퍼런 내 모습에 차마 헌구는 소주좀 나누어 달라는 그말은 못하고 멀뚱멀뚱 나의 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거의 반병정도 마셨을때 숨이 막히며 그대로 참았던 욕지기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는 뱃속에 들어가 있었던 온갖 부산물의 결정체들을 입밖으로 끄집어 내고 있었다. 어느정도 토악질을 하고나자 끓어 오르던 뱃속은 진정이 되었으나 이번에는 머리가 핑~~~ 도는게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에 맞추어 내몸 또한 빙글빙글 돌고있었다. 모든 것이 돌고 있었다. 아니 돌아버리고 있었다. 미친것들처럼...... 헌구의 다급한 외침소리가 가물가물 저 멀리서 희미하게 울려퍼지는 것같았다...... 그리고는 돌아버리는 세상에서 나는 정지해버린체 그대로 어둠의 장막속으로 한없이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머리가 지끈지끈...... 뽀개질듯히 쑤셔오는 통증에 눈이 절로 떠졌다. 어제 위장속에 있던 모든것들을 다 입밖으로 토해냈었는지 입안이 까끌까끌하며 목구멍이 따가웠다. 속은 물론 뒤집어 지고 있었다. 그리고 느끼는 심한 갈증.... 

물을 찾아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어제분명 야산기슭에서 헌구랑 술을 마신것 까지는 기억이.........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낯익은 곳...... 우리 집 방안이었다. 내가왜 여기에?? 창문틈으로 밝은 햇살이 내비치는 걸로 봐서는 벌써 다음날 아침아니면 오후 인것 같았다. 내가 정신을 잃고 이때까지 잠을 잤어나? 기억을 되새겨 보았지만 머리만 더 지끈거렸고 속은 더 울렁거렸다. 무엇보다 이 타는듯한 갈증을 해결해야만 했다. 

눈에 들어오는 상보덮힌 밥상..... 상보를 들추어보았다. 시원할듯한 콩나물국...... 나를 위한..... 아들을 위한것인가? 그리고 서툰문체의 낯익은 엄마의 필체가 적힌 쪽지......

거기에는 무슨 술을 떡이 되어서 들어오냐는 꾸짖음과 속아플테니 시원한 콩나물국으로 속을 풀라는 아들에 대한 애정어린 마음이 삐뚤삐둘한 글씨체로 정성스레 적혀있었다. 아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아끼는 엄마의....... 엄마의...... 

순간 언제나 아들을 향해서 따사로이 웃어주는 엄마의 얼굴과..... 어제........ 소장놈에게 뒤로부터 유린을 당하며 그 색기어린 황홀한 표정의 엄마의 얼굴이 오버랩되어 내 시야를 어지럽혀왔다. 가증스런......가증스런......... 

상을 엎어버렸다. 그릇이 날라가고 깨져가며 파편들이 튀었다. 정성스레 끓인것같은 국들이 쏟아졌다. 엄마의 정성이 담긴 밥들이 날라다녔다. 내마음도 갈기갈기 찢어져 날라다녔다. 무릅에 고개를 파묻고 울었다. 정말 서럽게 울었다. 세상모든사람들이 나를 속이고 시련을 줘도 단 한사람 나의 어머니만은 내편인줄 알았다. 나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을줄로만 알았던 그엄마는...... 철저한 이중성의 가면을 벗은체 나의 믿음을 잔인하게 짖밟았다. 용서....용서하지...않겠어...... 내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은 강한 복수심에서 오는 눈물일까? 아니면 또다른 슬픔을 내포한 눈물일까????? 

[ 야~~ 수한아~~ 안에있냐?? 수한아~~ ]

나는 거의 산송장처럼 아침의 그 발작과도 같은 행동을 끝으로 내내 이렇게 산송장처럼 무릅에 얼굴을 묻은체 앉아있었던 것이었다. 안에서 기척이 없자 궁금한듯 그 목소리의 주인공인 헌구가 허락도없이 집안으로 들와서는 조심조심 방문을 열어본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난장판인 방안을 보고는 입을 다물줄을 몰랐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국물... 반찬들..... 깨진 그릇조각들..... 그리고 귀신처럼 어둑한 방안에 웅크려있는 나...... 

[ 짜식~~~ 아무리 반찬투정이라고 이렇게 상을 엎어버리면 돼냐? 우리 꼰대랑 똑같네. 우리 꼰대도 툭하면 밥상을 엎어버리고는 했는데..... 히히 ]

[ ........... ]

[ 자... 반찬투정하는 칭얼대는 아이를 위해 이 형님이 마른북어 가져왔다. 히히....물론 가계에서 엄마 몰래 가져온거지만.... 조그만 기달려... 내 시원한 북어국 끓여줄테니.. ]

내가 듣건 말건 혼자 떠들고 혼자 웃는 그런 아이였다. 늘상 무뚝뚝하고 말이없던 음산한 분위기까지 풍기는 나는 친구가 없었다. 다만 중학교시절 같은 판잣촌 거렁뱅이애들이란 그 명분하나로 뭉쳐있는..... 아니 따돌려져 있던 아이들과 가끔씩 말도하고 어울려 다니기도 한게 내 친구들에 대한 기억의 전부였다. 그리고 같은 판잣촌근처에 사는 이녀석 헌구는 그때부터 같은 달동네에 산다는 이유로 싫어도 같이 등교하고 같이 하교를 하던 아이였다. 다만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판잣촌의 정서와는 달리 인문계를 진학하게된 나는 어쩔수없이 이렇듯 친구라고 말할수는 없어도 친구라고 불려지는 아이들과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새로인 진학한 고등학교에서도 나와같은 천지의 빈민가 아이들이 있었지만 나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아이들이었다. 나처럼 그런 암울하면서 음침한 분위기는 풍기지않는..... 해맑다고 해야할까??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도 나는 늘 혼자였다. 이제는 만성이 되서인지 그런 나혼자의 생활에 더욱 익숙해져버린 탓이지만..... 헌구는 왜일까?? 같은 판잣촌 빈민층 애들도 이상하게 같은 처지의 나는 꺼려하며 은근히 피하는 눈치들이었다. 내 몸에서 풍기는 그 암울함이서 일까?? 그런 애들도 다들 나를 꺼리는데 유독 이녀석만은 그런 나를 따랐다. 언제나 퉁명스럽고 말이없는 내옆에서 혼자 떠들고 혼자 웃었다. 그리고 그동안 연락이 뜸했다가 우연히 만난 나를 보고 다시 예전의 그 호감이 피어나면서 반가웠나?? 기뻤나? 아니면 그도 나처럼 지금의 학교생활에서 혼자인가? 외로움을 느끼고있었나? 그래서 같은 처지의 나와 이렇게 죽이맞아 어울리고 싶었나?? 여러생각을 하는 사이 낡은 양은냄비에 북어국을 수북하게 끓여서는 가지고 들어오는 헌구의 얼굴은 아무런 사심없는 친구의 얼굴을 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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